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곡산(佛谷山·465m)

 

산행일 : ‘11. 10. 2(일)

소재지 : 경기도 양주시 백석읍과 산북동의 경계

산행코스 : 대교아파트→악어바위 능선→임꺽정봉→암봉(왕복)→상투봉→상봉(정상)→유양초등학교(산행시간 : 4시간)

함께한 산악회 : 산과 하늘

 

특징 : 경원선이 전철(電鐵)로 바뀌면서부터 수도권에서도 손쉽게 산행을 즐길 수 있는 산들이 많아졌다. 그러나 전철로 닿을 수 있는 산들 중에서도 불곡산처럼 아기자기한 맛을 즐길 수 있는 산은 드물다. 암릉이 동서로 길게 이어져 있어서, 비록 산의 높이와 규모는 작지만 스릴만은 ‘만점짜리’로 느낄 수 있다. 

 

 

 

산행들머리는 백석읍 대교아파트 버스정류장

양주역 2번 출구 건너편에서 32-1번 버스를 이용하여 백석읍의 대교아파트(불곡산입구)까지 간다(약10분 소요). 대교아파트 맞은편의 등산안내판 옆으로 들어서면서 산행이 시작된다. 들머리에 들어서자마자 어디선가 유행가(流行歌)가락이 들려온다. 등산로 곁에 있는 복숭아 과수원에서 서비스용으로 들려주는 모양인데, 거의 소음공해(騷音公害)에 가까울 정도로 시끄럽다. 진행방향 저 멀리에 임꺽정봉의 암벽(巖壁)이 우람하게 펼쳐지고 있다.

 

 

 

들머리에 들어서서 약 5분 정도 걸으면 삼거리를 만나게 된다. 왼편으로 가면 임꺽정봉 정상(1.4Km), 오른편은 악어바위(1.4Km)라고 적혀있다. 고민은 잠깐이면 충분하다. 불곡산에서 빼놓을 수 없는 코스가 소위 ‘악어능선’의 명물바위 순례이니, 발걸음은 당연히 오른편으로 옮겨야 않겠는가 말이다. 물론 악어능선으로 진행할 경우 임꺽정봉 정상까지 약 1Km를 더 걸어야 한다.

 

 

 

삼거리에서 오른편으로 접어들어 예비군 훈련장을 통과하면 울창한 소나무 숲이 등산객들을 맞이한다. 바람결에 짙은 솔향이 코끝을 스치고 지나간다. 그 향에는 몸에 좋다는 피톤치드가 넘치도록 가득 담겨있을 것이다. 오늘 산행은 서서히 걸어도 4시간이면 충분하고, 거기에다 서울에서 가깝기까지 하니 구태여 길을 서두를 이유가 없다. 여유로운 산행을 즐기면서 저 귀한 피톤치드를 가득 담아가보자.

 

 

 

 

본격적인 암릉이 시작되면서 명품(名品)바위들이 차례로 그 자태를 보여주기 시작한다. 제일 먼저 선을 보이는 것은 남근(男根)바위, 바위 아래를 지나가며 던지는 진철이의 조크(joke) ‘성님! 산막타가 생각나네요.’ ‘산막타? 그 사람은 이름이 ’안 남근‘이니 저 바위에다 연관시키지 마시게나.’ 이어서 나타나는 복주머니 바위, 임꺽정봉에서 남쪽으로 뻗어 있는 이 능선에는 악어바위를 위시해서, 복주머니바위, 코끼리바위, 공깃돌바위 등등 재미있게 생긴 바위들이 참으로 많다.

 

 

 

 

코끼리바위는 커다란 코끼리의 머리와 코 모양이다. 공깃돌바위는 둥그런 모양의 큰 바윗돌, 임꺽정이 가지고 놀았을까? 나타나는 바위들의 이름표를 보고 그 형상을 그려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악어능선은 바위들로 이어지고 있어 ‘위험 구간’으로 분류되기 한다. 지금이야 곳곳에 안전시설을 설치해 놓아 초보자들도 다니지만, 얼마전까지만 해도 이곳은 ‘리찌 마니아’들이나 다니던 코스였다.

 

 

 

이름표를 달고 잇는 수많은 바위들 중에서도 가장 뛰어난 것은 아무래도 악어바위일 것이다. 선명한 악어가죽 문양에다 생김새도 마치 기어오르는 악어처럼 바위에 붙어 있다. 그래서일까? 지도에는 이름도 나와 있지 않은 이 능선이 등산객들 사이에 ‘악어능선’이라고 불리고 있다. 누가 여자들을 보고 약하다고 했을까? 바위를 잡고 오르기가 만만치 않은데도 성큼 바위에 매달리고 있다. 뒤이어 나타나는 위험코스에서도 이 여성의 모습을 찾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악어능선이 끝나면 상투봉에서 넘어오는 길과 만나는 삼거리이다. 이곳에서 바윗결을 잡고 조금만 더 오르면 드디어 임꺽정봉 정상이다. 임꺽정봉 정상은 의외로 흙으로 이루어져 있다. 정상표지석 옆을 거대한 바위가 지키고 있다. 간혹 ‘암벽등반 마니아’들이 바위위로 오르는 경우가 있는데, 크랙이 발달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일반인들이 오르는 것은 불가능하다.

 

 

 

정상에서 바라본 암봉(巖峰), 로프를 이용해 서쪽방향으로 내려서면 암봉이다. 암봉은 한 개의 거대한 바위덩어리로 되어 있고, 상부는 20~30이 둘러앉아 점심상을 차려도 될 정도로 평평하고 널따랗다. 암봉의 서쪽 사면(斜面)은 불곡산에서 가장 길고 가파른 직벽(直壁)형 슬래브(slab)이다. 7년 전, 한북정맥을 답사할 당시에는 40m 높이의 슬래브에 로프만 달랑 걸쳐 있었다. 지금은 계단을 설치해 놓아서 등산객들의 안전을 돕고 있지만, 마니아들은 한숨을 내쉴 수밖에 없다. 스릴을 느껴보지 못하는 안타까움 때문이다.

 

 

 

 

 

바위봉우리인 임꺽정봉에서 바윗길을 따라 내려서면, 상투봉 아래에 까지 잠깐 동안 흙길이 이어지다가, 상투봉 근처에 이르면 또다시 험한 바윗길이 나타난다. 그리고 이 암릉은 상봉(일명 투구봉)을 내려설 때까지 계속된다.

 

 

 

 

불곡산 주능선은 온통 암릉으로 되어 있다. 구간마다 아찔한 곳이 있으나 안전(安全)시설이 설치되어 있어 비교적 수월하게 산행을 즐길 수 있다. 암릉의 일반적인 특징이 빼어난 자태이지만, 임꺽정봉에서 상투봉을 거쳐 상봉에 이르는 구간이 특히 재미있다. 기기묘묘(奇奇妙妙)한 화강암과 소나무가 조화롭게 어울리고 있기 때문이다.

 

 

 

 

 

불곡산은 봉우리마다 올라갔다 떨어지는 코스가 깊고 가파르다. 암반(巖盤) 하나를 간신히 올랐다 싶으면 바로 다른 암반이 기다린다.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다. 불곡산 산행의 백미(白眉)는 온갖 모양의 기암괴석(奇巖怪石)들이 길목을 지키고 있어 눈을 즐겁게 해준다는 것이다.

 

 

 

 

 

5년 전까지만 해도 이 코스는 아주 험준한 길이었다. 그래서 마음 약한 사람들은 우회로를 이용할 정도였으니까 말이다. 다시 찾은 지금은 상전벽해(桑田碧海)라는 말이 떠오를 정도로 많이 변해 있다. 겹겹으로 설치된 안전(安全)시설들은 남녀노소(男女老少)를 불문하고 누구나 쉽게 오르내릴 수 있을 정도이다.

 

 

 

상투봉, 상봉도 상투봉도 모두 우람한 바위덩어리이다. 도봉산이나 북한산, 수락산 등 서울 근교의 어떤 암봉들과 견주어도 뒤지지 않는다. 안전제일... 상투봉 근처에서 바위에서 떨어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여자분이었는데 헬기까지 출동한 것을 보면 많이 다치신 모양이다.

 

 

 

 

 

 

10월의 초입, 때는 바야흐로 산이 붉게 물들어가는 계절이다. 이곳 불곡산도 서서이 붉고 노랗게 물들어가고 있다. 불국산(佛國山)이라고도 불리는 불곡산은 불교와 관련된 이름 같지만 실은 산기슭에 우거진 회양목에서 유래됐다고 한다. 겨울이 되면 온 계곡이 회양목으로 붉게 물든다고 해서 불곡산이라고 불렸다고 한다. 불곡은 '붉은 골짜기'를 그대로 쓴 것이다.

 

 

 

 

불곡산 정상인 상봉의 압권은 거침없는 조망이다. 사방으로 시야가 터져있고. 북쪽으로 감악산과 마차산, 동두천 주변이 한눈에 든다. 남쪽은 사패산과 도봉산 줄기가 실루엣으로 살아나 절경이다. 그 옆을 장식한 수락산과 불암산 산맥도 눈앞이다.

 

 

 

 

하산길 등산로는 마주 오는 사람이 있으면 어께가 부딪힐 정도로 좁게 이어진다. 그러나 능선을 따라 이어지는 등산로는 뚜렷하고, 경사가 완만하기 때문에 마음 편히 느긋하게 걸을 수 있다. 능선 길을 걷다보면 가끔 보루(堡壘)가 나타난다. 돌로 쌓은 작은 초소(哨所)로서 적의 동태를 감시하거나 적의 침입을 막기 위해 설치한 것이란다. 그 수가 9개란다. 아마 그만큼 이곳이 군사적(軍事的)으로 중요했다는 의미일 것이다.

 

 

밋밋한 흙길을 한참 걸어 내려가면, 철탑 부근에서 마사토 구간으로 변한다. 이곳에서 다시 길은 두 갈래로 나뉜다. 양쪽 다 유양초등학교 부근으로 내려서게 되지만, 난 왼편 길로 접어든다. 가능하면 양주시청 가까이로 내려설 요량으로... 그러나 왼편 길은 사유지를 통과해야 되고, 또한 토지주인이 통행을 제한하고 있기 때문에 오른편으로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산행날머리는 유양초등학교

왼편 길로 내려서면 동덕여대 총장을 지냈다는 분의 묘의 앞을 지나게 된다. 잘 가꾸어진 묘를 지나면 얼마 안 있어 오른편에 조그만 정자 하나가 보이더니 갑자기 개인 저택의 정원에 내려서게 된다. 고풍스런 정원을 빠져 나오면 오른편에 오늘 산행이 마감되는 유양초등학교가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