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랑길 76코스(구도항 - 팔봉초등학교)
여 행 일 : ‘25. 9. 13(토)
소 재 지 : 충남 서산시 팔봉면 일원
여행코스 : 구도항→범머리길 입구→산양포→고부레쉼터→돌이산→장구섬→팔봉갯벌체험장→팔봉초등학교(거리/시간 : 12.9km, 실제는 13.2km를 3시간 30분에)
함께한 사람들 : 청마산악회
특징 : ‘서해랑길’은 서쪽 바닷길을 말한다. 땅끝마을(전남 해남)에서 시작해 강화(인천)에 이르는 서해안의 해변길과 숲길, 마을길 등을 잇는 1,800km(109개 코스)의 걷기 여행길이다. 코리아둘레길(해파랑길·남파랑길·서해랑길·평화의길) 4면 중 가장 길며, 거치는 지자체만도 5개 광역에 기초가 26곳이나 되는 긴 여정이다.
▼ 09 : 28. 들머리는 구도항(충남 서산시 팔봉면 호리)
서해안고속도로 서산 IC에서 내려와 32번 국도로 ‘서산’까지 온다. ‘일람교차로’에서 32번 국도(대산방면 1km), ‘일람사거리’에서 634번 지방도(태안방면 10km), 오목내사거리에서 팔봉1로 옮겨 3km쯤 들어오면 ‘구도항’에 이른다. 서해랑길(서산 76코스) 안내도는 포구 입구에 세워져 있다.

▼ 구도항에서 팔봉초등학교까지 ‘호리반도’의 해안선을 한 바퀴 에돌아가는 12.9km 여정. 특별한 볼거리는 없으나 가로림만의 아기자기한 풍경을 실컷 눈에 담으며 걸을 수 있다. 참! 가로림만을 향해 툭 튀어나간 ‘곶(串)’ 전체가 팔봉면 ‘호리’라서 임의로 ‘호리반도’라고 불러봤다.

▼ 바다 건너는 75코스 시작점인 ‘청산리나루터’이다. 거짓말 좀 보태 넓이뛰기 한 번이면 닿을 것 같은 거리다. 맞다. 두 포구를 나룻배로 오가던 시절, 배가 반대편에 정박해 있으며 불러서 타고 건넜다고 한다. 반대편에서 부르는 소리가 들릴 정도로 가깝다는 얘기다. 그래서 청산리나루터는 ‘불러머리나루터’로 불리기도 했단다. 그게 세월이 흐르면서 ‘불러멀’를 거쳐 현재는 ‘불러물’이 됐고.

▼ 09 : 30. ‘범머리길’을 따라 ‘구도항선착장’쪽으로 가면서 트레킹을 시작한다.

▼ 09 : 35. 구도항 끝(선착장 초입)에 이르자 호랑이 한 쌍이 반갑게 맞는다. 이 마을이 ‘호리’임을 상징하는 조형물이다.

▼ ‘범머리’는 범(虎)의 머리를 닮은 거대한 돌출 바위산에서 유래된 마을 이름(虎里)이라고 한다. 2015년 지역 창의 아이디어 공모사업에 선정되어 가로림만 해안을 따라 3.5km 길이의 산책로를 조성했단다.

▼ 호랑이 한 쌍이 의자를 맞들고 있다. 하지만 집사람의 눈에는 고양이로 보였던 모양이다. 저렇게 귀여운 호랑이가 어디 있겠느냐면서.

▼ 안내도는 범머리길의 주요 포인트 중 하나로 ‘주먹배전망대’를 꼽고 있었다. 가는 방법은 바닷길과 산길로 나누어진다. 단 바닷길(왼쪽)은 물이 빠졌을 때만 가능하다.

▼ 범머리길 게이트 뒤로 난 산길로 들어선다. 이어서 잘 정비된 숲길을 따라 본격적인 서해랑 걷기를 시작한다.

▼ 연두곶이. 구도항 북쪽에 바다 쪽으로 툭 튀어나온 작은 산이 있는데, 그게 제비부리(燕頭)를 닮았던 모양이다. 산의 형상이 연꽃의 수술머리를 닮았다는데서 유래된 지명이라는 설도 있다. 아무튼 범머리길을 걷다보면 이런 안내판들을 곳곳에서 만나게 된다.

▼ 09 : 43. 나지막한 야산 수준인 연두곶이 걷기는 금방 끝났다. 산길을 벗어나는 곳에는 ‘스문여’라는 안내판이 세워져 있었다. 바다 가운데 있는 바위가 썰물 때만 드러나기 때문에 ‘숨어있는 바위’라는 의미로 붙여진 이름이란다. 해산물을 채취하러 갔던 스무 명의 아낙들이 밀물에 휩쓸려 모두 죽었다는 슬픈 얘기도 전해진단다.

▼ ‘스문여’의 전설에 이끌려 바닷가로 나가봤다. 하지만 물이 반쯤 빠져나간 갯벌만 눈에 들어올 따름이다. ‘조금’ 때나 드러나는 모양이다.

▼ 이곳에는 ‘구도성’이 있었단다. 구로림만으로 들어오는 해로를 관할하던 성(城)으로 1516년 경 둘레 600m의 석성을 2.5m 높이로 쌓았다고 한다. 하지만 석성은 흔적조차 찾아볼 수 없었다.

▼ 09 : 46. 바닷가를 빠져나와 도로(이정표 : 호리항 6.9km/ 구도항 0.9km)로 올라선다. 2차선 도로인데 ‘걷기 길’과 같은 ‘범머리길’을 이름으로 쓰고 있었다.

▼ 09 : 48. ‘범머리길’은 안전을 제일로 삼는 모양이다. 도로 가장자리를 따라 인도를 따로 내놓았다. 그게 어려운 곳에는 도로 밖에 데크 길을 만들었다.

▼ 씽씽 돌고 있는 바람개비가 눈을 즐겁게 해준다. 걷기 여행자들을 위한 지자체의 배려일 것이다.

▼ 도로 갓길은 5분 정도 이어진다.

▼ 09 : 53. ‘하늘바다 펜션’ 조금 못미처에서 바닷가로 내려간다. 초입의 서해랑길 이정표(팔봉초등학교 11.4km/ 구도항 1.5km)가 진행방향을 알려준다.

▼ 09 : 54. 60m 남짓 바닷가를 걷는다.

▼ ‘범머리길’에서만 만날 수 있는 안내판. 산책로(갯벌체험길)와 바닷길을 따로 표시했다. 썰물 때만 이용해 달라는 당부도 빠뜨리지 않았다.

▼ 09 : 55. 잠시 후 임도(이정표 : 호리종점 5.3km/ 구도항 1.5km)로 올라선다. 이곳에는 ‘산양포’라는 안내판이 세워져 있었다. 바다에서 바라보면 산이 산양처럼 생겼다고 해서 붙여진 지명이란다. 하나 더. 풍수에서는 호랑이 모양의 산세가 있으면 그에 상응하는 먹이가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래서 주민들은 이곳 산양포(山羊浦)가 호리(虎里)의 먹잇감 역할을 하고 있다고 믿는단다.

▼ 이후부터는 임도를 따라간다. 오르막길이지만 그다지 힘들지는 않다.

▼ 임도가 비포장으로 바뀌는가 싶더니 이내 내리막길로 변한다. 이때 눈에 확 띄는 이정표. ‘고부레 쉼터’로 가는 길을 둘로 나누고 마음 내키는 대로 가란다.

▼ 나선형의 계단이 만들어내는 곡선이 무척 아름답다. 내리막길 하나까지도 아름다움을 담아보려는 지자체의 노력이 돋보인다.

▼ 10 : 02. 잠시 후 ‘고부레 쉼터’에 닿는다. 쉼터용 정자에 벤치는 기본, 흔들의자는 덤이다. 거기다 전래동화 한 장면을 조형물로 만들어 눈까지 즐겁게 했다. 참! 정자 옆에 세워놓은 김기린의 ‘바다’와 정채봉의 ‘바다가 주는 말’ 시판도 한번쯤 읽고 갈 일이다.

▼ ‘고부레’는 고양이의 토속어 ‘고이’와 머리를 뜻하는 ‘부리’의 합성어이다. 바다를 향해 삐져나온 산세의 양쪽 곶(串)이 고양이의 머리를 닮았다는데서 유래했단다.

▼ ‘떡 하나 주면 안 잡아먹지!’ 호랑이가 사람을 해코지하다가 결국 썩은 동아줄을 잡는 바람에 수숫대 밭으로 떨어져 죽는다는 ‘해님달님’ 이야기를 조형물로 표현해 놓았다. ‘호랑이와 떡 파는 소녀상’이라는 이 조형물은 마을 주민회에서 이웃돕기 성금을 모금하기 위해 설치한 것이라고 한다. 돈 밝히는 호랑이 입에 성금을 넣어주면 된다. 주민들의 재치에 고개를 끄덕이며 간다.

▼ 갯벌에는 ‘옻샘’도 있었다. 바다 중간에서 샘솟는 민물이다. 여름에는 차갑고 겨울에는 따뜻한 물이 항상 솟아난다. 습진이나 모기 물린 곳, 옻 올린 곳을 이 물로 씻어내면 낫는다 해서 그런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 바다를 향해 툭 튀어나간 저 곶(串)이 ‘주벅배(또는 주벅녀) 전망대’일 것이다. 범머리길의 하이라이트는 주벅배전망대라고 했다. 전망대에 서면(물이 빠졌을 때) ‘주벅녀’와 ‘용난둠벙’이 보이고 그 뒤로 가로림만의 드넓은 갯벌이 펼쳐진단다. 하지만 서해랑길은 ‘주벅배’에 들르지 않는다. 아쉬운 일이라 하겠다.

▼ 아담한 방조제를 건너 반대편 산자락으로 간다.

▼ 오른쪽, 습지 너머에 민가 몇 채가 들어서있다. 호리虎里)의 자연부락 중 하나인 ‘중말’이 아닐까 싶다. 참고로 호리는 으뜸 마을인 ‘구도(구항)’를 비롯하여 중말·범머리(호두)·한살 등의 자연 마을로 이루어져 있다고 했다.

▼ 10 : 06. 화장실 옆에서 산속으로 들어간다. 이정표(호리종점 4.8km/ 구도항 2.1km)가 세워져 있으니 길이 헷갈릴 일은 없을 것이다.

▼ 산길은 상당히 가팔랐다. 그래선지 중간 중간에 쉼터를 만들어 놓았다. 읽을거리까지 갖춘 멋진 공간들이다.

▼ 첫 만남은 박목월. ‘강나루 건너서 밀밭 길을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우리 같은 걷기여행자들에게 딱 어울리는 시이다.

▼ 10 : 12. 두 번째 쉼터는 규모가 제법 컸다. 이정표(호리종점 4.55km/ 구도항 2.25km) 말고도 다양한 안내판을 세워놓았다.

▼ kakaomap에는 나와 있지 않지만 이곳을 ‘돌이산’이라고 부르는 모양이다. 돌이 유난히 많다고 해서 그리 부른단다. 빙 돌아간다는 데서 유래를 찾는 설도 있단다. 세상을 만든 마구할멈(麻姑할미의 방언인 듯)의 신화가 깃든 산이라며 옆에다 ‘마구할미터’ 안내판도 세워놓았다.

▼ 산길은 고도를 70m까지 높여간다.

▼ 이즈음 ‘우럴목’ 안내판을 만날 수 있다. 호리병 모양의 가로림만 22.4km 중 병목현상으로 된 유일한 곳으로 폭이 300m 정도 된단다. 썰물 때 물살이 거세서 ‘우럴우럴’ 소리를 내며 물이 운다고 해서 그런 이름이 붙었단다.

▼ 10 : 18. 명지금 갈림길(이정표 : 명지금← 0.1km/ 옻샘↓ 0.7km). 왼쪽으로 100m만 가면 ‘서산아라메길’의 포인트 중 하나인 ‘명지금’으로 연결된다. 하지만 서해랑길 표식은 곧장 직진하란다.

▼ 10 : 20. 임도로 내려선다. 이정표(호리종점↑ 4.3km/ 전망대← 0.6km/ 구도항↓ 2.5km)가 왼쪽으로 가면 ‘주벅배 전망대’를 만날 수 있음을 암시해 준다. 하지만 서해랑길은 맞은편 산자락으로 파고든다.

▼ 산길은 작은 오르내림을 반복하면서 이어진다. 작은 개울을 건너기도 한다. 두어 번 길이 나뉘기도 하나 이정표가 세워져 있어 헷갈릴 일은 없다.

▼ 10 : 38. 돌이산을 내려온 길은 간척지 수로 앞에서 ‘덕골 방조제’로 나간다. 둑 위로 자동차 바퀴자국이 선명한 길이 나있다.

▼ 방조제 초입. 저 바닷가를 따라 1.1km만 가면 ‘주벅배 전망대’에 이른다. 배 모양으로 된 2층 전망대로 주위에 먹빛 바위들이 널려있다고 한다. 바위 밭에 큰 기둥을 세우고 어망을 설치했던 데서 ‘주벅녀(주벅을 세운 바위)’란 지명을 얻었다. 어망의 정식이름이 ‘주목망’인데 이게 ‘주벅’으로 변했다는 것이다. 전망대 주변은 바다를 감상하며 산책할 수 있도록 데크 길이 나있다.

▼ 안내도는 이 구간을 썰물 때만 이용할 수 있는 ‘바다길’로 소개하고 있었다. 문득 ‘돌이산’을 오르내릴 게 아니라 ‘고부레쉼터’에서 바닷가를 따라 이곳으로 왔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마침맞게 썰물 때 이 구간을 걷고 있으니 말이다. 그랬더라면 ‘범머리길’ 최고의 명소로 꼽히는 ‘주벅배 전망대’를 놓치지 않았을 게 아닌가.

▼ 물이 빠져나간 가로림만은 이제 바다가 아니다. 시커먼 갯벌이 끝도 없이 펼쳐진다. 갯벌에는 500원짜리 동전 정도나 되는 게들이 바글바글하다. '농게'일 것이다. 그놈들, 동작이 어찌나 빠른지 발걸음 소리에도 순식간에 사라져 버린다. 모두 개구멍 아닌 게구멍을 하나씩 갖고 있어 그곳으로 재빨리 몸을 숨긴다.

▼ 가을 기운이 완연해진다는 ‘백로(白露)’가 6일 전에 지났다. 그러니 지금은 고된 여름 농사를 다 짓고 추수까지 잠시 일손을 쉬는 때이다. 서서히 고개를 숙여가고 있는 간척지의 저 벼들이 그 증거이다.

▼ 진행방향에는 ‘장구도’가 놓여있다. 리아스식 해안으로 이루어진 서산시에는 모두 28개의 섬이 있다. 그중 웅도·고파도·우도·분점도를 제외하고는 모두가 무인도이다. ‘장구’처럼 생겼다는 장구도 역시 사람이 살지 않는다.

▼ ‘장구도’는 더 이상 섬이 아니다. 널따랗게 육지와 연결시키고 그 터에 선착장(개목항)을 만들고 정자와 체육시설, 화장실 등을 들어앉혔다. 어촌계 사무실로 여겨지는 컨테이너박스도 눈에 띈다. 아라메길 이정표(호리종점→ 2.9km/ 구도항↓ 3.9km)가 오른쪽으로 가란다.

▼ 방조제길을 따라 북쪽으로 올라가던 서해랑길은 장구섬 앞에서 동쪽 방향의 ‘호리영살길’을 따라간다. ‘호1리 버스정류장’에서 장구도 뒤에 있는 무인도까지 이어지는 마을길이다. 이 길은 장구도를 돌아 무인도로 가면서 ‘노두길’로 변하기도 한다.

▼ 장구섬 인근은 석양 전망이 좋은 곳으로 알려진다. 그래선지 해안으로 캠핑장과 펜션들이 가득하다.

▼ 조망이 좋을 것 같아 캠핑장으로 들어가 봤다. 그런 내 판단은 옳았다. 가로림만이 한 폭의 그림처럼 펼쳐지는데 장구도 뒤 무인도가 ‘화룡점정’을 이룬다. 저 섬까지 어민들이 갯일을 다닐 때 이용하는 ‘노두길’이 나있다.

▼ 오른쪽 풍경도 만만찮다. 산자락에는 호리마을이 그림처럼 들어앉았고, 서해로 연결되는 만입(灣入)에는 작은 고깃배 몇 척이 오간다.

▼ 위에서도 얘기했듯이 호리는 온통 캠핑장과 펜션들 천지다.

▼ 10 : 56. 펜션 단지를 빠져나온 길은 오르막길을 통해 고개를 넘는다. 도중에 바다 쪽으로 빠져나가는 ‘아라메길’과 이별하기도 한다. 이정표(호리종점← 2.5km/ 구도항↓ 4.3km)가 ‘개목항’에서 400m쯤 떨어진 지점임을 알려준다.

▼ 11 : 00. 이번에는 서해랑길도 바닷가로 간다. 아라메길을 벗어난 탓인지 이정표는 없다. 그저 ‘cafe hori’ 입간판의 방향표시만 따라가면 된다. 참! 도로명이 ‘범머리길’로 바뀌었다.

▼ 모퉁이를 돌아서자 축산농가(폐업한 듯)에 이어 민가 두어 채가 맞는다. ‘덤박골’이라는데, 이즈음 시야가 툭 트이면서 가로림만이 한눈 가득 차오른다.

▼ 11 : 06. 잠시 후, 이번에는 능선을 통째로 넘어가 버린다. 진창에 빠질세라 조심조심 걷는데 주민이 넋두리 삼아 전해준다. 어제 밤 소나기가 난리도 그런 난리도 없었단다. 맞다. 기상청은 이 지역에 폭우와 강풍이 몰아칠 것이라는 특보를 발령했었다.

▼ 11 : 12. 고개를 넘으면 또 다른 마을. 노을을 마주하기 딱 좋은 언덕에 민가 서너 채가 옹기종기 걸터앉아 있다.

▼ 시내버스도 그렇다고 마을버스도 아닌 ‘마을택시’가 멈추는 곳이란다. 버스가 다니지 않는 곳에 사는 주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수요응답형 운송수단이다. 이런 행정을 위해서라면 세금 내는 게 싫지만은 않을 것 같다.

▼ 아까 길 찾기에 도움을 주던 ‘cafe hori’이다. 가로림만 뷰 맛집으로 소문난 로스터리 카페인데, 주인장이 원두를 직접 볶고 갈아 만든 커피 한 잔 앞에 놓고 노을을 맞이하는 낭만이 자랑거리란다.

▼ 11 : 14. 아까 헤어졌던 ‘아라메길’과 다시 만났다. 참고로 ‘아라메 길’은 바다의 고유어인 ‘아라’와 산의 우리말인 ‘메’가 합쳐진 이름으로, 자연스러운 길을 따라 걸으며 서산의 아름다운 산과 바다를 볼 수 있는 친환경 트레킹 코스다. 서해랑길 76코스는 이중 ‘구도 범머리길(4구간)’과 함께 간다.

▼ 11 : 20. 모퉁이를 돌아서자 ‘호리1리’가 길손을 맞는다. 호리(虎里)는 마을의 지형이 마치 입을 크게 벌리고 있는 호랑이의 머리처럼 생겼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때문에 ‘호두리’라고도 불리는데, ‘중말’의 ‘간석지들’이 있는 남쪽을 제외한 나머지 삼면이 모두 가로림만에 둘러싸여 있다. 산지 사이 또는 바다에 면한 산자락 끝에 소규모 마을이 형성되어 있으며, 곳곳에 간척 매립된 크지 않은 평야들이 조성되어 있다.

▼ 마을에는 ‘팔봉갯벌체험장’이 들어서 있었다. 파도소리 들으며 눈을 뜰 수 있는 캠핑장에서 머물며 갯벌체험까지 즐길 수 있단다. 하지만 문이 닫혀있어 자세한 정보는 알아낼 수 없었다.

▼ 서해랑길은 호리1리 마을길(이정표 : 팔봉초등학교 5.4km/ 구도항 7.5km)을 가로지르며 호리반도 북동쪽 끝자락으로 이동한다.

▼ 이즈음 마레카페(Mere Cafe)를 만날 수 있었다. Mare가 라틴어로 바다이니, 가로림만 바다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곳이라는 얘기일 것이다.

▼ 고개라도 돌릴라치면 광활한 가로림만 갯벌이 시야에 들어온다. 저런 갯벌을 끼고 있기에 갯벌체험장이 들어서있을 게다.

▼ 마을을 지나 언덕 쪽에 자리한 펜션 단지 쪽으로 이동한다.

▼ 언덕은 온통 펜션들로 뒤덮여 있었다. 입간판들마다 ‘바다 뷰’가 좋다며 너스레를 떨고 있다.

▼ 펜션 단지에서 내려온 길(호리1길)은 제방 쪽으로 간다. 참! 언덕으로 오르는 길이 펜션들로 숲을 이루던 것과는 달리 언덕 너머의 길가에는 고급 전원주택단지가 들어서 있었다.

▼ 11 : 39. 서해랑길은 이제 ‘조갯살 방조제’를 따라 남쪽으로 내려간다. 참! 방조제 초입에도 마을택시 승강장이 설치되어 있었다. 시내버스 승강장까지 600m 이상 떨어져 있다는 얘기일 것이다. 주민들은 상주택시가 있는 읍면 소재지까지 100원, 상주택시가 없는 읍면 소재지까지는 1400원만 내면 택시를 이용할 수 있단다.

▼ 고개를 돌리자 ‘호리항’이 눈에 들어온다. 이쯤에서 의문점 하나. ‘아라메길’ 이정표마다 적고 있던 ‘호리종점’은 대체 어디를 이르는 것일까? 언제부턴가 이정표의 호리종점 반대방향이 ‘구도항’에서 ‘양길주차장’으로 바뀌어 있다.

▼ 가로림만에는 ‘쌍도’가 떠있었다. 아니 바닷물이 빠져나간 탓에 맨몸을 드러내놓고 있다.

▼ 조금 전 통과했던 호리1리 전원주택단지. 반대편에는 펜션단지가 들어서 있다.

▼ 11 : 46. 서해랑길은 방조제 끝에서 오른쪽으로 간다. 그리고는 능선 하나를 오롯이 넘는다. 하지만 우린 바닷가를 따라가기로 했다. 썰물 때라서 부담 없이 걸을 수 있기 때문이다. 거기다 갯바위에 걸터앉아 15분 정도를 느긋하게 쉬기까지 했으니 이 아니 좋을 손가.

▼ 바닷길은 특별한 볼거리를 제공하지는 못한다. 해안가에 널려있다시피 한 ‘해홍나물’을 볼거리로 치면 몰라도. 독하디 독한 염문을 품고 살아가는 신기한 식물이다. 가을철에는 잎이 통통해지면서 붉은색으로 변해 눈요깃거리로도 충분해진다.

▼ 해식애가 펼쳐져있어 포토죤으로는 이만한 곳도 없다. 층층으로 나누어진 암벽이 붉은 빛까지 띠고 있어 언뜻 부안의 적벽강을 떠올리게 만든다.

▼ 12 : 09. 모퉁이를 돌자마자 방조제로 올라선다. 하도 짧아서 이름조차 없는 방조제이다. 길은 맞은편 언덕으로 올라 ‘서해랑길’과 만난다. kakaomap은 이 일대를 ‘마주곶이’로 표시하고 있었다.

▼ 12 : 12. ‘서해랑길’과 만나 남쪽으로 간다. ‘호리2길’을 따라간다고 보면 되겠다.

▼ 어젯밤 내린 폭우는 임도 곳곳을 물바다로 만들어놓았다. 고등학교 때부터 읽어온 무협소설, 중국드라마가 나오면서 더 ‘무술’에 매료됐고, 시간 날 때마다 TV 앞에서 주인공들의 액션에 빠져들었다. ‘서당개 삼년이면 풍월을 읊고, 식당개 삼년이면 라면도 끓인다’고 했다. 그래서 무협소설에 입문한지 반세기인 나도 물 정도는 걸을 수 있을 줄 알았다. 발이 물에 빠지기 전에 반대편 발을 옮기면 되니 말이다. 하지만 그건 상상에 불과했고 나는 발목까지 몽땅 물에 잠기고 말았다.

▼ 12 : 21. 정자 쉼터를 만났다. 이정표(양길주차장 5.2km/ 호리종점 3.3km)와 함께 세워놓은 안내판이 ‘호덕간사지’에 이르렀음을 알려준다. ‘간사지’는 간석지(갯벌)의 사투리이다.

▼ 탐방로는 방조제 아래로 난 길을 따라간다. 하지만 우린 방조제 위를 걷기로 했다. 깔끔하게 벌초를 해놓아 통행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참고로 호덕간사지는 이름처럼 호리와 덕송리 사이의 갯벌이다. 서해랑길은 둑길을 지나 덕송리로 들어간다.

▼ 높은 만큼 멀리 보인다고 했다. 가로림만이 어느 때보다 더 넓어 보인다. 가로림만(加露林灣)은 입구 폭 3.2km, 남북 폭 22.4km로 입구가 좁고 만의 내부가 넓은 호리병 모양의 만이다. 연안 면적은 1만 5985ha, 갯벌만 해도 8000ha나 된다.

▼ 간척지 들녘은 농약 살포가 한창이었다. 요즘은 농약도 드론으로 한다던데, 이들은 분무기를 짊어지고 다닌다.

▼ 12 : 28. 방조제 끄트머리에 이르자 탐방로가 내륙으로 방향을 튼다. 그리고는 나지막한 능선을 넘어간다. 해안에서 조금 떨어진 마을길을 통해 남쪽으로 내려간다고 보면 된다.

▼ 길은 나지막한 언덕 두어 곳을 오르내리면서 이어진다. 참! 방조제를 떠나면서 길 이름이 ‘덕송삼청개길’로 바뀌어 있었다.

▼ 길가는 온통 ‘양배추 밭’ 천지다. 서산이 자랑하는 특산품 중 하나로 미국은 물론이고 대만과 일본에도 수출할 정도란다. 맛이 뛰어난데다 아삭거리는 식감이 좋고 신선도가 오래 유지된다고 알려져 높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단다.

▼ 13 : 04. 덕송리(1리)에 이르면 종점인 팔봉초등학교가 아스라이 보이기 시작한다. 서산이 자랑하는 팔봉산은 줄기가 북쪽으로 흐르다 한 가닥은 계속 북진하여 형제봉에 이르고, 또 한 자락은 약간 북서쪽으로 방향을 틀어 호리에 이른다. 이렇듯 살짝 갈라진 낮은 산지의 흐름 사이에 ‘덕송리(德松里)’가 자리 잡고 있다. 으뜸 마을인 당화(당곶, 당구지)를 비롯해 한내(대천)·덕대골(덕동)·마루지(누지)·상송·행정이 등의 자연마을로 구성되어 있다.

▼ 이즈음 가로림만을 다시 만났다. 리아스식 해안으로 이루어진 가로림만이 팔봉면으로 움푹 파고들어왔으니 만(灣) 속의 작은 만이라 하겠다.

▼ 그 만의 맨 끝, 양길리에서 굽어져 대황리(같은 팔봉면) 지역으로 돌아나간다. 그 오른쪽에 팔봉초등학교가 있다.

▼ 덕송1리정류장을 지나면서 길 이름이 ‘한재무두리1길’로 바뀐다. 이후부터는 종점인 ‘팔봉초등학교’를 정면에 놓고 걷는다.

▼ 양길2리 정류장 부근. 독채형 펜션인 것 같은데 마무리 공사가 한창이다. 이곳 양길리(陽吉里)는 남쪽의 팔봉산과 동북쪽의 연화산에서 흘러내린 골짜기 곳곳에 가래기·두멍골·사양골·와촌·방골·벌말·한재밑 등의 자연마을이 들어서 있다.

▼ 13 : 12. 팔봉초등학교에 이르면서 트레킹이 종료된다. 1927년에 팔봉공립보통학교로 문을 열었으니 한 세기나 되는 역사를 자랑한다. 그런데도 학생 수는 50명이 채 되지 않는다고 한다. 농촌인구 감소라는 세파를 벗어나지 못한 탓이다.

▼ 서해랑길(서산 77코스) 안내도는 팔봉초등학교 축대 아래(버스정류장)에 기대듯 세워놓았다. 오늘은 13.2km를 3시간 30분에 걸었다. 산길 구간이 제법 길게 포함된 탓에 발길이 더뎌진 모양이다.

▼ 매번 집사람을 앞에 세워놓고 걷다가, 76코스는 거리가 짧은 덕분에 나란히 걷는 즐거움을 누렸다. 미국의 콜로라도 주 서부와 유타 주 동부에 사는 인디언 유트족에게는 이런 격언이 전해진다. <내 뒤에서 걷지 말라/ 나는 그대를 이끌고 싶지 않다/ 내 앞에서 걷지 말라/ 나는 그대를 따르고 싶지 않다/ 다만 내 옆에서 걸으라/ 우리가 하나가 될 수 있도록> 계급에 의존하지 않는 평등한 삶. 타인을 존중하고 아끼면 나 자신도 존중받을 수 있다는 속담이겠지만, 모처럼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며 사랑을 키워갔으니 어찌 속담에 견줄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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