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가산(落伽山, 267m)-해명산(327m)
산행코스 : 전득이고개→해명산→방개고개→새가리고개→삿갓바위→낙가산→마애불→보문사 주차장(산행시간 : 3시간)
소재지 : 인천직할시 강화군 삼산면(석모도)
산행일 : ‘10. 12. 18(토)
같이한 산악회 : 피닉스산악회
특색 : 낙가산은 별로 높은 산은 아니지만 서쪽에 더 큰 섬이 없어 落照가 좋다고 알려진 산이다. 배를 타고 섬으로 간다는 설레임과 암릉에서의 조망이 뛰어나기 때문에 찾는 이들이 많은 편이다. 서울에서 별로 멀지도 않고, 산행 또한 힘들지 않으므로 연인들이 함께 데이트 겸해서 찾아볼 것을 권하고 싶다.
* 席毛島, 강화도의 서편 바다위에 길게 붙어있는 작은 섬으로서, 갯마을과 산이 기막히게 조화를 이루고 있는 풍광이 빼어난 곳이다. 자그마한 섬이지만 해명산과 상봉산, 상주산이라는 3개의 산을 끼고 있어서, 삼산면이라는 지명이 생기게 되었단다. 상봉산과 해명산 사이에 석모도의 명소인 낙가사가 위치하고 있다(해발 300m에 이르는 세 개의 산봉우리가 흡사 온상처럼 솟아있다고 해서 ‘자리 석(席)’자에 ‘온상 상(床)’자에 ‘갈 거(去)’자를 붙여서 ‘털 모(毛)’자를 합성, 석모도라고 부른단다.)
▼ 섬에 들어가기 위해서 들러야만 하는 江華島의 외포리 선착장
낙가산이 있는 석모도를 가기 위해서는 강화도의 끄트머리에 위치한 외포리 항구에서 배를 타고 들어가야만 한다. 서울의 도심에서 차로 1시간30분 정도 달리면 강화 본섬의 서쪽 끝에 위치한 외포리 포구에 닿게 된다. 여기서 맞은편에 있는 석모도의 석포리 선착장까지의 바닷길은 페리호를 타고 건너게 된다(10분 정도 소요). 평소에는 2척이 운항했었다고하나 오늘은 1척만이 운항되고 있었다. 아마도 연평도 사격훈련의 여파인 듯...
▼ 외포리에서 석포리까지의 뱃길은 뭐니뭐니해도 갈매기를 빼놓을 수 없다. 먹이(여행객들 대부분이 ‘외포리 선착장’에서 사가지고 온 새우깡)를 찾아 뱃전으로 날아드는 갈매기들은 도심에서는 결코 볼 수 없는 光景, 한마디로 표현해 壯觀이다. 날씨가 춥다고 선실에만 있으면 손해, 잠깐 갑판으로 나온다면 갈매기들이 연출해내는 장관을 구경할 수 있을 것이다. 事前知識이 없는 사람들도 시끌벅적한 소리에 끌려 밖으로 나와 보면, 그 시끌벅적했던 소란이, 머리 위에서 맴돌던 갈매들이, 여행객들이 던지는 새우깡을 잽싸게 낚아채가는 광경을 보며, 내지르는 소리였음을 금방 알아차리게 된다. 거기에다 조금 더 오버해 본다면, 뱃머리로 돌아가서 ‘타이타닉’을 연출해 보는 것도, 한번쯤은 해볼 만하고...
▼ 산행들머리는 전득이고개
석포리 船着場에서 千年古刹인 보문사 방향으로 가는 길목에 ‘전득이 고개’가 있다. 해명산으로 오르는 산행 들머리인 전득이 고개에는 차량을 몇 대 정도 세울 수 있는 자그마한 공터가 있고, 산행 들머리 쪽에 등산안내판이 세워져 있다. 안내판 옆 이정표는 여기서 보문사까지는 6.2Km, 상봉산 정상까지는 7.3Km임을 알려주고 있다. 산행은 전득이고개에서 11시 방향으로 발걸음을 옮기면서 시작된다. 등산로로 접어들면 초입은 나무계단, 그 다음부터는 편안한 오솔길로 이어진다. 그렇게 30분 정도 이어지는 오름길은 걷기에 별로 부담이 없을 정도로 편안하다.
▼ 緩傾斜의 오르막을 오르다보면 만나게 되는 조망바위, 오늘 산행에서 처음으로 조망이 트이는 곳이다. 이곳에서부터 좌우로 서해바다의 풍경이 열리기 시작하며, 염전과 논, 그리고 그 너머 바다가 조화롭게 어울리고 있는 風景이 내려다보인다. 아마, 경지정리가 잘 된 논처럼 반듯하게 구획이 정리된 곳이 염전일 것이다.
▼ 전망대를 지나면서부터 해명산 정상이 보이기 시작한다. 암릉으로 이루어진 정상으로 오르는 슬로프에 안전로프가 설치되어 있는 것이 나무가지 사이로 얼핏 보인다.
▼ 몇 개의 자그마한 봉우리를 오르락내리락 하다가 마지막에 밧줄이 걸린 바위 斜面을 치고 오른 후, 조금 더 힘을 내면 드디어 해명산 정상이다. 그다지 넓지 않은 정상의 한 가운데에는, 烏石으로 만들어진 자그마한 표지석이 자리를 잡고 있다. 정상에서는 사방으로 바다가 보이지만 썩 뛰어난 편은 아니다. 차라리 조금 전, 밧줄을 잡고 巖盤을 올라오면서 둘러보았던 남쪽과 서쪽 방향의 전망으로 위안을 삼는 것이 더 나을 듯 싶다.
▼ 정상에서 낙가산으로 향하는 능선에 들어서면 오르내림이 완만한 등산로, 前面 저 멀리에 상봉산이 우뚝 솟아 오르고 있다. 그리고 오른쪽으로 조금 비껴선 곳에는 낙가산이 바라보인다. 바위 세 개가 등산로 옆에 석문을 만든 곳을 지나면, 커다란 너럭바위로 된 310봉이 나온다. 뒤돌아보면 해명산 방향의 전망이 시원스럽게 트여 있다.
▼ 섬 산행의 妙味는 무엇일까? 섬 산행은 좌우로 펼쳐진 山陵을 오르내리며 사방이 트인 바다를 보며 이동하는 재미일 것이다. 이런 재미는 높은 산을 오르는 것과는 사뭇 다른 맛을 풍긴다. 이곳 낙가산은 능선에 다다르기 前인 산행초반에는 시야가 가로막혀 있기 때문에 답답하고 지루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나 능선의 전망바위에 올라서고부터는 발아래 펼쳐지는 들녘과 끝없이 드러난 서해 개펄을 눈 아래 내려다보이기 시작하면서, 조금 전 답답하고 지루했던 감정은 한순간에 사라져 버린다. 가슴 벅차오르는 장대한 자연과 함께하면서 걷다보면 저 앞에 낙가산이 보인다.
▼ 一望無際의 서해 풍경에다 엊그제 내린 눈(雪)을 더하니, 걷는 이들의 시야는 한층 즐거움을 더해준다. 만일 벌거벗은 겨울나무 가지들이, 푸르른 나뭇잎 대신 하얀 솜털 옷을 덧입고 있었다면 더 좋았겠지만, 바닷가 바람이 새었던 탓인지 나무들은 빈가지만 허공에 걸려있다. 그나마 거센 바람을 꿋꿋이 버텨낸 집념의 눈들만이, 바위위에서 그들 나름대로의 그림을 그려내고 있다. 지금은 몸서리치도록 추운 겨울.... 엊그제는 올들에 제일 추운 하루가 아니었던가.
▼ 낙가산으로 향하는 능선은 고도를 급격히 낮추면서 떨어지는 내리막길, 왼쪽에는 철조망이 계속 이어진다. 그 철조망이 어느새 오른쪽으로 바뀌었다 싶으면 곧이어 방개고개에 다다른다. 방개고개에서 오른편으로 가면 방개, 왼편은 매음리 윗말부락으로 내려가게 된다.
▼ 해명산 정상을 지나 낙가산으로 이동하다보면 간간이 바위지대를 만나게 된다. 스릴을 느낄 수 있으나 결코 위험하지는 않는 코스, 비록 아기자기한 정도이지만 300m정도 되는 나지막한 산에서는 결코 만나기 힘든 코스인 것은 분명하다.
▼ 새가리고개, 방개고개에서 등산로는 제법 가파르게 이어지더니, 바위가 흩어진 곳을 지나면서 점차 완만해진다. 낙가산 능선과 갈라지는 270봉은 잡목만 무성하다. 이곳에서 능선은 둘로 갈라진다. 직진을 하게 되면 상산초교 앞으로 내려서는 능선으로 이어지나, 이용하는 등산객들이 없어 등산로는 흔적조차 찾기 힘들다. 새가리고개는 두 봉우리 사이의 고개 안부 십자로, 지금은 그저 소수의 등산객들이 오르내리는 한적한 고개이지만, 옛날에는 좌측 매음리와 우측의 면사무소가 있는 석모리를 잇는 중요한 고갯길로서, 지나다니는 사람들로 붐비던 곳이었단다. 여기서 경사가 별로 심하지 않은 고개 몇 개를 넘으면 낙가산이다.
▼ 능선을 걷다보면 다른 산과는 다른 특징을 엿볼 수 있다. 해명산에서 상봉산으로 가는 능선에서 수도 없이 만나게 되는 바위들은 제각각 독특한 멋을 지니고 있다. 바위들이 하나로 서 있지 않고 포개져 있거나 나란히 서 있는 광경, 마치 조각가의 솜씨가 아닐까 착각이 들 정도로 잘 생긴 바위들도 보인다. 같이 산행하는 사람들과 나타나는 바위들에게 이름을 붙여주며 걸어보는 것도 나름대로 흥이 있을 것이다. 고인돌바위, 거북이바위.... 해명산에는 이렇게 怪狀하게 생긴 바위들이 많아 지루하지가 않아서 좋다. 그리고 그 바위 뒤로 펼쳐지는 시원스런 바다하며...
▼ 이따금 전망 좋은 바위와 기암을 만나는 완만한 등산로 좌측에 갑자기 큰 암반이 나타나더니 그 아래로 보문사의 지붕이 손에 잡힐 듯 보인다. 절 앞쪽 바다에는 소송도와 대송도를 잇는 송전탑이 줄줄이 늘어서 있다.
▼ 마애석불 갈림길, 완만한 능선에서, 가끔씩 나타나는 생김새가 제각각인 바위들을 감상하며 걷다보면 삼거리가 나온다. 좌측은 마애석불과 보문사로 내려가는 길이고, 우측 암릉길은 낙가산과 상봉산으로 이어진다. 그러나 좌측 길은 철조망으로 몇 겹을 둘러서 사람들의 출입을 禁하고 있다. 아마 보문사의 출입조건인 ‘문화재관람료 1천원’이 원인이 아닐까? 여기서 앞에 보이는 로프를 잡고 암반에 올라서면 눈썹바위, 이정표에는 눈썹바위를 지나서 보문사로 내려가라고 표기되어 있다. 어디서 내려설까? 결정을 나중으로 돌리고, 우선은 눈앞의 거대한 너럭바위 위로 냉큼 올라서고 본다.
▼ 보문산 정상인 눈썹바위, 우측 암릉길에 설치되어 있는 로프를 잡고 올라서면 능선 전체를 덮고 있는 거대한 너럭바위 위이다. 이 너럭바위 아래에는 마애석불이 있는 눈썹바위가 있으며, 강화 8경의 하나인 서해낙조를 감상하는 최고의 전망대이기도 하다. 보문사와 주차장, 상가지역이 내려다보이고, 그 너머로 소송도와 대송도가 햇살이 찬란한 파도위로 넘실대고 있다. 보문사의 뒷산인 낙가산(235m)은 우선 정상석이 없기 때문에 정상인지 알 수가 없다. 해명산과 상봉산을 잇는 주능선 상에서 낙가산 정상은 큰 의미가 없는 능선상의 한 지점일 따름... 굳이 정상을 찾는다면, 우산 같은 거대한 바위로 덮여있는 바위사면인 눈썹바위가 정상일 것이다. 정상에 서면 북서쪽으로 상봉산으로 이어지는 산줄기가 한눈에 들어온다.
▼ 눈썹바위와 마애석불, 철조망을 넘어, 나뭇가지에 ‘산악회 리본’들이 덕지덕지 붙어있는 왼편 내리막길로 내려선다. 이 길이 마애불에 가장 가깝게 접근할 수 있는 지름길이다. 가파른 내리막길 급경사 바위를 내려가면 모노레일이 보이고, 오른편에 눈썹바위와 마애석불이 보인다. 모노레일을 넘어 조금 더 내려간 다음, 만나게 되는 돌계단을 따라 오른편으로 오르면 마애석불을 볼 수 있다. 마애석불에서 보문사 방향을 내려다보면 망망대해가 펼쳐지고 있다.
▼ 보문사 마애석불좌상, 낙가산 중턱의 일명 눈썹바위 아래에 조각한 것으로 일제시대 때, 금강산 표훈사 주지 이화응과 보문사 주지 배선주가 새겼단다. 불상 뒤의 둥근 빛을 배경으로 네모진 얼굴에 보석으로 장식된 커다란 보관을 쓰고, 손에는 세속의 모든 번뇌와 마귀를 씻어주는 깨끗한 물을 담은 정병을 든 관음보살이 연꽃받침위에 앉아 있다. 얼굴에 비해 넓고 각이진 양어깨에는 승려들이 입는 법의를 걸치고 있으며 가슴에는 커다란 ‘卍’자가 새겨져 있다.
▼ 普門寺, 마애석불좌상에서 西海의 전망과 헤어짐을 아쉬워하며 잘 다듬어 놓은 돌계단을 따라 내려서면 보문사에 이른다. 보문사는 신라 선덕여왕 때(635), 희정스님이 창건한 절로서 ‘남해 보리암’, ‘낙산사 홍련암’과 함께 우리나라 3대 관음도량이며, 양양군에 있는 낙산사와 함께 海水觀音祈禱道場의 하나이다. 또한 강화도에서는 전등사, 정수사와 함께 ‘3대 古刹’로 꼽고 있다. 새벽 동틀 무렵에 듣는 절 앞바다의 파도소리와 눈썹바위의 마애관음보살상은 江華八景에 드는 名勝으로 꼽히고 있다. 보유 문화재로는 자연적으로 형성된 석굴에 만든 감실과 절 뒤편 절벽에 새긴 마애석불좌상이 지방유형문화재로 지정되어있다.
▼ 앞바다에서 건져올렸다는 불상 형상의 돌을 모신 석실(내부는 촬영이 금지되어 있다), 오른편에 살짝 보이는 나무가 인천시 기념물 제17인 향나무이다.
▼ 산행날머리는 보문사 駐車場, 보문사에서 콘크리트 포장도로를 따라 약 100m정도 내려가면 일주문이 보인다. 일주문에서부터 이어지는 집단시설지구(음식점)를 빠져나오면 오늘 산행이 마감되는 주차장이 보인다. 일주문에서 장터까지 좌우로 늘어선 음식점들의 호객행위는, 그냥 지나갈 수 없을 정도로 적극적이다. 음식점이 끝날 즈음, 길목에 인근지역 주민(대부분 할머니들)들이 坐板을 벌리고 있는 조그마한 장터를 볼 수 있다. 지나가는 사람들을 부르는 할머니들의 주름살 속에서, 점점이 스며있는 우리네 이웃들의 일상이 떠올라 정겹기까지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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