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태산(三台山, 875.7m)-누에머리봉(864m)

 

산행일 : ‘15. 8. 11()

소재지 : 충북 단양군 어상천면과 영춘면의 경계

산행코스 : 단산중고교용바위골전망대누에머리봉삼태산누에머리봉임도고수골천인사임현리(산행시간 : 3시간10)

 

함께한 산악회 : 가보기산악회

 

특징 : 산이 많기로 소문난 단양군에서도 더 깊이 꼭꼭 숨어있는 산이 삼태산이다. 그래선지 웬만큼 산에 이력이 붙었다는 산꾼들 조차도 그 이름을 낯설어하는 사람들이 많은 편이다. 다만 영춘지맥의 마룻금에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지맥을 하는 사람들은 예외하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오지(奧地)의 산 답지 않게 등산로는 잘 닦여 있는 편이다. 지자체에서 심혈을 기울여 가꾸고 있다는 증거일 것이다. 그 덕분인지는 몰라도 찾는 사람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는 추세란다. 그나저나 산행은 쉽지 않다. 해발이 900m를 넘기지 못할 정도로 나지막한 산이지만 정상까지 이르는 거리가 짧은 탓에 등산로 전체가 가파른 오르막길의 연속인 것이다. 다만 다행인 것은 곳곳에 통나무계단과 로프 등 안전시설을 설치해 놓아 조금이나마 산행에 도움을 준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러 시간을 내어 찾아보라고는 권하고 싶지 않다. 조망이나 산세(山勢) 등 가슴에 담아둘만한 특별한 볼거리가 없기 때문이다.

 

산행들머리는 단성중학교(단양군 어상천면 임현리 311)

중앙고속도로 제천 I.C에서 내려와 태백방면 38번 국도를 탄다. 잠시 후 장평천()을 가로지르는 두학3(: 제천시 흑석동)를 지나자마자 국도를 빠져나와 522번 지방도를 타고 영춘(단양) 방면으로 달리다보면 중간쯤에서 어상천면의 소재지인 임현리에 이르게 된다. 이곳 임현리에 있는 단산중고교가 오늘 산행의 들머리이다. 학교 정문 오른편에는 크고 오래 묵은 느티나무 몇 그루가 서있다. 수령(樹齡)250년이 넘었다고 해서 단양군의 보호수(38)로까지 지정된 나무다. 이 나무의 앞으로 난 임도(林道)를 따라 들어가면서 산행이 시작된다. 들머리에 삼태산 등산안내도와 이정표(삼태산 등산로입구, 애기누리봉, 삼태산 정상/ 어상천 소재지)가 세워져 있으니 한번쯤 살펴보고 난 뒤에 산행을 나서볼 일이다. 들머리 근처에 세워진 또 다른 이정표가 이곳에서 정상까지의 거리가 2.6Km임을 알려주고 있다.

 

 

 

어상천의 특산품은 수박과 고추로 알려져 있다. 거기다 하나 더한다면 마늘이 아닐까 싶다. 10여 년 전에 이곳에서 우체국장으로 재직했던 후배가 특산품이라며 위의 세 가지를 보내주었으니 틀림없을 것이다. 이는 이 지역이 석회암 지대인데다 중성에 가까운 약산성의 토양(土壤), 그리고 밤낮의 큰 일교차(日較差) 등 최상품의 농산물을 생산하는데 꼭 필요한 조건을 두루 갖추고 있기 때문이란다. 특히 어상천수박은 씨가 적다는 장점 말고도 당도(糖度)가 다른 곳에 비해 월등히 높다고 알려져 있다. 또한 껍질이 얇음에도 불구하고 오래 보관하여도 쉬 상하지 않는단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려는 듯이 단산중학교 앞의 로터리에 수박 조형물이 세워놓았다.

 

 

임도를 따라 들어가면 4분쯤 후 길이 두 갈래로 나뉜다. 이정표(삼태산 정상/ 어상천면 소재지)가 지시하는 대로 왼편으로 진행한다. 이어서 1분쯤 후에 만나는 또 다른 갈림길에서는 오른편 오솔길로 들어선다.

 

 

 

오솔길로 들어서기 직전에 뒤돌아본 풍경, 어상천면의 소재지가 들어선 곳이지만 들녘이라곤 찾아볼 수 없다. 계곡으로 인해 생겨난 넓지 않은 땅을 붙여먹고 살아가는 모양새이다. 그만큼 이곳 어상천면이 산골이라는 증거일 것이다.

 

 

오솔길로 들어서면 곧이어 시멘트로 포장된 널따란 공터가 나온다. 산으로 향하는 방향에 세워진 이정표(삼태산 정상 2.3Km/ 단산중고교 300m)에 적혀 있는 이름표로 미루어보아 체육공원으로 조성하려 했던 모양인데 아직까지는 텅 빈 상태로 남아있다.

 

 

공터를 지나면 또 다른 공터가 나온다. 널따란 것이 조금 전의 공터와 거의 비슷하지만 이번 것은 포장이 되지 않은 잔디밭 상태이다. 이곳 역시 체육공원으로 조성하려다 만 모양이다.

 

 

두 번째 공터를 지나면 이번에는 나무계단이 나타난다. 여기까지 오는 동안 여러 번에 걸쳐 상황 설명을 한 탓에 거리가 먼 것으로 오해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들머리에서 이곳까지는 겨우 10분이면 충분한 거리이다. 그건 그렇고 계단을 올라서면 제법 너른 오솔길로 이어진다. 허나 길의 상태는 엉망이다. 길은 넓지만 온통 칡넝쿨과 웃자란 잡초(雜草)들이 길을 점령해버린 탓이다.

 

 

잠시 후 갈림길(이정표 : 삼태산 정상 2.1Km/ 어상천면 소재지 400m)이 나타난다. 왼편은 어상천면소재지에서 올라오는 길이란다. 그렇다면 우리가 지나온 길 말고도 면소재지에서 올라오는 또 다른 길이 있었던 모양이다. 우리도 역시 면소재지에서 올라왔으니까 말이다.

 

 

갈림길을 지나 작은 봉우리 하나를 넘는다. 고개를 넘다보면 오른편으로 조망(眺望)이 트인다. 아까 산행 초기에 보았던 어상천 방향이다. 아까보다 고도(高度)를 높인 탓인지 조금 더 넓게 시야(視野)가 열리지만 좁디좁은 협곡(峽谷) 안에 들어선 마을이란 느낌에는 변화를 주지 못한다.

 

 

봉우리를 넘어 임도(林道)로 내려선다. 산행을 시작한지 20분 만이다. 널따란 임도에는 운동기구 몇 가지와 벤치를 놓아 쉼터를 겸하도록 해 놓았다. 산행안내도와 이정표를 세워 등산객들을 배려했음은 물론이다. 사실 이곳까지 오는 동안에는 여러 곳에서 길이 헷갈릴 수도 있었다. 그러나 그런 곳에는 어김없이 이정표를 세워놓아 등산객들을 배려하고 있었다.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이곳까지 찾아올 수 있었던 이유이다. 그런 배려는 이곳 임도에서 특히 돋보인다. 임도에 내려서는 곳(이정표 : 삼태산 정상 1.7Km/ 어상천 소재지 900m) 하나로는 모자란다고 생각되었던지 건너편의 들머리에까지 이정표(용바위골 290m/ 단산중고교 900m)를 세워놓은 것이다.

 

 

임도를 가로질러 맞은편 산자락으로 들어선다. 산길은 용바위골이라는 골짜기를 따라 나있다. 어엿한 이름까지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골짜기에는 물기 한 점 보이지 않다. 우기(雨期)가 지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도 저렇게 물기가 말라있는 것으로 보아 전형적인 건천(乾川)인 모양이다. 골짜기를 따라 잠시 올라가면 용암정(龍岩亭)’이라는 반듯하게 지어진 이층짜리 정자가 나온다. 하지만 아쉽게도 골짜기에 물이 흐르지 않아 그 풍취(風趣)를 반감시키고 있다. 정자 앞 이정표(용바위골 : 삼태산 정상 1.4Km/ 단산중고교 1.2Km)

 

 

 

 

정자의 아래는 바위로 이루어져 있다. 누군가의 글에 의하면 그 바위에 새겨진 모양이 승천하는 용()을 빼다 닮았다고 해서 용바위(龍岩)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고 했다. 그러나 내 눈에 들어온 용바위는 이름에 걸맞지 않게 작고 초라했다. 그 형상을 찾아보고 말 것도 없이 자리를 떠버린 이유이다. 그러나 아무리 초라해도 이름이 없는 것 보다는 있는 것이 훨씬 나을 게다. 그래야 사람들이 사진이라도 한 컷 촬영하고 지나갈 테고, 이는 아래의 사진이 붙어 있는 내 산행기가 증명한다 할 것이다.

 

 

정자를 지나면서 가파른 오르막길이 시작된다. 통나무계단을 놓아 조금이라도 수월하게 오를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지만 그 가파름 이겨낸다는 것은 애초부터 언감생심(焉敢生心)이라 할 것이다. 그만큼 가파르다는 얘기이다. 거기다 그 오르막길은 길기까지 하다. 해발이 채 900m도 되지 않는다고 만만하게 보았다가 된통 당하는 순간이다. 이 고통이 빨리 끝나주기만 빌어본다. 그러나 그 버거운 싸움은 시작에 불과했다.

 

 

12~13분 정도를 힘겹게 오르면 드디어 능선에 올라서게 된다. 능선에는 이정표(삼태산 정상/ 어상천면소재지) 외에도 벤치를 놓아두었다. 올라오느라 고생했으니 잠시 숨이라도 고르고 가라는 배려인 모양이다. 어떤 사람들은 이곳에서 영춘지맥과 만난다고 했다. 이 능선이 영춘지맥이라는 것이다. 참고로 영춘지맥(寧春支脈)이란 영월지맥과 춘천지맥을 합한 것을 일컫는다. 즉 한강기맥 상의 청량봉(1,052m)에서 북쪽으로 분기한 산줄기가 하뱃재로 고도(高度)를 낮추다가 다시 솟구쳐 응봉산(1,103 m)과 백암산(1,099m), 소뿔산(1,118m), 가리산(1,051), 대룡산(899m), 봉화산(515m), 새덕봉(488m)을 거쳐 춘천의 경강역 뒤편 북한강에서 그 맥을 다하는 약 125km의 춘천지맥에다 영월지맥을 합친 것이라는 얘기이다. 영월지맥은 한강기맥 상에 있는 삼계봉(1,065m)에서 남동쪽으로 분기한 산줄기가 태기산(1,261m), 덕고산(705m), 치악산(1,288m), 감악산(954m), 삼태산(876m), 태화산(1,027m)을 거쳐 남한강에서 가라앉는 약 136km의 산줄기이다. 영춘지맥은 지맥중에서 가장 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웬만한 산들은 능선에 올라서고 난 후에는 그 기세(氣勢)를 누그러뜨리는 게 보통이다. 그러나 삼태산은 그런 편견(偏見)을 깨버리고 싶었던 모양이다. 그 무지막지한 가파름을 조금도 변화시키지 않는 것을 보면 말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길가에다 로프로 난간을 만들어두었다는 점이다. 정 힘이 부칠 때는 붙잡고 오를 수 있도록 말이다.

 

 

가파름과의 사투(死鬪)는 끝도 없이 이어진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중간에 잠깐씩이나마 숨 돌릴 틈을 준다는 점이다. 가파른 오르막길을 짧게는 5분에서 길게는 10분 정도 치고 오르면 각 정점(頂點)에 올라서게 되고, 이때 1~2분 정도씩 완만하게 변하는 것이다. 마치 또 다시 만나게 될 가파른 오르막길을 대비라도 하라는 듯이 말이다.

 

 

 

그렇게 30분 조금 넘게 힘겨운 싸움을 하다보면 갑자기 오른편으로 시야(視野)가 툭 트인다. ‘절벽이니 추락을 주의하라는 경고판의 기능까지 겸하고 있는 이정표(삼태산 400m)가 알려주는 대로 오른편이 절벽이다. 시야가 막히지 않는 이유이다. 전망대에 서면 삼태산보다도 훨씬 높은 산들이 숲을 이루고 있다. 연무(煙霧) 때문에 희미해서 구분이 잘 안되지만 어쩌면 박지산과 태화산, 그리고 소백산이 아닐까 싶다. 이런 조망은 잠시 후(이정표 : 어산천소재지 2.2Km)에 또 한 번 펼쳐진다.

 

 

 

전망대를 지나면서 산길은 능선을 버리고 산의 사면(斜面)을 따라 우회로(迂廻路)를 만든다. 능선으로 길을 내기가 버거웠던 모양이다. 그렇다고 길이 편해진 것은 결코 아니다. 길가에 위험표지판이 내걸려 있을 정도로 사면은 거의 비탈에 가깝다. 거기다 가파름도 여전하다. 그러나 찾아온 시기가 눈이 쌓여있는 겨울철만 아니라면 걱정할 필요까지는 없을 것 같다. 안전로프가 매어져 있기 때문에 조금만 조심한다면 별다른 어려움 없이 통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위험지역을 지나서도 오르막길은 계속된다. 거기다 가파른 기세(氣勢)를 조금도 누그러뜨리지 않은 채로이다. 중간에 그 기세가 약간 누그러진 곳에서 별 의미 없는 이정표(삼태산 정상 450m/ 용바위골 1.0Km)를 만난 뒤, 다시 한 번 가파른 오르막길을 치고 오르면 누에머리봉 직전의 안부에 올라서게 된다. ‘물푸레나무 군락지라는 이름표를 달고 있는 이정표(누에머리봉/ 삼태산 정상/ 용바위골 1Km)가 세워진 이곳 삼거리에서 누에머리봉 정상은 왼편으로 10m쯤 떨어져 있다. 전망대에서 누에머리봉까지는 30, 산행 들머리에서는 1시간35분이 걸렸다.

 

 

누에머리봉은 조망(眺望)이 막혀있어 갑갑하다는 느낌이다. 그리고 많이 어수선하다는 느낌 또한 지울 수가 없다. 정상석이 세 개나 세워져 있는가하면 그것으로도 부족하다고 생각되었는지 나무에다 정상판까지 매달아 놓았다. 다른 한쪽에는 신윤호라는 사람이 지었다는 만추(晩秋)’라는 시가 적혀있는 시판(詩板)도 매달려 있다. 이정표(고수골 1.7Km/ 삼태산 875.8m)국가지점번호(라사 7684 0387)’ 표지판이 빠졌을 리가 없다. 그것뿐만이 아니다. 정상에는 원형의 식탁을 두 개나 놓아두었다. 1천 미터에 가까운 산의 정상이라기보다는 차라리 동네 뒷산의 느낌이 강하게 드는 이유이다. 그런데 이곳에서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하나 있다. 세 개나 되는 정상석도 모자라 정상판까지 하나 더 만들었지만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된 것이 없다는 것이다. 이곳은 분명 누에머리봉인데도 모두가 다 삼태산으로 표기하고 있는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누군가 가운데 정상석의 앞면에다 삼태산 누에머리봉 정상 864.2m’라고 적은 코팅지를 붙여 놓았다는 점이다. 참고로 누에머리봉은 누에처럼 생긴 삼태산의 머리 부분에 해당한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란다.

 

 

 

 

삼태산으로 향한다. 아까의 안부삼거리에서 오른편 능선을 따르면 된다. 능선을 따라 난 길은 작은 오르내림을 반복하면서 이어진다. 7~8분쯤 걸었을까 주변 나무들을 둥그렇게 줄로 연결시켜 놓은 것이 보인다. 그 안에는 동굴 하나가 시커멓게 아가리를 벌리고 있다. 일부 지도(地圖)수직굴로 표기된 곳인데 사람들이 빠지지 않도록 금()줄을 쳐놓은 모양이다. 밖에서 보면 그 입구가 좁지만 고수골에 위치한 일광굴과 서로 통한다는 이야기도 있으니 참조할 일이다.

 

 

 

 

 

수직굴에서 6~7분 정도를 더 진행하면 삼태산 정상이다. 10평 남짓한 공터로 이루어진 정상엔 정상표지석은 보이지 않고 대신 이정표(방산미 1.2Km/ 누에머리봉 300m)와 삼각점(영월 24, 1995 재설)이 이곳이 정상임을 알려주고 있다. 하긴 그마저도 이곳이 어느 산의 정상이라는 것을 빼먹은 채 그저 정상이라고만 표기했을 뿐이지만 말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서래야 박건석선생께서 이정표에다 삼태산 875.8m'이라고 적은 코팅지를 매달아 놓았다는 점이다. 덕분에 인증사진을 찍을 수 있었으니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산행 초반에 이야기 했던 영춘지맥은 이곳에서 올라왔던 방향의 반대편 능선으로 연결된다. 그러나 이정표에는 나타나있지 않으니 종주를 하는 사람들에게는 주의가 필요한 지점이다. 그쪽 방향으로 글씨가 적혀있지 않은 판자(板子)가 대어져 있으니 참조하면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각설하고 삼태산 정상도 누에머리봉과 마찬가지로 조망은 트이지 않는다. 주변이 짙은 숲으로 둘러싸여 있기 때문이다. 참고로 삼태산이라는 이름은 산의 생김새가 마치 큰 삼태기 세 개를 엎어 놓은 것 같이 생겼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누에머리봉으로 되돌아와 이번에는 고수골 방향으로 하산을 시작한다. 삼태산 정상을 다녀오는 데는 30분 정도가 걸렸다. 하산은 이정표가 지시하고 있는 방향으로 내려가면 된다. 완만하게 시작되는 내리막길이다. 길이 편해서인지 주변 풍광이 눈에 들어온다. 아니 어쩌면 그 풍광이 독특했기 때문일 것이다. 정상근처에서 만났던 이정표에는 이곳이 물푸레나무 군락지라고 적혀있었다. 이 부근에 물푸레나무가 몰려 자라고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 외에 눈에 띄는 나무는 참나무가 대부분이다. 그런데 고수골로 내려가는 능선에다 주목(朱木)나무를 심어 놓은 것이다. 그것도 한두 그루가 아니기에 특이하게 보였던 모양이다.

 

 

주목나무 식재(植栽)구역을 지나면서 산길은 가팔라진다. 그 가파름은 아까 용바윗골에서 올라올 때보다 더했으면 더했지 못하지 않다. 산길은 그 가파름이 부담스러웠던지 길가에다 안전로프를 매달아 놓았다. 그리고 그 로프는 끝도 없이 이어진다. 앞서가는 집사람의 표정은 이미 사색(死色)으로 변해있다. 내려서는 코스 자체를 부담스러워하는 집사람이기에 이런 내리막길은 엄청난 부담으로 다가왔을 것이 틀림없다.

 

 

무려 20분 가까이를 사정없이 떨어지던 내리막길은 어느 지점에서 잠깐 숨을 고른다. 그러나 얼마 가지 않아 낙엽송 숲을 만나면서 또 다시 가파르게 변해버린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통나무로 계단을 만들어 미끄러움을 방지했다는 점이다. 그렇게 10분 남짓 더 내려서면 임도(이정표 : 고수골 400m/ 삼태산 정상 1.5Km)에 이른다.

 

 

 

임도에 내려선 다음에는 왼편으로 방향을 틀어 100m 남짓 걷다가 이번에는 오른편 오솔길로 내려선다. 들머리에 이정표(고수골 300m/ 등산로)가 세워져 있으니 참조하면 된다.

 

 

오솔길로 내려선 후에는 산길이 고와진다. 이곳까지 오는 동안 급경사(急傾斜) 내리막길에서 고생했던 것에 대한 보상이라도 주려는 모양이다. 이어서 잠시 후에는 이정표(이정표 : 임현리/ 일광굴/ 삼태산)가 있는 삼거리, 이곳에서 오른편으로 진행할 경우 일광굴(日光窟)이 나온다. 그런데 앞서가던 집사람이 비명을 지르더니 쏜살같이 도망을 쳐 나오는 게 아닌가. 아무래도 벌집을 건드렸나보다. 영문도 모른 나도 망설이지 않고 함께 도망을 치고 본다. 이런 걸 두고 일심동체(一心同體)’부창부수(夫唱婦隨)’라고 하는 게 아닐까? 비록 집사람만 땅벌에 쏘였지만 말이다. 참고로 일광굴은 삼태산 허리에 있는 석회암 자연동굴로 길이는 1에 이른다. 입구에서 50~60m 정도 들어가면 종유석이 흘러내려 돌고개를 이루고, 조금 더 들어가면 돔형의 광장이 있다. 광장에서 위를 바라보면 구멍이 뚫린 천장에서 한 줄기 빛이 쏟아져 장관을 이루는데, 일광굴이라는 명칭은 여기서 유래하였다고 한다. 또 동굴 안에는 높이 6m의 석판에 바둑판이 그려져 있는데, 옛날에 신선들이 바둑을 두며 놀던 곳이라는 전설이 깃들어 있다. 한편 일광굴은 죽령폭포와 칠성암(七星岩), 북벽(北壁), 구봉팔문(九峰八門), 금수산(錦繡山), 온달성(溫達城) 그리고 고수동굴(古藪洞窟)과 함께 2 단양팔경의 하나로 꼽히는데, 낙석(落石)의 위험이 있어 현재는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삼거리에서는 망설이지 않고 곧장 임현리 방향으로 내려선다. 같이 산행을 하고 있는 마음을 다스리는 산행의 저자 이석암선생으로부터 일광굴이 폐쇄(閉鎖)되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임현리 쪽으로 방향을 틀자마자 널따란 공터가 나타난다. 지금은 비록 칡넝쿨로 둘러싸여 황폐해졌지만 일광굴이 본격적으로 관광객을 맞을 경우 주차장으로 사용하면 딱 좋겠다. 아니 처음부터 그런 용도로 만들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공터를 지나면서 산길은 가파른 내리막길로 변한다. 산길은 그 가파름을 배겨내지 못하고 왔다갔다 갈지()자를 그리며 아래로 향한다. 그런데 그 다음이 문제다. 가파른 내리막길이 끝날 즈음 산길의 흔적이 희미해져 버린 것이다. 좌우를 두리번거리는데 바닥에 깔린 선두대장의 방향표시지가 오른편으로 진행할 것을 지시하고 있다. 머리는 왼편으로 가라고 조르지만 어쩌겠는가. 선두대장을 믿어보기로 한다. 물론 길은 보이지 않는다. 그저 앞서간 이들의 흔적을 따를 뿐이다. 다행이도 잠시 후 정상에서 내려오는 정규 등산로(이정표 : 삼태산 정상 2.2Km)를 만나게 되고, 이어서 또 다른 갈림길(이정표 : 일광굴 0.2Km/ 삼태산 정상 2.4Km)에 이른다. 오른편에 보이는 길은 일광굴로 올라가는 길이다. 임도에서 이곳 삼거리까지는 20분 정도가 걸렸다.

 

 

 

일광굴을 밖에서나마 보고 올까 하다가 그냥 발길을 돌린다. 오랫동안 사람들이 다니지 않은 탓에 길이 없어져 버리다시피 했기 때문이다. 임현리로 방향을 잡고 내려가면 금방 천인사에 이르게 된다. 누가 언제 어떤 사연으로 지었는지도 알 수 없는 조그만 사찰인 천인사는 텅 비어있다. 새로 지으려고 철거중이란다. 한쪽 귀퉁이에서 절간을 지키고 있는 불상(佛像) 앞에서 약수로 목만 축이고 곧바로 절은 나선다.

 

 

천인사를 빠져나오면 곧이어 작은 골짜기를 만나게 된다. 냉큼 내려서고 본다. 산에서 흘렸던 땀을 씻고 가기에는 충분할 정도의 물이 흐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팬티 바람으로 물속에 앉아보지만 채 1분을 버티지 못하고 빠져나오고 만다. 얼음물에 뒤지지 않을 정도로 물이 차가웠던 탓이다.

 

 

산행날머리는 임현리(어상천면) 앞 도로

새 옷으로 갈아입고 내려오면 동네 안길, 아니 아까 지나왔던 천인사에서 동네까지가 100미터가 채 되지 않으니 장소를 구분하는 것에 의미를 둘 필요는 없겠다. 아무튼 동네에 들어서면 우물이 하나 보인다. 지붕까지 씌워 놓았지만 식수로 사용하지는 않는 모양이다. 땀을 씻고 가도 문제될 게 없어 보인다는 얘기이다. 아니나 다를까 함께 산행을 한 일행들이 땀을 씻고 있다. 좀 난감한 상황까지 연출되고 있으나 그들끼리의 놀이이니 문제될 게 뭐 있겠는가. 아무튼 우물에서 50미터 정도만 더 걸어 나가면 주차장처럼 널따란 도로에 이르게 되면서 오늘 산행이 종료된다. 오늘 산행은 총 3시간30분 정도가 걸렸다. 간식과 목욕을 위해 중간에서 쉬었던 시간을 감안한다면 3시간10분 정도가 걸린 셈이다.

 

도로에서 바라본 삼태산의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