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지 : 인도 북부

 

여행일 : ‘17. 9. 20() - 24()

여행지 : 델리, 자이푸르, 아그라

 

일 정 :

9.21() : 아그라(타지마할, 아그라성, 시칸드라 악바르대왕의 묘)

9.22() : 자이푸르(암베르성, 잔타르 만타르, 하와마할, 나하가르 요새)

9.23() : 델리(꾸툽탑, 인도문, 바하이사원, 간디의 화장터 라지가트)

 

여행 둘째 날 : 바람의 궁전, 물의 궁전 등 자이푸르(Jaipur)의 유적들

 

특징 : 1727마하라자 자이싱 2(Jai Singh II, 1686~1743)’에 의해 세워진 자이푸르(Jaipur)는 인도어로 승리의 도시' 또는 '핑크 시티'라고 불리운다. 영국의 식민지 시절인 1876년 이 지역을 다스리던 마하라자가 영국 에드워드 7세 왕자의 방문을 환영한다는 뜻에서 모든 건물을 분홍색 석재로 짓도록 법제화했다고 해서 유래된 별명이다. 이후 여전히 그 색을 유지하고 있으며 지금도 건물에 다른 색을 칠하지 못하도록 금지돼 있다고 한다. 풍부한 연분홍 색깔의 돌로 지어진 건물들이 유독 많은 자이푸르는 거대한 성과 웅장한 궁전, 아름다운 사원과 경탄을 자아내는 정원들이 가득 찬 도시이다. 그중 1799년에 건축된 5층 규모의 궁전인 하와 마할(Hawa Mahal)’과 호수 속에 잠겨버린 버려진 궁전 잘 마할(Jal Mahal)‘, 그리고 산등성이의 요새인 나하가르 성(Nahargarh Fort)’을 둘러보기로 한다.

 

 

 

자이푸르(Jaipur) 구시가지에 들어서자마자 사방이 온통 붉은 색으로 변해버린다. 1876년 영국 왕가의 방문 시기에 맞춰 시내 건축물의 벽을 전통적으로 환영을 상징하는 담홍색을 띄도록 칠한 이래 현재까지 건물 외벽을 담홍색으로 단장하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도시 경관에서 핑크시티라는 도시의 별칭이 유래되었단다. 자이푸르의 화려했던 과거를 가늠케 해주는 핑크빛 구시가지에서 낭만을 꿈꾸는 여행이 시작된다.

 

 

 

 

 

구시가(舊市街)6m 높이의 거벽(銀璧)을 갖춘 성벽으로 둘러싸여 있고, 내부는 정연한 바둑판 모양으로 구획되어 있다. 신시가는 19~20세기에 성벽 남쪽으로 건설되었다. 참고로 인도에서는 왕을 의미하는 명칭을 보통 지역을 다스리는 규모에 따라 마하라나(Maharana), 마하라자(Maharaja), 마하라왈(Maha Rawal)로 보통 나눈다고 한다. 그렇다면 자이푸르(Jaipur)는 작지도 그렇다고 크지도 않은 나라의 도성(都城)이었던 셈이다. 1692년 이 성을 새로 지은 왕이 마하라자 만 싱(Raja Man Singh)’이었으니 말이다.

 

 

 

 

길은 혼잡하기 이를 데 없다. 분주하게 자신의 일에 몰두하는 사람, 무언가를 타고 쏜살같이 달려가는 사람, 느긋하게 걸어가는 사람, 인파에 아랑곳 하지 않고 유유자적한 동물, 빵빵거리는 소리 등, 말 그대로 정말 인도적이다. 그 복잡함 속에서 사람들은 바느질도 하고, 몸도 닦고, 구걸도 하고, 관광도 한다. 그 중에서도 가장 느긋하고 팔자가 늘어진 동물이 소다. 그들은 누구의 제지도 받음이 없이 거리를 어슬렁거리며 먹이를 찾고 있다. 낯선 나라에서 만나는 낯선 풍경들이 신기롭기만 하다. 이런 풍경들을 쫓아 인도로 오는 게 아닐까 싶다.

 

 

잘 달리던 버스가 멈춰 선다. 바람의 궁전 하와마할(Hawa Mahal)’을 둘러보란다. 기껏해야 건물의 외관(外觀)만 구경할 수 있는 시간을 주면서 말이다. 아무튼 자이푸르 시내 중심가에 있는 5층짜리 성()은 참으로 아름답다. 이 성은 자이푸르 시내를 관망할 수 있는, 바람이 잘 통하는 격자형 창문이 벌집처럼 많아 바람의 궁전이라고 불린다. 성은 분홍빛과 붉은 사암으로, 성의 외벽(外壁)이 도로와 맞닿도록 건축되었다. 성의 1,2층은 정원으로 연결돼 있으며 성에는 약 953개의 작고 둥근 포대와 같은 공간이 층을 이루고 각 공간에는 작은 발코니, 아치형 지붕, 격자형 창문이 나있다. 시내에서 행사가 열리면 여인들은 이 격자형 창문을 통해 밖을 내다보며 관람했다고 한다.

 

 

하와마할(Hawa Mahal)1799스와이 프라탑 싱(Sawai Pratap Singh)’이 건축하고 라찬드 우스타(Lachand Usta)’가 설계를 맡았다. 자이푸르의 '분홍색 도시'의 시각적 언어와 보조를 맞추기 위해 하와 마할도 붉은 사암을 사용하여 햇빛이 핑크빛으로 반짝이게 했다. 라지푸트(Rajput) 양식으로 알려져 있기는 하지만 파사드(Facadem, 건축물의 주된 출입구가 있는 정면부)의 대칭에서는 무굴 양식의 영향이 강하게 나타난다. 높이가 15미터에 이르는 파사드에는 950개가 넘는 창문이 있으며, 각각 하얀 석회로 모티프를 그려 넣었다. 주 출입문은 건물 뒤쪽에 있으며, 일련의 경사로를 통해 위층으로 갈 수 있는데, 이는 팰런킨(palanquin, 어깨에 메는 가마)의 출입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서였다. ‘하와 마할은 그 이름이 암시하듯 혹독한 날씨에 대응하고 있다고 한다. 수많은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바람이 사막의 열기로부터 실내를 서늘하게 유지할 수 있었단다. 영국의 시인이자 저널리스트인 에드윈 아놀드 경(Sir Edwin Arnold)’도 이런 점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그는 알라딘의 마법사도 이보다 환상적인 건물은 만들어내지 못했을 것이라며 찬탄을 금치 못했다고 한다.

 

 

 

라자스탄 주의 아이콘으로 꼽히는 하와 마할은 자이푸르의 번잡한 시가지 한복판에 홀로 고요히 서 있다. 자이푸르 궁전의 규방 확장의 일환이었던 이 건물은 원래는 전망용 스크린(screen)으로 지은 것이었다. 왕실의 여성들이 푸르다(purdah, 베일 등으로 얼굴과 몸을 가리고, 주택에도 장막이나 담을 설치해 여성이 외부인의 눈에 띄지 않게 하던 관습)를 매우 엄격하게 준수하던 시절(1799)에 이 스크린(일종의 건축적 베일)을 통해 왕실과 하렘의 여인들은 모습이 겉으로 드러날 염려 없이 시장과 그 활기 넘치는 광경을 마음껏 즐길 수 있었다. '마할(mahal)'이라는 이름이 이 경우에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이 건물은 처음부터 거주용으로 지은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5층짜리 건물이긴 하지만 꽤 낮고, 그 깊이가 방 하나로 쓸 만큼도 되지 않는 위쪽 3개 층에는, 여성들이 앉아서 밖을 내다보았던 기묘한 모양의 방들만이 있다. 서쪽에 아치형 현관이 있으며 이 현관은 삼 면이 2층짜리 건물로 둘러싸인 안뜰을 향해 열려 있다. 동쪽인 네 번째 면에 바로 이 건물이 독보적인 높이로 솟아 있는 것이다. 흥미롭게도 건물 안에는 위층으로 올라가기 위한 계단이 없으며, 경사로만 있다. 내부의 방들과 공공 구역에 장식이 없다는 점은 외관과 강력한 대조를 이루며, 이 궁전이 거주의 목적을 위해 설계된 것이 아니라는 점이 명백해진다.

 

 

 

 

암베르 성으로 가는 길, 차창 밖으로 널따란 호수 하나가 나타난다. ‘만 사가르 호수(Man Sagar Lake)’, 한가운데에는 아름다운 건축물 하나가 물 위에 떠있다. ‘물의 궁전이라는 잘 마할(Jal Mahal)‘이다. 마음씨 좋은 가이드는 예정에 없는 곳임에도 불구하고 차를 멈춰 세운다. 사진발 잘 받는 포토죤(photo zone)‘이니 예쁜 사진 많이 찍으라는 것이다. 고마운 일이다.

 

 

호수 주변을 어슬렁거리며 구경하는 재미가 제법 쏠쏠하다. ‘만 사가르 호수(Man Sagar Lake)’ 주변의 풍경도 볼만하지만 노점상들이 늘어놓은 기념품 하나쯤 흥정해보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싶다.

 

 

낙타가 보인다. 오전에 암베르성에 갔을 때는 코끼리가 교통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더니, 이곳에서는 낙타가 그 역할을 대신하고 있나 보다.

 

 

호수 주변에 호텔도 지어져 있다. 그만큼 이 호수를 찾는 이들이 많다는 증거일 것이다. 아무튼 건물의 전면을 궁전(宮殿) 모양으로 만들어 놓은 것이 특이하다.

 

 

잘 마할(Jal Mahal)‘은 왕족들의 여름 별장으로 사용되던 곳이다. 18세기 마하라자(Maharaja, 힌두 제왕) ‘자이싱 2(Jai Singh II)‘가 지었다. 원래는 5층 건물로 지어졌는데 4층 아래로는 물에 잠겨 있다고 한다. 물론 원래부터 물 위에 지은 것은 아니란다. 도시에 물이 부족해 댐을 쌓고 나니 자연스럽게 호수가 형성돼 궁전이 물에 갇히게 됐다는 것이다. 아무튼 지금은 사용하고 있지 않으니 버려진 궁전인 셈이다. 그것도 동화나라에서나 볼 법한 궁전이다.

 

 

 

 

 

 

 

잘 마할은 대한항공의 인도 CF에 까지 나왔던 곳이란다. 무굴양식과 라자스탄(Rajasthan) 스타일이 혼재된 건축물로서 네 귀퉁이에는 팔각형의 차트리(Chattri, 인도의 고대 언어인 산크리스트어로 우산을 뜻하는데, 우산을 닮은 작은 탑으로 이해하면 되겠다)가 올려져있다. 옛날에는 궁전으로 들어가는 길이 나있었으나 현재는 물에 잠겨있어 입장이 불가능하다.

 

 

 

 

 

 

 

 

해질 무렵 나하가르 성(Nahargarh Fort)’에 올랐다. 아까 암베르 성으로 올라갈 때 탔던 짚(jeep)을 또 다시 이용하는데, 높은 언덕 위에 위치하고 있는 탓에 지그재그로 난 길에서 곡예운전을 해야만 한다. 아무튼 1734사와이 자이 싱(Sawai Jai Singh) 2에 의해 지어진 이 성의 원래 이름은 수다르샹가르(Sudarshangarh)’이었다. 하지만 죽은 왕자 나하르싱(Nahar Singh)’의 유령이 이곳에 자주 나타나자 그의 이름을 따라 나하르가르(Nahargarh, 호랑이의 집)로 바꾸어 부르게 되었단다. 1944년까지 잔타르 만타르의 해시계에 따라 시간을 알리는 대포를 쏘던 곳이기도 하다.

 

 

성 안에는 마드하벤드라 궁전(Madhavendra Bhavan)’이 있다. ()에는 아홉 개의 별채가 있는데 아홉 명의 왕비가 각자의 구역에서 살았다고 한다. 바람둥이 왕이 이곳에 들러 각각의 왕비와 따로 연회를 즐겼단다. 각 구역의 출입문(出入門)들이 따로 있었기 때문이다. 왕이 잠자고, 먹고 마시며 신나게 놀던 곳이 훗날 역사의 유적으로 남아 외지인들을 끌어들이니 아이러니(irony)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우린 궁전의 내부관람은 생략한 채로 곧장 요새(要塞)로 향했다. 휴게소를 겸한 전망대에서 시원한 맥주라도 한 잔 시켜놓고 일몰(日沒)을 즐기기 위해서이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자이푸르의 해질녘 풍경이 아름답기로 소문나있기 때문이다. 자이푸르 시가지를 감싸 안듯 황금색으로 물들어가는 일몰 광경은 트래블러(traveler)들이 두고두고 얘기할 정도로 멋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망대는 망루(望樓)에 만들어져 있다. 간단한 식사와 음료를 파는 카페를 포함한 휴게소를 겸하고 있는데, 딱히 볼거리는 없다. 화려한 궁전도 없고, 잘 가꿔진 정원도 눈에 띄지 않는다. 그저 투박하게 쌓아올린 무뚝뚝한 성곽만이 눈에 들어올 따름이다. 하지만 도시전체가 보이는 탁 트인 경관은 일품이다. 특히 이곳에서의 일몰(日沒)은 아름답기 짝이 없다. 그 일몰을 보기 위해 수많은 관광객들이 이곳으로 몰려든다. 그리고 테이블 하나씩을 차지하고 앉아 붉게 물들어가는 노을을 즐긴다.

 

 

 

 

 

 

탁자에 앉아 맥주(인도에서 먹은 맥주는 대부분 King Fisher)를 주문하자 땅콩을 가져다준다. 기본 안주인지는 모르겠다. 거기다 맘씨 좋은 가이드는 럼주(rum)’까지 병째로 꺼내놓는다. 우리 일행의 술 실력을 익히 알고 있기 때문에 일부러 챙겨 왔단다. 아무튼 고마운 일이다. 그 덕분에 일몰을 바라보며 건배를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자이푸르의 하이라이트라는 나하가르의 일몰(日沒)은 카메라에 담지 못했다. 잠깐의 실수로 카메라의 노출이 어긋나버렸기 때문이다. 카메라를 새로 산지 1년이 채 되지 않은 탓이다. 이 정도 시간이 흘렀으면 이제는 좀 손에 익숙해지련만 그게 맘대로 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