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MZ 평화의길 2코스(문수산성 남문  애기봉 평화생태공원)

 

여행일 : ‘24. 12. 21()

소재지 : 경기도 김포시 월곶면·하성면 일원

여행코스 : 문수산성 남문남아문문수산 정상(왕복)DMZ평화의길거점센터조강저수지개화천애기봉 평화생태공원 입구(거리/시간 : 8.2km, 역방향으로 9.62km 3시간 20분에)

 

함께한 사람들 : 청마산악회

 

특징 : 드디어 코리아둘레길 4,500km 전 구간이 완성됐다. 2009년부터 시작된 코리아둘레길 2016년 해파랑길(동해), 2020년 남파랑길(남해), 2022년 서해랑길(서해)이 만들어졌다. 그리고 2024 9, 마지막 구간인 DMZ 평화의 길 개통으로 코리아둘레길이 완성됐다. DMZ 일대를 따라 구축한 코스로, 자유롭게 방문하는 횡단노선과 민간인 통제지역까지 들어갈 수 있는 투어 프로그램인 테마노선으로 구성된다.

 

 트레킹 들머리는 애기봉 평화생태공원주차장(경기도 김포시 하성면 가금리)

김포한강로 등을 이용해 통진읍까지 온다. ‘하성입구삼거리에서 하성로로 옮겨 통진방면으로 8km쯤 달리다 애기봉입구삼거리에서 평화대로를 타고 3km쯤 들어오면 애기봉 평화생태공원에 이르게 된다. 2코스는 원래 문수산성 남문에서 시작된다. 하지만 애기봉전망대를 둘러보기 위해 역코스로 진행했다. DMZ의 접경지역에는 북한을 조망할 수 있는 안보관광지가 꽤 많다. ‘DMZ 평화의길은 이들 중 대부분과 어깨를 맞대고 있어 마음만 먹으면 들러볼 수 있다. 그러니 어찌 그냥 지나칠 수 있겠는가. 군부대 내 시설이지만 우리네 분단 현실을 생생하게 체험할 수 있는데 말이다. 특히 애기봉전망대는 평화생태공원이라는 이름으로 관광자원화 되었다지 않는가.

 문수산성 남문에서 출발해 애기봉 입구로 이어지는 7.8km 길이의 짧은 구간이다. 하지만 문수산의 8부 능선까지 올라가야 하는 험난한 여정이 포함되어 있어 난이도는 어려움으로 분류된다. 다리품만 조금 더 팔면 애기봉 평화생태공원 문수산 정상에 올라 조강 너머의 북녘 땅 풍물을 실컷 감상할 수 있다.

 930분에 매표(출입신청서와 함께 입장료 3천원을 내야 한다)가 시작됐고, 신분확인 등의 절차를 거치다보니 10시를 훌쩍 넘기고서야 평화생태전시관에 도착할 수 있었다. 오래 전 뉴스에서 본 애기봉전망대는 낡고 조금은 무서운 안보관광지였다. 북한 주민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정상에 대형 크리스마스트리를 세우고 점등식을 하던 뉴스 말이다. 그게 대대적인 리모델링을 거쳐 다양한 문화전시와 공연, 체험 프로그램이 운영되는 복합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해 있었다.

 안으로 들어가자 조강할아버지가 반긴다. 할아버지의 신력에 기대보려는 바램들이 소원나무에 덕지덕지 붙어있었다.

 2층에는 어린이들을 위한 전망대를 만들어 놓았다. 8살 눈높이에서 조강과 북녘 땅을 바라볼 수 있단다. 실물과 대조해가며 살펴 볼 수 있도록 유리면에 지명을 적어 넣는 센스도 발휘했다.

 이곳은 김포, 김포의 역사도 한꺼번에 담아갈 수 있다. 조강(祖江)에 대한 얘기도 들을 수 있었다. 행주대교 밑으로 흐르는 한강이 임진강과 만나면서 두 물줄기가 어우러져 서해에서 몸을 풀기 직전까지의 드넓은 흐름을 이르는데, 바다가 시작되는 원조의 강’, 여러 강물이 모이고 모여 이루어진 으뜸 강이라는 뜻이라는 것이다. 그걸 줄여서 할아버지의 강’,  조강이 되었다나?

 생태관에는 20여점의 그림이 걸려있었다. 경기도 젊은 작가들의 독창적인 작품들이라는데 맞는지는 모르겠다. 이밖에도 영상관과 평화관, 미래관, VR체험관 등을 만나볼 수 있다.

 생태전시관과 조강전망대는 생태탐방로로 연결된다. 112m 흔들다리와 지그재그 모양의 산책로인 스카이포레스트 가든으로 이루어졌는데, 눈이 수북이 쌓인 탓에 오늘은 통행이 불가능하단다. 그나저나 저 탐방로는 연말마다 대형 성탄 트리로 변신한다고 했다. 오늘 저녁에는 김포시 주관으로 겨울밤 낭만주의보, 애기봉 크리스마스 행사도 열린단다. 생태탐방로 위를 수놓은 잔잔하고 고급스러운 조명과 매쉬LED로 표현한 희망의 메시지가 방문객들에게 깊은 감동을 선사한다나?

 우린 도로를 따라 전망대로 올라갈 수밖에 없었다. 가파르지만 시간은 1/4 정도로 확 줄어든다.

 잠시 후 올라선 애기봉(愛妓峰, 155m). 병자호란 당시 평양감사와 기생 애기의 슬픈 일화가 어린 곳이다. 한양으로 함께 피난을 오던 중 감사는 강 건너 개풍군에서 청나라 오랑캐에 의해 북으로 끌려가고, 애기만 한강을 건너게 되었다. 매일 쑥갓머리봉(당시 이름)’에 올라 감사를 기다리던 애기는 병들어 죽었고, 사랑하는 이가 끌려간 북녘 하늘을 바라볼 수 있도록 세워서 묻어달라는 유언을 남겼다고 한다.

 이 전설을 들은 박정희 대통령이 애기봉이라 쓴 비석을 세워줬다고 한다. 한편 망배단은 사랑하는 이를 기다리는 애기의 심정과 고향을 그리는 실향민들의 아픔을 함께 담았단다.

 평화의 종은 비무장지대(DMZ)의 철조망과 625 전사자 유해 발굴 현장에서 나온 탄피를 녹여 2018년에 만들었다. ‘아널드 슈워츠만 작가가 설계하고 국가무형문화제(112) 원광식 장인이 제작한 종탑은 ‘UN’을 형상화 했단다.

 조강전망대. 북한(개풍면 해물선전마을)과의 거리가 불과 1.4km로 남한에서 가장 가깝게 북한을 볼 수 있는 곳이다. 게다가 해병대의 까다로운 신분 확인 절차를 거쳐야만 들어갈 수 있다. 그런데도 세계에서 가장 큰 다국적 커피 전문점이 입점해 있었고, 빈자리 없이 손님들로 붐비고 있었다.

 야외전망대(루프탑 154)에는 망원경을 설치해 북한의 선전마을과 송악산 등을 살펴볼 수 있도록 했다.

 조강은 쌍마고지 앞에서 서해로 유입된다. 중립수역 왼쪽은 우리 땅인 유도와 강화도, 그 오른쪽에 북녘 땅인 쌍마고지를 시작으로 암실마을과 해물선전마을, 석류포마을 등이 들어서 있다. 송악산과 도고개산, 한터산도 조망된다.

 오른쪽으로 시선을 조금 옮기자, 이번에는 한강과 임진강이 합쳐지는 두물머리가 조망된다. 군사분계선은 조강을 남북으로 가르다가 합수지인 관산포에서 왼쪽 임진강의 중앙으로 이어진다.

 내려올 때는 생태탐방로를 이용하기로 했다. 전망대를 둘러보는 동안 눈을 치웠던 모양이다. 하지만 주어진 시간에 쫒긴 우리 부부에게 800m의 길이가 부담스러웠고 결국에는 도로를 따라 내려올 수밖에 없었다. 하긴 한국전쟁 때 순국한 해병대 용사들의 넋을 기리는 해병대전적비(아래 사진에서 평화생태전시관 뒤 봉우리)’조차 찾아보지 못할 정도로 시간에 쫓겼으니 어련하겠는가.

 10 : 49. 평화생태전시관에서 들머리(2코스 종점이자 3코스 시점)까지는 산악회버스로 이동했다. 애기봉 평화생태공원 매표소에서 남쪽으로 250m쯤 떨어진 지점으로, 입구에 아치형 게이트가 세워져있으니 참조한다.

 DMZ평화의길(이하 평화의길’)은 공생(共生)의 현장이다. 자건거길인 평화누리길’, 그리고 경기도 곳곳을 누비고 다니는 경기둘레길과 오손도손 함께 쓴다.

 10 : 50. 개곡리(월곶면)로 연결되는 산길을 올라가며 트레킹을 시작한다. 길바닥에는 눈이 제법 쌓여있었다. 하지만 폭설일 것이라는 기상청 예보와는 달리 발목에도 못 미칠 정도여서 걷는 데는 아무 지장도 없었다.

 10 : 55. 케언(cairn)이 반기는 개곡리 고개를 넘는다. 하성면(가금리)과 월곶면(개곡리)의 경계에 놓인 고갯마루이다.

 평화의길의 주요 특징 중 하나는 길을 잃고 싶어도 잃을 수 없다는 점이다. 행여 갈림이라도 나타났다 싶으면 어김없이 이정표를 세웠고, 그것으로도 안심이 되지 않았던지 곳곳에 가이드리본을 매달아놓았다.

 11 : 01. 산자락을 빠져나오면 개곡1’. 이어서 애기봉로(409번길)을 따라 들녘으로 나간다.

 11 : 06. 탐방로는 마을 앞 널찍한 들녘으로 이어진다. 지역민들은 저 들녘에서 나오는 쌀을 밀다리 쌀(중국 길림성에서 벼 품종을 가져왔단다)’이라 부른다고 했다. 조강 밀물이 갯골따라 밀려 올라오면 나무로 만든 다리가 밀려 오른다는 데서 유래된 이 지역 지명에서 따왔단다.

 11 : 12. 잠시지만 개화천(開化川)의 둑길을 따라간다. 이어서 조강2 앞에서 다리를 이용해 하천을 건넌다.

 조강2. 마을이 제법 큰데도 인기척이 없었다. 기르는 개조차도 늦잠을 자는지 눈이 뽀얗게 쌓인 길에는 발자국 하나 없다.

 이후부터는 조강2 조강1를 잇는 차도를 따라간다. 아니 조강1리는 같은 2리보다 개곡리와 더 많이 왕래를 하는지 길바닥에 타이어 자국이 선명했다.

 길은 조강리의 들녘을 가로지르며 나있다. 이즈음 조강과 접한 널따란 들녘과 함께 애기봉의 조강전망대를 눈에 담을 수 있다.

 11 : 20. 조강저수지 수문(水門)에 이른다. 길 찾기에 주의가 요구되는 지점이다. 하나 더. 저수지에서 물을 대는 저 들녘 아래로는 조강’, 즉 한강과 임진강이 한 몸이 되어 흘러간다. 서해를 통해 한강으로 가려면 반드시 지나야만 했던 물길이다. 그곳에 조강나루가 있었다. 한강 하류 첫 번째이자 마지막 나루였고, 북한을 오가는 나루이기도 했다.

 평화의길은 이곳에서 도로(저수지 제방을 따라간다)와 헤어져 저수지 동쪽 가장자리(東岸)를 따라간다. 그런데 초입을 철망으로 막아놓았으니 문제다. 그렇다고 돌아갈 수야 없는 노릇. 그냥 틈새를 비집고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일제강점기(1937)에 만들어졌다는 조강저수지는 캠핑과 낚시를 함께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저수지 가장자리를 따라 수십 개의 낚시 좌대를 만들고, 상부 광장에는 식수대와 화장실 등 캠핑에 필요한 편의시설들을 비치했다. 그나저나 저수지는 꽁꽁 얼어붙어 있었다. 그런데도 하늘을 품었다. 그래서일까? 바라보는 것만으로 이미 힐링이 되는 기분이다.

 탐방로는 울안천의 상류를 거슬러 올라간다. 이때 문수산이 그 자태를 드러낸다. 그런데 높이가 500m에도 미치지 못하는 산이 저렇게 높이 보이는 이유는 뭘까?

 11 : 31. 잠시 후 도착한 김포 DMZ 평화의길 거점센터’. 코리아둘레길 걷기여행자들을 위한 편의시설이다. 커다란 테이블이 있는 거실에서 잠시 쉬어가거나, 걷기 여행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평화의길 말고도 해파랑·남파랑·서해랑 길에 관한 팸플릿들도 갖춰져 있었다.

 1인실과 다인실로 나누어진 게스트하우스도 운영한다고 했다. 이용료가 싼데다 시설까지 깔끔해서 여행객들이 많이 찾는 편이란다. 1인당 이용료는 15천원(주말 2만원)이며, 홈페이지(http://dmz.callmom.co.kr/) 및 모바일 앱(DMZ김포)을 통해 사전 예약하면 된다. 예약문의(031-8049-3960)

 11 : 38. 탐방로는 용강로를 따라 마을(조강1)을 관통한다. 문수산을 정면에 놓고 간다고 보면 되겠다. 그러다 경기둘레길과 헤어지기도 한다. 경기둘레길은 오른쪽, 평화의길과 평화누리길은 왼쪽으로 간다.

 탐방로는 이제 월곶면소재지(군하리)’를 향해 남진한다. 이때 문수굿당이란 간판이 눈길을 끈다. 천공, 건진법사, 명도사에 이어 엊그제는 노보살까지, 요즘 세상을 시끄럽게 만들고 있는 무속 비선들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상식적이지 않은 일이 상식처럼 되어버린 이 사회가 하시라도 빨리 정상으로 되돌아왔으면 좋겠다.

 이런 오지에 편의점이라니. 그래선지 포레스트라는 상호를 내걸었다. 그나저나 금주령만 아니었으면 캔 맥주 하나쯤 냉큼 주워들었을 텐데...

 새로운 미래 100, 희망의 나무를 심다.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년을 기념해 나무를 심은 모양이다.

 조강리와 고막리의 경계를 이루는 고갯마루를 넘는다.

 11 : 48. 고개를 넘자 라파엘요양원이 반긴다. 문수산 자락의 아름다운 경관을 벗 삼아 들어선 치유의 공간이다. 치매, 뇌졸증 등 노인성질환으로 고생하는 어르신과 그 가족들을 위한 요양시설로 1-2인실, 4인실, 부부실 등 다양한 규격의 생활공간과 재활을 위한 기구·프로그램을 구비하고 있단다.

 맞은편은 호기심놀이터이다. 아니 최근에 후에고 캠프라는 이름으로 변경됐다. 후에고(Juego)가 놀이·유희를 뜻하는 스페인어라니 외국어로 번역만 해놓은 셈이다. 대형 에어바운스·공릉공원·숲놀이터·실내놀이터 등 체험시설에다 감성 캠프닉을 더한 테마파크라고 보면 되겠다.

 11 : 52. 평화누리길 이정표(거리는 없고 방향만 표시되어 있다)가 이제 그만 용강로와 헤어지란다. 문수산 방향에 있는 고막2로 들어가라는 것이다. 잘 지어진 전원주택들이 즐비한 마을이다.

 고막천을 거슬러 올라가는데 다리에 그런대로 괜찮은 할아버지라는 편액이 걸려있었다. 영어(Korea Good Grand Father)로 번역까지 해놓았는데 대체 뭐가 괜찮다는 얘기일까? 남부럽지 않은 노후를 즐기고 있다는 자랑일지도 모르겠다.

 12 : 01. 마을을 벗어나 문수산 자락으로 들어간다. 2코스의 최대 난관인 산행이 시작되는 것이다. 문수산의 8부 능선까지 올라가야 하는 고단한 여정이 기다리기 때문이다.

 이정표가 종점인 문수산성 남문까지 2.7km가 남았음을 알려준다.

 가파른 산길이 시작부터 겁을 잔뜩 주고 있었다. 하지만 걱정할 필요까지는 없다. 100m쯤 올라가면 임도를 만나고, 이후부터는 완만한 경사로가 계속되기 때문이다. 그마저도 힘들다면 심심찮게 나타나는 쉼터에서 잠시 쉬다 가면 그만이다.

 산길은 무척 고왔다. 경사가 완만할 뿐만 아니라, 눈에 들어오는 풍경까지 무척 아름답다. 소나무가 빽빽하게 들어찬 숲속을 헤집으며 올라가는데, 수십 년은 족히 먹었음직한 소나무들이 풍성한 가지를 휘휘 늘어뜨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12 : 18. 그렇게 얼마쯤 걸었을까 갈림길이 나타난다. 문수산성 남문에서 시작된 평화의길 2코스가 이곳에서 둘로 나뉘면서 우회로인 ‘2-1’은 김포국제조각공원을 거쳐 종점인 통진성당으로 간다. 여기서 팁 하나. 이곳에서 2코스를 선택할 경우에는 3코스를 이어 걸어야 하고, 반대로 2-1코스를 선택하면 3-1코스를 걸어야 한다.

 이정표(문수산 정상 0.7km/ 김포국제조각공원 2.1km/ 청룡회관 0.7km)말고도 문수산길안내도가 세워져 있었다. 4개 코스로 이루어진 탐방로가 문수산 곳곳을 누비고 다니는 모양새이다.

 가끔은 가파른 오르막길이 나타나기도 한다. 그런데 바닥이 흡사 콘크리트를 부어놓은 것처럼 생겼다. 자갈이 진흙이나 모래에 섞여서 굳은 퇴적암이라는 얘기일 것이다. 고개를 갸웃거리는데, 코리아트레일을 함께 이어가고 있는 몽중루 작가님이 문수산은 원래 바닷속에 있었다고 알려주신다. 융기작용으로 솟아올랐기 때문에 바위들이 역암(礫巖)’ 아니면사암(沙巖)’일 것이란다.

 12 : 23. 이번에는 정자가 맞는다. 청룡회관에서 기증이라도 했는지 사람들은 이 정자를 청룡회관 팔각정이라 부르고 있었다. 참고로 청룡회관은 해병대 2사단에서 운영하는 복지시설이다. 군인 및 그 가족들이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는데, 숙소·식당·목욕탕·이발소 등의 시설을 갖추고 있다.

 정자에서의 조망은 뛰어났다. 월곶면뿐 아니라 하성면과 통진읍 일원까지 일목요연하게 펼쳐진다. 눈만 크게 뜨면 한강에다 파주의 심학산까지 주워 담을 수 있다.

 조금 더 올라가면 나무계단이 맞는다. 그만큼 가팔라졌다는 얘기일 것이다. 하지만 그다지 길지 않기 때문에 별 어려움 없이 올라설 수 있다.

 12 : 33. 문수산성과의 첫 만남은 남아문(南亞門)’이다. 무지개를 닮은 홍예문(虹霓門)의 바깥 출입구에 문수산성의 문지 및 깃발에 대한 안내판이 설치되어 있다.

 문수산성(文殊山城, 사적 139)은 강화의 갑곶진(甲串鎭)을 마주보고 있는 문수산의 험준한 줄기와 해안지대를 연결하는 요새다. 1694(숙종 20) 강화 입구를 지키기 위해, 다듬은 돌로 견고하게 쌓고 그 위에 여장(성 위에 낮게 쌓은 담을 말하는데 장대 말고는 눈에 띄지 않았다)을 둘렀다. 성곽의 길이는 6,123m, 현재 남은 구간은 4,640m이고 해안 쪽의 없어진 구간 등 성벽이 없는 부분은 1,483m라고 한다.

 바깥은 홍예문이지만 안쪽은 문짝을 걸 수 있도록 사각으로 만들었다. 참고로 문수산성에는 희우루(喜雨樓, 남문), 공해루(控海樓, 서문), 취예루(取豫樓, 북문)  3개의 문루와 3개의 암문(暗門, 누각이 없이 적에게 보이지 않는 곳에 숨겨져 있는 성문)이 있었다고 한다. 병인양요(1866) 때 성문 모두가 소실됐는데, 북문은 1995년 남문은 2002년에 복원됐다.

 평화의길은 이곳에서 성곽을 따라 내려간다. 하지만 난 이정표(정상까지 0.4Km)가 가리키는 정상으로 향했다. 북녘 땅을 마주보며 통일의 의지를 다시 한 번 되새겨보고 싶어서다. 정상은 마주보이는 성곽을 따라 올라가면 된다.

 12 : 38. 헬기장. 날씨라도 좋을라치면 단체 등산객들이 옹기종기 점심상을 차리는 곳이다.

 신년 해맞이 행사라도 열리는지 제단(祭壇)’을 만들어놓았다. 이밖에도 이정표, 문수산성 안내판, 문수산길 안내도 등 다양한 시설물들이 설치되어 있었다.

 몇 걸음 더 걷자 이번에는 나무계단이 반긴다. 추락위험이 있으니 등산로를 따르라는 안내판이 꼭 아니어도 허리를 곧추세우고 있는 성곽을 기다시피 올라갈 사람을 없을 것 같다.

 계단은 꽤 길었다. 하지만 버겁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잠시 후 감상하게 될 조망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지 싶다.

 12 : 47. 장대에서 북문으로 연결되는 능선 안부에 올라섰다. 이곳에서 길이 나뉘는데 오른쪽은 문수산 정상, 왼쪽은 전망대를 거쳐 북문으로 연결된다.

 일단은 문수산 정상부터 올라보기로 한다. 동쪽 계단을 올라가면 된다.

 12 : 49. 이곳은 문수산’. 그러니 가장 높은 곳에 정상 표석이 있을 것은 당연한 일이다. 참고로 김포의 금강이라고도 불리는 문수산(文殊山, 376m)은 이 산에 있던 문수사에서 이름을 차용했다고 전해진다. 신증동국여지승람에 비아산(比兒山)’, 여지도서에서는 비예산(肶晲山)’으로 적기도 한다. 부평 안남산(安南山)에서 북쪽으로 줄기가 이어져 읍치의 주맥을 형성한다고 기록되어 있다.

 정상에는 문수산성의 장대(將臺)’가 들어서 있었다. 지휘자의 중요성을 나타내기라도 하려는 듯, 또 하나의 성벽이 장대를 둘러싼 모양새이다. 2017년 군용 헬기장으로 사용되던 공터에 정면 3칸에 측면 1칸인 전각을 복원해놓았다.

 장군의 지휘소답게 장대에서의 조망은 빼어나다. 염하강(강화해협)이 강화도와 김포반도를 가르는데, 그 강을 신구 강화대교가 훌쩍 건너고 있다. 고려산, 혈구산, 별립산, 봉천산 등이 함께 조망됨은 물론이다.

 시선을 조금 옮기자 이번에는 문수산성의 성곽이 눈에 들어온다. 흡사 용이라도 되는 양 용틀임을 해가며 염하강을 향해 뻗어나간다.

 북쪽으로 뻗어나가는 능선에는 전망대가 놓여있었다. ! 월곶면과 대곶면도 눈에 들어오나 사진은 생략했다.

 12 : 54. 안부로 되돌아와 이번에는 반대편 능선을 탄다. 북녘 땅을 살펴볼 수 있다는데 어찌 놓칠 수 있겠는가.

 12 : 56. 문수산 등반의 하이라이트랄 수도 있는 전망대에 올라섰다. 옛 전망초소(OP)를 철거하고 그 자리에 전망대를 들어앉혔다.

 염하(강화해협)부터 눈에 담아본다. 그 옛날 남과 북에서 모여든 고기잡이배들이 깃발을 펄럭이며 만선으로 출렁거렸을 그 바다다. 욕심도 이념도 부질없다는 듯 푸른 물결만 넘실거린다. 그 오른쪽은 한강의 하구역인 조강(祖江)’이다. 강화팔경인 연미정과 유도(留島)도 자신도 보아달라며 살짝 고개를 내밀고 있다.

 시선을 조금 옮기자 이번에는 조강이 통째로 달려온다. ‘할아버지 강이라는 푸근한 이름(祖江)을 가졌지만 넘어갈 수 없는 한반도 유일의 남북 공동 이용 수역이다. 그 너머는 북녘 땅. 분명 우리 땅이건만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금단의 영역이다. 하시라도 빨리 통일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북녘 동포들을 벗 삼아 소찬에 박주라도 나눠보고 싶다.

 고개라도 돌릴라치면 문수산 정상에 걸터앉은 장대가 한 폭의 풍경화가 되어 다가온다.

 13 : 11. ‘남아문으로 되돌아와 다시 평화의길을 이어간다. 남문으로 연결되는 성벽을 따라가면 된다. 탐방로는 성벽과 그 오른쪽으로 살짝 비켜나있는 오솔길을 오락가락하며 이어진다.

 성곽에는 깃발이 휘날리고 있었다. 옛날 군사들이 사용하던 깃발은 문기(門旗)와 인기(認旗, 소속을 표시한 깃발), 영기(令旗, 명령을 전할 때 사용), 순시기(巡視旗, 죄지은 자를 적발·처벌하는 巡軍이 소지) 등으로 구분된다.

 13 : 20. 산림욕장 갈림길(이정표 : 성동검문소 1.3km/ 산림욕장 1.0km/ 정상 0.8km)에서 성동검문소로 내려가야 한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내려가지는 말자. 산림욕장 쪽으로 10m쯤 가면 조망이 툭 터지는 정자가 지어져 있으니 말이다.

 정자에 오르자 염하 너머 강화도가 성큼 다가온다. 혈구산과 고려산, 별립산 등 지난번 1코스 때 올려다보던 산들을 오늘은 발아래 놓고 살펴볼 수 있다.

 성곽 위를 걷기도 한다. 사적으로까지 지정된 문화재이기에 미안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따로 내놓은 길이 없으니 어쩌겠는가.

 성곽 덕분인지 심심찮게 조망이 터지고 있었다. 그때마다 강화해협은 물론이고 강화도까지 그 속살을 아낌없이 보여준다.

 계속해서 내려가는 것만은 아니다. 능선은 작은 오르내림을 반복하며 이어진다.

 13 : 39. 가파른 오르막의 끝에는 전망대가 있었다. 강화 지역이 한눈에 쏙 들어오는 곳인데, 의자에 탁자까지 배치해 쉼터를 겸하도록 했다. 문수산성의 문지에 대한 안내판을 세워 읽을거리까지 제공하고 있었다.

 13 : 50. ‘모란각 삼거리(이정표 : 문수산성 남문 0.5km/ 관리사무소 0.7km/ 정상 1.7km)’에서는 아예 성벽을 넘어버린다.

 이제 문수산성과는 헤어져야 한다. 조선시대로의 시간 여행을 끝낸다고나 할까? 아무튼 제 몸 하나 가누기도 힘든 이 산등성이에 산성을 쌓아 올리며 품었을 선조들의 나라사랑 마음을 다시 한 번 새기며 발길을 돌렸다.

 잠시지만 무척 가파른 내리막길을 만나기도 했다. 곧장 내려가지를 못하고 왔다갔다 갈 지()’자를 쓰고 나서야 겨우겨우 고도를 낮추어간다.

 이후부터는 곱디고운 산길이 이어진다. 보드라운 흙길에 솔가리까지 수북하게 쌓여 흡사 양탄자 위를 걷는 듯 폭신폭신하다. 거기다 경사까지 느끼지 못할 정도이니 이 아니 좋을 손가.

 14 : 01. 종점 조금 못미처에서 토지지신(土地之神)’을 모시는 제단을 만났다. 지신(地神)은 토지나 대지, 또는 그 힘을 관장하는 신이다. 일부러 찾아와서 소원을 빌 만큼 영험해보이지는 않는데 누가 세웠을까?

 14 : 06. ‘김포장례협동조합(문수산수목장)’ 뒤쪽으로 내려서면서 트레킹이 종료된다. 출발지로 명시된 문수산성 남문은 장례협동조합의 맞은편 언덕을 올라가야 만날 수 있지만, 코스안내도와 이정표 등 2코스의 출발지임을 알리는 모든 시설물들이 모두 이곳에 설치되어 있다.

 평화의길(2코스) 안내도는 아치형 게이트 오른쪽에 세워놓았다. 방문 인증 QR코드는 평화의길 이정표 기둥에 2코스와 2-1코스가 함께 붙어있다. 아무튼 오늘은 9.62km 3시간 20분에 걸었다. 후반부의 가파른 산길과 정규 코스를 벗어나 문수산 정상까지 다녀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제법 빨리 걸은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