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뿔산(1,118m)

 

산행일 : ‘14. 9. 6()

소재지 : 강원도 홍천군 내촌면·두촌면과 인제군 남면의 경계

산행코스 : 청정조각공원휴게소가마봉신흥동안부달음재갈림길범의터갈림길소뿔바위소뿔산통신기지군용도로갑둔리오층석탑갈림길446번 지방도(산행시간 : 5시간 30)

함께한 산악회 : 안전산산악회

 

특징 : ‘해도 해도 너무하다소뿔산을 표현할 때 이보다 더 나은 말이 있을까 싶다. 산이 험하다는 얘기가 아니다. 전형적인 육산(肉山)이니 위험한 곳이 있을 리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너무하다는 표현을 쓰는 것은 오르는 사람들을 너무나 고생시키기 때문에 하는 말이다. 우선 능선에는 봉우리들이 너무 많다. 큰 봉우리에서 다음의 큰 봉우리로 가는 중간에도 수많은 봉우리들을 오르내려야 한다. 그런데 그 봉우리들 사이의 골이 하나 같이 깊다는 것이 문제이다. 때문에 엄청나게 힘이 들 수밖에 없다. 어느 정도 오르고 난 후부터는 오르내림이 그다지 크지 않은 능선으로 연결되는 보통의 산들과는 확연히 다른 점이다. 때문에 12.1Km라는 그다지 길지 않은 거리를 완주하는데 6시간 가까이나 걸렸다. 아무튼 정맥이나 지맥을 하는 사람들이 아니라면 구태여 찾아볼 필요가 없을 듯 싶다(사실 소뿔산은 영춘지맥의 일부구간이다). 고생만 죽어라고 했지 볼거리라곤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전형적인 흙산의 특징이다.

산행들머리는 청정조각공원휴게소(인제군 남면 어론리)

춘천-동홍천고속도로 동홍천 I.C에서 내려와 44번 국도(國道)를 따라 인제방향으로 달리다보면 홍천군과 인제군의 경계를 이루는 고갯마루인 건니고개에 이르게 된다. 건니고개에는 커다란 휴게소가 하나 있다. 남성의 성기(性器)를 해학적(諧謔的)으로 표현한 작품들을 전시해 놓은 것으로 유명한 청정조각공원휴게소이다.

 

 

 

휴게소에는 다산(多産)과 풍요(豊饒)를 기원하는 상징적 의미를 담고 있는 남근상(男根像)들 외에도 각양각색의 장승들을 세워 놓았다. 장승은 마을의 이정표와 수호신(守護神)이라는 상징적 의미를 갖는다. 샤머니즘(shamanism) 문화에 깊은 뿌리를 두고 있는 장승은 200년 이상의 역사를 갖고 있다. 영생(永生)을 의미하는 장생불사(長生不死)의 도사상(道思想)에서 따온 장승이란 이름은 현대에 와서도 다양한 이름과 모습으로 전국에 산재해 있다. 각 지방의 향토색(鄕土色)을 더하면서 말이다. 참고로 이곳 조각공원에 전시된 작품들은 화양 고명규화가가 제작한 것들이란다.

 

 

휴게소로 들어오는 진입로 입구에서 오른편 언덕을 치고 오르면서 산행이 시작된다. 산자락으로 들어서자마자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군인(軍人)들이 파놓은 참호(塹壕)이다. 그것도 한두 곳이 아니고 여러 개가 있는 것을 보면 이곳이 군사적(軍事的)으로 꽤나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나 보다. 아니나 다를까 근처에 불법출입이나 시설물을 훼손할 때에는 법()에 의해 처벌하겠다는 서슬 시퍼런 경고판(警告板)까지 세워져 있다. 경고판을 세운 주체는 과학화 훈련단(KCTC), 과학적으로 모의전투 훈련을 실시하는 곳이다. 전자감지(電子感知) 센서(sensor)가 달린 장구를 착용하고 전투훈련을 하는 일종의 서바이벌게임(survival game)이라고 보면 된다.

 

 

 

 

산길은 그다지 급할 것이 없다는 듯이 서서히 고도(高度)를 높여간다. 그다지 가파르지 않는 길이 이어지다가 다음에는 평탄해지기를 반복하면서 조금씩 고도를 높여가는 것이다. 그러다가 30분 후에는 첫 번째로 봉우리다운 봉우리 위에 올라서게 된다. 여기까지 오는 길은 최근에 정비를 해 놓은 것처럼 깔끔하게 단장되어 있다. 아마 군()이 훈련장소로 이용하면서 닦아 놓은 모양이다. 그러나 볼거리는 전무하다고 보면 된다. 주변이 온통 참나무로 뒤덮여 있어 완벽하게 시야(視野)를 차단해버리기 때문이다.

 

 

특별한 볼거리가 없는 산세(山勢)라고 해서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대신 시선을 아래로라도 깔라치면 의외의 볼거리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비록 작은 소품들에 그치지만 각양각색의 야생(野生)버섯이나 야생화들이 나름대로의 아름다움을 자랑하고 있기 때문이다.

 

 

 

 

첫 번째 봉우리를 지나면서 서서히 산세(山勢)가 변하기 시작한다. 산이 점점 가팔라지고 능선에는 온통 크고 작은 봉우리들로 가득해지는 것이다. 그리고 그 봉우리들 사이의 골이 점점 깊어지기 시작한다. 오늘 산행의 대부분, 그러니까 거니고개에서 통신탑이 있는 봉우리까지의 구간은 **)영춘지맥을 따라 걷게 된다. 영춘지맥이 그 앙칼진 성깔을 내보이기 시작하는 모양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비록 딱 한번이지만 시야(視野)가 트인다는 것이다. 너무 고생시키는 것이 조금은 미안했던 모양이다. 길에서 약간 벗어난 전망바위에 서면 홍천군 두촌면 방향의 풍경이 한눈에 잘 들어온다.

(**) 영춘지맥(寧春枝脈), 영월지맥과 춘천지맥 두 지맥(枝脈)을 합한 산줄기를 말한다. 그러니까 한강기맥(漢江岐脈) 상에 있는 청량봉(1,052m)에서 북쪽으로 분기(分岐)하여 응봉산, 백암산 등을 만든 후 봉화산, 새덕봉을 거쳐 춘천의 경강역 뒤편 북한강에서 그 맥을 다하는 약 125km의 산줄기인 춘천지맥과 한강기맥 상에 있는 삼계봉(1,065m)에서 남동쪽으로 분기하여 태기산, 덕고산 등을 만들고 치악산, 감악산을 거쳐 영월의 태화산 아래 남한강에서 그 숨을 다하는 약 136km의 산줄기인 영월지맥을 합하는 산줄기라는 말이다. 두 지맥이 갈리는 한강기맥의 청량봉에서 삼계봉까지의 구간을 위의 두 지맥에 합하면 총 도상거리는 약 270km에 이르게 된다. 수많은 지맥 중에서 가장 길다고 보면 된다.

 

 

 

첫 번째 봉우리에서 50분 조금 못되게 높고 낮은 봉우리들을 오르내리다보면 무인산불감시카메라가 지키고 있는 작은가마봉에 올라서게 된다. 서너 평쯤 되는 너른 분지(盆地)로 이루어진 정상은 잡초(雜草)와 야생화가 무성하다. 정상에서의 조망(眺望)은 시원치 않다. 사방을 잡목(雜木)들이 둘러싸고 있는 탓이다. 억지로라도 보고 싶다면 잡목들 헤쳐보자. 설악산 방향으로 응봉산 등 수많은 산군(山群)들이 첩첩이 쌓여있다. 물론 동쪽에는 소뿔산의 두 봉우리들이 선명하다  

 

 

 

작은가마봉에서 가파르게 내려서면 첫 번째 안부가 나온다. 혹시 신흥동 안부가 아닐까 주위를 둘러봤지만 갈림길은 보이지 않는다. 신흥동 안부는 이곳에서도 또 하나의 제법 높은 산봉우리를 넘고 난 후에야 이르게 되는 것이다. 작은가마봉을 출발한지 30분이 지난 지점이다. 안부에서 길이 좌우로 나뉘지만 신흥동으로 내려가려면 이곳에서 오른쪽으로 내려서야 한다.

 

 

지금 걷고 있는 산은 오지(奧地)의 산들 중의 하나다. 때문에 소뿔산도 전형적인 오지 산의 특징을 그대로 나타낸다. 볼거리가 없는 대신에 원시(原始)의 숲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다. 원시에 숲에는 인간들이 경외(敬畏)감을 갖도록 하는 풍경들을 많이 갖고 있다. 소뿔산에도 그런 풍경들이 없을 리 없다. 오랜 세월동안 세파(世波)에 시달리면서 기괴(奇怪)하게 자란 나무들이 선을 뵈는가 하면 억겁(億劫)의 세월을 살아오면서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몸부림을 쳐야하는 생명도 나타난다. 그런 나무들의 삶에서 내 삶이 나아가야할 방향을 모색해 본다.

 

 

 

부지런한 단풍나무는 벌써부터 울긋불긋한 옷으로 갈아입었다.

 

 

신흥동 안부를 지나서도 산봉우리들은 끊임없이 나타난다. 그리고 그 봉우리들은 서서히 그 높이를 높여 간다. 가파른 산길을 올라서면 860m, 잠깐 내려섰다가 간간히 나타나는 바위들을 피해가면서 가파르게 치고 오르면 1,044m봉이다. 1,044m봉에서는 제법 깊게 내려서게 된다. 이어지는 산길은 또 다시 가파른 오르막길이다. 거기다 바람 한 점 불어오지 않는다. 이마에서 흐르는 땀방울이 흡사 초가집 처마에서 떨어지는 빗방울처럼 주룩주룩 흘러내린다. 힘들어하는 것은 우리부부들뿐만이 하닌 모양이다. 보이는 이마다 얼굴표정이 우거지상()인 것을 보면 말이다.

길가에 금줄이 쳐진 것으 보면 아마 약초재배지인 모양이다.

 

 

신흥동 안부를 출발한지 1시간 하고도 10분을 훌쩍 넘기고서야 달음재 갈림길이 있는 1076m봉에 올라서게 된다. 거리에 비해 시간이 많이 걸린 것은 그만큼 산길이 험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고 위험하다는 얘기는 아니다. 오르고 내리는 산길이 어느 것 할 것 없이 길고 가파르다는 얘기이다. 삼각점(어론24)과 이정표(소뿔산 1.9Km/ 달음재 2.9Km/ 가마봉 4.8Km)가 있는 1076m봉은 제법 너른 공터로 이루어져 있다. 그리고 조망(眺望)이 뛰어나다. 점봉산과 주걱봉, 그리고 가리봉이 일렬로 늘어서 있고, 그 뒤에는 설악산과 방태산 줄기가 보인다.

 

 

 

 

1076m봉에서 잠깐 내려섰다가 산길은 다시 가파르게 변하면서 맞은편 봉우리로 향한다. 지도(地圖)상에 암봉이라고 나와 있는 산봉우리이다. 암봉이라고 해서 바위로 이루어진 봉우리는 아니다. 그저 다른 봉우리들에 비해 바위가 차지하는 비중이 조금 더 높을 따름이다. 다른 봉우리들이 하도 바위가 없다보니 이 정도만 갖고도 암봉이라는 칭호를 얻었나 보다. 암봉에서 내려서는 길은 가파르기 짝이 없다. 안전로프를 매달아 놓았기 망정이지 그렇지 않다면 낭패를 보기 십상일 정도로 가파른 것이다. 오늘 산행에서 유일하게 안전로프가 매달린 구간이다.

 

 

 

암봉에서 내려서면 만나게 되는 산죽(山竹)길을 따라 걷다보면 15분쯤 후에는 안부삼거리(이정표 : 소뿔산 0.9Km/ 범의터 1.9Km/ 달음재 3.9Km)에 이르게 된다. ‘범의터 갈림길로서 이곳에서 오른편으로 진행할 경우 범의터로 내려가게 된다.

 

 

 

범의터 갈림길을 지나면서 지긋지긋한 오르막길이 또 다시 시작된다. 온통 산죽으로 뒤덮인 가파른 오르막길을 15분 정도 치고 오르면 오른편에 거대한 바위 하나가 나타난다. 소뿔바위이다. 산행대장의 말로는 흔들바위라고 했는데 밀어봤지만 바위가 끄떡도 하지 않은 걸 보면 흔들바위라는 표현은 옳지 않은 것 같다. 아무튼 소뿔바위의 끝에 서면 조망(眺望)이 시원스럽다. 건너편에 위치한 불루마운틴 C.C이 한눈에 잘 들어오고 그 뒤에 버티고 있는 산은 아마 고양산일 것이다. 소뿔바위는 바위의 생김새가 귀를 쫑긋하니 세운 것처럼 생겼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그렇다면 이 바위가 위치한 소뿔산과는 어떤 관계가 있을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소뿔바위라는 이 바위의 이름으로 인해 소뿔산이라는 이름이 생겼을 거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이는 잘못된 생각이다. 소뿔산이라는 이름은 소뿔과 같이 2개의 봉우리가 봉긋하게 솟았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소뿔바위를 지나서도 또 다시 가파른 오르막길과의 힘겨운 싸움이 계속된다. 아니 비록 잠시이지만 평탄한 길이 나오기도 한다. 그러나 그런 순한 길은 금방 끝나버리고 나머지 대부분은 가파른 오르막길인 것이다. 그렇게 힘겨운 싸움을 벌이다보면 15분 정도 후에는 드디어 능선의 분기점인 소뿔산 정상에 올라서게 된다. 산행을 시작한지 3시간50분이 지났다.

 

 

소뿔산 정상은 평범하기 짝이 없다. 정상이 구릉(丘陵)처럼 평탄한 것이 우선 정상이란 느낌이 들지 않는다. 정 중앙에 세워진 이정표(범의터 3.6Km/ 달음재 4.8Km/ 등산로 아님)를 겸한 정상표지판이 아니었다면 그냥 지나치기 십상일 것이다. 물론 조망도 일절 트이지 않는다. 울창한 참나무 숲이 정상을 둘러싸고 있기 때문이다. 정상에서 다음에 오르게 될 통신탑이 있는 봉우리로 가기 위해서는 이정표가 가리키고 있는 범의터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

 

 

범의터 방향의 하산길은 완만(緩慢)하게 시작된다. 그러나 작은 봉우리 하나를 넘으면서 산길은 서서히 가파르게 변해간다. 산죽(山竹)과 양치식물(羊齒植物)이 연이어 나타나는 산길을 따라 20분 남짓 내려서면 안부에 이르게 된다.

 

 

안부를 지나면서 산길은 엄청나게 가팔라진다. 아니 생각보다는 가파르지 않을 수도 있다. 어쩌면 너무나 지쳐있기 때문에 그렇게 느껴졌는지도 모르겠다는 얘기이다. 집사람의 얼굴표정은 이미 초죽음이다. 집사람의 평소 체력은 4시간짜리 산행이 적당한 편이다. 그런데 오늘 산행은 이미 4시간을 훌쩍 넘겨버렸다. 거의 한계수준에 다다랐다고 봐야 할 것이다. 아니 한계를 이미 초과했다고 보는 것이 더 옳을 것 같다. 바람 한 점 없는 무더운 여름날인데다, 봉우리들의 높낮이 차()까지 크다보니 보통 때보다 갑절이나 더 힘이 들기 때문이다. ‘힐링(Healing)을 온 거 맞나요? 아니면 스트레스(stress)를 받으러 왔나요?’ 소뿔산을 오를 때부터 내뱉기 시작한 그녀의 잔소리 톤(ton)이 그녀의 체력이 고갈되어가는 속도에 반비례(反比例)로 높아만 간다. 그러다가 끝내는 주저앉아버리고 만다. 더 이상은 못 걷겠다는 것이다. 체력이 고갈되기는 나 역시 마찬가지다, 집사람 옆에 퍼질러 앉아 식염 타블렛(tablet)을 나누어 먹는다. 한참을 쉰 후에 다시 산행을 이어가지만 발걸음은 한없이 더디기만 하다. 50m쯤 걷다가 한참을 쉬고, 또 다시 50m를 걷기를 반복하면서 겨우겨우 산행을 이어간다.

 

 

 

마지막 오름길에서 악전고투를 치르다보면 시멘트포장 도로에 올라서게 되고 진행방향 저만큼에 거대한 군()의 통신탑(通信塔)이 나타난다. 안부에서 25분이나 걸린 것을 보면 얼마나 서서히 산을 올랐는가를 어렵지 않게 눈치 챌 수 있을 것이다. 누군가는 이곳의 높이가 1122.7m라며 소뿔산의 실질적인 정상이라고 했다. 그의 말이 맞는다면 소뿔산은 자기의 안방을 군에 빼앗겨버린 불쌍한 산으로 봐야 할 것이다.

 

 

통신탑을 왼편으로 비켜 진행하면 삼각점(어론 340, 2005 재설)이 있는 널따란 헬기장이 나온다. 오늘 산행에서 가장 뛰어난 조망(眺望)을 자랑하는 곳이다. 가마봉과 백암산을 잇는 능선이 한눈에 잘 들어오고, 더 멀리로는 응봉산과 방태산, 개인산 등 강원도의 고산(高山)들이 첩첩이 쌓여있다.

 

 

 

헬기장에서 조망을 즐겼다면 다시 아까 지나왔던 시멘트포장도로로 되돌아 나가야 한다. 오늘 산행의 날머리를 446번 지방도의 갑둔교() 근처로 잡았기 때문이다. 군용도로(軍用道路)인 듯 싶은 포장도로를 따라 내려서는 길은 꽤나 길게 이어진다. 임도의 끝에 있는 차단기까지 30분이나 걸리기 때문이다. 이 코스는 여름철에는 최악일 것 같다. 완벽하게 햇빛에 노출되는 길을 30분 이상 걷는다고 생각해 보면 금방 이해가 갈 것이다.

 

 

포장도로를 따라 30분쯤 걸으면 차단기(遮斷機)가 나타난다. 도로의 상부에 군사시설(軍事施設)이 있기 때문에 일반인의 차량(車輛) 진입을 막으려는 목적인 모양이다. 차단기가 있는 곳에서 오른편으로 크게 방향을 튼 후, 50m쯤 걸으면 또 다시 왼편으로 임도가 나뉜다. 이곳에서는 왼편으로 들어서서 5분 조금 못되게 걷다가 왼편의 숲으로 들어서야 한다. 길 찾기에 주의가 요구되는 지점이다. 이정표가 없음은 물론이려니와 심지어는 그 흔한 산악회의 시그널(signal)조차 눈에 띄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에는 갈림길에서 대략 3~4분쯤 걷다가 무작정 왼편 숲으로 들어서는 방법밖에 없을 것 같다. 단 금방 골짜기가 나올 것 같은 지형을 머리에 그리며 들어갈 곳을 찾아봐야 할 것이다. 참고로 들어갈 곳을 놓치고 그냥 직진할 경우에는 그 거리가 엄청나게 늘어난다는 산행대장의 안내가 있었다.

 

 

 

숲으로 들면 초반에는 거의 길의 흔적이 나타나지 않는다. 그저 울창한 나무 사이를 헤치고 나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 구간은 짧기 때문에 걱정할 필요는 없다. 숲으로 들어선지 5분 후 계곡을 만나게 되면서 산길은 뚜렷하게 변하기 때문이다. 개울을 따라 이어지는 산길은 한마디로 뛰어나다. 잣나무들이 울창하게 우거진 숲길은 온통 솔향으로 가득 차 있다. 잣나무는 소나무의 일종이니 당연히 저 향()에는 피톤치드(phytoncide)가 가득할 것이다. 장시간의 산행으로 인해 쌓인 피로가 어느새 말끔히 가셔버린다. 그 덕문에 오늘 산행은 힐링(Healing)으로 마감을 하게 된다. 행운이다.

 

 

 

 

 

산행날머리는 446번 지방도 백둔교 근처

오른편에 계곡을 끼던 산길은 12분 후에는 계곡을 가로지르면서 끝이 난다. 그리고 곧이어 깔끔하게 정비된 임도에 올라서게 된다. 이곳에서 오른편을 올라갈 경우에는 강원도 문화재자료 제117호인 갑둔리오층석탑(甲屯里五層石塔)’을 만날 수 있다. 고려 초기에 세워진 것으로 추정되는 이 탑은 2층 기단(基壇) 위에 5층의 탑신(塔身)을 올리고 있는데, 탑신의 1·2·3층 몸돌과 5층 지붕돌은 탑을 복원할 때 새로 만들어 끼워 넣은 것이라고 한다. 물론 날머리는 이곳 갈림길에서 왼편으로 내려가야 한다. 계곡으로 내려가 산행에서 흘렸던 땀을 말끔히 씻고 다시 길을 나서면 5분 후에는 지방도에 내려서게 되면서 오늘 산행이 종료된다. 오늘 산행에서 걸린 시간은 총 6시간, 간식시간과 목욕시간을 감안할 경우 5시간30분이 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