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파랑 7코스

 

여행일 : ‘18. 9. 1()

소재지 : 울산광역시 남구와 북구, 중구 일원

산행코스 : 태화강전망대(4.8km)십리대밭(5.9km)내황교(6.4km)염포삼거리(거리 및 소요시간 : 16.87, 4시간 10)

 

함께한 사람들 : 청마산악회


특징 : 울산을 상징하는 태화강을 오른편에 끼고 흐르듯 걷게 되는 구간이다. 즉 시작부터 강줄기를 따라 거슬러 올라가다 구 삼호교를 통해 강을 건넌 후부터는 다시 강줄기를 따라 내려오게 된다는 얘기이다. 이 구간의 백미는 누가 뭐래도 십리대숲이라 하겠다. 굵은 대나무들로 가득한 숲이 2정도 이어지는데 그 규모가 국내 제일일 뿐만 아니라 죽림욕장(竹林浴場)‘뱃살빼기 체험시설‘, ’포토죤등의 시설까지 곳곳에 배치해 놓았다. 보는 것에 더해 즐기는 재미까지 갖춘 것이다. 또한 이 구간에서는 울산 최초의 현대식 교량인 구 삼호교와 만회정, 태화루 등 역사적 사실을 품은 공간들도 만난다. 선현들의 발자취를 엿볼 수 있는 기회가 아닐까 싶다. 이후로도 눈요깃거리가 풍부한 강 둔치가 계속 이어지지만 후반부는 썩 좋지가 않다. 후반부의 5정도는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외곽 등 둑길을 이용하기 때문이다. 길의 변화가 없을 뿐만 아니라 자전거 길과 함께 사용하고 있어 방심하다간 자칫 부상까지 입을 수 있는 구간이다.


 

트레킹 들머리는 태화강전망대 앞 주차장(울산 남구 신정동 1549-6)

울산고속도로 울산 IC에서 내려와 북부순환도로를 잠깐 타다가 삼호교남교차로(남구 무거동)에서 오른편 남산로로 옮겨 들어가면 잠시 후 태화강전망대 근처의 주차장에 이른다. 아니 남산근린공원에 속하는 주차장일지도 모르겠다. 그나저나 주차장의 끝에 남산사라는 나름대로 구색을 갖춘 절간이 있으니 참조한다. 그렇다고 찾아볼 필요까지는 없다. 야박하게도 문을 굳게 닫아놓았기 때문이다.




주차장 건너편에 SK주유소가 있다. 이 주유소의 끄트머리에서 오른편 골목으로 들어서면서 트레킹이 시작된다. 들머리에 이정표(태화강 동굴피아 950m) 외에도 해파랑길 방향표시목과 남산나루의 입구임을 알려주는 이정표가 따로 설치되어 있으니 들머리를 못 찾아 헤매는 일은 없을 것이다.



50m쯤 걸었을까 태화강가에 세워진 태화강전망대가 길손을 맞는다. 서울의 남산타워나 롯데타워 같은 어마어마한 규모의 전망대는 아니다. 하지만 전망만은 빼어나다고 한다. 태화강이 한눈에 쏙 들어오는 경관 좋은 곳에 지상 4(수면에서 30m) 높이로 들어앉았기 때문이다. 50년 이상 된 수자원공사의 취수탑을 생태환경에 맞도록 리모델링해 지난 20092월에 문을 열었단다. 1층은 엘리베이터 홀과 안내실이 2층은 기계실이다. 3층은 회전 카페로 차와 간단한 식사를 할 수 있는데 한 시간에서 한 시간 반 동안 한 바퀴를 돌며 태화강 전역을 감상할 수 있게끔 해준단다. 4층은 야외 전망데크로 되어 있어 망원경으로 태화강의 곳곳을 볼 수 있다고 한다. ! 전망대 아래에 해파랑길 7코스에 대한 안내판이 세워져 있다. 눈요깃거리나 먹거리에 대한 정보까지 소개되어 있으니 트레킹을 나서기 전에 한번쯤 살펴보고 가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전망대의 옆 강가에는 남산나루에 대한 안내판이 세워져 있다. 나룻배를 이용할 때 주의해야할 일들을 적어놓기도 했다. 2015년부턴가 남산호라는 이름의 나룻배가 운항을 시작했다고 하더니 그게 요 아래에 있었나 보다. 이 나룻배는 길이 6m에 폭 2,2m, 승선인원은 12(뱃사공 2명 포함)이라고 한다. 전통의상을 입은 뱃사공이 130m 길이의 줄을 당겨 건너편으로 이동시켜 준다니 시간이 있다면 한번쯤 이용해 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우리 같이 해파랑길을 따라 걸을 수밖에 없는 사람들에게는 화중지병(畵中之餠)이겠지만 말이다. 아무튼 남산나루는 태화강에 교량이 없던 시절 태화나루와 내황나루, 삼산나루 등 여러 나루와 함께 시민들의 중요한 교통수단이었다고 한다. 농민들과 아낙들의 만남의 장소였으며 학생들에게는 정겨운 통학로였다. 가축과 농기구, 곡식 등을 운반하는 화물선의 역할까지 겸했음은 물론이다.



이제 본격적으로 트레킹을 나설 차례이다. 탐방로는 태화강을 오른편에 끼고 나있다. 태화강은 울산 가지산과 백운산 물줄기가 57개의 지류를 품고 도심을 가로질러 동해로 흐르는 길이 47.54의 강이다. 이 강은 한때 죽음의 강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울산은 공업도시로 유명하다. 그러니 환경오염으로 이어졌을 게 뻔하다. 오폐수(汚廢水)가 흘러들고 온갖 쓰레기가 쌓여가면서 급격히 생명력을 잃기 시작한 것이다. 결국 물고기가 죽어가고 철새가 떠나가는 죽음의 강이 되고 말았다. 이런 태화강을 살린 것은 울산시민들이었다고 한다. 시민과 환경단체, 기업, 그리고 행정이 모두 팔을 걷고 태화강 살리기에 나섰다는 것이다. 하수처리장을 건설하고 하수관거 정비사업, 퇴적오니(하천이나 호수 바닥의 퇴적된 오염된 흙)를 제거한 후에 14만 톤의 하천 유지수를 확보해서 맑은 물을 흐르게 했단다. 특히 지난 2004년에는 전국에서 가장 먼저 강둑과 호안의 콘크리트 덩어리를 걷어내고 자연형 호안으로 새롭게 정비했다고 한다. 그 결과 지금은 생명의 강으로 바뀌어 울산시민들과 함께하는 울산의 젖줄과 같은 소중한 강으로 변했단다.



길을 가다보면 건너편 강기슭에 있는 만회정(晩悔亭)’이 눈에 들어온다. 만회정이 있는 저 일대는 태화강 대공원이 조성되어 있다. 오랫동안 무관심으로 방치되어 오던 태화강 하류의 들녘을 공원으로 가꾸어 시민들의 품에 되돌려 준 것이다. 서울 여의도 공원 면적의 2.3배에 달한다는 태화강대공원은 전국 최대 규모의 도심 친수공간(都心 親水空間)’이다. 홍수 조절을 위해 사라질 위기에까지 이르렀던 십리대숲은 시민의 단결된 힘으로 보전하게 되었고, 도시계획상 주거지역으로 결정되어 개발이 예정되어 있던 186의 토지를 다시 환원시켜 오늘의 태화강 대공원을 조성했다고 한다.



얼마쯤 걸었을까. 옛 삼호교에 이르기 조금 전에 태화강 철새공원이라고 쓰인 말뚝형의 팻말이 보인다. 그 옆에는 대한민국 20대 생태관광지라고 쓰인 표지목도 꽂혀있다. ’생태관광지(生態觀光地)‘란 환경에 대한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자연을 관찰하고 이해하며 즐길 수 있는 곳이란 의미이다. 그렇다면 이 부근에 수많은 철새들이 모여든다는 얘기일 것이다. 그리고 피해를 최소화하는 선에서 그들의 생태계를 보고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조성되어 있다는 얘기도 된다. 하지만 지금은 제철이 아닌지 팻말의 뒤편에는 비둘기로 보이는 새들이 여럿 보일 따름이다. 이왕에 시작했으니 태화강의 생태계에 대해 조금 더 알아보자. 현재 태화강에는 조류 146, 어류 73, 식물 632종 등 총 900여종의 동식물이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전국 최대 규모의 생물자원도 3종이나 있는데 여름철새인 백로, 겨울철새인 떼까마귀, 바지락이 그것이다. 여름에는 7종으로 늘어난단다. 아무튼 백로 8000여 마리가 둥지를 틀고, 겨울이면 떼까마귀 53000여 마리가 화려한 군무(群舞)를 펼친단다. 또한 강 하구는 종패(種貝) 때부터 자연 서식된 바지락의 전국 최대 생산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몇 걸음 더 걷자 이번에는 여러 종류의 운동기구를 갖춘 작은 체육공원이 나온다. 노거수(老巨樹) 아래에는 벤치 몇 개를 놓아 쉼터를 겸하도록 했다. ’음수대(飮水臺)‘도 보인다. 오늘 트레킹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것 가운데 하나가 아닐까 싶다. 이런 음수대를 곳곳에서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냉수와 온수를 골라서 공급 받을 수 있는 정수기(淨水器)까지도 여려 곳에서 만날 수 있었다.



트레킹을 시작한지 30분쯤 지났을까 삼호교(三湖橋)‘가 나온다. 아니 저 앞에 6차선의 다리를 삼호교라는 이름으로 새로 놓았으니 이 다리는 () 삼호교로 부르는 게 옳을 것 같다. 이 다리는 일제 강점기인 1924년에 군수산업을 효과적으로 관리할 목적으로 건설된 울산 지역 최초의 근대식 철근콘크리트조 교량이다. 이런 점을 인정받아 2004년에는 대한민국의 등록문화재 제104호로 지정된바 있다. 현재는 교각과 상판의 노후화를 이유로 차량통행은 금지시키고 보행자 전용의 교량으로만 활용되고 있다. 해파랑길의 탐방로는 이 다리를 건너도록 되어 있다.




다리를 건너는 도중에 바라본 태화강 상류의 전경, 카메라에 잡힌 다리가 바로 새로 놓인 삼호교이다. 강변을 따라난 길은 태화강 100리길이라는 둘레길이다. 태화강의 발원지인 울주군 백운산의 탑골샘에서 시작해 강 하구의 명선교에 이르기까지 총 길이 48의 강줄기를 따라 탐방로를 내놓은 것이다. 울산을 대표하는 걷기 코스라니 한번쯤 시간을 내어 시도해볼 만도 하겠다.



다리를 건너자 천변(이정표 : 십리대밭 1.6/ 태화강전망대 1.9)에 자전거연습장이 만들어져 있다. 오늘 걷고 있는 코스의 또 다른 특징은 사람 전용과 자전거 전용 길이 나란히 나있다는 점이다. 어떤 곳에서는 두 길이 합쳐지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또렷이 구분되어 있다. 그만큼 자전거 길을 잘 조성해놓았다는 얘기이다. 그러다보니 안전사고가 걱정이라도 되었나보다. 저렇게 반듯한 안전교육 시설까지 만들어놓은 걸 보면 말이다.



다리를 건넌 후에도 태화강은 여전히 오른편에 있다. 다만 아까는 강줄기를 따라 거슬러 올라갔던 반면에 이번에는 강물을 따라 내려가고 있을 따름이다. ! 삼호교를 건너면 무궁화동산을 만나게 된다는 것을 깜빡 잊을 뻔했다. 기껏해야 못생긴 무궁화 몇 그루가 심어져 있을 따름이지만 말이다. 그렇다고 너무 실망할 필요는 없다. ’무궁화는 이따가 다시 만나게 되기 때문이다. 그것도 아주 곱고 화려한 무궁화 꽃들이 지천으로 널려있다.



강변에는 커다란 주차장이 곳곳에 만들어져 있다. 시민들을 위한 시설이 빠졌을 리가 없다. 축구장이나 풋살장, 테니스장 같은 체육시설은 물론이고 야외공연장도 갖췄다. 강변을 아예 도심공원(都心公園)으로 가꾸어 놓은 것이다.



잠시 후 수령(樹齡)300년이다 되었다는 팽나무가 나온다. 나이뿐만이 아니라 생김새까지 제법 그럴싸하게 갖춰 주변 풍경과 잘 어우러지고 있다. 보호수(保護樹)로 지정되어 있는 이유일 것이다. 그 옆에는 다운동 물레방아에 대한 안내판이 세워져 있다. 이 근처에 보()를 막아 높이 3.5m의 물레방아를 돌렸는데 1959년의 사라호 태풍 때 유실되고 지금은 팽나무만이 외롭게 자리를 지키고 있다는 것이다. 요즘은 스토리텔링(storytelling)’이 관광산업의 요술방망이처럼 여겨지는 시대다. 근거도 없는 설화를 끌어들여 축제를 만드는 자치단체도 없지 않은데, 이런 역사적 사실을 챙겨놓아 찾는 이들에게 사실에 근거한 상상력을 북돋워주는 배려가 돋보이는 것 같다.



새로 짓는 중인 오산대교의 아래(이정표 : 십리대밭교 1.6/ 삼호교 1.49)를 통과한 후 강안이 한눈에 쏙 들어오는 모퉁이를 돌아서자 만회정(晩悔亭)’이 얼굴을 내민다. 삼호교를 지난 지 20분 만이다. 자라()의 형상을 닮았다는 오산(鰲山)은 예로부터 숲과 강을 한눈에 감상할 수 있는 명소로 알려져 있다. 그런 명당자리를 가만 놓아두었을 리가 없다. 조선 중기에 부사(副使)를 지낸 박취문(1617~1690)이 낙향 대비용으로 만회정(晩悔亭)이란 정자를 지어놓았다. 현재의 건물은 조선 말기에 소실되었던 것을 2011년에 복원한 것이라고 한다. 건물은 전면툇마루에 중당협실형, 그리고 팔작지붕 구조로 되어 있다. 원래의 건물은 정면 3칸에 측면 2칸이었으나 관리와 편의를 위해 복원과정에서 통칸으로 변경했단다. 현판은 박계숙(朴繼叔박취문(朴就文) 부자가 작성한 부북일기(赴北日記·울산시 유형문화재 제14)에서 집자(集子)해 작성했다고 한다. 이왕에 거론했으니 울산의 읍지인 학성지(鶴城誌, 1749)’에 나오는 글귀도 한번 옮겨보자. <내오산은 태화진의 서쪽 수리(數里)쯤에 있다. 작은 언덕이 강에 닿아 있고 경치가 그윽하며 묘하다. 만회정이 있는데 부사 박취문(朴就文)이 지은 것이다. 정자의 앞에는 가늘고 긴 대숲이 몇 무()가 있고 아래에는 낚시터가 있으며 관어대(觀魚臺)라는 3글자를 새겨 놓았다>




만회정을 지나자마자 십리대밭이 시작된다. 아니 만회정이 십리대밭의 안에 들어있다고 하는 게 옳을 수도 있겠다. 십리대밭은 길이 약 10(4.3)에 면적은 142,060에 이른다고 한다. 70여만 그루의 대나무가 숲을 이루고 있다. 십리대밭의 대나무는 고려 중기 문장가인 김극기의 태화루 시에도 그 모습이 묘사돼 있다. 1749년 울산 최초 읍지(邑誌)인 학성지에도 기록된 것으로 보아 오래전부터 이곳에 대나무가 자생하고 있었다고 추정된다. 그 뒤 일제강점기 때 큰 홍수로 인해 태화강변 전답이 유실됐고, 일본인이 헐값에 이 부지를 사들여 대숲을 조성했다고 전해진다. 한때 주택지로 개발될 뻔했으나 범시민 반대 운동이 벌어져 이를 보존할 수 있었단다. 다른 한편으로 한국인이 꼭 가봐야 할 한국관광 100에 선정된 십리대숲은 지난해 정부가 주관하는 ‘2017 열린 관광지로도 선정되기도 했다. 열린 관광지는 장애인과 노인 등 모든 관광객이 불편함 없이 관광 활동을 할 수 있는 무장애 관광지다. 그만큼 누구나 쉽게 걸을 수 있다는 얘기이다. 그렇게 트레킹을 할 수 있는 산책로의 길이는 약 1.8이다.



하늘을 찌를 듯이 쭉쭉 뻗은 대나무가 무성한 숲을 이뤘다. 숲에 들어서니 대낮인데도 사위가 어둡다. 가을이 시작된다는 처서(處暑)가 지난지도 벌써 일주일이 되었지만 더위는 아직도 기세가 등등하기만 하다. 그런데도 대숲에 들어서니 금세 서늘한 기운이 온몸을 감싼다. 거기다 초록 장대와 그 잎새가 서로 몸을 비비며 내는 초록 소리가 숨구멍을 통해 온 몸으로 파고든다. 좋다. 그저 좋다. 이런 맛에 '죽림칠현(竹林七賢)'이 대숲에서 청담(淸談)으로 세월을 보냈을 것이다.




대밭에는 여러 곳에다 포토존을 만들어 놓았다. 대나무 숲을 전체적인 배경으로 넣을 수 있음은 물론이고, 예쁘장한 조형물과 함께 할 수도 있다. 친구와 함께 사진을 찍으면서 걷거나 혹은 홀로 사색을 즐기기 딱 좋은 공간이라 하겠다.



대밭의 가운데로 난 산책로의 곳곳에는 평상이나 벤치를 놓아 잠시 쉬어갈 수 있도록 했다. 자신의 뱃살을 재어볼 수 있는 시설도 보인다. 그 가운데서도 백미(白眉)는 죽림욕장(竹林浴場)이 아닐까 싶다. 대나무 숲에서는 공기속의 비타민이라 불리는 음이온이 다량 발생하여 신경안정과 피로회복 등 병에 대한 저항성을 키우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울산시에서 이런 점을 놓치지 않고 욕장(浴場)을 만들어 둔 것이다.



십리대밭을 벗어나자 진행방향 저만큼에 십리대밭교가 나타난다. 길이 120m에 폭이 5~8m인 태화강 유일의 인도교(人道敎)2009에 완공됐는데, 태화강전망대와 함께 태화강의 랜드마크(landmark)라고 하니 꼭 기억해 두자. 참고로 이 다리는 고래와 백로를 형상화한 비대칭형의 아름다운 아치교로 울산의 미래와 무한한 발전 가능성을 함축적으로 표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다리 아래를 지나면 음료수는 물론이고 간식거리까지 팔고 있는 매점이 길손을 반긴다. 출출해진지 오래일 테니 요기나 하고 가라는 모양이다. 맞다. 해파랑길 7코스는 절반, 아니 아직 1/3도 못 왔다. 갈 길이 아직 머니 체력을 비축해두라는 얘기이다. 다른 편의점을 이용하려면 코스를 벗어나 5~10분 이상을 걸어야하기 때문이다. 16이상을 걸어야 하는 장거리 트레킹에서 그나마 체력을 아낄 수 있는 방법이니 어쩌겠는가.



물가의 잡초 사이에 작은 조형물들이 들어앉았다. 울산대학교 서양학과 학생들이 만든 금의환향(錦衣還鄕)이라는 작품이란다. 회귀(回歸) 어종인 연어(鰱魚)에서 우리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에 대한 순환관계를 생각했다는데 예술에 문외한이 내 눈엔 글쎄올시다.’가 아닐까 싶다. 그저 힘찬 에너지로 강을 거슬러 올라가는 연어의 역동적인 형상을 작품에서 찾아볼 따름이다.



잠시 후 여울다리를 건너자 넓이가 1에 이른다는 무궁화 정원이 나온다. 작년(2017)에 울산 출신의 세계적인 무궁화 육종가인 심경구 박사가 육성한 울산지명 품종 11종과 특허 품종 11, 기타 품종 2종 등 총 242400여 그루를 심었단다. 그런데 1년도 채 되지 않아 꽃망울을 활짝 열고 있는 것이다. 무궁화도 무리를 지으면 저렇게 아름다울 수가 있는 모양이다. 거기다 근처에는 태극기가 그려진 바람개비 수백 개를 꽂아 놓아 꽃밭의 아름다움을 한층 더 고조(高潮)시키고 있다.




무궁화정원을 지나자 이번에는 태화루(太和樓)’가 길손을 맞는다. 당나라에서 불법을 구하고 돌아온 자장대사가 울산에 도착하여 태화사를 세울 때 함께 건립했다는 누각(樓閣)이다. 밀양 영남루, 진주 촉석루와 함께 '영남 3'로 불렸는데, 임진왜란 때 불타 없어진 것을 지난 2014년 복원했단다. 십리대밭에서 이곳까지는 20분 정도가 걸렸다.





태화루는 뛰어난 조망을 자랑한다. 태화강변의 황룡연 절벽 위에 위치하고 있는 탓에 태화강이 한눈에 내려다보이기 때문이다. 바람이 솔솔 부는 누각에 앉아 유유히 흐르는 강물과 멀리 십리대밭교를 바라보며 쉬어 가기 딱 좋다.



태화루 옆에는 남구 신정1동과 중구 태화동을 잇는 태화교가 지나간다. 탐방로는 이 교량의 아래로 나있다. 다리의 아래는 어르신들의 놀이터이자 쉼터이다. 장기나 바둑을 두는 분들이 계시는가 하면 서넛이 둘러앉아 약주 잔을 돌리고 있는 분들도 보인다. 한쪽 귀퉁이에는 아이스박스와 함께 의자 두엇이 놓여있다. 역시 수요는 공급을 창출하는가 보다.



둔치에 수많은 몽골텐트들이 쳐져 있다. ‘태화강 치맥 페스티벌행사가 열리고 있는 중이란다. 그러고 보니 이곳 태화루에서는 해마다 전통문화예술 공연이 이루어진다고 했다. 올해는 이달부터 열린다는 기사가 있었는데, 이 페스티벌도 그 일환일지 모르겠다.



행사장 바로 옆에 마두희(馬頭戱)의 곳나무라는 안내판이 걸려 있다. 그 뒤에는 커다란 나무기둥, 곳나무여섯 개가 꽂혀있다. ‘마두희(馬頭戱)’란 여러 사람이 양편으로 갈려서 굵은 밧줄을 마주 잡아당겨 승부를 겨루는 놀이를 말한다. 울산의 마두희는 전·근대 시기부터 매년 경상좌병영과 울산부 부민들이 동서로 편을 갈라 당기던 큰줄당기기라고 한다. 이때 당기던 줄은 암줄과 수줄이 따로 있는 쌍줄로서, ‘곳나무를 이용해 두 줄을 결합한 뒤 당겼다. 당기기 놀이가 끝나면 곳나무는 태화나루로 옮겨져 배를 매어두는 말뚝으로 사용되었다고 전해진다. 곳나무가 단순한 놀이기구가 아닌 풍요·다산을 상징하는 의미를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2012년에 마두희 행사가 최초로 재현되었다고 하니 이 조형물 역시 당시에 만들어 놓았지 않나 싶다.



아까도 얘기했지만 해파랑길 7코스의 좋은 점 가운데 하나가 물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곳곳에 음수대가 마련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음수대 가운데는 아래 사진과 같은 정수기를 비치해놓은 곳도 여럿 보인다. 냉수와 온수를 원하는 대로 공급받을 수 있으니 운동을 나온 울산시민들은 물론이고, 특히 우리 같은 장거리 여행자들에게는 그야말로 구세주인 셈이다.



이후 내항교까지는 특별히 눈에 담을 만한 게 없는 풍경이 펼쳐진다. 그렇다고 눈에 들어오는 풍경이 아름답지 않다는 얘기는 결코 아니다. 태화강은 강이라고 믿기 힘들 만큼 아름다운 경관을 자랑하기 때문이다. ! 길을 가다보면 낚시를 하고 있는 강태공들을 자주 만나게 된다. 아니 한두 사람이 아니고 군데군데 무리를 지어 낚싯대를 드리우고 있다. 그만큼 강물이 맑다는 증거가 아닐까 싶다. 청정상태의 1급수를 계속해서 유지할 정도로 강이 되살아났다고 하더니 사실이었던 모양이다. 아무튼 그 덕분에 사라졌던 연어와 은어, 황어들이 돌아오고 수달이 서식하기 시작했다니 얼마나 좋은 일인가.



태화루를 출발한지 50분 만에 내황교에 이른다. 길 찾기에 주의가 요구되는 지점이다. 해파랑길의 공식 지도에는 내황교의 아래를 통과한 후 동천강을 거슬러 올라가다 동천교에서 강을 건넌 후 되돌아 나오게끔 되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 내황교의 상부에 보행로를 내놓았다. 다리 아래를 지나자마자 왼편으로 오르면 내황교의 상부로 연결된다.




다리를 건너다보면 동천강이 한눈에 쏙 들어온다. 강변을 따라 난 산책로도 눈에 들어옴은 물론이다. 저 길을 따랐더라면 3정도를 더 걸어야 했을 테니 얼마나 잘 된 일인지 모르겠다. 강안 풍경을 눈에 담고 있는데 물고기를 잡느라 여념이 없는 오리떼가 눈에 들어온다. 동천강도 이미 수질이 좋아진 모양이다.



내황교를 지나면서 억새밭이 시작된다. 태화강의 생태복원을 위해 강의 하구에 조성된 억새군락지이다. 이 일대는 백로와 떼까마귀, 고니, 흰죽지, 물닭 등 약 506만여 마리의 철새가 서식하는 도심 철새도래지로 알려져 있다. 2008년에는 생태경관보전지역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아무튼 때를 맞춰 찾아오면 은빛물결이 장관을 이루고 있는 풍경에 듬뿍 빠져볼 수도 있겠다.



길을 걷다가 아장거리고 있는 작은 생명체를 만났다. 아까도 얘기했지만 태화강 주변에는 900여 종의 동식물이 서식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트레킹 도중에 이런 게를 위시해서 여러 동식물들을 만나게 된다. 가끔은 바닥을 살펴가면서 걸어야 하는 이유이다.



억새군락지가 끝나갈 무렵, 그러니까 내황교에서 25분쯤 떨어진 곳에 그늘막이 쳐져있다. 장거리 트레킹에 지쳐갈 즈음인지라 잠시 쉬었다 가기 딱 좋은 곳이라 하겠다. 아니 앞으로는 쉴만한 곳이 없으니 꼭 쉬면서 컨디션을 조절해보자. 날머리인 성내삼거리까지는 앞으로도 5정도가 더 남아있기 때문이다. 그것도 자전거와 함께 쓰는 위험스럽기 짝이 없는 길이다.



사람과 자전거가 함께 사용하고 있는 탐방로는 위험하기 짝이 없다. 지나다니는 자전거들의 속도가 하도 빨라 뒷머리가 쭈뼛거리기까지 한다. 하지만 그들을 탓할 일만은 아니다. 탐방로에는 보행자에 대한 배려가 애초부터 없었기 때문이다. 자전거 그림은 그려져 있지만 보행자 표시는 눈에 띄지 않는 것이다. 원래부터 자전거 도로이니 보행자가 알아서 피해가라는 의미가 아닐까 싶다. 내가 알기론 울산은 산업으로 인해 발달한 도시이다. 그렇다고 인간보다 기계가 우선시되는 그런 도시는 아니기를 바래본다. 다른 각도에서도 한번 살펴보자. 현대는 물을 만나면 돌아가고 산을 만나면 넘어가는 시대가 아니다. 다리와 터널로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꾸는 세상인 것이다. 그렇다면 데크를 이용해서라도 둑을 조금 더 넓혔으면 어떨까 싶다. 그게 어렵다면 인본주의(人本主義), 즉 인간이 모든 것의 중심이 된다는 생각에서 시설들을 보완해 주었으면 좋겠다.



현대자동차로 들어가는 것으로 보이는 갈림길이 나뉘면서 자전거의 행렬은 뚝 끊긴다. 그렇다고 자전거 길과 헤어진다는 얘기는 아니다. 그러나 자전거에 들이받힐 확률이 현저히 떨어졌으니 이 얼마나 다행한 일이겠는가.



가는 길에는 현대자동차의 선적장도 만나게 된다. 줄지어 거대한 선박 안으로 들어가고 있는 자동차 행렬이 장관이었지만 사진 촬영은 하지 못했다. 이를 금지한다는 팻말이 붙어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한 시간 조금 넘게 걸으면 성내삼거리가 나온다. 고가도로(高架道路) 아래에서 횡단보도를 건너면 오른편은 방어진으로 가는 길, 해파랑길은 왼편 주전동 방향으로 이어진다. 삼거리에 세워진 이정표를 참조하면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을 것이다.



70번 지방도를 왼편에 끼고 걷다보면 또 다른 삼거리가 나온다. ‘염포(鹽浦), 3포 개항지라고 적힌 커다란 빗돌을 세워놓을 걸 보니 염포삼거리쯤 되나 보다. 염포는 경상좌도병마도절제사영이 설치되어 있던 곳으로 태종 때인 1418년 왜()에 대한 문호 개방 차원에서 부산포, 제포와 함께 개항이 된 역사를 갖고 있다. 왜관의 설치와 함께 왜인들이 상주했었는데, 1510(중종 5) 3포의 왜인들이 대마도주와 연합해 일으킨 삼포왜란으로 인해 염포에 있던 왜관은 폐쇄되었다. 이후 제포만 다시 개항했다가 다시 부산포로 개항이 옮겨지게 되었다.



트레킹 날머리는 염포삼거리 근처 SK주유소(울산시 북구 염포동 990-5)

삼거리에서도 역시 오른편의 주전동 방향으로 향한다. 이곳에도 이정표가 세워져 있으니 참조하면 될 일이다. 삼거리에서 100m쯤 더 걷자 트레킹이 종료되는 SK주유소가 나온다. 주유소의 북쪽 귀퉁이로 난 골목 입구에 해파랑길 안내도와 함께 이정표(염포산 정상 1)를 세워 다음 구간인 8코스가 이곳에서 시작됨을 알려주고 있다. 아무튼 오늘 트레킹은 총 4시간 40분이 걸렸다. 식사를 하느라 멈추었던 시간을 감안하면 4시간 10분쯤 걸은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