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교산(雲橋山, 922m)
산행일 : ‘12. 2. 5(일)
소재지 : 강원도 영월군 중동면과 김삿갓(하동)면의 경계
산행코스 : 제비마을→송전탑→정상→동릉(세미 클라이밍지역)→안테나→급경사지역→녹전리(산행시간 : 4시간10분)
함께한 산악회 : 곰바우산악회
특징 : 주위 산들에 비해 높이가 낮다고 해서 우습게 봤다가는 낭패(狼狽)를 보기 십상(十常)인 산이다. 비록 1,000m를 넘기지 않는 높이지만, 산행 출발지점의 표고(標高)가 200m가 채 안되기 때문에, 1,000m가 넘는 다른 높은 산들보다 더 많은 거리를 올라가야 하기 때문이다. 거기다 오르막과 내리막이 무척 가파른데다, 오지(奧地)산인지라 안전시설(安全施設)이 전혀 설치되어있지 않아서 위험까지 감수하며 오르내려야만 한다.
▼ 산행들머리는 김삿갓면 외룡리에 있는 제비마을
중앙고속도로 제천 I.C을 빠져나와 38번 국도(國道)/ 태백방향)를 타고 달리다가 서영월교차로(交叉路)에서 내려온다. 이어서 새로 난 88번 지방도(地方道/단양군 춘양면 방향)로 옮겨 들어가면 김삿갓면사무소와 김삿갓 휴게소를 지나서 옥동천(川)이 보인다. 옥동천을 가로지르는 칠용교(橋)를 건너기 바로 직전에서 좌회전하여 조금만 더 들어가면 산행들머리인 제비마을이다. 마을 이름이 제비인 이유는 운교산 남동쪽 옥동천변에 수직단애(垂直斷崖)를 이룬 큰 바위가 마치 제비가 둥지를 틀고 알을 품고 있는 모습으로 보이기 때문이라고 전해진다.
▼ 제비바위마을 앞 도로변에 세워져있는 산행안내판의 뒤로 난 시멘트포장도로를 따라 동네로 들어가면서 산행이 시작된다. 계곡의 한쪽 둑을 따라 한참을 오르던 임도(林道)가 갑자기 오른편으로 크게 방향을 틀고 있다. 아마도 계곡의 가파른 경사(傾斜)를 배겨내지 못한 모양이다. 방향을 틀어서 10m 정도 진행하면 왼편에 등산로라고 적힌 팻말이 보인다. 이제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되는 것이다.
▼ 임도를 벗어나 일본이깔나무(落葉松) 숲으로 들어서자마자 산길은 초반부터 가팔라진다. 가파른 능선을 10분 정도 치고 오르면 드디어 안부, 완만(緩慢)해진 능선은 머리 위에다 육중한 송전탑(送電塔)을 얹고 있다. 오른편 숲 사이로 운교산의 전경(全景)이 한눈에 들어온다.
▼ 완만(緩慢)한 능선길은 얼마가지 않아 또 다시 급경사 오르막길로 변해버린다. 짧은 거리에 급하게 고도(高度)를 높이다보니 별수 없을 것이다. 길가에는 아름드리 노송(老松)들이 줄지어 늘어서 있다. 깊은 골짜기 건너에 운교산 정상이, 그리고 그 오른쪽으로는 날카로운 암릉들이 가깝게 마주 서있다.
▼ 산행을 시작해서 50분쯤 지나면 주능선을 밟게 된다. 능선의 왼편에는 굴참나무, 오른편에는 소나무들이 끼리끼리 모여 있다. 간혹 남의 지역을 침범한 몇몇은 아마 동화(童話)나라의 ‘청개구리’를 닮은 놈들 일 것이다. 능선의 가파름은 결코 약해지는 것을 모르는 듯 점점 더 허리를 곧추세우고 있다.
▼ 고도(高度)를 높여갈수록 더 경사가 가팔라지는 주능선을 30분 정도 오르면 굵직한 노송(老松)들이 군락(群落)을 이루고 있는 바위지대에 올라서게 된다. 정상 못미처에 있는 전위봉에서 잠깐 내려섰다가 다시 한 번 치고 오르면 드디어 운교산 정상이다. 산행을 시작한지 1시간30분 정도 흘렀다.
▼ 산정(山頂)이 늘 구름에 가려 있어 일명 `운적산'으로도 불리는 운교산 정상은 별로 넓지 않은 암반 위를 정상표지석이 외롭게 지키고 있다. 정상은 한쪽 면이 수백 길 단애(斷崖)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조망(眺望)이 일품이다. 정상에 서면 선달산과 어래산으로 이어지는 대간(大幹)과 옥동천이 마주 보인다. 내리계곡과 만나는 합수곡이 발아래이고, 합수곡 오른편에 보이는 것은 시루봉일 것이고, 왼편에는 매봉산과 단풍산이 늘어서 있다. 목우산은 정수리부분만 살짝 내밀고 있다.
▼ 하산은 녹전리 방향의 주능선을 따라 진행한다. '마을까지 4km' 라고 쓰인 안내판이 지시하는 방향으로 내려서면 본격적인 바위지대가 나타난다. 이 능선은 운교산 산행에서 최고의 묘미(妙味)를 제공하는 코스이다. 노송군락과 어우러진 암릉들이 다소 위험하기는 하지만, 변화무쌍한 볼거리를 끊임없이 보여주기 때문에 조그만 위험 정도는 감수해도 좋을 것이다. 제멋대로 솟아오른 암릉과 노송, 그리고 고사목(枯死木)들이 어우러진 능선은 그야말로 한 폭의 거대한 고전(古典) 산수화이다.
▼ 제1봉인 운교산 정상에서 2,3봉을 거쳐 4봉까지 이어지는 약 1Km의 암릉길은 오늘 산행의 백미(白眉)이다. 어떤 이들은 이 구간을 세미클라이밍코스라고 부르기도 하지만 자일을 써야할 만큼 거친 암릉은 아니다. 남쪽으로 날카롭게 서있는 절벽을 피해, 북쪽 사면(斜面)을 따라 등산로가 이어지기 때문에 조금만 조심한다면 어렵지 않게 통과할 수 있다.
▼ 날카롭게 선 암벽(巖壁), 그리고 그 위에 늘어선 늙은 소나무들은 수묵 산수화(水墨 山水畵)의 단골 소재이다. 이곳 운교산 능선을 걷다보면 문득 진경산수화(眞景山水畵) 속을 거닐고 있지 않나 하는 의문이 떠오르게 된다. 그만큼 이곳 암벽 위에 자리 잡은 소나무들이 암벽과 절묘(絶妙)하게 조화(調和)를 있고, 그 광경이 마치 한 폭의 잘 그린 산수화를 보고 있는 것 같기 때문이다.
▼ 아름드리 노송(老松)들이 송송이 박혀있는 바위지대에서 바위를 싸안고 돌기도 하고(그래서 이곳을 세미클라이밍지역이라고 부르나보다), 어떤 때는 바위를 타고 내리기도 하며, 그도 아니면 산의 사면(斜面)으로 우회(迂回)하면서 1km정도의 변화무쌍한 암릉을 내려오면 885봉이다
▼ 885봉에서부터는 줄곧 내리막길이다. 왼쪽으로 휘도는 능선을 따라 가파른 내리막길을 40분 정도 걸으면 안테나 몇 개가 보인다. 녹전리 주민들이 설치한 TV안테나라고 한다. 이렇게 높은 곳에 안테나를 세워야만 TV시청이 가능할 정도로 녹전리 마을이 심심(深深)산골이라는 의미일 것이다. 일부 사람들은 이곳을 석이봉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길가에 ‘여기서부터 마을까지 2km입니다’라고 적힌 안내판이 보인다. 무릎이 아파 오는데 내려갈 일이 걱정이다. 제발 가파른 경사가 누그러지기만을 빌 따름이다.
▼ 안테나지역을 지나면서 산길의 가파름은 더욱 심해진다. 무릎이 많이 아프다. 등산로 주변에 몸을 의탁(依託)할만한 지지대(支持臺)들이 없기 때문에 온통 다리에 힘을 주면서 내려서야만 하기 때문이다. 스틱을 챙겨오지 않은 내 소홀을 책망(責望)하며 가파름이 누그러지기를 기다려보지만, 간절한 내 소망은 결코 이루어질 줄을 모른다. 안전시설(安全施設) 하나 만들어놓지 않은 행정기관의 무관심에 대해 욕설이 튀어나올 즈음에야 경사가 완만(緩慢)한 능선 안부에 이르게 된다.
▼ 산행날머리는 녹전중학교
능선안부에서 오른편 사면(斜面)길을 따라 내려서면 진행방향의 나무들 사이로 동네가 보이고, 조금 더 걸으면 드디어 오늘 산행이 종료되는 녹전중학교이다. 길가의 배추밭에 하얗게 얼어있는 배추들이 널브러져있다. 반듯하게 줄을 지어 늘어서 있는 것을 보면 아예 수확(收穫) 자체를 포기한 모양이다. 생산원가(生産原價)에도 못 미친다는 채소 값은, 가슴 아픈 우리 이웃들의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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