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령산(祝靈山, 879m)-서리산(霜山, 832m)

 

산행일 : ‘12. 3. 10(토)

소재지 : 경기도 남양주시 수동면과 가평군 상면의 경계

산행코스 : 외방리 버스정류장→축령산 자연휴양림→수리바위→남이바위→축령산 정상→절골→억새밭 사거리→서리산→철쭉군락지→화채봉삼거리→서리산 간이목교→자연휴양림→외방리 버스정류장(산행시간 : 4시간50분)

함께한 산악회 : 집사람과 함께

 

특징 : 축령산은 암릉으로 이루어진 산세도 볼만하지만, 숲속에 조성된 자연휴양림(自然休養林)이 있음으로 해서 더욱 유명해진 산이다. 잘 조성(造成)된 잣나무 숲속에서 하룻밤을 머물며 삼림욕(森林浴)을 겸할 수도 있기 때문에 비교적 가족(家族)단위로 많이 찾고 있는 편이다. 옆에 위치한 서리산에 철쭉꽃이 만개하는 봄철에는 몰려드는 등산객들로 인해 몸살을 치르기도 한다.  

 

 

산행들머리는 축령산 자연휴양림(自然休養林)

상봉-춘천간 전철 마석역에서 내려, 축령산으로 가는 30-4번 군내버스로 갈아타고 30분 정도 들어가면, 축령산 자연휴양림(休養林) 입구인 외방리에 도착하게 된다. 참고로 잠실역 9번 출구에서 출발하는 8000-2번 광역버스를 이용하면 지하철보다 더 빠르고(소요시간 40분) 편하게(정거장 3개 경유) 마석(驛)에 도착할 수 있다. 버스정류장에서 산행이 시작되는 ‘축령산 자연휴양림까지는 음식점과 펜션(pension)들이 즐비한 2차선 도로를 따라 10분 정도를 더 걸어 들어가야 한다.

 

 

인도(人道) 위를 걷다보면 느닷없이 ’마귀 할매 바위‘ 안내판(案內板) 하나가 눈에 띈다. 축령산의 홍구세굴에서 기도하던 홍판서(判書)의 꿈에 신선이 나타나 ’마을을 수호하고 마을에 복(福)을 내려주는 바위‘를 찾아보라고 하더란다. 다행이 마귀할멈보다 더 빨리 캐내라는 단서(端緖)를 지킨 덕분에 홍판서의 가문(家門)과 이 마을에 큰 복을 받았다는 설화(說話)가 전해져 내려온단다. 바위가 있음직한 곳을 두리번 거려보았지만 바위를 찾지 못했는데, 산행을 끝내고 돌아오는 길에 발견할 수 있었다. 도로 가운데에서 머리를 빼꼼히 내밀고 있는 자그마한 바위라서 눈에 띄지 않았던 것이다. 결과적으로 이름 있는 바위는 무조건 클 것이라는 내 편견(偏見)을 되돌아보는 계기(契機)가 되었다.

 

 

 

축령산 산행은 자연휴양림(입장료 1천원)을 통해서만 할 수 있다. 자연휴양림 매표소(賣票所)를 지나자마자 길이 두 갈래로 나뉜다. 왼편으로 가면 관리사무소(管理事務所)를 지나 서리산으로 가게 되고, 축령산으로 가려면 오른편으로 진행해야 한다. 갈림길에 커다란 이정표(이정표 : 축령산 3.19Km/ 서리산 2.68Km)가 세워져 있으니 혼동할 염려는 없을 것이다. 오른편의 시멘트 포장도로를 따라 들어서면, 겨울철임에도 불구하고 주변이 온통 짙은 녹음으로 뒤덮여있다. 늘 푸른 나무인 잣나무가 우거진 숲속길이기 때문이다. 이 부근이 잣나무의 본고장임을 증명(證明)이라도 하려는 걸까? 참고로 축령산 동편에는 약 150ha의 잣나무 단지가 있는데, '축령 백림'이라 하며 전국 제일의 잣 생산지이다.

* 이곳에서 만나게 되는 이정표(里程標)는 조금 특이(特異)하다. 우리가 다른 산에서 흔하게 보아오던 이정표들과는 달리 꼭대기에다 자신의 위치(位置)를 알리는 이름표를 달고 있는 것이다. 지도(地圖) 한 장 달랑 들고 산을 찾아온 나에게 많은 도움이 되었기에, 다른 지방자치단체(地自體)에서도 등산로를 정비(整備)할 때 벤치마킹(benchmarking)하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자연휴양림의 시설물(施設物 : 통나무집과 체육시설 등)들 사이로 난 자동차가 다닐 수 있는 임도(林道)를 따라 들어가면 주차장이 나온다.(아마 제1주차장일 것이다), 주차장의 한쪽 귀퉁이에 커다란 산행안내도와 이정표(축령산 정상 2.74Km/ 서리산 장상 2.64Km/ 매표소 0.5Km)가 세워져 있는데, 등산로는 그 사이로 열리고 있다.

 

 

 

등산로 주변은 온통 잣나무 일색, 흙길에 경사(傾斜)까지 완만(緩慢)한 산길은 걷기에 무척 편하다. 그러다가 저만큼에 암벽약수터의 이정표(제1주차장 0.6Km/ 축령산 정상 2.14Km, 남이바위 1.42Km, 수리바위 0.47Km))가 보이면서 길은 너덜길로 변해버린다. 등산로 주변의 나무들은 오동나무 비슷한 나무들이 보이기 시작하더니, 이내 참나무 일색으로 바뀌어져 버린다.

 

 

 

암벽약수터을 지나면서 시작되는 통나무 계단으로 만들어진 가파른 오르막길을 10분 정도 치고 오르면 서릉(西稜) 위로 올라서게 된다. 능선의 안부는 힘들게 올라온 이들이 쉬기에 안성맞춤인 지점이다. 마침 한쪽 귀퉁이에 엉덩이를 붙이고 앉을 만한 바위까지 보이니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쉼터이다.(이정표 : 제1주차장 0.75Km/ 축령산 정상 1.99Km, 남이바위 1.27Km, 수리바위 0.32Km)

 

 

능선을 따라 이어지는 산길은 그다지 가파르지 않게 연결되지만 오른쪽 방향은 거의 절벽(絶壁)으로 이루어져 있다. 간혹 나타나는 바윗길, 그리 험하지 않은데도 자꾸만 정체(停滯)현상을 빚고 있다. 바윗길에 서투른 사람들이 쉽게 나아가질 못하는 이유에서다. 기업은행산악회, 광진구청산악회 등 오늘따라 직장산악회들이 부쩍 많이 보이는데, 직장산악회 회원들은 대부분 산행경험(經驗)이 적어서 바윗길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홍구세굴에서 올라오는 능선삼거리(이정표 : 제1주차장 1.38Km/ 축령산 정상 1.35Km, 남이바위 0.63Km/ 홍구세굴 0.64m)를 지나고 나서 끝내는 참지 못하고 왼편 암벽(巖壁)을 치고 오르니 진행방향의 나뭇가지 사이로 우뚝 솟은 거대한 바위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독수리의 머리 부분을 쏙 빼다 닮았다는 수리바위이다. 수리바위는 축령산에서 가장 빼어난 경치를 자랑하는 곳이다.(이정표 : 정상 1.7km, 남이바위 0.95Km/ 주차장 1.67km)

 

 

수리바위 위에 올라서면 오른편으로 시야(視野)가 시원스럽게 열린다. 운악산과 철마산, 천마산이 눈에 들어온다. 비록 흐린 날씨 탓에 희미하지만 끝도 없이 밀려오는 파도처럼 겹겹이 쌓인 산들이 끊임없이 밀려오고 있다. 독수리의 날갯죽지 어림의 바위틈에서 명품(名品)소나무 한 그루가 인고(忍苦)의 세월을 버티면서 그 아름다움을 한껏 자랑하고 있다. 능선을 걸어오면서 느낀 점은 소나무 종류는 어쩌다 간간히 보인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 숫자가 적은 것이 흠(欠)이라고 느껴지지 않았던 것은, 보이는 소나무마다 독특한 아름다움을 자랑하고 있는 노송(老松)들이기 때문이다. 참나무들에 포위당해 있으면서도 결코 꿇리지 않고 군계일학(群鷄一鶴)의 아름다움을 자랑하고 있었다.

 

 

 

 

수리바위를 지나면서 산길은 전형적인 암릉으로 변한다. 능선의 왼편은 비록 경사(傾斜)가 가파르지만 전형적인 흙산, 오른편은 아찔한 바위 벼랑으로 되어 있다. 심심찮게 나타나는 암릉이 조금이라도 위험하다싶으면, 어김없이 로프가 매달려 있기 때문에 생각보다는 위험하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그러나 오늘은 아마추어 산악인들이 많은 탓에 산행속도는 지지부진(遲遲不進)하기만 하다. 로프에 매달려서 발걸음을 떼지 못하고 주춤거리기만 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기 때문이다.

 

 

 

 

 

 

 

수리바위에서 남이바위까지 평소에는 40분이면 충분한 거리이지만, 오늘은 벌써 1시간을 넘기고 있다. 참다못해 수리바위 밑에서 오른편 바위 벼랑을 기웃거려 본다. 그리고 조금은 위험(危險)하지만 남이바위로 오르는 바윗길을 찾아내고야 만다. 덕분에 쉽게 남이바위에 오를 수 있었지만 여성들은 혼자서는 오르기에 벅찬 코스이니 삼가는 게 좋을 것이다. 남이바위 위는 먼저 올라온 사람들로 인해 발붙일 틈이 없을 정도이다.(이정표 : 제1주차장 2.05Km/ 축령산 정상 0.72Km)

* 남이바위, 조선 세조 때의 명장이었던 남이장군의 숨결이 어린 곳이다. 그는 한성(漢城)의 동북방 요충지(要衝地)인 이 바위 위에서 지형지물을 익혔다고 전해진다. 장군이 휴식을 취하면서 팔을 걸었다는 팔걸이 모양의 바위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설화의 진실 여부를 떠나서 북한이라는 좌충우돌(左衝右突)형의 실체를 곁에 두고 있는 우리의 현실에서는 그가 보여준 유비무환(有備無患)의 정신이 꼭 필요하다고 할 것이다.

 

 

 

 

남이바위부터 정상까지는 칼날 같은 바위능선을 타고 가게 된다. 가파르고 뾰쪽한 능선길이다. 오른쪽 벼랑은 수십 길 절벽(絶壁)이지만 추락방지를 위한 밧줄이 매어져 있으니 걱정할 필요는 없다. 이 길은 바위벼랑을 타는 쾌감도 좋지만, 시야(視野)가 툭 트여있기 때문에 조망(眺望)을 즐기는 재미도 또한 빼놓을 수 없는 재미이다. 암릉이 끝나면서 만나게 되는 헬기장에 이르면 축령산의 정상이 보인다.

* 칼날처럼 솟은 짧은 암릉을 지나다보면 진행방향 오른편의 산자락 아래에 짙은 초록색으로 빛나는 숲이 보인다. 가평 행현리의 ‘축령 백림(祝靈柏林)’이다. 가평8경의 하나인 축령백림은 잣나무 숲이다. 해방 전후(前後) 산기슭에 심은 잣나무 묘목들이 60여년이 지난 지금은 아름드리 잣나무 숲으로 변해서, 지금은 후손(後孫)들의 삼림욕장과 자연휴양림으로 이용되고 있다. 참고로 우리나라에는 ‘축령산’이란 이름의 산이 두 곳이 있다. 이곳 축령산(886m) 외에도 전남 장성과 전북 고창의 경계에 있는 축령산(620.5m)이 나머지 하나이다. 두 산은 이름 이외에도 모두 성공적인 인공조림(人工造林)지라는 것으로도 닮았다. 편백나무와 삼나무숲으로 유명한 장성 축령산은 ‘한국의 조림왕(造林王)’이라 불리는 임종국(1915~1987) 선생이 한국 최고 밀도(密度)로 가꾸어 놓았다. 지금은 후손들이 삼림휴양지와 청소년 자연 체험장(體驗場)으로 활용하고 있는데, 외국인들에게까지도 각광(脚光)을 받고 있다고 한다.

 

 

 

 

 

 

 

 

태극기(太極旗)가 휘날리는 축령산 정상에는 돌탑(cairn)과 삼각점, 그리고 조망 안내판(眺望 案內板)이 세워져 있다. 저 태극기는 한국전쟁 당시 희생된 이 지역 주민 24명을 기리기 위해 1997년에 남양주시의 모 산악회에서 내 걸었다고 한다. 게양대 근처에서 사위를 휘둘러보는 조망은 막힘이 없다. 사방(四方)이 막힘없이 뚫려 있기 때문이다. 오늘은 비록 짙은 구름으로 인해 희미하지만, 날씨만 맑다면 경기 오악 중의 하나인 운악산과 청계산, 그리고 명지산과 연인산, 대금산, 화악산 등 주변의 명산(名山)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을 것이다. 인파(人波)로 인한 지체(遲滯)현상 때문에 정상까지 의외로 많은 시간(2시간20분)이 소요되었다.(정상의 이정표 : 서리산(철쭉동산) 2.87Km, 휴양림내 주차장 2.86km/ 휴양림내 주차장(지나온 길) 2.74Km) 홍구세굴 1.99Km)

* 축령산으로 사냥을 왔던 이성계가 짐승을 한 마리도 못 잡자, 몰이꾼의 제언(提言)에 따라 산 정상에서 산신령(山神靈)에게 고사(告祀)를 지내게 되었고, 그 덕분으로 멧돼지를 포획한 모양이다. 그 이후로 ‘고사를 올린 산’이라 해 축령산(祝靈山)이라 불리게 되었다고 전해진다. 원이름은 ‘비령산’인데, ‘빌 축’자가 새김으로 읽는 이두(한자의 음과 뜻을 빌려 우리말로 적는 표기법)였는데 일제강점기 때부터 이를 모르고 축령산으로 써왔다고 한다.

 

 

 

정상에서 절고개까지 내려오는 길은 아직도 겨울이 한창이다. 최근 내린 폭설(暴雪)이 두텁게 쌓여있기 때문이다. 눈길은 미끄럽기 한량없고, 거기에다 경사(傾斜)까지 가파르다보니 내려서는 발걸음이 여간 조심스럽지 않다. 덕분에 길가에 매어진 로프에는 대추나무에 연 걸리듯이 사람들이 대롱대롱 매달려 있다. 행여나 미끄러질세라 로프를 붙잡은 손목들마다 힘줄들이 불끈 솟아오르고 있다.

 

 

 

 

축령산 정상에서 30분 조금 못되게 내려오면 절고개에 닿게 된다. 이곳이 축령산과 서리산이 나뉘는 분기점(分岐點)이다. 절골에서는 길이 넷으로 나뉜다. 왼편은 잔디광장을 거쳐 휴양림으로 내려가는 하산길이고, 비록 이정표에는 없지만 오른쪽으로 가면 가평군 행현리(임초리)로 내려서게 된다. 서리산으로 가려면 물론 맞은편 능선으로 올라서면 된다. 만일 축령산을 상징하는 잣나무 숲속을 걷고 싶다면 이곳에서 왼편으로 하산하는 것이 좋다. 이 길에는 아름드리 잣나무들이 하늘 높이 솟아 있기 때문이다. 가평 행현리 방면으로 내려가는 길도 마찬가지로 잣나무 숲이다.(이정표 : 자연휴양림 제1주차장은 2.18km, 잔디광장 0.72Km/ 서리산 정상은 2.19km/ 축령산 정상 0.68Km)

 

 

절골사거리에서 서리봉을 향해 능선으로 올라선다. 축령산과 서리산의 사이는 3㎞정도 떨어져있지만 1시간 이내에 주파(走破)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절골 좌우 언덕만 다소 가파를 뿐, 대부분의 능선이 가볍게 산책(散策)하는 기분으로 걸을 수 있을 만큼 무난하기 때문에 걷기에 조금도 부담이 없다. 절골을 출발하고 얼마 지나지 않으면 널따란 헬기장을 만나게 된다. 오늘같이 눈길이거나 흙탕길인 날에는 점심식사를 하기에 적당한 지점이다. 헬기장을 내려서면 억새밭사거리이다. 이곳에서 왼편으로 내려가면 전망대(展望臺)를 거쳐 휴양림에 이르게 되고, ‘아침고요 수목원’를 들러보고 싶은 사람들은 오른편 행현리 방향으로 내려서면 된다.(억새밭 사거리 이정표 : 서리산 정상 1.71Km/ 축령산 정상 1.15Km/ 전망대 0.71Km/ 행현리 5.70Km)

 

 

 

억새밭 사거리에서 맞은편 바위에 매달린 로프를 잡고 오르며 서리산으로 향한다. 고저(高低)의 차(差)가 크지 않은 능선의 주변은 온통 울울창창한 잣나무들로 가득하다. 낭만적(浪漫的)이고 사색(思索)하기에 적당한 호젓한 산길이다. 그러다가 서리산의 아래에 도착하면, 갑자기 능선이 가파르게 변하면서 주변의 나무들도 잣나무에서 참나무로 함께 변한다. 서리산으로 오르는 양지쪽 길은 최악(最惡)의 상황을 연출하고 있다. 녹은 눈(雪)과 진흙이 어우러져 만든 흙탕길이 심하게 질퍽거리기 때문에 걷기가 무척 사나운 것이다.

 

 

 

 

 

진창길을 올라서면 무인(無人)산불감시탑이 나타나고, 그 뒤의 헬기장 너머로 조그만 돌탑과 정상표지석이 보인다. 서리산 정상은 조망(眺望)이 시원하다고 얘기하긴 어렵다. 그러나 서리산의 명물(名物)인 철쭉동산을 원거리에서 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서리봉 정상 이정표 : 축령봉 정상 2.87Km, 제1주차장 3.04Km/ 화채봉 0.76Km, 철쭉동산 정상 0.35Km)

*서리산은 일년(1年) 내내 서리(霜)가 서려있는 산이라 해서 서리산 또는 상산(霜山)이라 불린다. 급경사(急傾斜)로 이루어진 산의 북서쪽이 항상 응달이 져서 서리가 내리면 쉽게 녹지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

 

 

 

서리봉 정상에서 화채봉까지 이어지는 능선을 철쭉동산이라고 부른다. 이 철쭉동산의 매력(魅力)은 뭐니 뭐니 해도 철쭉터널(tunnel)이다. 철쭉나무의 키가 어른들 키를 훌쩍 넘길 정도로 크면서도 밀집(密集)되어 있어서, 철쭉나무 아래에 기다란 터널(tunnel)을 만들어내고 있기 때문이다. ‘봄철에 오면 그야말로 환상적(幻想的)이겠네요’ 역시 여자들은 아름다움에 민감(敏感)한 모양이다. 터널을 보자마자 집사람이 꽃길을 유추(類推)해 내고 있으니 말이다. 철쭉동산에는 이곳을 찾은 사람들의 보다나은 조망을 위해서 전망테크까지 만들어 놓았다.

* 서리산의 철쭉동산은 국내에서 손꼽히는 자생(自生) 철쭉 군락지다. 높이 2~3m 되는 철쭉이 어른이 지나갈 만큼 커다란 연분홍색 꽃 터널을 만들어낸다. 철쭉은 매년 5월 중순쯤 만개(滿開)해 절정을 이루는데, ‘축령산 철쭉제’도 이맘때 열리고 있다.

 

 

 

철쭉동산을 지나면서 산행은 이제 마무리로 접어든다. 철쭉동산에서 내려오는 길은 내리막길의 연속이다. 철쭉동산에서 휴양림 방향으로 조금 더 내려가면 이내 화채봉삼거리이다. 특별한 볼거리가 없다는 사전정보를 참고해서 화채봉을 들르지 않고 서둘러 제2주차장을 향해 하산길을 재촉한다.(이정표 : 서리봉 정상 0.67Km, 철쪽동산 정상 0.49Km/ 화채봉 0.09Km/ 제2주차장 1.89Km)

 

 

 

화채봉 갈림길을 지나면서부터는 급경사(急傾斜) 내리막길이 이어지는데, 또다시 산길은 최악(最惡)의 상황을 연출하고 있다. 질퍽거리는 진창길에서 미끄러져 엉덩방아를 찧는 사람들이 심심찮게 눈에 띈다. ‘넘어지지 마세요. 잘못하면 버스 운전사가 승차(乘車)를 거부할 수도 있으니까요’라며 던지는 농담에 ‘살그머니 타면 된다.’는 집사람의 애교스런 대꾸로 위안거리를 삼으며 서서히 그리고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내려딛는다. 그렇게 20분 정도 내려오면 시멘트포장도로로 건너가는 간이목교(木橋)가 보인다.(간이목교 이정표 : 서리산 정상 1.24Km, 철쭉동산 정상 1.04Km/ 전망대(시멘트 포장 임도) 0.86Km/ 제1주차장(시멘트포장 임도) 1.8Km)

 

 

 

산행날머리는 축령산자연휴양림(原點回歸)

갈지자를 만들면서 고도(高度)를 낮추고 있는 임도를 따라 내려오면 이내 아침에 산행 들머리로 삼았던 축령산 자연휴양림에 이르게 된다. 축령산은 산악인들이 매년 년초(年初)에 지내는 산신제인 시산제(始山祭)를 지내는 명소 중의 하나로 알려져 있다. 아마 산의 이름이 고사(告祀)와 관련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이성계도 이 산의 정상에서 고사를 지냈다는 설화(說話)까지 있으니 이보다 더 좋은 장소를 찾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휴양림 관리사무소를 지나 버스 정류장까지 내려오는 길에도 시산제(始山祭)를 지내고 있는 그룹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