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지 : 두웅습지(濕地) 및 신두리 해안사구(海岸砂丘)
여행일 : ‘14. 6. 7(토)
소 재 지 : 충남 태안군 원북면 신두리
함께한 산악회 : 좋은 사람들
특징 : 두응습지(濕地)와 신두리 사구(砂丘)는 서로 인근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한꺼번에 둘러보는 게 좋다. 그냥 지나치기에는 어느 곳 하나 서운하지 않은 곳이 없기 때문이다. 다양한 식생을 보여주는 두웅습지는 ‘람사르습지’로 등록된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자연습지이고, 바람이 만들어낸 모래언덕인 신두리 사구는 천연기념물 제431호로 지정되었을 정도이니 어찌 하나라도 빼먹을 수 있겠는가.
▼ 관리사무소 앞 주차장에 도착하면 의외의 풍경에 다들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그런데 그 놀라운 표정들이 실망감을 가득 안고 있다는 게 문제다. **)‘람사르습지(Ramsar wetlands)’라는 거창한 이름에 잔뜩 기대를 하고 찾아왔는데, 막상 도착하고 보니 그 규모가 너무 왜소(矮小)하기 때문일 것이다. 웬만한 동네 저수지들보다 더 작은 저수지를 보고 실망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면 차라리 그것이 더 이상하다 할 것이다.
(**)람사르습지는 ‘물새 서식지로서 중요한 습지 보호에 관한 협약’인 람사르협약(Ramsar Convention)이 만들어낸 귀한 산물이다. 람사르습지가 물새 및 생물종 다양성을 위해 람사르협약에 근거해서 등록·지정 보호하는 습지를 말하기 때문이다. 1971년 이란의 해안도시인 람사르 회의에서 채택되었기에 람사르협약이라 부른다. 참고로 우리나라는 1997년 람사르협약에 가입한 이래 인제 대암산 용늪을 시작으로 2012년 말 현재까지 창녕 우포늪, 울주 무제치늪, 신안 장도습지, 태안 두웅습지, 제주 물영아리오름, 전남 무안갯벌, 순천만·보성갯벌, 강화도 초지리 매화마름군락지, 오대산 질뫼늪·소황병산늪·조개동늪, 제주 물장오리오름, 충남 서천갯벌, 한라산 1100고지 습지, 고창·부안갯벌, 제주 동백동산습지, 고창 운곡습지, 신안 증도갯벌, 그리고 2012년 등록한 서울 한강 밤섬 등 모두 18곳의 습지를 등록해 보호하고 있다.
▼ 두웅습지에서 자생(自生)하고 있는 동식물 중에서 자랑거리는 아마 금개구리(金蛙)인 것 같다. 공중화장실까지 ‘황금빛 개구리’ 모형으로 만든 것을 보면 말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공중화장실은 문이 굳게 닫혀있었다. 고장이 났다는 것이다. 이곳의 주요 고객은 어린이들이라고 알고 있다. 비상시 대응이 서툰 어린이들이 당황해 하는 광경이 연상되면서 갑자기 입맛이 씁쓸해진다.
▼ 습지(濕地 : 늪)는 다양한 생물들이 더불어 살아가는 공간이다. 자연(自然)은 사람이 손대지 않을 경우에는 생물들이 모여들어 ‘스스로 그렇게 되는(自然)’ 생명의 땅으로 자연스레 변한다. 이러한 생명의 땅들 중에서 국제적으로 중요한 가치를 지닌 습지들은 ‘람사르습지’에 등록돼, 보전되고 있다. 두웅습지도 그중의 하나이다. 두웅습지는 사막 지형으로 이름난 신두리사구(砂丘 : 태안군 소재)의 해안(海岸) 가까이 형성된 ‘사구배후습지’다. 굴곡 심한 해안의 앞쪽에 모래가 쌓이면서 사구지대와 내륙 산지 사이에 민물이 고이면서 형성된 습지다. 약 4500~7000년 전에 만들어진 것으로 오랜 역사를 갖고 있으나 그 규모는 작다. 길이 200m에 폭 100m가량의 자그마한 저수지에 불과한 것이다. 그러나 이곳에서 살아가고 있는 생물들은 다양하다. 식물 311종, 육상곤충 110종, 어류와 양서류 20여종이 살고 있는데, 금개구리·표범장지뱀 등 희귀종도 다수 포함돼 있다고 한다.
▼ 습지(濕地)와의 경계선인 목책(木柵) 앞에 왠 통이 하나 보인다. 그리고 그 안에는 올챙이들이 들어있다. 그런데 실망스럽게도 그 안에 들어있는 올챙이는 금개구리가 아니고 황소개구리(bullfrog)란다. 북아메리카의 동부지방이 원산지인 황소개구리는 70년대에 식용(食用)으로 우리나라에 들어왔다. 들어오는 과정이 물론 ‘식량 자급자족’이었다지만, 그 이면에는 남성들의 보신용(保身用)이 아니었을까 싶다. 그러나 막상 들어와 보니 생각보다는 잘 팔리지 않았던가 보다. 그래서 주변에 방생(放生)해버리는 사례가 늘기 시작했고, 그 개구리들이 이제는 사회문제화가 되고 있다. 자연생태계(自然生態界) 파괴의 주범(主犯)으로 전락해버렸기 때문이다. 왜 하필이면 이런 애물단지를 전시해 놓았을까. 토종(土鐘)도 아닌 외래종(外來種)을, 그것도 설명 한마디 없이 말이다.
▼ 두웅습지는 자그마한 규모에도 불구하고 찾는 사람들은 많은 편이다. 비교적 접근이 쉽다는 게 가장 중요한 이유일 것이다. 그 외에 또 다른 이유를 들어보라면 신두리사구를 꼽고 싶다. 신두리해수욕장 근처에 위치하고 있는 사구(濕地)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있으면서도 우이도에 있는 풍성사구와는 달리 일반인의 출입을 허용하고 있다. 해수욕장이나 사구를 찾아온 사람들이 이곳 두웅습지까지 둘러보는 것이다. 두웅습지에서 사구까지는 서서히 걸어도 넉넉잡아 15분이면 충분하기 때문이다.
▼ 잠시 나무데크를 따라 걸으며 다양한 동식물들을 관찰할 수 있다. 요즘 볼거리는 늪을 수려하게 장식하고 있는 수련들이다. 붕어마름과 애기마름이 깔린 늪 일부를 수련들이 메우고 있다.
▼ 두웅습지를 둘러보는 데는 30분이면 충분하다. 만일 곳곳에 세워진 설명판까지 꼼꼼하게 읽어보는 수고를 덜겠다면 그 절반만 투자해도 넉넉할 것이다. 이곳 두웅습지에서 다음에 답사(踏査)하려고 하는 신두리사구(濕地)까지는 차량으로 이동하면 된다. 그러나 이럴 경우에는 관람을 먼저 끝낸 사람들에게 문제가 생긴다. 서서히 돌고 있는 사람들이 관람을 끝낼 때까지의 시간을 때울 마땅한 소일거리가 근처에 없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에는 그냥 걸어서 신두리사구로 이동하면 된다. 15분 정도의 거리에 위치한 사구까지는 임도(林道)로 연결되어 있고, 중간에 이정표가 세워져 있어서 혼자서도 어렵지 않게 찾아갈 수가 있기 때문이다.
▼ 신두리해안사구로 가는 길은 의외로 단순하다. 그냥 임도만 따라서 가기만 하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주의해해야 할 곳도 있다. 7~8분쯤 걸으면 만나게 되는 첫 번째 이정표(신두리사구 0.7Km/ 두웅습지 0.8Km)에서 이정표를 무시하고 왼편으로 접어들라는 얘기이다. 이정표가 지시하는 대로 곧장 진행해도 되지만 이럴 경우 조금 더 멀게 돌아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기 때문이다. 왼편으로 접어들어 100m쯤 진행하면 다시 삼거리가 나온다. 오른편은 아까 이정표(이정표 : 신두리사구 0.5Km/ 두웅습지 1.0Km)가 지시했던 길이 돌아서 오는 길이다. 삼거리에서 사구는 금방이다. 몇 발자국 걸은 것 같지도 않은데 저만큼 앞에 황량한 모래언덕이 그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 사구의 들머리에는 커다란 빗돌이 세워져 ‘포토 죤 (photo-zone)’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공식명칭은 ‘태안 신두리 해안사구’ 천연기념물 제431호로 지정되었단다. 사구 옆으로 만들어 놓은 길을 따라 들어가면서 해안사구(海岸砂丘)의 투어(tour)가 시작된다. 길은 사구를 보호하려는 차원에서 만든 모양인데, 사구를 보호하려면 일반인들의 출입을 제한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지 않을까 싶다. 얼마 전에 다녀온 신안 우이도의 풍성사구처럼 말이다. 사구의 하단에 이르면 웅장한 모래언덕이 한눈에 들어온다. 모래언덕엔 어김없이 ‘바람의 땅’이라는 사실을 증명이라도 하듯 고운 물결무늬가 새겨져 있다. 인간의 족적 따위는 하룻밤 사이에 흔적도 없이 지워버리는 마법의 땅이라고나 할까.
▼ 신두리 해안사구는 ‘바람의 땅’이다. 서해를 건너온 매서운 바닷바람이 파도에 밀려온 고운 모래를 육지로 실어 나른다. 무너지면 쌓고 또 무너지면 쌓고, 그래서 바람이 불 때마다 지형이 바뀐다. ‘티끌 모아 태산’이란 속담(俗談)이 있다. 바로 이곳을 두고 한말이 아닐까 싶다. 오랜 세월동안 한줌씩 쌓아온 모래들이 이정도로 어마어마한 모래언덕으로 거듭났으니 이보다 더 위의 속담을 만족시킬 수 있는 사례는 아마 찾을 수 없을 것이다. 참고로 신두리 해안은 겨울철 시베리아에서 불어오는 북서계절풍의 영향을 크게 받는 곳이다. 먼저 파도에 의해 운반된 모래가 신두리 해변에 쌓여 사빈으로 불리는 모래해안이 형성된다. 사빈의 밀가루처럼 고운 모래는 겨울철 초속 17m가 넘는 강한 바람에 날려가다 모래언덕을 만든다. 그렇게 쌓이고 날아오고 또 쌓이고 날아오기를 1만5000년, 그 결과로 태어난 것이 모래언덕 즉 사구(砂丘)인 것이다.
▼ 사구는 잘 그린 그림이다. 그런데 그 그림은 우리가 일상에서 보아오던 동양화(東洋畵)가 아닌 서양화(西洋畵), 그래서 그 풍경은 더 이색적(異色的)으로 나타난다. 푸른 하늘과 맞닿은 황금빛 모래언덕의 능선은 청과 적의 경계가 된다. 그 경계선(境界線) 위에 떠도는 행글라이더(hang-glider)들이 황금빛 모래사장과 어우러지면 풍경화(風景畵)를 그려내고 있는 것이다.
▼ 모래언덕을 걷다보니 어디선가 깔깔거리는 웃음소리가 들려온다. 궁금해서 찾아가보니 해안의 반대편 모래언덕은 온통 아이들 차지하고 있다. 썰매를 타고 내려가는 아이나, 모래언덕 위로 낑낑거리며 올라오는 아이, 너나 할 것 없이 모두의 표정에는 행복과 만족의 표정들로 넘쳐난다. 아까 들려오던 웃음소리는 그 표정들이 밖으로 표출해내는 함성이었던 것이다. 한참을 구경하다 발걸음을 돌리는데 저만큼 능선 위를 걷는 연인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그들의 손에 끌려가는 것은 아마 썰매일 것이다.
▼ 더 멀리 나가봐야 특별한 게 없을 것 같고, 마침 시장기까지 느껴지기에 사구(砂丘)를 벗어난다. 입구에 있는 매점에 들러 컵라면이라도 하나 사먹기 위해서이다. 사구를 빠져나오는데 이색적(異色的)인 풍경이 하나 눈에 띈다. 온통 황금빛으로 빛나는 모래사장에, 마치 사막의 오아시스처럼 녹색의 물결이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비록 작은 규모이지만 말이다. 가까이 다가가보면 아름답게 피어난 해당화 꽃들이 반갑게 길손을 맞는다. 바람에 날려 온 해당화 씨앗이 척박한 모래땅에 뿌리를 내리면서 새로운 생명의 땅으로 거듭난 것이다. 해당화 꽃에 취해 나도 몰래 흥얼거리는데, 그 소리는 아마 ‘섬마을 선생님’이란 노래일 것이다.
▼ 신두리사구를 ‘한국의 사막’으로 부르는 사람들도 있다. 그만큼 규모가 광활(廣闊)하다는 이야기일 것이다. 길이 3.4㎞에 폭이 500m∼1.3㎞에 이르는데, 이는 서울 여의도보다 조금 더 넓다(98만㎡)고 보면 된다. 그러나 이 사구는 보존에 문제가 있었다. 1990년대까지는 군사지역으로 묶인 덕분에 비교적 원형이 잘 보전되었으나, 이후 사유지를 중심으로 숙박시설이 하나 둘 들어서면서 훼손의 길을 걷기 시작됐다. 급기야 개발이 안 된 북쪽 지역이 2001년 11월 30일에 천연기념물 제431호로 지정돼 오늘에 이르고 있다. 만일 처음부터 관리를 잘 했더라면 지금보다 훨씬 더 멋진 모습을 우리에게 보여주지 않았을까 싶다.
▼ 사구(砂丘)를 빠져나오면 왼편에 ‘신두리사구센터’가 보인다. 센터는 일종의 박물관(博物館)인 셈이니 시간이 있다면 한번쯤 들어가 보는 것도 괜찮을 것이다. 신두리사구를 살리기 위해 해온 노력들과 사구의 생성(生成)과 진화(進化)에 관한 역사들이 진열되어 있고, 사구와 관련된 각종 체험공간(體驗空間)이 마련되어 있어서 사구를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센터의 왼편에 보이는 이국적인 풍경의 건물들은 리조트(resort)와 펜션(pension)들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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