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정호 소풍길
여행일 : ‘21. 5. 13(목)
소재지 : 충남 논산시 부적면과 가야곡면 일원
코 스 : 수변생태공원→수변 데크길→출렁다리→제방→탑정호 광장→봉황산→조정서원→수변산책로→평매마을 전망데크→병암마을 쉼터(소요시간 : 12.36km/ 3시간)
함께한 산악회 : 산두레
특징 : 논산에 소재한 탑정호는 예산의 예당저수지에 이어 충남에서 두 번째로 큰 저수지이다. 대략 여의도 면적의 두 배(152만 2100평)에 달한다니 엄청난 크기라 하겠다. 이 인공호수는 1944년에 축조된 이래 논산시민의 휴식처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최근에는 전국적인 관광명소로 변했다고 한다. 2012년부터 시작된 수변개발 사업이 큰 결실을 거두었기 때문이다. 수변생태공원이라는 아늑한 공원을 조성했는가 하면, 이 수변생태공원에서 시작해 탑정리 석탑까지 이어지는 3km의 수변 나무데크길도 완성시켰다. 거기다 양쪽 호반을 잇는 국내 최장의 출렁다리까지 놓았으니 호기심 많은 관광객들이 찾아오지 않고 어찌 배겨내겠는가.
▼ 들머리는 탑정호 수변생태공원(논산시 부적면 충곡리 287-8)
논산-천안고속도로 서논산 IC에서 내려와 국도 1호선 계룡시 방면으로 달리다가 외성삼거리(논산시 부적면 외성리)에서 우회전하여 군도(충곡로)를 따라 들어오면 얼마 지나지 않아 탑정호반에 조성된 수변생태공원에 이르게 된다. 차에서 내리면 수생 식물원과 자연 학습원, 분수, 팔각정 등이 줄줄이 나타난다. 참고로 ‘탑정’이란 저수지 이름은 탑정리란 마을 지명에서 따왔다고 한다. 지금은 수몰된 저수지 한 가운데 ‘어린사(魚鱗寺)’라는 절이 있었고, 그 절에 정자 형상의 탑이 있다고 해서 ‘탑정(塔亭)’이란 이름이 붙여졌다고 전해진다.
▼ 탑정호는 충남에서 두 번째로 큰 저수지이다. 담수면적이 축구장 909배 크기인 636만㎡나 된다고 한다. 그런 저수지의 주변에 ‘소풍길’이란 이름으로 24㎞ 길이의 둘게길이 조성되어 있다. 이 산책로는 탑정호 둘레와 주변 산을 잇는 걷기 코스이다. 하지만 둘레길에 포함된 산들이 높지 않아서 운동 삼아 오르내릴 수 있다.
▼ 주차장에서 내리자 ‘딸기 조형물’이 반갑게 맞는다. 이곳 논산이 ‘딸기산업 특구’라는 것을 알리기 위한 조형물일 것이다. 맞다. 논산의 농가소득 1위는 ‘딸기’라고 한다. 100여년의 딸기재배 역사를 가진 전국 최대의 생산단지이기도 하다. 1988년 청정딸기 생산을 위해 국내 최초로 천적 농법을 도입했으며, 현재 전체 딸기재배 농가의 43%에 해당하는 900여 농가에서 고설 수경재배 시설을 이용해 딸기를 생산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100만 불($) 딸기 수출을 달성하기도 했다.
▼ 행복감을 폴폴 풍기는 조형물이 있어 카메라에 담아봤다. 가족나들이 장소로 이만한 곳이 없다는 신호일지도 모르겠다. 참고로 조형물 뒤로 보이는 공간은 중앙광장이다. 버스킹 공연이 정기적으로 열려 시민들에게 아름다운 하모니를 선사해주는 곳이기도 하다.
▼ 지난 2010년에 조성된 수변생태공원은 아래 사진의 자연학습원 외에도 들꽃원과 연꽃원, 잠자리연못, 잔디마당, 억새길, 전망대 등으로 구분되어 있으며 부대시설로는 팔각정, 수중분수 그리고 수변 데크길이 조성되어 있다. 어린이들에게는 자연학습장으로 가족과 연인들에게는 산책 또는 데이트 코스로 안성맞춤이라 하겠다.
▼ 연못 속에 들어앉은 물레방아는 포토존으로 변해 관광객들이 기념을 남기는 장소가 되기도 한다. 이곳은 물속에서 노는 잉어도 눈에 담을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발길을 서둘렀던 탓인지 잉어는 눈에 띄지 않았다.
▼ 공원은 꽃잔치가 한창이다. 숙근성 다년초인 ‘샤스타데이지’가 가슴 설레는 하얀 꽃물결을 만들어내는가 하면, 작약과 팬지, 꽃잔디 등의 봄꽃들이 활짝 피어나 상춘객들을 반갑게 맞아준다.
▼ 이렇게나 찾는 사람들이 많은데 어찌 포토죤 하나 없겠는가. 콘셉트는 ‘사랑’. 언제나 함께 한다는 ‘하트’ 조형물은 키스가 한창인 남녀를 형상화 했다. 그리고 이를 축복이라도 해주려는 듯 주변을 아름다운 꽃들로 장식했다.
▼ ‘인간시장’을 쓴 김홍신 작가의 시판(詩板)도 보인다. 천년 동안 내린 빗방울만큼 사랑한단다. 바보같이... 집사람을 향한 내 마음을 읊은 것 같아 카메라에 담아봤다. 하지만 내 사랑은 바보가 아니라 현명한 선택의 결과이다. 천년만년 억겁의 세월에 다시. 또 다시 태어나도 그대와 함께 하고 싶다는...
▼ 공원을 다 둘러봤으면 이젠 트레킹을 나설 차례이다. 수변공원의 한쪽 귀퉁이에 ‘수변데크 산책로’가 만들어져 있으니 이를 따르면 된다. 수변생태공원에서 물막이 둑까지 이어지는 이 데크길은 길이가 무려 3㎞에 달한다. 어쩌면 우리나라에서 가장 긴 수변데크길이 아닐까 싶다.
▼ ‘수변 데크길’은 인공적인 직선이 아니라 자연을 닮은 곡선의 형태를 그대로 살렸다. 들고 나는 모양새가 사람의 들숨과 날숨을 닮아서인지 편안하다는 느낌이다. 거기다 눈에 들어오는 경관마저 빼어나니 금상첨화가 아니겠는가. 눈요기로 끝나는 게 아니라 힐링까지 얻어갈 수 있는 산책이 되는 이유이다.
▼ 그 옆으로는 탑정호가 널따랗게 펼쳐진다. 탑정호는 일제강점기인 1944년 완공된 농업용 인공 저수지다. 대둔산 계곡의 맑은 물이 운주와 양촌을 거쳐 흘러 일 년 내내 물이 마르지 않는 청정호반 역할을 한다.
▼ 눈앞에 펼쳐지는 호반은 그야말로 달력에서나 볼 법한 풍경이다. 물가와 닿을 듯 늘어진 능수버들은 보기만 해도 시원한 기분이 든다. 아침저녁이면 저 풍경화는 물안개로 덧칠된다고 한다. 하지만 낮에 찾아온 나로서는 상상으로만 그런 몽환적 풍경화를 그려볼 따름이다.
▼ 호수의 한가운데에는 출렁다리가 놓여있다. 저 다리는 저녁이 되면 그 진가가 더욱 드러난다고 했다. 다리에 설치해 놓은 LED가 스크린 역할을 하면서 저녁이면 다리 전체가 거대한 ‘미디어 도화지’가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한낮에 찾아간 우리에게 그런 행운은 찾아올 리가 없다. 아쉬운 일이라 하겠다.
▼ 산책로에는 두세 곳의 포토죤도 만들어 놓았다. 주변의 아름다운 풍광을 인물과 함께 액자에 담아 보라는 모양이다. 혹시 인생샷 하나쯤 얻어갈지 누가 알겠는가.
▼ 호수는 빙 둘러 도로가 지나간다. 그러다보니 산책로는 심심찮게 도로를 만난다. 그렇다고 황량한 풍경으로 변하지는 않는다. 주변을 온통 꽃밭으로 만들어놓았기 때문이다. 특히 흐드러지게 핀 샤스타데이지가 눈길을 끌었다.
▼ 트레킹을 시작한지 30분. 탑정호 관광의 백미인 ‘출렁다리’에 이른다. 가야곡면 종연리와 부적면 신풍리를 잇는 저 다리는 다른 지역의 출렁다리들이 갖지 못한 여러 가지 면모를 갖추었다고 한다. 우선 길이가 600m(폭 2.2m)로 동양에서 가장 길다. 이 타이틀은 그동안 예산 ‘예당호 출렁다리(402m)’가 갖고 있었으나 이번에 탑정호에서 빼앗아왔다. 출렁다리에 미디어 파사드(LED 자체 발광 방식)가 구현된 것도 국내에서 처음이란다. 2만여 개의 LED등이 출렁다리(보행현수교)의 세로로 뻗은 행어케이블(현수재)을 중심으로 가로 50, 세로 30cm 간격으로 배열돼 거대한 스크린 역할하면서 각양각색의 장면을 연출한단다. 또 하나. 다리 상판이 나무데크와 격자형 철망으로 이뤄져 있어 호수 아래를 직접 내려다볼 수도 있단다.
▼ 출렁다리는 입구를 막아놓았다. 코로나-19로 인해 개장이 늦춰지고 있단다. 그렇다고 이게 오래갈 것 같아 보이지는 않는다. ‘아시아 최장’이라는 타이틀을 빼앗아갈 출렁다리가 다른 지역(경북 안동시)에서 건설 중이라니 말이다. ‘최장’이라는 매력에 이끌려 찾아올 수많은 인파를 놓칠 지자체가 어디 있겠는가. 참! 이것 하나는 알고 넘어가자. 세계에서 가장 긴 현수교는 포르투갈 북부 아로카(Arouca)에 있는 ‘아로카 다리(Arouca 516)’라고 한다. 길이가 무려 516m에 이르는 이 보행자 전용 다리는 파이바 협곡(Paiva gorge)의 위 175m나 되는 높이에 놓여있다. 작년에 완공되었으나 코로나-19로 인해 개통을 미루고 있다는데 지금쯤은 걷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 소풍길은 한마디로 잘 꾸며져 있었다. 중간 중간에 주차장과 화장실을 배치해 방문객들의 편의를 도모했다. 주전부리나 음료수를 파는 푸드 트럭도 가끔 만날 수 있었다. 믿고 사는 세상을 꿈꾸기라도 하는 듯 음료수를 파는 무인판매대도 보였다.
▼ 조금 더 걷자 소풍길의 백미(白眉)라는 ‘솔섬’이 나온다. 호수를 향해 외따로 뻗어나간 자그마한 물가의 동산이자 전망대로 28그루의 소나무가 아름다운 원형으로 군락을 이루고 있는 사진촬영의 명소다. 참고로 저 솔섬이 가장 아름다울 때는 노을을 배경으로 바라볼 때라고 한다. 몽글몽글 피어 오른 안개로 인해 몽상적인 풍경으로 보일 때의 솔섬도 아름답다는 입소문을 탔다.
▼ 산책로는 혼자 걷기 아까울 정도로 아름다운 풍경을 보여준다. 저 호수는 갖가지 수생식물들과 계절을 잊지 않고 찾아오는 철새들이 주인공이라고 한다. 특히 겨울에는 국제보호종인 가창오리와 고방오리, 알락오리, 쇠오리 등 4만이나 되는 철새들이 찾는단다.
▼ 흐드러지게 핀 아카시아 꽃을 수면 위에 띄워봤다. 그러자 눈까지 즐거워진다. 아카시아 향기에 홀릭된 코와 더불어 눈까지 호사를 누린다는 얘기이다.
▼ 물가의 울창한 숲은 보기만 해도 시원한 기분이 들었다. 거기다 새소리까지 더해지니 이 아니 즐거울손가. 아래 사진에서 툭 튀어나온 곳은 ‘솔섬’이다. 멀리서 보니 마치 새싹 여러 개를 모아 놓은 것 같아서 한 주먹만으로도 쥐고 남을 것 같은 풍경이 된다.
▼ 조금 전에 스쳐왔던 ‘출렁다리’도 눈에 들어온다. 저 다리는 분명 ‘현수교’이다. 현수교(懸垂橋)란 높은 양쪽 기둥에 쇠밧줄이나 쇠사슬 등을 건너 매고 그에 의지하여 매달아 놓은 다리를 말한다. 그런 다리를 어떻게 600m나 놓았는지가 내내 궁금했는데, 이곳에서 보니 금방 이해가 된다. 말굽쇠(U) 모양으로 우뚝 솟은 주탑 2개가 교각 역할을 하고, 그 사이에 교각 하나를 더 세워 상판의 무게를 받쳐주고 있었던 것이다.
▼ 트레킹을 시작한지 45분 만에 올라선 ‘물막이 둑(堤防)’. 난간에는 ‘AR 낚시터’란 팻말이 붙어있었다. ‘AR 낚시’란 진짜 낚시가 아니라 스마트폰으로 하는 낚시를 말한다. ‘상상이상 논산’이라는 앱을 다운받은 다음 순서대로 실행하면 된다. 한 때 엄청 유행했던 '포켓몬GO'을 연상시키는 게임이니 시간에 여유라도 있다면 한번쯤 시도해 볼 일이다. 아름다운 경관에 더해 손맛까지 즐길 수 있으니 이 얼마나 즐거울손가.
▼ 제방의 한쪽 귀퉁이는 ‘석탑’ 하나가 외롭다. 이 석탑은 탑정호의 수몰된 지역에 위치한 '어린사(漁鱗寺)'라는 절에 있던 것을 일제강점기에 저수지 공사를 하면서 이곳으로 옮겼다고 한다. 탑은 기단과 탑신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현재 1층만 남아 있어 원래 몇 층의 석탑이었는지는 확인할 수 없단다. 그저 기단의 양식에서 고려시대의 작품으로 추정될 따름이다. 안내판은 문헌에는 나타나지 않는다는 전제하에 고려 태조가 남쪽으로 견훤을 정벌할 때 이곳에 주둔하여 '어린사'라는 절을 지었다는 설화를 적고 있었다. 거기에 후백제 때 대명스님의 부도라는 설도 추가했다.
▼ 저수지의 규모만큼이나 취수탑의 위용도 대단하다. 하지만 저 취수탑은 날이 어두워졌을 때 그 진가를 발휘한단다. 조명시설에 불이 들어오면 하나의 예술작품으로 업그레이드되기 때문이다.
▼ 일자로 쭉 뻗어나간 제방을 걷다보면 가슴에 새겨둘만한 문구가 적힌 팻말들을 심심찮게 만날 수 있다. 그 가운데 가장 가슴에 와 닿는 하나를 게시해 본다. 등으로 짊어지면 짐이 되지만, 가슴으로 안으면 사랑이 된다면서 ‘오늘도 얼굴엔 미소, 가슴엔 사랑, 마음엔 여유’를 가져보란다. 우리 부부에게 딱 어울리는 문구라 할 수 있겠다.
▼ 둑 아래는 주차장이 널따랗게 조성되어 있었다. 국제 규격에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축구장도 두 면이나 들어서 있다. 참! 사진에는 나와 있지 않지만 둑 아래에는 ‘소수력발전소’가 들어서있다고 했다. 탑정호의 물을 흘러내려 보내면서 그 낙차를 이용해 전기를 생산하는 시설이다. ‘소’자가 붙었음은 발전량이 미미하다는 얘기일 것이다.
▼ 제방의 끄트머리에 이를 즈음 또 다른 취수탑이 얼굴을 내민다. 이번에는 2개. 그렇다면 이곳 탑정호는 취수탑을 3개나 갖고 있는 셈이다. 저수지가 그만큼 크다는 얘기가 아닐까 싶다. 그건 그렇고 이 3개 취수탑의 외관은 각기 다른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한다. 북쪽 취수탑은 오천 군사의 방패, 남쪽은 계백장군의 창과 방패를 상징한단다. 그리고 탑정 취수탑은 삼진을 나타낸다는데 그게 무슨 뜻인지는 알 수 없었다.
▼ 제방이 끝나는 지점에도 석탑이 들어서 있다. 그런데 아까 살펴봤던 ‘탑정리 석탑’을 쏙 빼다 닮은 게 아닌가. 다만 아까의 탑보다 선이 더 또렷할 뿐이다. 맞다. 이 탑은 반대편에 있는 탑을 복제해 놓은 것이란다.
▼ 논산농지개량조합에서 1989년에 세웠다는 ‘농자천하지대본’이란 빗돌도 보인다. 그 옆의 ‘풍수제민’이라고 적힌 낡은 빗돌은 일제강점기에 저수지를 만들면서 세운 석비로 ‘풍부한 물이 도탄에 빠진 백성을 구한다’라는 뜻이란다. 참고로 논산시 가야곡면(可也谷面)과 부적면(夫赤面)에 걸쳐 있는 탑정호(塔亭湖)는 1941년에 착공해서 1944년에 준공된 저수지로 제방의 길이 573m에 높이가 17m이다.
▼ 출렁다리가 조망되는 전망 좋은 곳에는 초승달 모양의 조형물을 배치했다. 이를 본 집사람이 가만있을 리가 없다. 만든 이의 마음을 쫒는다며 포즈부터 잡고 본다.
▼ ‘탑정호광장’은 제방과 수문 사이에 조성되어 있었다. 백제의 영웅 계백장군의 모습을 형상화한 조형물과 음악분수, 포토죤 같은 시설들이 들어선 호숫가의 작은 공원이다. 또한 유동아 작곡·작사의 ‘탑정호 사랑’이란 노래비가 세워져 있는가 하면, ‘물빛과 하늘빛이 담겨있는 논산’이란 안내판도 보인다. ‘노을 물빛 꽃으로 물들다’라는 부제를 달았는데 야경 명소로 출렁다리와 계백장군 상징 동상, 노을섬 등 7곳을 꼽고 있었다.
▼ 광장에는 계백장군상이 투각(透刻)으로 새겨져 있었다. 이 주변이 계백장군의 마지막 전투지인 황산벌이어서가 아닐까 싶다. 계백장군이 이끄는 백제의 5천 결사대가 신라 김유신의 5만군과 맞서 싸운 곳. 기울어진 국가 운명을 말해주듯 결사항전으로 싸웠으나 수적인 열세를 극복하지 못하고 결국에는 무너지고 말았지만 말이다.
▼ 광장에는 두어 개의 포토죤도 만들어놓았다. 그 가운데 하나는 호수를 담을 수도 없게 배치되어 있었지만 까짓 신경 쓸게 뭐 있겠는가. 또 다른 화폭에다 마음에 드는 풍광을 꽉 채워 넣으면 될 일을.
▼ 공연장 분위기의 쉼터형 데크도 만들어놓았다. 탑정호의 또 다른 명물로 자리 잡은 음악분수를 편히 감상할 수 있도록 배려한 시설이 아닐까 싶다.
▼ 탑정호의 또 다른 명물로 자리 잡게 될 ‘음악분수’이다. 날이 어두워질라치면 장엄한 음악에 맞춰 물보라를 하늘 높이 내뿜어 올리는 분수이다. 그 뒤는 출렁다리에서 펼쳐지는 환상적인 조명이 받쳐준다고 한다. 경쾌한 음악에 맞춰 하늘 높이 솟구치는 물보라와 하늘을 수놓은 화려한 불빛이 서로 조화를 이루며 멋들어진 볼거리를 연출한다는 것이다.
▼ 광장 주변은 물론 꽃밭으로 가꾸었다. 그런데 살아있는 꽃나무만 심은 게 아니다. 조화를 심어놓은 것이다. 사이사이에는 전구도 꽂혀있다. 야경을 위한 조명 시설이 아닐까 싶다.
▼ 소풍길은 이제 포장도로를 따른다. 도로가에 따로 인도를 만들어놓아 걷는데 지장은 없다. 수문(水門)을 겸하고 있는 ‘탑정호교’를 건너 조금 더 걷다가 이정표(봉황산 정상 0.63km, 탑정호 광장 0.34km)가 가리키는 ‘봉황산 정상’ 방향으로 들어선다. ‘산수정(식당)’의 입간판이 세워진 골목이다.
▼ 잠시 후 만나게 되는 삼거리에서 오른편으로 방향을 틀어 임도를 따른다. 보드라운 흙길에다 경사까지 거의 없어 힘들이지 않고도 정상까지 올라설 수 있다.
▼ 산을 오르는 도중에 만난 무덤이 하도 괴이해서 카메라에 담아봤다. 웅덩이를 파듯 땅을 움푹하게 파낸 다음 그 안에다 봉분을 만들어놓은 것이다. 무덤이란 게 본래 물을 피하는 게 원칙인데도 말이다. 어쩌면 가묘(假墓)일지도 모르겠다. 맞다. 이곳 봉황산의 산신령은 영험하기로 소문나있지 않는가. 전설에 의하면 아들을 위해 사랑과 정성을 다하는 아버지와 그 아버지의 뜻을 받들어 공부에 매진하는 아들이 살고 있었단다. 그들은 매일같이 서로를 위해 봉황산에 기도를 드렸는데, 그 결과 아들이 큰 성공을 거두었다는 것이다. 참한 아내를 얻어 함께 아버지를 잘 모셨음은 물론이다.
▼ 10분 만에 올라선 봉황산(126m) 정상은 텅 비어있다. 정상석은 물론이고 이곳이 정상임을 알려줄 그 어떤 표식도 찾아볼 수 없다. 그저 ‘봉황산 정상’으로 진행방향을 표시해오던 이정표(박범신작가 집필관 1.06㎞, 탑정호 광장 0.97㎞m)가 갑자기 ‘박범신 작가 집필관’으로 바뀐 것을 보고 이곳이 봉황산의 정상이려니 유추해 볼 따름이다. 참고로 봉황산은 산의 생김새가 봉황을 닮았다는데서 유래된 이름이란다.
▼ 이후부터는 이정표가 가리키는 ‘박범신 작가 집필관’ 방향을 따른다. 그렇게 잠시 내려서면 자그만 마을(종연1리, 높은댕이)이 나오고, 이어서 탐방로는 탑정호를 또 다시 만나게 된다. 호반에는 물을 좋아하는 버드나무가 습성에 맞게 물속에 발을 담그고 있었다. 흔한 풍경이 아니어선지 열대 우림에서나 볼 수 있는 맹그로브 숲을 떠올리게 만든다.
▼ 오른편으로 방향을 튼 다음 호반도로(탑정로)를 따라 5분 정도 걷다보면 조정산(125.3m)의 들머리(이정표 : 박범신작가 집필관↑ 0.2㎞, 조정산 정상→ 0.73㎞, 탑정호 광장↓ 2.29㎞)가 나타난다. 하지만 우리 부부는 계속해서 도로를 따르기로 했다. 박범신작가의 집필관을 둘러보기 위해서이다. 아니 아무런 볼거리가 없었던 봉황산에 대한 실망감도 그리 결정하게 된 원인임을 부인할 수는 없다.
▼ 하지만 그 결정은 큰 실수였다. 인도가 사라져버렸을 뿐만 아니라, 걷는 내내 뙤약볕에 온 몸을 노출시켜야만 하는 죽음의 행진을 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보다 더 큰 실망은 이정표에서 ‘박범신작가 집필관’이란 방향표지판이 스리슬쩍 사라져 버렸다는 점이다. 중간에 만나보지도 못했는데 말이다. 소풍길이 도로변을 벗어나 산속으로 들어섰던 이유가 아닐까 싶다.
▼ 걷는 도중에 잠시 들렀던 ‘탑정호가’에서 아래 사진처럼 예쁜 ‘꼬꼬마 하우스’를 만났다는 게 그나마 위안이 되었다고나 할까. 참! 심심찮게 탑정호의 풍광을 엿볼 수 있었으니 볼거리가 아주 없었다고는 할 수 없겠다.
▼ 조금 더 걷다가 만난 ‘아이비’라는 펜션 겸 카페의 홍보판이 눈길을 끌기에 카메라에 담아봤다. 자기네 시설이 들어선 곳에 남녀얼굴바위, 아나콘다바위, 악어바위, 코끼리바위, 처녀음부바위, 남근석바위 같은 기암들이 즐비하다는 것이다. ‘왕성골’이란 지명을 얻게 된 사연과 함께 이곳에서 기도를 올릴 경우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전설도 적었다. 꽤나 유명한 곳이라는 얘기일 것이다. 그렇다면 이곳은 공공의 장소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이런 곳에 사유시설을 짓게 해준 지자체의 행위가 못내 안타깝다.
▼ 뙤약볕과의 싸움에 지쳐갈 무렵 오른편 길가에서 이정표(조정서원 0.75㎞/ 조정산 정상 0.55㎞/ 박범신작가 집필관 1.4㎞) 하나를 찾아낸다. 조정산의 날머리를 만난 것이다. 들·날머리의 이정표에서 우린 조정산 탐방로의 길이가 1.28㎞임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넉넉잡아 30분 정도면 통과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도 우린 무려 50분이나 걸었다. 그것도 때 이르게 찾아온 오뉴월 뙤약볕 아래서. 이 구간을 ‘죽음의 구간’이라고 표현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 잠시 후 탐방로는 ‘조정서원(논산시 향토문화유산 23호)’에 이른다. 익안대군 방의(태종 방원의 둘째 형)의 증손자 이현동(李賢童)을 추모하기 위해 노성, 연산, 은진향교 유림들의 발의로 1978년에 건립된 사원이다. 하지만 굳게 문이 닫혀있어 안으로 들어가 볼 수는 없었다. 참고로 이현동은 단종 폐위를 반대하고는 스스로를 농맹아라 칭하며 낙향하여 생을 마친 분이다.
▼ 서원의 옆에는 비각(碑閣) 하나가 지어져 있었다. 여염집에 가까운 외모를 지닌 서원에 비해 옛 모습이 풀풀 풍기는 멋진 전각이다. 안에는 ‘월파 이항’ 선생에 대한 기록이 적힌 빗돌을 모시고 있었는데 그가 어떤 사람인지는 알 수 없었다.
▼ 또다시 길을 나서면 ‘조정2교’. 이어서 잠시 후에는 또 다른 다리인 ‘산노교’가 나온다. 길 찾기에 주의가 필요한 지점이다. 탐방로가 이곳에서 도로를 벗어나 호반산책로로 들어서기 때문이다. 아니 들머리에 이정표(탑정관리소 5.3㎞/ 산책로 입구 2.0㎞)와 ‘수변산책로 안내도’가 세워져있으니 걱정할 필요까지는 없겠다.
▼ 호숫가에 매어있는 나룻배가 정겹다. 그런데 작아도 너무 작다. 저런 조각배를 타고 고기라도 잡을 수 있을까? 아니 타고 나갈 수 있을지조차 의심스럽다.
▼ 지중해풍의 멋진 건축물이 보여 카메라에 담아봤다. 펜션인줄 알았는데 brunch cafe인 ‘알바노(ALBANO)’라고 한다. 이탈리아 음식이 전문인데 이곳 논산에서는 꽤 소문난 맛집이란다.
▼ 산책로의 왼편은 온통 습지로 이루어져 있다. Daum이 제공하는 지도에 ‘탑정호 습지’로 표기된 지역일 것이다..
▼ 탑정호의 아름다운 풍광을 왼편 옆구리에 차고 한참을 더 걷자 드디어 ‘평매마을 전망데크’다. 이정표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을 정도로 중요한 지점이지만 특별한 볼거리는 없다. 그저 탑정호의 전경을 한눈에 담을 수 있을 따름이다.
▼ 전망데크 말고도 데크탐방로를 별도로 만들어 주변 경관을 둘러볼 수 있도록 했다. 탑정호의 수면 말고는 특별한 볼거리가 없었지만 말이다.
▼ 전망대에서 바라본 탑정호는 여느 호수와는 다른 풍경이다. 물속에서 솟구쳐 나온 듯한 작은 섬들이 눈에 띄는 것이다. 맞다. 탑정호는 인공호수다. 때문에 계곡을 이루던 주변 산세가 수면위로 펼쳐지면서 다도해 같은 빼어난 풍광을 자랑한다.
▼ 전망대 근처에는 몇 개의 낚시 사이트가 만들어져 있었다. 그런데 세월을 낚고 있는 강태공들의 장비가 만만찮다. 10개 가까이나 되는 낚싯대는 물론이고, 비바람에 햇볕까지 막아줄 텐트까지 갖췄다. 전문 낚시꾼이라는 얘기일 것이다. 맞다. 이곳 탑정호는 강태공들에게 인기 많은 낚시터라고 한다. 물이 맑은데다 고기까지 많기 때문이란다.
▼ 이런 곳에서는 하찮은 지게마저도 그림이 된다. 아니 세상이 바뀐 요즘 지게 보기가 어디 그리 쉬운 일이겠는가.
▼ 이후로도 수변산책로는 꽤 오래 지속된다. 탑정호를 옆구리에 끼고 걷는 덕분에 눈이 호사를 누리는 구간이다. 아니 그늘을 만들어줄 숲이 없기 때문에 뙤약볕 아래서 고생을 할 수밖에 없는 구간이기도 하다. 그렇게 20분쯤 더 걷자 진행방향 저만큼에 ‘병암리 쉼터(이정표 #1 : 산책로 종점 3㎞, 이정표 #2 : 평매마을 조망대 1.38㎞/ 병암유원지 0.95㎞)’가 나타나면서 ‘탑정호 트레킹’이 종료된다. 때 이른 무더위 탓에 나머지 구간을 포기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아무튼 오늘 트레킹은 3시간이 걸렸다. 핸드폰의 앱에 찍힌 거리가 12.36km이니 적당한 속도로 걸었다고 보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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