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흘산(角屹山, 838.2m)
산행일 : ‘14. 7. 25(목)
소재지 : 경기도 포천군 이동면과 강원도 철원군 갈말읍의 경계
산행코스 : 자등현→헬기장→각흘산→갈림길→765봉(명성산 갈림길)→각흘봉(650m)→각흘계곡→성서학교수양관(산행시간 : 2시간50분)
함께한 산악회 : 산두레산악회
특징 : 각흘산은 수년 전만해도 지형도(地形圖)에는 고유의 이름이 없이 그저 838.2m라고 높이만 표기되던 산봉우리에 불과했다. 그러던 것이 이 산의 남쪽에 있는 각흘봉(662m)이라는 바위봉우리의 영향을 받아 각흘산이라는 이름을 얻게 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이건 왠지 부자연스럽다. 큰 범위의 산 이름을 지으면서 그 범주에 소속된 산봉우리의 이름을 그대로 가져다 붙이는 경우는 흔치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차라리 그럴 바에는 산 전체의 이름을 ‘각흘산’으로 삼고, 그 정상에다 고유(固有)의 이름을 하나 더 지어줬더라면 좋았지 않았을까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흘산의 산세(山勢)는 빼어나다. 산의 이름을 만들어낸 장본인답게 각흘봉 근처의 암릉은 짜릿한 손맛을 느끼기에 충분하고, 각흘산 정상에서의 조망(眺望)도 어느 산에 비해 빠지지 않는다. 한번 정도가 아니라 두어 번 오른다고 해도 결코 후회할 일은 없을 것이다.
▼ 산행들머리는 자등현(自等峴 : 포천시 이동면 도평리와 철원군 서면 자등리의 경계)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퇴계원 I.C에서 내려와 47번 국도 금화방면으로 달리면 일동면과 이동면을 거쳐 광덕고개로 넘어가는 372번 지방도와 연결되는 도평교차로(交叉路 : 이동면 도평리)가 나온다. 이곳에서 국도를 따라 계속 직진하면 잠시 후에 자등현 고갯마루에 올라서게 된다. 자등현은 포천군과 철원군의 경계(境界)일 뿐만 아니라 경기도와 강원도의 경계를 겸하고 있어 지리적으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 자등현 고갯마루에 내리면 길 양편에 세워진 조형물(造形物)이 눈에 들어온다. 서울과 철원이 위치한 방향을 나타내는 이정표를 겸한 좌대(座臺) 위에 각기 곰(熊) 한 마리씩을 앉혀놓았다. 하필이면 왜 곰의 조형물일까? 철원군의 상징동물(象徵動物)은 두루미이고, 포천시의 상징동물은 원앙새인 걸로 알고 있다. 그런데 난데없이 곰을 앉혀놓은 것이다. 가끔 철원지역에서 곰을 보았다는 신문기사(新聞記事)를 접할 수 있었는데, 어쩌면 곰이 출몰할 정도로 깊은 산중이라는 것을 나타내기 위한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
▼ 자등현에는 주차장 역할을 하는 꽤나 너른 공터가 있다. 산행들머리는 공터의 뒤편 왼쪽모서리에서 열린다. 공터의 도로건너 맞은편으로 진행할 경우 박달봉 능선을 타고 광덕산으로 갈 수 있으니 참고할 일이다. 그리고 참고할 것이 하나 더 있다. 공터 앞 도로변에 ‘각흘산 832.8m'라고 쓰인 커다란 빗돌(碑石)이 세워져 있으니 정상정복의 인증(認證)이 필요한 사람들은 ’인증 샷(shot)‘을 먼저 한 다음에 산행을 나서라는 것이다. 정상에 있는 정상표지판은 너무 왜소해서 정상이라는 실감이 잘 나지 않기 때문이다.
▼ 산으로 들어서자마자 가파른 오르막길이 기(氣)부터 죽이고 본다. 그러나 이건 공갈이라고 보면 된다. 2~3분이면 능선에 올라서게 되고, 이어지는 산길은 경사(傾斜)가 거의 없는 반반한 길이 계속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오르막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작은 오르내림 계속해서 반복되는 것이다. 짧은 내림 뒤에 긴 오르막이 거듭되면서 서서히 고도(高度)를 높여가는 모양새이다.
▼ 산행을 시작하면 얼마 지나지 않아 분단의 상징인 이념(理念)의 현장으로 들어서게 된다. 오른편은 온통 잣나무들의 수림(樹林), 그러나 왼편은 참나무들 천지이다. 두 이념이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는 모양새인 것이다. 그렇다면 어쩌다가 그 경계를 넘어선 놈들은 뭐라고 해야 할까? 까짓것 그냥 스파이(spy) 정도로 쳐두자. 그것도 아니라면 청개구리파라고 제켜놓던지, 어디나 성질 못된 놈들은 있는 법이니까 말이다.
▼ 산행을 시작하고 나서 얼마나 흘렀을까 잣나무 숲이 끝나는가 싶더니 산길 왼편에 낡은 초소(哨所) 하나가 나타난다. 그리고 그 앞에는 무시무시한 경고판(警告板)이 세워져 있다. 이 지역은 포병사격 포격지역(砲擊地域)이란다. 그러니 살고 싶으면 ‘노란색 바탕에 적색문구 경고판 설치지역’에는 절대 들어가지 말라는 것이다. 이와 유사한 경고판은 이후에도 계속해서 나타난다.
▼ 산행을 시작한지 25분쯤 지나면 왼편으로 갈림길 하나가 보인다. 아마 각흘계곡에서 올라오는 길일 것이다. 갈림길을 지나면서 산길은 가파른 오르막길로 변한다. 그 오르막길이 부담스러웠던지 길가 나무기둥에다 가냘픈 안전로프를 주렁주렁 매달아 놓았다. 그러나 사실 안전로프에 의지할 정도의 가파름은 아니니 걱정할 필요는 없다.
▼ 10분 정도를 숨이 턱에 차게 치고 오르면 또 다시 작은 오르내림을 반복하면서 이어진다. 그러다가 8분쯤 후에는 헬기장을 만나게 된다. 헬기장은 모처럼 한숨 돌리며 쉴 수 있는 공간, 오른편에 산악회 리본이 몇 개 매달려있는 오솔길이 보이나 어디서 오는 길인지는 모르겠다.
▼ 헬기장에서 빠져나오면 또 하나의 경고판이 나타난다. 이곳에서 500m앞이 포탄 낙하지역이니 절대 출입을 하지 말란다. 이런 경고판은 200m마다 세워놓은 탓에 앞으로도 두 개를 더 만나야만 능선에 올라설 수 있다.
▼ 헬기장에서 10분 정도를 더 오르면 커다란 소나무 한 그루가 눈에 들어온다. 그런데 이 소나무가 그냥 소나무가 아니다. 바위 틈새에 뿌리를 내리고 고달픈 삶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척박한 풍토에서도 꿋꿋하게 자라 저리도 굳건한 모습을 보이고 있으니 얼마나 장한 일인가. 우리의 삶도 저런 모습이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 소나무에서 2~3분만 더 오르면 드디어 하늘에 맞닿는 주능선에 올라서게 된다. 능선에서의 첫 만남은 헬기장이다. 오른편의 자등리에서 올라오는 능선이나 왼편의 정상으로 향하는 능선 할 것 없이 모두 구름 속에 잠겨 그 형태만 희미하게 나타날 따름이다. 비록 비는 그쳤지만 아직 구름까지 걷힌 것은 아닌 탓이다.
▼ 정상으로 오르는 능선
▼ 정상에서 바라본 헬기장 방향 능선, 구름 속에 잠겨 있는 풍경이 몽환적(夢幻的)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
▼ 헬기장에서 정상은 금방이다. 속살을 허옇게 드러낸 정상은 라이온스클럽에서 만들어 세운 스테인리스(stainless) 재질(材質)의 정상표지판과 삼각점(三角點, triangulation point)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정상 어림은 암릉으로 이루어져 있다. 산을 오르면서 바위라곤 거의 보지 못했는데, 언제 그랬냐는 듯이 바위지대로 바뀌어 있는 것이다. 그 바위들이 또한 등산객들에게 환영을 받을 만하다. 바위마다 위가 반반해서 여러 명이 둘러 앉아 쉬기에 안성맞춤인 것이다. 산행들머리에서 정상까지는 1시간이 조금 넘게 걸렸다.
▼ 정상어림에는 범상치 않은 생김새의 고사목(枯死木)이 하나 있다. 줄기가 다 잘려나간 등걸이 그 맨몸을 드러내놓고 있는데 그 생김새가 보는 각도나 사람에 따라서 다르게 보이는 것이다. 마치 새의 머리 같기도 하고, 또 어떻게 보면 네발 달린 짐승의 머리를 닮았다. ‘유관순열사’를 닮았네요. 집사람의 말마따나 언젠가 본적이 있는 태극기를 들고 달려 나가는 유관순누나를 닮은 것 같기도 하다.
▼ 정상의 한쪽 면은 온통 바위벼랑으로 이루어져 있다. 벼랑의 바위와 오래묵은 적송들이 조화를 이루며 멋진 풍광을 빚어낸다. 마치 잘 그린 한 폭의 수묵화(水墨畵)를 연상시키는 것이다.
▼ 정상에서는 일망무제로 시야(視野)가 트인다. 능선이 온통 속살을 드러내 놓고 있는 덕분에 시야를 가로막을 만한 게 아무것도 없기 때문이다. 북쪽에는 철원평야가 광활하게 펼쳐지고, 날씨라도 좋을 경우에는 북쪽의 복계산과 동쪽의 광덕산, 백운산, 그리고 남서쪽에 위치한 명성산 등 주위의 고산준령(高山峻嶺)들이 거침없이 눈에 들어온다. 그러나 지금은 비가 온 뒤끝, 사위는 구름 속에 잠겨있다. 그렇다고 조망(眺望)이 트이지 않는다며 원망할 처지는 아니다. 요즘은 장마철, 특히 오늘은 산행을 시작하기 직전까지만 해도 비가 왔었다. 비를 맞지 않고 산행을 할 수 있는 것만 해도 고마워해야 할 처지인 것이다.
▼ 정상에서 명성산 방향을 내려다보면 능선이 참으로 이채롭다는 생각이 든다. 아마 산불예방을 위한 방화선(防火線)을 만드느라 나무들을 제거한 모양이지만 허연 속살을 드러낸 것이 예사롭지 않은 풍경(風光)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그러나 나중에 알고 보니 이런 풍경은 살벌함이 만들어낸 산물이란다. 군부대에서 포사격 훈련을 할 때 저 능선이 낙하지점이 된단다. 수도 없이 많은 포탄이 떨어지다 보니 자연스레 방화선이 구축되었다는 것이다.
▼ 하산은 정상에서 남서쪽 능선으로 잡는다. 정상에서 보았을 때 하얗게 속살을 드러내던 능선을 따르는 것이다. ‘도라지를 캐면 안 될까요?’ 연한 남색으로 꽃을 피운 도라지를 보고 집사람의 살림꾼 기질이 다시 살아난 모양이다. 도라지꽃뿐만이 아니다. 능선의 주변에는 말나리 등 여름에 피는 야생화들이 심심찮게 보인다. 꽃구경뿐만이 아니다. 진행방향으로는 잘생긴 나무 한그루가 언젠가 화랑에서 보았던 산수화를 생각나게 만들고 잠시 고개라도 돌릴라치면 조금 전에 지나온 각흘산의 암릉이 멋진 풍광을 자아내고 있다. 한마디로 눈이 호사(豪奢)를 누리는 산행이다.
▼ 능선을 걷다가 바라본 왼편 방향, 구름이 걷혀가는 광경이 장관이다.
▼ 정상을 내려선지 15분쯤 되면 안부에서 왼편으로 길 하나가 나뉜다. 곧장 각흘계곡으로 내려가는 길이다. 우리는 곧장 직진하여 맞은편 능선으로 오른다. 여기서 내려갈 경우에는 그러지 않아도 짧은 산행이 더 짧아져 버리기 때문이다. 갈림길에서 다시 5분 정도를 더 걸으면 나무 한그루가 외롭게 있는 봉우리 위에 올라서게 된다.
▼ 나무 한 그루가 지키고 있는 봉우리에서 산길은 급하게 왼편으로 방향을 튼다. 그리고 5분 후에는 765m봉 위에 올라서게 된다. 765m봉은 말라비틀어진 고사목(枯死木)이 지키고 있다. 그 황량한 풍경이 안쓰러웠던지 그 앞에 안내판 하나가 세워져 있다. 그게 살벌한 경고판인 것이 안 세워 놓은 것만도 못했지만 말이다.
▼ 765m봉을 지나자마자 산길은 두 갈래로 나뉜다. 길 찾기에 주의가 필요한 지점이다. 이곳에서 명성산으로 가는 길과 나뉘는데, 산악회의 시그널(signal)들은 온통 명성산으로 가는 주능선에만 덕지덕지 붙어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곳에서는 리본(ribbon)이나 길의 또렷함에 신경 쓰지 말고 왼편으로 진행해야만 한다. 왼편으로 방향을 잡으면 엄청나게 가파른 내리막길이 나타난다. 분명히 지능선으로 내려서는데도 마치 그냥 산비탈을 타고 하산을 하는 느낌인 것이다.
▼ 가파른 내리막길은 잣나무 숲이 나타나면서 끝나고, 이어지는 산길은 경사(傾斜)가 거의 없이 작은 오르내림만 반복하다가, 765m봉을 출발한지 15분 정도 후에는 작은 바위봉우리(지도에 나타나있는 670m봉이 아닌지 모르겠다)에 올라서게 된다. 이 봉우리에서 왼편으로 갈림길 하나가 희미하게 보인다. 아마 각흘계곡으로 내려가는 길인 모양이다. 암봉에서 가파른 내리막길을 따라 다시 10분 정도 내려서면 쓰러지기 일보직전의 폐(廢)건물을 만나게 된다. 어쩌면 군인들이 거주하던 막사(幕舍)가 아니었을까 싶다. 헬기장과 초소 등 부근에 군인들의 사용했던 것으로 보이는 시설들이 자주 눈에 띄기 때문이다.
▼ 폐(廢)건물 지역이 끝나면 능선은 잠시 가파르게 고도(高度)를 낮추다가 맞은편에 바위봉우리 하나를 빚어놓는다. 바로 각흘봉이다. 서슬 시퍼런 바위벼랑을 피해 왼편으로 돌면 삼거리가 나타나는데, 오른편이 각흘봉 정상으로 오르는 길이다. 오른편으로 방향을 틀면 높이가 10m정도 되는 암벽(巖壁)이 나타난다. 안전로프가 매달려 있으나 경사(傾斜)가 수직(垂直)에 가깝기 때문에 오르는 게 만만치 않은 벼랑이다. 폐건물지역에서 15분 조금 못되는 지점이다.
▼ 안전로프를 잡고 대롱거리며 위로 오르면 눈이 호사(豪奢)를 누린다. 왜 이 봉우리의 이름이 산 전체의 이름으로 둔갑을 했는지 수긍이 가게 되는 것이다. 시야(視野)가 거칠 것이 터지면서 주변의 경관(景觀)이 한눈에 들어온다. 광덕산과 백운산, 그리고 이동면 일대의 풍경이 장관이다. 바위봉우리의 특징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다. 참고로 각흘봉은 소의 뿔을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 각흘봉에서 내려와 다시 하산을 계속한다. 이어지는 산길은 온통 바윗길, 곳곳에 안전로프가 매달려있으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한 구간이다. 그러나 반대로 짜릿한 스릴(thrill)을 맘껏 즐길 수 있으니 까짓 위험 정도야 언제든지 버릴 수 있는 구간이기도 하다. 아마 오늘 산행에서 가장 뛰어난 구간일 것이다. 로프에 매달려 대동거리거나 엉덩이로 바닥을 쓸며 바위를 내려가는 사람들의 표정은 하나같이 밝기만 하다. 짜릿한 스릴이 무섭다는 생각을 떨쳐버린 탓일 것이다.
▼ 한시도 마음을 놓을 수 없는 바윗길은 15분 정도 이어진다. 다시 흙길로 변한 산길을 따라 15분 조금 못되게 내려오면 산길이 갑자기 왼편으로 방향을 틀면서 가파른 내리막길로 변한다. 능선을 벗어난 것이다. 그러나 길 찾기에 걱정할 필요는 없다. 능선으로는 길이 나있지 않기 때문에 왼편으로 내려서는 길이 유일하기 때문이다.
▼ 가파른 내리막길을 조심스럽게 15분 정도 내려서면 각흘계곡에 이르게 된다. 아마 각흘계곡의 하류쯤이지 않나 싶다. 내려선 곳은 길이 20m정도 되는 와폭(臥瀑), 엊그제 내린 비 덕분인지 수량이 제법 풍부하다. 줄기차게 떨어지는 하얀 포말에 취해 잠시 머무르다가 이내 아쉬운 발길을 돌린다. 산길은 이곳에서부터 계곡을 따라 이어진다. 두어 번 계곡을 가로질러야 하는 곳이 나타나기 때문에 여름철 장마 때에는 통행이 불가능하지 않나 싶다.
▼ 각흘계곡은 한마디로 뛰어난 아름다움을 자랑한다. 비록 15분 정도밖에 걷지 않았지만, 짧은 거리임에도 불구하고 계곡이 보여줄 수 있는 갖가지의 풍경을 다 보여주는 것이다. 폭포(瀑布)와 소(沼), 담(潭) 등이 곳곳에 널려있어 한시도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드는 것이다. 다만 하나 아쉬운 점은 그것들의 규모가 좀 왜소(矮小)하다는 것이다.
▼ 산행날머리는 성서대학교 수양관
빼어난 계곡의 풍광을 카메라에 담으며 걷다보면 검은 가림막으로 길을 막고 놓은 것이 보인다. 그리고 그 위에는 약초(藥草)를 재배하는 사유지(私有地)이니 왼편으로 돌아가라는 현수막(懸垂幕)이 걸려있다. 계속해서 계곡을 따르지 못하는 것은 아쉽지만 약초재배지를 무작정 들어설 수는 없다. 잘못하면 도둑으로 몰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계곡과의 이별도 준비할 겸 옷을 입은 채로 물속으로 뛰어들고 본다. 비록 물이 차갑지만 참지 못할 정도는 아니다. 주어진 하산시간에 맞춰 모처럼 망중한(忙中閑)을 즐겨본다. 땀을 씻고 길을 나서면 금방 산행날머리에 이르게 된다. 계곡의 왼편 잣나무 숲으로 오르면 2~3분 후에는 산행날머리인 성서대학교 수양관 앞 47번 국도에 이르게 되기 때문이다. 산행시간은 총 3시간30분이 걸렸다. 목욕 등 중간에 쉰 시간을 감안할 경우 2시간50분 정도를 걸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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