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산(有明山, 862m)
산행일 : ‘12. 12. 29(토)
소재지 : 경기도 양평군 양평읍과 가평군 설악면의 경계
산행코스 : 유명산 버스종점→자연휴양림→산책로→유명산→입구지계곡→유명산휴양림(산행시간 : 3시간)
함께한 산악회 : 집사람과 최영철군
특징 : 사방으로 산줄기가 이어져 있어 제법 규모가 있는 산처럼 느껴지나 사실은 능선이 완만(緩慢)하고 부드러워서 어린이이나 노약자들도 별 부담 없이 오를 수 있다. 따라서 온 가족이 함께 등반하기에 좋은 산이다. 산 자체만 가지고는 별로 볼만한 것이 없고, 대신 자연휴양림과 계곡, 그리고 가을철의 억새풀밭으로 알려진 곳이다.
▼ 산행들머리는 유명산 자원휴양림 버스종점
양평에서 37번 국도를 타고 청평방향으로 들어가면 얼마 지나지 않아 중미산자연휴양림(自然休養林)으로 들어가는 길과 갈리는 중미산삼거리에 이를 수 있다. 이곳에서 구불구불한 산간도로를 따라 힘겹게 *서너치고개에 올라섰다가 다시 내려서면 ‘유명산 자연휴양림’의 입구에 있는 버스종점이다. 참고로 대중교통을 이용할 경우에는 청량리 역사(驛舍) 앞에서 광역버스(1330-7)를 이용하거나, 양평버스터미널 또는 가평군 설악터미널에서 군내버스로 환승(換乘)하는 방법 등이 있다. 그중 가장 편한 방법은 서울(잠실)에서 30분 간격으로 왕복(往復) 운행하는 7000번 광역버스(진흥고속)을 이용하여 설악면소재지까지 온 후, 유명산휴양림으로 가는 군내버스(1시간 간격으로 운행)로 갈아타는 것이다.
(**) 서너치 고개, 양쪽의 산이 높고 골이 깊은 탓에 하늘이 서너 치 정도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생긴 이름이라고 한다. 들으면 들을수록 재미있는 이름이다. 우리나라 곳곳의 지명(地名)들이 대개 이런 식으로 지어진 것으로 알고 있다. 저런 이름을 지을 수 있는 재치와 익살을 겸비한 우리 선현(先賢)들에게 자연스럽게 고개가 수그려진다.
▼ 버스 종점에서 산행이 시작되는 ‘유명산 자연휴양림’으로 가려면 맞은편에 보이는 도로로 진행해야 한다. 도로를 따라 잠깐 걸으면 매표소(입장료는 1천원이나 겨울철에는 무료로 개방된다)가 보이고, 이어서 '**용문산자연휴양림' 관리사무소가 나온다.
* 유명산 자연휴양림(自然休養林), 산림청 국립자연휴양림관리소에서 1989년에 개장했으며, 이미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진 가평의 대표적인 휴양림(休養林)이다. 구역 면적은 892만㎡, 1일 최대 수용인원은 3,000명, 최적(最適) 인원은 2,000명이라고 한다. 입구지계곡 안쪽으로 조성(造成)되었으며, 참나무류가 많은 천연림 지대와 낙엽송, 잣나무 등을 심어놓은 인공림 지대가 함께 어우러져 풍광(風光)이 뛰어나다. 휴양림에는 체력단련장, 삼림욕장, 오토캠핑장, 캠프파이어장, 다목적광장 등의 편의시설과 임간수련장, 유리온실, 눈썰매장, 야생화단지, 2.6㎞의 순환도로 등이 구비되어 있다고 한다.
▼ 휴양림관리소 옆의 잘 가꾸어진 쉼터를 지나서, 아치(arch)형 나무다리를 통과하고 나면 왼편으로 산행 들머리(이정표 : 정상 2Km, 산책로 0.4Km/ 주차장 0.4Km, 관리사무소 0.5Km)가 열린다. 버스 종점에서 약 20분 정도 거리이다. 이곳에서 정상으로 오르는 400m의 산길은 자연휴양림의 산책로(散策路)의 역할까지 수행하고 있으니 다목적 산길인 모양이다.
▼ 본격적인 산행은 낙엽송(落葉松 : 일본이깔나무) 숲으로 들어서면서 시작된다. 낙엽송 숲은 얼마나 울창하게 우거졌던지 하늘이 가려져 잘 보이지 않을 정도이다. 60년대 조림(造林)한 나무들인데 지금은 무성하게 자라서 원시림(原始林)을 방불케 하고 있다. 낙엽송이 우거진 오솔길로 들어서면 완만(緩慢)한 등산로가 이어진다. 최근에 간벌(間伐)을 했었는지 반듯반듯한 통나무를 가지런히 쌓아 놓은 것이 보인다. 등산로는 가장자리를 따라 로프를 매어 놓는 등 누구나 쉽게 오를 수 있도록 길이 잘 정비되어 있다. 걷기 편한 산책로를 15분 정도 쉬엄쉬엄 오르면 사거리(이정표 : 정상 1.6Km/ 유명계곡, 박쥐소 산책로 1Km/ 숲속의 집 1.6Km)를 만나게 된다. 이곳에서 산책로는 위로 오르는 것을 포기하면서, 방향을 틀어 좌우(左右)에 위치한 유명계곡(左)와 숲속의 집(右)로 연결시킨다.
▼ 사거리에서부터 산길은 조금씩 가파르게 변한다. 그렇다고 ‘코에서 땅 냄새가 난다’거나 ‘코가 땅에 닿을 것 같다’라는 표현을 쓸 정도는 아니니 걱정할 필요는 없다. 거기가다 길가에 굵직한 동아줄이 매어져 있으니 힘든 사람들은 동아줄을 붙잡고 오르면 될 일이다. 제법 가파른 오르막길을 20분 정도 치고 오르면 울창한 잣나무 숲이 나타난다. 이곳 가평이 잣의 주산지라는 것을 실감나게 하는 순간이다. 잣나무 숲 아래를 10분 정도 더 오르면 ‘바위능선 입구’라고 쓰인 119의 구조지점 표시목(정상 0.7Km/ 주차장 1.3Km) 하나가 보인다.
▼ 구호지점 표시목을 지나면서 산길은 갑자기 바윗길로 변한다. 그러나 바윗길이라고 해서 험하지도 않을뿐더러, 약간만 경사(傾斜)가 급하다 싶으면 어김없이 로프를 매달아 놓았기 때문에 위험하다는 느낌은 들지 않을 정도이다. 바윗길에 접어들면서 등산로 주변의 나무들은 어느새 참나무로 바뀌어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앙상한 참나무 가지 사이로 건너편 산자락이 내다보인다. 산의 아랫도리를 휘감고 있는 운무(雲霧)가 가히 환상적(幻想的)인 아름다움을 자랑하고 있다.
▼ 또 다시 잠깐 나타나는 잣나무 숲을 지나면 이번에는 산길 주변은 온통 참나무들 천지이다. 오래 묵은 괴목(怪木)들을 구경하면서 산행을 잇다보면 어느새 유명산 정상이다. 정상으로 오르는 길가에는 온통 상고대가 활짝 피어있어 환상적인 아름다움을 자랑하고 있다. 산객은 눈이 호사(豪士)를 누리는 순간이다. 산행을 시작한지 1시간30분이 지났다.
▼ 드넓은 구릉(丘陵)으로 이루어진 정상에는 자연석으로 만들어진 정상표지석이 한 가운데에 세워져있고, 표지석 한쪽으론 그간 유명산에 올라왔던 사람들이 주변의 돌들을 모아 만든 돌무더기들이 서 있다. 능선에는 소나무가 한 그루씩 드문드문 박혀 있어 이국적(異國的)인 느낌을 풍기고 있다. 정상에는 이정표가 세워져 있으나 거리표시가 없기 때문에 별로 도움이 되지 못하고, 그 대신에 119에서 세운 구호지점 표시목(계곡 1.6Km/ 주차장 2.0Km)이 이를 대신하고 있다.
* 유명산의 원래의 이름은 마유산(馬遊山)이다. 옛 문헌(文獻 : 東國輿地勝覽)에 의하면 산 정상에서 말을 길렀다고 해서 마유산이라고 불렀다는 기록(記錄)이 남아 있다고 한다. 그러나 지도에는 이름이 표시되어 있지 않았었다고 한다. 그러던 것을 1973년 엠포르산악회가 국토 자오선 종주를 하던 중 당시까지 알려지지 않았던 이 산을 발견한 것이다. 그래서 산악회 대원 중 홍일점 여성대원이었던 진유명이라는 여성의 이름을 따서 유명산이라고 이름을 붙인 것이라고 한다.
▼ 드넓은 구릉에 서서 사방을 둘러보면 금방 여기까지 올라온 보람이 느껴진다. 사통팔달(四通八達)로 조망(眺望)이 터지고 있는 것이다. 먼저 남쪽의 대머리처럼 정상 부분이 훌러덩 벗겨진 것은 대부산으로, 패러글라이딩을 즐기는 마니아들이 활공장으로 이용하는 곳이다. 또한 대부산으로 이어진 임도 길은 산악자전거 마니아들은 물론 오프로드를 즐기는 사람들도 즐겨 찾곤 한다. 서쪽으로는 소구니산이 가깝게 보이고, 이어서 청계산이 건너다보인다. 시야(視野)를 조금 더 넓히면 수락산, 도봉산, 북한산이 펼쳐진다. 시선을 올려 위쪽을 쳐다보면 선어치 고개 너머 중미산과 들판 넘어 멀리 북한강과 청평호(湖)가 아스라이 나타난다. 그리고 동쪽으로는 장마에 물고기가 이곳까지 넘나들었다는 어비산과 용문산 일대, 시선(視線)을 깔면 골골이 흘러내리는 계곡 물줄기가 한 가닥 실처럼 가늘게 보인다.
▼ 하산을 어비산 쪽을 향해 내려가다가 합수(合水)지점에서부터 입구지계곡을 따라 휴양림까지 내려가기로 한다. 이정표가 서있는 곳에서 왼편으로 접어들면 먼저 억새밭이 마중을 나온다. 그러다가 노송(老松) 군락(群落)을 지나면서 산길은 가파르게 변한다. 경사(傾斜)가 하도 가파르다 보니 곳곳에 밧줄이 설치돼 있고, 가파른 내리막에서 혹시라도 발생할 수 있는 산사태를 줄이기 위해 갈지(之)자로 길을 만들어 놓았다. 아마도 입구지계곡을 들머리로 삼았더라면 정상까지 오르기 위해선 어지간히 땀을 흘려야 했을 것 같다.
▼ 앞서가던 최군이 냇가로 내려가더니 주섬주섬 자리를 챙긴다. 아마도 점심때가 되었다는 신호인 모양이고, 요기나 하고 가자는 것일 것이다. 그러나 잠깐의 자리 잡음은 요기가 아니고 진수성찬(珍羞盛饌)이 되어버렸다. 산에서 버너를 켜서는 안 되는 일이지만, 오늘 같이 눈이 수북이 쌓인 날에는 괜찮을 것이라고 자위를 하면서 불판에 고기를 굽기 시작한 것이다. 그나저나 산에서 구워먹는 차돌박이는 경이(驚異) 그 자체였다. 거기다가 반주까지 곁들이니 이보다 더 초호화판 산행이 어디 있겠는가.
▼ 계곡을 만나고 얼마 안 있으면 합수(合水)지점(이정표 : **어비산 정상 1.5Km/ 유명산 정상 1.5Km/ 가일리 매표소 2.9Km)이다. 합수지점에서 길은 두 갈래로 나뉜다. 오른편 계곡을 따르면 어비산으로 가게 되고, 휴양림으로 내려가려면 계속해서 계곡을 따르면 된다. 계곡을 따라 내려가는 길은 너덜지대가 대부분이라 발목을 접질리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또한 곳곳이 미끄러운 만큼 주의를 요하는 곳이다. 그러나 아름다운 계곡을 감상하기 위해 지불하는 대가라고 생각한다면 너덜지대 까지도 즐길 만할 것이다. 정상에서 합수지점까지는 30분 정도가 걸린다.
(**) 어비산, 아주 오랜 옛날에 한 신선(神仙)이 남한강에서 고기를 낚아 가평군 설악면의 장락으로 가는 길에 선어치고개를 넘게 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죽었던 물고기가 갑자기 살아나더니(선어 : 鮮魚)’, 소구니 산을 넘어 유명산 뒤의 산으로 날아가 내려앉더라는 것이다. 그 후부터 그 고개 이름을 ‘선어치 고개’, 물고기가 내려앉은 산을 어비산(魚飛山)이라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 이후부터는 입구지계곡이라고 불리는 계곡이다. 용문산에서 발원한 물줄기가 입구지천으로 흘러내려와 유명산계곡을 지나서 북한강으로 흘러간다. 입구지계곡은 물줄기를 편안하게 모아 소(沼) 하나를 만들어 놓고 마당소라는 이름을 붙였다. 그러나 마당소니 용소니 박쥐소니 하는 이름은 대표로 호칭되는 것일 뿐이고, 실제로는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담(潭)과 소(沼)들이 구슬을 꿰어놓은 듯이 이어진다. 마당소는 그 크기도 크기지만, 그 물줄기가 맑고 푸른 것으로 더 유명하다. 그러나 겨울철인 지금은 두꺼운 얼음으로 뒤덮여있기 때문에, 맑다 못해 옥색치마를 걸친 것 같다는 물줄기는 구경할 수도 없다. 휴양림은 마당소를 지나서도 1시간 정도를 더 걸어내려가야만 한다.
▼ 계곡을 내려가다 보면 가끔 기암괴석을 이룬 작은 봉우리들이 멋진 자태를 드러낸다. 이런 바위 봉우리에는 인고(忍苦)의 세월을 거치면서 스스로 아름다워진 소나무가 아슬아슬하게 걸려 있다. 인간의 힘으로는 절대로 만들 수 없는 기암괴석들과 굽이치는 계곡의 유연한 춤사위는 지루함을 느낄 틈을 주지 않는다. 기지개 활짝 켜고 자연휴양림이 만들어주는 최고의 청정한 공기를 마음껏 들이켜 보자. 속이 시원하게 뻥 뚫릴 것이다.
▼ 휴양림으로 내려가는 길 양편에는 기암절벽(奇巖絶壁)이 늘어서 있고 나무도 울창하다. 군데군데 작은 소(沼)와 담(潭)이 암반(巖盤)과 어우러지며 아름다운 경치를 만들어낸다. 다만 하나 아쉬운 것 있다면 폭포(瀑布)가 눈에 띄지 않는 다는 것이다. 길을 걷다보면 가끔 다래나무 줄기가 늘어진 곳을 지나게 되는데, 나도 몰래 입가에 군침이 돈다. 봄에 피어나는 연한 새순하며, 가을이면 주렁주렁 열리는 녹황색 열매가 문득 머리에 떠오르는 것이다.
▼ 상류에서 깔끔하고 소박(素朴)한 모습을 띠었던 계곡은 내려갈수록 점점 빼어남까지 갖추어간다. 계곡은 활엽수들이 울창하게 뒤덮고 있고, 산길은 계곡 바로 옆으로 나 있어 계곡 전체를 바라보며 걸을 수 있는 행운(幸運)까지 부여받는다. 길가에서 가끔 만나게 되는 단풍나무들은 생명을 다한 나뭇잎들이 삭풍(朔風)에 몸을 떨며 마지막 붉음을 자랑하고 있다.
▼ 산행날머리는 유명산자연휴양림(원점회귀)
수많은 소(沼)와 담(潭), 그리고 계곡가의 절벽(絶壁)들을 감상하며 내려오다 보면 진행방향 저만큼에 자연휴양림(自然休養林)이 보인다. 산행은 자연휴양림에 도착하면서 끝을 맺는다. 유명산자연휴양림은 울창한 숲과 맑은 물, 그리고 빼어난 계곡이 어우러진 휴양림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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