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섭산(迦葉山, 709.9m)-봉학산(鳳鶴山=수리봉, 570.8m)
산행일 : ‘15. 5. 28(목)
소재지 : 충북 음성군 음성읍과 충주시 신니면의 경계
산행코스 : 봉학골산림공원 주차장→예비군훈련장→임도→가섭산→길마재→봉학산(수리봉)→두호2봉→두호1봉→산림공원관리사무소→산림공원 주차장(산행시간: 3시간 20분)
함께한 산악회 : 산두레
특징 : 가섭산은 높이가 비록 700m 초반에 불과하지만 큰 산으로 대접받는다. 주변이 평야나 낮은 고개로 둘러싸인 탓에 멀리서도 잘 보일 만큼 높아 보이기 때문이다. 이런 지정학적 중요성으로 인해 옛날부터 이곳에는 봉수대가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지금 그 자리는 방송사와 통신사의 송신탑들이 차지하고 있다. 시대가 바뀌었어도 그 중요성은 변치 않았다고 볼 수 있다. 산은 전형적인 육산, 중간 봉학산(수리봉)의 정상어림 바위 몇 개를 제외한다면 산행 내내 바위다운 바위라곤 구경조차 할 수 없다. 당연히 길은 보드라운 흙길, 거기다 경사(傾斜)까지 완만하다보니 걷는데 조금도 무리가 없다. 또한 들머리에 ‘산림욕장’까지 끼고 있으니 가족산행지로 추천받기에 부족함이 없다 할 것이다.
▼ 산행들머리는 봉학골산림공원 주차장(음성군 음성읍 용산리)
평택-제천고속도로 음성 I.C에서 내려와 37번 국도를 이용하여 음성읍내까지 온다. 중간에 신천교차로(음성읍 신천리)에서 좌회전하여 516번 지방도를 타야 가능하다. 이어서 읍내에 있는 유신아파트 앞 평촌사거리(평곡리)에서 좌회전하면 읍내를 통과한 후 용산리(음성읍)에 이르게 된다. 이곳 용산리에 있는 삼거리에서 이번에는 우회전하여 ‘용광로230번길’을 따라 들어가면 얼마 지나지 않아 산행들머리인 봉학골산림욕장 주차장에 이르게 된다.
▼ 주차장에 내리면 오른편에 가섭산이 보인다. 두루뭉술한 것이 멀리서 봐도 전형적인 육산(肉山)이다. 그 정상어림에 우후죽순처럼 솟아난 것들은 아마 송신탑(送信塔)들일 것이다. 꽤나 멀리 떨어져있음에도 불구하고 선명하게 나타나는 것을 보면 그 크기가 얼마나 클지 미루어 짐작이 간다.
▼ 산림욕장 방향으로 들어가면서 산행이 시작된다. 50m 남짓 들어가면 오른편에 ‘충북 자연환경 100선의 명소 봉학골’이라고 써진 빗돌(碑石)이 보인다. 빗돌 오른편에 보이는 ‘예비군종합훈련장’ 안으로 들어간다. 예비군들만 들어가는 곳으로 지레짐작하고 쭈뼛거릴 필요는 없다. 가섭산 등산로와 연결시키는 임도(林道)가 예비군훈련장 안으로 나있기 때문이다.
▼ 훈련장 정문으로 들어서자마자 길이 두 갈래로 나뉜다. 등산로는 오른편 임도이다. 코너에 ‘봉학골 테마임도 안내도’가 세워져 있으니 한번쯤 살펴보고 산행을 시작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것이다.
▼ 오른편으로 방향을 틀면 잠시 후에 작은 개울을 건너는 다리가 나오고, 이어서 조금 더 올라가면 임도는 고풍스러운 산책로로 바뀐다. 길바닥을 예쁘장한 석판(石板)들로 운치 있게 꾸며놓은 것이다. 마치 중세 유럽의 옛 골목을 걷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멋진 길이다. 그래서 ‘봉학골 웰빙(well-being)임도’라고 자신 있게 자랑하고 있는 모양이다.
▼ 산책로 주변은 온통 예비군 훈련장, 이곳저곳에서 예비군들이 훈련에 한창이다. 문득 30년도 더 지난 옛날 생각이 난다. 그리고 우리 때보다 더 열심히 훈련에 열중하고 있는 요즘 젊은이들을 보며 참으로 대견하다는 생각이 든다. 요즘은 심한 ‘얼차렷’도 없어졌다는데 저 정도라면 우리네 의식수준도 선진국에 결코 뒤질게 없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이 또한 국민소득과 비례해 가는 모양이다.
▼ 임도로 들어서서 얼마간 걸으면 좌측으로 테마임도가 갈려나간다. 개의치 않고 계속해서 임도를 따른다. 임도 주변의 나무들이 언제부턴가 낙엽송(落葉松 : 일본이깔나무)으로 변해있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위로 솟구친 덕분에 선선한 그늘을 만들어 주고 있다.
▼ 산행을 시작한지 20분쯤 지나면 임도 오른편으로 오솔길이 열린다. 들머리에 이정표(가섭산 800m, 정크아트 600m)가 세워져 있으니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산자락으로 들어서면서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된다.
▼ 산자락으로 들어서서도 산길은 급할 것 없다는 듯이 느긋하기만 하다. 임도와 별반 차이가 없이 완만하게 이어진다는 얘기이다. 거기다 주변의 나무들도 아직은 낙엽송들이다. 그저 임도가 오솔길로 변했을 따름이다.
▼ 임도를 떠난 지 6분쯤 지나면 능선사거리(이정표 : 중계소 0.7Km/ 정크아트 0.5Km/ 예비군훈련장 0.8Km)에 올라서게 된다. 가섭산 정상은 왼편, 그러니까 이정표가 가리키고 있는 중계소 방향이다. 맞은편은 정크아트란다. 정크아트(Junk Art)란 1950년대 유럽과 미국에서 일어난 현대미술의 한 조류(潮流)로, 일상(日常) 속의 잡동사니나 망가진 기계 부품 따위를 이용하여 작품을 만드는 것을 말하는데 이곳에는 과연 어떤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을까가 자못 궁금해진다. 기회가 있을 때 한번쯤 들러봐야겠다.
▼ 일단 능선에 올라섰다 싶으면 산길은 계속해서 능선을 따른다. 그리고 가팔라진다. 마치 이제껏 편하게 왔으니 이제부터라도 산행의 참맛을 느껴보라는 듯이 말이다. 그렇다고 지레부터 겁먹을 필요는 없다. 그 가파름이 버겁게 느껴질 정도는 아니고, 또한 끝없이 계속되지만은 않기 때문이다. 대략 6~7분 정도를 가파르게 오르다가 잠시 완만해지고 또 다시 가파르기를 반복하면서 서서히 고도(高度)를 높여가는 것이다.
▼ 앞서가던 집사람이 엎드린 채로 부지런히 손을 놀리는 것이 보인다. 가까이 다가가보니 산딸기를 따고 있다. 붉고 탱글탱글한 산딸기들이 그녀의 손바닥 안에 그득하다. 날 주기 위해 따서 모으고 있는 것이다. 언제나 맛있는 것은 자신보다는 나를 먼저 챙기는 그녀, 어찌 이런 여자를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내가 아직까지 다른 여자에게 곁눈질 한번 하지 않고 살아온 이유일 것이다.
▼ 능선으로 올라선지 30분 정도가 지나면 길이 두 갈래(이정표 : 수리봉 1.5Km)로 나뉜다. 왼편 사면(斜面)으로 난 길은 수리봉 가는 길, 가섭산 정상은 계속해서 능선을 따라야 한다.
▼ 갈림길을 지나면 잠시 후에 ‘가섭산 중계소’로 오르는 시멘트포장 임도가 나오고, 왼편으로 방향을 틀었다싶으면 오른편에 오솔길이 나타난다. 철망으로 된 중계소 담장을 따라 난 길이다. 이어서 잠시 후에는 무인산불감시탑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 가섭산 정상에 올라서게 된다. 산행을 시작한지 정확히 1시간이 지났다. 물론 쉬지 않고 걸은 결과이다.
▼ 가섭산은 석가모니 부처의 십대 제자인 가섭존자(迦葉尊子)에서 유래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따른 옛이야기 하나가 전해져 오기에 옮겨볼까 한다. 고려 초기 가섭산 중턱에 암자(庵子)가 하나 있었는데, 그 암자를 지키는 행자승이 청경하고 단정하여 그의 수행에 머리를 숙이지 않는 이가 없었다고 한다. 당연히 이곳을 찾는 사람들은 그 스님을 생불(生佛)로 대하곤 하였다. 후에 그 스님이 입적을 하였는데 신기하게도 스님의 시체가 근처에서는 볼 수 없는 싱싱한 보리수 나뭇잎으로 둘러싸여 있었다는 것이다. 이 광경을 본 신도들이 부처님이 스님을 인도해 갔음이 분명하다고 해서 이 암자가 있는 산을 가섭산(迦葉山)이라 불렀다는 것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론 당시의 시대상황에서 유래된 이름이었을 것이라고 추론(推論)해볼 수도 있다. 가섭존자(迦葉尊者)는 석가모니의 10대 제자 중 한 사람으로, 부처가 죽자 손수 다비식을 집행한 인물이다. 그후 가섭존자는 부처가 살아생전 죽림정사로 가는 도중에 입었던 가사(袈裟)를 지닌 채 중인도 마가타국에 있는 계족산을 반으로 갈라 그 사이로 들어가, 미래의 부처인 미륵불이 나타나면 전하기 위해 수행 정진하고 있다고 한다. 이른바 미륵신앙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미륵신앙이란, 가섭존자가 기다리고 있는 미륵불이 이 땅에 왕림하여 전쟁과 가난이 없는 극락세상을 만들 것이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충청북도 지역은 삼국시대와 후삼국시대에 걸쳐 미륵신앙이 민중의 강력한 신앙으로 형성되었던 곳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당시 이 지역이 고구려와 신라, 백제의 각축장이었다는 사실과 깊은 관련이 있다. 삼국의 각축장이었던 이 지역에 전쟁이 없는 평화를 염원하는 갈구가 고려 전기에 지명으로까지 나타났을 수도 있는 것이다.
▼ 정상에 오르면 가장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이 있다. 마치 숲을 연상시킬 정도로 하늘을 향해 솟구친 수많은 철탑(鐵塔)들이다. ‘공중파(空中波) 방송사’들과 ‘이동통신사’들의 송신탑(送信塔)들이다. 탑들이 정상 어림을 빈틈이 없을 정도로 빼꼭히 채우고 있는 것이다. 옛날에는 이곳에 봉수대(烽燧臺)가 설치되어 동쪽으로는 충주 마산(馬山)에, 그리고 북쪽으로는 음성 망이산(望夷山) 혹은 마이산(馬耳山)봉수에 각각 연결하는 통신기지(通信基地) 역할을 수행했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 그 자리를 통신사들의 중계기지가 차지하고 있다. 시대가 바뀌면서 새로운 시설에 자리만 내주었을 뿐 하고 있는 역할은 똑같다고 볼 수 있다. 이는 가섭산이 인근에서 가장 높아 지정학적으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는 증거일 것이다. 능선으로 된 가섭산 정상은 그 넓이가 제법 너른 편이다. 웬만한 건물쯤은 거리낌 없이 들어앉을 정도로 평평한 것이다. 수없이 많은 중계시설들이 거침없이 이곳저곳에 들어선 이유일 것이다. 충청북도 특유의 검은 오석(烏石)으로 된 정상표지석은 무인산불감시탑의 바로 앞에 세워져 있다.
▼ 정상에서는 걸칠 것 없이 시야(視野)가 열린다. 주변에 나무들이 있기는 하지만 키가 작아 조망에 지장을 줄 정도까지는 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어디가 어디인지는 분간은 할 수가 없다. 연무(煙霧)가 자욱한 탓이다. 그저 바로 코앞에 솟아있는 중계시설들의 철탑으로 위안을 삼을 뿐이다. 아쉬운 마음으로 흐릿한 풍경을 바라보다가 문득 음성팔경(陰城八景)을 떠올린다. 이곳 가섭산에 음성팔경으로 꼽히는 풍경이 하나 있기 때문이다. 바로 ‘가섭모종(迦葉暮鐘)’이다. 가섭산의 저녁 종소리가 듣는 이의 마음을 진정시키고 포근히 감싸준다는 것이다. 흐릿한 풍경에서 저녁의 어스름이 연상되었던 모양이다.
▼ 오늘도 난 ‘아는 것만큼 보인다.’라는 진리를 되뇌는 우(愚)를 범해버리고 말았다. 사전 준비를 소홀히 했던 탓에 실제 정상을 밟아보지 못했던 것이다. 실제 정상은 정상표지석이 세워진 이곳이 아니라, 사실은 아래 사진에서 보이는 저 철탑들 근처였다. 그곳에 삼각점과 작은 봉수대가 있었다는 것을 산행이 끝나고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에서야 알게 된 것이다. 그 정도뿐 안 되는 내 앎을 가지고 어찌 많은 것을 볼 수 있었겠는가.
▼ 중계소 오른편 철망을 따라 잠시 내려서면 갈림길(이정표 : 길마재 0.8Km/ 임도 0.7Km/ 중계소 0.1Km)이 나온다. 왼편(임도 방향)은 아까 정상으로 올라오기 바로 직전에 헤어졌던 곳으로 연결이 되며, 우리가 가야할 곳은 오른편 길마재 방향이다.
▼ 갈림길에서 100m쯤 더 가면 산길은 왼편으로 크게 방향을 튼다(이정표 : 길마재 0.7Km/ 중계소 0.2Km). 능선을 벗어난 느낌이 들기 때문에 혹시라도 길을 잘못 들었을까 걱정이 될 수도 있는 구간이다. 산길은 이때부터 제법 가파르게 경사를 낮춘다. 그리고 중간에 작은 봉우리를 한번 오르내린 후 길마재(이정표 : 수리봉 0.6Km/ 관리사무소 1.0Km/ 가섭산 0.9Km)에 내려서게 된다. 정상에서 15분 남짓 걸렸다. 길마재는 신니면 선당리 사람들이 음성 장에 다닐 때 넘나들던 고갯마루이다. 그 생김새가 마치 길마처럼 생겼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란다. 길마란 짐을 싣거나 수레를 끌기 위하여 소나 말 따위의 등에 얹는 안장을 말한다.
▼ 길마재를 지나면서 산길은 과하다 싶을 정도로 가파르게 변한다. 오늘 산행에서 가장 힘든 구간이지 않을까 싶다. 그러나 다행이도 그 거리는 짧다. 숨을 헐떡거리며 7분쯤 오르면 왼편에 소나무에 둘러싸인 전망바위가 나타난다. 음성읍 방향으로 시야(視野)가 열리나 연무(煙霧) 때문에 어디가 어딘지는 구분이 잘 안 된다.
▼ 전망대에서 5~6분만 더 오르면 봉학산(수리봉)이다. 이정표(두호2봉 1.3Km/ 삼림욕장 1.4Km/ 중계소 1.5Km)가 세워진 삼거리 오른편에 있는 공터에 낯익은 코팅(coating)지가 보인다. 가끔 산행을 같이 하고 있는 한현우씨가 매달아 놓은 것이다. 그가 오른 4,439번째 산이라면서 말이다.
▼ 그러나 봉학산의 실제 정상은 이곳이 아니다. 실제 정상은 삼거리에서 왼편 삼림욕장 쪽으로 50m쯤 떨어진 곳이 있다. 남쪽 사면(斜面)이 바위벼랑으로 이루어진 정상에는 의외로 넓은 공터로 이루어져 있다. 칠이 다 벗겨진 철판(鐵板)에다 매직으로 ‘봉학산’이라고 써놓은 안내판이 자리를 지키고 있을 뿐 별도의 정상표지석은 보이지 않는다. 정상에서 서쪽으로 오솔길이 하나 열린다. 산림욕장으로 내려가는 길이니 체력이 약한 사람들은 이곳에서 탈출하면 될 일이다. 참고로 봉학산은 산의 형태가 백학(白鶴)이 짝을 지어 날려는 형국(白鶴雙飛形: 풍수지리설의 백학쌍비형)이라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가섭산과 마찬가지로 봉학산 또한 음성팔경(陰城八景)의 하나를 품고 있다. 봉학초부鳳壑樵夫)로서, '봉학골 나무꾼의 구성진 노랫소리가 듣는 이의 심금(心琴)을 울린다.‘는 것이다.
▼ 아까의 공터봉으로 되돌아와 이번에는 두호2봉으로 향한다. 두호2봉까지는 30분 이상이나 되는 제법 먼 거리이다. 그러나 작은 오르내림만 반복될 뿐 아무른 특징이 없는 길이 계속된다. 10분 조금 못되어 첫 번째 안부(이정표 : 두호2봉 0.8Km/ 수리봉 0.5Km)에 내려서면 왼편으로 관리사무소로 내려가는 길이 갈리고, 또다시 작은 오르내림을 반복하다보면 15분 후에는 두 번째 안부(이정표 : 두호2봉 0.2Km/ 수리봉 1.1Km/ 관리사무소 1.3Km)에 내려서게 된다.
▼ 안부에서 다시 가파른 오르막길이 시작된다. 산길은 그 가파름이 부담스러웠는지 왔다갔다 갈지(之)자를 그리면서 겨우겨우 고도를 높여가고 있다. 그러나 다행이 그 거리는 짧다. 10분이 채 안되어서 두호2봉(선지봉) 정상에 올라설 수 있기 때문이다.
▼ 서너 평 남짓한 공터로 이루어진 두호2봉 정상도 정상표지석은 보이지 않는다. 다만 ‘두호2봉'이라는 명찰을 단 이정표(두호1봉 1.4Km/ 수리봉 1.3Km)가 이를 대신하고 있을 따름이다. 그리고 특별한 볼거리도 없다. 거기다 조망(眺望)까지도 터지지 않는다.
▼ 두호1봉으로 향한다. 두호1봉까지는 내려가는 길이 계속된다. 가파르다가 완만하기를 반복하면서 계속해서 고도(高度)를 까먹다보니 필요 없는 걱정이 슬그머니 고개를 든다. 이러다가 별개의 산을 다시 오를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그나저나 산길은 또렷하다. 거기다 보드라운 흙길이다 보니 가끔 나타나는 비탈길에서도 내려서는데 별로 부담을 느끼지 않을 정도이다. 가뭄 때문에 발을 내디딜 때마다 먼지가 폴싹폴싹 올라오는 것만 빼면 말이다.
▼ 두호2봉을 내려선지 30분쯤 되면 안부(이정표 : 두호1봉 0.2Km/ 관리사무소 0.6Km/ 두호2봉 1.2Km)에 내려서게 된다. 이어서 맞은편 능선을 향해 가파르게 5분 정도를 치고 오르면 두호1봉 정상이다.
▼ 두호1봉 정상도 정상표지석이 없기는 두호2봉과 마찬가지다. 조망을 허락하지 않는 것도 같다. 그러나 이곳에는 이정표 대신에 정상표지판(두호1봉 해발 490m)이 이를 대신하고 있다. 2봉보다 한참이나 낮음에도 불구하고 더 나은 대접을 받고 있는 것이다. 그건 그렇고 표지판에 적힌 높이가 좀 이상하다. 두호2봉의 높이가 574m, 2봉에서 30분 정도를 계속해서 고도(高度)를 까먹었는데도 아직까지 490m의 해발을 유지하고 있다면 이게 더 이상한 일이지 않겠는가. 선답자의 글에서 GPS에 고도가 375m로 찍혔다고 하는 걸 읽은 적이 있는데 그게 옳지 않나 싶다.
▼ 두호1봉을 지나면서 산길은 가파른 내리막길로 변한다. 조심스럽게 내려서다보면 한두 번 오른편으로 시야(視野)가 열린다. 산림욕장 아래에 있는 용산저수지와 그 너머의 음성시가지가 잘 조망된다. 이어서 비탈길 막바지에 나타나는 낙엽송 군락을 지나면 13~4분 후에는 산림공원에 내려서게 된다.
▼ 산행날머리는 봉학골삼림욕장 주차장(원점회기)
산을 내려서면 정자(亭子)가 길손을 맞는다. ‘봉학골 산림공원(일명 삼림욕장)’에 내려선 것이다. 잘 가꾸어진 공원으로 들어서서 다리를 건너면 장승공원이다. 그러나 장승은 보이지 않고 호랑이와 원숭이 같은 동물들과 장수풍댕이 등의 곤충들 상(像)이 만들어져 있다. 아이들이 좋아하기에 딱 좋은 장소이다. 이어서 관리사무소 앞을 지나 밖으로 나오면 아침에 산행을 시작했던 주차장에 이르게 되면서 오늘 산행이 종료된다. 오늘 산행은 총 3시간35분이 걸렸다. 간식을 먹느라 중간에서 쉬었던 시간을 감안할 경우 3시간 20분이 걸린 셈이다. 참고로 1998년에 문을 연 이 공원은 130㏊ 규모로 솟대, 조각공원, 맨발숲길, 식물원, 물레방아. 삼림욕장, 운동시설, 놀이시설, 자연학습관 등의 다양한 시설을 갖추고 있고, 정자 1동과 산책로, 화장실, 텐트장, 간이 수영시설 등의 편의 시설도 구비되어 있다. 특히 ‘봉학산 등산로’의 시점과 종점을 이곳에서 할 수 있도록 해놓아 주말이면 많은 사람들이 찾아든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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