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달산 (1236m)


백두대간의 소백산과 태백산 사이의 대간 조망이 좋은 산으로,

박달령에서 남쪽 갈곶산으로 이어진 부드러운 구릉은 산행하기 수월하다.

또한, 아름다운 계곡을 품고, 각종 나무들이 줄을 서 있어 산세가 우아하다


오산행코스 : 오전약수-박달령-선달산-늦은목-생달마을(산행시간 : 5시간)

 

함께한 산악회 : 안전산악회

 

특징 : 밋밋한 육산으로 산행은 편하나, 대신 숲으로 인해 조망은 없다

봉황산을 통과하여 부석사로 하산하는 길은 막혀있으니 주의...

땡중들(스님들이 산 입구를 막고 근거도 없는 입장료를 챙기는 이후로는 땡전을 챙기는 스님들이라 해서 난 이들을 땡중이라 부르고 있다)이 부석사 진입을 못하게 막고 있단다  

 

산행들머리는 오전약수에서

풍기IC를 나올 때부터 간간히 내리기 시작한 빗줄기는 어느새 굵어져 소나기로 변해 있다

 

오전약수 

보부상에 의하여 발견된 약수로 옛적 조선 제1의 약수로 알려졌으며,

탄산약수의 특징인 톡 쏘는 물맛으로 위장병과 피부병에 효염이 있단다

풍기군수 주세붕(백운동서원 설립자)은 마음의 병을 고치는 좋은 스승에 비길만하다고 극찬...

한가로운 주변마을과는 달리 약수터앞은 음식점이 꽉 들어찬 관광지로 변해 있다

 

임도길을 잠시 걷다 우측 산길로...

굵은 빗줄기에 더욱 짙푸러진 숲속길은 골바람에 나뭇잎을 가날픈 소리를 내며 흔든다.


완만하게 오르는 산길을 간간히 들꽃들과 눈을 마주치며 오르니

박달령 이정표가 반기는가 싶더니, 어느새 우측으로 낙엽송숲이 하늘을 가린다. 등 뒤에서 바람이 땀을 식혀주고, 어느새 비내리기를 멈춘 짙은 구름은 하늘을 뒤덮고 있다.  

 

박달령은 선달산과 옥돌봉 중간위치에 있는 고갯마루로

과거에는 강원도와 경상도를 넘나드는 보부상들이 시나브로 통행을 하였던 곳이다. 이제는 성황당과, 백두대간 안내판이 세워져 백두대간을 찾는 산꾼들의 쉼터노릇을 하고 있다.

 

박달령의 성황당

 

고도가 높은 선달산구간 등산로는 부드럽고 아늑하여 걷기 좋으며

이름 모를 꽃들은 백두대간 하늘길 내내 함께하며 자신의 아름다움을 뽐내고,

짙은 녹음과 고산의 숲이 발산하는 맑고도 그윽한 향기는 온몸을 정화시켜 준다. 아름드리 신갈나무 숲속에 쭉쭉 뻗은 춘양목은 가는 길 내내 운치를 더하여주고...

 

좌측에서 밝은 빛이 비춰드니 대간이 서남쪽을 향하고 있다는 증거다.

여인의 속살을 탐하듯... 빛살은 부드러우면서도 빨려들듯이 숲속을 파고든다.

 

오전까지 비가 내렸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하늘은 깨끗하고 맑기만 하다.

조망이 없다하여 결코 지루한 구간이 아니다.

잠깐 일상에서 벗어나 자연과 하나 됨을 느껴보는 기회로 삼으면 어떨가?

 

키 큰 신갈나무와 상수리나무가 터널을 이루며 하늘을 가리고,

그 속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운의 신선함에 나도몰래 길게 심호흡을 한다.

말로 형용할 수 없는 상쾌하고 신선한 향기가 폐부 깊숙이 스며든다.

 

물푸레나무과 층층나무, 물박달나무가 많이 자생하고 있는 곳으로

지루해야할 구간이 그렇게 느껴지지 않음은 삼림욕효과 때문이 아닐까?

걸어도 걸어도 아늑한 숲길이다.

 

 

물이 부족할 것 같으면 아래쪽에 있는 옹달샘으로 내려가면 된다.

 

나뭇잎이 떨어져 지저분하겠지만, 물이 계속 흐르니 걱정하지 말 것!

'산중의 짜릿한 물맛’ 오랜만에 하늘 길 밟던 시절 느꼈던 입맛을 다셔볼까나?

 

선달산 정상

잡목을 베어내어 조망이 트이게 했으나 구름에 둘러쌓여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주위 경관도 별로다. 신선이 놀았다 하여 선달산이라 했다는데 신선이 놀만한 장소는 아닐 듯 싶다. 아마, 날이 좋더래도...

 

정상에선 보이느니 이름모를 들꽃들 뿐... 

 

'고삐 한번 늦춰주질 않고 헐떡이게 만드는 오름길'

늦은목이 고개에서 선달산 정상을 오르는 길은 가히 죽음의 루트라 부를만하다. 주위에 늘어선 진달래 군락은 꽃피는 봄날 이곳을 찾는다면 조금은 낫다며 우리에게 귀엣말 하는 듯... 

 

늦은목이

나무들은 저마다의 이름표를 달고 자기를 알아주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영주국유림관리소에서 많은 관심과 애정을 백두대간을 위해 쏟아놓은 흔적이 뚜렷하다.

 

부석사를 가려면 다음  봉우리인 갈곶산에서 대간을 벗어나 봉황산으로 방향을 잡아야 한다. 그러나, 땡중들이 등산로를 막고 있다하니 어쩌랴... 아쉬운 마음을 접고 생달마을로 발걸음을 옮긴다.

 

왕바우골

생달마을은 두개의 골짜기가 달 같이 생겼다해서 쌍달마을이라 불리웠고,

오랜 세월이 흐르면서 생달마을로 변하게 되었을 정도로 계곡이 유명한 곳이다 

 

하류로 내려가면서 물길은 점점 거세지면서 이름없는 폭포들을 만들어 낸다

 

폭포의 진화 #2, 이젠 제법 거센 소용돌이를 만들어 내고...

 

생달마을 끄트머리의 합수곡

계곡은 진화하여 이젠 어엿한 냇물을 이루고, 곳곳에 비경을 만들고 있다

 

가을은 어느새 우리 가까이에...

하산길 만난 억새들이 어느새 꽃을 활짝 피운 채 잠깐 쉬어가라며 산꾼들을 유혹한다 

 

 

하산길 임도 주변엔 삼나무가 키큰 위용을 자랑하고

 

와~~

몇번인가 영국출장을 갔었지만... 런던, 맨체스터 등등 늘상 출장지에서만 머물다가, 언젠가, 워드워즈의 생가를 들러보고파 힘들여 짬을 내어봤던 글라스미어 지방의 원더미어 호수...

내셔널 트러스트라는 단체에서 18세기 모습 그대로 보존하고 있는 워즈워드 생가보다도, 난, 하룻밤을 묵으며 거닐었던 호숫가에 더 의미를 두고 있다..이곳에서 옛 추억을 되살리는 호수를 만나다니....

 

그때, 원더미어 호숫가에서 난 그 호젓함에 가슴을 떨며 울먹이고 있었다 

그 울렁거림에 나도몰래 저수지 물에 손가락 끝을 담가본다... 앗! 차거~~~

 

호숫가에서 바라본 선달산

어느새 비는 그 생명을 다하고, 마지막 숨가뿜을 산봉우리에서 내뱉고 있다

 

귀경길엔 소수서원(사적 제55호)을 찾는 호사를 누려본다

중종 37년 풍기군수 주세붕이 고려의 유현(儒賢) 安珦의 祠廟를 세우고 백운동서원을 설립, 명종 5년 이황이 풍기군수로 부임, 조정에 상주하여 소수서원이라는 사액(賜額)과 사서오경 등의 내사(內賜)를 받게 되어 최초의 사액서원이자 공인된 사학(私學)이다.

 

소수서원 앞을 흐르는 계곡 건너편에 위치한 정자

산과 물을 어우르는 절묘한 위치... 설마 선비님들이 공부는 안하고 풍류만 즐긴건 아니겠지? 

 

선비촌

입구에 주욱 늘어선  건물들은 지나는 과객 노잣돈 털어먹기 딱이다

 

뒷 건물은 박물관

 

귀경길 떠나는 과객을 배웅이나 하려는 듯,

서원 뒷산 봉우리 걸린 구름은 하이파이브 모형의 용트림을 하고 있다

 

추적추적 내리는 비에도,

더없이 푸른 하늘과, 회색빛 높게 떠 흘러가는 쪽빛 구름도

창가에 투명하게 비치는 햇살과, 바람을 타고 흘러 들어오는 코끝의 라일락 향기도, 그 모두가 다 내 품어야 할 유혹임을...그리고 내 마음의 반란임을...

 

사람이 그리워지고 사람을 만나고픈 그런 나이임을 솔직이 인정하고...

사람의 향기가 그리워 난 어진 사람들이 찾는 산을 찾는다. 내 사랑하는 사람의 손을 꼭 잡고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