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지 : 북부 유럽 여행
여행일 : ‘17. 6. 19(월) - 7.1(토)
여행지 : 러시아(모스크바, 페테르부르크), 에스토니아(탈린). 핀란드(헬싱키), 스웨덴(스톡홀름), 노르웨이(오슬로, 발드레스플라야, 요정의 길, 게이랑에르 피오르드, 뵈이야 빙하, 베르겐, 하당에르 피오르드, 하당에르비다국립공원), 덴마크(코펜하겐)
일 정 : 26(월) : 노르웨이의 게이랑에르 피오르드
여행 일곱째 날 : 협곡 속의 비경 그리고 폭포박물관, 게이랑에르 피오르드(Geiranger fjord)
특징 : ‘피오르드(fjord)’는 빙하의 침식으로 만들어진 골짜기에 바닷물이 들어와서 생긴 좁고 긴 만(灣)이란 뜻의 노르웨이어다. 쉽게 말해 빙하가 만들어 낸 ‘U’자 모양의 대협곡이라고 할 수 있다. 노르웨이 서쪽 해안에는 송네, 하당, 뤼세 등 5대 피오르드가 자리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게이랑에르 피오르드(Geiranger fjord)’는 가장 아름다운 경치로 손꼽히는 곳으로 2005년에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됐을 정도이다. 1500m대의 높은 산들 사이에 16㎞의 협곡이 펼쳐져 있고, 빙하의 눈이 녹아 폭포를 만들며 쏟아지는 풍경은 진정한 산수유람(山水遊覽)의 진수를 보여준다. 게이랑에르를 감상할 수 있는 방법은 두 가지다. 첫째는 피오르드 사이를 왕복하는 유람선을 탑승해 바로 눈앞에서 펼쳐지는 자연과 하나가 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차량을 이용해 전망대에 도착한 뒤 게이랑에르의 파노라마 전경을 발아래에 놓고서 감상하는 것이다. 같은 게이랑에르이지만 그 느낌은 전혀 다르니 이 둘 중 어느 하나도 놓쳐서는 안 된다. 아무튼 ‘게이랑에르’에서 ‘헬레쉴트’까지 운행하는 유람선을 타고가다 보면 도중에 ‘칠자매 폭포(Seven Sisters waterfall)’와 ‘프라이아렌 폭포(Friaren Waterfall)’, ‘스카게플로폭포(Skageflåfossen)’ 등의 이름난 폭포들을 만나게 된다. 이 구간에는 이들 외에도 엄청난 규모의 폭포들이 수없이 많다. ‘헬레쉴트’에 도착하는 1시간여 동안 게이랑에르는 자신의 속살을 아낌없이 내보여 준다. 한시도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드는 아름다운 풍경들이다.
▼ 아이스달(Eidsdal)을 지나면서 다시 산길이 시작된다. 이어서 30분쯤 지났을까 갑자기 눈앞이 훤해진다. 허공에 액자(額子) 하나가 떡하니 걸려있는 것이다. ‘게이랑에르 피오르드’의 환상적인 절경을 그린 풍경화가 들어 있는 액자이다. 그 앞에 ‘외르네베겐 전망대(Ornesvingen)’가 만들어져 있다. 얼른 차에서 내리고 본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주룩주룩 내리던 비가 언제 그랬냐는 듯이 그쳐있다. 아니 구름 사이로 햇살이 빠져 나오기까지 한다. 이래서 북유럽 날씨가 변덕스럽다고 하는 가 보다. 참고로 외르네베겐 전망대(Ornesvingen)에다 플리달슈베트(Flydalsjuvet)와 달스니바 전망대(Dalsnibba)를 합쳐 ‘게이랑에르 피오르드의 3대 전망대’라 일컫는다고 한다.
▼ ‘게이랑에르 피오르드’를 감상할 수 있는 방법은 두 가지다. 그 첫째는 피오르드를 왕복하는 유람선에 탑승해서 거침없이 다가오는 자연들을 직접 줏어 담는 방법이다. 다른 하나는 차량을 이용해 전망대에 도착한 뒤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것이다. 같은 게이랑에르이지만 그 느낌은 전혀 다르다니 이 둘 중 어느 하나도 놓쳐서는 안 될 일이다. 오늘의 일정은 이 가운데 ‘전망대’를 먼저 들르도록 짜여 있다.
▼ 안내판에 ‘Geiranger-Trollstigen’라고 적혀있다. 하단에는 지도를 그리고 그 위에다 선을 그어놓았다. 트레킹코스를 나타내고 있지 않나 싶다. 상단에는 사진 몇 장을 올려놓았다. 지도에 표기된 지점의 풍경화들일 것이다. 그런데 막상 안내판이 세워져 있는 이곳에 대한 설명은 보이지 않는다. 덕분에 다른 인터넷 서핑(web surfing)을 꽤 오래 한 후에야 이곳이 ‘외르네베겐 전망대(Ornesvingen)’라는 것을 알아낼 수 있었다.
▼ 허공에 걸쳐져 있는 전망대에 오른다. 그러자 아름답기 짝이 없는 호수, 아니 바다가 눈앞에 펼쳐진다. 노르웨이관광청은 얼마전(‘17년 7월) CNN이 선정한 ’세계 50대 대자연의 신비‘ 가운데 노르웨이의 명소인 ’프레이케스톨렌(Preikestolen)‘, ’게이랑에르피오르드(Geirangerfjord)와 내뢰이피오르드(Nærøyfjord)‘가 각각 1위(No.1)와 10위(No.10)로 선정됐다고 밝힌바 있다. 그 가운데 10위에 선정된 ‘게이랑에르피오르드’가 지금 눈앞에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에도 등재된바 있는 노르웨이의 대표적인 피오르드다. 참고로 1위에 뽑힌 프레이케스톨렌은 노르웨이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유명한 트레킹 장소로 모양이 마치 설교단같이 보인다고 해서 일명 ‘펄핏 록(Pulpit Rock)’으로 불리기도 한다. 정상에서는 ‘뤼세 피오르드(Lysefjord)’의 풍경을 한 눈에 볼 수 있다고 알려진다. 또한 게이랑에르피오르와 함께 지난 2005년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된 내뢰이 피오르드는 가장 폭이 좁은 지점이 250m에 불과해 유럽에서 가장 극적인 피오르드 여행을 경험할 수 있는 곳이라고 한다.
▼ 도로 쪽으로 몇 걸음 옮기니 피오르드가 또 다른 모습으로 여행자의 눈을 현혹시킨다. ‘게이랑에르’ 마을이 조금 전 전망대에서 보았을 때보다 한층 더 또렷해졌다. 이 모든 것은 한마디로 아름답다. 마치 한 폭의 산수화를 보는 듯하다. 그것도 잘 그린 그림이다. 노르웨이는 자연환경 보호를 국가정책의 최우선 과제로 삼는다고 한다. 그만큼 보존할만한 가치가 있는 경관들이 많다는 증거일 것이다. 그 결과는 또 이렇게 아름다운 풍경화들을 우리에게 보여주게 되고 말이다. 인간과 자연이 서로 주고받으며 공생(共生)해가고 있는 셈이다.
▼ 피오르드 연안의 높은 산들은 하지(夏至)가 지난 지금까지도 하얀 만년설을 뒤집어쓰고 있다. 이 만년설이 여름철을 맞아 녹아 피오르드가 있는 협곡으로 흘러든다. 이때 만들어지는 것이 폭포이다. 그렇게 만들어진 수많은 폭포들이 한여름의 울창한 숲, 그리고 파아란 물빛의 수면과 어우러지며 아름다운 경관을 만들어 낸다. 노르웨이의 여름이 그려놓은 한 폭의 아름다운 풍경화이다.
▼ 바다에는 아름다운 경관을 즐기려는 선박들로 분주하다. 유람선은 물론이고 크루즈까지 수면에다 아름다운 문양을 수놓으면 오간다. 게이랑에르 피오르드 관광의 핵심이라는 게이랑에르(Geiranger)에서 헬레쉴트(Hellesylt) 사이를 오가는 유람선일 게다. 크루즈야 물론 북유럽의 관광명소를 찾아다니는 중일 게고 말이다.
▼ 조망을 즐긴 뒤, 갈지(之)자로 나있는 도로를 따라 잠시 내려오면 ‘게이랑에르(Geiranger)’라는 마을에 이른다. 피오르드로 들어가는 관문(關門), 즉 유람선이 출발하는 선착장으로 보면 되겠다. 게이랑에르는 노르웨이 서부의 뫼레오그롬스달 주, 순뫼레(Sunnmøre) 지역에 속해있는 작은 관광 마을로, 2005년부터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선정되어 있는 ‘게이랑에르피오르드(Geirangerfjord)’의 끝 부분에 위치한다. 마을은 호텔, 리조트 말고도 구석구석 예쁜 찻집들이 많이 들어서있다. 카페들, 예쁘게 꾸며놓은 집들과 갤러리들, 기념품상점들이 그득한 골목은 걸어 다니는 것만 해도 큰 즐거움이 된다.
▼ 게이랑에르에서도 30분 정도의 자유시간이 주어진다. ‘헬레쉴트(Hellesylt)’로 가는 유람선이 출발할 때까지의 자투리시간이다. 아까 ‘요정의 길’의 고원전망대(高原展望臺)에서 비 때문에 상부(上部) 전망대에 다녀오지 않음으로 인해 절약된 시간으로 보면 되겠다. 아무튼 이 자투리시간이 모처럼의 여유를 가져다주었다. 선착장을 따라 늘어선 기념품상가에서의 쇼핑은 물론, 피오르드를 배경삼아 사진촬영을 하는 등 느긋하게 눈요기를 즐길 수 있었기 때문이다. 슈퍼마켓에 들러 캔 맥주 하나 사 들고는 투어에 나선다. 원래 이곳은 길이 열리지 않은 숨겨진 땅이었다고 한다. 1869년 영국의 조난선이 이곳을 발견한 후 태초의 신비를 간직한 자연이 알려지면서 늦은 봄부터 가을까지 수많은 유람선과 관광객들이 몰려온다고 한다.
▼ 마을 입구에는 피오르드를 감상할 수 있는 전망 포인트를 표시해 놓은 지도가 걸려있다. 2005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음을 알리는 안내판도 보인다.
▼ 그 옆에는 '트롤(troll)' 조형물을 만들어 놓았다. 전에도 얘기했듯이 트롤은 노르웨이 전설 속에 등장하는 요정으로 작고 귀엽다기보다는 긴 코에 꼬리가 있으며 산발한 머리카락을 휘날리는 모습을 가지고 있는데 장난이 짖궂어 사람들을 괴롭히는 것으로 표현된다. 하지만 악을 물리치고 나쁜 기운을 쫓는다고 해서 노르웨이 사람들에는 매우 친숙한 존재이다. 우리나라의 도깨비쯤으로 여기면 되지 않을까 싶다.
▼ 아까 전망대에서 감상했던 산자락이 이번에는 아래에서 올려다 보인다. 거대한 암릉을 짙은 숲이 포위하고 있는 모양새이다. 포위가 덜 된 부분에는 실 같이 가는 폭포들이 흐르고 있다. 산꼭대기에 쌓여있는 만년설 녹은 물이 흐르면서 만들어 놓은 폭포들일 것이다.
▼ 마을 앞바다에는 엄청나게 큰 크루즈 한 척이 떠있다. 맞다. 누군가 이곳에 ‘노르웨이 3대 크루즈선박 항구’가 있다고 했었다. 그는 여행 성수기인 4개월 동안 많은 선박과 크루즈 여행객이 이 마을을 방문한다고도 했다. 매년 6월에는 '게이랑에르-피오르에서 정상까지(Geiranger – From Fjord to Summit)‘라는 행사까지 이곳에서 개최된단다.
▼ ‘게이랑에르 피오르드(Geiranger fjord)’의 투어는 유람선을 타면서 시작된다. 독일제국의 마지막 황제였던 빌헬름 2세(재위 1888~1918)가 일곱 차례나 찾았을 정도로 빼어난 경관을 자랑하는 이 피오르드(Geiranger fjord)를 하나도 놓치지 않고 제대로 구경할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 유람선을 타고 둘러보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 유람선은 ‘게이랑에르(Geiranger)마을’에서 헬레쉴트(Hellesylt)까지 16㎞쯤 되는 거리를 오간다. 게이랑에르에서 헬레쉴트까지 가는데 1시간 20분 정도가 걸리는데, 유람선은 5월부터 10월 사이에 매일 4~8회 운항한다.
▼ 유람선은 두 개의 관람 공간으로 나누어져 있다. 선실(船室)에 앉아 선창 밖으로 펼쳐지는 경관을 감상할 수도 있고, 더 꼼꼼히 살펴보고 싶다면 갑판으로 올라가면 된다. 대부분의 승객들은 후자의 방법을 선택하고 있었다.
▼ 뒤돌아본 ’게이랑에르‘마을, 언제 도착했는지 크루즈가 둘로 늘어났다. 아무튼 흠잡을 데 없는 아름다운 풍경이다. ‘땅과 바다가 아름답게 만난 곳’ 영국 시인 바이런이 피오르드(fjord)를 표현한 말이다. 오죽 아름다웠으면 그런 표현까지 썼을까 싶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의 버킷리스트(Bucket list)에 올라가 있는 모양이다.
▼ 피오르드는 웅장한데다, 벼랑은 대부분 깎아지른 직벽(直壁)으로 이루어져 있다. 바다도 깊다. 눈앞에 펼쳐지는 저 산자락의 높이만큼이나 바다도 깊다고 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이 지역이 원래 빙하였기 때문이다. 100만 년 동안이나 눈과 얼음으로 뒤덮였던 빙하(氷河)가 1만 년 전에 녹았다. 백두산보다도 더 높았던 얼음덩어리가 녹아내리면서 산을 깎고, 흙을 쓸어내렸다. 그곳이 빙하수로 차올라 바다 수위(水位)도 올라갔다. 그러다보니 산과 산 사이가 물길이 됐다. 이게 바로 피오르드 해안이다. 그래서 수심(水深)이 600m가 넘는 곳도 있다고 한다.
▼ 배가 출발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거대한 절벽들이 성큼 눈앞에 다가온다. 멀리서 본 산줄기와 가까이서 본 산은 달라도 한참이나 다르다. 풀과 나무가 빼곡하게 자란 절벽 밑둥은 푸릇푸릇했고, 산봉우리는 한겨울처럼 눈이 덮였다. 눈이 녹아내린 실폭포가 벼랑을 타고 흘러내리고 있다. 폭포수를 하나 둘 세다가 나중엔 셈을 포기했다. 폭포가 열댓 개가 넘었다. 산꼭대기에 내린 눈들이 녹아내리면서 골이 파인 틈새로 흘러내리니 여기저기가 모두 폭포다.
▼ 입소문을 탄 폭포 가운데서 가장 먼저 만나게 되는 건 ‘칠자매폭포(Seven Sisters waterfall)’이다. 300m 높이에서 눈 내린 물이 일곱 가닥의 폭포수가 돼 흘러내리는데, 폭포의 수량은 지난 겨울에 내린 눈의 양(量)에 비례한단다. 이 독특한 이름은 멀리서 폭포를 바라봤을 때 물줄기가 일곱 여인의 머리카락을 닮았다는 데서 유래되었다는데 이 구간의 하이라이트다. 다른 주장도 있다. 마을에 미혼의 일곱 자매가 살고 있었는데 한 청년이 그녀들에게 각각 청혼했지만 일곱 자매는 술에 빠져 있어 모두 거절해 버렸다고 한다. 이에 상심한 청년은 일곱 자매에게 바칠 술병의 모습으로 변해 폭포가 되었다고 한다.
▼ 일곱 개의 물줄기를 모두 볼 수 있는 건 여름시즌 뿐이라고 한다. 평상시에는 4~5개의 물줄기만 흐를 뿐이란다. 다행이도 지금은 일곱 줄기 모두가 다 나타나고 있다. 제대로 철을 맞춰왔다는 증거일 것이다. 누군가는 이 폭포를 일러 신부가 머리에 면사포를 쓰고 있는 형상이라고 했다. 하지만 내 눈에는 그리 비쳐지지 않는다. 물이 부족한 것도 아닌데 이상한 일이다. 아무래도 내 감성이 많이 무뎌진 모양이다.
▼ 폭포의 상부에 집이 보인다. 1960년대까지만 해도 해발 1000m 높이의 절벽 위에 농장(農場)들이 존재했다고 하더니 그 흔적일지도 모르겠다. 내 추측이 옳다면 저곳은 사다리를 놓고서야 올라갈 수 있었다. 그래서 사다리만 치우면 세무관원(稅務官員)들을 피할 수가 있어 그렇게 험한 곳에다 농장을 두었다는 재미있는 얘기도 전해진다. 지금은 농부들이 모두 떠났고 산책로로 인기를 끌고 있단다. 그 길의 이름은 ‘독수리의 길’이란다.
▼ 마주보고 있는 반대편 절벽의 폭포는 ‘구혼자’라는 뜻을 지닌 ‘프라이아렌 폭포(Friaren Waterfall)’이다. 남쪽 해안의 가파른 절벽위에서 하나의 물줄기로 125m를 떨어지다가 중간에서 바위에 부딪히며 부채꼴 모양으로 퍼져 쏟아진다. 일곱 자매에게 청혼을 했다가 거절당하고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는 전설을 품고 있는 폭포로. 술병모양을 하고 있어 그런 얘기가 나왔다는데 폭포가 시작되는 위쪽은 물줄기가 병목처럼 가늘다가 아래쪽이 병의 몸통처럼 퍼지는 것을 보고 병모양이라고 하는 듯하다. 아무튼 칠자매폭포(Seven Sisters waterfall)와 함께 예이랑에르피오르드 유람선 관광의 주요 명소로 꼽힌다.
▼ 페리는 좁고 기다란 바닷길을 따라 나아간다. 주변에 나타나는 웅장한 산과 아찔할 만큼 가파른 절벽은 보는 사람들을 압도한다. ‘와~’하는 감탄사와 함께 카메라를 들이대느라 정신들이 없다. 하긴 달력에나 나올 법한 풍경들이 펼쳐지고 있으니, 다들 정신 줄을 놓을 수밖에 없었을 게다. 그러나 그마저도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되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는다. 하찮은 인간의 능력을 갖고 어찌 저런 경관을 온전히 담아낼 수가 있겠는가.
▼ 얼마 후 엄청나게 높은 폭포 하나가 나타난다. 높이로 보아 ‘스카게플로폭포(Skageflåfossen)’일지도 모르겠다. ‘스카에플라새스트라(Skageflåsæstra)’라는 호수에 의해 흘러내리는 물이 일 년 내내 흐른다는 폭포이다. 이 밖에도 브리달베일 폭포(Bridalveilfossen)와 스토르세테르폭포(Storseterfossen) 등 크고 작은 폭포들이 계속해서 나타났다 사라지곤 한다.
▼ 벼랑이 한 발자국 물러선 구릉(丘陵)에는 초원이 펼쳐진다. 언덕 위엔 자그마한 나무집 몇 채와 목장이 보이기도 한다. 들은 푸르고, 그 너머는 빙벽으로 하얗다. 아무튼 햇살 아래 드러난 산들은 하나같이 싱싱하다. 푸른 초지에 푸른 물이 더해지니 세상은 온통 푸른색으로 덧칠이 되어 버렸다.
▼ ‘게이랑에르 피오르드’는 사진이나 포스터보다 실제 풍광이 더 나은 것 같다. 그 반대가 더 일반적이기에 예외가 아닐 수 없다. 수백 미터 높이에 달하는 절벽 틈새로 난 물길을 따르다보면 하늘과 바다, 깎아지른 절벽, 눈 쌓인 산봉우리, 실개울처럼 흐르는 폭포들이 끊임없이 나타난다. 어느 것 하나 광활하고 오묘하지 않은 게 없다 .그러니 사진이나 그림이라는 한정된 공간에다 한꺼번에 담을 수 있는 방법이 있을 리가 없다. ‘게이랑에르 피오르드’가 다른 어느 곳보다도 더 사람들이 몰려드는 관광지로 인기를 누리고 있는 이유일 것이다.
▼ 피오르드는 내륙 깊이 들어온 만(灣)이라는 노르웨이어이다. 빙하가 깎아 만든 U자형 골짜기에 바닷물이 유입되어 형성된 좁고 기다란 만을 뜻하며 특징은 바닷물 30%와 빙하가 녹은 물 70%로 염도가 적어 물이 짜지 않다는 것이다. 해안에서 내륙으로 이동하는 피오르드 여행은 이곳 노르웨이에 온 관광객들이 빼놓지 않고 들르는 필수 코스로 자리매김 된지 이미 오래이다. 그중에서도 게이랑에르피오르드는 가장 수려한 경관을 자랑하는 노르웨이의 보석이다. 풍광으로는 으뜸이라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2005년에는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됐다. 아무튼 잠시 후에는 유람선의 종착지인 '헬레쉴트'에 이르게 된다. 노르웨이가 낳은 세계적인 문호 '입센'이 지은 희곡 '페르귄트(Peer Gynt)'를 조각품으로 표현한 미술관이 소재하고 있다고 해서 '페르귄트 마을'이라고도 불리는 작은 마을이다.
▼ 종착지인 헬레쉴트(Hellesylt)에서 유람선을 내려와, 한 시간 정도를 달리던 버스가 작은 마을에 멈춰 선다. 점심식사를 위해서이다. 이곳 역시 피오르드의 해변, ‘노르드 피오르드(Nordfjord)’로 보이는데 맞는지는 모르겠다. 그렇다면 이곳은 ‘스트린(stryn)마을’일 것이고 말이다. 그나저나 분명한 것은 아까 눈요기를 즐겼던 게이랑에르 피오르드에는 견줄 수 없을 정도로 초라한 경관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해수면 또한 흡사 내륙의 호수처럼 잔잔하다.
▼ 점심식사를 마친 후에는 빙하박물관으로 향한다. 피오르드의 해변을 따르는 예쁜 길이다. 차창 너머로 해안마을이 나타난다. 노르웨이의 자연은 아무런 수식어가 필요하지 않는 순수한 자연이다. 푸른 하늘, 꽃보다 아름다운 연녹색 산하, 청결한 대기, 깨끗한 시냇물 등 모든 것을 갖추고도 지나침이 없고, 인공의 흔적이 보이지 않아 그 위에 세워진 가옥도 그 안에 살고 있는 인간도 순수한 자연의 일부인 것 같다. 그래서 이 땅의 사람들은 아름다운 조국 강산을 그냥 자연, 자연, 자연이라고 한단다.
♧ 에필로그(epilogue), 집사람이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인다. 여행을 시작한지 며칠 되지 않았기에 걱정에 앞서 그 이유가 궁금해진다. 그러다 문득 고개를 끄떡거리게 된다. 노르웨이가 백야(White Night)의 땅이었던 것이다. 거기다 위도가 60° 이상이나 되다보니 그 현상(白夜)은 더 심해진다. 자정이 넘었는데도 책을 읽어도 될 만큼 밖이 훤하다. 아직 시차적응도 덜 되었는데 백야까지 괴롭히다보니 체력소모가 많았던 모양이다. 누군가 ‘여행자들에게 백야는 기쁨’이라고 했다. ‘밤낮 할 것 없이 하루 종일 해가 있으니 맘껏 돌아 다녀야지’라고 생각에서였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도 하루 이틀이면 족하다. 체력안배 없는 여행은 오래가지 못할 게 뻔하기 때문이다. 또한 돌아다닐만한 곳도 없다. 노르웨이 상점들은 대부분 오후 4시~5시면 문을 닫는다. 그러니 밖에 나가봐야 쇼핑은커녕 거리를 마냥 배회하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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