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산((高麗山, 436m)-혈구산(穴口山, 466m)
산행일 : ‘11. 10. 23(일)
소재지 : 인천광역시 강화군 강화읍, 내가면, 선원면, 하점면의 경계
산행코스 : 미꾸지고개(산화고개)→낙조봉→고려산(436m)→고비고개→혈구산(466m)→선원면 냉정리(산행시간 : 6시간)
함께한 산악회 : 산오래
특징 : 고려산과 혈구산은 높이는 낮지만 아기자기하게 이어지는 능선(稜線)길은 트레킹코스로 최상(最上)이다. 전형적인 흙산(肉山)의 빛깔고운 황톳길에다가 고저(高低)까지도 그리 크지 않으니 남녀노소(男女老少)를 막론하고 산행을 하는데 조금도 무리가 없다. 거기다 산행을 끝내고 강화도의 명물인 밴댕이회 한 접시 시켜놓고 반주(飯酒)라도 한 잔 걸친다면 이보다 더한 호사(豪奢)가 그 어디에 있으랴...
▼ 산행들머리는 하점면 망월리의 미꾸지고개
올림픽대로에 이어 48번 국도(國道/ 강화방향)를 따라 강화대교를 건너면, 강화읍에 이르게 된다. 강화읍을 통과한 후 계속해서 48번 국도를 따라 달리다보면 ‘강화 119구조대’를 지나서 ‘푸른미르 아파트’가 보인다. 이곳에서 왼편으로 길을 바꾸어 들어서면 얼마 안 있어 ‘신상리 보건진료소’가 나오고, 이곳에서 다시 한 번 왼편으로 접어들면 조금 후 미꾸지고개에 도달하게 된다. 미꾸지고개는 해발(海拔)이 30m, 고개라 하지만 살짝 솟은 오르막에 불과하다. 주민들에게는 산화고개로 더 익숙한 고개인데, 예전에는 고개 턱밑까지 바닷물이 들어왔다고 전해진다. 산행은 고개에 있는 산화휴게소 맞은편, 소나무 아래로 들어서면서 시작된다. 고려산은 전형적이 흙산(肉山), 발바닥에 닿는 감촉이 매우 부드럽다. 고저(高低)가 별로 없는 넓고 한적한 길이 계속 이어지다가, 5분정도 지나면 우측 사면이 울창한 소나무 숲(松林)인 구간으로 바뀐다. 바닥에 소나무 낙엽이 두툼하게 깔려 있어 폭신폭신하기 이를 데가 없다. 코끝을 스치는 이 향기는 아마도 혹자(或者)들이 이야기하는 피톤치드일 것이다. 그렇게도 몸에 좋다고 알려진....(들머리 이정표 : 고려산 5.1Km/ 낙조봉 2.6Km/ 적석사 2.2Km)
▼ 서너 차례의 오르막을 지나면 주위가 트이는 전망바위에 도착하게 된다. 일명 내가저수지로 불리는 고려지와, 건너편에 오늘 우리가 걸어야할 퇴모산 능선이 마주 보인다. 들머리와 날머리가 같지는 않지만 거의 360도 돌아오는 길이다. 전망바위에 올라선 곰곰이... 뭘 그리 곰곰이 생각할 게 있는지 그의 옆모습에서 사뭇 진지(眞摯)함이 묻어나고 있다.
▼ 산행을 시작한지 대략 40분 정도 지나면 제법 봉우리다운 봉우리 위로 올라서게 된다. 오르는 길가에는 탐스럽게 핀 억새꽃들이 출렁이고 있다. 오늘 산행의 주요 포인트인 억새와의 첫 만남이 시작되는 것이다. 봉우리 위로 올라서면 일망무제(一望無題)의 조망(眺望)을 보여주기 때문에, 이곳을 낙조봉으로 오해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그러나 이 봉우리는 고려산의 주능선 상에 있는 이름 없는 하나의 봉우리일 따름이다(암봉(巖峰)으로 표기하고 있는 지도도 있다.) 진짜 낙조봉은 고려산 방향으로 아직 한 굽이 너머에 우뚝 솟아 있다. 봉우리 위에서 바라보는 서남쪽 조망은 매우 뛰어나다. 내가저수지 뒤로 해명산-낙가산-상봉산으로 이어지는 석모도가 보이고, 북쪽의 황금들녘에는 누렇게 익은 벼들이 추수를 기다리고 있다. 오늘은 연무가(煙霧) 짙기 때문에 시야(視野)가 시원스럽게 열리지 않지만, 만일 쾌청한 날씨였다면 바다에 둥둥 떠 있는 석모도를 배경삼아, 바람 따라 너울거리는 억새가 만들어내는 풍광(風光)은 자못 빼어날 것이다.
▼ 암봉부터 낙조봉까지는 시야(視野)가 확 트여 조망도 괜찮지만 곳곳이 억새군락을 이루고 있어 분위기가 사뭇 좋은 편이다. 능선은 고저(高低)가 심하지 않다. 말 그대로 유유히 걷다보면 조금 후에 낙조봉에 올라서게 된다. 봉우리 위에 올라서면, 오늘 우리가 걷게 될 고려산-고비고개-혈구산-퇴모산 줄기가 활처럼 휘어지면서 한눈에 들어오고 있다.(이정표 : 고려산 2.7Km/ 적석사 0.4Km/ 망월리 2.6Km)
▼ 고려산에 와서 만일 낙조대를 들러보지 않는다면, 우리나라 사람들이 식사를 하면서 김치를 먹지 않는 것이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만큼 낙조대에서 바라보는 서해(西海)의 조망(眺望)이 오늘 산행의 백미(白眉)이기 때문이다. 낙조봉에서 낙조대로 가려면 오른편 능선으로 내려서야한다. 길을 잃을 염려가 없는 잘 닦인 길을 내려서다 보면, 방금 지나온 암봉이 오른쪽 건너편에서 위용(威容)을 자랑하고 있다.
▼ 원래 낙조봉에서 바라보는 서해(西海)의 일몰(日沒)은 강화팔경 중의 하나일 정도로 장관(壯觀)이란다. 그러나 혹자(或者)는 해가 지는 각도(角度)에 따라서는 낙조봉의 일몰보다 낙조대의 일몰이 더 좋을 때도 있다고들 말한다. 해가 질 때까지 기다릴 수가 없는 나그네들이야 그저 그러느니 할 따름... 낙조대는 깔끔하게 나무테크를 깔아 놓았다. 나무테크는 낙조봉 방향에 안치되어 있는 석불(石佛)에 불공을 드릴 수 있도록 적절하게 공간을 배치해 놓았다. 온 정성을 다하여 부처님께 절을 하고 있는 여자가 보인다. 우리의 일행인 솔피네이다. 시집가게 해 달라고 빌었단다. 만일 시집을 못 가게 될 경우에는 이곳의 부처님은 영험(靈驗)하지 않다고 동네방네 소문내고 다닐 것이란다. ‘가까운 시일 안에 시집갈 것이니 너무 걱정하지 마시게나!‘ 겁먹은 부처님이 도와줄 것인데 걱정할 게 무엇이 있으랴... 낙조대의 난간에 서면 고려저수지가 발밑에 펼쳐지고, 그 뒤에는 석모도를 등에 얹은 서해바다이다. 아쉽게도 짙은 연무 때문에 파도가 넘실거리며 밀려오는 광경은 눈에 잡히지 않는다. 이곳에서 불공을 드리면서 장엄(莊嚴)한 노을이라도 맞을 수 있다면, 어쩌면 작은 소망(所望) 하나쯤은 자연스레 이루어지고도 남을 것이다. 이곳 고려산의 낙조대는 선운산의 낙조대, 내변산의 낙조대와 함께 우리나라에서 가장 뛰어난 ‘낙조 전망대(落照 展望臺)’중의 하나로 알려져 있다. 동해안에 위치한 정동진의 반대쪽에 있다고 해서 ‘정서진’이라고도 불린단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일몰(日沒), 서해(西海)바다를 붉게 물들이는 저녁노을이 하도 아름다워서 ‘강화(江華)8경(八景)’ 가운데서도 으뜸으로 꼽는단다.
▼ 낙조대(落照臺)에서 잘 다듬어 놓은 계단을 따라 내려서면 적석사이다. 적석사 앞마당에는 두 그루의 느티나무가 서있다. 부부목(夫婦木)이라고 부른단다. 마치 두 부부가 손을 맞잡고 대웅전의 부처님을 향해 합장을 하고 있는 것 같은 형상이다.
* 적석사(積石寺) : 고구려(高句麗) 장수왕(長壽王) 4년에 천축국사(天竺祖師)가 고려산 정상 오련지(五蓮池)에서 발견한 다섯 송이의 연꽃(蓮花)를 공중에 날렸는데, 이 꽃들이 떨어진 곳마다 절을 세웠는데, 그 중 빨간 연꽃(赤蓮)이 떨어진 낙조봉(落照峰)아래에다 세운 절이 적련사(赤蓮寺)다. 이 적련사가 적석사로 이름이 바뀌었다. 퇴락한 사찰로 근세까지 근근이 명맥만 이어오다가, 최근(19세기 末)에 들어 불사(佛事)를 일으켜 현재의 규모를 갖게 되었다. 문화재(文化財)로는 지방유형문화재 38호인 적석사 사적비(積石寺 史蹟碑)가 있다.
▼ 낙조봉(落照峰)에서 고려산을 향해 내려서는 길은 억새밭이다. 정상에서 하나둘 보이던 억새의 농도(濃度)가 점점 짙어지더니, 어느새 군락지(群落地)로 변해있다. 남쪽 사면(斜面)에 밀집되어 있는 억새꽃들이 만들어내는 은빛 축제(祝祭)가 한창이다. 이곳의 억새는 30년 전에 났던 산불이 만들어낸 작품이란다. 그렇다면 나쁜 일이라고 해서, 꼭 나쁜 결과만 만들어내는 것은 아닌 모양이다. ‘새옹지마(塞翁之馬)’라는 고사성어(故事成語)는 꼭 인간사회에서만 통용되는 것이 아니고... 억새밭이 끝날 무렵이면 적석사에 올라오는 길과 만나는 삼거리이다. 적석사에서 이곳은 경사(傾斜)가 거의 없는 200m, 이런 편한 길을 놔두고 난 낙조봉으로 되돌아 올라갔다가 이곳으로 오는 수고를 할 수 밖에 없었다. 낙조대로 함께 내려간 솔피네가, 낙조봉 정상에다 벗어놓았던 그녀의 배낭을 회수해야만 했기 때문이다.(적석사 갈림길 이정표 : 고려산 2.4Km/ 망월리(미꾸지고개) 3.1Km/ 적석사 0.2Km/ 낙조봉 0.5Km)
▼ 낙조대를 떠나 고려산으로 향하는 능선을 걷다보면 널찍한 바위들이 널려있는 것이 보인다. 바로 고인돌군(支石墓群)이다.‘세계문화유산(世界文化遺産) 고인돌’이라는 설명이 붙은 안내판이 세워져 있다. 고인돌들 마다 깨진 상흔(傷痕)을 갖고 있는 것을 보면 아마 원형(原形)이 많이 손상되었을 성 싶다. 그냥 무심코 지나갔더라면 과연 저 방위덩이들이 고인돌인지를 알 수 있었을까? 우리나라는 세계적인 고인돌천국이다. 전 세계에서 확인된 고인돌 약 55,000여 기(基) 중 26,000여 기(基)가 우리나라에 분포되어 있단다. 이는 전 세계 지석묘(支石墓)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셈이다. 유독 우리나라에 집중(集中)되어 있는 이유는 아직도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란다.
* 강화 고천리 고인돌(支石墓, 인천광역시 기념물 제46호) : 강화도 일원에는 약 120기(基)에 달하는 고인돌이 분포되어 있는데, 그중 수십 기(基)가 이곳 고려산의 주능선에 자리하고 있다. 우리나라 고인돌 분포 평균 고도(高度)보다 훨씬 높은 곳에 위치한 이곳의 북방식(北方式) 고인돌 무덤 1기는 완벽하게 원형을 유지하고 있으나, 그 외의 고인돌 무덤은 오랜 시간동안 자연적(自然的)인 붕괴가 이루어져 원형이 많이 훼손(毁損)되어 있다.
▼ 고인돌 군락을 지나면 곧이어 기괴(奇怪)하게 생긴 소나무들이 들어찬 솔밭에 도착하게 된다. 명품송(名品松)이라고 불러도 조금도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잘생긴 소나무들이다. 바닷바람에 실려 오는 솔향기에 취해 코를 벌름거리다보면 진행방향 저만큼에 고려산이 우뚝 솟아있다. 능선의 왼쪽 사면(斜面)에는 전망테크가 여러 곳에 설치되어 있다. 진달래가 흐드러지게 피는 봄철에 진달래를 조금이라도 더 잘 볼 수 있도록 만들어 놓은 것이다. 진달래 능선 아래에는 누렇게 익은 벼들로 가득 찬 황금들녘이 펼쳐지고 있다.
▼ 고려산과 혈구산의 특징은 진달래와 억새, 그리고 고인돌을 들 수 있다. 진달래가 흐드러지게 피는 봄철에 이곳을 찾았다면 금상첨화(錦上添花)이겠지만, 가을에 찾더라도 세 가지 특징 중 하나인 억새꽃 잔치는 볼 수 있으니 헛다리품을 팔았다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어쩌면 발 디딜 틈이 없이 사람들로 붐비는 봄철보다야 호젓한 지금이 더 좋을 수도 있을 것이고...
▼ 말끔하게 정비된 데크길을 따라 걷다보면 이내 고려산 정상이다. 그러나 고려산 정상은 올라갈 수가 없다. 군부대(軍部隊)가 자리를 꿰차고 있기 때문이다. 레이더시설을 비롯한 철탑(鐵塔)들이 위압적(威壓的)이기 때문에, 굳이 ‘출입금지’ 팻말을 매달아 놓지 않아도, 성큼 다가가기에 부담스러울 정도이다.
* 고려산(高麗山) : 옛 이름은 오련산(五蓮山)이었는데, 고려시대 때 몽고의 침략을 받아 강화도로 도읍을 천도한 후 고려산(高麗山)으로 고쳐 부르게 되었단다. 고구려 장수왕 4년에 중국 동진의 천축조사가 이 산에 올라 다섯 색상의 연꽃이 피어 있는 오련지를 발견하고, 이 연꽃들을 하늘에 날렸고, 그 꽃들이 떨어진 곳에 다섯 개의 절(寺刹)을 세웠단다. 적련사(赤蓮寺 적석사)와 백련사(白蓮寺), 청련사(靑蓮寺), 황련사(黃蓮寺), 흑련사(黑蓮寺) 등인데, 현재는 백련사와 청련사 그리고 적석사만이 남아있다.
▼ 군부대의 담벼락을 싸고돌아 혈구산 쪽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먼저 백련사와 청련사로 나뉘는 갈림길에서는 청련사 방향으로 진행하면 된다. 나무테크 길을 지나 가파른 오르막길을 올라서면 군부대의 뒤편 울타리 아랫니다. 이곳 갈림길에서는 청련사를 버리고 고비고개로 진행해야 한다. (청련사 갈림길 이정표 : 청련사 1.5Km/ 고비고개 1.3Km/ 고려산 정상 0.3Km)
▼ 청련사 갈림길에서 급경사(急傾斜) 내리막길을 한동안 구르듯 내려오면, 작은 고갯마루가 마중을 나온다. 고비고개(나래현)이다. 이 고개는 강화읍과 외포를 연결하는 고갯마루로서 통행하는 사람들이 적기 때문에, 평소에는 한적(閑寂)하고 적막(寂寞)하기 이를 데가 없다.
▼ 고비고개의 도로(道路)를 벗어나 숲을 뚫고 뻗은 오솔길로 들어선다. 곧이어 길은 가파르게 하늘을 향해 솟구쳐 오르고 있다. 정상으로 이어진 가장 짧은 길이니 당연히 경사(傾斜)도 그만큼 급할 것이다. 고비고개에서 혈구산까지는 세 개의 봉우리를 넘어야 한다. 가파른 오르막길을 한참 오르면 첫 번째 봉우리이다. 이곳부터는 길은 순해진다. 두 번째, 그리고 세 번째 봉우리, 조그만 오르막이라도 싫은 사람은 왼편으로 우회(迂回)하면 된다. ‘느림보의 미학(美學)’ 이런 길에서는 애써 발걸음을 재촉할 필요가 없다. 피톤치드 향이 가득한 길이니 구태여 서두를 필요 없이 느긋하게 여유를 갖고 걸어보자. 그리고 옛 노래 한 소절이라도 좋으니 콧노래도 흥얼거려보자.
▼ 3봉을 우회한 후에는 주의가 필요하다. 이곳에서는 우회(迂廻)하지 말고 곧바로 정상으로 올라야 하기 때문이다. 우회할 경우에는 시간도 더 걸리고, 오르막 경사(傾斜)도 꽤나 심하다. 느긋하게 걷던 오솔길에서 벗어나 한차례 된비알을 치고 오르면, 숲을 벗어나면서 이내 정상에 서게 된다. 시야(視野)가 한꺼번에 열리는 곳, 정상은 억새들의 군무(群舞)가 펼쳐지고 있다. 억새꽃 너머로 파란 하늘이 쏟아지고 있다.
▼ 혈구산의 뾰쪽하게 도드라진 정상은 암반(巖盤)이 깔려있다. 덕분에 정상에서의 조망은 명품이다. 북쪽에는 오늘 지나온 고려산 능선이 한눈에 들어오고, 그 뒤로 아스라이 보이는 것은 아마 북녘 땅일 것이다. 동쪽에는 강화읍과 그 너머엔 김포평야, 남쪽에는 마니산이 우뚝 솟아있다. 우리가 가야할 능선은 서쪽 석모도를 향해 쭉 뻗어있다. 정상 일대에는 억새밭이 고르게 분포(分布)되어 있다. 바람에 하늘거리는 억새들의 물결이 석모도를 허공에 띄우고 넘실거리는 파도(波濤)와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을 만들어 내고 있다.
▼ 바람이 불 때마다 혈구산 정상은 은빛 파도(波濤)가 넘실거린다. 정상부의 억새는 드문드문 분포(分布)되어 있기 때문에, 억새만 떼어놓고 보면 실망스러울 수도 있다. 그 규모나 밀도(密度)가 다른 억새 명산(名山)들에 비해 한참 떨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변 바다와 같이 겹쳐놓고 보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산이 만들어 낸 가을 풍광(風光)과, 작은 돛단배인양 물결 따라 흔들리고 있는 작은 섬 몇 개를 겹쳐놓으면, 혈구산의 가을은 한 폭의 아름다운 풍경화(風景畵)로 변해버린다.
▼ 혈구산에서 왼편 능선을 따라 하산을 서두른다. 퇴모산까지 가기에는 시간이 빠듯할뿐더러, 특별한 볼거리도 없는 능선을 꼭 밟아야만할 뚜렷한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혈구산에서 안양대학교 방향으로 내려서는 하산(下山) 길은 위험하게 느껴질 정도로 가파르다.
▼ 산행날머리는 선원면 냉정리 선원주유소 앞
가파른 내리막길을 조심스럽게 내려서면 이내 길은 다시 순해진다. 멋스런 소나무들이 늘어선 숲을 지나다보면 코끝을 스치는 솔향, 거기다 두텁게 쌓인 소나무 낙엽(落葉) 위를 걷는 발걸음은 포근하기만 하다. 밋밋한 능선은 지루하게 느껴질 정도로 오래 이어진다. 이처럼 편안한 길에서는 구태여 발걸음을 재촉할 필요가 없다. 여유를 갖고 느긋하게 걸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콧노래 몇 번 흥얼거리며 걷다 보면 어느덧 오늘 산행이 마감되는 냉정리에 도착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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