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래봉(1,165m)
산행일 : ‘13. 5. 12(일)
소재지 : 전북 남원시 운봉면과 산내면의 경계
산행코스 : 산덕마을→임도→능선→1123봉→철쭉군락지→팔랑치→바래봉 삼거리⟷바래봉→임도→운지암→용산마을 철쭉축제장(산행시간 : 여유로운 4시간)
함께한 산악회 : 고원산악회
특징 : 원래 발산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던 바래봉은 백두대간(白頭大幹)에 있는 고리봉(1,304.8m)에서 분기(分岐)한 지맥(支脈)상의 한 봉우리로서 세걸산(1,220m)과 덕두산(1,152m)의 중간에 위치하고 있다. 전형적인 흙산으로 그 생긴 모양이 흡사 승려들이 밥그릇으로 사용하는 바리를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바래봉은 원래 숲이 울창하였다고 한다. 그러던 것이 1970년대에 추진된 한국-호주간 면양시범사업의 일환으로 이곳에 면양목장을 조성하면서, 초식동물인 면양(綿羊)들이 독성이 있는 철쭉만 남기고 잡목(雜木)과 풀을 모두 먹어 버린 탓에 자연스럽게 철쭉 군락지(群落地)가 되었다는 것이다. 전국에서 가장 뛰어난 철쭉군락지라는 입소문을 듣고 사람들이 몰려들면서 철쭉이 만개하는 5월이면 철쭉꽃보다 사람들의 숫자가 더 많다고 할 정도로 수많은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 산행들머리는 산곡마을
88고속도로 지리산 I.C에서 내려와 24번 국도 남원방면으로 달리면 맨 먼저 만나게 되는 게 운봉읍이다. 운봉읍사무소 앞에서 좌회전하여 바래봉길을 따라 짧게 들어가다가, 운봉천(川)을 가로지르는 통천교(橋)를 50m쯤 지나서 오른편에 보이는 운봉남길을 따르면 얼마 지나지 않아 산행들머리인 ‘산곡마을(운봉읍 산곡리)’에 이르게 된다. 마을 앞 도로변에 화장실을 갖춘 널찍한 공터가 있으니 참고하면 된다.
▼ 산곡마을의 골목길로 들어서면서 산행이 시작된다. 마을 안길과 농로(農路)를 이어가다보면 길은 산자락 아래(이정표 : 용산마을 1.8Km/ 산덕마을 0.4Km)에 이르면서 임도(林道)로 바뀐다. 임도를 따라 5분 정도, 그러니까 산덕마을을 출발한지 15분 정도가 지나면 시멘트로 포장된 제대로 된 임도를 만나게 된다(이정표 : 바래봉/ 용산마을 1.8Km/ 산곡마을 0.7Km). 이곳에서 왼편으로 갈 경우에는 용산마을이 나오므로, 바래봉으로 가려면 오른편으로 진행해야 한다.
▼ 시멘트로 포장된 임도는 차량이 다녀도 될 정도로 넓다. 도로변에 주막(酒幕)까지 열어놓은 것을 보면 산덕마을에서 팔랑치로 올라가는 코스도 찾는 이들이 제법 많은 모양이다. 주막에는 앉을 자리가 없을 정도로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다. 철쭉축제의 덕을 톡톡히 보고 있는 것이다. 더덕과 두릅, 그리고 취나물 등 산나물을 이용한 각종 안주와 술을 팔고 있는데, 산촌의 맛을 느껴보려면 이곳에서 잠시 쉬어가는 것이 좋을 것이다. 하산지점인 ‘용산리 철쭉축제장(祝祭場)’은 음식점의 숫자는 이곳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으나 산골 특유의 음식은 찾아보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사실 전국의 어느 축제장에 가더라도 그 지역의 독특한 음식은 찾아보기 힘든 게 요즘의 현실이다. 축제장마다 빼놓지 않고 찾아다니는 음식점들이 따로 있기 때문일 것이다.
▼ 삼거리에서 임도를 따라 10분 정도를 걸으면 차량(車輛)의 진입을 막고 있는 차단기(遮斷機)가 설치되어 있는 지점(이정표 : 부운치 3.1Km)에 이르게 된다. 등산로는 이곳에서 왼편에 보이는 계곡을 따라 이어진다. 임도를 따라 계속 진행할 경우에는 부운치에 이르게 된다.
▼ 계곡을 따라 들어가면 처음에는 경사(傾斜)가 거의 없는 완만(緩慢)한 산길이 이어진다. 산길 주위에는 낙엽송(落葉松 : 일본이깔나무)들이 하늘을 향해 곧게 뻗쳐오르고 있다. 아마 경제림(經濟林)으로 조성된 모양이다. 보이는 나무마다 새봄의 기운을 만끽이라도 하려는 듯이 연초록 푸름을 한껏 자랑하고 있다. 걷고 있는 사람들의 표정도 티 한 점 없는 동심(童心)의 세계로 돌아간 듯 밝고 또 밝다.
▼ 산길이 계곡과 헤어지고 능선에 붙으면서 가파른 오르막이 시작된다. 오늘 산행에서 유일하게 힘든 구간이다. 산길 주변은 굵은 소나무들이 군락(群落)을 이루는가 싶더니, 어느 틈엔가 참나무들 천지로 바뀌어버린다. 그러다가도 어느 때는 좌우(左右)로 사이좋게 늘어서기도 한다. 산길의 색깔도 나무들의 변화에 따라 연초록과 진초록이 번갈아 나타나고 있다.
▼ 무릎께까지 차오르는 산죽(山竹)군락을 지나면 앞이 뻥 뚫리면서 마치 목장의 푸른 초지(草地)를 연상시키는 민둥산 하나가 그 모습을 드러낸다. 팔랑치 옆 봉우리인 1123봉이다. 산덕마을을 출발한지 1시간20분이 지났다. 사람들의 입소문을 타고 있는 바래봉 철쭉은 이곳 1123봉에서부터 팔랑치까지 구간에서 절정을 이룬다. 산덕마을에서 올라선 곳은 1123봉의 부운치방향 사면(斜面), 비록 군락을 이루고는 있지 않지만 철쭉들이 곳곳에 무리를 짓고 있는 것이 보인다. 하나 아쉽게도 철쭉들은 아직까지도 꽃봉오리를 열고 있지 않은 채로다.
▼ 1123봉에서 바라본 정령치방향 능선, 수많은 사람들이 바래봉을 향해 꾸역꾸역 몰려들고 있다. 다들 활짝 핀 철쭉들을 상상하며 한창 달콤한 상상에 젖어 있을 것이다. 저 사람들이 이곳에서 도착했을 때 과연 어떤 표정들을 지을지가 궁금하다. 사람들의 성격에 따라 각기 다르겠지만 이 정도에라도 만족 해 하는 표정을 짓는 게 가장 현명하지 않을까 싶다. 속을 끓인다고 해서 갑자기 꽃이 피어주는 것도 아니니, 그래봐야 마음에 상처를 입는 사람만 손해일 테니까 말이다.
▼ 1123봉에서 팔랑치까지의 구간은 나무 한그루 눈에 띄지 않는 말 그대로 민둥산이다. 나무라고는 오로지 철쭉이 전부인 셈이다. 1970년대에 조성된 면양목장(綿羊牧場)에서 기르던 양들이 잡목(雜木)과 풀은 모두 먹어버리고 독성(毒性)이 있는 철쭉만 남겨 놓은 탓에 이처럼 군락지가 생성됐다고 한다. 사람들의 보살핌으로 자란 면양들이 사람들에게 되돌려주는 보은의 결과가 아닐까 싶다. 인과응보(因果應報)는 꼭 사람들에게만 해당되는 사자성어(四字成語)는 아닌 것이다. 바래봉 철쭉은 철쭉으로 소문난 다른 산들과는 다른 특징을 갖고 있다. 다른 산들의 철쭉은 대부분 키 높이가 제멋대로인 나무에 듬성듬성 꽃이 달리고, 그 꽃이 연분홍 색깔을 띠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나 바래봉의 철쭉은 다르다. 나무의 높이가 어른의 허리 정도로 일정하고, 그 생김새가 빽빽하게 무리를 지으면서도 둥그런 모양을 하고 있는 것이, 마치 누군가가 일부러 가꾼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그리고 꽃들도 다른 산들에 더 붉은 게 특징이다.
▼ 1123봉에서 시작된 철쭉군락지는 산의 사면(斜面)을 온통 꽃밭으로 만들며 팔랑치 안부삼거리까지 계속된다. 산길의 양편으로 어른 키만큼 자란 철쭉들이 터널을 이루고 있다. 지리산국립공원사무소에서는 그 산길에다 나무테크로 계단을 만들어 철쭉군락의 훼손(毁損)을 막고 있다. 바람직한 일이다. 이곳 팔랑치는 지대가 높고 사계가 뚜렷하기 때문에 다른 철쭉 명산(名山)들에 비해 꽃의 색깔이 더 붉고 진하다고 한다. 만일 일주일만 늦게 이곳에 왔었더라면 붉게 타오르는 꽃불에 내 몸을 던져보았을 텐데 아쉽기 그지없다.
▼ 아쉬운 마음을 가득 안고 나무계단을 내려오면 안부삼거리(이정표 : 바래봉 1.5Km/ 팔랑마을 2.0Km/ 부운치 1.5Km)이다. 나무계단이 설치된 이 구간을 사람들은 ‘자연이 만들어 낸 최고의 걸작(傑作)’ 또는 ‘천상(天上)의 화원(花園)’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어떤 사람들은 이곳의 철쭉을 보며 ‘오매! 불 나부렀네!’라는 감탄사를 내뱉는다. 그만큼 이곳의 철쭉이 환상적인 아름다움을 자랑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쉽게도 철쭉들은 아직까지도 꽃망울을 열지 않고 게으름을 부리고 있는 것이다. 그렇거나 말거나 팔랑치 부근에는 사람들로 넘쳐난다. 아니 팔랑치 어림뿐만 아니다. 사람이 서있을 만한 공간만 보이면 어김없이 사람들이 빽빽이 차 있는 것이다. 어느 누가 ‘사람의 숫자가 꽃의 숫자보다 더 많다’고 적었던 글이 생각난다. 어느새 나도 그의 글에 공감(共感)하고 만다.
▼ 팔랑치삼거리에서 바래봉 아래 샘터까지는 능선의 위로 난 너른 임도를 걷게 된다. 능선은 한마디로 말해서 유순하다. 소의 등허리처럼 부드러운 산길이 능선을 따라 바래봉까지 이어진다. 발치 아래 왼편에는 운봉읍의 너른 들녘이, 그리고 오른쪽에는 지리산의 장쾌한 파노라마가 펼쳐진다. 감동적인 풍경(風景)은 철쭉으로 못다 채운 사람들의 서운한 마음을 충분히 보상해 주고도 남는다. 이런 맛에 사람들은 또 다시 산을 찾게 되는 모양이다.
▼ 저 멀리 있던 바래봉이 가까워지면서 능선 주변에는 구상나무 군락지가 점점 그 면적을 넓혀간다. 가로세로 줄이 곧은 것을 보면 누군가가 일부러 조림(造林)한 모양이다. 구상나무는 얼핏 보면 주목나무처럼 생겼다. 전나무뿐만이 아니라 전나무나 가문비나무와도 비슷하기 때문에 헷갈리는 사람들이 많다. 한껏 숨을 들이켠다. 상큼하다. 그렇게나 몸에 좋다는 피톤치드(phytoncide)가 한꺼번에 밀려오는 듯하다.
▼ 팔랑치에서 능선을 따라 대략 1Km, 천천히 30분 남짓 걸으면 바래봉삼거리(이정표 : 바래봉 0.6Km/ 운봉 4.5Km/ 정령치 3.8Km)에 이르게 된다. 이곳에서 왼쪽은 용산마을로 내려가는 임도이고, 바래봉 정상은 오른편 길로 진행해야 한다. 이곳 삼거리에서 용산마을까지 이어지는 4Km가 넘는 임도는 면양의 방목(放牧)을 위해서 낸 길이라고 한다. 등산객들은 이 임도를 따라 내려가는 게 보통이다. 중간에 운지사로 곧장 내려가는 지름길이 있으나, 임도 주변의 꽃무리를 구경하다보면 자신도 모르게 임도를 따르게 되는 것이다.
▼ 바래봉삼거리에서 바래봉으로 가다보면 오른편에 낙엽송(落葉松 : 일본이깔나무) 숲이 보인다. 연녹색으로 물들기 시작하는 낙엽송 아래에서 옹기종기 모여 앉아 쉬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 이국적(異國的)인 풍경(風景)을 자아내고 있다. 녹음 짙은 전나무 아래 마치 누군가가 공들여 가꾼 듯이 잘 자란 초지(草地)가 언젠가 영화에서 보았던 풍경을 떠올리게 만든 것이다.
▼ 바래봉 정상으로 가는 길에는 샘터가 있다. 물맛이 좋다고 알려진 탓인지 샘터에는 물을 마시려는 사람들이 늘어서서 길게 줄을 만들고 있다. 비록 줄은 길지만 물맛을 보는 데는 그다지 오래 걸리지 않는다. 제법 많은 양이 흘러나오기 때문이다. 시원하고 달콤한 물맛은 소문대로 뛰어났다.
▼ 샘터를 지나면 곧이어 산길은 왼편으로 크게 방향을 틀면서(이정표 : 바래봉 250m/ 정령치 9.15Km, 운봉 4.9Km) 전면에 바래봉이 클로즈업(close-up)된다. 바래봉은 스님들의 밥그릇인 바리때를 엎어놓은 모습과 닮았다하여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려는 듯이 둥그스름하고 순하게 생긴 봉우리가 영락(零落)없이 밥그릇을 뒤엎어 놓은 형상이다. 바래봉의 정상 주위는 나무 한그루가 없는 순수한 초지(草地)로 되어 있다.
▼ 살짝 가파르다고 느껴지는 오름길을 300m 쯤 오르면 드디어 바래봉 정상이다. 정상에는 정상석 대신에 정상표지목과 이정표(바래봉삼거리 0.6Km/ 월평마을 3.8Km)가 자리를 지키고 있다. 정상에서 반대편으로 곧장 나아가면 월평마을로 내려가게 되므로 철쭉축제 행사장으로 내려가려면 바래봉삼거리까지 다시 되돌아 내려가야 한다.
▼ 정상에 서면 일망무제(一望無題)로 시야(視野)가 트인다. 팔랑치에서 부운치, 그리고 세걸산과 고리봉을 잇는 서북 능선이 뚜렷하고, 가스로 인해 비록 희미하지만 노고단, 반야봉, 촛대봉, 멀리 지리산 주봉인 천황봉까지 한눈에 들어온다. 정상을 50m쯤 남겨 놓은 지점에 조망안내판이 설치되어 있으니 한번쯤 산과 비교해가며 짚어보는 것도 괜찮을 것이다.
▼ 바래봉삼거리에서 운봉으로 방향을 틀면 먼저 박석(薄石)이 깔린 임도로 시작된다. 바닥에 깔린 돌은 구간마다 다양하게 바뀌어간다. 넓고 얇은 돌들이 이어지다가, 어느 땐 제법 멋을 낸 돌들이, 그리고 또 어떤 구간은 막돌을 바닥에 깔아 놓기도 했다. 임도는 깔끔하게 잘 정비되어 있지만 숲 그늘은 찾아볼 수가 없다. 양산(陽傘)을 쓰고 산을 오르는 여인들이 가끔 눈에 띄는 이유일 것이다. 고속도로 수준으로 널찍한 임도는 그야말로 인산인해(人山人海)이다.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저들은 과연 오늘 산행에서 무엇을 느꼈을까? 혹시 나처럼 아직 꽃망울을 열지도 않은 철쭉에 대한 실망감만 가득 안고 돌아가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그러나 모두의 얼굴이 해맑은 것을 보면 나처럼 속 좁은 사람들은 없는가 보다.
▼ 길가에는 철쭉들이 곳곳에서 무리를 지으며 가로수 역할을 하지만 이곳도 역시 덜 피기는 매 한가지이다. 차라리 철쭉 무리에 섞여있는 조팝나무가 피워낸 꽃들이 더 화사하게 보이는 것은 철쭉에 대한 실망이 그만큼 크다는 얘기가 아닌지 모르겠다. 내려오는 길에는 가끔 널따란 운봉들녘이 눈에 들어오는 전망대를 만나기도 한다.
▼ 돌길로 이어지던 임도가 그냥 맨땅으로 변하더니 얼마 안 있어 ‘황산대첩비 갈림길(이정표 : 황산대첩비 2.8Km/ 운지사 0.9Km/ 바래봉)’에 이르게 된다. 그리고 길 아래에 펼쳐지는 광활한 철쭉평원(平原)이 내려다보인다. 아마 팔랑치에 있는 철쭉군락지보다 더 넓었으면 넓었지 결코 좁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이곳의 철쭉은 제철을 넘겨버렸다. 아름다움을 자랑하던 꽃들은 이미 져버리고, 게으름쟁이들만 남아서 마지막 생명의 불꽃을 사르고 있다. 팔랑치의 철쭉들은 꽃망울을 열려면 아직도 멀었는데, 이곳의 꽃들은 만개시기가 한참이나 지나버린 것이다. ‘꽃 산행’에서 만개(滿開)시기를 맞추기는 어렵다. 특히 주말에나 시간을 낼 수 있는 직장인들이라면 거의 불가능에 가까울 것이다. 그나마 군데군데 남아있는 철쭉들에 위안을 삼으며 하산을 서두른다.
▼ 임도 아래에 펼쳐진 철쭉화원을 카메라에 담으며 10분 정도 걷다보면 음식점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각종 안주와 술들을 파는 음식점에는 빈자리가 없을 정도로 술잔을 주고받으며 떠드는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다. 철쭉꽃의 만개시기를 맞추지 못한 아쉬움을 술로나마 달래고 있는 거나 아닌지 모르겠다.
▼ 임시 주막(酒幕)을 지나면 길은 오른편으로 크게 방향을 튼다. 산악회에서 주어진 시간에 여유가 있어 맞은편에 보이는 산길로 접어든다. 안쪽에 있다는 대한불교 조계종 금산사의 말사인 운지사를 둘러보기 위해서이다. 운지사는 한마디로 조그마한 절간이다. 대웅전과 종루 그리고 요사채가 전부인 조그마한 절이 요즘 불사(佛事)가 한창이다. 새로 짓는 대웅전과 종루에 변화를 주고 싶었는지 지붕 색깔이 밝은 구릿빛을 띠고 있다. 초파일을 일주일 앞에 둔 운지사는 연등(燃燈)들로 둘러싸여 있고, 절간 옆으로 흐르는 계곡은 진짜 속살은 들어내지 않는 채로 가녀린 물소리만 들려준다.
▼ 운지사에서 다시 되돌아 나와 축제장으로 향하면 오른편에 제단(祭壇)처럼 반듯하게 쌓아올린 돌무더기가 보인다. 주변 조망(眺望)이 트일 것 같아 위로 올라보니 내 예상이 옳았다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려는 듯이 철쭉평원이 빠짐없이 한눈에 들어온다. 철쭉평원 아래에 보이는 건물은 아마 허브 밸리(herb valley) 아닌가 싶다. 남원시에서 이 부근에 허브를 주제로 테마파크(theme park)를 조성해 놓았기 때문이다. 허브밸리에는 매발톱과 기린초 등 화초류 300여종과 라벤더 등 30여종의 허브를 식재(植栽)해 놓았다고 한다.
▼ 산행날머리는 바래봉철쭉 축제장
철쭉평원이 끝나면서 축제장(祝祭場)이 얼굴을 내민다. 축제장은 크게 두 가지로 구성되어 있는 것 같다. 허브를 주제로 한 체험 및 제품 판매지역이 그 하나이고, 다른 하나는 각종 토산품을 비롯한 각종 상품을 판매하는 상점과 식당이 뒤섞인 먹거리촌이다. 음식점은 술잔을 나누며 산행을 마무리하고 있는 등산객들로 넘쳐나고 있다. 먹을 만한 음심이 있을까 해서 메뉴판을 살펴보며 걷지만 내가 바라는 메뉴는 보이지 않는다. 내가 찾는 더덕이나 두릅 등 야생 산나물을 이용한 안주 대신에, 돼지고기 바비큐(barbecue)나 새우튀김 등 전국 어디에서나 흔하게 눈에 띄는 메뉴가 대부분인 것이다. 바래봉 정상에서 축제장까지는 생각보다는 시간이 많이(1시간30분) 걸린다. 5Km가 넘는 거리도 만만찮을뿐더러 철쭉구경에 한눈을 파는 시간이 쏠쏠하기 때문이다.
▼ 축제장 옆의 개울에 족탕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 놓은 공간이 신선하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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