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자분수령(山自分水嶺)' 산이 곧 분수령이다.
산은 물을 넘지 못하고, 물은 산을 건너지 않는다."
한반도의 등뼈를 이루는 백두대간은
동과 서를 크게 갈라놓은 산줄기임과 동시에
동해안, 서해안으로 흘러드는 강을 양분하는
역할을 합니다.
태초에 백두대간에서 뻗어 내린 산줄기들은
저마다 대간의 저력 을 닮은 모습으로 한반도 구석구석 가지를 쳤고,
그렇게
해서 대간(大幹), 정간(正幹), 13개의 정맥(正脈)을 일구어 냈습니다.
기둥 줄기인 대간을 중심으로, 10대 강을 경계 짓는 정맥들이
국토의 뼈대가 되고 있습니다.
백두산에서 지리산까지 백두대간은 1625여km에 이릅니다.
이중에 남쪽에 있는 지리산에서 미시령까지만 우리가 갈 수
있습니다.
남한의 백두대간은 지도상으로는 640여㎞ 이지만 실제거리는 1천2백여㎞에 이릅니다.
그것도 험한 산길로만 다녀야 하는 대간
종주는 산행에만 꼬박 50일이 걸린답니다.
설악산, 태백산, 속리산, 덕유산, 조령산 등 우리나라의 높은 산은 거의 다
지나간답니다.
산을 타는 이들은 백두대간 종주를 자신과의 싸움이라고 말합니다.
여름엔 뜨거운 태양과 싸워야 하고 겨울엔 영하 20도를
오르내리는 추위를 견뎌야 하며,
며칠을 가도 사람 한 명 만나지 못할 때도 있는 백두대간 종주...
그야말로 자기자신과의 싸움이
아니면 불가능한 일일 것입니다.
백두대간을 시작한지 어언 3년, 난 함백산의 턱 밑에 도착해 있습니다.
참으로 힘든 여정이었습니다. 그만 두어버릴까 생각한
것만도 여러번이었지요.
그러나 하늘길 밟기에 미친 난 또 하나의 고행길을 찾아 두리번거리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찾아낸게 13정맥중의 하나인 한북정맥...
북한의 추가령에서 시작하여 임진강의 강구에 이르는 한강 북쪽의 산줄기입니다.
백암산-적근산-대성산-수피령-광덕산-백운산-국망봉-강씨봉-청계산-운악산-수원산을
거쳐
국사봉-죽엽산-불곡산-도봉산-노고산-현달산-고봉산을 지나 장명산에서 끝을 맺습니다.
한북정맥을 시작한지도 벌써 일년이 지났습니다.
다음달에 도봉산에 도착하면 대단원의 막을 내린답니다.
임진강변
장명산까지의 나머지구간은 도시화되어 산맥으로서의 큰 의미를 잃어버렸거든요.
지난 주말에는 한북정맥을 다녀왔습니다.
한북정맥은 백두대간보다는 길이 험하지 않지만 또 다른 어려움이 있답니다.
많은
사람들이 다녀간 백두대간과는 달리, 처녀지 같은 한북엔 길이 잘 보이지 않지요.
특히 여름에는 수풀이 우거져 아예 길이 보이지 않는 곳도
많답니다.
지도와 나침반, 그리고 선답자의 산행기만 들고 산행을 나서며 빌어봅니다.
산행기의 올바른 기록을요. 달랑 독도법에만
매달리기에는 어딘가 부족해서입니다.
그 기도가 부족했을까요? 엉뚱한 봉우리를 넘어갔다 다시 넘어오는 불상사가 생겼습니다.
그것도
로프에 매달려야만 산을 오르고 내릴 수 있는 험한 바위산을요.
그렇게 두시간 동안 엉뚱한 곳을 헤매고, 가시덩굴을 헤치며 걷기를 열한시간...
지금 제 얼굴과 팔다리는 온통 상처투성이입니다.
가시밭을 지났으니 당연한 일이지요.
그러나 그 고생을 하고도 난 한북정맥을 마친 후의 산행, 또 다른 고행을 찾아 두리번거립니다.
"아마 난 산에 미쳤나봅니다"
'산행 후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백두대간(조령) (0) | 2005.12.01 |
---|---|
백두대간(희양산) (0) | 2005.12.01 |
보는 것 만으로도 가슴 시린 두타산 (0) | 2004.06.25 |
아름다웠던 오월이 가버렸습니다(칠보산) (0) | 2004.06.07 |
나무아미타불...잠시라도 번뇌를 떨칠 수 있을까?(성주산) (0) | 2004.05.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