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산(봉) (1,052m)


산행코스 : 알프스 스키장→마산→병풍바위→대간능→대간령(큰새이령)→마장터→물굽이 계곡→흘리 (산행시간 : 5시간10분)


소재지 : 강원도 고성군 간성읍, 토성면과 인제군 북면의 경계

산행일 : ‘09. 7. 11(토)

함께한 산악회 : 숲향산악회


특색 : 알프스스키장에서 산행을 시작하기 때문에 정상까지의 거리가 1.2Km, 급경사라 힘은 들지만 짧은 시간 안에 정상에 도착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물굽이 계곡의 아름다움에 반해 물놀이를 겸할 경우, 자신도 모르게 너무 많은 시간이 흘러가버릴 수도 있으니 주의가 필요

  

 

산행 들머리는 진부령에 있는 알프스 스키장

제철이 아닌지라 텅 빈 건물에 보수를 위한 자재들이 어지럽게 널려있다.  산행을 시작하려면 리조트 차단벽 안으로 들어서야 한다.   

   

 

본격적인 산행은 리조트 건물 옆에 설치된 등산 안내지도 뒤로 난 등산로를 따라야 한다. 어느 몰상식한 사람들이 슬로프 가장자리 철조망을 뚫어 놓았으나, 산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는 아니될 말이다. 仁者樂山이라는 말이 그냥 생긴 건 아닐 것이니까.

 

 

아마 초보자 교육 슬로프인가 보다. 가장자리에 안전보호장치가 없는 것을 보면... 이곳을 지나면 중급코스 정도의 슬로프 곁을 지나게 된다. 슬로프의 보호철망을 따라 걷다보면 눈살을 찌뿌리게 만드는 광경을 만나게 된다. 보호철망에 사람이 통과할 정도로 구멍을 뚫어 놓은... 그 구멍 옆엔 수많은 산악회 리본들이 바람에 나부끼고 있었다.

 

 

잠시 물 한모금 마시며 한숨을 돌린 다음 다시 산길을 오른다. 초록빛 나뭇잎은 한층 더 짙어진다. 능선엔 가지런한 산죽... 사이로 난 작은 오솔길을 따라 떡갈나무와 상수리, 박달나무, 그리고 이름 모를 수많은 나무들... 

마산의 산신령님은 심술쟁이인가보다. 이토록 인간들을 놀리다니... 겨우 정상에 도착했나보다고 한숨을 놓았더니 등산로가 좌측으로 방향을 잡으면서 저만치에 더 높다란 봉우리를 선보이고 있다. 다시 한번 죽을힘을 다해 새로운 봉우리에 올랐더니 이번엔 우측으로 방향을 틀면서, 또 하나의 높다란 봉우리가 우리에게 어서오라고 손짓하고 있다. 휴~~ 높이와 경사도 장난이 아니다. 죽었다...

 

 

 

마산의 정상 못 미쳐 삼거리 이정표

정상은 이곳에서 좌측으로 약 3분정도 더 가야한다. 병풍바위로 가려면 이곳으로 다시 돌아와서 이정표가 지시하는 남쪽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  

 

 

 

마산(봉) 정상

거리 이정표에서 좌측으로 올라서니 남한의 백두대간 봉우리 중 마지막인 ‘마산’이 나온다, 정상에는 표지석 대신 안내판이 깔끔하게 설치되어 있다. 지금은 향로봉까지 백두대간을 이을 수 있다고 하나. 내가 다녀온 바로는, 능선이 아닌 군사도로로 갈 수 밖에 없으니 큰 의미는 없다.  갈 수 없는 능선을 슬픈 마음으로 한동안 쳐다본다.

 

마산은 백두대간의 남한 쪽 분단이다. 강원도 고성군 간성읍과 토성면의 경계에 위치하고 있는데 북으로 더 이상 나가지 못하고 있어 아쉬운 마음이 들 수 있다. 마산 정상에서는 북측 산이 가깝게 다가온다. 작은 능선 두어 개만 넘으면 금강산이니 당연... 언젠가 새이령 건너편 신선봉인가? 어디서 ‘금강산 신선봉’이라고 적힌 걸 본적이 있다. 맞는 표기다. 금강산 1만2천봉 중 제일 남단에 위치한 봉우리가 저 신선봉이니까...

 

 

마산에서는 날씨가 좋을 경우 향로봉, 비로봉을 비롯한 금강산 연봉까지 어슴푸레하게 볼 수 있다. 그러나 오늘은 가스가 자욱, 시계는 제로에 가깝다. 북쪽의 봉우리 하나도 제대로 가늠해 볼 수 없으니 안타깝기 그지없다

 

 

마산에서 병풍바위로 가려면 급경사 내리막길을 내려서야 한다. 초반에는 바위가 간간히 박힌 너덜지대이나, 어느 정도 내려서면 전형적인 육산으로 바뀐다. 길옆에는 참나물과 곰취가 간간히 보인다. 참 이 산에는 더덕이 없는 듯, 산행 내내 그 향을 느낄 수 없었다.  

 

 

병풍바위

입구 근처 삼거리에 우측으로 진행표시지가 놓여있고, ‘다녀오세요’라는 글귀가 적혀있다. 표시방향으로 잡목 몇 개를 헤치고 들어서니 시야가 확 트인다. 병풍바위에서 북쪽으로 우리가 방금 지나온 마산봉이 말의 잔등처럼 긴능선으로 다가서고, 남쪽으론 멀리 신선봉이 고고한 모습으로 서있다. 병풍바위 정상 앞은 낭떠러지기 때문에 위험하다.

 

 

병풍바위를 건너편에서 바라보면 바위정상으로부터 좌우가 병풍처럼 둘러져 있고 수십 길의 절벽으로 되어있다. 구태여 확인할 필요는 없다 너무 높아 위험하니까... 저 멀리 신선봉 너덜지대가 아스라이 바라보인다.  

 

 

신선봉

금강산 일만이천봉 중 가장 남쪽에 위치한 봉우리이다. 미시령을 사이에 두고, 설악산의 황철봉과 마주보고 있는 봉우리로서 자연 휴식년 지역으로 묶여있어 통행을 제한하고 있다(대간령에 통행제한 안내판이 설치되어 있다),

 

 

병풍바위를 지나면 신선봉 방향으로 급경사 내리막길이 이어진다. 그것도 꽤 길게... 맞은편에서 올라오는 사람들을 자주 만나게 되는데, ‘마산까지 얼마나 남았느냐’고 물어보는 걸 보면, 길게 이어지는 오르막길이 많이 힘드나 보다. 등산로는 흙길... 온순해서 그나마 다행이다. 

급경사 내리막길을 지나면, 완만한 안부를 따라 길게 내려간다. 이곳은 3월경이면 보랏빛 얼레지 꽃이 밭을 이루는 곳이다. 긴 능선을 따라 내려서다 갑자기 작은 산을 만나는데 너덜지대로 이어지는 이곳은 언제나 변함없이 바람이 세차게 부는 곳이다. 겨울철에는 힘들겠지만 오늘같은 무더운 여름날에는 더할 나위 없이 고마운 곳이다. 이마에 흐르던 땀방울을 아니온 듯 훔쳐가 주니까...

 

 

지도상의 암봉

정상은 리본이 여러개 달린 오래된 군 벙커가 있다. 널따란 암반위에서 점심을 하고 계시던 등산객 몇 분이 한 숟가락이라도 같이 나누자고 권한다. 말씀은 고맙지만 우린 이미 병풍바위에서 준비해온 도시락을 먹어치워버린 후다. 주위는 커다란 바위들이 얽히고설킨 너덜지대... 

 

 

녹음이 짙은 산 숲을 걷는다. 집사람과 함께 하는 산행의 즐거운 덕분인지 내딛는 발걸음은 한없이 가볍고, 들이쉬는 공기에 상큼함이 진득하니 묻어 나온다

 

 

암봉은 왼쪽부터 신선봉, 상봉, 황철봉, 대청, 중청, 귀때기청봉, 그리고 북쪽으로 향로봉과 금강산, 지척에 마산이 한눈에 조망되는 훌륭한 전망대이다.  

한참 산을 걷다 문득 뒤돌아보면, 초록빛 능선들이 나를 따라 산정으로 오르고 있는 착각이 들 때가 있다. 아름다운 산릉들이... 그리고 초목들이 나를 향해 함성을 지르며 달려오고 있는 것이다. 그때야 비로소 산에 내가 있음을 느낀다.

 

 

산, 그것만으로도 난 기분이 좋다. 엊그제 내린 소나기로 더 촉촉해진 풀잎엔 풋풋한 내음이 더욱 짙게 드리우고, 싱그러운 향기가 더욱 상쾌하게 느껴지는 7월...  

산에 들면 神仙... 난 높은 산에 올라 호젓한 등산로를 걸을 때, 간혹 탈속한 듯한 기분이 들 때가 있다. 그러다 하산은 다시 환속... 오늘 나는 또 다른 세상을 살다가 현실로 되돌아 가게 되는 것이다. 이것이 힘겨운 산행이 내게 주는 즐거움이라고나 할까?

 

 

암봉에서 툭 트인 조망에 감탄하다가, 지루해질 때쯤 까탈스런 너덜지대를 지나 내려오면 대간령(새이령)이다 급경사 오르막을 죽을힘을 다해 오르다보면 저만큼 봉우리 위에 푸른 하늘이 보일 때가 있다. 그것은 정상에 도착했다는 시그널이다. 그 때의 희열이란...,  그 희열에 대한 기대가 있기에 힘듬을 참고 산을 오르는 것일 것이고, 그 희열은 그동안의 고생을 보상하고도 남음이 있을 것이다.

 

 

 

암봉의 밑자락은 커다란 바위들이 도열을 하고 있다.

쌓여 있기도, 또한 서 있기도 한다. 그러나 어느 것 하나 홀로이지 않고, 여럿이 함께 도열해 있다. 이게 바라 우리가 소망하는 어울림의 세계가 아닐까?  

 

 

너덜지대를 조심스럽게 내려서서 뒤돌아 보면 쉴 새 없이 불어대는 세찬 바람에 힘겨운 듯 서북쪽으로 등을 돌리고 늘어선 나무들의 모습에서 끈질긴 생명력과 억척스런 삶의 현장을 엿볼 수 있다. 

 

 

저 건너 바위위에서 사이좋게 마주앉아 점심을 먹고 있는 중년의 한쌍... 도란거림이 여기까지 들리는 듯, 그 모습이 한 폭의 풍경화인데, 지금 내 곁엔 세상에서 하나뿐인 내 사랑까지 있으니, 이보다 더한 행복 어디에 있을까?

 

 

좋다. 그저 난 좋다. 내 일상에서 찌든 때를 떠나온 세속에 벗어놓고 이렇게 하늘에 닿아 있는 산길을 걷는다. 그 자체만으로도 내게 작은 기쁨이고 즐거움이다.

 

 

너덜지대를 지나면 길은 또다시 순탄해진다. 마치 양탄자 위를 걷는 것처럼... 간혹 길가의 다래넝쿨이 앞길을 막지만 푹신푹신한 길이 고맙기만 하다. 길섶의 산나리 꽃이 여기까지 오느라 고생했다며 반겨준다. 

 

 

온갖 야생화가 만발한 등산로 주변은 굴참나무, 단풍나무 등이 숲을 이루고, 나무 밑 음지에는 산나물들이 많이 보인다. 곳곳에 멧돼지 가족들이 산 전체를 아예 개간이라도 하려는 듯, 온통 헤집어 놓았다.  우리 집사람 행여나 멧돼지를 만날까 두렵단다.

 

 

길은 낮은 경사지와 평지를 반복한다. 주변에는 고사리나 참나물 등 산나물이 많고, 여기저기 이름모를 야생화들이 천국을 이루고 있다, 

 

 

 

대간령(큰 새이령)

마산과 신선봉 사이에 있는 고개로서, 진부령과 미시령이 생기기 전에는 영동과 영서를 잇는 중요한 고개였으나 지금은 희미한 옛길로 남아있다. 평평한 지대로 팽나무 비슷한 나무가 서 있는 게, 옛적에 주막이 있었다는 물증??   옛 선인들이 이곳을 지나며 쉬어가던 원집터, 그 숨결이 지금도 전해지는 듯한 그곳엔 어느 등산객이 세워놓았는지 초라한 이정표가 우릴 맞고 있다. 조금 초라하면 어떠리... 찾는 이들은 감사할 따름이다.

 

   

 

 

 

우리가 바라는 삶에서 가장 행복한 마음이란 바로 이런 때가 아닐까? 호젓한 산길, 나무로 둘러싸인 숲에서는 피톤치드가 무한정 넘쳐흐르고, 저 건너 참나무에 내려앉은 새들은 쉴 새 없이 속삭인다. 서서히 또 서서히 즐기면서 걸으라고...  

 

 

하늘을 뒤덮은 굴참나무 숲속에서, 어둠을 털고 일어서는 풀잎엔 생명이 영글고, 엊그제 내린 빗방울이 아직도 덜 떨어져 내렸는지 간혹 무릎을 적셔주고 있다.  

 

 

 

대간령 바로 밑에서부터 시작되는 계곡에 들어서면 유리처럼 투명한 물길이 끝없이 이어진다. 산 정상과 계곡 초입의 표고차가 겨우 200m. 신선봉 등산로를 제외하고는 가는 길이 힘들지 않다.  물굽이 계곡은 커다란 특징은 없지만 아래쪽을 군부대가 가로막고 있어 사람들이 뜸하다. 덕분에 한적한 시간을 보내기 원하는 사람들에게는 딱 좋다.

 

 

물굽이계곡

미시령 북쪽의 신선봉과 마산 사이에 있는 계곡. 겨울에는 눈이 많이 내려 설피를 신고 다닌다는 흘리마을이 바로 옆에 붙어있다. 신선봉으로 이어지는 계곡을 따라 활엽수림이 빽빽하게 들어차 있어 가을이면 단풍잔치가 벌어진다. 

     

  

  

 

길가 우거진 숲과 여울지는 청명한 물소리... 옛날 옛적, 이 고개를 넘나들던 사람들의 느꼈을 풍취를 더듬어 본다. 아니 그들은 결코 풍취가 아니었을 수도 있겠지만...   

 

 

고요한 숲속에 이름모를 산새들의 울음소리만이 정적을 깨드린다. 바위 굽이를 돌아 흐르는 물소리는 별개이고...  '이왕에 버린 몸' 계곡을 건너다 미끄러져 물속에 잠겼다 나온 집사람, 이젠 신발도 벗지 않은 채로 성큼성큼 계곡을 건너버린다

 

 

개울 따라 마장터로 내려가는 계곡의 양 옆에서는 가끔 미끈한 황장목들을 만날 수 있다.  

또는 금강송이라고도 부르는데 이는 '금강산 소나무'의 줄임 말,,, 봉화에서 나 황장목이 춘양역에서 집결했다가 전국으로 팔려나간다고 해서 '춘양목' 미인처럼 쭉쭉 잘 빠졌다고 해서 '미인송'이라고도 부르고 있으니 입맛에 맞게 골라 쓸 수 있다.

 

 

마장터에 들어서면 억새지붕을 이은 낡은 귀틀집을 볼 수 있다.

마장터의 널따란 공터 한 귀퉁이엔 깔끔한 집 한 채(주인은 백승학씨라는데 만나볼 수는 없었다)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이곳을 감안할 때, 한 켠에 설치된 판들은 아마도 전기를 생산하기 위한 태양열 집열판이겠지?? 옛날엔 이곳에 20여호 정도의 주민들이 살았었지만, 외진 곳이라서 지금은 단풍철에도 사람이 붐비지 않아 호젓하다.

 

 

왼편으로 난 소로를 따라가 본다. 최근까지 화전민촌이 거주했다는 조그만 귀틀집 두 채가 보인다. 지붕을 파란 비닐 천으로 감싼 인적이 끊긴지 오래인 듯, 빈 집만 덩그라니 보이고, 한편엔 꿀을 채취하려는 듯 꿀벌 통 서너 개가 늘어서 있다. 보잘 것 없는 집이지만 귀틀집을 구경하고 싶은 사람들이 간혹 찾아간단다. 나도 역시..

 

  

새이령 계류와 흘리 계류가 만나서 물굽이계곡을 만들고 매자봉 물줄기를 만들어 소양강의 상류인 북천을 이룬다. 이 곳 사람들은 합수(두물머리)를 ‘합수베리’라 부른다. 계곡을 내려가다 이끼 덮인 바위틈에서 쪼르륵거리며 흐르는 물을 두 손으로 가득 담아 벌컥벌컥 마셔본다. 배속을 휘젓는 청량감이 좋다. 저절로 나오는 휘파람.... 휘리링~ 휘이링~~

 

 

마장터를 지나 계곡을 가로질러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면 계곡 옆으로 토끼길 같은 숲길이 이어진다. 아직 사람들이 잘 다니지 않는 길이라서 길 찾기가 쉽지 않다. 고개를 숙이고 우거진 숲을 지나는가 하면 표시가 잘 나지 않은 계곡을 따라 걷거나 가로 질러야 하는 산길이다. 

 

 

물굽이계곡의 합수지점에서 흘리계곡으로 접어든다. 완만한 경사의 등산로는 계곡 따라 희미한 소로로 나타났다 없어졌다 희미하게 이어진다. 흘리계곡은 물굽이 계곡 보다 수량은 적지만 협곡안에 작은폭포와 소, 암반 등의 경관이 범상치 않다. 다만, 물은 흘리의 생활하수가 흘러 내려온 탓인지 빛깔이 흐리다.  

 

 

합수베리에서 물굽이계곡과는 이별을 해야만 한다. 군부대의 사격장이 버티고 있어 위험하기 때문... 계곡을 계속 걷고 싶다면 여기서부터 흘리계류로 접어들어야 한다.  

 

 

신선봉과 대간령에서 흘러내려 오는 물이 잔잔하게 흘러 아름다운 물굽이를 만든다. 계곡 풍광이 아침가리 계곡과 비슷하다. 곳곳에 작은 소와 와폭, 여울이 져 흘러 요란하지 않으면서, 호젓한 계곡 트레킹을 하기에 딱 좋은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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흘리 계류와 새이령 계류의 양 쪽 물줄기가 대조적이다.

새이령물은 옷추럼 투명하나 흘리계곡물은 시커멓게 오염되어 있어 두물이 만나는 물굽이물까지 혼탁하다. 바깥 흘리에 거주하는 주민들의 폐수로 인한 것으로 보이는데 스키장이 개장되고 나면 얼마나 더 오염이 될까?  흘린 땀도 씻을 겸 냇가로 내려서 보지만, 흐린 물에 물속으로 들어갈 엄두를 내지 못하고 다시 되돌아 나오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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흘리로 회귀하는 물굽이골은 비교적 가파른 산길, 가끔 습지가 나타나 발길을 잡는다. 그러나 머리 위를 짙은 숲이 둘러싸고 있어 산행하기에 안성맞춤이다. 야생동물의 주 이동로인지 간혹 멧돼지 등의 야생동물들이 곳곳에 먹이를 찾기 위해 흙을 파헤쳐 놓은 흔적이 보인다. 

언제나 습기가 많아서인지 중부 산간지방에 서식하는 야생 식생대가 군락을 이루고 있다. 이름 모를 앙징스런 하얀 꽃, 생소한 나무들... 생경한 식물들이 지천으로 널려 있다.  

  

 

 

산행날머리인 흘리로 나가는 시멘트 길

오랜 세월 숙성시킨 맑은 이슬이, 풀잎에 맺혀있던 물방울처럼 소리 없이 흘러내려 떨어지던 날, 난 삶을 휘둘러 나가던 속도를 잠깐 멈추고 자연에 안겨보았다. 아 물소리...  

송화 가루 떨어진지 오래지만, 연초록의 물굽이로 도는 지난세월 아쉽다 운다. 칠월의 푸른 물굽이에 나는 오늘 내 마음의 짐을 자연 속으로 날려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