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지 : 태국 여행

 

여행일 : ‘19. 4. 12() - 16()

일 정 :

4.13() : 방콕(왕궁, 에메랄드사원, 보트투어)

4.14() : 파타야(산호섬, 농눅빌리지, 알카자쇼)

4.15() : 파타야(진리의 성전)

 

여행 셋째 날 : 진리의 성전(Sanctuary of Truth)

 

특징 : 1981년에 짓기 시작했다는 파타야 북쪽에 위치한 목조건축물로 나무궁전(태국어로는 쁘라삿마이’)‘이라고도 불린다. 건물을 떠받들고 있는 기둥만 170개 이상이고, 건물의 총무게도 1만 톤에 이르는데, 이게 모두 나무로만 만들어졌다니 그저 놀라울 뿐이다. 예술작품으로 평가받는 이유이다. 이 건축물은 위리아그룹 회장 개인의 종교관을 반영하여 지어졌다고 한다. 막대한 사재(私財)를 들여 아파트 40층 높이의 성전을 38년째 지어오고 있다는 것이다. 건축물의 높이는 105m, 목조건축으로는 불가능에 가까울 뿐만 아니라 특히 못을 하나도 쓰지 않는 공법으로 인해 세계 건축가들의 주목을 받고 있단다. 성전 내부는 모두 4개의 관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각 관은 인도의 힌두교, 크메르의 브라만교, 중국의 대승불교, 태국의 소승불교의 가르침과 신화의 상징물로 장식되어 있다. 창조·파괴·사랑·윤리·우주··죽음 등 인생의 근본적 물음에 대한 상징물들이 아름답게 표현되어 있다니 한번쯤은 꼭 들러봐야 할 코스가 아닐까 싶다.

 

 

 

진리의 성전은 파타야 북쪽 지역에 위치해 있다. 정확히는 나클루아(Naklua) 쏘이씹썽(12번골목)의 끝자리. 워낙 유명한 관광지이기 때문에 태국어로 프라삿마이라고 하면 쌩태우 운전자들도 잘 알아듣는단다.

 

 

 

 

경내로 들어서자 아치형으로 생긴 대문이 길손을 맞는다. 그런데 상인방(上引枋)에 붙어있는 사진이 좀 묘하다. 사유지로 들어가는 문인데도 푸미폰 국왕으로 여겨지는 사진이 붙어있는 것이다. 태국에서 국왕의 위치가 과연 어느 정도인지를 가늠해볼 수 있는 풍경이 아닐까 싶다. 아니면 푸미폰 국왕에 대한 존경심의 발로일지도 모르고 말이다. 참고로 차크리 왕조의 라마9세인 푸미폰 아둔야뎃(Bhumibol Adulyadej : 1927-2016)’ 국왕은 194669일 부터 왕이 되어 20161013일까지 70126일 동안 태국을 통치했다. 세계에서 가장 긴 통치기간이란다.

 

 

 

 

대문 옆에는 홍보관이 만들어져 있었다. 그런데 이곳도 좀 묘하다. ‘진리의 성전을 홍보하는 게 아니라. 전시물들이 모두 푸미폰 아둔야뎃국왕이 생전에 보여줬던 행적들로 도배되어 있는 것이다. 안내를 하고 있는 가이드도 역시 그에 대한 칭송 일색이었다. 그만큼 국민들로부터 사랑받고 있다는 증거가 아닐까 싶다. 참고로 태국 국민들이 국민의 아버지라고 부르는 푸미폰 국왕은 산간의 국민들을 만나며 그들이 처한 상황과 삶을 이해하고, 더 고치기 위해 노력했으며 19번의 쿠데타 속에서도 정신을 잃지 않는 태국 국민의 구심점이었다. 그런 노력을 인정받아 1988년에는 막사이사이상을 받기도 했다.

 

 

 

 

 

 

미니 동물원(MIni zoo)도 만들어져 있다. 여러 종류의 가축들을 기르고 있는 농장 수준으로, 크기나 질 모두가 허접하기 짝이 없었으나 그들은 동물원으로 분류하고 있었다. 아니 새와 사슴 등도 있다니 동물원으로 분류한데서 나무랄 일은 아니겠다.

 

 

 

300m쯤 들어갔을까 언덕에 올라앉은 전망대가 나온다. 바닷가에 자리 잡은 진리의 성전이 발아래에 펼쳐지는 멋진 조망처이다. 완전체는 아니지만 아름다운 성전을 배경으로 삼아 인증사진을 찍을 수 있는 멋진 포토죤이기도 하다.

 

 

 

 

전망대 근처에는 레스토랑도 들어서 있었다. ! 이 근처에는 태국의 민속무용도 공연된다고 한다. 11:30분과 15:30분 등 하루에 2번 공연된다니 시간에 맞추어 찾아온다면 좋은 경험이 될 것 같다. 공연이 끝난 뒤에는 출연자들과 함께 사진까지 찍을 수 있다는 말이다.

 

 

 

 

나무계단을 따라 아래로 내려오면 곳곳에 작은 쉼터가 만들어져 있다. 닭과 염소 등의 동물들이 함께 공유하는 쉼터이다. 승마체험으로 이용되는 말도 보인다. ! 들머리에서는 치마도 대여해 주고 있었다. 이곳도 사원으로 분류되는지라 노출이 심한 옷을 통제하는 모양이다. 소정의 돈을 예치하고 치마를 빌리는데, 사용한 뒤에 반납을 하면 돈은 돌려준다고 한다.

 

 

숲을 벗어나자 3,200나 된다는 널따란 터에 지어진 거대한 건축물이 그 자태를 드러낸다. 높이 105m로 세계에서 가장 높은 목조건축물이란다. 태국어로 '쁘라삿마이', 즉 나무궁전이라는 뜻에서도 알 수 있듯이 티크원목 등을 정교하게 조각한 건축물이다. 바닷바람과 햇빛을 견딜 수 있는 100년 이상 된 티크, 마호가니, 나왕 등의 원목을 조각한 후 이어 붙였다는 것이다. 더 놀라운 것은 못을 사용하지 않고 전통기법을 이용하여 목재를 끼워 맞추는 공법을 이용했다는 점이다.

 

 

태국에서 만나본 다른 불교 사원들과는 다른 외모를 지녔다. 건축물이 품고 있는 종교관 또한 확실히 다르다. 위리야 그룹의 선대회장인 렉 위리야판(Lek Viriyahbhun)‘의 종교관이 담겨 있는데, 70년대 동·서간 이념분쟁 및 종교분쟁의 종언을 고하고 종교간 화합을 통한 인류의 평화를 이루고자 하는 염원을 담았다는 것이다. 또한 물과 바람, 태양, 흙이 이루는 세계로도 표현되어 있어 인류의 화합 및 유토피아에 대한 생명의 공통목표를 기원하는 건축물이기도 하단다.

 

 

 

 

 

 

코끼리 트레킹을 하는 사람들도 보인다. 한시라도 빨리 그늘 속으로 피하고 싶은 삼복더위인데도 불구하고 느릿느릿 걸어가는 코끼리의 등 위에서 온몸으로 뙤약볕을 받아내고 있는 저들이 부러울 따름이다. 나 같으면 오히려 돈을 준다고 해도 사양할 것이다.

 

 

관람객들에겐 안전모 하나씩이 주어진다. 아직 공사 중이라서 안전상 필요하단다. 건물 안에서만 쓰면 된다는데, 이게 제법 부담스럽다. 가만히 있어도 땀이 줄줄 흐를 정도로 무더운데 하나를 더 챙겨들고 다녀야 하니 말이다. 거기다 우린 건물 밖에서도 이걸 쓰고 다녔다. 안에서만 쓰면 된다는 걸 몰랐기 때문이다.

 

 

사원은 부위마다 색깔이 제각각이다. 보수공사가 서로가 다른 시기에 이루어졌기 때문일 것이다. 습한 바닷바람으로 인해 속도가 붙은 부식작용을 해결하는 방법은 보수공사 말고 또 뭐가 있겠는가. 진리의 성전은 바닷가에 지어졌다. 그러니 태양이 매우 강렬한 열대지방이라는 불리한 여건에다, 파도와 바람이라는 또 다른 변수까지 더해졌다고 볼 수 있다. 거기다 건축물의 소재가 목재(木材), 그것도 높이가 100m도 넘는다면 태양과 바람의 피해를 최대한 줄이는 기술이 건축의 핵심이 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이런 점이 세계 건축가들로부터 주목을 받고 있단다.

 

 

 

 

 

 

 

자 이젠 안으로 들어가 볼 차례이다. 건물은 개별 출입문을 가진 4개의 날개관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각 날개관은 태국의 소승불교(동관)와 인도의 힌두교(서관), 크메르의 브라만교(남관), 중국의 대승불교(북관)를 나타낸다고 한다. 이들은 중앙 돔에서 하나로 만나도록 꾸며져 있는데 동양적 가치관과 종교 간의 화합, 나아가 인류의 화합을 의미한단다.

 

 

건물의 내부는 부처님의 얼굴이 있고 동물과 식물도 조각되어 있다. 캄보디아에서 만났던 조각상 모습도 보인다. 태국의 소승불교, 중국의 대승불교, 인도의 힌두교, 크메르의 브라만교의 가르침과 신화의 상징물들로 창조, 파괴, 사랑, 윤리, 우주, 삶과 죽음 등 인생의 근본적 내용을 담고 있단다.

 

 

 

 

 

 

바닷가 방향으로 난 창가에 자리 잡은 모녀가 움직일 줄을 모른다. 에어컨처럼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기 때문일 것이다. 다른 곳에서는 바람결을 느낄 수조차 없으니 그럴 만도 하겠다.

 

 

 

창가로 다가가자 에메랄드빛 예쁜 바다가 눈앞에 펼쳐진다. 진리의 성전이 바닷가에 지어졌기 때문이다. 덕분에 이 건축물은 쉼 없이 보수가 이루어진다고 한다. 바닷바람으로 인해 부식(腐蝕)이 빠르게 진행되기 때문이란다.

 

 

성전의 안은 공사가 한창이었다. 바닷바람에 부식된 곳을 보수중인데 이런 공사는 일 년 내내 이루어진단다. 1981년 공사를 시작한 이 사원은 현재 90% 정도의 공정을 마쳤다고 한다. 하지만 이 공사는 완공에 의미가 없단다. 강렬한 태양과 파도, 바람이 심한 파타야 북쪽 바닷가라는 환경적 특성상 보수 공사와 건축 공사를 병행 해 나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부식(腐蝕)과의 전쟁도 함께 이루어진다는 얘기이다. 나무가 썩은 곳은 보수하고 완성되지 못한 곳은 새로운 조각을 붙여나간다. 그러니 수많은 세월이 흘러도 공사는 진행 중일 것 같다. 문득 재작년에 들렀던 스페인의 성가족성당이 생각난다. 가우디가 짓다 완성을 못보고 지금까지 공사가 진행 중인 건축물인데 그들도 한마음으로 가우디의 뜻을 이어가고 있었다. 당시 성당을 둘러보면서 많이 놀랐었는데 이곳 진리의 성전은 그보다 한수 위라고 하겠다. 나무만으로 짓는 것으로도 모자라 이 모든 경비를 개인이 부담한다니 말이다.

 

 

건물의 각 부분들은 어느 하나 예술품이 아닌 것이 없다. 나무로 지은 것에서 끝난 게 아니라 그 나무 하나하나를 정교하게 조각해놓았기 때문이다. 그 때문인지 눈에 들어오는 모든 것이 역동적이다. 건물 전체가 살아 움직이는 것 같다는 얘기이다 

 

 

 

 

 

 

 

그 아름다움은 천정에서 정점을 찍는다. 어떻게 저런 문양들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이곳에도 푸미폰 국왕으로 보이는 사진이 모셔져 있었다. 아리따운 두 여자가 양 옆에서 합장을 하고 있는 걸 보면 신()에 가까운 대접을 받고 있다는 얘기일 것이다. 가이드도 태국 국민들 가슴속에는 이미 신으로 자리 잡았다고 했다.

 

 

왕실의 것으로 여겨지는 제단(祭壇)도 보인다. 제단을 둘러싸고 있는 사진들이 하나같이 왕족들로 보였기 때문이다.

 

 

 

 

 

 

건물은 온통 조각품들로 아기자기하다 못해 신비롭기까지 하다. 겉은 겉대로 안은 안대로 한 곳도 비어 있지 않게끔 조각을 한 건축물을 지었다는 것이 믿겨지지 않는다. 뛰어난 재능을 가진 사람들이 그만큼 많이 투입되었다는 증거일 것이다.

 

 

 

 

종교적 이해를 바탕으로 하지 않더라도 세월에 따라 변해가는 나무에서 느껴지는 냄새와 은은한 색감, 바닷바람과 만나 오묘한 분위기를 내는 시원한 공간은 서양의 거대한 건축물에서는 느낄 수 없는 동양의 신비를 느끼게 만든다.

 

 

 

 

호수를 낀 작은 유원지도 조성되어 있었다. 레스토랑에서 식사나 음료를 할 수 있음은 물론이다. 진리의 성전은 저녁 6시가 넘으면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게 막는다고 한다. 대신 불을 켜서 밖에서 구경할 수 있도록 해놓았단다. 그런 풍경을 가장 잘 조망할 수 있는 곳이 저 레스토랑이란다. 음료수로 목이라도 축여볼까 하다가 그만두기로 했다. 한시라도 빨리 버스로 되돌아가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만큼 에어컨 바람이 그리웠다는 얘기이다.

 

 

경내에는 조형물들이 여럿 세워져 있다. 불교의 색체가 강했으나 뭘 형상화하는지는 모르겠다.

 

 

아름다운 여신상도 보인다. 누구인지라도 알면 좋은 얘깃거리가 되었을 텐데 아쉽다 하겠다.

 

 

요렇게 생긴 문도 보였다. 옆에는 우리나라의 장승과 같은 조형물도 세워져 있다. 하지만 뭘 의미하는지는 눈치조차 챌 수가 없었다. 온통 라면가닥처럼 생긴 태국문자로 적혀있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에필로그(epilogue), 이번 여행은 무더위와의 전쟁이 되어버렸다. 건기(乾期)가 태국여행의 적기(適期)일 것이라는 섣부른 내 판단이 끔찍한 결과를 가져온 것이다. 덕분에 물놀이 코스인 산호섬(꼬란)과 실내 관람인 알카자쇼를 제외하고는 처삼촌 벌초 하듯이둘러볼 수밖에 없었다. 조금만 움직여도 팬티까지 땀으로 범벅이 되는데 어쩌겠는가. 관광일정을 가능한 줄일 수밖에 없었던 이유이다. 그리고 그 나머지 시간들은 전통 태국마사지숍에서 보냈다. 매일 오후를 마사지숍에서 보낸 셈이다. 그 덕분에 우린 오래 간직될만한 추억을 쌓을 수 있었다. 전문 마사지사들의 마사지 솜씨는 신기에 가까웠다. 2시간에 걸쳐 발끝부터 머리끝까지 밟고 주무르는데 온몸이 마치 녹아내리는 듯했다. ‘우두득온몸에서 뼈마디가 부딪치는 소리가 날 때마다 저절로 비명이 흘러나왔지만 피로가 한순간에 날아가는 듯했다. 허리 디스크에 시달리던 친구는 병까지 나았다고 싱글벙글할 정도였다. 무더위라는 악조건을 힐링 타임(healing time)‘으로 바꾸었으니 이런 걸 두고 새옹지마(塞翁之馬)라 하는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