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비봉(710m)

 

 

산행일 : ‘11. 7. 30(토)

소재지 : 충청북도 단양군 단성면

산행코스 : 얼음골 매표소→동릉→제비봉→안부→서릉(암릉지대)→장화나루(산행시간 : 3시간10분)

 

함께한 산악회 : 안전산악회

 

 

특징 : 구담봉 쪽에서 이 산을 바라보면 바위능선이 마치 제비가 날개를 활짝 편 모습 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란다. 정상에 올라서면 북쪽으로 충주호의 아름다운 절경이 내려다보이고 그 위로 길게 물보라를 남기며 유유히 달려 나가는 유람선이 보인다. 특히 장회나루로 내려오는 바위 능선에서 바라보는 충주호반은 잘 그린 한 폭의 산수화와 같다. 구담봉과 옥순봉, 그리고 금수산과 가은산이 호반(湖畔)과 어우러져 절경을 만들어 내고 있다.

 

* 7시40분경에 복정역을 출발한 버스는 중부고속도로에 들어서지도 못하고 공회전으로 도로(道路)에 기름만 깔고 있다. 토막잠을 깨고 나니 광주, 버스는 용인방향으로 달리고 있다. 그것도 국도(國道)로... 용인에서 다시 영동고속도로로 올라서지만 얼마 안 있어 다시 도로는 주차장(駐車場)으로 변해버린다. 또다시 토막잠에서 깨어나니 이번에는 감곡이란다. 이미 시간은 11시가 훌쩍 넘어버렸다. 산악회 운영진들끼리 숙의를 하더니 회원들에게 의견을 물어온다. 함백산을 오르는 것은 시간상 도저히 불가능하니, 인근에 있는 산으로 산행지(山行地)를 변경하는 것이 어떠냐는 것이다. 다들 운영진이 제시한 단양의 제비봉에 박수로 동의(同意), 나는 본의(本意) 아니게 제비봉을 세 번이나 오르게 되었다. 집사람은 두 번째...

 

 

 

산행들머리는 단성면 외중방리에 있는 얼음골 입구

중부내륙고속도로 단양 I.C를 빠져나와 단양군 대강면소재지를 통과한 후, 단성면 북하리에서 36번 국도(國道/ 음성방향)를 따라 충주호반을 달리다보면 왼편에 얼음골입구가 보인다. 얼음골 입구에는 ‘어름골 맛집’이라는 커다란 음식점 간판이 서 있으니 참고하면 된다.

* 제비봉을 오르는 코스는 얼음골이나 장화나루에서 제비봉으로 곧장 오르는 2개의 단거리 코스와 , 얼음골입구 또는 중방리의 과수원에서 사봉으로 오른 후, 능선을 따라 제비봉으로 넘어오는 1개의 종주코스가 있다. 산악회운영진의 말에 의하면 사봉이 현재 출입제한지역으로 묶여있기 때문에 종주코스의 이용은 불가능(不可能)하단다. 그럼 당연히 장화나루나 얼음골에서 곧장 제비봉으로 오를 수밖에 없다. 몇 년 전에 사봉의 종주코스를 걸어봤던 나는 불만 없이 운영진의 결정에 따른다. 사실 종주코스를 걸어봐야 오랫동안 간직할만한 감동은 발견할 수 없을 것임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함백산 들꽃들의 향연을 구경 못하는 아쉬움을 안고 시작하는 산행이, 산악회 운영진들의 탁월한 산행코스 선정으로 다소나마 해소된다. 얼음골 입구를 산행들머리로 삼아야만 가깝게는 옥순봉과 구담봉에서 멀리 가은산과 금수산이 충주호와 어우러지는 절경을 제대로 조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단성면 외중방리의 얼음골입구에 있는 ‘어름골 맛집’의 뒤편으로 난 길로 접어들면서 산행이 시작된다. 들머리 입구에 월악산국립공원사무소에서 ‘얼음골, 제비봉 탐방로’라고 적힌 안내판(案內板)을 세워 놓았다. 조금 더 들어가면 또 하나의 안내판이 보이는데 이번에는 산행지도(山行地圖)가 그려져 있다. 제비봉 정상까지의 거리가 1.8Km란다.

 

 

 

산행을 시작하면 길은 짙은 숲속을 뚫고 이어진다. 오름길의 경사(傾斜) 또한 만만치 않다. 거기다 간혹 나타나는 너덜길, 장마로 인해 잔뜩 물기를 머금은 바위들이 무척 미끄럽다. 여름철 무더위 때문에 가뜩이나 힘든 걸음을, 미끄러운 바위들이 더욱 힘들게 만들고 있다. 배낭의 어깨끈에서 덜렁거리고 있는 스포츠타월에 배인 땀은 짜내고 또 짜내지만, 금방 또다시 땀방울이 떨어져 내리고 있다.

 

 

 

 

해발 531m 지점에 있는 이정표, 얼음골입구의 공원지킴터에서 제비봉 정상까지의 거리가 바뀌어 있다. 분명히 얼음골입구에 세워진 산행안내도에는 정상까지의 거리가 1.8Km이었는데, 갑자기 2.3Km로 변하면서 0.5Km가 늘어나 버린 것이다.(이정표 : 얼음골입구 1.5Km/ 제비봉 정상 0.8Km)

 

 

 

531고지에서부터 능선은 경사가 완만해진다. 신갈나무와 굴참나무로 가득 찬 숲길은 걷기에 좋다. 그렇게 얼마간 걷다보면 갑자기 암릉이 나타나고 주변의 나무들도 굵은 소나무들로 바뀌어 있다. 등산로 주변의 크고 웅장한 소나무들은, 그 크기부터가 범상치 않은 노송(老松)들에는 오랜 세월을 견뎌온 흔적들이 역역하다. 하늘 위로 높게 뻗은 굵은 가지가 범상치 않은 기운을 내뿜고 있다.

 

 

 

 

 

 

암릉을 내려서면 또다시 앞을 가로막는 거대한 암벽(巖壁), 암벽을 오른편으로 돌면 장화나루에서 올라오는 길과 만나는 삼거리이다.(이정표 : 제비봉 0,1Km 얼음골지킴터 1.9Km/ 제비봉공원 지킴터 2.4Km). 이곳에서 왼편으로 방향을 틀어 100m 정도를 오르면 제비봉 정상이다.

 

 

 

제비봉 정상은 굵직한 바위들이 바닥에 깔려있는 10평 정도 되는 분지(盆地), 남쪽 귀퉁이에 정상표지석 대신 월악산국립공원사무소에서 설치한 정상표지판이 서있다. 정상에서의 조망은 북쪽에서 트인다. 북쪽방향의 절벽 위에 밧줄로 펜스(fence)가 쳐져있다. 밧줄을 넘어서서 바위벼랑 위에 올라서면 충주호의 절경이 한눈에 바라다 보인다. 충주호반은 한없이 평온하고, 멀리 가은산과 금수산이 바라보이고, 왼쪽 발아래에는 옥순봉과 구담봉이 한 폭의 그림처럼 펼쳐지고 있다.

 

 

 

 

정상에서 장회나루 방향으로 산을 내려선다. 신갈나무와 굴참나무가 하늘을 뒤덮고 있는 하산길은, 경사(傾斜)는 별로 심하지 않지만 물기를 듬뿍 머금은 진흙길은 많이 미끄럽다. 조심조심 내려서다보면 소나무로 뒤덮인 작은 바위봉우리가 보인다. 나무계단을 밟고 봉우리 위로 오르면 오른편으로 조망이 터지기 시작한다. 봉우리에서 조금 내려서면 넓은 공터가 나오고, 여기서부터 눈을 즐겁게 하는 암릉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이정표 : 제비봉 1.3km/ 매표소 1.0km).

 

 

 

 

 

 

 

 

내려가는 암릉길은 마치 기기묘묘(奇奇妙妙)한 왜송(倭松)들의 전시장(展示場)과 같다. 척박(瘠薄)한 바위 틈새에서 끈질긴 생명을 이어가고 있는 소나무들은, 오랜 연륜에도 불구하고 굵지도 그렇다고 크지도 않다. 다만 이리 비뚤 저리 비뚤 풍파에 시달린 아픔을 자기 나름대로 독특하게 표현해 내고 있을 뿐이다

 

 

 

 

 

암릉은 날등으로 이어지다가 가파른 절벽에서는 철제(鐵製)계단으로 고도(高度)를 낮추어주고 있다. 철계단은 쇠로 골격을 이룬 계단에 나무판자를 덧대어 놓아 내려서기에 수월하다. 시선을 들면 건너편에 월악산 영봉의 특이한 암봉이 시야에 잡히고, 충주호 건너편의 금수산도 질세라 뾰족하게 정수리를 치켜세우고 있다. 등산로 주변은 온통 키 작은 소나무들로 가득하다. 암릉과 어우러진 소나무, 거기에 바위산과 충주호반이 배경을 만들어주는 광경은, 마치 한 폭의 잘 그린 산수화를 연상시킨다.

 

 

 

 

이게 꽃일까? 굴참나무에 붉은 색으로 물든 저 몽우리는 과연 꽃일까?

 

 

 

 

 

 

어느 글에서 이곳이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돌 길'로 알려져 있다고 적혀 있는 것을 본 일이 있다. 그 글이 사실이든 아니든 간에 벌어진 입을 다물기 힘들 만큼 빼어난 경관인 것만은 사실이다. 수십 곳의 전망대와 철계단, 바위벼랑에 버티고 선 노송의 아름다움에 듬뿍 빠지고, 충주호와 어우러지는 월악산의 비경을 원 없이 즐길 수 있는 것은 분명하니까 말이다.

 

 

 

 

 

 

 

 

산행 날머리는 장화나루

눈의 즐거움에 지루한 줄도 못 느끼고 암릉을 내려서다보면 점점 장회나루의 윤곽이 굵어지고, 호반을 가르는 유람선의 만들어내는 물살이 또렷해진다. 지능선의 끝에서 우측으로 난 가파른 나무계단을 따라 내려서면 산행의 끝 지점인 장회나루 앞 ‘제비봉 탐방지원센터’ 초소에 닿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