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타산 (頭陀山, 598m)

 

산행일 : ‘12. 2. 26()

소재지 : 충북 진천군 초평면과 괴산군 도안면, 증평군 증평읍의 경계

산행코스 : 초평삼거리두타정전망대정상큰재넘이재남릉암릉지대(돌탑봉)탑선마을 보타사(산행시간 : 4시간)

함께한 산악회 : 곰바우산악회

 

특징 : 두타산은 전형적인 흙산(肉山)인데다가 별로 높지도 않기 때문에 누구나 오르기에 부담이 없는 산이다. 흙산이면서도 곳곳에 전망(展望)이 뛰어난 곳이 많은 것이 장점이다. 특히 산행 중에 수시로 조망되는 초평저수지와 저수지에 떠있는 낚시좌대들은 수면에다 한 폭을 그림을 그려내고 있는 듯하다. 전체를 다 둘러보면서도 원점(原點)산행이 가능하기 때문에 가족(家族)산행지로 추천할만하다.

 

 

산행들머리는 초평면 영구리의 영수사 입구

중부고속도로 진천 I.C에서 내려와 진천시가지에 들어서기 바로 직전에서 34번 국도(國道/ 증평방향)로 옮겨 달리다가, 초평면사무소를 지난 후, 동잠교 못미처에서 좌회전하면 화신주유소(注油所)가 보인다. 주유소 건너편 멋들어지게 지어진 주택(住宅) 앞에 두타산 영수사라고 쓰인 커다란 돌비석이 세워져 있다. 산행 들머리는 이곳에서 영수사 방향으로 200m정도를 더 들어가야 한다.

 

 

주유소에서 영수사로 넘어가는 고갯마루에서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된다. 들머리에는 간이화장실(化粧室)이 깔끔하게 지어져 있고, 그 곁에 산행안내도가 세워져 있다. 등산로는 산행 안내도의 뒤로 열린다. 산행안내도 옆에는 인근 군부대(軍部隊)에서 세워 놓은 경고판이 보인다. '주말과 공휴일을 제외한 평일에는 사격훈련이 있으니 산행 전에 군부대에 전화해 사격실시여부를 확인할 것, 등산로를 이탈하지 말 것'을 알리는 내용이다.

 

 

 

산행 안내도 뒤로 들어서면 먼저 침목(枕木)으로 만들어진 나무계단이 눈에 띈다. 등산로 주변은 초입(初入)부터 소나무가 울창하게 우거져 있다. 어제 곡성의 통명산에서 몸에 좋다는 피톤치드(phytoncide)를 실컷 들이마셨지만, 아마도 조금 부족했는가 보다. 오늘도 이렇게 짙은 소나무 숲을 걷게 되니 말이다. 그럼 오늘 산행도 역시 웰빙(well-being) 산행으로 컨셉(concept)을 잡아본다.

* 사람의 인체(人體)가 편안하고 안정된 심리상태에 있을 때는 알파파(α-wave)를 발산한다. 이 알파파는 숲 속에 들어가면 급격히 증가한다고 한다. 그렇다면 오늘 산행은 구태여 서두를 필요가 없을 것이다. 천천히 여유롭게 숲 속 길을 거닐면서 보고, 듣고, 그리고 냄새를 맡거나, 만져보자. 연한 숲 냄새 속에 숨어있는 피톤치드(Phytoncide)와 마음을 안정시키고 기분을 상쾌하게 하며 혈압까지 낮추어 준다는 테르핀(Terpene)까지 가득한 솔숲에서 구태여 서두를 필요가 없을 테니까 말이다.

 

 

침목계단을 오르면 5분이 채 안되어서 능선의 위로 올라서게 되고, 진천읍이 바라보이는 두타정(頭陀亭)까지의 구간은 경사(傾斜)가 완만한 능선으로 이어진다. 고운 황토흙길 주변에는 꽤나 많은 묘지(墓地)들이 보인다. 생거진천 사거용인(生居鎭川 死去龍仁)이라는 말이 있는데, 그럼 후손(後孫)들이 선조(先祖)들의 유지(遺志)를 어겼단 말인가? 산행 중에 만나게 되는 이정표마다 생거진천이라고 적혀있는 것을 보면 결코 잊어먹고 있는 것은 아닌 모양인데도 말이다. 산행을 시작하고 20분 정도 지나면 팔각정인 두타정에 이르게 된다.

 

 

 

 

두타정(이정표 : 동잠교 1.35Km/ 두타산 정상 3.15Km, 전망대 2.65Km)을 지나도 완만(緩慢)한 오르막길은 계속된다. 30분 정도 진행하면 너른 공터인 제3지점이 나온다. 그리고 계속해서 10분 정도 더 오르면 쉼터(동잠교 3.55Km/ 전망대 0.45Km, 두타산 정상 0.95Km)가 보인다. 제법 너른 공터인데, 오른편이 수십 길의 낭떠러지로 되어 있다. 벼랑 위에는 멋진 소나무들이 늘어서서 자태를 자랑한다. 그런데 그 외형(外形)이 하나도 같은 것이 없다. 아마도 이곳 산신령은 자유방임형 리더십을 갖고 있는 모양이다. 닮은 점을 꼭 하나라도 찾으라고 한다면, 모든 소나무 가지들이 하나같이 모두 같은 방향으로 뻗어있다는 것을 들 수 있을 것이다. 그 쪽에 뭔가 못다 한 인연(因緣)이라도 남아있는 모양이다. 소나무사이로 내다보이는 건너편 산에는 TV 송신탑이 우뚝 서 있다.

 

 

 

 

능선을 따라 이어지는 산길은 오르락내리락 거리면서 서서히 고도(高度)를 높여 간다. 어느 정도 가파르게 올라섰다 하면, 이번에는 살짝 안부에 내려선다. 덕분에 피로감을 덜 느끼게 되니 고마울 따름이다. 여유를 부리며 걷다보면 갑자기 가파른 암벽이 앞을 가로막고 있다. 암벽(巖壁)에 기대어 만들어 놓은, 긴 나무계단을 오르면 목책(木柵) 전망대(展望臺)가 보인다. 전망대 근처에서 산길이 둘로 나뉜다. 왼편으로 내려가면 영수사, 정상으로 가려면 곧바로 진행하면 된다.(이정표 : 동잠교 4km/ 영수사 2km/ 두타산 정상 0.5km)

 

 

 

전망대에 오르면 시야(視野)가 일망무제(一望無題)로 열린다. 건너편 중심봉을 향해 두타산의 능선이 말발굽처럼 휘돌아나고 있고, 그 중간에 MBC 송신탑(送信塔)이 앙증맞게 솟아 있는 것이 건너다보인다. 전망대에 설치되어 있는 진천읍의 전경을 담아놓은 안내도를 따라 시선을 움직여본다. 발아래에는 초평저수지와 진천시가지(市街地)가 내려다보이고, 그 너머에는 만뢰산과 갈미봉, 옥녀봉이 늘어서 있다.

 

 

 

이곳을 다녀간 어느 블로거(blogger)는 두타산을 찾는 이유를 소나무들이 너무 아름다워서..’라고 들고 있었다. 그러면서 그는 두타산을 걷는 동안 여러 곳에서 아름다운 소나무들을 만날 수 있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뛰어난 곳은 전망대 부근을 꼽고 있었다. 그랬다. 전망대 주변은 용틀임을 하고 있는 노송(老松)들로 꽉 들어차 있었다. 그러나 난 이곳의 소나무들에서 그가 발견했던 아름다움 보다는 자유(自由)라는 화두(話頭)를 얻어내고 싶다. 하늘을 향하거나 또는 수평(水平)을 만들면서 용틀임을 하고 있는 소나무들은 하나같이 자유자재로 몸을 비틀고 있었다. 뭔가 규격화된 삶보다는 자유라는 날개를 단 삶도 한 번 쯤은 살아보고 싶다는 작은 바람 때문일 것이다.

 

 

 

두타산은 600m가 채 못 되는 나지막한 산이다. 그러나 주변에 높은 산이 없기 때문에 홀로 우뚝 솟아있다는 느낌이다. 그런 두타산의 자존심(自尊心)일까? 위엄이라도 부려보려는 듯이 정상 앞에서 갑자기 가파른 오르막길이 발걸음을 주춤거리게 만들고 있다. 길가에 로프가 매어져 있으나 붙잡아야할 만큼 가파르지는 않다. 산행을 시작한지 한 시간이 조금 넘었다.(이정표 : 동잠교 4.5Km, 영수사 2.5Km/ 붕어마을 9Km)

* 전설(傳說)에 의하면 단군이 팽우에게 산천(山川)을 다스리게 했는데 큰 홍수가 져서 온 산천이 거의 다 물에 잠기고, 산 정상부만 섬처럼 조금 남아있게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머리 두()자에 비탈질 타()자를 붙여서 두타산이라고 부르게 되었다고 전한다.

 

 

 

정상은 널따란 분지(盆地)로 이루어져 있는데, 올라온 반대방향에서 보면 넉넉하게 펼쳐진 암반(巖盤)으로 이루어져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정상에는 정상표지석이 3개나 세워져 있는 점이 특이하다. 또한 중앙에 세워져 있는 이정표도 다른 산에 비해 커다란 편이다. 나무들로 둘러싸여 있어 조망(眺望)이 막힌 정상에서 오래 머물 이유가 없기 때문에 금방 중심봉 방향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 정상에는 삼국시대의 석성(石城)이 있다고 하나, 잔설(殘雪)에 가려 그 흔적을 찾아볼 수는 없다. 이 산성(山城)은 신라시대에 백제군을 막기 위해 쌓았다고 전한다.

 

 

 

정상을 뒤로하고 동쪽으로 방향을 잡아 10분 정도 내려서면 갈림길(이정표 : 두타산정상 0.77km/ 돌탑 0.68km/ 두타산삼거리 0.53km)이 나온다. 오른쪽에 송신탑(送信塔)이 보이기 때문에 그쪽으로 방향을 잡는 것이 옳을 것 같은데도 선두대장은 왼편 돌탑으로 향하고 있다. 이때쯤 해서 자꾸만 고개가 갸웃거려지기 시작한다. 우리가 가야할 MBC 송신탑이 오른편에 보이는데도, 산길은 계속해서 왼편으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어느 길로 가든 나중에는 만나게 되어 있다. 다만 산행거리와 시간을 절약(節約)하고 싶다면 우측 두타산삼거리 방향으로 진행하면 될 것이다.

 

 

 

갸웃거려지던 고개는 벼루재에서 멈추게 된다. 이곳에서 산길은 오른편으로 급하게 방향을 틀고 있기 때문이다. 고저(高低)가 크지 않은 능선을 오르내리다보면 미암재 안부사거리에 이르게 된다(이정표 : 두타산정상 1.7km/ 붕어마을 9km/ 증평미암리 1.2km). 이곳에서 왼편으로 내려가면 증평 미암리에 이르게 되고, 오른편으로 내려가면 붕어마을이다. 중심봉으로 가려면 물론 진행방향의 능선으로 올라서야 한다.

 

 

 

 

 

 

미암재에서 20분 조금 못되게 올라간 봉우리도 또 하나의 갈림길이다(이정표 : 송신탑삼거리 0.84km/ 두타산정상 2.21km/ 삽사리 1.49km). 이곳 삼거리봉에서 15분 정도를 더 걸으면 MBC송신탑이 나온다. MBC송신탑의 철망을 끼고돌아 내려서면 시멘트 포장도로를 만나게 된다. 도로변에 산행안내도와 이정표(통신대 삼거리 0.63Km/ 삽사리 삼거리 0.84Km/ 삽사리 1.36Km)가 세워져 있고, 포장도로를 이용해 내려갈 수 없음을 알리는 군부대의 경고(警告)판도 보인다.

 

 

능선에는 갈림길마다 이정표와 벤치가 놓여 있다. 어쩌다 구급함(救急函)이 보이기도 한다. 진천군청(郡廳)의 사려 깊은 배려가 돋보이는 산이다. 솔향 짙은 노송(老松) 숲길을 타박타박 걷는다. 몸도 마음도 어느새 숲의 기운에 촉촉이 젖어 있다.

 

 

 

 

 

전면에 보이는 군()의 안테나기지로 향하는 시멘트포장도로를 따라 잠깐 오르다가 왼편 능선으로 올라서면 널따란 헬기장이 나온다. 둥그렇게 시멘트로 포장된 헬기장에 올라서면 시야(視野)가 활짝 열린다. 두타산 최고의 조망(眺望)처라고 할 수 있다. 안테나기지 때문에 시야가 막힌 진천방향을 제외하고는 조망이 시원스럽다. 이곳에서 다시 생거진천(生居鎭川)’이라는 유지(遺志)를 어기고 있는 현장이 눈에 띈다. 헬기장 한쪽 귀퉁이, 어떻게 보면 봉우리의 한 중간쯤에 밀양 박씨할머니의 묘()가 널찍하게 자릴 잡고 있는 것이다. ‘밀양 박씨를 우습게 봐서는 안 됩니다.’ 돌아오는 버스 속에서 너스레를 떨고 있는 곰바우산악회의 박용규회장님은 틀림없는 밀양(密陽) 박씨(朴氏)일 것이다.

 

 

안테나기지 쪽에 보이는 '모노레일 (Monorail)을 바라보고 내려가다가, 이번에는 레일을 가로지른 후에 능선으로 올라서서 산행을 이어간다. 이어서 별다른 특징이 없는 무명봉 두 개를 넘으면 안부 삼거리(이정표 : 공병대대 1.33km/ 보타사 삼거리 0.56Km/ 통신대 삼거리 1Km)에 닿게 된다. 배넘이고개이다.

 

 

 

 

배넘이고개에서는 가파른 암릉을 10분 조금 넘게 치고 올라야 한다. 모처럼 힘들여 올라간 봉우리는 그 보상을 넉넉하게 해준다. 봉우리 위에는 전망바위가 있어 조망이 무척 뛰어나기 때문이다. 발밑에는 초평저수지가 아름답게 펼쳐지고, 건너편에는 중심봉이 멋스럽게 서있다.

 

 

 

 

 

 

전망바위에서 내려와 2분 정도를 걸으면 보타사 삼거리이다. 이곳에도 어김없이 등산안내도와 이정표가 설치되어 있다.(이정표 : 보타사 1.4Km/ 두타산 정상 5.24Km/ 진천등산로 0.95Km) 하산지점인 보타사로 가려면 이곳에서 왼편으로 내려서야 하지만, 오늘 산행의 백미(白眉)인 중심봉을 다녀오기 위해서 진행방향의 암릉으로 올라선다.

 

 

보타사삼거리에서 바윗길을 따라 5분 정도 오르면 진행방향에 바위봉우리 하나가 의젓하게 서있다. 바로 중심봉이다. 설치한지 얼마 되지 않은 스텐계단을 이용해 중심봉 정상에 오른다. 오늘 두타산 산행 중에서 가장 멋진 곳이다. 수많은 낚시좌대가 떠 있는 초평저수지 뿐만 아니라 사방이 시원스레 열리고 있다. 두타산 정상에서 이어지는 능선의 선이 무척 곱다. 암릉으로 이루어진 중심봉은 사방으로 시원스레 조망이 트이고, 공들여 쌓은 듯한 2()의 돌탑들이 주변의 풍광과 잘 어울리고 있다. 오른편에 초평저수지의 물빛이 푸르고, 왼편에는 증평시가지(市街地)가 한눈에 들어온다.

 

 

 

 

 

보타사 삼거리로 돌아와서 이번에는 이정표가 지시하고 있는 방향을 향해 내려선다. 처음에는 무척 가파른 내리막길이 이어지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산길의 경사는 완만하게 변하고 있다. 중간어림에 금(禁)줄로 얼기설기 엮어 놓은 움막을 지나면 얼마 지나지 않아 대나무 숲 사이로 보타사가 내다보인다.

 

 

 

산행날머리는 탑선리 보타사(寶陀寺) 주차장

대나무 숲을 돌아서면 오늘 산행이 종료되는 보타사 앞 주차장이다. 후미(後尾)가 도착하려면 시간이 꽤 남았기에 보타사 경내로 들어선다. 대한불교 태고종 사찰이라는 보타사는 현대식 2층짜리 기와집인 요사(寮舍)와 대웅전, 삼성각, 그리고 종각뿐인 자그마한 사찰(寺刹)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