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덕봉(明德峰, 845.5m)
산행일 : ‘12. 10. 28(일)
소재지 : 전라북도 진안군 주천면
산행코스 : 운일암1주차장 건너편→북측지능선→가마봉갈림길→정상→서남지능선→625봉→삼거리주차장((산행시간 : 3시간)
함께한 산악회 : 곰바우산악회
특징 : 명덕봉은 운장산의 한 줄기에 자리 잡은 나지막한 산이다. 산 자체는 작고 특별한 볼거리도 없는 평범한 산이지만, 이 산이 빚어 놓은 ‘운일암반일암계곡’으로 인해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명덕봉을 찾는 등산객들 대부분이 기암괴석(奇巖怪石)과 명경지수(明鏡止水)로 소문난 ‘운일암반일암계곡’을 필히 산행코스에다 끼워 넣기 때문이다. 주자천을 사이에 두고 건너편에 있는 명도봉(863m)과 마주보고 있다.
▼ 산행들머리는 주양리
대전-통영간고속도로 금산 I.C를 빠져나와 금산읍을 통과한 다음 13번 국도(國道/ 장수읍 방향)을 타고 용담호(湖)까지 들어간다. 용담면소재지(所在地/ 송풍리)를 지나 신용담교(橋)를 건너기 직전에 만나게 되는 송풍삼거리에서 우회전하여 795번 지방도로 진입한다. 795번 지방도를 이용 용담호를 여러 번에 걸쳐 가로지르면서 달리다가 영강교를 건넌 후 오른편(정주천로)으로 접어들면 주천면소재지이다. 이곳에서 좌회전하여 55번 지방도(완주군 동상면 방향)로 들어가면 얼마 지나지 않아 산행들머리인 주양리에 이르게 된다.
▼ 산행은 운일암1주차장의 건너편에 보이는 지방도에서 오른편으로 난 임도(林道)로부터 시작된다. 들머리에 산행안내도가 세워져 있으니 어렵지 않게 들머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산행을 시작하기 전에 고개를 돌려보면 주자천 건너에 명도봉이 우뚝 솟아있는 것이 보인다. 그 아래가 운일암1주차장이다. 임도의 입구에서 왼편에 보이는 개울을 건너면서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된다. 물론 안내도 뒤로 나있는 아스팔트 포장 임도는 무시해야 한다.
▼ 계곡을 건너 급경사(急傾斜)로 이루어진 능선으로 붙으면 얼마 뒤 널찍한 묵밭 지대를 만난다. 다른 사람들의 후기에는 묵밭이라고 적고 있지만, 내 눈에는 차라리 잘 가꾸어진 정원(庭園)을 보는 듯한 느낌이다. 묵밭에 있는 무덤 사이를 통과해서 능선으로 올라서면, 완만(緩慢)하게 이어지던 산길이 서서히 고도(高度)를 높이더니 울퉁불퉁한 암릉길로 변해버린다. 등산로 주변을 가득 채우고 있던 참나무들도 암릉을 만나면서 소나무들로 바뀌더니, 얼마 안가 두 나무들이 골고루 섞이게 된다. 암릉으로 들어서면 등산로를 약간 비켜난 곳에 그다지 높지 않은 바위들이 심심찮게 보이니, 그냥 지나치지 말고 한번쯤 바위 위로 올라가 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오르는 바위마다 뛰어난 전망대이기 때문이다. 그 첫 번째 전망바위는 산행을 시작한지 15분 정도 지나서 만나게 된다. 갑자기 시야(視野)가 뻥 뚫리면서 명도봉과 구봉산을 포함한 산군(山群)들이 나뭇가지 위로 떠오르고 있다.
▼ 첫 번째 전망바위를 지나면서 산길은 급경사(急傾斜) 오르막길로 변한다. 그러나 걷는 데는 그다지 부담스럽지 않다. 길 위에 수북하게 쌓인 낙엽(落葉)들로 인해 길이 무척 폭신폭신하기 때문이다. 바닥에 깔린 낙엽은 대부분 솔가리(말라서 땅에 떨어져 수북이 쌓인 솔잎)인데 참나무 낙엽들이 약간 섞여있다. 솔가리로 인해 한층 더 폭신폭신한 것이다. 첫 번째 전망바위에서 20분 가까이 오르면 또 하나의 전망바위에 이르게 된다. 이번에는 구봉산의 산군들 외에도 용담호의 호반(湖畔)까지 선명하게 나타나고 있다.
▼ 분재(盆栽)처럼 멋지게 자란 소나무들 감상은 오래가지 못한다. 능선을 어느새 참나무들이 독점해버렸기 때문이다. 비록 분재를 감상하는 즐거움은 없어졌지만 걱정할 필요는 없다. 대신 제철을 만난 단풍나무들이 울긋불긋 색동옷으로 갈아입고 있는 풍경(風景)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햇빛을 둘러싸고 치열하게 경쟁하며 살았던 지난 여름철의 고단함을 보상(報償)이라도 받으려는 듯, 단풍나무 잎들은 온갖 색으로 치장하고 있다. 이 세상의 여인들이 즐겨하는 화장의 그 어느 색조(色調)도, 가을 산이 만들어내는 자연의 색깔을 결코 그려내지 못할 것이다.
▼ 두 번째 전망바위를 지나서 다시 30분 정도가 지나면 750봉에 올라서게 된다. 나뭇가지 사이로 명덕봉 정상이 빼꼼이 내다보이는 750봉에는 이정표(명덕봉 0.6Km/ 운일암1주차장 1.24Km) 하나가 세워져 있다. 이정표 뒤편으로 희미하게 산길이 보이지만 이정표에는 나와 있지 않다. 에로스산장(영불암)에서 가마봉을 거쳐 올라오는 길인데 너무 험하기 때문에 이용하지 말라는 경고(警告)의 의미인 모양이다.
▼ 750봉에서 잠깐 내려섰다가 다시 올라서면 얼마 지나지 않아 폐(廢)헬기장에 이르게 된다. 억새 등 웃자란 잡초(雜草)들만 무성하게 우거진 헬기장은 조망(眺望)이 뛰어나다는 선답자(先踏者)들의 후기(後記)와는 달리 조망이 일절 트이지 않고 있다. 헬기장에서 다시 10분 조금 못되게 더 오르면 산죽군락(山竹群落)을 통과하게 된다. 운장산 인근(隣近)의 산들을 오르다보면 산죽군락을 자주 만나게 된다. 운장산의 바로 이웃에 있는 이곳 명덕봉에서도 산죽군락이 자주 눈에 띈다. 이곳의 산죽들은 너무 웃자라지도 그렇다고 너무 작지도 않은 정도, 산행을 하는데 지장을 주지 않을 정도인 어른의 키만큼 알맞게 자라있다.
▼ 산죽군락을 지나면 금방 명덕봉 고스락 아래에 이르게 된다. 고스락 아래에서 고민이 시작된다. 오른쪽으로 길의 흔적(痕迹)이 뚜렷한데도, 봉우리를 향해 곧게 뻗은 바위 능선에도 산악회 리본이 매달려 있는 것이다. 잠깐의 갈등 끝에 오른편의 정규등산로를 버리고 곧장 능선을 치고 오른다. 그러나 나중에 이곳을 찾는 사람들에게는 오른편 길로 진행하라고 권하고 싶다. 직등 코스는 길의 흔적을 찾기가 힘들뿐더러, 경사(傾斜)가 가파르고 바위 틈새마다 비집고 들어선 잡목들 때문에 오르기가 무척 힘들기 때문이다.
▼ 거친 능선을 힘들게 치고 오르면 왼편의 나무숲이 빠끔히 열리면서 너럭바위 하나가 펑퍼짐하게 펼쳐져 있다. 너럭바위 위는 뛰어난 전망대(展望臺), 일망무제(一望無題)로 시야(視野)가 열린다. 남쪽에 마주보고 서있는 명도봉이 손이라도 내밀 듯이 희희낙락(喜喜樂樂)거리고, 그 너머에는 구봉산에서 복두봉, 운장산을 걸쳐 연석산까지 산군(山群)들이 이어지고 있는데, 따스한 햇살에 반짝이고 있는 산줄기가 참으로 아름답다. 왼편에 낮게 펼쳐져 있는 용담호(湖)를 배경삼아, 옅게 깔린 연무(煙霧)속에서 잠긴 듯 솟아오른 봉우리들은 잘 그린 한 점의 수묵화(水墨畵)로 다시 살아나고 있다. 그중에서도 특히 봉우리들의 굴곡(屈曲)이 유난히 깊은 구봉산 아홉 봉우리의 자태(姿態)가 가장 빼어나다. 조금 전에 고생하면서 올라온데 대한 보답치고는 너무나 훌륭하다. 그래서 사람들은 ‘고진감래(苦盡甘來)’라는 고사성어(故事成語)를 만들어 냈나 보다.
* 공자(孔子)는 논어(論語)에서 ‘고진감래(苦盡甘來)’라는 말을 사용했다. 옛날 중국에 문방구도 살 형편이 못되는 농부가 있었다. 농부는 어려움에 굴하지 않고 숯으로 붓을 삼고, 나뭇잎으로 종이를 삼아 열심히 공부한 끝에 크게 성공했다는 얘기에서 유래된 고사성어(故事成語)이다.
▼ 전망바위에서 정상까지는 금방이다. 잡목(雜木) 사이를 헤치고 나가다 보면 얼마 지나지 않아 정상에 올라서게 된다. 수십 명이 너끈히 쉬고도 남을 만큼 널따란 너럭바위로 이루어진 정상에는 정상표지석이 보이지 않고, '명덕봉 정상‘이란 이름표를 이마에 붙이고 있는 이정표(삼거리주차장 1.94km/ 운일암 1주차장 1.84Km)가 정상석을 대신하고 있다. 그리고 나무판자(板子)로 만들어진 정상표시판 하나와, 코팅(coating)된 정상표시지(紙) 한 장이 매달려 있다. 정상임을 알려주는 아무런 표시도 없는 산봉우리에서나 볼 수 있었던 것들임을 감안할 때 명덕봉의 이정표를 세운지가 얼마 되지 않는 모양이다. 이정표 아래에는 ‘국방부 지리연구소’에서 동판(銅版)으로 만들어 놓은 대삼각점이 보인다.
▼ 정상에서의 조망(眺望)은 의외로 별 볼일 없다. 잡목(雜木)들이 정상을 둘러싸고 있기 때문에, 구봉산을 위시한 주변 산군(山群)들이 나뭇가지 사이로 겨우 내다보이기 때문이다. 조금 전에 능선을 치고 올라온 선택이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만일 그렇지 않았더라면 명덕봉에서의 조망(眺望)은 한계가 있었을 것이고, 그 느낌 또한 보나마나 이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 하산은 삼거리주차장으로 정하고 이정표가 지시하는 방향으로 내려선다. 이곳에서 선봉(峰) 방향으로 진행하다 송전탑(送電塔)이 있는 지점에서 삼거리주차장으로 내려서는 방법도 있지만 구태여 그럴 필요는 없다. 어차피 선봉까지 갔다고 되돌아오지 않을 바에는 이정표가 지시하고 있는 능선코스가 더 볼거리가 풍부하기 때문이다. 남서쪽 능선위로 난 길을 걸어 10분쯤 내려오면, 능선을 가로지르고 있는 임도(林道)에 내려서게 된다. 좌우로 산사면(山斜面)을 따라 이어지고 있는 임도(林道)가 제법 또렷하나 개의치 말고 건너편 능선으로 붙어야 한다. 임도로 내려설 경우 거리도 멀뿐더러 길 또한 험하기 때문이다.(산악회장님 말씀)
▼ 임도를 가로지르면 능선길은 오르내림을 반복하며 이어지는데, 짧게 올랐다가는 이내 길게 떨어지고 있다. 급하게 고도(高度)를 떨어뜨리려면 별 수 없었을 것이다. 등산로 주위에 낙엽(落葉)이 두텁게 쌓여있어서 산객(山客)들의 발걸음을 가뜩이나 더디게 만들고 있다. 낙엽 밑에 깔려있는 바위들이 보이지 않아서 돌부리에 걸릴 염려가 있기 때문이다. 하산을 시작한지 30분 정도가 지나면 길가에 이정표(명덕봉 0.90Km/ 삼거리주차장 1.04Km) 하나가 보인다. 이곳에서 왼편으로 떨어지는 길의 흔적이 희미하게 보이나 이정표에는 방향표시가 없다. 에로스산장(영불사)으로 내려가는 길인데도 표기(表記)를 하지 않은 것을 보면 길이 무척 험하다는 의미일 것이다.
▼ 이정표를 지나서도 산길은 계속해서 능선을 따라 이어진다. 다만 오르고 내림의 차가 조금 커졌을 따름이다. 아마 능선의 막바지에 있는 625봉까지는 큰 변화를 주지 않다가 625봉에서 갑자기 고도(高度)를 떨어뜨릴 심사(心思)인 모양이다. 능선의 위는 폭이 4~5m정도로 상당히 넓은 편이다. 그러다보니 무덤들이 심심찮게 눈에 띈다. ‘와~ 명당이네요. 자연스럽게 발복(發福)이 되겠네요.’ 같이 걷고 있는 일행의 말이 아니더라도, 풍수(風水)에 문외한(門外漢)인 내 눈에까지 명당으로 들어올 정도로 능선과 어울리고 있는 묘역이 시원스럽다. 명당(明堂)이라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려는 듯 묘역(墓域)을 꾸미고 있는 망주석(望柱石)과 상석(床石)들도 심상치 않다. 이렇게 높은 곳에 있는 묘역에 저런 석물(石物)들을 채워 넣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을 테니까 말이다.
▼ 이때 어디선가 들려오는 ‘조심하라우!’. 엉거주춤 내려서는 부인에게 던지는 서방님의 멘트(announcement)이다. 남편이 전라도 출신으로 알고 있는데 왜 함경도 사투리가 튀어나올까? 전라도 남자가 경상도 여자를 만날 경우에는 사용언어가 함경도 방언(方言)으로 변하는 것일까? 사실 그가 보살피고 있는(?) 그의 부인은 경상도 현지(現地)에서나 들을 수 있을 정도의 완벽한 경상도 사투리를 사용하고 있었다. 이 산악회에 나올 때마다 그 부부를 만날 수 있었고, 산악회의 잔심부름은 물론이고, 술과 음식들을 바리바리 싸다가 일행들과 나눠먹는 모습이 인상에 남아서 그들의 고향까지 기억하게 된 것이다. 좋은 의미로 웃자고 적어본 글이니 나무라지 않았으면 좋겠다.
▼ 625봉을 넘어서 왼편으로 급하게 방향을 튼 산길은 갑자기 급하게 고도(高度)를 떨어뜨린다. 얼마나 가파르던지 허리를 세우고는 내려설 수가 없을 정도이다. 조심스럽게 내려서는데 바닥에 수북하게 깔린 낙엽으로 인해 산길의 흔적을 잃어버리고 만다. 오른편 지능선으로 내려서야 하는데, 길이 보이지 않은 탓에 왼편 지능선으로 내려서버린 것이다. 사람의 발길이 끊긴 산길은 잡목과 가시넝쿨들로 인해 내려서기가 만만치 않다. 그러나 이런 개척 산행에는 의외의 부수입(副收入)도 누릴 수 있다. 사람들의 때를 덜 탄 탓에, 눈이 밝은 사람들은 알토란같은 약초(藥草)들을 수확할 수 있기 때문이다.
▼ 산행이 시작되고 또 끝을 맺는 주양리에는 주자천(朱子川)이 흐르고 있다. 고려 때 송나라의 대유학자였던 주자(朱子)의 종손인 주찬(朱瓚)이 다녀갔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주자천 협곡(峽谷) 안의 비경(秘境)을 ‘운일암 반일암(雲日巖半日巖)’이라고 부르는데 계곡의 주위가 온통 기암괴석(奇巖怪石)으로 첩첩이 쌓여 있다. ‘운일암(雲日巖)’이란 해와 구름이 바위에 가려진다는 뜻이고, 반일암(半日巖)이란 해가 바위에 가려서 낮의 길이가 반(半)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예전에는 이곳 용담현에서 전주로 가는 길이 이 계곡뿐이었기 때문에, 사람들이 지나다닐 때 반나절이면 어두워지니 주의하라는 의미에서 붙여진 이름이 아닐까 싶다. 주자천 건너편 명도봉이 붉게 불타오르고 있다. 명덕봉의 단풍은 이미 끝물인데도 저렇게 한창인 걸 보면 명도봉의 주자천 방향은 아마 음지(陰地)쪽인가 보다.
▼ 산행날머리는 삼거리주차장
길이 아닌 길에서 나무줄기나 나무뿌리를 잡고 힘들게 내려서다보면 55번 지방도로(地方道路)에 내려서게 된다. 소양호로 넘어가는 55번 지방도는 주자천을 끼고 이어지는데, 개울 건너에는 야영장을 갖춘 공원(公園)시설이 깔끔하게 조성되어 있다. 지금은 비록 텐트 1동만 덩그러니 쳐져있지만, 여름철이면 저곳에는 한 평의 빈 땅도 남아나지 않을 것이다. 이곳은 여름 휴양지로 소문난 ‘운일암반일암’계곡, 수많은 사람들이 즐겨 찾는 곳이기 때문이다. 주자천에서 땀에 찌든 몸을 씻고 소양호방향으로 100m쯤 올라가면 산행이 종료되는 삼거리 주차장에 이르게 된다. 주차장에 도착하면 한쪽 귀퉁이에 산행날머리가 보인다. 아까 길을 잘못 들지 않았더라면 이리로 내려오게 되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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