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미산(仲美山, 834m) - 삼태봉(三台峰, 684m) - 통방산(通方山, 650m)

 

산행일 : ‘12. 7. 28(토)

소재지 : 경기도 가평군 설악면과 양평군 서종면의 경계

산행코스 : 서너치고개→중미산→절터고개→삼태봉→통방산→천안리(산행시간 : 점심 및 휴식시간 포함 5시간)

 

함께한 산악회 : 안전산악회

 

특징 : 유명산과 서너치고개를 사이에 두고 솟아 있는 중미산은 그동안 유명산에 가려 빛을 보지 못했으나, 중미산자연휴양림이 조성된 이후부터 찾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 서너치고개에서 산행을 시작할 경우 정상까지 오르는데 40분밖에 걸리지 않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삼태봉, 또는 통방산까지 연결해서 산행을 즐기는 편이다. 입산에서 하산까지의 거리를 모두 합쳐도 10Km가 채 안되기 때문이다.

 

산행들머리는 서너치고개

양평에서 37번 국도를 타고 청평방향으로 들어가면 얼마 지나지 않아 중미산자연휴양림(自然休養林)으로 들어가는 길과 갈리는 중미산삼거리에 이를 수 있다. 이곳에서 구불구불한 산간도로를 따라 힘겹게 오르면 이내 고갯마루에 올라서게 된다. 오늘 산행이 시작되는 서너치고개이다. 서너치고개는 웬만한 도심(都心)의 식당가(食堂街)가 무색할 정도로 수많은 포장마차들이 도로의 양편에 늘어서 있다. 그만큼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많다는 얘기일 것이다. 하긴 사람들이 많이 찾는 산 중의 하나인 유명산의 산행들머리가 이곳인데다가, 요즘에는 중미산을 찾는 사람들까지 부쩍 늘어났으니 응당 사람들로 붐빌 만도 하다.

* 서너치고개, 고갯마루에서 하늘을 보면 겨우 서너 치 정도 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서너치라는 이름이 붙었다는 구전(口傳) 설화(說話) 외에도, 다른 전설(傳說) 하나가 더 전해져 내려온다. 오랜 옛날 신선(神仙)이 남한강에서 잡은 고기를 갖고 장락(설악면)으로 가기위해 이 고개를 넘고 있는데, 갑자기 물고기가 살아나서, 즉 선어(鮮魚)가 되어서 소구니산을 넘어 유명산 뒤로 산에 날아가 내렸다고 한다. 후세 사람들이 물고기가 내려앉은 산을 어비산(漁飛山), 그리고 이 고개는 물고기가 살아난 고개라고 해서 선어치(鮮魚峙)라고 불렀다고 전해진다.

 

 

 

산행은 고갯마루에서 양평 쪽으로 약간 치우친 곳에 위치한 ‘국도관리사무소 제설자재(除雪資材) 보관시설’ 건물의 왼편으로 난 산길로 들어서면서 시작된다. 산길은 초입에서 잠깐 완만(緩慢)하다가 이내 가파른 오르막길로 변해버린다.

 

 

 

 

 

가파른 오르막길을 15분 정도 치고 오르면, 지붕만 남아있는 낡은 건물을 만나게 된다. 지붕 하단(下端)의 생김새를 볼 때, 건물을 지을 때부터 지붕만 만들었고, 지붕아래에 참호(塹壕)를 파고 경계근무를 하던 곳이 아니었을까 싶다. 폐건물을 지나면서 산길은 잠깐 동안 완만하게 이어진다.

 

 

 

완만(緩慢)한 산길을 따라 10분 조금 못되게 걷다보면 또다시 가파른 오르막길이 나타난다. 이번 오르막길은 가파를 뿐만 아니라, 중간 중간에 바윗길까지 끼고 있는 구간이다. 로프까지 매달아 놓은 바윗길은 조금 힘들 따름이지 위험할 정도는 아니다. 바윗길이 끝나고 정상으로 향하는 흙길을 걷다보면 이해하기 힘든 이정표(정상 30m/ 하산 2.1Km/ 입산금지) 하나가 보인다. 서너치고개에서 정상까지의 거리가 800m로 알고 있는데, 하산 지점이 어디인지를 표시하지도 않은 채로, 밑도 끝도 없이 하산까지의 거리가 2.1Km라고 적어 놓은 것이다.

 

 

 

 

이정표에서 맞은편에 보이는 바위 봉우리가 중미산 정상이다. ‘지방자치제(地方自治制) 때문에 예산 낭비(浪費)가 많은 것 같네요’ 집사람의 지적한대로 정상에는 정상석이 두 개나 세워져 있다. 검은 오석(烏石)으로 된 정상석은 양평군에서 세운 것이고, 가평군에서도 막대기처럼 길쭉한 사각의 정상석을 세워 놓았다. 예산 낭비는 정상석 뿐만이 아니다. 산길을 걷다가 만나게 되는 이정표까지도 지자체마다 제각기 따로 만들어 놓았다. 거기다 더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것은 이정표에 적혀있는 거리표시가 서로 다르다는 것이다. ‘인접(隣接)지자체’들끼리는 사안(事案)별로 협조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 이런 사소한 것들부터 협조를 해 나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중미산 정상에는 정상석 외에도 삼각점과 이정표(선어치고개 800m/ 삼태봉 4.7Km)가 세워져 있다. 바위 봉우리인지라 날씨만 맑으면 조망(眺望)이 뛰어나겠지만, 짙은 운무(雲霧)로 둘러싸인 산하(山河)는 가까이에 있는 유명산마저도 시야(視野)에 들어오지 않는다. 서너치고개에서 정상까지는 40분이면 오를 수 있다.

 

 

 

중미산에서 삼태봉으로 가려면 올라왔던 길의 반대편으로 내려서야 한다. 이정표가 방향을 표시하고 있을뿐더러 산길이 뚜렷하기 때문에 길을 혼동할 염려는 없을 것이다. 바위 사면(斜面)길을 따라 5분이 조금 못되게 진행하면 가일리 갈림길(이정표 : 가일리 1.8Km/ 절터고개 1.6Km/ 정상 0.2Km)을 지나치게 되고, 이어지는 평탄한 산길은 철쭉나무가 군락(群落)을 이루고 있다.

 

 

 

 

완만(緩慢)한 경사(傾斜)의 내리막길을 20분 가까이 내려서면 제법 험한 바윗길이 나타난다. 이 바윗길에는 안전시설이 전혀 갖추고 있지 않으므로 우회(迂廻)하는 게 바람직하다. 바윗길을 우회하다보면 곳곳에서 바위틈에서 자라고 있는 기형(奇形)의 나무들을 만나게 된다. 척박한 곳에서 고난(苦難)한 삶을 살아가면서 얼마나 몸부림을 쳤으면 저렇게 몸을 비비꼬고 있을까? 나무들로부터 삶의 지혜를 배우면서 바위지대를 우회하여 길게 내려서면 절터고개에 이르게 된다. 절터고개는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든다. 일반적으로 고개라고 하면 능선을 가로지르는 지점을 말하는데, 이곳은 삼거리(이정표 : 삼태봉 2.9Km/ 방일리 전위골 2.4Km/ 중미산 정상 1.8Km)인 것이다.

 

 

 

 

 

절터고개의 미스터리(mystery)는 금방 해소(解消)가 된다. 절터고개를 지나 100m가 채 안 되는 지점에서 다시 삼거리를 만나게 되는 것이다. 이 삼거리에는 이정표가 세워져 있지 않기 때문에, 자칫하면 길을 잃을 염려가 있으니 주의(注意)를 요한다. 왼편은 명달리로 내려가는 하산길이고, 삼태봉으로 가려면 오른편 길로 가야하는데, 왼편길이 훨씬 더 또렷하게 나 있기 때문이다. 우리 일행은 주의를 소홀히 한 덕분에 명달리로 잘못 내려서게 되었고, 무지무지하게 가파른 내리막길을 200m이상이나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오는 우(愚)를 범하고야 말았다.

 

 

 

명달리 갈림길에서 오른편으로 내려서서 능선을 따라 걷다보면 삼태봉과 중미산의 중간 지점(이정표 : 삼태봉 2.3Km/ 중미산 2.4Km)에서 ‘리츠칼튼 컨트리클럽’이라는 골프장을 만나게 된다. 산길은 골프장을 오른편에 끼고 꽤 길게 이어진다.

 

 

 

골프장을 지나면 왼편에 잣나무 조림지(造林地)가 나타난다. 이곳이 가평인데도 잣나무가 통 보이지 않아서 의아했었는데, 드디어 잣나무 숲이 보이는 것이다. 그러나 잣나무 숲은 금방 끝나버렸다가 하산지점인 천안리 부근에서 다시 나타나게 된다. 잣나무 숲이 끝나면서 능선의 왼편 사면(斜面)이 훤하게 트인다. 간벌(間伐)을 한 탓이다. 덕분에 왼편 숲 사이로 삼태봉이 얼핏 내다보이는데, 제법 날카롭게 서 있는 것이 겁부터 나게 만들고 있다.

 

 

 

간벌 덕분으로 트인 명달리쪽 조망(眺望)을 즐기면서 걷다보면 싸리나무 숲이 마중 나온다. 경사(傾斜)까지 그리 가파르지 않으니 구태여 길을 서두를 이유가 없다. 길가에 핀 야생화를 구경하면서 느긋이 진행하다보면 주변은 다시 참나무 일색으로 변해버린다.

 

 

 

 

참나무 숲을 만나면서 길은 서서히 가팔라지기 시작한다. 그리고 산길은 바위지대를 짧게 통과시킨 후에 삼거리(이정표 : 삼태봉 정상 0.1Km/ 통방산 1.15Km, 맹달리(정곡사) 3.84Km/ 중미산 4.79Km)에 올려놓는다. 이곳에서 통방산으로 가려면 왼편 100m쯤 떨어진 지점에 위치한 삼태봉에 올랐다가 다시 되돌아 내려와, 이곳 삼거리에서 오른편 길로 진행해야 한다.

 

 

 

봉우리의 생김새가 '농기구인 삼태기를 꼭 닮았다‘는 삼태봉 정상도 중미산과 마찬가지로 별로 넓지 않은 바위봉우리이다. 거대한 고사목(枯死木) 한 그루가 버티고 있는 정상에는 정상표지석을 찾아볼 수가 없다. 정상표지석의 빗돌은 사라져버리고 받침대만이 을씨년스럽게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이다. 정상에 서면 통방산과 명달리 쪽의 조망(眺望)이 툭 트여있지만, 오늘따라 운무(雲霧)가 자욱한 탓에 어렴풋이 내다보일 따름이다. 산행을 시작한지 3시간이 조금 넘게 걸렸다.(정상의 이정표 : 통방산 1.4Km/ 명달리 등산로 입구 2.78Km/ 명달숲속학교 1.1Km)

 

 

 

삼거리로 되돌아 나와 오른편 통방산 가는 길로 접어들면, 얼마 지나지 않아 바위지대가 나타난다. 바위 위를 통과한다고 해도 그다지 위험할 것 같지는 않지만, 그냥 오른쪽으로 우회(迂廻)해 버린다. 바위 위로 올라선다고 해도 특별한 재미나 볼거리가 있을 것 같지 않기 때문이다. 삼거리를 출발한지 10분이 채 안되어서 시야(視野)가 툭 트이면서 널찍한 바위 위로 올라서게 된다. 통방산과 명달리 방향이 잘 조망되는 뛰어난 전망대(展望臺)이다.(이정표 : 중미산 4.79Km/ 통방산 1.0Km)

 

 

 

 

전망바위에서부터 가파른 암릉길이 시작된다. 다행히 곳곳에 안전로프를 매달아 놓았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더라면 내려서기가 만만치 않은 코스이다. ‘쫒으려고 하지 말고 가만히 있으세요.’ ‘조심조심 걸으세요.’ 조심스럽게 바윗길을 내려서는데 전방(前方)이 소란스럽다. 산길 근처에 말벌이 있었던 모양이고, 위협을 느낀 말벌들이 일행을 공격한 것이다. 결국 두 사람이 벌에 쏘였는데, 눈가를 쏘인 사람은 벌써부터 마비현상이 오는 모양이다. 그때 난 진정한 현자(賢者)를 보았다. 벌에 쏘인 곳을 귀찮은 내색 없이 열심히 빨아주고 있는 사람을 본 것이다. 벌에 쏘인 곳이 등이라면 몰라도 눈 근처까지 빨아주는, 보통사람들은 결코 흉내 낼 수 없는 아름다운 광경(光景)이었다.

 

 

 

 

가파른 내리막길을 조심스럽게 내려서면, 중간에서 이정표(통방산 0.5Km/ 삼태봉 0.5Km) 하나를 만나게 되고, 이어서 나타나는 평탄한 산길을 따라 10분 정도 더 진행하면 바위지대가 앞을 가로막고 있는 것이 보인다. 안전로프를 붙잡고 암반(巖盤)위로 올라서서 5분 정도 더 걸으면 천안리 갈림길(이정표 : 통방산 0.1Km/ 천안리 2.5Km/ 삼태봉 0.9Km)을 만나게 된다. 통방산에서 천안리로 내려가는 코스는 두 가지가 있다. 정상에서 이곳으로 되돌아와 오른편으로 내려가는 방법과, 통방산을 통과한 후에 만나게 되는 갈림길에서 오른편으로 내려가는 방법이다.

 

 

 

 

 

통방산의 정상은 서너 평쯤 되는 흙으로 된 분지(盆地), 한 가운데에 정상표지석과 삼각점(양수-408, 1988-복구), 그리고 서툴게 쌓아올린 돌탑(石塔)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잡목에 둘러싸인 정상은 조망(眺望)을 허용하지 않는다. 통방산 정상은 특별한 볼거리를 제공하지 못하는 대신에, 행정낭비의 극치를 적나라(赤裸裸)하게 보여주고 있다. 한쪽 귀퉁이에 세워진 이정표가 바로 그것이다. 여기까지 오는 도중에 만났던 이정표들은 양평군과 가평군에서 제각각 설치해 놓았는데, 이곳의 이정표는 누군가가 두 개를 한꺼번에 합쳐 놓았다. 그런데 같은 코스의 거리가 서로 다르게 표시되어 있는 것이다. 삼태봉에서 통방산 정상까지는 30분이 조금 더 걸린다.

 

 

 

 

통방산 정상에서 북릉을 따라 10분쯤 진행하면 길이 두 갈래로 나뉜다. 그런데 이정표가 조금 이상하다. 천안리로 내려가는 길과 나뉘는 삼거리인데도, 이정표(명달리 정곡사 1.88Km/ 통방산 0.7Km)에는 천안리 표시가 눈에 띄지 않는다. 양평군에서 설치한 이정표인데, 천안리가 다른 지자체(가평군)에 소속되어 있다고 해서 일부러(?) 빼먹은 것이다. 전형적인 지역 이기주의(利己主義)에 배알이 뒤틀려온다. 이럴 때는 욕설(辱說)이라도 내 뱉어야 하지 않을까? 그나마 다행인 것은, 누군가가 매직펜(magic pen)으로 천안리 진행방향을 표시해 놓았다.

 

 

 

천안리 방향으로 내려서는 길은 한마디로 곱다. 순수한 황톳길에다 경사(傾斜)까지 완만(緩慢)하기 때문에 내려서는데 조금도 부담이 없다. 길가의 나무들은 처음에는 온통 참나무 일색이다. 그러다가 천안리를 1.2Km 남겨놓은 지점(이정표 : 천안리 1.2Km/ 통방산 0.7Km)을 지나면서 주변에 잣나무들이 보이기 시작하더니, 천안리에 가까워지면서(이정표 : 천안리 0.7Km/ 통방산 1.2Km)부터는 온통 잣나무 숲으로 변해 버린다. 천안리가 가평군에 소속되어 있다는 것이 실감나는 순간이다. 잣나무가 너무 많아서인지 아니면 지반(地盤)이 너무 약해서인지는 몰라도, 숲에는 뿌리째 뽑혀 넘어져있는 잣나무들이 꽤나 많이 널려 있다.

 

 

산행날머리는 천안리

잣나무 숲길을 걸을 때 가장 먼저 느끼게 되는 것은 발아래가 너무 포근하다는 것이다. 황톳길 위에 부드러운 솔가리가 수북이 쌓여있으니 폭신폭신하기가 마치 양탄자 위를 걷는 느낌이다. 거기다 코끝을 스치며 흐르는 솔향, 저 내음 속에는 피톤치드(phytoncide)가 그득할 것이다. 이런 길을 걸을 수 있다는 것은 행운이라 할 수 있다. 걷기만 해도 건강에 이로운데, 보너스로 피톤치드까지 듬뿍 챙길 수 있으니까 말이다. 솔향에 취해 걷다보면 어느새 잣나무 숲이 끝나면서 임도에 내려서게 되게 된다. 임도를 따라 300m만 걸어 나가면 천안리이다. 임도(林道)와 나란히 계곡(벽계천)이 이어지고 있으니 마음 내키는 곳에 내려가 땀을 씻고 산행을 깔끔하게 마무리 지으면 될 일이다. 통방산에서 천안리까지 내려오는 데는 30분이면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