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봉(929m) - 칼봉산(900m)

 

산행일 : ‘12. 7. 21(토)

소재지 : 경기도 가평군 하면과 가평읍의 경계

산행코스 : 마일리 국수당→우정고개→매봉→회목고개→칼봉산→용추계곡→용추계곡 주차장(산행시간 : 6시간30분)

 

함께한 산악회 : 고원산악회

 

특징 : 매봉과 칼봉산은 바로 곁에 있는 연인산의 유명세(有名稅)에 가려 찾는 사람들이 많지 않은 편이다. 덕분에 산 전체가 온통 원시(原始)의 상태로 유지되고 있어, 조용히 산행을 즐기기를 원하는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은 산이다. 다만 들머리로 이용할 수밖에 없는 경반계곡과 용추계곡의 진입거리가 너무 길다는 불편함이 있으니 참고해야 할 것이다.

 

 

산행들머리는 마일리 국수당

46번 경춘국도(京春國道/ 춘천방향)를 타고가다 하천 I.C(청평면 하천리)에서 37번 국도로 옮긴 후, 조종천을 끼고 포천방향으로 달리다보면 가평군 상면소재지(面所在地)인 현리에 이르게 된다. 현리에서 마일천을 끼고 이어지는 군도(郡道 : 연인산로)를 따라 들어가면 연인산수련원을 거쳐 산행들머리인 마일리 국수당에 이르게 된다.

* 국수당, 국사당(國師堂)이라고도 불리며 마을을 수호하는 동신(洞神)을 모시는 마을의 제당(祭堂)이다. 대체로 마을의 뒤쪽 산꼭대기에 자리 잡고 있는데, 때로는 무당(巫堂)들의 기도처로 이용되기도 한다. 옛날 이곳에 국가의 안녕(安寧)을 비는 제사를 올리던 성황당(城隍堂_이 있었다고 해서 국수당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전한다.

 

 

 

마일리 국수당(國師堂)의 주차장에 내리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이 등산안내도이다. 그다지 넓지 않은 주차장에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커다란 안내도가 세워져 있으니 맨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이 당연한 일일 것이다. 주차장에서 자동차가 들어왔던 도로의 맞은편에 보이는 임도(林道)를 따라 들어서며 산행이 시작된다. 들머리에 이정표(우정능선을 이용해 연인산 정상까지 5.9km/ 연인능선을 이용해 연인산 정상까지 5,0km/ 현리 7.8km)가 세워져 있으니 길을 혼동할 염려는 없을 것이다.

 

 

 

국수당을 출발해서 10분 조금 넘게 걸으면 길은 두 갈래로 나뉜다. 왼편 길은 사유지(私有地)로 들어가는 진입로인 듯 철제문(鐵製門)으로 굳게 닫혀있는데, 오른편도 역시 차단기(遮斷機)로 길을 막았다. 다만 ‘차량 진입금지’라고 쓰인 팻말이 세워져 있는 것을 보면, 다행이도 오른편 길은 사람의 통행이 가능하다는 얘기일 것이다.

 

 

 

 

차단기를 지나면서 길은 계곡으로 접어든다. 계곡을 따라 잠시 오르면 임도(林道)를 벗어나 오른편 숲으로 들어서야만 한다. ‘산악차량 통행과 호우로 자연경관이 훼손되어 생태계 복원을 위하여 폐쇄, 우측 등산로 이용’이라는 안내판이 임도의 통행(通行)을 막고 있기 때문이다. 등산로 곁에 보이는 계곡에는 크고 작은 폭포(瀑布)들이 계속해서 나타난다. 엊그제까지 줄기차게 내렸던 비가 만들어 놓은 작품(作品)일 것이다.

 

 

 

생태계 복원을 위해 임시로 만든 산길은 원시(原始)의 숲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아직까지 사람의 손때가 덜 탔기 때문일 것이다. 30분 가까이 숲길을 오르면 아까 헤어졌던 임도와 다시 만나게 되고, 임도를 따라 다시 10분 가까이 오르면 해발 622m인 우정고개에 올라서게 된다. 우정고개까지 올라오는 산길은 거칠지만 경사(傾斜)가 가파르지 않기 때문에 오르는데 그다지 부담스럽지는 않은 편이다.

* 우정고개, 원래는 전패고개라고 불리던 가평읍 승안리와 북면 백둔리 사람들이 하면(下面) 마일리를 넘나들 때 이용하던 고갯마루이다. 전패라는 지명(地名)은 후고구려의 궁예가 패전(敗戰) 후 얼마동안 이곳에 군대(軍隊)를 주둔시켰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는 설이 있다. 그러다가 1999년 가평군 지명위원회에서 전패라는 지명이 혐오스러운 느낌을 준다는 이유로, 전패봉을 우정봉으로 바꾸면서 이곳 전패고개도 우정고개로 바꾸었다고 한다.

 

 

 

 

우정고개에서 길은 네 갈래로 나뉜다. 마일리와 용추폭포 쪽으로 내려가는 길은 임도이고, 연인산과 매봉으로 올라가는 길은 전형적인 산길이다.(이정표 : 매봉 2.2km/ 연인산의 우정능선 코스 4.3Km/ 용추휴양소 주차장 10.2Km, 연인산 연인능선코스 3.4Km/ 마일리(국수당) 1.6Km). 고갯마루에서 오른편 능선으로 올라서면, 어른의 키만큼이나 웃자란 억새들이 길손을 맞이한다. 가을철에 이곳을 찾는 다면 하얀 억새꽃들이 장관(壯觀)을 이룰 것 같다. 매봉으로 향하는 산길은 방화선을 따라 이어진다. 방화선을 가득 메우고 있는 억새를 헤치며 20분 남짓 오르면 헬기장이 마중 나온다.

 

 

 

 

 

헬기장을 지나 방화선을 따라 이어지는 능선은 이름 없는 작은 봉우리를 끊임없이 오르내린다. 짧게 내려섰다가 길고 가파르게 오르면서 서서히 고도(高度)를 높여간다. 헬기장을 출발해서 20분 정도를 오르내리다보면 국수당에서 우정고개를 거치지 않고 매봉산으로 곧장 오르는 길과 만나는 삼거리에 이르게 된다.(이정표 : 우정고개 1.5Km/ 매봉 0.8Km/ 국수당 1.5Km).

 

 

 

 

국수당 갈림길에서 또 다시 방화선 길을 따라 10분 남짓 오르내리면 자그마한 봉우리 위에서 또 다른 이정표(우정고개 1.9Km/ 동막골 2.7Km/ 매봉 0.4Km) 하나를 만나게 된다. 마일리의 동막골에서 곧장 매봉으로 올라오는 길과 만나는 지점이다.

 

 

 

동막골삼거리를 지나면서 산길은 더욱 가팔라진다. 고도(高度)가 높아지면서 크기를 줄여가던 억새는 어느새 무릎 아래까지 내려가 있어서 걷기에 부담을 주지 않는다. 동막골 삼거리에서 10분 정도를 힘들게 치고 오르면 헬기장 위로 올라서게 되는데, 맞은편의 짙게 우거진 참나무 숲 위로 무인산불감시탑이 고개를 내밀고 있는 곳이 매봉 정상이다. 산행을 시작한지 2시간이 조금 더 지났다.

 

 

인자요산(仁者樂山)이라는 고사성어가 있다. ‘어진 이는 산을 좋아한다.’는 뜻으로 공자가 지은 논어(論語)의 옹야편(雍也篇)에 나오는 말이다. 이를 확대해 보면 어진 사람은 몸가짐이 진중하고 심덕(心德)이 두터워, 그 마음이 산과 비슷하므로 자연히 산을 좋아한다고 해석(解釋)할 수 있다. 아래 사진이 이를 증명(證明)하는 하나의 사례일 것이다(?). 산에서는 저렇게 예의바르지 않고는 결코 무사하게 산행을 마칠 수가 없기 때문이다.

 

 

 

 

매봉의 정상은 열 평도 채 못 되는 좁다란 분지(盆地), 그나마 절반은 무인산불감시탑에게 빼앗겨 버렸다. 말뚝 모양의 볼품없는 정상표지석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 정상은 잡목(雜木)에 둘러싸여 있어 조망(眺望)을 일절 허락하지 않는다. 정상의 이정표((깃대봉 1.9Km/ 회목고개 1.3Km, 칼봉산 22Km/ 우정고개 2.3km)

 

 

매봉에서 회목고개로 진행하려면 방화선(防火線)을 벗어나 왼편으로 내려서야 한다. 아마도 방화선은 깃대봉을 거쳐 대금산 방향으로 연결되는 모양이다. 경사(傾斜)가 가파른 내리막길을 내려서다보면 다양한 숲의 변화를 느껴볼 수 있다. 참나무 일색이던 산길이 철쭉군락으로 변하더니만, 어느새 일본이깔나무(落葉松)으로 변해있다. 이곳이 철쭉으로 유명한 연인산 권역(圈域)이니 철쭉이 군락(群落)을 이루고 있는 것은 이해가 가지만, 가평군을 대변한다고 할 수 있는 잣나무는 한그루도 보이지 않고 난데없는 낙엽송 군락이 펼쳐지는 것은 의외이다.

 

 

 

‘철쭉나무가 너무 크네요.’ 집사람의 말마따나 이곳의 철쭉나무는 어른의 키를 훨씬 넘을 정도로 크기 때문에, 좌우(左右)는 물론이고 머리 위까지 온통 철쭉나무들이 둘러싸고 있다. 그러나 철쭉나무들이 밀집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꽃의 화사함은 다른 곳에 비해 뒤떨어지는 경향이 있다. 나무가 너무 크기 때문에 꽃이 만개(滿開)하더라도 나뭇가지에 듬성듬성 붙어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매봉을 출발한지 30분이 조금 못되면 회목고개에 내려서게 된다. 회목고개는 하면(下面) 경반리와 가평읍 승안리 사람들이 넘나들던 오지(奧地)의 고갯마루였으나, 현재는 임도(林道)가 잘 닦여 있다. 이곳에서 왼편으로 진행하면 우정고개를 거쳐 국수당에 이르게 되며, 오른편은 경반리로 내려가는 길이다.(회목고개 이정표 : 칼봉 1.0Km/ 매봉 1.4Km/ 국수당 6.6Km/ 경반리 경반사)

* 회목고개의 경반리 방향에 거대한 느티나무 한그루가 늠름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고, 그 곁에는 태극기가 바람에 나부끼고 있다. 느티나무 앞에 네모로 각진 반반한 바위가 놓여있는 것을 보면, 바위를 제단(祭壇)으로 삼아 느티나무에 제사(祭祀)를 지내는 모양이다. 아니나 다를까 제단 옆에 세워진 ‘국선왕’이라고 적힌 표지판이 이를 증명해주고 있다. 여기서 얼마 되지 않은 거리에 위치한 경반사라는 사찰(寺刹)에서 ‘국선왕’이라는 신(神)을 모시는 제단인 것이다.

 

 

회목고개로 내려왔던 길의 반대방향 능선으로 오르면서 칼봉을 향한 산행이 이어진다. 가파른 오르막길을 올라 자그마한 봉우리 하나를 넘으면 기묘한 바위가 나타난다. 널찍한 몸통에 머리를 내민 모습이 영락없는 거북이의 형상이다.

 

 

 

거북이를 닮은 바위를 지나면서 길은 더욱 가팔라지고, 바위의 숫자도 점점 많아진다. 칼봉이라는 이름을 가진 봉우리는 이곳 외에도 전국(全國) 여러 곳에 있으며, 하나 같이 날카롭게 치솟은 봉우리의 형상(形象)을 하고 있다. 날카롭게 치솟다보니 대부분의 칼봉들이 바위로 이루어져 있는데, 비록 다른 곳에 비해 뒤지기는 하지만 이곳도 칼봉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바위가 많은 것이다.

 

 

 

척박(瘠薄)한 바위 위에서 지난(至難)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나무들을 감상하며 걷다보면, 회목고개를 출발한지 40분 만에 칼봉산 정상에 올라서게 된다. 정상의 한 가운데에는 커다란 정상표지석이 세워져 있고, 한쪽 귀퉁이에 이정표(용추휴양소 6.6Km/ 매봉 2.4Km)가 자리를 지키고 있을 뿐 다른 볼거리는 없다. 주변이 잡목(雜木)들이 둘러싸여 있기 때문에 조망(眺望) 또한 일절 없다.

 

 

 

이정표에는 능선을 따라 진행하도록 표시가 되어있지만, 조금 더 빨리 용추계곡으로 내려가고 싶을 경우에는 왼편의 지능선으로 내려서면 된다. 다만 이정표에 표시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주의 깊게 진입로를 찾아볼 필요가 있다. 하산길은 가파른 내리막길의 연속, 등산객들이 잘 이용하지 않는 코스인지 원시(原始)의 숲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길가에는 수령(樹齡)이 오래된 참나무들이 그득하고, 더 이상 삶을 지탱해내지 못한 나무들이 마치 잘 다듬은 조각품(彫刻品)인양 고상한 자세로 널려있다.

 

 

 

 

한여름 무더위에 지쳐, 이제 그만 걷고 물속에 발이라도 담그고 싶어질 즈음에, 저만큼 아래에서 물 흐르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하더니 이내 계곡 옆의 임도(林道)에 내려서게 된다(정상에서 20분 정도 소요). 임도는 왼편에 계곡을 끼고 이어진다. 엊그제까지 쏟아졌던 폭우(暴雨)로 인해 물이 불어난 계곡은 깊고 거세게 흐르고 있다. 무작정 물속으로 들어가기에는 너무 이른데도 무심한 임도는 계곡을 가로지르고 있다. 물속에 퐁당 빠지기는 이르니, 우선 물속에 발이라도 담가보라는 배려인가 보다.

* 용추계곡(龍湫溪谷), 연인산에서 시작해 칼봉과 노적봉 사이를 지나 가평읍 승안리의 용추폭포까지 이르는 약 10km의 청정 계곡이다. 용추폭포와 와룡추, 고실탄 등 절경을 자랑하는 곳이 9곳이라고 해서 용추구곡(龍湫九谷)이라고도 불린다.

 

 

 

 

계곡을 가로지르는 일은 한 번에 끝나지 않고 네 번이나 계속된다. 산행대장의 말을 빌리자면, 계곡을 건널 때는 등산화를 신은 채로 건너는 것이 옳다고 하지만, 다들 신발을 벗어들고 있다. 산에 대한 정보가 충분한 산행대장과는 달리 트레킹화를 준비해 온 사람들이 있을 리가 없기 때문이다. 거친 물살을 피해 계곡을 건너다보니 시간이 지체(遲滯)되는데다가, 등산화를 벗었다가 다시 신기를 반복(反復)하다보니 예상외로 시간이 많이 흘러버린다.

 

 

 

 

주어진 여섯 시간 안에 주차장에 도착하지 못할 것이 확실해지자 걷는 것 자체가 짜증스러워지더니, 아름답다고 소문난 용추계곡까지도 성에 차지 않는다. 가고 또 가도 끝이 보이지 않는 임도는 지겹기만 한데, 피서(避暑)철을 맞아 몰려든 차량들을 비켜가며 걷는 것이 여간 번거로운 게 아니다. 그렇게도 아름답다는 용추계곡이 성에 차지 않는 것이 당연한 일일 것이다.

 

 

 

 

산행날머리는 용추계곡 주차장

용추계곡에 내려서서 얼마간 걷다가 만난 첫 번째 이정표에 용추휴양소까지의 거리가 4.5Km로 적혀있다. 그러니까 용추계곡에 내려선 지점에서 용추휴양소까지는 대략 5Km정도 된다는 얘기일 것이다. 5Km도 너무 먼데 우리가 타고온 버스는 1Km이상을 더 내려간 지점에 주차되어 있다. 피서(避暑)철에는 버스의 통행이 제한되기 때문이란다. 집사람의 걸음걸이가 절뚝거리기 시작한지는 이미 오래되었다. 계곡가로 난 임도(林道)만 2시간 가까이를 걸었으니 그녀의 다리에 무리가 온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다음부터는 시간 계산 잘 하세요!’ 날이 선 그녀의 지청구가 아니더라도, 당분간은 나도 5시간 이상 소요되는 산행은 삼갈 것이다. 지금은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여름이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