나각산((螺角山, 240m)

 

산행일 : ‘14. 11. 16()

소재지 : 경북 상주시 낙동면

산행코스 : 낙동중학교들머리조망대나각산출렁다리옛길갈림길주능선낙단보갈림길낙동강변 한우촌주차장(산행시간: 1시간45)

같이한 산악회 : 월산악회

 

특색 : 상주 MRF(Mountain·River·Field)11개 코스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은 제11코스인 숨소리 길을 꼽는 사람들이 많다. 낙동리 들판을 지나 산길을 따라 기암(奇巖)과 소나무 숲이 어우러진 나각산을 넘고, 거기에다 다시 낙동강을 허리춤에 끼고 걷는 강변(江邊)길까지 포함되기 때문이다. 산촌의 호젓함을 만끽하며 나 홀로 사색(思索)에 빠져 걷기에 안성맞춤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오늘은 반쪽짜리 투어(tour)로 끝나버렸다. 길을 잘못 든 덕분에 낙동강변을 걷지 못하는 우()를 범해 버렸기 때문이다.

 

들머리는 낙동중학교 앞

경천대국민관광단지 앞에서 경천로를 이용하여 상주농공단지 방면으로 되돌아 나오면 헌신교 다리를 건너게 된다. 다리를 건너자마자 25번 국도로 올라가 대구방면으로 달리다가 낙동강을 건너기 직전에 빠져나와 좌회전하여 59번 국도를 타면 금방 낙동면 낙동리에 이르게 된다. ‘숨소리 길의 투어(tour)는 낙동마을에서 시작된다. 강원도 태백의 황지못에서 시작된 낙동강의 1300(525.15) 물길은 남해바다에 이르는 동안 수많은 고을들을 지난다. 그 수많은 고을들 중에 낙동이란 이름을 갖고 있는 고을은 이곳 낙동마을이 유일하다. 거기다 면의 이름까지도 낙동면일 정도이니 할 말 다한 셈이다. 참고로 이곳 낙동리는 예로부터 낙동나루로 유명했다고 한다. 지금은 흔적조차 사라진 낙동나루는 조선시대만 해도 원산, 강경, 포항과 함께 우리나라 4대 수산물 집산지로 꼽혔단다. 김해에서 거슬러 올라온 소금배와 상선(商船)들이 꼬리를 이었고, 주변 객줏집과 주막에는 항시 외지인들로 문전성시(門前成市)를 이뤘다는 것이다.

 

 

낙동마을에 들어서면 먼저 낙동중학교를 찾은 것이 순서다. ‘숨소리길의 들머리가 낙동중학교 정문 못미처에서 왼편으로 열리기 때문이다. 투어가 시작되면 금방 마을을 벗어나 들판으로 들어서게 된다. 벼의 수확이 다 끝난 들녘은 그루터기만이 논바닥에 뿌리박혀 덩그러니 널려있다. 드문드문 나타나는 한우축사(韓牛畜舍)가 보이는 논길을 따라 15분쯤 걸으면 길가 좌대 위에 엎어놓은 옹기(甕器)가 보인다. 근처 덕산 도예에서 설치한 조형물(造形物)이다. 나각산으로 오르는 길은 이곳에서 왼편으로 열린다.

 

 

 

 

마을길을 벗어나 산길로 들어서도 길은 그다지 변하지 않는다. 경사(傾斜)가 거의 없는 길은 넓고, 보드라운 흙길은 곱다. 주위는 온통 소나무 천지, 다른 나무는 코빼기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소나무들 세상이다. 소나무 군락을 비집고 들어가는 숲길은 가을의 끝자락임에도 울창하다. 거기다 산길이 완만(緩慢)하니 동네 뒷산을 산책하듯이 여유롭게 걷는다.

 

 

 

짙은 소나무 숲 아래로 난 숲길은 능선을 따라 이어진다. 능선을 따르다보면 얼마 안가 간이화장실이 나오고, 그 뒤에서 길이 두 갈래로 나뉜다. 갈림길에 이정표(나각산 전망대/ 낙단보)가 세워져 있으나 거리표시가 없는 게 아쉽다. 물론 이곳에서는 나각산 전망대 방향으로 진행하면 된다.

 

 

 

 

산길은 과연 이게 산길일까 싶을 정도로 경사(傾斜)가 거의 없는 길이 계속된다. 거기다 주변의 나무들도 변함없이 소나무들뿐이다. 변함없는 풍경이 무료하다고 느껴질 경우에는 왼편으로 고개를 돌려보자. 낙동면의 들녘이 널따랗게 펼쳐진다. 그러나 현재 걷고 있는 지점이 낮은 탓에 조망(眺望)은 그다지 뛰어나지 않다. 저 들녘에 있는 집들의 툇마루에는 곶감이 주렁주렁 매달려있을 것이다. 이곳 상주가 전국 곶감 생산량의 60%를 차지하는 감의 고장이니까. 그리고 감나무 가지 끝에는 어쩌면 까치라도 올라 앉아있을지 모르겠다. 자기들 먹으라고 남겨 놓은 잔챙이 홍시들을 쪼아 먹으려고 말이다. 이곳 상주의 감은 상주둥시로 불린다. 둥시는 둥근 감이란 뜻이다. 떫은맛을 내는 타닌(tannin) 성분이 5060일 동안의 건조 과정을 거치면 하얀 당분(糖分)으로 변하면서 달짝지근한 맛을 낸다. 그게 바로 곶감인 것이다.

 

 

 

갈림길에서 10분 정도 숲길을 따르면 이정표(나각산전망대 0.6Km/ 낙동리마을)가 나오고, 이곳에서 오른편으로 길이 하나 갈리나 개의치 말고 곧장 직진하면 된다. 오른쪽으로 난 길은 옛길로서 이 길을 따를 경우 낙동강변으로 내려서게 되기 때문이다. 갈림길을 지나면 금방 팔각정(八角亭)에 이르게 되고, 곧이어 벤치를 갖춘 쉼터(이정표 : 나각산 전망대 0.2Km/ 팔각정자 0.3Km)에 이르게 되니 잠깐 쉬어가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조금 후에 가파른 나무계단이 기다리고 있으니 체력도 비축할 겸 해서 말이다. 참고로 이곳에서 또다시 오른편으로 갈림길이 보이나, 낙동강변으로 내려가는 길이니 개의치 말고 곧장 능선길을 따른다.

 

 

 

 

 

쉼터에서 근처에 뜬금없는 체육시설이 보인다. 산을 오르다보면 이런 체육시설을 설치해 놓은 산들이 가끔 눈에 띈다. 그런데 난 설치한 이유를 도대체 모르겠다. 산을 오르는 사람들이 과연 이런 체육시설을 이용할까 하는 의구심 때문이다. 이런 시설은 동네 근처에 만들어 주민들이 이용하게 하는 것이 옳지 않을까 싶다.

 

 

체육시설에서 조금 더 가면 나무계단이 나타난다. 제법 가파른 계단을 밟으며 힘겹게 오르면 그 끝에 나무로 만든 전망대(展望臺)가 나타난다. 발아래에 펼쳐지는 낙동강 줄기가 가히 환상적이다. 날씨가 화창한 탓인지 저 멀리에 있는 낙단교와 낙단대교, 그리고 낙단보가 손에 잡힐 듯이 가깝다. 참 잊은 게 있다. 계단에 오기 전에 오른편으로 길이 하나 보인다는 것을 말이다. 이 길은 이따가 하산을 할 때에 길을 잘못 들어 만나게 되니 그때에 다시 얘기하기로 하겠다.

 

 

 

 

 

 

전망대를 지나면 또 다시 짙은 소나무 숲속으로 들어서게 된다. 솔가리(소나무 落葉)가 수북하게 쌓여 마치 양탄자처럼 폭신폭신한 길이다. 한가하게 걷는데 때맞추어 바람 한줄기가 스쳐 지나간다. 바람결에 실려 온 짙은 솔향기가 코끝을 맴돈다. ! !‘ 나도 몰래 들썩거리는 코끝은 차라리 추임새다. 그만큼 숲길이 나를 호젓한 풍경 속에 빠져들게 만들어 버린 것이다.

 

 

솔향기에 취해 걷다보면 어느덧 정상이다. 그러나 정상으로 오르는 것을 서두를 필요는 없다. 정상으로 오르기 바로 직전 오른편에 전망대 하나가 만들어져 있기 때문이다. 전망대에 서면 또 다시 낙동강이 나타난다. 아까 전망대에서 본 것보다도 훨씬 또렷하게 말이다. 유장(流長)한 낙동강 물줄기가 만들어 놓은 절벽(絶壁)이 풍성한 강물과 어우러지며 또 하나의 아름다운 풍경을 만들어 낸다.

 

 

 

 

전망대에서 방향만 틀면 정상이다. 낙동마을에서 바라볼 때 소라()의 뿔()을 닮았다는 나각산(螺角山)의 정상은 커다란 바위로 이루어져 있다. 자세히 살펴보면 그 바위 속에 작은 자갈들이 박혀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아주 오랜 옛날 강바닥이었던 땅이 치솟아 산이 됐다는 증거이다. 정상의 꼭대기에는 이층으로 지어진 정자(亭子가 자리 잡고 있다. 그리고 그 앞에는 커다란 정상표지석이 마치 수문장(守門將)처럼 지키고 있다. 투어(tour)를 시작한지 45분이 지났다.

 

 

 

전망대에 오르면 사방으로 시야(視野)가 터진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비옥한 들판 사이로 구불구불 흐르는 낙동강, 강물이 내쉬는 숨소리가 들리는 듯하고, 강과 함께 어우러지는 주변의 낮은 산세(山勢)와 넓은 들녘이 마치 한 폭의 그림 같다. 그중에서도 가장 뛰어난 것은 건너편에 보이는 출렁다리이다. 출렁다리와 건너편 정자(亭子)가 마치 보란 듯이 춤을 추고 있는 듯하다. 아슬아슬한 절벽위에서 말이다.

 

 

 

정상에서 출렁다리로 간다. 그런데 다시 이곳으로 돌아오라는 산행대장의 전갈이다. 아마 산행대장도 이곳을 처음으로 찾은 모양이다. 정상적인 숨소리 길은 출렁다리의 끝에 있는 정자에서 옛길로 내려서야 하는데도 구태여 다시 정상으로 되돌아 나오라고 하는 것을 보면 말이다. 그나저나 정상에서 조금만 더 진행하면 출렁다리이다.

 

 

출렁다리는 아찔하다. 오전에 건넜던 경천대의 출렁다리보다 한층 위라고 보면 된다. 조그만 움직임에도 출렁거리기는 매한가지이지만 지상에서의 높이가 경천대의 것보다 한참을 더 높기 때문이다. 갑자기 어디선가 괴성(怪聲)이 들려온다. 다리 위를 건너던 여자들이 사색(死色)을 지으며 내지르는 소리이다. 바람이 조금만 거세도 오금이 저릴 정도인데, 함께 걷던 남자가 아예 작정을 하고 발을 구르는 모양이다.

 

 

 

출렁다리 건너의 전망대에 서면 또 다시 시야(視野)가 열린다. 아까 지나왔던 정상에 못잖은 조망(眺望)이 터지는 것이다. 산자락 아래에는 인기척 없는 마을이 조용히 엎드려있고, 그 뒤에는 낙동강의 큰 물줄기가 유유히 흐르고 있다 

 

 

 

다시 정상으로 되돌아 나온다. 출렁다리를 다녀오는데 정확히 10분이 걸렸다. 주위경관까지 둘러보는데 걸린 시간이니 실제 걷는 시간은 그보다 한참 짧다고 보면 된다. 그리고 다시 아까 올라올 때 지나왔던 전망대까지 되돌아 내려간다. 다만 이곳 전망대에서는 아까 올라왔던 계단으로 내려가는 것이 아니라 왼편에 보이는 나무데크로 만들어진 길로 진행한다. 이 길을 따라 잠깐 걸으면 갈림길(이정표 : 옛길, 낙동강 0.8Km, 낙단보 3.6Km, 낙동강 먹거리촌 3.6Km/ 출렁다리 0.1Km/ 팔각정자 0.6Km)이 나타난다. 왼편에 보이는 길은 출렁다리의 이쪽 그러니까 정상쪽에서 정상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오는 길인 모양이다.

 

 

 

 

 

 

 

출렁다리 갈림길에서 몇 발짝만 더 걸으면 또 하나의 갈림길(옛길/ 팔각정자 0.7Km, 낙단보 3.55Km, 낙동강 먹거리촌 4.15Km/ 출렁다리 0.2Km)이 나온다. 길 찾기에 주의가 요구되는 지점이다. 이정표의 방향표시가 보는 사람들을 헷갈리게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가려고 하는 곳은 낙단보, 그렇다면 팻말을 옛길 아래에다 붙여 놓아야 하는데, 팔각정자 방향에다 붙여놓은 것이다. 사실 조금만 유심히 살펴본다면 팔각정자와는 방향표시가 다른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난 건성으로 보았고, 산행대장 또한 나와 같았던 모양이다. 결국 우리는 팔각정 방향으로 진행을 하게 되었고, 그 결과 낙동강변을 허리춤에 끼고 걷는 기회를 놓쳐버렸다. 산행을 하면서 만났던 탐방로 안내도를 한번만 주의 깊게 봤더라도 이런 실수를 안했을 텐데 안타깝다.

 

 

 

 

길을 잘못 들어선 덕분에 20분이 채 안되어서 아까 정상으로 올라갈 때 보았던 갈림길을 다시 만나게 되고, 산을 올라갈 때 지나왔던 길을 따라 다시 간이화장실까지 내려온다. 그리고 낙단보 갈림길에서 이번에는 낙단보 방향으로 내려선다. 낙단보로 방향을 틀어 조금 더 내려오면 들길(이정표 : 낙단보 1.9Km/ 나각산전망대 1.4Km)을 만나게 되고, 들길로 들어서면 한우(韓牛) 축사(畜舍)가 드문드문 나타난다. 이곳 상주의 한우들은 감 껍질을 먹고 자란다고 한다. 사람들이 먹기도 쉽지 않은 귀한 감 껍질을 먹고 자란 한우라면 육질(肉質)이 좋을 것이 틀림없다. 낙동마을의 먹거리촌에 한우요리 전문 식당들이 많은 이유일 것이다.

 

 

들길을 따라 얼마간 더 걸으면 투어를 시작했던 낙동마을이다. 그리고 마을의 중심가를 통과하면 끄트머리에서 먹거리촌을 만나게 되고, 주차장이 만들어진 강변(江邊)에 내려서면 숨소리 길투어는 끝을 맺게 된다. 투어에 걸린 시간은 총 1시간45, 만일 낙동강의 강변을 따라 걷는 구간을 생략하지 않았더라면 이보다 조금 더 걸렸을 것이다. 후미그룹이 오려면 시간이 좀 남았기에 낙단보(洛丹洑) 근처까지 강변길을 걸어보았다.

 

 

낙동강 위로 길게 누운 낙단보는 ‘4대강 살리기 사업의 일환으로 낙동강에 만들어진 8개의 보(: 수리시설) 중 하나다. ‘이락지천(利樂之天. 자연은 이롭게, 사람들은 즐거운, 생명이 유익한 생태 환경 조성)’을 콘셉트(concept)로 만들어졌다는 낙단보가 낯설게 보이는 건 무슨 이유일까? 아마 모()사업인 ‘4대강 사업이 너무 많이 구설수(口舌數)에 오르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국민들 대다수가 반대했던 대단위 사업을 고집스럽게 추진했으니 어찌 뒤탈이 없을까마는 이왕에 지어졌으니 지어진 목적대로 유용하게 잘 활용되었으면 좋겠다.

 

 

낙단보 우측에 보이는 옛 건물은 관수루(觀水樓)이다. 부산 동래에서 거슬러 올라온 황포돛대를 단 배들이 가득했다는 낙동나루터는 없어진지 이미 오래고, 지금은 관수루만이 남아 옛이야기를 전해주고 있다. 아니 그때의 그 모습은 아닐지라도 주막(酒幕)은 있다. 강 건너 이쪽에 먹거리촌이 생겼으니 말이다. 이 고장에서 자랑하는 한우(韓牛) 고기를 안주 삼아 텁텁한 막걸리라도 한 사발 마셔보면 어떨까? 비록 주모(酒母)의 걸쭉한 대꾸는 없을지라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