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파랑 6코스

 

여행일 : ‘18. 10. 20()

소재지 : 울산시 남구 일원

산행코스 : 덕하역(3.9km)선암호수공원(6.3km)울산대공원(3.6km)고래전망대(1.8km)태화강전망대(소요시간 : 15.6중 선암호수공원에서 출발 11.7를 걷는데 3시간 30)

 

함께한 사람들 : 청마산악회


특징 : 덕하역(동해남부선)에서 시작되는 6코스는 내륙으로만 이어진다. 구간을 걷는 내내 바다를 한 번도 구경할 수 없는 유일한 구간이 아닐까 싶다. 해안길이 없다보니 가슴이 시릴 정도로 아름다운 풍경은 만날 수가 없다. 그렇다고 좋은 점이 아주 없는 것도 아니다. 탐방로의 대부분이 도심공원(都心公園)으로 가꾸어놓은 산줄기들을 오르내리도록 나있기 때문이다. 특히 폭신폭신한 황톳길과 울창한 송림(松林)으로 이루어진 널찍한 등산로, 그리고 곳곳에 배치되어있는 각종 편의시설들은 6코스만의 장점이라 할 수도 있겠다. 신선정과 솔마루정, 고래전망대, 태화강전망대 등도 빼놓을 수 없다. 울산시가지와 십리대숲으로 유명한 태화강변이 한눈에 쏙 들어오는 조망이 일품이기 때문이다.


 

트레킹의 들머리는 선암호수공원(울산시 남구 선암동 480-1)

동해고속도로(울산-부산) 청량 IC에서 내려와 TG 앞 교차로에서 좌회전, 14번 국도를 타고 공업탑로터리(남구 신정동) 방향으로 달리다가 활고개교차로(남구 신암동)에서 오른편으로 빠져나온다. 이어서 아파트지구 사이길(두왕로 190번길)을 통과하면 잠시 후 신암호수공원(무궁화동산 옆 주차장)에 이르게 된다. 참고로 해파랑길 6코스의 들머리는 덕하역(울주군 청량읍 상남리 522-7)‘이다. 하지만 우리 부부는 무릎이 시원찮은 집사람의 체력을 감안해서 선암호수공원을 들머리로 삼았다. 15.6에서 4km 정도를 단축했다고 보면 되겠다.




선암호수공원은 과거 일제강점기 때 농사를 목적으로 만들어진 선암제라는 연못에서부터 시작되었다. 그러다가 울산이 공업화 되어가면서 공업용수 또한 늘어나기 시작했고, 이의 해소를 위해 1964년에는 연못이었던 선암제를 확장하여 댐(dam)을 만들게 된다. 수질보전과 안전을 이유로 1.2의 유역면적 전역에 철조망이 설치되었음은 물론이다. 하지만 지금은 야생화단지 등 사계절 내내 아름다움을 간직한 선암호수공원으로 거듭났다. 자연과 인간을 경계지어온 철조망을 철거하고 저수지 주변의 수려한 자연경관을 활용하여 산책로 및 다양한 테마를 가진 시설물들을 조성해놓은 것이다.



호숫가로 들어서자 종합안내도가 눈에 띈다. 시간이 허락된다면 한번쯤 살펴보고 길을 나설 일이다. 특히 나같이 사전준비를 못하고 트레킹을 나선 사람들이라면 이것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 할 수도 있겠다. 그래야 나처럼 테마쉼터를 둘러보지 못하는 우()를 범하지 않을 테니까 말이다. 사전준비를 못해왔으니 안내도라도 꼼꼼히 살펴봤어야 하건만 난 그러지를 못했다. 그러니 호수공원의 볼거리가 무엇인지를 알았을 리가 만무하다. ‘아는 것만큼 보인다.’고 했다. 이 모든 것이 사전준비를 못한 내 탓이니 누구를 원망하겠는가. 아무튼 테마쉼터에는 한국기록원(韓國記錄院, Korea Record Institute, KRI)’에 전국에서 가장 작은 교회와 사찰, 성당으로 등재되어 있는 초미니 종교시설이 있다고 한다. 길이 2.9m에 폭이 1.4m, 그리고 높이가 1.8m에 불과한 호수교회(湖水敎會)는 한두 사람이 겨우 들어갈 수 있을 정도이고, 안민사(安民寺)는 길이 3m, 1.2m, 높이 1.8m로 뜰에는 돌로 만든 거북이와 기도하는 손 모양의 의자가 있단다. 바티칸의 성베드로 성당을 본떠 만든 성베드로 기도방은 길이 3.5m, 1.4m, 높이 1.5m이다. 글자 그대로 종교를 테마로 평안과 안식을 기원하는 특색 있는 장소라 하겠다.



연꽃방죽 옆에는 생태학습장이 만들어져 있다. 지난해에 조성했다는데 면적이 1라니 규모가 크다고는 할 수 없겠다. 하지만 이곳에는 호수공원에서 자생하는 물고기를 관찰할 수 있는 어류연못을 비롯해 야생초화원, 관람 데크, 디딜방아 등 다양한 볼거리가 들어서 있다. 엄마 아빠를 따라 나온 꼬맹이들에게 딱 좋은 곳이라 하겠다.



연꽃방죽등 호숫가에 만들어놓은 시설들을 둘러보다가 호숫가를 따라 나있는 탐방로로 들어선다. 언덕처럼 작디작은 발음산을 가운데에 두고 한 바퀴를 빙 돌도록 길이 나있는데 쉼터를 겸한 포토전망대와 장미터널 등 눈에 담을만한 시설들로 치장되어 있는 멋진 구간이다. 참고로 선암호수공원에 만들어진 탐방로는 모두 세 구간으로 나누어져 있다. 1구간에는 댐체부터 보현사 입구에 이르는 곳으로 벚꽃터널과 꽃단지, 야생화단지 등으로 이루어졌다. 그리고 보현사 입구부터 대나리 진입로에 이르는 2구간은 장미터널, 연꽃지, 생태습지원 등으로 구성되었다. 마지막 대나리 입구부터 댐체에 이르는 곳에는 테마가 있는 쉼터, 물레방아, 인공암벽장 등으로 구성하여 그 운치를 더하고 있다. 우리가 트레킹을 시작한 곳이 대나리 진입로였다면 이해가 빠를지도 모르겠다.



조금 더 걷자 넝쿨장미로 띠를 두른 장미터널이 나타난다. 철이 지난 장미넝쿨이 멋스럽지는 않지만 나름대로 풍취가 있는 길이다. 그래선지 만나는 사람들마다 하나같이 느리지도 빠르지도 않는 경쾌한 걸음들이다. 가끔은 오른편으로 시야가 열리기고 한다. 댐이 보이는가 하면 그 뒤에 버티고 선 아파트는 느긋한 모습으로 호수를 들여다 보고 있다. 멀리 공장들도 보인다.



발음산을 한바퀴 돌았다 싶을 즈음 도로(선암호수길)를 만난다. 길가에 세워진 안내판에는 이곳을 끝바우고개라 적고 있다. 아까 트레킹을 시작하면서 곁눈질로 살펴본 호수공원 종합안내도에 나와 있던 지명이다. 신선산 남쪽에 있는 뾰쪽한 바위를 화암(花岩)이라고 하며, 그 아래에 있는 마을을 끝바우마을이라 부른다고 적혀있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꽃바우가 어떻게 해서 끝바우로 변했는지는 설명하고 있지 않았었다. 이곳의 안내판도 역시 지명과는 동떨어진 설명을 늘어놓고 있을 따름이다. 옛날 이곳에 탱자나무 울타리가 조성되어 있었고 여우 울음소리가 들려오기도 했단다.



탐방로는 이곳에서 오른편으로 방향을 튼다. 그리고 또 다른 인공터널 속으로 탐방객들을 인도한다.



그렇게 조금 더 걷자 단을 나누어 조성된 주차장이 나온다. 4년쯤 전인가 새로운 주차장을 추가로 조성한다더니 이를 두고 하는 말이었던가 보다. 당시 기사에서는 주차장이 350면이나 되지만 주말이면 몰려드는 차들로 인해 몸살을 치른다고 했었다. 이곳 선암호수공원이 울산 시민들로부터 그만큼 사랑받고 있다는 증거일 것이다. 아무튼 주차장으로 들어서기 바로 직전에서 탐방로는 왼편 산자락으로 파고든다. 솔마루길의 입구임을 알려주는 이정표(신선정·신선산 0.5)가 데크계단의 앞에 세워져 있으니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기둥에는 해파랑길의 표식도 붙어있다. 들머리에서 이곳까지는 22분이 걸렸다.



신선산으로 오르는 길은 가파르면서도 긴 데크계단으로 시작된다. 그리고 이마에 땀방울이 흐를 즈음이면 길은 평평해진다. 하지만 이는 그리 오래가지 못한다. 잠시 후면 또 다시 가파른 오르막길이 시작된다. 그렇다고 미리부터 겁먹을 필요는 없다. 얼마 지나지 않아 정상에 올라서기 때문이다. ! 중간에 전망데크가 만들어져 있다는 것을 빼먹을 뻔했다. 아니 주변의 나무들로 인해 시야가 트이지 않으니 쉼터라고 하는 게 더 옳을 수도 있겠다.



그렇게 잠깐 오르면 시야가 툭 트이는 바위가 나타난다. 울산(남구) 시가지가 한눈에 쏙 들어오는 멋진 조망처이다. 산자락으로 들어선지 10분만이다.



몇 걸음 더 올라서자 덩어리로 이루어진 또 다른 바위가 나타난다. 이번 것은 아예 명찰까지 달고 있다. 옛날 신선들이 구름을 타고 내려와 이곳에서 놀다갔다고 해서 신선암(神仙岩)’이란 이름이 붙었단다. 그렇다면 신선산이란 이름을 낳게 한 모태(母胎)인 셈이다.



신선바위 옆에는 신선정(神仙亭)’이라는 이름의 예쁘장한 팔각정이 지어져 있다. 정자에서의 조망은 일품이다. 울산시가지는 물론이고 이번에는 선암호수공원까지 한눈에 쏙 들어온다. 선암호수는 지형적으로 산과 산의 틈 사이 계곡에 위치하고 있다. 다른 한편으론 도시 주거지와 공장지대 사이이기도 하다. 산에 대한 조망도 압권이다. 산에 대한 조망은 다른 이의 글로서 대신해본다. 울산 시내를 가로지르는 남암지맥이 눈앞을 달리고, 울산을 대표하는 문수산과 무룡산이 우뚝 서 있다. 저 멀리 부산의 금정산과 울주군의 가지산도 눈에 들어온다.




조망을 즐겼다면 이젠 울산대공원으로 향할 차례이다. 갖가지 운동기구들은 물론이고 약수터까지 갖춘 쉼터에서 첫 번째 갈림길을 만난다. 이정표에 표시된 유화원(遊花園)‘ 쪽으로 내려간다. 잘 닦여진 이 길은 울산해양경찰서방향으로 연결된다. ! 중간에 두어 번의 갈림길을 만나게 되나 걱정할 필요는 없다. 야음동수암길(롯데케슬)과 울산대공원(입구) 등 이정표의 방향표시판에 해파랑길표식이 붙여져 있으니 이를 따르면 된다.



길을 가다보면 숲속 작은 도서관도 만나게 된다. 꽤 많은 도서들이 진열되어 있는가 하면 그 옆에는 벤치도 두어 개 놓아두었다. 힐링만 할 게 아니라 마음의 양식까지 살찌워가라는 배려일 것이다. 알뜰살뜰하게 시민을 챙기는 울산시청 관계자들의 열정을 보는 것 같아 마냥 즐겁다.



그렇게 15분 정도를 진행하면 탐방로는 울산해양경찰서앞의 차도로 내려선다. 횡단보도를 건넌 해파랑길은 경찰서 담장을 왼편에 끼고 대략 5분 정도 이어진다. 그러다가 왕복 8차로를 건너는 솔마루다리를 만난다. 여기까지가 솔마루길 1구간이다.




해파랑길은 이제부터 솔마루길 2구간을 따른다. ’울산대공원안의 산길을 걷는 여정이다. 아니 울산대공원이 조성되어있는 산줄기, 즉 마룻금을 따른다고 보면 되겠다. 탐방로는 일단 곱다. 보드라운 흙길은 폭신폭신하다는 느낌까지 들 정도이고, 경사 또한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작은 오르내림만 반복된다는 얘기이다. 길가 양 옆에는 일정한 간격으로 등()까지 설치해 놓았다. 웰빙시대를 맞아 늘어난 야간 이용객들을 위한 시설물이란다. 다만 동·식물의 생태계 교란을 방지하기 위하여 낮은 등을 설치했다고 한다. 또한 늦은 시간에는 소등(消燈)을 함으로써 '인간''자연'이 공존하는 방안까지 모색했단다.



숲에는 도토리저금통도 만들어놓았다. 사람만 배려하는 줄 알았는데 동물들까지도 챙기는 모양이다. 보기 좋은 풍경이 아닐 수 없다.



건강안내판도 보인다. 시점과 종점사이의 거리와 소요시간, 그리고 소모되는 칼로리()의 양을 적었다. 그 가운데서도 적혀있는 칼로리에 해당되는 밥의 양을 적어 놓은 게 돋보인다.



숲속을 헤집으며 나있는 탐방로는 바닥이 반질반질할 정도이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지나다녔다는 증거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숲은 잘 보존되어 있는 편이다. 사람들이 들어갈 수 없도록 지정된 탐방로 외의 모든 곳을 일일이 막아놓은 덕분이 아닐까 싶다.



그렇게 17분 정도를 걷자 이층으로 지어진 정자가 나타난다. 길 건너 맞은편에는 쉼터를 겸한 전망데크를 만들어 놓았다. 이층까지 올라가는 걸 귀찮아하는 사람들까지도 배려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주변의 소나무들로 인해 아랫도리가 다 잘려 나가버린 동쪽방향에 비해 서쪽은 제대로 된 조망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울산을 감싸고 있는 산군들이 일목요연하게 눈에 들어오는데 대운산과 천성산, 정족산 등이 아닐까 싶다.




드문 일이지만 계단을 놓아야만 할 정도로 가파른 오르막길을 만나기도 한다. 그런데 계단을 만들고 난 뒤에도 맨땅이 드러난 탐방로를 그냥 내버려 두었다. 계단을 오르내리는 것을 싫어하는 사람들을 위한 배려겠지만 이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볼 수 있다. 이왕에 계단을 만들어놓았으면 탐방객들이 이를 이용하도록 해서 기존의 맨땅은 자연으로 되돌려 주는 것이 산을 보호하는 하나의 방법일 테니까 말이다.



그렇게 20분 정도를 걸으면 현충탑 입구사거리가 나온다. 물론 정자에서부터 계산한 시간이다. 이곳도 역시 진행방향이 헷갈리는 지점이다. 이정표(문수국제양궁장/ 현충탑/ 갈연마을/ 전망대)가 세워져 있지만 해파랑길이나 솔마루길 등에 대한 표식이 일절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이럴 때는 주변을 살펴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마침 해파랑길과 솔마루길, 그리고 울산어울길을 설명해놓은 안내판 옆에 솔마루길 종합안내판이 세워져 있다. 지도를 살펴보니 진행방향에 문수국제양궁장이 보인다. 이정표에 붙어있는 문수국제양궁장 방향으로 가면 된다는 얘기이다.



이후로도 탐방로는 작은 오르내림을 반복하면서 이어진다. 갈림길인 풍요삼거리도 지난다. 이번에는 이정표(솔마루길/ 울산대공원 정문/ 전망대)솔마루길이라는 지명이 공공연하게 나타난다. 이후부터는 이정표마다 같은 지명이 계속해서 등장한다. 해파랑길이 아니라 솔마루길을 걷고 있다고 보는 게 더 옳겠다. 그렇다. 해파랑길 6코스는 솔마루길 1코스인 선암공원에서부터 3코스가 끝나는 지점까지를 그대로 사용한다고 보면 되겠다. ‘솔마루길이란 남구 선암공원에서 시작해 신선산과 울산대공원, 삼호산, 남산을 지나 태화강 십리대숲까지 24를 잇는 도심(都心)순환산책로'이다. 소나무가 울창한 산등성이(마루)들을 연결하는 등산로란 의미에서 그런 이름이 붙여졌다. 산과 산, 산과 호수가 공존하는 것이 특징으로 작년(3)에는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에서 공동으로 선정하는 '이달의 걷기 좋은 여행길에 뽑히기도 했다. 그만큼 걷기에 좋다는 증거일 것이다. 참고로 솔마루길은 4개 구간으로 나누어져 있다. 2.1길이의 1구간은 솔마루길 진입광장에서 신선정을 거쳐 울산대공원산으로 연결되고, 2구간(5.4)은 울산대공원 입구에서 하리삼거리와 용미등을 거쳐 솔마루하늘길까지다. 그리고 3구간(3.6)은 솔마루하늘길에서 솔마루정와 태화강전망대를 거쳐 맨발등산로까지, 4구간(1.3)은 맨발등산로에서 남산전망대와 남산루를 거쳐 솔마루길의 종점인 크로바아파트까지 이어진다.



풍요삼거리를 지났다싶으면 곧이어 공원사거리가 나온다. 좌우로 정문과 남문으로 연결되는 차도(車道)가 지나가는 지점이다. ’울산대공원의 중간쯤이라고 보면 되겠다. 그래선지 이곳에는 솔마루길 종합안내판외에 흙먼지털이기까지 설치해 놓았다. 잘 생긴 돌탑도 보인다. 생김새로 보아 지자체에서 돈을 들여 아랫도리를 만든 후, 윗부분은 탐방객들에게 맡겨놓았던 모양이다. 오가는 사람들이 하나하나 올려놓았을 돌맹이들이 그들이 염원하는 작은 소원들만큼이나 켜켜이 쌓여있다. 참고로 울산대공원(蔚山大公園)은 남구 옥동과 신정동에 걸쳐 있는 도심공원이다. SK()1,000억 원을 투자하여 공원을 조성한 후 울산광역시에 무상으로 기부했다고 한다. 산과 호수를 포함하는 100만평의 넓은 부지는 자연(Natural)! 깨끗함(Clean)! 편안함(Comfortable)!‘을 테마로 생활 속에서 자연과 함께 호흡할 수 있는 상쾌한 휴식공간으로 꾸며졌다.




작은 오르내림을 반복하고 있는데 난데없는 삼각점(三角点, triangulation point)이 길 한가운데에 박혀있다. 삼각점이란 삼각 측량을 할 때 기준으로 선정된 지상의 세 꼭짓점을 말한다. 지구 표면상의 원거리에 있는 점의 상호 위치와 이들의 각 점을 연결하는 선의 길이 및 그 방향을 정밀하게 측정하는 삼각측량에 의해 지구상의 수평위치가 결정되니 매우 중요한 시설물이라 하겠다. 하지만 이에 대한 안내가 없어 사람들은 무심코 지나칠 따름이다. 아쉬운 일이라 하겠다.



불당골 사거리를 지나자 옥동농소 간 도로 공사현장이 나타난다. 공원사거리에서 출발한지 17분만이다. 탐방로는 공사현장을 피해 왼편으로 나있다. 하지만 사람들은 너나없이 그냥 공사현장으로 향한다. 길 또한 반질반질하게 나있다. 우회시키는 임시탐방로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아예 없다는 증거일 것이다. 아무튼 두 길은 공사현장을 벗어나자마자 하나로 다시 합쳐진다.



공사현장 다음은 용미등이다. 이정표까지 세워져 있으나 큰 의미가 없어 그냥 지나친다. 얼마간 더 걸으면 이번에는 솔마루 하늘길이라는 이름표를 달고 있는 삼거리를 만난다. 직진하면 문수체육공원, 우리가 가려는 해파랑길(솔마루길)은 물론 오른편 방향이다.



잠시 후 울산의 동맥이라는 문수로가 나타난다. 공사현장에서 12분 거리이다. 왕복 8차선인 이 도로는 솔마루 하늘길이라는 공중다리를 놓아 보행이 가능하도록 했다. 만일 이 다리가 없었더라면 솔마루길은 이곳에서 뭉텅 잘려나갔을 게 뻔했으니 가히 솔마루길의 백미(白眉)라 불러도 부족함이 없을 것 같다. 그래선지 다리의 양쪽 끄트머리에다 조형물까지 배치했다. 울산대공원 방향은 소의 등에 올라앉아 퉁소를 불고 있는 소년이, 그리고 반대편에는 삿갓을 쓴 방랑객이 다리를 지키고 있다.




솔마루 하늘길은 솔마루길의 2구간과 3구간이 나뉘는 경계이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3구간이 시작되는 지점에다 누각까지 갖춘 성문(城門)을 만들어 놓았다. ’솔마루 성문이라고 적힌 현판까지 달았다.



능선(마루)을 따라 이어지기는 2구간과 매한가지이다. 길이 넓고 경사까지 없다는 점도 같다. 물론 주변의 숲도 소나무들 일색이다. 아무튼 가는 길에 삼호산 삼거리차폐형등산로 2지점등의 갈림길을 만나게 되나 신경 쓸 필요는 없다. 이정표가 가리키고 있는 솔마루정방향으로 진행하면 된다. 그거도 아니라면 고래 모양으로 생긴 가로등(街路燈燈)을 따라 진행하면 된다. 남구에서 등산로를 정비하면서 고래 도시인 울산을 홍보하기 위해 허리춤에도 못 미치는 높이의 가로등을 고래 모양으로 만들어 놓았기 때문이다.



들국화가 꽃망울을 활짝 열었다. 그래 다음 주에는 첫 서리가 내린다는 상강(霜降)이 들어있다. 가을은 이미 문턱을 넘어 그 절정으로 달려가고 있는 중이다.



걷는 속도를 조금 떨어뜨리기로 한다. 서둘러 걷다보니 주어진 시간보다 훨씬 빨리 진행되었기 때문이다. 들꽃에 눈을 맞추기도 하고, 범장골과 성지골 등 지명의 유래를 적어놓은 안내판들을 읽어가면서 느긋하게 걸어본다. 그렇게 30분 정도를 걷자 솔모루정이라는 팔각정이 나타난다. 물론 솔마루 하늘길에서부터 계산한 시간이다. 정자는 신발을 벗어야만 오를 수가 있다. 그렇다고 조망을 즐길 수 없다는 얘기는 아니다. 태화강 방향에다 난간을 둘러 시야가 트이도록 해놓았다. 박취문(1617~1690)이 낙향 대비용으로 지었다는 만회정(晩悔亭) 태화강대공원의 북단이 한눈에 쏙 들어온다.




솔마루정에서 10분 정도를 더 진행하면 이번에는 고래전망대가 나온다. 태화강의 하구에는 장생포(長生浦)라는 항구가 있다. 인근 수역에서 고래가 잘 잡혀 예로부터 포경업(捕鯨業)의 근거지였던 곳이다. 장생포항을 품고 있는 태화강이 잘 조망된다고 해서 고래전망대라는 이름을 붙여놓았나 보다. 아무튼 울산의 또 다른 명물인 십리대숲 등 태화강대공원의 전경이 일목요연하게 펼쳐지는 빼어난 조망처이다. 참고로 태화강은 한때 수질 나쁜 강의 대명사로 불리기도 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되살아난 하천의 대명사로 바뀌었다. 민관(民官)이 힘을 합쳐 환경보호에 심혈을 기울인 결과이다.




또 다시 길을 나선다. 이번엔 대부분이 내리막길이다. 그렇게 잠시 내려서자 삼호산 삼거리‘(이정표 : 옥동마을/ 신성중학교)가 나타난다. 해파랑길은 이곳에서 왼편으로 방향을 튼다. 신성중학교 방향에 해파랑길 표식이 붙어있으니 헷갈릴 일은 없을 것이다.



길가에 등산로 내 화장실 이용에 관한 안내판이 세워져 있다. 이 등산로에는 화장실이 설치되어 있지 않으니 가까운 화장실을 이용한 후에 길을 나서란다. 그러고 보니 이곳까지 오는 동안 화장실을 한 번도 만나지 못했었다. 도심공원으로 꾸며져 있는데도 말이다. 해파랑길을 걷는 사람들이 꼭 알아두어야 할 내용이 아닌가 싶다.



삼호산삼거리 갈림길에서 좌측 남산루 쪽으로 방향을 잡는다. 급하게 아래로 떨어졌다가 신성중학교의 축대를 오른편에 끼고 언덕으로 올라서면 농구대가 두어 개 설치되어 있는 운동시설을 만난다.



태화강 전망대는 운동시설의 옆에 만들어져있다. 태화강이 잘 조망된다고 해서 그런 이름이 붙여졌는지도 모르겠다. 이곳에서 울산의 랜드마크(landmark)라 할 수 있는 태화강대공원을 속속들이 들여다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곳과 같은 이름을 쓰고 있는 또 다른 전망대가 발아래에 보이는가 하면, 강 건너에는 그 유명한 십리대숲과 샛노란 꽃밭이 한 폭의 그림처럼 펼쳐진다. 울창한 저 대밭이 지금처럼 보존된 데에는 전설처럼 떠도는 얘기가 뒤따른다. 1987태화강 하천정비 기본계획이 수립되면서 죽림(竹林)은 사라질 위기에 처한다. 이때 환경단체와 시민들이 온몸을 던져 막았다고 한다. 그렇게 살아난 대숲이지만 1994년 태화들녘이 주거지역으로 변경되면서 또다시 개발과 보전이란 기로에 선다. 이때도 울산 시민들이 발을 벗고 나섰다. 이들은 '태화들 한 평 사기 운동'을 통해 태화강 자연을 지켰다고 한다. 한국 환경운동사에서 기념비적인 사건이라고 보면 되겠다.




이제는 태화강변으로 내려설 일만 남았다. 가파른 침목계단을 잠시 내려서자 태화강 가는 길이라는 이름표를 단 사거리(이정표 : 태화강 둔치/ 남산루/ 태화강전망대)가 나온다. 해파랑길은 이곳에서 왼편(태화강 둔치)으로 방향을 틀면서 솔마루길과 헤어진다. 산행을 하느라 고생한 발을 씻을 있도록 만들어 놓은 우물을 잠시 후에 만났다면 길을 제대로 잡은 셈이다. ! 알아두어야 할 것이 하나 있다. 제대로 된 솔마루길은 조금 전에 지나왔던 태화강 전망대에서 오른편으로 갈려나간 다는 것을 말이다. 농구대가 있는 운동시설을 나서자마자 오른쪽 자연 부락으로 방향을 잡아야 한다. 자연 마을을 지나면 아파트 앞 차도를 만나게 되고, 산쪽으로 올라붙으면 4구간이 시작된다.



트레킹의 날머리는 태화강전망대 앞 주차장

우물을 지났다싶으면 남산사 옆에 만들어놓은 주차장이다. 개의치 말고 차도를 건너도록 한다. 이어서 왼편으로 방향을 틀어 잠시 올라가면 태화강전망대 앞에 만들어놓은 주차장이 나오면서 해파랑길 6코스는 끝을 맺는다. 오늘 트레킹은 3시간 30분이 걸렸다. 6구간이 시작되는 덕하역에서 시작되는 전체 구간은 4시간 30분 정도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시간이 조금 남아 주차장 아래에 조성되어 있는 코스모스 꽃밭으로 내려가 봤다. 가을의 전령이라는 코스모스를 만났는데 어떻게 바라보기만 할 수 있겠는가. 코스모스의 꽃말은 소녀의 순정이다. 코스모스가 가을바람에 한들거리는 모습이 소녀가 가을바람에 수줍음을 타는 것처럼 보인다는 데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꽃밭으로 들어간 집사람에게 수줍은 표정을 지어보라고 했으나 그게 마음대로 되지 않는 모양이다. 하긴 60대 중반의 나이에 수줍음을 탄다는 게 어디 그리 쉬운 일이겠는가. 아무튼 코스모스는 신이 이 세상을 아름답게 만들기 위해 제일 처음 만든 꽃이라는 전설도 갖고 있다. 처음 만들다보니 모양과 색을 요리조리 다르게 만들어보다가 지금의 하늘하늘하고 여러 가지 색을 가진 코스모스가 만들어졌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