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갑산((武甲山, 581.7m)

 

산행일 : ‘12. 9. 2(일)

소재지 : 경기도 광주시 초월읍과 곤지암읍의 경계

산행코스 : 무갑리→무갑사→무갑산 정상→웃고개 갈림길→계곡→무갑리(산행시간 : 3시간30분)

함께한 산악회 : 가족 산행

 

특징 : 무갑산과은 600m가 채 안될 정도로 나지막하지만 숲이 울창하고 골이 깊기 때문에 쉽게 생각해서는 안 되는 산이다. 전형적인 흙산(肉山)이라서 걷기가 편하고, 골짜기에 흐르는 개울물은 맑고 시원하다. 서울에서 가까울 뿐만 아니라, 거기다가 산행을 끝낸 후에는 시원한 개울가에서 물놀이까지 겸할 수 있기 때문에 가족(家族) 산행지로 추천할만하다.

 

산행들머리는 무갑리 마을회관

3번국도 광주 I.C에서 내려와 338 지방도를 타고 퇴촌읍 방향으로 들어간다. 무갑천(武甲川)을 건너기 직전(直前) 325 지방도를 만나는 지점에서 오른편에 보이는 도로(道路:무갑로)를 따라 들어가면 산행이 시작되는 무갑리에 이르게 된다. 무갑리 마을회관 앞에 제법 널따란 주차장이 있으니 가지고간 차량을 이곳에 세워둔 후 산행을 시작하면 된다. 참고로 내비게이션을 이용할 경우에는 무갑사를 입력하면 무난하다. 무갑리를 입력하는 게 보통이겠지만 지번(地番)을 모를 경우에는 엉뚱한 곳으로 가버릴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아무런 생각 없이 무갑리 1번지를 입력한 탓에, 우리는 퇴촌면을 지나 무갑산의 반대편까지 들어갔다가 되돌아 나와야하는 불상사(不祥事)를 겪어야만 했다.

 

 

 

마을회관의 왼편으로 난 골목길로 들어서면서 산행이 시작된다. 골목 입구에 이정표(무갑산 2.40Km, 관산 7.25Km, 앵자봉 9.50Km)가 세워져 있으니 들머리를 찾는데 어려움은 없을 것이다. 마을회관을 지나자마자 길이 갑자기 좁아진다. 마치 밭두렁 같은 느낌이 들겠지만 개의치 말고 진행하면 된다. 조금만 더 걸어 올라가면 커다란 4각(四角)의 바위로 축대(築臺)를 쌓은 전원주택 옆에서 무갑사로 올라가는 본래의 길과 만나게 되기 때문이다. 무갑사로 올라가는 길가에는 고풍(古風)스런 한옥(韓屋)들과 예쁘장한 전원주택(田園住宅)들이 자주 눈에 띈다. 무인경비시스템이 설치되어 있는 것을 보면, 아무래도 외지(外地) 사람들이 주말 별장으로 이용하고 있는 모양이다. 잘 지어진 주택들을 감상하면서 20분 정도 걸으면 무갑사(武甲寺)에 도착하게 된다.

 

 

 

‘한국불교 태고종’ 소속의 사찰(寺刹)인 무갑사는 별로 오래된 절은 아닌 것 같다. 마당조차 만들 수 없을 정도로 좁은 터에 자리 잡은 사찰에 들어서면, 맨 먼저 극락전(極樂殿)이 눈에 들어오는데 건물의 외양(外樣)이 눈에 익숙하지가 않다. 우리가 늘 보아오던 단청(丹靑)이 화려한 전각(殿閣)이 아니라, 시멘트로 지어진 이층짜리 건물에 머리만 기와를 얹었기 때문일 것이다.

 

 

 

무갑사 오른편에 보이는 산길로 들어서면서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된다. 무갑사 오른편에 ‘정상’이란 팻말과, 산행안내도가 세워져 있으니 참고하면 된다. 산으로 들어서면 우선 원시(原始)의 냄새가 물씬 풍긴다. 등산로 주변에는 미끈하게 자란 낙엽송(落葉松:일본이깔나무)이 늘어서있고, 길가에 우거진 넝쿨식물들은 사람들의 통행을 어렵게 만들 정도이다. 등산로의 옆에 보이는 개울에는 철조망이 처져있고, 주민들의 식수(食水)로 이용되고 있으니 개울에 들어가지 말라는 경고문이 곳곳에 붙어 있다.

 

 

 

 

개울을 가로지르는 나무다리(木橋)가 예쁘다. 이 지역을 관리하는 광주시에서 신경을 많이 쓴 흔적이 역력하다. 등산로도 잘 정비되어 있을뿐더러, 계곡에서 능선을 올라붙은 지점이나, 중요한 갈림길에는 어김없이 벤치와 이정표를 설치해 놓았다. 특히 이정표는 그 규격과 표기 내용을 통일시켰음은 물론, 꼭 필요한 곳에 설치하는 세심한 배려(配慮)가 돋보인다.

 

 

 

▼ 두 번째 개울을 건넌 후 가파른 오르막길이 시작된다. 통나무계단과 로프 등 등산객을 배려하는 시설들이 돋보이는 오르막길을 30분 정도 치고 오르면 지능선 안부에 올라서게 된다. 안부에는 이정표(무갑산 1.0Km, 관산 5.85Km, 앵자봉 8.10Km/ 무갑사 0.71Km, 무갑리 마을회관 1.40Km)외에도 벤치가 만들어져 있으니 잠시 쉬었다 가는 것도 괜찮을 것이다. 이곳에서 정상으로 오르는 오르막길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잠깐 쉬면서 에너지를 재충전한다면, 이어지는 산행은 생각보다 쉬워질지도 모른다.

 

 

 

 

 

 

 

능선안부에서 정상으로 향하는 능선길은 경사(傾斜)가 무척 가파르다. 아마 오늘 산행 중에서 가장 힘든 구간일 것이다. 힘든 구간을 한꺼번에 치고 오르려고 무리할 필요는 없다. 산을 오르다보면 간혹 쉬어가라며 만들어 놓은 벤치들이 보이는데, 의외로 벤치를 설치한 곳의 조망(眺望)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벤치에 앉으면 맞은편 관산이 한눈에 잘 들어온다.

 

 

 

 

가파른 능선길을 쉬엄쉬엄 오를 경우, 안부쉼터를 출발해서 40분 정도가 지나면 정상근처의 주능선 삼거리에 올라서게 된다. 선월리(신광사)에서 올라오는 길과 만나는 삼거리이다. 삼거리는 서너 평쯤 되는 공터로 이루어졌는데 한쪽 귀퉁이에 안테나시설과 컨테이너 박스가 보인다. 그러나 이 시설은 없는 것만 못한 것 같다. 얼마나 오랫동안 관리를 안했는지 녹(綠)이 두텁게 슬은 철판(鐵板)이 차라리 흉물스러울 정도이기 때문이다.(이정표 : 무갑산 0.12Km, 관산 4.97Km, 앵자봉 7.22Km/ 무갑사 1.59Km, 무갑리 마을회관 2.28Km/ 선월리 신광사 1.30Km)

 

 

 

 

컨테이너 박스에서 잠깐 아래로 떨어졌다가 맞은편 능선으로 오르면 이내 무갑산 정상이다. 무갑산 정상은 10평 쯤 되는 흙으로 이루어진 분지(盆地), 관산 쪽은 반반한 바위로 되어있어 여러 사람이 앉아서 쉬기에 안성맞춤이다. 정상에 올라서면 먼저 무갑사에서 올라오는 길목을 지키고 있는 직사각형 정상표지석이 눈에 띈다. 그리고 분지의 양 옆에는 주변 산군(山群)들과 광주시내에 대한 조망(眺望)안내도가 설치되어 있다.

 

 

 

'무갑산(武甲山)'은 산의 생김새가 갑옷을 입은 모습이라서 붙여진 이름이란다. 참고로 언젠가 ‘임진왜란 때 항복을 거부한 무인들이 은둔하였던 곳’이라는 글을 본적이 있는데, 관련 자료는 확인해 볼 수가 없었다. 내 생각에는 무갑산의 어원(語源)을 산 아래에 있는 ‘무갑리’ 마을에서 찾고 싶다. 무갑산은 이름이 붙여진데 대한 뚜렷한 자료가 없지만, 무갑리의 지명에 대한 자료는 찾아볼 수가 있기 때문이다. 무갑리의 옛 지명(地名)은 ‘무래비’였고, 수복리(水伏里)라고도 표기했던 것을 보면(*광주문화원 기록), 무갑산도 물에서 유래된 이름이 아니었을까 싶다.

 

 

 

정상에서의 조망은 뛰어나다. 우선 팔당호 주변의 예봉산과 운길산 그리고 검단산과 문안산, 해협산 등이 잘 조망(眺望)된다. 날이 더 좋으면 천마산과 축령산 등도 보인다지만, 오늘은 연무(煙霧) 때문에 시야(視野)가 흐린 탓에 그저 어림짐작만 해볼 수 있을 따름이다. 북동쪽에는 양자산과 앵자봉이 바로 지척이고, 저 멀리 희미하게 보이는 산은 용문산과 백운봉일 것이다.

 

 

 

산 정상에서 만나는 식탁(食卓)이라니... 무갑산을 관리하는 광주시에서 얼마만큼 정성을 들이고 있는지를 느낄 수 있다. 그들의 배려에 마음속으로나마 감사를 드려본다.

 

 

하산은 무갑사 방향의 입구에 세워진 이정목(里程木)이 가리키고 있는 학동리 방향으로 진행하면 된다. 가파른 내리막길을 잠깐 내려오면 조망(眺望)이 시원스럽게 트이는 전망대(展望臺)가 나온다. 마침 벤치까지 놓여있으니 서두르지 말고 잠시 쉬었다 가보자. 양자산과 앵자봉 등 주변의 산군(山群)들의 조망도 뛰어나지만, 주변에 빽빽하게 들어찬 소나무 숲이 일품이기 때문이다. 수십 년은 되었음직한 아름드리 노송(老松)들의 이파리를 간질이며 달려오는 바람결에는 어느 샌가 솔향이 듬뿍 담겨져 있다. 물론 그 속에는 사람들의 건강에 좋다는 피톤치드(phytoncide)도 넉넉하게 들어있을 것이다.

 

 

 

 

 

 

관산으로 이어지는 능선은 비록 가파르지만 험하지는 않다. 정상어림의 어설픈 바위지대를 제외하고는 전형적인 황토흙길 인데다, 조금만 경사(傾斜)가 가팔라도 어김없이 안전로프를 매달아 놓았기 때문이다. 정상에서 잠깐 내려오면 신월리(감로사)갈림길(이정표 : 관산 4.66Km, 앵자봉 6.91Km/ 무갑산 0.19Km, 무갑사 1.90Km, 무갑리 마을회관 2.59Km/ 신월리 감로사 1.05Km)이 나오고, 10분쯤 후에는 헬기장을 지나게 된다.

 

 

 

 

헬기장을 지나서도 산길은 계속해서 가파르게 고도(高度)를 떨어뜨린다. 그러나 경사(傾斜)가 가파른 구간마다 안전로프가 메어져 있기 때문에 내려서는데 부담은 없다. 거기에다 길가에 심심찮게 벤치까지 보이니 서두를 필요 없이 쉬엄쉬엄 내려가면 될 일이다. 그래봐야 정상에서 웃고개까지 걸리는 시간은 30분이면 충분하다. 웃고개는 사거리로서 오른편으로 내려가면 학동리가 나오고, 왼편으로 진행하면 무갑리로 내려가게 된다. 만약 지금까지 걸어온 거리가 짧다고 생각될 경우에는 맞은편 능선으로 진행하면 된다. 관산이나 앵자봉 방향으로 가게 되기 때문이다.(이정표 : 무갑리 마을회관 3.68Km/ 학동리 1.18Km/ 관산 4.04Km, 앵자봉 6.29Km, 곤지암읍 신립장군묘 7.19Km/ 무갑산 0.81Km, 무갑사 2.52Km, 무갑리 마을회관 3.01Km)

 

 

 

 

웃고개에서 무갑리방향으로 내려가는 길은 무척 가파르다. 그러나 이 구간도 안전로프와 통나무계단으로 잘 정비되어 있으니 걱정할 필요는 없다. 20분 정도 내려오면 계곡을 만나게 되는데, 진행해야할 길을 고르는데 고민되는 지점이다. 계곡으로 내려서는 오른편 길은 사람의 흔적도 희미할뿐더러 거칠기까지 한데, 왼편 길은 뚜렷하지만 산을 다시 오르는 것 같은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이곳에서는 왼편으로 진행하는 것이 맞다. 오른편 계곡길은 지름길이기는 하지만 잡목(雜木)이 우거져있어 걷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계곡으로 내려서면서 고난(苦難)이 시작된다. 사람의 발길이 뜸한 등산로에는 넝쿨식물 등 온갖 잡목들이 들어차 있어 걷기조차 힘들기 때문이다. 사정없이 뺨을 때리는 잔가지는 차라리 약과, 가시넝쿨에 긁히고 찔려본 사람들만이 그 고통을 알 수 있을 것이다. 10여분 이상을 원시(原始)의 숲에서 헤매다보면 개울 건너에서 본래의 등산로와 만나게 된다.

 

 

 

 

 

‘건국대학교연습림’이라고 적힌 간판(看板)에서 조금 더 내려가면 오른편에서 내려오는 길과 만나게 된다. 아까 웃고개에서 하산을 하지 않고 계속해서 능선을 탓을 경우, 관산 정상을 거쳐 이곳으로 내려오게 된다. 승용차 한 대가 겨우 지나다닐 수 있을 정도 넓이의 길은 별장(別莊)처럼 멋진 나무집과, 표고버섯 재배장을 지나서도 지루하게 계속 이어진다.

 

 

 

산행날머리는 무갑리 마을회관(원점회귀)

아무리 걸어도 끝이 보이지 않는 길이 지겹게 느껴지지만, 오른편 언덕 아래에 개울이 보여 다소나마 위안을 받게 된다. 물속에서 노니는 물고기들이 내다보일 정도로 개울물이 맑다. 그 때문에 여름철이면 피서(避暑)를 위해 많은 사람들이 찾는 모양이다. 개울에는 무리를 지어 둘러앉은 피서객들이 자주 눈에 띄고, 어쩌다 도로변에 자그마한 공터라도 보일라치면 어김없이 승용차들이 주차되어 있다. 웃재를 출발해서 한 시간이 조금 넘게 걸으면 무갑리 마을회관에 이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