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의도 (舞衣島), 호룡곡산(虎龍谷山, 264m)-국사봉(國師峯, 236m)

 

산행일 : ‘11. 12. 17()

소재지 : 인천시 중구 무의동(무의도)

산행코스 : 광명항호룡곡산하나개유원지구름다리국사봉전망바위큰무리마을 (산행시간 : 3시간30)

함께한 산악회 : 집사람과 단둘이서

 

특징 : 무의도(舞衣島)는 마치 옷이 춤추는 듯한 형상을 하고 있다는 뜻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영종대교와 인천대교가 생긴 이후로는 서울에서 1~2시간 정도면 갈 수 있고, 등산(登山) 초보자도 어렵지 않게 오를 수 있는 산이 있기 때문에, 산과 바다를 동시에 즐기려는 여행객(旅行客)들에게 인기가 높은 곳이다.

* 12일 일정으로 열린 知識財産(지식재산)포럼(Forum), 우리 회사에서 주관하는 행사라 참가자들도 격려(激勵)할 겸해서 리조트가 있는 영종도로 향했다. 둘째날인 토요일 일정의 진행은 관계자들에게 맡기고 난 집사람과 함께 영종도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무의도를 향해 승용차를 몬다. 무의도에 있는 호룡곡산을 오르기 위해서이다. 전에 두 번이나 올랐었지만 사진(寫眞) 기록이 없기 때문에 다시 한 번 더 오르려는 것이다. 매주 토요일에는 나와 함께 산행을 하는 집사람도 어제 저녁에 리조트에 미리 도착해 있었다.

 

 

 

무의도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먼저 영종도의 한쪽 귀퉁이에 있는 잠진도 선착장까지 들어가야 한다. 올림픽대로와 인천국제공항고속도로를 이용하여 영종도까지 들어온 후, 신불 I.C에서 빠져나와 해안선(海岸線)도로(영종해안 남로)를 따라 달리다가 대매도량교를 지나서 왼편 잠진도길로 접어들면 이내 잠진도 선착장에 이르게 된다. 산행들머리인 큰무리 선착장까지 가기 위해서는 왕복 승선권(乘船券)부터 구입해야한다. 자동차는 2만원부터 크기에 따라 다르고, 사람은 어른 기준 3천원이다. 배는 30분마다 출항(出港)하고 있으니 구태여 시간을 알아갈 필요는 없다.

 

 

무의도는 정박해 있는 배 너머로 섬이 바라보일 정도로 가까운 거리에 위치해 있다. 승선(乘船) 완료와 동시에 배가 움직였고 뱃머리를 돌리는 가 싶더니 배는 벌써 무의도에 도착해 있다. 5분도 되지 않은 허무한 뱃길(배 삯은 왕복 3천원). 무의도 큰무리 선착장에 도착하면 섬내 버스가 기다리고 있다. 배에서 내린 사람들 중에서 무의도의 남쪽 끄트머리에 있는 광명항으로 가려는 사람들을 실어다주기 위해서이다.

 

 

 

산행들머리는 무의도의 남쪽에 위치한 광명항()

오늘 산행은 호룡곡산에서 국사봉까지의 종주산행이다. 그 출발점은 무의도의 최남단(最南端)인 광명항(). 큰무리선착장을 출발한 버스는 10분이 채 못 되어 광명항에 우리를 내려놓는다. 광명항은 섬주민들에게 샘꾸미로도 불리는 작은 어항으로, 버스에서 내리면 우선 항구(港口)를 감싸고 있는 방파제(防波堤)가 눈에 들어오고, 왼편에는 소무의도가 건너다보인다. 소무의도를 본섬인 무의도와 연결시켜 주고 있는 다리가 멋진 풍경(風景)을 만들어내고 있다. 저 다리가 놓이기 전에는 이곳 광명항에서 소무의도까지 배로 들어다녔었다.

 

 

한적한 어촌으로 생각했던 광명항에는 제법 멋들어진 팬션(pension)들이 여럿 보인다. 시대의 조류에 따라 이곳도 변하고 있음일 것이다. 마을 초입(初入)에 호룡곡산 등산로 팻말이 서있다. 등산로로 들어서면 오른편에 작은 배나무 밭이 보인다. ‘무슨 나무일까요?’ 배나무라고 말해주었는데도 집사람은 계속해서 두리번거리고 있다. ‘행여나 떨어진 배의 흔적이라도 있을까 해서요.’ 쉽게 내뱉는 내말이 영 믿기지 않는다는 얘기일 것이다. 내가 알기로는 여필종부(女必從夫)로고 했는데..., 내가 시대의 변함에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

 

 

 

 

산행을 시작하고 한 20여분 정도 지나면 호룡곡산 정상하나개유원지갈림길을 알려주는 표지판이 보이고, 표지판을 지나서 조금 더 오르면 바다 쪽으로 툭 트인 조망대(眺望臺, 쉼터)가 나온다. 조망대에 올라서면 저 멀리 서해바다에 둥둥 떠다니고 있는 작은 섬들이 눈에 들어온다. 물론 소무의도도 손에 잡힐 듯 가까이에 놓여 있다.

 

 

 

 

 

조망대를 지나 정상까지는 갈참나무와 물푸레나무의 군락(群落)이 계속된다. 잎이 다 져버린 나무들은 가지만 앙상하고, 빈 가지사이에 푸른 하늘이 걸려있다. 정상 조금 못 미친 지점에서 또 하나의 갈림길을 만나게 된다. 호룡곡산 정상과 하나개유원지로 나뉘는 길이다. 이 길은 주민들이 관광객을 위해 조성해 놓은 길로서 환상의 도로라고 불리고 있다.

 

 

정상 가까이에서 잠깐 너덜바위지대를 만나게 된다. 경사(傾斜)가 조금 있고, 로프가 매어져있지만 로프의 도움 없이도 쉽게 오를 수 있을 정도이다. 너덜바위지대를 지나면 곧 정상이다. 광명항에서 호룡곡산 정상까지 걸린 시간은 대략 1시간 남짓 걸렸다. 정상에 서면 하늘과 바다가 맞닿은 풍광(風光)이 시원스럽게 펼쳐진다. 호룡곡산 정상은 전망대(展望臺)이다. 전망대는 넓게 정돈돼 있고 벤치까지 마련되어 있다.

 

 

 

 

산행거리가 짧으니 시간에 여유가 있을 것이다. 그러니 구태여 걸음을 서두를 필요가 없다. 잠시 벤치에 앉아 하늘과 바다에 넋을 빼앗겨본다. 동쪽 발아래에 소무의도가 죽은 듯이 웅크리고 있다. 저 멀리 인천대교와 인천항은 물론, 서산반도까지 희미하게나마 시야(視野)에 들어오고 있다. 북쪽 발아래에는 하나개해수욕장과 실미도가 내려다보이고, 그 너머에는 자그만 섬들이 돛단배 마냥 파도에 밀려 떠다니고 있다.

 

 

 

호룡곡산에서 국사봉으로 가는 길은 둘로 나뉜다. 정상 바로 밑의 국사봉을 가리키는 팻말(이정표 : 국사봉 2.4)을 따르는 길이 그 하나이고, 또 하나는 하나개유원지를 들렀다가 다시 국사봉으로 오르는 길이다. 왼편의 하나개유원지 방향으로 내려선다.

 

 

 

 

하나개 유원지 방향으로 내려서면 바위지대를 자주 만나게 된다. 호룡곡산이나 국사봉이 흙산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바위지대를 만나기가 그리 쉽지 않은데도, 이 능선(稜線)은 제법 암릉이 잘 발달되어 있다. 그래서인지 서해(西海)의 알프스(Alps)’라는 팻말까지 의젓하게 달고 있다. 그러나 이건 조금 심한 게 아닐까? ‘영남알프스’, ‘충북알프스’, ‘전북알프스등등 우리나라의 여러 산릉(山稜)에 알프스라는 이름을 붙인 곳을 많이 볼 수 있지만, 이정도의 암릉에 까지 알프스라는 이름을 붙인다는 것은 아무래도 너무 심한 것 같다. 암릉의 특성대로 이 길을 따라 내려오는 동안에는 바다 조망이 계속 이어진다.

 

 

 

 

서해의 알프스(Alps)’ 팻말에서 암릉을 우회하여 내려가면 호랑(虎狼)바위를 만나게 된다. 호랑바위는 호랑이를 닮았다고 하는데도 내 눈에는 그리 보이지 않으니 웬일일까? 바위 앞에 세워진 팻말에는 이 바위에 얽힌 전설을 적어 놓고 있다. 옛날 어부와 호랑이가 서로 해치지 않기로 산신령께 약속하고 함께 살았는데, 어느 날 배고픈 호랑이가 그만 어부를 잡아먹고 말았다고 한다. 그래서 노한 산신령이 호랑이 머리를 지팡이로 내리치자, 호랑이가 바위로 변해버렸다는 것이다. 아마 호랑바위가 한쪽으로 기울어 있나보다. 작은 나뭇가지 여러 개를 세워 바위를 괴고 있다. 마치 백지장(白紙張)도 맞들면 낫다.’라는 속담을 증명이라도 하려는 듯이....

 

 

 

호랑바위를 지나면 해변 인근에 조성된 자연휴양림(自然休養林)으로 내려가게 된다. 휴양림 안에 있는 자연생태관찰로의 곳곳에는 나무의 유래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생태해설(生態解說)판을 세워 놓았다. 소로(小路)로 이루어진 관찰로(觀察路)를 벗어나면 이내 하나개 유원지(遊園地)의 뒤편에 이르게 된다.

 

 

 

유원지는 철조망을 둘러 사람들이 넘어오지 못하게 하고 있다. 철조망을 따라 5분 정도 걸으면 하나개 유원지의 정문에 닿게 된다. 그런데 유원지에 들어가려면 입장료(入場料, 2천원)를 내야 한다고 한다. ‘볼 것도 없는데 그냥 가지요아내의 말마따나 해수욕장 한 쪽 귀퉁이에 자리 잡고 있다는 천국의 계단세트장 한 번 보려고 입장료까지 내가면서 들어갈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입장료(入場料)에는 해수욕장의 갯벌에서 조개를 채취할 수 있는 체험비용(體驗費用도 포함되어 있다지만, 이 추운 겨울날에 과연 어느 누가 선뜻 바닷가로 들어갈 수 있을까?

 

 

 

하나개유원지 정문에서 큰무리선착장 방향으로 1Km 정도 걸어 나오면 도로(道路) 위에 놓여 있는 구름다리가 보인다. 호룡곡산과 국사봉을 잇는 다리이다. 이곳에서 왼편 언덕으로 오르면 최신식(最新式) 간이 화장실까지 갖춘 쉼터이다. 국사봉으로 가려면 이곳에서 왼편으로 진행하면 된다.

 

 

 

구름다리에서 왼편으로 접어들면 너른 분지 위에 인위적으로 조성(造成)된 벚꽃군락지가 보이고, 그 너머에 있는 국사봉이 한눈에 들어온다. 벚나무 밑을 통과하고 나면 잘 정돈된 등산로를 지키고 있는 '쭉쭉' 하늘로 솟은 소나무들이 반긴다. 국사봉 오르는 길은 호룡곡산만 못하다. 경사진 길이 힘겨운데도, 주변 경관(景觀)이 변화를 주지 못해 심심하기 때문이다.

 

 

 

 

숲길로 접어들면 곧 가파른 오르막길이 나오는데 너덜지대라고 하기엔 옹색한 자갈밭이다. 자갈밭과 흙길이 반복되는 오르막길을 20분 정도 오르면 로프가 매어진 가파른 암반(巖盤)지대가 나온다. 바위에 올라서면 왼편에 하나개유원지와, 오른편의 실미도가 잘 조망된다.

 

 

 

암반(巖盤)지대에서 잠깐 내려섰다가 다시 한 번 치고 오르면 이정표가 세워진 삼거리, 곧바로 진행하면 실미도와 큰무리선착장으로 가게 된다. 오른편에 보이는 나무테크로 만들어진 나무계단을 오르면 이내 국사봉 정상이다. 국사봉 정상도 호룡곡산과 마찬가지로 나무테크로 전망대(展望臺)를 만들어 놓았다. 쉼터로까지 이용하라는 듯 중앙에 평상까지 만들어 놓았다. 정상표지석은 나무테크 아래에 숨어있기 때문에 모르고 그냥 지나칠 수도 있을 듯 싶다.

 

 

 

 

국사봉 정상에 오르면 호룡곡산과는 또 다른 해변 풍광이 펼쳐진다. 눈앞에는 광활한 서해(西海)가 펼쳐지고, 왼편 발아래에는 무의도를 대표하는 관광명소(觀光名所)인 하나개해수욕장의 백사장이 하얗게 빛나고 있다. 그리고 그 오른편에 실미도가 바라보인다. 지금이 겨울철이라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려는 듯이 서해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제법 매섭다.

 

 

 

 

 

국사봉에서 큰무리선착장까지의 하산 길은 아늑한 흙길이다. 우선 정상에서 삼거리로 되돌아 나와 큰무리선착장 방향으로 진행하면 얼마안가 또 하나의 전망(展望)테크가 보인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실미도는 일품이다. 테크에 설치된 조망도(眺望圖)를 따라 눈으로 짚어나간다. 대이작도와 소이작도 덕적도 등등...

 

 

 

 

전망(展望)테크에서 보드라운 흙길을 얼마간 걸으면 왼편에 커다란 바위가 보인다. 앞서가던 집사람이 냉큼 바위 위로 올라선다. 그리고 나에게도 올라오라고 손짓을 하고 있다. 바위 위로 오르면 눈앞에 펼쳐지는 멋진 풍광(風光), 발아래에 실미도가 뚜렷하고 그 너머에는 멀리 대이작도와 소이작도 덕적도까지 보인다. 그리고 오른편에는 큰무리선착장 너머로 영종도의 국제공항이 넓게 펼쳐지고 있다. 섬산행의 매력 중 하나가 바로 이런 주변 경관(景觀)에 대한 조망(眺望)일 것이다.

 

 

 

산행날머리는 큰무리선착장(船着場)

전망바위에서 큰무리마을로 내려가는 하산 길은 흙길이다. 곳곳에 경사(傾斜)가 가파른 내리막길도 보이지만 내려서는데는 그다지 부담이 없을 정도이다. 주변은 갈참나무와 물푸레나무의 군락(群落), 20여분을 걸어내려오면 진행방향의 앙상한 나뭇가지들 사이로 큰무리 마을이 내다보인다. 큰무리마을에서 선착장으로 가는 도로의 우측에 펼쳐지는 갯벌, 물이 빠진 광활한 갯벌은 속살을 훤히 드러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