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곡산(燈谷山, 589m)-월형산(月螢山, 526m)

 

산행일 : ‘12. 2. 11(토)

소재지 : 충청북도 제천시 한수면

산행코스 : 탄지리→중치재→406봉→등곡산→떡갈봉→쇠사리재→북봉→월형산→월악휴게소(산행시간 : 4시간30분)

 

함께한 산악회 : 안전산악회

 

특징 : 충주호반을 돌아 신단양으로 가는 도로(36번 국도)를 사이에 두고 월악산과 마주보고 있는, 많이 알려져 있지 않은 은둔(隱遁)의 산이다. 소나무 등 자체(自體)가 갖고 있는 경관보다는 충주호의 리아스식 해안과 월악산 일대의 준수한 봉우리들을 조망(眺望)하는 재미로 사람들이 찾고 있다.

 

 

산행들머리는 탄지리 월악휴게소(주유소)

중부내륙고속도로 괴산 I.C을 빠져나와 19번 국도(國道/ 충주방향)를 타고 잠깐 달리다가 세성교차로에서 36번 국도(단양․영주 방향)로 옮겨 들어가면 충추호반(湖畔)을 가로지르는 월악교(橋)를 지나 산행들머리인 상탄리 월악주유소(S-oil)에 이르게 된다. 월악휴게소에서 월악나루 방향으로 100m 정도 되는 거리에, 등곡산 산행이 시작되는 지점으로 올라가는 삼거리가 있다. 삼거리 입구에 산행안내도가 세워져 있으니 들머리를 혼동할 염려는 없을 것이다. 산행들머리로 이어지는 도로(道路)는 최근에 새로 정비한 모양, 아스팔트의 검은 빛깔이 아직까지 변하지 않았고, 도로의 우측 사면(斜面)은 붉은 황토색깔을 그대로 내비치고 있다. 고개를 돌리면 월악산의 거대한 암릉이 위압적으로 서 있는 광경을 볼 수가 있다.

 

 

 

깔끔하게 포장된 도로를 따라 10분 정도 오르면 고갯마루에 닿는다. 상노리로 넘어가는 고갯마루인 중치재이다. 산행 들머리는 중치재 고갯마루 조금 전에서 우측으로 열린다(이정표 : 등곡산 2.1km). 길을 새로 정비하면서 산의 사면(斜面)을 깎아놓은 탓에, 정작 고갯마루에서는 산을 오를 수가 없게 된 탓이다. 사면위의 거대한 느티나무를 카메라에 담을 겸 다시 한 번 뒤돌아본다. 월악산 하봉, 중봉이 잘 보이고, 영봉은 그 뒤에 숨어있다

 

중치재

 

 

 

느티나무를 지나면서 산길은 절개지(切開地) 사면(斜面)위로 이어진다. 절개지가 끝나는 지점에서 또 하나의 이정표(등곡산 1.9km)가 보이고, 산길은 이곳에서 오른편으로 급하게 방향을 틀고 있다. 갑자기 오늘 산행이 불안해 진다. 처음부터 산길이 가파른 오르막길이기 때문이다. 아까 도로를 걸으면서 오른편에 보이는 산의 가파른 경사를 보며 걱정했던 일이 현실로 드러나는 것이다. 그러나 다행히 그 거리는 길지 않았다. 5분 정도 힘들게 오른 작은 봉우리에서 한 숨을 돌린 후 비교적 경사(傾斜)가 완만(緩慢)한 능선 길로 들어섰다.

 

 

 

등산로 주변은 참나무와 소나무가 주종(主宗), 초반에는 참나무의 개체수가 많더니만 점점 고도를 높아지면서 소나무가 그 밀도를 정비례(正比例)로 높여간다. 소나무는 요즘 부쩍 각광(脚光)을 받고 있는 편백나무에 비견(比肩)될 정될 정도로 피톤치드(phytoncide)를 많이 배출하는 나무로 알려져 있다. 그러니 진행방향에 허리를 곧추세우고 있는 산길도 능히 참아 낼만 하다. 숨이 턱에 차오를 정도로 거칠게 내뿜게 되는 호흡 속에는 당연히 더 많은 피톤치드가 함유(含有)되어 있을 터이니까 말이다.

 

 

 

주능선에 올라서면 왼편 숲 사이로 충주호가 조망(眺望)되기 시작한다. 오른편으로는 월악산 영봉이 언뜻언뜻 보인다. 이러한 조망은 끊이지 않고 이어지지만 결코 그 자태를 시원스럽게 보여주지는 않는다. 밋밋한 봉우리를 넘어 다시 급경사(急傾斜)가 시작될 즈음 길이 두 갈래로 나뉜다. 어느 방향으로 가더라도 앞에 보이는 봉우리를 넘으면 또 다시 만나게 될 것이니 선택에 고민할 필요는 없다. 다만 별 볼거리도 없는 봉우리를 오르느라 헛힘을 쏟느니 사면(斜面)길을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 같다. 이런 선택이 필요한 지점은 등산을 마칠 때까지 2~3곳을 더 만나게 된다.

 

 

 

사면(斜面)을 가로지르는 지름길을 통과하고 나면 이어서 정상을 향한 가파른 오르막길이 시작된다. 지금까지 보여주던 가파름보다 훨씬 더 심하다. 비록 야트막한 산이지만 쉽게 정상을 내어주기는 싫은 모양이다. 그게 모든 산들이 갖고 있는 자존심(自尊心)일 것이다. 숨이 턱에 차오를 즈음에야 두런거리는 사람들 소리가 들려온다. 드디어 정상인 모양이다. 산행을 시작한지 1시간이 조금 못되었다.

 

 

 

등곡산 정상은 두 평 정도의 비좁은 공간, 이정표(등곡산 정상 해발 589m. 탄지리 2.7km/ 떡갈봉 3.1km)만이 외롭게 정상을 지키고 있다. 이정표 옆에 정상표지석이 있었던 것 같으나, 상단의 빗돌은 보이지 않고 검은 기단(基壇)만이 덩그러니 누워있다. 누군가가 실수로 굴러 떨어뜨린 모양이다. 산의 경사도(傾斜度)가 심한 탓에 멀리 굴러갔을 것이고, 당연히 다시 찾아내기도 쉽지 않았을 것이다. 정상에 서면 오른편의 월악산이 굉장히 커다란 덩치로 보인다. 중봉까지 얼굴을 내밀어 아래서 보이던 것보다 한층 수려함을 더하고 있다. 아울러 왼편의 충주호도 시야(視野)에 들어오나 나뭇가지에 가려 기대보다는 시원스러운 조망을 보여주지는 못한다.

 

 

 

등곡산 정상에서는 참나무와 소나무가 적당히 섞여 있는 내리막길이 이어진다. 가파른 내리막에 눈이 얼어붙으면서 만들어낸 빙판길은 내려딛는 발걸음을 무척 조심스럽게 만들고 있다. 정면에 충주호가 멋지게 펼쳐지지만 아쉽게도 나무에 가려 시원스럽지는 않다. 조심조심 10분 조금 넘게 내려가면 능선안부의 삼거리에 도착하게 된다. 여기서 오른편으로 내려가면 월악휴게소이다.(이정표 : 월악휴게소 2.6Km/ 등곡산 0.5Km/ 떡깔봉 2.6Km) 최근의 고온(高溫)으로 그동안 내린 눈이 녹은 탓인지 눈은 별로 보이지 않는다. 당연히 겨울산행인데도 걷기가 무척 편하다. 그러나 음지(陰地)쪽의 상황은 또 다르다. 그동안 지나다닌 사람들이 다져놓은 눈길이 얼어붙은 탓에 완전히 빙판(氷板)길이기 때문이다. 평소에 아이젠(Eisen) 착용을 싫어하는 집사람도 끝내는 꺼내 신을 수밖에 없었다.

 

 

 

월악휴게소 갈림길에서 직진하여 봉우리 위로 올라선다. 아름다운 소나무가 자주 눈에 띄는 등산로 왼편에 충주호가 길게 펼쳐지며 함께 따라오고 있다. 이어서 가파르거나 완만(緩慢)한 오르내림이 길거나 혹은 짧게 반복되다가, 가야할 떡갈봉이 시원스럽게 조망(眺望)되는 봉우리 위로 올라서게 된다. 봉우리 위에는 삼각점이 박혀있다. 등곡산 정상을 출발한지 40분 가까이 되었다. 등곡산과 월형산은 한마디로 말해 가파르다. 따라서 등산로의 좌우(左右)가 급경사를 이루고 있기 때문에, 내려다보면 아찔할 정도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능선이 흙으로 이루어졌고, 능선 위의 길이 약 1m정도로 반반한 것이다. 등곡산 자체(自體)만 가지고 내세울만한 것을 들라면 누구나 소나무를 꼽을 것이다. 수십 년도 족히 넘을 아름드리 노송(老松)들은 갖가지 형상의 자태를 만들어 내고 있다. 그 자태(姿態)는 한마디로 예술이다. 거기다 소나무들 사이로 보이는 충주호의 모습은 한 폭의 잘 그린 동양화(東洋畵)라고 불러야만 맞는 표현일 것이다. 그래서 소나무는 언제 어디서 어떻게 봐도 좋은가 보다.

 

 

 

 

 

삼각점이 있는 봉우리에서 왼편으로 방향을 틀어 급하게 내려갔다가, 다시 조그만 봉우리 하나를 넘으면 이내 떡갈봉 정상을 향한 오르막길이 시작된다. 이 구간은 오르면 오를수록 가파름이 더욱 심해지는 오늘 산행에서 가장 힘든 구간이다. 아마 경사(傾斜)가 50~60도는 넉넉할 것 같다. 혹자(或者)는 지독한 가파름을 일러 ‘산이 허리를 곧추세웠다’라는 표현을 쓴다. 등곡산에 딱 어울리는 표현일 것 같다. 특히 떡갈봉에 올라갈 때는 누구나 이 표현을 실감할 것이다. ‘코에서 흙냄새가 나네요.’ 공직(公職)에서 최고위 간부로 재직하시다가 은퇴 후, 산에 다니면서 사진촬영으로 여가(餘暇)를 보내고 계시는 분의 말씀이시다. 얼마나 경사(傾斜)가 심했으면 흙냄새가 코로 스며들 정도로 코가 땅에 닿게 허리를 굽혔겠는가? ‘그래도 당신 것 보다야 덜 섰는데요. 뭐’ 집사람의 조크(joke)에도 웃음이 나오지 않는 것은, 지금 내 처지가 너무 힘들기 때문일 것이다.

 

 

 

 

떡갈봉 정상은 허무(虛無) 그 자체이다. 선답(先踏)자의 후기(後記)를 보지 않았더라면 이곳이 떡갈봉인지도 모르고 통과했을 정도로 아무런 표시(標示)가 없다. 다만 조망(眺望)은 뛰어난 편이다. 비록 나뭇가지 사이이지만 월악산이 멋스럽게 서있는 광경이 보인다. 등곡산 정상을 출발한지 대략 1시간 정도 흘렀다.

 

 

 

월형산으로 가기 위해 떡갈봉에서 오른쪽으로 난 능선을 따라 내려선다. 조심조심 빙판(氷板)길을 내려서다보면 갑자기 왼편 숲이 시원스럽게 뚫려있다. 그 사이로 충주호가 고요한 자태(姿態)로 갇혀 있다. 골짜기 마다 물이 들어차면서 만들어 낸 리아스(rias)식 해안(海岸), 갈수기(渴水期)인 겨울철인지라 물위에 하얀 띠까지 두르고 있는 광경은 가히 절경(絶景)이라고 불러도 지나친 표현은 아닐 것이다.

 

 

 

떡갈봉을 지나면서 산길은 계속해서 고도(高度)를 낮추어가고 있다. 자그마한 봉우리를 몇 개 넘게 되지만 짧은 오르막과 긴 내리막이 반복되기 때문에 고도가 계속해서 떨어지게 되는 것이다. 평지(平地)처럼 밋밋한 능선을 따라 걷다가 오르막길을 짧게 치고 오르면 453봉이다. 이곳 산불감시초소에는 두 개의 구조물(構造物)이 설치되어 있다. 하나는 철탑으로 된 감시용 전망대(監視用 展望臺)이고, 나머지 하나는 요원들이 대기하는 휴식공간일 것이다.

 

 

 

 

 

450봉에서 부드러운 흙길을 따라 잠깐 내려서면 임도(林道)가 보인다. 쇠사리재로서 탄지리와 반대편의 덕구리를 잇는 고갯마루이다. 또한 이곳 쇠사리재는 등곡산과 월형산이 나뉘는 지점이기도 하다. 월형산에 오를 계획이 없는 사람들은 이곳에서 오른편으로 난 임도(林道)를 따라 내려서면 월악휴게소 옆 성천교에 이르게 된다.

 

쇠사리재

 

 

임도(林道)를 건너 산행을 시작하면 산길은 뚜렷하게 나있다. 경사(傾斜)가 심하지 않은 능선을 따라 약 20분 정도 오르면 북봉이다. 능선 분기점(分岐點)인 북봉은 아무런 표시도 없고, 특별한 볼거리나 사연을 간직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그냥 통과해 버린다. 북봉의 남동쪽 바로 아래에 고산사라는 고찰(古刹)이 자리 잡고 있다지만, 그 고찰 또한 꼭 들러봐야만 할 특별한 의미를 제공하지 못하기는 매 일반이다.

 

 

산길은 북봉에서 오른편으로 방향을 틀면서 완만하게 내려간다. 여유롭게 걷다보면 참나무 숲 사이로 정자(亭子) 하나가 나타난다. 2층으로 된 팔각정(八角亭)인데, 우리가 보통 보아온 팔각정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철(鐵) 구조물로서, 흙 기와와 단청(丹靑)으로 우리에게 익숙한 고전(古典) 팔각정이 아니라는 말이다. 아래층은 사방이 유리로 막혀있는 것이 휴식공간이 목적인 듯 하고, 이층은 전방(前方)이 시원스레 뚫려 있는 것이 전망대(展望臺)로 이용됨이 분명하다. 이층으로 올라서면 월악산이 손에 잡힐 듯이 가깝게 다가오고, 오른편에는 오늘 지나온 등곡산과 떡갈봉을 잇는 능선이 길게 늘어서 있다.

 

 

 

 

전망대에서 월형산으로 진행하자마자 자그마한(小型) 풍력발전기(風力發電機) 하나가 서있는 것이 보인다. 발전기 옆에는 가로등이 몇 개 세워져 있는데, 풍력발전기가 돌때마다 가로등의 LED등(燈)이 켜지는 것을 볼 수 있다.

 

 

발전기에서 조금 더 진행하면 길이 두 갈래로 나뉜다. 오른편은 길가(路邊)를 로프로 지지대를 만들어 놓았다. 이곳으로 내려가면 쇠시리골을 거쳐 탄지리로 내려서게 된다. 월형산은 이곳에서 능선을 따라 곧바로 올라서야 한다.

 

 

갈림길에서 완만한 오르막길을 따라 쉬엄쉬엄 오르다보면 얼마 안 있어 월형산 정상이다. 나무에 이곳이 정상임을 알려주는 나무푯말이 매달려 있다. ‘충북986산악회’에서 매달아 놓았는데, 문득 쓸데없는 의문 하나가 떠오른다. ‘986’의 뜻이 뭘까? 혹시 ‘99살까지 88하게 산다?’ 그럼 6은 뭘 뜻하고 있을까? 66살에 은퇴(隱退)? 그럼 이분들은 틀림없이 은퇴한 선생님들이 조직한 산악회일 것이다. 월형산은 월악산의 산군(山群)들이 가장 잘 조망되는 곳이다. 대미산과 문수산 등이 월악산과 함께 한 폭의 산수화(山水畵)로 다가오지만, 아쉽게도 나뭇가지에 가려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모습만도 못하다. 산행을 시작하지 대략 4시간 조금 못되었다.

 

 

 

손에 잡힐 듯이 가깝게 서있는 맞은편의 월악산 영봉을 바라보며 하산을 시작한다. 오른편에 등곡산에서 이곳으로 이어져오는 주능선이 선명(鮮明)하게 바라보인다. 산길은 고도(高度)를 낮추어갈수록 점점 가팔라져 간다. 조심스럽게 내려서는데 선두에 선 집사람의 주특기인 알바가 불쑥 튀어나온다. 길이 끊겨있는 것을 뒤늦게야 알아차린 것이다. 되돌아 나와 자세히 살펴보면, 오른편 월악휴게소 방향으로 지능선이 갈리고 있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다. 지능선을 따라 내려서는 길은 무척 가파르다. 아까 떡갈봉을 오를 때 겪었던 가파른 경사(傾斜)를 이번에는 내려간다고 생각하면 될 것이다. 그러나 조건은 더욱 좋지 않다. 떡갈봉은 등산로라도 또렷하게 나있지만, 이곳은 길의 흔적(痕迹)을 찾기도 힘들 정도로 잡목(雜木)으로 온통 뒤덮여 있기 때문이다. 거기다 바윗길까지 간간히 섞여있기 때문에 걷기가 무척 사납다.

 

 

 

가시에 찔리고 나뭇가지에 뺨을 맞으면서 내려서다보면 산길은 완만(緩慢)한 경사를 보이면서, 어느덧 길 또한 흔적이 또렷해진다. 걷기 좋은 길에서의 편안함도 잠시, 출입금지(出入禁止)구역 표지판을 만나면서 산길은 다시 한 번 요동을 친다. 더덕과 인삼을 심어놓았다며 철조망(鐵條網)으로 길을 막아 놓은 것이다. 별수 없이 철조망을 따라 내려선다. 이 길은 원래(元來) 등산로로 만들 수 없을 정도로 경사(傾斜)가 가파르기 짝이 없다. 다행히도 길지 않은 내리막길을 조심스럽게 내려서면 5년생 정도 된 매실나무 묘목(苗木)이 심어진 밭이 나온다.

 

 

 

산행날머리는 월악휴게소

밭을 지나면 산길은 멋지게 지어진 펜션(pension)의 마당을 지나게 된다. 진돗개를 닮은 하얀 개가 우리를 보고 열심히 짖어대고 있다. 꼬리까지 흔들고 있는 것을 보면, 아마도 우리가 반갑다는 메시지인가 보다. 이어서 아스팔트 포장도로를 따라 5분쯤 더 걸으면 오늘 산행이 종료되는 월악휴게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