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지 : 중국 사천성(四川省)
여행일 : ‘16. 9. 24(토) - 29(목)
일 정 :
○ 9.25(일) : 도강언(都江堰), 접계해자(疊溪垓字), 송판고성(松潘古城), 모니구(牟尼溝)
○ 9.26(월) : 구채구(九寨沟)
○ 9.27(화) : 황룡(黃龍)
○ 9.28(수) : 청성산(靑城山), 무후사(武侯祠), 금리거리(锦里古街), 천부촉운(天付蜀韻)쇼
여행 넷째 날 오후, 금리(锦里)거리와 천부촉운(天府蜀韻)쇼
특징 : 무후사와 바로 옆에 있는 ‘금리(锦里)거리’는 삼국시대 거리를 재현해 놓은 골목길이다. 촉(蜀)나라 비단 직조공들이 모여 살던 마을을 재현했는데, 비단을 의미하는 '금(錦)'과 마을을 의미하는 '리(里)'가 합쳐진 이름이란다. 아무튼 이 거리는 중국의 고대영화(古代映畫)에서나 볼 법한 색다른 풍경들을 경험할 수 있다고 해서 성도(청두)를 찾는 관광객이면 한번쯤은 꼭 들르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서울의 인사동 거리처럼 객잔, 전통음식점, 카페, 특산품점, 공방, 노점 등 당시의 문화를 생생하게 느낄 수 있는 곳이다. 걸어 다니는 것만으로도 구석구석 흥미로운 곳이라 할 수 있다.
성도(청두)의 또 다른 볼거리인 ‘천부촉운(天府蜀韻)쇼’는 성도시에서 문화사업의 일환으로 제작한 사천성 최초의 창작 예술쇼다. 사천성의 모습, 문화, 역사, 자연을 음악과 춤, 그리고 시와 그림으로 묘사하여 사천의 판타지를 아름답게 그려낸 대형 공연이다.
▼ 골목으로 들어서면 즐비하게 늘어선 전통(傳統) 건물들, 그리고 고풍스런 건물 외관에 줄줄이 매달려 있는 홍등(紅燈)이 이국적인 정취를 물씬 풍겨준다. 우리나라의 인사동쯤 되는 풍물거리로 알고 왔는데, 실제로 보니 그보다 한참 더 깊은 맛을 풍기는 것 같다. 더 조직적이고 체계적으로 조성되어 있다는 얘기이다.
▼ 거리는 활기로 넘친다. 성도(청두)와 사천을 대표하는 다양한 먹거리를 판매하는 상점, 야크 피부를 오려 잇고 채색해 만든 수공예 인형, 종이 공예품 등 다채로운 기념품을 판매하는 상점들이 도열해 있다.
▼ 이곳은 볼거리와 먹을거리로도 유명하다. 노점에서 팔고 있는 설탕공예도 그중의 하나가 아닐까 싶다. 온갖 모양을 만들어내는 솜씨가 거의 달인 수준이기 때문이다. 그 외에도 쌀에 이름을 새겨 넣는 등 신기하고 특이한 갖가지 공예품들을 심심찮게 구경할 수 있다.
▼ 금리(锦里)거리는 옛날 이 지역에 있었던 촉나라 시대의 거리를 재현해 놓은 거리이다. 그러니 대부분의 가게들은 아기자기한 수공예품 또는 이 지역의 특산품들을 팔고 있다. 과자 등 다른 먹거리를 파는 상점들도 보인다. 인사동처럼 식당이나 술집도 있음은 물론이다. 그런 와중에 ‘민속객잔(民俗客棧)’이라고 적힌 고풍스런 건물도 보인다. 숙박업을 하는 집도 있다는 얘기이다. 뜨락에서 차(茶)도 팔고 있는 모양이니 한번쯤 들어가 볼 일이다. 목 좋은 곳에 자리 잡은 외국계 유명커피전문점만 찾을 게 아니고 말이다.
▼ 어느 정도 걷다가 이내 되돌아서고 만다. 주어진 시간이 이미 지나가버렸기 때문이다. 방금 전 무후사에서 동생 내외를 찾느라 시간을 너무 많이 소모했던 게 그 원인이다. 다음 장소로 출발하기 바로 직전에 도착한 우리 부부에게 주어진 시간은 기껏해야 10분 내외, 이것저것 둘러볼 시간은 아예 없다. ‘처삼촌 벌초 하듯이’ 어설프게 둘러볼 수 있을 뿐이다. 발길을 서두르고 있는데 문득 인형을 진열해 놓은 상점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수많은 작은 인형들을 진열해 놓았는데, 그중에는 갖가지 형상을 한 가면(假面)들도 보인다. 그러고 보니 이곳 금리거리에 ‘천극공연장(川劇公演場)’이 소재하고 있다고 했다. 둘러보지 못한 게 못내 아쉬웠는데 저 가면으로라도 위안을 삼아야겠다. 참고로 천극이란 이곳 사천성(四川省) 지역에서 유행하던 지방극(地方劇)으로, 가면(假面)을 쓰고 하는 연극(演劇)이다. 공연을 하는 중에 계속해서 바뀌는 가면이 흡사 마술공연을 연상시킬 정도라고 한다.
▼ 카페들도 여럿 보인다. 그런데 특이한 것은 중국식의 빨간 등(燈)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 최신식의 카페 분위기와는 결코 어울릴 것 같지 않은데도 꽤 멋스럽고도 낭만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이런 게 바로 중국의 전통적인 멋이 아닐까 싶다.
▼ 저녁 식사를 위해 흠선재(钦善斋, 친샨자이)를 찾았다. 코스요리인 ‘약선요리(藥膳料理)’가 나오는 음식점인데 성도(청두)시에서 가장 유명한 맛집이란다. ‘약선(藥膳)’은 병(病)이 난 후 보다는 병이 나기 이전에 미리 예방한다는 동양의학 '치미병(治未病)'의 원칙을 바탕에 두고 있다. 또한 음양오행 원리를 지침으로 삼으며, 기, 혈, 진액을 생명활동의 기본물질로 본다. 이러한 '약선'의 주요 역할은 오장육부의 생리기능 조절에 있다. 그렇다면 오늘 먹게 되는 약선요리는 이런 원리를 바탕에 두고 만들어 낸 음식들일 것이다. 마음 놓고 먹어볼 일이다. 참고로 성도는 춘추전국시대에는 촉(蜀)의 도읍지였고 진(秦)·전한(前漢) 때는 촉군(蜀郡)이 관할하는 청두현(成都縣)이 설치되었으며, 삼국시대 때 촉한을 통일한 유비(劉備)가 수도로 삼았던 곳이다. 또 당(唐)의 현종(玄宗)이 안사의 난 때에 이곳으로 피신하였고, 수당(隨唐) 시대 때는 장안(長安), 양주(揚州), 둔황(敦煌)과 더불어 4대 도시였다. 2000년이 넘는 역사의 도시라는 얘기이다. 그러니 다양한 문화를 꽃 피웠을 게 당연한 일일 것이다. 음식도 그중의 하나임은 분명하다. ‘사천요리’이라는 용어를 만들어 냈을 정도이니까 말이다. 그리고 그 ‘사천요리’가 중국의 ‘4대 요리’ 중의 하나가 되었음은 익히 알려진 대로이다.
▼ 요리는 코스로 제공된다. 맨 먼저 나오는 건 배추절임, 뒤를 이어 콩의 줄기를 견과류와 함께 볶은 것이 나온다. 이어서 한약재로 가미한 오리요리, 오이와 망고 그리고 새우를 함께 넣은 탕수육 비슷한 요리, 거기다 사천성의 특산품 중 하나라는 버섯, 소갈비, 닭, 생선 등의 육류 요리와 한약재를 넣고 끓인 탕 등이 줄줄이 나온다. 이런 코스는 배를 통째로 꿀에 절인 듯한 디저트(dessert)가 나오면서 끝이 난다. 대충 15가지 정도가 나오는데 대부분의 요리들은 한약재를 넣어 만들었다. 하지만 중국 음식답지 않게 향이 강하지가 않다. 아무래도 우리나라 관광객들의 입맛에 맞추었지 않나 싶다. 손님의 대부분이 한국 사람들인 것을 보면 말이다. 참고로 사천 사람들은 ‘음식은 중국에 있고, 맛은 사천에 있다(食在中國 味在四川)’는 표현을 즐겨 쓴다. 그만큼 요리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다는 얘기일 것이다. ‘매운 것은 두렵지 않다. 맵지 않을까 두려울 뿐이다(不辣, 不辣)’라는 표현도 쓴다. 이는 사천음식이 맵다는 증거이다. 한국인 입장에서 볼 때는 딱이지 않나 싶다. 아무래도 중국음식은 조금 느끼한 편이데 사천음식은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 저녁식사 후에는 ‘천부촉운(天府蜀韻)쇼’를 관람하기로 한다. 자정 무렵에 비행기를 탈 예정이니 성도의 마지막 일정이라 할 수 있다. 3D로 제작된 화려한 사천쇼(Sichuan show)인 천부촉운쇼는 아름다운 사천성(泗川省)의 모습과 함께 문화, 역사, 자연을 아우르는 대서사시(大敍事詩)라 할 수 있다. 이 환상적인 쇼는 실내 쇼 이지만, 무대 장치의 한계가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화려한 볼거리를 보여준다. 총 5막을 통해 사천성의 아름다움과 멋을 한꺼번에 감상 할 수 있다.
▼ 공연장 앞은 널따란 광장(廣場)으로 이루어져 있다. 놀이공원이 있는가 하면 주변에는 대형 쇼핑센터도 보인다. 쇼가 시작될 때까지의 시간을 보내기에 충분한 볼거리를 갖고 있다고 볼 수 있다.
▼ 쇼는 모두 다섯 막으로 구성된다. 그 첫 번째는 도입부로 사천의 현대 모습과 과거 모습을 현대의 랩(RAP)과 함께 노래한다. 이어서 1막이 펼쳐지는데 대지의 생명-청동무사-태양의 새-사천 전통극 순으로 이루어진다. 2막은 노래로 가득 찬 궁전-제갈공명(장기와 바둑판속의 세계)-시와 화폭의 예술이 펼쳐지며, 이어서 강변의 봄소풍-낙일랑 폭포의 하모니-장족(시집가기 전날밤, 횃불축제) 등의 3막이 끝나면 극은 ‘행복한 고향’으로 결말을 맺는다. 참고로 공연은 한글 자막이 제공된다. 따라 읽기가 쉽지는 않지만 내용을 이해할 정도는 된다는 얘기이다. 그만큼 우리나라 관람객이 많다는 증거일 것이다.
▼ 중간에 변검쇼도 펼쳐진다. 순식간에 쓰고 있는 가면(假面)이 수없이 바꿔지는 쇼 말이다. 하지만 순식간에 바뀌는데다 거리까지 멀어 자세히는 볼 수 없다는 게 흠이다. 저런 변검쇼는 극(劇)의 중간에도 볼 수는 있다. 그것도 직접 관중석에서 말이다. 가면을 쓴 배우가 관객석으로 나와 즉석 연기를 펼치기 때문이다. 다만 무대 근처의 객석에 앉아야만 자세히 볼 수 있으니 참조한다.
▼ 쇼의 또 다른 구경거리 중의 하나는 관람객들과 함께 꾸미는 깜짝쇼이다. 진행자와 연기자 몇 명이 관객석으로 나와서 진행을 하는데, 관람객 중의 한 명을 골라 강족여인과 짝을 지어주는 것이다. 그런데 이게 코믹하게 꾸며진다. 눈을 가린 채로 아름다운 여성을 업도록 되어 있는데, 나중에 알고 보면 웬 떠꺼머리 남성이 업혀 있다는 설정 말이다. 온갖 행운을 다 거머쥐었던 것으로 보이던 남성이 소스라치게 놀라는 장면이 여흥(餘興)으로 꾸며진 이 단막극의 하이라이트(highlight)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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