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일봉(道一峰, 863.7m)
산행일 : ‘13. 8. 31(토)
소재지 : 경기도 양평군 단월면과 용문면의 경계
산행코스 : 중원리 버스종점→중원폭포→도일봉 갈림길→도일봉→중원계곡→치마폭포→중원폭포→중원리 버스종점(산행시간 : 4시간30분)
함께한 산악회 : 산과 하늘
특징 : 도일봉은 중원계곡을 가운데 두고 중원산과 마주보고 있는 산이다. 정상어림은 암릉이 멋진 조화를 이루고, 거기에다 깊고 아늑한 느낌이 일품인 골짜기까지 끼고 있어 여름철 산행지로 안성맞춤이지만, 접근성(接近性)이 떨어진 탓에 그동안 사람들의 발길이 뜸했었다. 그러나 중앙선 전철(電鐵)이 개통되면서부터 사람들의 발길이 잦아지더니 요즘 같은 피서철에는 몰려드는 인파로 인해 홍역을 치를 정도라고 한다. 휴일 운행하는 중앙선 전철이 그 증거이다. 역을 하나 둘 지나면서 늘어나는 등산객들이, 열차가 서울을 빠져나가기도 전에 열차를 가득 매워버리는 것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완전한 등산열차가 되어 버리는 것이다.
▼ 산행들머리는 중원리 버스종점
먼저 중앙선 전철(電鐵)을 이용하여 용문역까지 온다. 다음은 용문역에서 도보로 7~8분 거리에 있는 용문시외버스터미널로 이동하여 중원리로 들어가는 군내버스를 타면 된다. 이때 알아두어야 할 점은 중원리로 들어가는 버스가 많지 않다는 것이다. 만일 9시10분 버스를 놓쳤을 경우에는 택시를 이용하는 수밖에 없다. 다음에 출발하는 11시 버스를 이용할 경우에는, 산행을 마친 후 용문으로 되돌아 나오는 버스를 타기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군내버스는 중원2리 마을회관 앞에서 승객들을 내려준 후, 바로 회차(廻車)하여 용문터미널로 돌아간다. 이곳 종점(終點)에서 ‘중원계곡 주차장’까지는 10분 이상을 더 걸어야 한다. 가는 길에 왼편에 들머리 하나가 보이지만 무시하고 지나가면 된다. 중원산으로 올라가는 등산로 입구이기 때문이다. ‘중원산 갈림길’을 지나 한참을 더 올라가면 왼편에 널따란 주차장이 나온다. 주차공간(駐車空間) 외에도 휴식용 의자와 깔끔한 화장실까지 갖추고 있으니 이곳에서 산행준비를 하고 출발하는 게 좋다. 참고로 이곳 말고도 이 위에 주차장 하나가 더 있지만, 주차공간이 협소하니 승용차를 가지고 온 사람들은 이곳에다 주차를 시키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 주차장을 나서면서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된다. 포장도로를 따라 200m쯤 걸으면 오른편에 ‘덕천사 갈림길’이 보이나 이를 무시하고 직진한다. 거리표시 없는 이정표(중원계곡, 주차장)가 보이니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갈림길에서 2분쯤 더 걸으면 오른편에 ‘폭포아래 하얀집 펜션’이 보이고 이어서 왼편으로 ‘중원산 갈림길’이 나온다. 중원산으로 오르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이곳을 들머리로 삼으니 참고할 일이다. 도일봉의 들머리는 중원폭포를 지나서 갈려나가니 ‘중원폭포’로 간다고 생각하며 진행하면 된다. 위편에 있는 주차장(이정표 : 중원폭포 0.47Km, 중원산 3.31Km, 도일봉 4.095Km)을 지나면 금방 중원계곡을 만나게 되고, 개울을 가로지르는 나무다리(木橋)를 건너면서 산길로 접어들게 된다. 주차장을 지나면서 주위의 풍경이 확연히 달라진다. 그렇게나 많던 펜션이나 음식점들이 하나도 보이지 않는 것이다. 중원계곡의 자연미가 뛰어난 것은 상류에 시설물(施設物)이 없기 때문이다. 산중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사찰(寺刹)이나 기도원, 민가(民家)들이 전무하다. 오직 맑은 물과 푸른 숲만 가득한 것이다. 덕분에 울창한 수림(樹林)이 가득한 계곡은 한적(閑寂)하면서도 시원하다. 중원계곡이 많은 사람들로부터 사랑을 받고 있는 이유이다.
▼ 중원계곡을 거슬러 올라가면서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된다. 계곡과 함께 나란히 난 산길은 거친 돌이 깔려있어서 걷는 데는 썩 좋은 편이 아니다. 다리를 지나면 산사태를 막기 위해 쌓은 시설이 보인다. 이곳에서 오른쪽으로 살짝 물굽이를 따라 돌면 나무데크로 만들어진 계단(이정표 : 도일봉 3.845Km, 중원산 2.88Km)이 나온다. 계단의 아래가 중원폭포(瀑布)이다. 중원계곡의 백미(白眉)는 뭐니 뭐니 해도 중원폭포이다. 수영장처럼 드넓은 소(沼)와 아담한 폭포를 거느린 중원폭포는 주변이 깎아지른 벼랑으로 둘러싸여 있어서 풍광(風光)이 빼어난 편이다. 그래서 봄, 여름, 가을, 겨울 할 것 없이 많은 사람들이 찾지만, 특히 여름철이면 피서객들로 인산인해(人山人海)를 이룬다. 아직은 피서철이 지나지 않은 탓인지, 이제 겨우 10시를 넘긴 아침나절인데도 폭포에는 벌써부터 물놀이를 하는 사람들이 보인다. 주차장에서 중원폭포는 불과 1㎞ 내외, 20분이면 충분한 거리이다 보니 피서객들이 찾기에 안성맞춤일 것이다. 그나저나 폭포 옆의 암벽(巖壁)에 수영을 금지한다는 안내문이 걸려있지만 그들의 눈에는 들어오지도 않는 모양이다. 폭포 앞에 놓인 나무계단을 따라 오르면 폭포의 전모(全貌)가 드러난다. 폭포는 와폭(臥瀑)의 형태이다. 물줄기가 서너 번 이리저리 구불대가가, 마지막으로 넓은 웅덩이로 떨어지고 있다.
▼ 중원폭포를 넘어선다. 널찍한 담(潭)을 바라보며 물줄기를 건너자마자 거짓말처럼 주위가 조용해진다. 심산(深山)에 들어와 있는 것이다. 그 깊은 골짜기에 들면 울창한 숲과 시원스런 물소리가 넋을 잃게 만든다. 돌다리와 징검다리를 건너다보면 마음이 차분히 가라앉는다. 때 묻지 않은 자연은 우리네 마음까지도 맑게 정화(淨化)시켜 주는 모양이다. 이런 즐거움 때문에 산을 고집하는지도 모르겠다. 중원폭포를 지나 짙은 숲 속의 계곡을 따라 5분쯤 들어가면 왼쪽으로 중원산 정상으로 가는 갈림길(이정표 : 중원산 2.48Km/ 싸리재 3.375Km. 싸리봉 4.415Km, 중원산 8.495Km, 도일봉 3.41Km)이 나타난다. 도일봉으로 가려면 계곡길을 계속 따르면 된다.
▼ 중원폭포에서 계곡을 따라 20분 정도를 더 들어가면 오른편에 도일봉으로 올라가는 갈림길(이정표 : 도일봉 2.7Km/ 싸리재 2.67Km, 도일봉 2.86Km, 중원산 7.78Km/ 중원폭포 1.1Km, 중원리 등산로입구 1.72Km)이 보인다. 이곳에서는 어느 방향으로 진행해도 도일봉 정상으로 올라갈 수 있으니 마음 내키는 대로 진행하면 될 일이다. 곧바로 정상에 오른 후, 싸리재 방면의 능선을 타고가다 첫 번째 삼거리에서 왼편 중원계곡으로 하산을 할 수도 있고, 그 반대방향으로 진행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물론 산행시간이 짧다고 생각되는 사람들은 싸리재까지 연장해도 될 일이다. 다만 여름철이라면 먼저 정상으로 오르는 코스를 권하고 싶다. 사람들이 뜸한 물가에서 오붓한 휴식시간을 즐길 수가 있기 때문이다.
▼ ‘도일봉 갈림길’에서 중원계곡을 벗어나 오른편 지계곡으로 들어선다. 곧장 정상으로 올랐다가 내려오는 길에 인적이 뜸한 곳에서 물놀이를 즐기기 위해서이다. 지계곡은 중원계곡에 비할 수 없을 만큼 좁아졌으나 검푸른 바위를 타고 흐르는 물줄기가 유난히 곱게 느껴진다. 이어지는 작은 계곡은 원시적(原始的)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 산길은 지계곡 옆을 따르며 서서히 고도(高度)를 높여가다가 왼편으로 급하게 방향을 튼다. 이곳에 이정표(중원폭포 1.2Km/ 도일봉 1.1Km)가 하나 세워져 있는데 그 거리표시가 참으로 뜬금없다. 중원폭포에서 도일봉까지는 대략 약 3.8Km, 그런데 이정표에는 2.6Km로 표시되어 있는 것이다. 벌써 정상에 다 올라온 것으로 생각했던 집사람은 정상에 도착할 때까지 끊임없이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었다. 하긴 가파른 오르막길을 1.5Km가까이 더 걸은 샘이니 얼마나 지루했을까 싶다.
▼ 산길은 왼편으로 방향을 틀자마자 급경사(急傾斜) 오르막길로 변한다. 그런데 그 가파름이 장난이 아니다. 얼마나 가파르던지 곧장 위로 오르지를 못하고, 지그재그로 갈지(之)자를 쓰고 나서야 겨우겨우 고도를 높여갈 수 있을 정도이다. 울창한 나무들이 만들어낸 숲속 터널은 조망(眺望)도 트이지 않는다. 그저 앞사람의 발꿈치만 보며 걸을 수밖에 없다. 오늘 산행에서 가장 힘든 구간이다.
▼ 뜬금없는 이정표에서 500m쯤 급경사(急傾斜) 오르막길을 치고 오르면 드디어 능선 위에 올라서게 된다. 능선마루에 올라서는 순간 산 너머에서 불어온 시원한 바람이 목덜미와 가슴팍을 흥건히 적신 땀을 씻어준다. 능선에는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드는 안내판이 하나 세워져 있다. 아무리 봐도 위험해 보이지 않는 흙길인데도, ‘위험지역’임을 알리는 경고판이 세워져 있는 것이다. 그러나 실망할 필요는 없다. 이곳에서 조금만 더 올라가면 바윗길이 시작되고, 그 바윗길은 고도(高度)를 높여갈수록 바위의 굵기가 커지다가 나중에는 세미클라이밍(semi-climbing) 수준까지 올라가니 말이다.
▼ 정상으로 향하는 능선이 오늘 산행의 백미(白眉)이다. 갈수록 그 굵기가 커지는 바위들은 종내는 바위를 잡고 오르게 만들고 있다. 클라이밍의 스릴(thrill)을 느낄 수 있는 멋진 구간인 것이다. 암벽등반이 서툰 사람들도 걱정할 필요는 없다. 어김없이 우회로(迂廻路)가 잘 나있기 때문이다. 이 구간을 오르다가 만일 커다란 바위가 앞을 가로막을 경우에는 구태여 우회하지 말고 곧장 치고 올라볼 것을 권하고 싶다. 크랙 (crack)이 잘 발달된 바위는 위로 올라서는데 큰 어려움은 없다.
▼ 바윗길을 걷는데 알아두어야 할 것이 하나 있다. 구태여 발걸음을 서두르지 말라는 것이다. 그 이유는 바윗길의 특징대로 시야(視野)가 시원스럽게 트이니, 조망(眺望)을 실컷 즐겨보라는 얘기이다. 또 하나는 바윗길에서의 안전(安全)을 위해서이다. 아무리 위험성이 적다고 해도 바윗길에서의 조심은 필수라는 의미이다. 바위에 올라서면 맞은편에 위치한 중원산이 바로 코앞이고, 그 왼편에 마치 사발을 엎어 놓은 것 같이 뽈록하게 솟아있는 산은 어쩌면 추읍산이 아닐까 싶다.
▼ 암릉을 치고 오르다보면 정상 조금 못미처에 있는 작은 봉우리인 830봉에 올라서게 된다. ‘무인산불감시탑’이 서있는 이 봉우리에서 갈림길을 만나게 되는데, 이정표가 왼편으로 내려가는 길(이정표 : 중원폭포 3.8Km, 중원리 등산로입구 4.42Km) 하나를 지시하고 있다. 아마 우리가 올라왔던 바윗길을 우회(迂廻)시키는 산길인 모양이다. 이곳에서 도일봉은 금방이다. 능선을 따라 조금 걷다가 나무계단을 밟고 암벽(巖壁) 위로 오르면 드디어 도일봉 정상이다. 정상으로 오르는 암벽에는 석이버섯이 덕지덕지 붙어 있는 것이 보인다. 부지런한 영철군(君)이 냉큼 암벽에 들어붙더니 따기 시작한다. 아마 우리 집사람에게 주려는 모양이다. 아니나 다를까 버섯을 받아든 집사람의 얼굴표정은 싱글벙글, 그 표정은 산행을 마칠 때까지 계속되었다.
▼ 도일봉 정상은 평범한 헬기장이다. 정상에는 자연석으로 만든 정상표지석이 서있고, 그 양쪽은 빛바랜 산행안내판과 소방서의 구호지점표시목이 지키고 있다. 정상 한쪽에 툭 튀어 오른 바위에 올라섰다. 바위는 키 작은 산봉들을 향해 호령하는 장대(將臺)였다. 사방으로 시야(視野)가 트이면서 주변의 산줄기가 시원스럽게 조망(眺望)되는 것이다. 동쪽에서 주변을 압도하려는 듯이 웅장하게 솟구친 봉우리가 용문산이다. 용문산과 이어진 능선에는 귀엽게 생긴 백운봉이 뾰쪽하게 솟아있다. 중원산은 손을 뻗으면 금방 닿을 것 같이 가깝고, 그 아래를 흐르는 중원계곡은 곧게 흐르지를 못하고, 기약 없이 구불거린다. 시선(視線)을 남쪽으로 돌리면 단월면과 용문면 시가지(市街地)가 펼쳐진다. 중원폭포 위의 갈림길에서 정상까지는 2.7Km, 1시간40분 정도가 걸린다.
▼ 하산은 싸리재 방향의 능선을 따라 내려선다. 내려서는 지점에 이정표(중원폭포 3.97Km, 중원리 등산로입구 4.58Km, 싸리재 1.57Km, 중원산 6.69Km)가 방향을 알려주니 길을 혼동할 염려는 없을 것이다. 이정표에 싸리재나 중원산까지 거리표시를 해 놓을 것을 보면, 산행을 하고 있는 사람들의 체력에 따라 하산지점을 선택하라는 배려인 모양이다. 이정표를 지나면서 산길은 가파른 바윗길로 변한다. 그러나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비록 커다란 바위로 이루어진 가파른 바윗길이지만 로프와 철(鐵)난간 등 안전시설이 제대로 갖추어져 있기 때문이다. 정상에서 10분 남짓 내려서면 암릉이 끝을 맺는 능선안부에서 산길이 두 갈래(이정표 : 중원폭포 3.76Km, 중원리 등산로입구 4.27Km/ 싸리재 1.36Km, 중원산 6.48Km/ 도일봉 0.21Km)로 나뉜다. 싸리재까지 능선을 더 타다가 중원계곡으로 내려서는 방법도 있으나, 우리 일행은 곧장 중원계곡으로 내려서기로 한다. 싸리재까지 가는 길에는 특별한 볼거리가 없음을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이다.
▼ 중원계곡으로 내려서는 길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경사(傾斜)가 가파르다. 그러나 걱정할 필요는 없다. 비록 허리를 곧추세우고는 내려서기가 어려울 정도로 경사가 가파르다고는 하나, 길게 매어 놓은 안전로프를 붙잡고 내려서면 되기 때문이다. 능선에서 중원계곡까지는 1Km정도, 20분 남짓이면 충분한 거리이다. 그러나 만일 가을에 이곳을 찾았다면 의외로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구간이다. 내려오는 길에 맛있는 먹거리가 자주 눈에 띄기 때문이다. 원시(原始)의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숲에는 나무마다 수많은 다래넝쿨을 매달고 있다. 그리고 그 다래넝쿨에는 이제 막 익기 시작하는 다래열매가 주렁주렁 매달려 있는 것이 보인다. 손이 미치는 곳에 매달린 열매만 땄는데도 여성분들의 주전부리용으로는 충분할 정도였다.
▼ 중원계곡에 이르면 길이 두 갈래(이정표 : 중원폭포 2.74Km, 중원리 등산로입구 3.35Km/ 싸리재 1.035Km, 도릴봉 2.6Km, 중원산 6.1Km/ 도일봉 1.23Km)로 나뉜다. 이곳에서 오른편으로 가면 싸리재, 명경지수(明鏡止水)로 소문난 중원계곡은 싸리재에서 발원(發源)한다. 도일봉과 중원산을 양옆으로 거느리며 20리 물길을 만들어 낸다. 중원계곡은 끼고 있는 산들이 그리 높지 않은데도 수량은 엄청나게 풍부하다. 그래서 곳곳에다 소(沼)와 담(潭), 그리고 무명의 폭포(瀑布)들을 만들어 놓고 있다. 산행날머리인 중원리 주차장으로 가려면 이곳에서 왼편으로 방향을 틀어 중원계곡을 따라 내려가면 된다.
▼ 하산길은 중원계곡과 나란히 나있다. 단풍나무와 상수리나무가 군락(群落)을 이룬 숲길을 통과하면 와폭(臥瀑) 하나가 나타난다. 치마폭포이다. 협곡(峽谷)은 아침에 산행을 시작하면서 보았던 중원폭포 외에도 또 하나의 멋진 폭포(瀑布)를 빚어 놓았다. 깊숙한 계곡(溪谷), 그래서 사람의 발길이 뜸한 곳에다 말이다. 사람들은 이름까지도 ‘치마폭포’라는 은근한 낱말을 붙여 놓았다. 이렇게 외진 곳에서 치마를 들썩이고 있는 여인은 만났다고 가정해보자. 생각만 해도 가슴이 두근거리는 일이다. 높이 2m에 폭이 4m 정도. 폭포라는 이름을 붙기에는 다소 왜소(矮小)하지만 하얀 포말을 일으키며 떨어지는 모습은 가히 일품이다. 떨어지는 물줄기가 바위에 부딪치면서 생기는 하얀 포말이 마치 치마를 펼쳐 놓은 것처럼 보인다 해서 ‘치마폭포’라는 이름 붙인 것이라고 한다.
▼ 치마폭포를 지나 계곡을 따라 내려서는 길은 울퉁불퉁한 돌밭이다. 하긴 계곡가로 난 길이 돌밭이 아닐 수는 없을 것이다. 길 옆으로 흐르는 계곡은 크고 작은 수많은 폭포(瀑布), 그리고 소(沼)와 담(潭)을 만들어낸다. 아직은 무더위가 완전히 사라지지 않은 계절, 당연히 냇가로 내려가 물속으로 뛰어들고 본다. 물론 옷을 입은 채로다. 냇물은 마치 빙하(氷河) 녹은 물처럼 차갑다. 비록 물속에 오래 앉아있을 수는 없지만 들락거리며 가을에 쫓겨 가고 있는 여름의 끝자락을 배웅해준다. 치마폭포 위의 갈림길에서 30분 남짓이면 아침에 도일봉으로 올랐던 갈림길에 이르게 된다.
▼ 하산길에 다시 들른 중원폭포는 사람들로 넘쳐나고 있다. 옹기종기 모여 발을 담그고 있는 일행들이 있는가 하면, 젊은이들은 폭포 위 바위 위에서 심호흡을 한번 하더니 물속으로 다이빙을 한다. 다이빙해도 머리가 닿지 않을 정도로 물이 깊다는 증거일 것이다. 혼잡에 질려 머물기를 포기하고 하산을 서두른다. 나뿐만이 아닐 것이다. 대부분의 등산객들은 혼잡보다는 정적속의 산행을 즐기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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