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두산(象頭山, 575.3m)
산행일 : ‘12. 12. 25(화)
소재지 : 전북 김제시 금산면과 정읍시 산외면의 경계
산행코스 : 상두마을→상두사→능선안부→상두산→기재→개터마을→진개저수지→상두마을(산행시간 : 3시간40분)
함께한 산악회 : 청산수산악회
특징 : 상두산은 주변 산군(山群) 중에서 가장 높다고는 하지만, 별다른 볼거리를 보여주지 못하는 그저 평범한 흙산이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모든 산봉우리는 다 올라보겠다는 이들이나, 또는 ‘산이 있어서 산을 오른다.’는 등산 마니아(mania)들이 아니라면 구태여 찾을 필요가 없는 산이다. 참고로 상두산 정상에서 기고개로 내려가는 등산로는 가파르면서도 의지할만한 지지대가 없기 때문에 겨울산행에는 주의가 필요하다.
▼ 산행들머리는 원상두마을(정읍시 산외면 상두리 소재)
호남고속도로 태인 I.C에서 내려와 1번 국도(國道 : 전주방향/ 왕림교차로에서 30번 국도로 옮김)와 30번 국도(임실방향)을 이용하여 와우교차로(交叉路 : 정읍시 칠보면 와우리)까지 온다. 이어서 좌회전하여 49번․55번 지방도(地方道 : 신덕면·관촌면 방향)로 옮겨 들어가면 산외면소재지(面所在地)를 지나자마자 도원교차로(交叉路 : 산외면 정량리)에 이르게 된다. 이곳 도원교차로에서 왼편에 보이는 군도(郡道 : 원정1길)로 들어가다가, 삼두천을 건너면 만나게 되는 4거리(상두리)에서 왼편으로 접어들어 1Km쯤 들어가면 산행이 시작되는 원상두마을이다. 참고로 원상두마을까지 군내버스가 운행되므로, 대형버스를 가지고 갈 경우에는 마을회관 앞에 주차시키면 된다.
▼ 산행은 원상두(元象頭)마을회관의 오른편으로 난 골목길로 들어서면서 시작된다. 들머리에 ‘상두사(象頭寺)’라는 커다란 빗돌이 세워져 있으니 참조하면 된다. 돌담을 왼편에 끼고 100m정도 걸어 올라가면 길이 두 갈래로 나뉜다. 상두산으로 올라가려면 왼편으로 진행해야 하지만, 잠깐 짬을 내어 오른편으로 들어가 보자. 요란하게 짖어대는 개들을 외면하고 50m정도를 걸어가면 오른편에 텃밭이 보인다. 바로 상두사지(象頭寺址)이다. 텃밭의 뒤편 언덕 아래에 3기(基)의 당간지주(幢竿支柱)가 동서(東西)로 나란히 서 있다. 원래는 4기(基)였는데, 1920년대에 서쪽의 1기가 파괴되었다고 한다. 당간지주의 뒤편, 그러니까 언덕 위에 보이는 건물의 터(建物址)의 흔적을 이곳 마을 사람들은 법당밭(法堂밭), 법당터(法堂터)라 부른다고 한다.
▼ 상두산(象頭山)은 산이 코끼리의 머리를 닮았다고 해서 그런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본래 불가(佛家)에서 말하는 상두산이라 함은 석가가 고행 길에 6년 동안 설법(說法)을 했다는 인도 불교의 성지(聖地)에서 비롯된 지명(地名)이다. 따라서 이곳 정읍 땅의 상두산이 그만큼 불교와 깊은 연관이 있지 않나 생각된다. 그 증거의 하나가 이곳 상두사터가 아닐까 한다. 지금은 비록 당간지주(幢竿支柱 : 불화를 그린 깃발을 걸었던 장대, 즉 당간을 지탱하기 위하여 당간의 좌·우에 세우는 기둥)만 남아있는 빈터로 남아있지만, 당간지주가 4개나 될 정도였다면 꽤나 큰 규모를 자랑하는 사찰(寺刹)이었음이 틀림없을 것이다. 참고로 상두산 자락 남쪽의 정읍시 산외면은 불교 조계종 총무원장을 역임한 월주스님 등의 고승(高僧)들이 배출되었는데, 이 또한 상두산과 연관이 없다고는 말할 수 없을 것이다.
▼ ‘뭣 하러 이런 외진 곳까지 찾아 온다요? 겨울에는 버스도 못다는 곳인디...’ 귀한 손님이라도 되는 양 동네 아주머니들이 살갑게 말을 건네 온다. 그만큼 이곳을 찾는 외지인(外地人)들이 드물다는 의미일 것이다. 하긴 상두산 정상을 올라본 동네 사람들이 드물 정도라고 하니, 외지인들이 상두산을 찾는 일은 일 년에 몇 번 되지 않는다고 봐야 할 것이다. 마실 나갔다가 집으로 돌아가는 동네 아주머니들과 얘기를 주고받으며 동네 골목길을 통과한다.
▼ 잘 지어진 전원주택(農家로 보기에는 너무 번듯하게 지어졌다)를 마지막으로 골목길은 끝을 맺고, 이후에는 농로(農路)로 이어진다. 농로로 들어서서 얼마 안 있으면 오른편으로 나뉘는 길이 보이지만, 개의치 말고 곧장 나아가면 된다. 갈림길에서 바라보면 맞은편 산비탈 아래에 산행안내판 하나가 세워져 있으니 참고하면 될 것이다.
▼ 산행안내판에서 조금 만 더 걷다가 왼편으로 급하게 방향을 틀면 편백나무 숲길이 마중 나온다. 코끝을 스치는 저 향은 솔향일까 아니면 피톤치드(phytoncide)향일까? 하긴 어느 향이든 무슨 대수겠는가. 저 편백나무가 몸에 좋다는 피톤치드를 가장 많이 내품는 나무임이 확실하니, 오늘 산행은 확실한 웰빙(well-being)산행이 되는 것이다.
▼ 편백나무 숲을 지나면 또 다시 전원주택 한 채가 보이고, 농로는 이곳에서 끝을 맺는다. 이후부터는 임도(林道)가 등산로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 오늘의 목표는 땀을 흘리지 않고 정상까지 오르는 것이다. 산행종료까지 주어진 시간이 너무나 여유로운 덕분에 가능한 일이다. ‘겨울산행에 5시간 산행은 무리’라는 집사람의 의견을 쫒다보니 3시간짜리로 코스를 변경할 수밖에 없었고, 그러다보니 발걸음을 재촉할 이유가 없어진 것이다. 그런 내 마음을 알아주는지 산길은 의외로 순한다. 흙길은 부드러운데다가 넓기까지 하다. 거기다 경사(傾斜)까지 완만(緩慢)하니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걷더라도 부담이 되지 않을 정도이다.
▼ 산행을 시작해서 40분 정도가 지나면 능선 안부에 올라서게 된다. 안부에서 산길은 90도 이상을 오른편으로 꺾으며 이어진다. 여기부터가 오늘 산행의 하이라이트(highlight)이다. ‘눈의 천국(天國)’에 들어선 것이다. ‘상고대가 아니라 눈꽃입니다’ 상고대를 보게 된 행운에 감탄사를 연발하는 날 보고 집사람이 바로잡아준다. 오늘은 집사람의 컨디션이 좋지 않은 날인 모양이다. 하는 것 마다 트집을 잡는 것을 보면 말이다. 눈꽃이면 어떻고, 또 상고대면 어떻겠는가. 날 황홀하게 만들면 그게 바로 눈꽃이고, 또 상고대가 아니겠는가.
▼ 집사람의 심기를 건들지 않으려고 조심하다보면 느닷없이 이정표(국사봉 5.4Km/ 산수동 3.6Km/ 정읍 산외면) 하나가 나타난다. 그런데 이 이정표의 표기(表記)를 이해할 수가 없다. 왼편으로 가면 김제시 금산면 산수동이 나온다는 것은 알겠는데, 곧장 직진하면 국사봉이란다. 국사봉은 상두산 정상에서도 한참을 더 가야만 하니 이정표에는 당연히 상두산을 표기해야 할 것이고, 굳이 국사봉을 적고 싶을 경우에는 상두산과 함께 쓰는 것이 옳을 것이다.
▼ 이정표를 지나서 얼마간 더 진행하면 커다란 바위 무더기가 보인다. 상두산 정상이 바위로 이루어진 것을 사전에 알고 있었기에 정상 근처인가 보다 했지만, 정상은 이곳에서도 한참을 더 진행해야만 했다. 고도(高度)를 높일수록 더 짙어져 가는 상고대 아래를 걷다보면 어느덧 정상에 올라서게 된다. 산행을 시작한지 1시간20분이 조금 못 되었다.
▼ 상두봉 정상은 바위로 이루어져 있다. 그러나 바위 바로 아래의 제법 너른 분지(盆地)는 돌맹이 하나 보이지 않는 맨흙으로 이루어져 있다. 따라서 상두봉을 암봉이라고 부르기 보다는 흙봉우리 위에 커다란 바위 몇 개가 올라 앉아 있다고 표현하는 것이 더 옳은 표현일 것이다. 말뚝 모양의 정상표지석은 바위 봉우리 위에 보이고, 바위 봉우리 옆에는 산행안내도가 세워져 있다.
▼ 상두산은 높지 않은 산이지만 주변의 산들 보다는 더 높기 때문에 조망(眺望)이 좋은 편이다. 오늘은 눈이 내리기 때문에 비봉산과 독금산 등 가까운 산들만 시야(視野)에 들어오지만, 날씨가 맑을 경우에는 서쪽으로는 광활(廣闊)한 호남평야와 서해 바다가 굽어보이고, 북쪽으로는 모악산, 운장산이 눈에 들어온다고 한다. 그렇다면 고덕산과 경각산, 그리고 국사봉과 오봉산, 나머지 추월산과 회문산은 각각 북동쪽과 동쪽, 그리고 남쪽에서 하늘금을 이루고 있을 것이다.
▼ 정상에서 지재(고개)로의 하산은 정상으로 올라올 때의 반대편으로 내려서면서 시작된다. 하산길 들머리에 선 집사람이 내려가질 않고 멈칫거리고만 있다. 너무 가파른데다 사람이 다닌 흔적이 없는 하얀 눈길이 두려웠던가 보다. 지재로 내려가는 길은 올라올 때와는 달리 무서우리만큼 경사(傾斜)가 가파르다. 거기다가 몸을 의지할만한 지지대(支持臺)도 눈에 띄지 않아 내려서기가 무척 조심스럽다.
▼ 내려서는 길은 가파르다가 완만(緩慢)해지기를 반복하면서 이어진다. 하산 하는 중에 몇 개의 봉우리를 넘게 되는데, 그 봉우리를 오르거나 봉우리 정상 부위에서 잠깐 경사(傾斜)가 밋밋해지다가도 내리막길만 만나면 어김없이 경사가 가팔라지는 것이다. 한 발짝도 마음 놓고 내려서기가 어려운 비탈길을 걷다보면 주위를 둘러볼 틈도 없다. 행여 헛발이라도 디딜 경우에는 큰 부상을 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도 간혹 발걸음을 멈추는 이유는, 가끔가다 왼편으로 조망(眺望)이 시원스레 트이기 때문이다. 진행방향 맞은편에 있는 국사봉과 화율봉 등 산릉(山稜)들이 한눈에 들어오고, 왼편 발아래에는 복호마을, 그리고 그 너머에 보이는 촌락(村落)은 아마 상화마을 일 것이다.
▼ 정상에서 조심스럽게 50분 가량을 내려오면 능선 안부인 기재에 내려서게 된다. 사통팔달로 임도(林道)가 시원스럽게 뚫린 이곳 기재(이정표 : 국사봉 3.6Km/ 상두봉 1.8Km/ 복호동 0.6Km)에서는 오른편 임도로 방향을 틀어야 상두리로 원점회기(原點回歸)할 수 있다.
▼ 기재에서는 오른편에 보이는 임도(林道)로 접어들어야 하지만, 그렇다고 임도를 따라서 곧장 진행해서는 안 된다. 임도의 최종 도착지가 어디인지는 몰라도 계속해서 고도(高度)를 높여가기 때문이다. 사실 우리부부도 무턱대고 임도로 들어섰다가 놀라서 되돌아 나왔다. 고도를 높여가는 임도가 정상으로 향하고 있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 기재의 아래에 있는 개터마을로 내려가려면 기재에서 오른편에 보이는 오솔길로 내려서야 한다. 잡목(雜木)과 사람의 눈높이까지 자란 들풀들이 발걸음을 더디게 하는 오솔길을 따라 10여분 정도 내려오면 돼지농장 등 축사(畜舍)들이 자주 눈에 뜨이는 개터마을이다.
▼ 산행날머리는 상두마을(원점회귀)
개터마을에서부터 상두마을까지는 차도(車道)로 이어진다. 개터마을에서 차도를 따라 40분 쯤 걸으면 진개저수지에 이르게 되고, 저수지에서 조금 더 진행하면 만나게 되는 사거리에서 오른편으로 방향을 틀어 올라가면 20분 후에는 아침에 산행을 시작했던 상두마을에 도착하게 된다. 기재에서 하산할 경우에 유념(留念)해 두어야 할 것은, 상두마을로의 원점회기가 꽤나 힘들다는 것이다. 상두마을까지의 거리가 꽤나 먼데다가, 차도임에도 불구하고 지나다니는 차량(車輛)들이 드물어서 얻어 탈수도 없기 때문이다. 기재에서 상두마을까지는 1시간20분 정도가 소요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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