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장봉(幕場峰, 887m)-장성봉(長城峰, 916m)
산행일 : ‘11. 9. 3(토)
소재지 : 경북 문경군 가은읍과 충북 괴산군 칠성면, 청천면의 경계
산행코스 : 제수리재→투구봉→통천문→막장봉→절말 갈림길→장성봉→절말 갈림길→시모살이계곡→쌍곡폭포→절말 쌍곡휴게소(산행시간 : 4시간40분)
함께한 산악회 : 안전산악회
특징 : 막장봉은 작지만 큰 산이다. 900m가 채 안 되는 자그마한 산이지만 흙산과 바위산의 특징들을 골고루 갖추고 있다. 곳곳에 널려있는 기암괴석들은 천태만상(千態萬象)의 형상들을 만들어내고 있고, 바위산의 특성대로 조망 또한 뛰어난 산이다. 여기에 비하면 장성봉은 밋밋한 흙산으로서 백두대간의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봉우리라는 것을 제외하면 아무런 특징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 산행들머리는 쌍곡계곡에서 관평으로 넘어가는 고갯마루인 제수리재(諸水里峙)
중부내륙고속도로 연풍 I.C를 빠져나와 34번 국도(國道/ 괴산읍 방향)를 따라 달리다가 쌍곡교(橋)를 건너기 직전 쌍곡삼거리에서 좌회전하여 517번 지방도(地方道/ 청천면 송면리 방향)로 들어서면 호룡소를 거쳐 쌍곡계곡에 이르게 된다. 이곳에서 청천면 관평리로 넘어가는 고갯마루가 제수리재이다. 해발 530m인 제수리재는 괴산군 칠성면과 청천면의 경계이다. 참고로 중부고속도로 증평 I,C에서 빠져나와 34번 국도를 타고 칠성면으로 들어올 수도 있는데, 오늘 산행을 안내한 안전산악회도 이 방법을 택했다.
고갯마루에는 제법 넓은 주차장이 만들어져 있다. 고갯마루의 쌍곡계곡 쪽으로 약 40m쯤 치우친 곳에 통신탑이 서있다. 산행은 통신탑과 오른편의 등산로안내판(장성봉 4.8km, 막장봉 3.6km) 사이로 난 등산로를 따라 들어서면서 시작된다.
▼ 산행이 시작되면서 우선 눈에 띄는 것은 울창한 참나무 숲, 간간히 소나무가 보이기는 하지만 대세를 거스르지는 못한다. 참나무 숲 아래로 뚜렷한 산길을 따라 10분 남짓 올라가면 이상한 바위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이빨바위란다. 이름에 걸맞게 치과병원에서 본적이 있는 틀니를 쏙 빼다 닮았다.
▼ 이빨바위에서 조금 더 걸으면 주능선에 올라서게 된다. 고저(高低)의 차가 심하지 않은 능선은 걷기에 무척 편하다. 울창한 참나무 숲으로 덮인 등산로는 시야(視野)를 열어주지 않지만, 어쩌다 한번 씩은 눈에 호사(豪奢)를 주기도 한다. 오른편 숲 사이로 바위라도 얼핏 보일라치면 그냥 지나치지 말고 들어서보자. 눈앞에 펼쳐지는 산하는 ‘참 잘 들어왔다’는 생각이 절로 들 정도로 아름답기 그지없다.
▼ 모처럼 찾아온 화창한 가을 날씨, 하늘은 파랗고, 하늘아래 산하(山河)는 푸르름이 가득하다. 하늘가엔 하얀 구름 둥둥... 남군자산과 대야산이 그 너머로는 둔덕산, 속리산, 백악산, 도명산, 낙영산 등이 보인다. 곳곳에 보이는 바위들은 그냥 바위가 아니라 뛰어난 조망대(眺望臺)인 것이다.
▼ 능선을 몇 번 오르내리다 보면 커다란 바위봉우리가 길을 막는다. 투구봉이다. 제수리재에서 올라가는 능선에서 보면 특별한 감흥을 불러일으키지 못하지만, 막장봉으로 가는 능선에서 뒤돌아보면 왜 투구봉이라고 부르는지 금방 눈치 챌 수 있다. 투구봉의 매력은 멀리 떨어져서 깎아지른 절벽을 봤을 때에 그 진수를 느낄 수 있다는 얘기이다. 두 번 정도 밧줄에 의지해서 올라선 투구봉의 위는 생각보다 훨씬 넓은 암반(巖盤)으로 되어있다. 봉우리 위로 올라서면 사방으로 막힘없는 조망(眺望)이 터진다. 북쪽의 칠보산과 악휘봉, 남쪽의 대야산, 서쪽의 군자산과 남군자산이 가깝게 보일 만큼 조망이 좋다.
▼ 투구봉에서 내려섰다가 다시 올라서면 만나는 봉우리에 노적봉으로 가는 길과 막장봉으로 가는 길이 나뉘는 삼거리가 있다. 삼거리에서 다시 능선을 한참 오르내리다 보면 본격적으로 바윗길이 열리기 시작한다. 이 구간이 오늘 산행에서 가장 뛰어난 구간이다. 기기묘묘(奇奇妙妙)하게 생긴 바위들이 줄지어 늘어서 있는 바위전시장이다.
▼ 전시된 여러 바위들 중에서도 가장 인기가 있는 것은 분화구(噴火口)바위이다. 삼각형 꼭대기가 그릇처럼 둥그렇고 가운데가 움푹 패어 있다. 이곳에 빗물이 고이거나 눈이 쌓이면 백두산 천지(天池)처럼 보인다 하여 백두산천지바위라고도 불린단다. 분화구(噴火口) 바로 아래에 앉기 적당할 정도로 움푹 파인 곳이 보인다. 산행대장은 그 형상을 보고 용상바위라고 귀띔해준다. 이 구간을 지나면서 혹시라도 그냥 지나치는 사람들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다들 분화구에 올라가 폼들을 잡고 있다. 차례를 기다리며 늘어선 줄이 제법 길다.
▼ 분화구바위를 지나 양쪽 절벽이 아찔하게 내려다보이는 날카로운 암릉을 통과한다. 그러나 위험하다고 지레짐작으로 걱정할 필요는 없다. 벼랑 쪽에 철제난간을 설치해 놓았으니까... 암릉을 따라 이어지는 능선은 주변의 조망이 좋고 풍경이 무척 아름답다. 스릴을 느낄 수 있는 세미클라이밍코스도 지난다. 몇 개의 봉우리를 넘어서면 능선에는 또다시 멋진 형상의 바위들이 나타난다.
▼ '통천문'은 20여m의 바위가 길쭉하게 세워져 만든 문인데 좁지만 누구나 통과할 수 있다.
▼ 통천문을 지나면 코끼리바위이다. 코끼리바위는 전면(前面)보다는 옆에서 바라봐야 코끼리의 형상이 또렷하고, 그래서 촬영해봤으나 숲이 우거진 탓에 각도가 나오지 않아 산행기에 사용하는 것은 포기했다
▼ 줄을 타고 내려왔다가 다시 밧줄을 잡고 오르고, 또다시 긴 밧줄을 잡고 내려왔다가, 다시 밧줄을 부여잡고 오르면 드디어 막장봉이다. 막장봉 정상은 의외로 흙으로 이루어져 있다. 가운데에 조그만 정상표지석이 아니라면 능선상의 어느 한 봉우리로 여길 수밖에 없을 정도로 초라하다. 주변이 잡목으로 둘러싸여있어 조망 또한 보여주지 못한다.
* 막장봉은 좁고 길게 뻗친 시묘살이골짜기가 봉우리에 의해서 막혀있는 것이 마치 광산의 막장을 연상시킨다고 해서 막장봉이라는 이름이 붙었단다.
▼ 막장봉에서 가파른 내리막길을 내려서면 안부 삼거리이다, 왼편은 시묘살이골로 하산하는 길이고, 장성봉으로 가려면 맞은편의 가파른 능선으로 올라서야 한다. 5분 정도 숨가쁘게 오르면 주능선 삼거리에 닿게 된다. 이곳에서 왼편으로 진행하면 악휘봉이 나오지만 국립공원관리소에서 출입을 막고 있다. 장성봉은 오른편 등산로를 따르면 된다.
▼ 주능선 삼거리에서 장성봉까지는 약 1Km, 비록 가까운 거리는 아니지만 능선의 고저(高低) 차(差)가 크지 않기 때문에 별로 힘들이지 않고 다녀올 수 있다. 장성봉 정상은 3~4평 정도의 분지(盆地), 가운데에 정상표지석이 세워져 있다. 울창한 잡목으로 둘러싸인 정상은 조망도 트이지 않고, 백두대간상의 한 봉우리라는 것 외에는 별다른 의미를 부여하지 못하고 있다. 부지런히 걸으면 절말 갈림길에서 장성봉까지 30분 정도면 다녀올 수 있다.
▼ 절말 갈림길에서 시묘살이계곡으로 내려가는 길은 급경사(急傾斜)의 내리막으로 시작된다. 원시림(原始林)을 닮은 계곡은 대낮에도 하늘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숲이 우거졌는데 군데군데 밑둥이 부러진 아름드리나무들이 길을 가로막고 있다.
▼ 시묘살이계곡은 처음에는 물기 한 점 구경할 수 없는 건천(乾川), 점차 아래로 내려가면서 물기가 보이더니 어느덧 도랑을 만들어내고 있다. 개울을 몇 번 가로지르다보면 물소리가 점점 커지고, 물줄기 또한 굵어져 있다. 그 굵어진 물줄기는 어느새 폭포까지 만들어내고 있다. 은선폭포이다.
* 시묘살이골은 옛날 어느 효자가 자기 부모의 묘를 이 골짜기 어딘가에 쓰고, 부모의 묘 옆에 초막을 짓고 묘를 지키며 살았다고 해서 그런 이름이 붙었단다.
▼ 산행날머리는 절말의 쌍곡계곡휴게소 주차장
은선폭포를 지나서도 등산로는 시묘살이계곡을 끼고 이어진다. 좁은 골짜기를 따라 맑고 차가운 물이 이리저리 바위 사이로 흘러내린다. 그러다가 폭포를 만들어내기도 하고, 또 어떤 곳에서는 넓은 너럭바위 위를 넘으며 부챗살 무늬를 만들어 내기도 한다. 물소리를 벗하다 보면 어느덧 칠보산에서 내려오는 길과 만나게 되는 살구나무골 삼거리, 조금만 더 내려가면 반석을 타고 흐르는 물줄기가 여인의 치마폭처럼 펼쳐지고 있는 쌍곡폭포이다. 쌍곡폭포에서 10분 정도 내려가면 개울건너에 쌍곡계곡 휴게소의 주차장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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