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달산(鵠達山, 628m)

 

산행일 : ‘12. 7. 14(토)

소재지 : 경기도 가평군 설악면

산행코스 : 솔고개→547봉→정상→한우재(산행시간 : 2시간40분)

함께한 산악회 : 산과 하늘

 

특징 : 곡달산은 그리 높지 않을뿐더러, 딱히 내세울 만한 것도 없는 산이다. 당연히 벽계구곡(蘗溪九曲)으로 세상에 알려진 이웃의 통방산의 명성(名聲)에 기대어 명목을 유지하고 있을 뿐이다. 덕분에 찾는 사람들이 드물어 원시(原始)의 숲이 잘 보존되고 있고, 희귀식물이 다수(多數) 자생(自生)하고 있다고 한다(경기도의 생태계 조사 결과). 못생긴 나무가 산을 지키듯, 인기 없는 산이 생태계를 지켜냈다고 볼 수 있다.

 

 

산행들머리는 37번 국도의 솔고개 쉼터

46번 경춘국도(京春國道/ 춘천방향)를 타고가다 청평면소재지(面所在地)로 들어가기 직전에 오른편 37번 국도(양평방향)로 접어들어 신청평대교(大橋)를 건너 설악면 방향으로 10km 조금 못되게 들어가면 산행이 시작되는 솔고개 마루에 이르게 된다. 대중교통을 이용할 경우에는 우선 청평버스터미널까지 온 후, 유명산방향으로 가는 군내버스(32-26)나 청심국제병원으로 가는 광역버스(1330-5)를 이용하여 솔고개까지 가면 된다. 그러나 배차(配車) 간격이 길기 때문에 사전에 출발시간을 챙겨보는 것이 필수 일 것이다.

 

 

솔고개 삼거리에 내리면 먼저 나무테크로 만든 산뜻한 전망대(展望臺)와 설악면의 심벌(symbol)로 보이는 조형물(造形物 : ‘깨끗하고 살기 좋은 설악’이라고 적혀있다)이 눈에 띈다. 보이는 것이라고는 건너편 민가(民家) 두어 채가 전부인 전망대는 그냥 지나치는 것이 좋다. 호기심에 끌려 올라갔다가는 실망만 안고 내려올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삼거리의 곡달산 방향의 코너에 주차장이 만들어져 있고, 그 한쪽 귀퉁이를 산행안내도(案內圖)가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산행안내도는 곡달산의 높이가 630m이고, 이곳에서 정상까지의 거리가 3.1Km라는 것을 빼고는 산행에 아무런 도움도 주지 못하는 어설픈 지도(地圖)일 뿐이다.

 

 

 

 

주차장의 곡달산 쪽에 있는 식당(솔고개 한우전문점)의 뒤로 들어서면서 산행이 시작된다. 들머리 주변에 주막들이 꽤 여럿 보인다. 아마 솔고개를 산행기점으로 삼는 사람들이 꽤 되는 모양이다. 산으로 들어서면 맨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잣나무이다. 등산로 주변이 온통 잣나무로 둘러싸여 있다. 곡달산이 가평에 위치하고 있다는 것이 실감이 나는 순간이다. 그렇다면 오늘 산행은 웰빙(well-being)산행이 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건강에 좋다는 피톤치드(phytoncide)를 가장 많이 배출한다는 나무가 소나무류이기 때문이다. 거기다가 산행거리까지 짧으니 구태여 서두를 필요가 없다. 산책을 나온 듯이 한가롭게 발걸음을 옮기며 산길로 접어든다.

 

 

 

 

식당의 오른편 숲길(林道)로 들어서서 잠깐 걸으면 임도가 오른편으로 휜다. 이곳에서 임도를 벗어나 맞은편 산비탈을 치고 오르면 얼마 안 있어 무덤이 있는 능선 위로 오르게 된다. 임도를 벗어나지 않고 계속 진행하더라도 능선안부를 거친 후, 무덤에 이를 수 있다.

 

 

 

무덤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는 지점에서 첫 번째 이정표(솔고개 0.6Km/ 정상 1.9Km)를 만나게 된다. 그런데 이정표가 이상하다. 아까 보았던 산행안내도에는 정상까지의 거리가 3.1Km이었는데, 어느새 2.5Km로 줄어들어 버린 것이다. 이런 난센스(nonsense)는 하산길에 만나게 되는 이정표에서 또 다시 발견하게 된다. 모든 시설을 가평군에서 설치한 것 같은데도, 시설물(施設物)마다 거리표시가 제각각으로 적혀 있는 것이다. 이정표를 지나면서 산길은 경사(傾斜)가 가팔라지기 시작한다. 가파른 오르막길을 10분 정도 더 치고 오르면 전망대로 불러도 좋을 만큼 조망(眺望)이 잘 터지는 송전탑(送電塔) 뒤의 언덕위로 올라서게 된다. 이곳에서 처음으로 청평호(湖)가 선을 보이기 시작한다.

 

 

 

 

 

송전탑에서부터 바윗길이 시작되지만 너덜길 수준으로, 위험을 느낄만한 정도는 아니다. 20분 정도를 가파른 오르막길과 힘겹게 싸우다보면 제1봉이다.

 

 

 

 

 

1봉은 소나무가 빼곡한 바위봉우리로서 북쪽으로 조망(眺望)이 시원스럽게 터진다. 건너편에는 장락산맥이 기다랗게 늘어서 있고, 산자락 아래에는 로마(Roma)에서나 볼 법한 통일교의 건물이 웅장하게 자리 잡고 있다. 그리고 왼편에는 청평호반이 리아스(rias)식 해안(海岸)을 만들어 내고 있다.

 

 

 

 

1봉에서 2봉으로 발걸음을 옮기자마자 예쁘장하게 생긴 노송(老松) 사이로 골프장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곡달산의 양 옆을 ‘프리스틴벨리 골프장’과 ‘마이다스벨리 골프장’이 둘러싸고 있으니, 아마도 저건 프리스틴벨리 골프장일 것이다.

 

 

 

1봉에서 가파르게 고도(高度)를 떨어뜨리던 산길은 10m 정도 높이의 바위 지대를 통과하고 나서야 안부에 이르게 만든다. 바위를 잡고 내려서기가 만만치는 않지만 그렇다고 두려움을 느낄 정도로 위험하지도 않으니 걱정할 필요는 없다. 안부에서 다시 가파른 오르막길을 10분 조금 못되게 치고 오르면 547m 높이의 제2봉이다. 2봉으로 오르는 길에 간혹 조망(眺望)이 시원스레 트이는 곳이 보이나, 막상 참나무로 둘러싸인 2봉에서는 조망이 트이지 않는다.

 

 

 

 

 

 

 

 

2봉에서 정상까지는 별다른 특징이 없는 밋밋한 능선 길이다. 2봉에서 10분 남짓 철쭉군락(群落) 사이로 난 평탄한 능선길을 지나면 제3봉이고, 이어서 참나무 숲길을 따라 걷다보면 5분마다 4봉과 5봉을 만나게 된다. 5봉에서 다시 바윗길을 따라 10분 조금 못되게 오르면 드디어 곡달산 정상이다. 산행을 시작한지 2시간이 조금 더 지났으나, 점심시간을 뺀 순수 산행시간은 대략 1시간40분 정도가 소요되었다.

 

 

 

 

 

 

정상은 다섯 평쯤 되는 돌멩이로 뒤덮인 분지(盆地), 한가운데에 검은색의 정상표지석이 서 있고, 이정표(솔고개 2.5Km/ 금강사 방향 0.7Km/ 한우재 1.2Km)는 솔고개에서 올라오는 길목을 지키고 있다. 가평군에서 세운 정상표지석의 뒷면에 ‘좋은 산행 되십시오’라는 문구(文句)가 보인다. 다른 산에서는 본적이 없던 축원(祝願)이어선지 느낌이 살갑기 그지없다. 지역을 찾아오는 손님들에 대한 가평군청 관계자들의 마음 씀씀이에 감사를 드려본다.

 

 

 

 

정상은 주변 조망(眺望)이 트이지도 않고, 특별한 볼거리도 없기 때문에 오래 머물지 않고 하산길을 재촉한다. 정상에서 한우재로 내려가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 금강사를 들렀다가 한우재로 나갈 수가 있고, 능선을 따라 곧바로 한우재로 내려가는 방법도 있다. 오늘 산행을 리드하고 있는 최군(君)은 서슴없이 능선으로 방향을 잡는다. 금강사를 들릴 경우, 괜히 한우재까지 걸어 나가는데 다리품만 더 팔뿐이고, 가슴에 담아둘만한 특별한 볼거리는 찾아볼 수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대웅전(大雄殿)은 기와도 얹지 못한 채 쇠락해가고 있고, 허름한 요사(寮舍)채와 컨테이너 박스 서너 개가 전부라니 당연히 볼거리가 없을 것이다. 다만 벽계구곡(蘗溪九曲)의 주인장격인 이항노의 시비(詩碑)를 못 보는 것이 못내 서운하나 그 시비 또한 세운지 얼마 되지 않는 다는 얘기에 그런 마음까지도 금방 접어버린다. 정상에서 한우재로 내려가는 길은 가파르기 그지없다. ‘힘들어도 이쪽으로 올라왔더라면 짧은 시간에 정상에 도착했겠네요.’ 집사람의 말도 일리는 있으나 그렇지 않아도 짧은 코스인데 구태여 시간을 더 단축할 이유는 없을 것이다.

* 금강사, 곡달산은 조선말(朝鮮末) 위정척사론자(衛正斥邪論者)였던 화서(華西) 이항로(李恒老 : 1792~1868)가 제자들과 함께 공부를 했던 곳으로 알려져 있다. 그가 공부했다는 장소가 바로 금강사이다. 금강사의 요사(寮舍)채 앞에 세워진 화서시비(華西詩碑)를 읽어보면 금강사의 옛 이름이 ‘곡암(鵠庵)’ 또는 ‘고달암(高達庵)’이었음을 알 수 있다.

 

 

 

정상을 출발해서 10분 정도 원시(原始)의 숲을 헤치며 내려오면 이정표(한우재 0.75Km/ 정상 0.35Km)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이 이정표도 앞서 올라올 때 보았던 이정표들과 마찬가지로 어설프기 그지없다. 정상에서 본 이정표와 거리표시를 다르게 적어 놓고 있기 때문이다. 이곳에서부터 산길은 경사(傾斜)도 완만(緩慢)해지고, 바닥까지 보드라운 흙길로 바뀐다. 거기에다 낙엽까지 수북이 쌓여있어서 폭신폭신하기까지 하니 발걸음을 재촉할 이유가 없다. 나름대로 변하고 있는 주변의 풍물(風物)을 감상하며 한껏 여유를 부려본다.

 

 

 

 

산행날머리는 한우재

경사(傾斜)가 거의 없는 호젓한 능선길은 숲으로 둘러싸여 있기 때문에 변화를 느낄 수가 없다. 다만 조그만 변화라도 찾아보라면 등산로 주변의 숲을 이루고 있는 나무들의 수종(樹種)이 변하고 있다는 것이다. 참나무 천지이던 능선에 점점 소나무의 개체수(個體數, population)가 늘어나더니만 어느새 길가는 온통 잣나무로 뒤덮여 있다. 가평은 역시 잣나무의 본고향인 것이다. 잣나무 숲을 벗어나면 잘 지어진 전원주택(田園住宅)이 보이고, 그 아래가 오늘 산행이 마무리되는 한우재이다. 귀경(歸京)길에는 청평으로 돌아 나올 필요가 없다. 우선 한우재에서 설악면소재지로 나간 후, 설악면소재지에서 서울을 왕복(往復) 운행하는 7000번 광역버스(진흥고속)을 이용한다면 조금 더 편하게 서울로 돌아올 수 있기 때문이다. 7000번 버스는 중간에 다른 기착지(寄着地)에 들르지 않고 곧바로 잠실까지 실어다 준다.

 

 

 

 

 

 

설악면소재지에 내려서 일행들과 헤어지기가 서운할 경우에는 버스터미널 근처에 있는 ‘설악골’이라는 음식점에 들어가 볼 것을 권하고 싶다. 우선 서울근교의 소문난 음식점에 뒤지지 않을 정도로 시설이 깔끔하다. 그리고 멋쟁이 주인장(중형승용차 값보다 비싼 오토바이를 두 대나 갖고 있을 정도로...)은 무척 친절하고, 주문했던 닭백숙은 담백하면서도 맛깔스러웠다. 거기다 하나 더, 갖가지 화초(花草)들로 둘러싸인 정자(亭子)에서 음식을 먹으며 담소(談笑)를 나누는 멋은 결코 도시 주변에서는 맛볼 수 없는 즐거움일 것이다.

 

 

 

정신 나간 목련, 멋쟁이 주인장의 말마따나 정신이 없어도 한참이나 없는 모양이다. 꽃이 지고 계절(季節)이 바뀐 지가 언제인데 이제야 꽃봉오리를 열고 있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