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지 : 중국 사천(四川省)

 

여행일 : ‘16. 9. 24() - 29()

일 정 :

9.25() : 도강언(都江堰), 접계해자(疊溪垓字), 송판고성(松潘古城), 모니구(牟尼溝)

9.26() : 구채구(九寨沟)

9.27() : 황룡(黃龍)

9.28() : 청성산(靑城山), 무후사(武侯祠), 금리거리(锦里古街), 천부촉운(天付蜀韻)

 

여행 셋째 날 오전, 황룡(黃龍)

특징 : 이왕에 구채구까지 갔다면 꼭 들러봐야 할 곳이 황룡(黄龙)풍경구이다. 구채구와 함께 1992년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록되었으며 2000년에는 세계생물보호권 보호구로 지정되었다. 구채구에서 130km 정도 떨어져 있으며 해발(海拔)이 대략 3,800m쯤 된다. 3.5km의 계곡 전체가 석회암이 용해되면서 침전물이 오랜 기간 퇴적되어 생긴 카르스트 지형이다. 계곡이 계단식 물웅덩이로 이루어져있어 아름다운 물색과 풍광을 자랑한다. 황룡이란 말처럼 황금색 웅덩이가 계곡 아래까지 이어진다고 보면 된다. 3,400개의 황금색 웅덩이에 해발 5,588m의 설보정(雪寶頂)의 만년설(萬年雪)이 녹아 흘러내리면서 오묘한 빛의 향연이 펼쳐진다. 또한 계곡 주위에는 전나무들이 울창하게 자라 있으며, 고산준령들이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어 독특한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참고로 황룡(黄龙)풍경구의 주요 관광 포인트는 황룡구(黄龙沟)과 단운협(丹云峡)그리고 설보정(雪宝顶) 등이 있다.


 

오늘도 역시 새벽부터 기상이다. 아니 오늘은 더한 편이다. 아예 아침식사까지 거른 채로 출발시키고 있는 것을 보면 말이다. 그러면서 가는 도중에 먹으라고 도시락 하나씩을 나누어준다. 황룡을 둘러보고 난 뒤에 성도(청두)까지 나가려면 서두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성도와 황룡으로 들어가는 길이 나뉘는 천주사(川主寺)까지 두 시간 정도, 여기서도 한 시간 여를 더 달려야만 황룡에 이를 수가 있다. 고산준령(高山峻嶺)을 넘어가는 험난한 여정이다. 하지만 주변 경관은 아름답다. 저 멀리 만년설(萬年雪)을 뒤집어 쓴 고산(高山)들이 보이는가 하면, 풀을 뜯고 있거나 무리지어 걸어가는 야크(yak)의 무리들도 심심찮게 눈에 담을 수 있다. 그렇게 세 시간 정도를 고생하고 나면 황룡풍경구의 주차장에 이르게 된다.




입장권을 구입한 후에 긴 회랑(回廊)을 따라 걷는다. 황룡으로 올라가는 케이블카를 타기 위해서이다. 8시부터 황룡의 입장이 허용된다니 케이블카도 그에 맞추어 운행을 시작할 게다. 아무튼 그에 맞추느라 새벽부터 서둘렀나 보다. 참고로 이 케이블카는 관광객들의 편의를 위해 2006년도에 건설됐다고 한다. 그래선지 대부분의 사람들은 케이블카를 이용한다. 하긴 힘든 코스를 일부러 선택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그렇다고 해서 보고 싶은 경관을 빠뜨리지 않아도 되는데 말이다. 이 얘기는 황릉의 볼거리들이 계곡을 따라 일직선으로 늘어서 있다는 의미이다.



케이블카는 한 대에 68명씩 타는데 보통 1분 간격으로 끊임없이 왕복하고 있다. 하부 승차장의 해발이 3,160m이고 오채지(五彩池)3,560m이니 케이블카가 단숨에 400m 높이를 올려다준다고 보면 되겠다. 그러나 무조건 좋아할 일만은 아니다. 갑자기 고도(高度)를 올리다보면 신체의 리듬을 잃을 수도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3,000m가 훨씬 넘는 고지대에서는 더욱 주의해야 할 것이다.



상부 탑승장에서 내리면 커다란 안내판이 보인다. ’황룡풍경구에 대한 간단한 소개를 적고, 그 옆에다 전경도(全景圖)까지 그려 놓았으니 한번쯤 살펴보고 가는 게 좋겠다. 그래야 둘러봐야 할 곳을 빼먹는 우()를 범하지 않을 것이고, 또한 주어진 시간에 쫒겨 허둥대지도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전망대로 향한다. 이때 고산병(高山病)을 주의해야 한다. 갑자기 3,000m를 훌쩍 넘기는 고지대(高地帶)로 올라왔기 때문이다. 천천히 호흡하거나, 물을 조금씩 마시면 좋다. 황룡을 오르기 전에 고산병 약이나 산소통을 미리 준비해 두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것이다. 하지만 우리부부는 예외이다. 그제 들렀던 모니구(牟尼溝)에서 달리다시피 해서 폭포의 위까지 올라갔던 게 그 증거이다.



잠시 후 황룡을 조망할 수 있도록 만들어 놓은 전망대에 이른다. 누런색으로 빛나는 황룡계곡은 물론이고, 만년설(萬年雪)을 하얗게 뒤집어쓰고 있는 설산(雪山)들이 한눈에 잘 들어오는 뛰어난 전망대이다. 그 옆으로 아까 넘어왔던 고갯마루인 설산마루(雪山梁, 설산량, The Snow Ridge, 해발 3,960m)가 보인다. 그 고개를 넘어오는 구절양장(九折羊腸)의 도로의 오른편에는 울퉁불퉁한 근육질의 바위봉우리들이 늘어서있다. 바위가 하도 하얗다 보니 자칫 설산으로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겠다.





오채지로 향한다. 하늘을 향해 곧게 뻗은 나무들이 빼곡히 들어선 숲길이다. 주변이 온통 삼림으로 가득 차 있는데, 말 그대로 삼림의 보고다. 안내문에 의하면, 황룡은 천연식물자원의 녹색보물창고로, 여기에 자라나는 식목은 88.9% 정도 덮여 있고, 삼림은 65.8%를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풍경구 안에는 1500여 종류의 식물이 자란다고 한다. 이처럼 원시적인 산림이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는 황룡을 한층 더 돋보이게 만드는 것이다. 또한 판다(panda)‘와 원수이의 일종인 금사후(金絲侯)‘ 같은 멸종위기의 동물이 서식하는 자연의 보고라니 참조 한다.



탐방로는 한마디로 잘 가꾸어져 있다. 모든 구간을 데크로 깔아 인간의 때가 묻는 것을 경계했다. 곳곳에 화장실도 만들었다. 건물 전체를 목재(木材)와 자연석만으로 지은 것이 친환경을 염두에 두었음이 분명하다.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받을 만한 자격이 충분하다고 생각된다.



길가에는 매점(賣店)도 보인다. 대부분 간이매점이지만 어떤 곳은 나름대로 슈퍼마켓 정도의 규모를 갖춘 곳도 있다. 곳곳에 기파(氣吧)‘라는 산소카페도 만들어 두었다. 고산병(高山病) 등 높은 곳에서 일어날 수 있는 불의의 상황에 대처할 수 있도록 배려한 모양이다.



오채지를 향해서 가는 길, 진행방향에 만년설을 뒤집어 쓴 거대한 설산(雪山)이 나타난다. 해발 5,160m의 옥취봉(玉翠峰)이 아닐까 싶다. 아니면 5,582m 높이의 설보정(雪寶頂)일 게고 말이다. 아무튼 저곳에서 발원된 물이 석회질을 함유해 계곡을 내려가며 황룡을 만들어냈다고 한다. 데크의 오른편에는 계곡이 나타난다. 황룡곡(黄龙谷)일 것이다. 그렇다면 우린 이미 황룡에 이르렀다는 얘기가 된다.



길가에 간이매점이 보인다. 음료수와 과자 몇 가지를 진열해 놓았는데, 그보다는 산소통이 눈길을 끈다. 우리 일행들의 손에도 산소통 하나씩이 들려있었기 때문이다. 이곳 황룡은 해발이 3,000m를 훨씬 넘기는 높은 곳이라서 고산병(高山病)이 찾아올 우려가 있다면서 가이드가 반 강제적으로 나누어준 것이다. 특히 심장병이나 고혈압 등의 지병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주의가 필요하다면서 말이다. 구채구로 들어올 때부터 겁을 주기 시작하던 가이드의 말투가 언제부턴가 겁박(劫迫)의 수준으로 바뀌어 있었다. 그러니 나누어 주는 대로 받을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그제 모니구의 찰알폭포를 달리다시피 올랐던 우리 부부에게까지도 말이다. 그런데 이 매점에서 황당한 상황과 맞닥뜨린다. 산소통의 가격이 15위안이라는 것이다. 한화로 2,550원이니 환율 계산하는 과정에서 바가지를 조금 쓴다고 해도 3천원이면 족하다. 그런데도 우린 거금 1만원을 지불할 수밖에 없었다. 가격을 알 수가 없었으니 주라는 대로 줄 수밖에... 이런 불쾌한 감정의 찌꺼기는 여행을 마칠 때까지 계속 이어져 여행을 망치고야 말았다. 가이드의 추천이 있을 때마다 색안경을 끼고 들을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괜히 가격을 물어봤다는 생각을 여행 내내 떨쳐버리지 못했다. 몇 푼 되지 않는 돈 때문에 즐거워야 할 여행을 망쳐버렸으니 말이다.




20분 가까이 걸었을까 다랑이논을 닮은 물웅덩이들이 나타난다. 그런데 그게 하나 둘이 아니고 수십, 아니 수백도 더 되겠다. 아름답기로 유명한 황룡풍경구내에서도 가장 백미(白眉)라는 오채지(五彩池)이다. ’다섯 가지 빛깔로 이루어진 호수라는 뜻인데 해발이 3,900m나 되는 높은 곳에다 총 693개의 웅덩이를 만들어 놓았다. 21,000의 면적 안에 들어있다니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크고, 채지(彩池)의 숫자 또한 가장 많다고 보면 될 것이다. 아무튼 그 웅덩이에는 설산(雪山)에서 흘러내린 물이 고인다. 그런데 그 물빛이 장난이 아니다. 찬란한 빛을 발산하는 광경이 마치 선경(仙境)에라도 와 있는 것처럼 몽환적이다.



깊고 넓은 연못에 넘쳐흐르는 물은 오색찬란한 것이 너무나도 아름답다. 눈앞에 펼쳐지는 석회암 연못의 물은 에메랄드, 코발트 빛 등 형형색색의 빛깔이 되어 사람들의 눈을 현혹시킨다.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닌 자연의 현상에서 빚어진 오채지의 여러 가지 모습을 보노라면 어떻게 이런 풍경들이 만들어졌을까하는 의문마저 든다.



탐방로는 오채지를 가운데에 놓고 빙 둘러서 나있는 모양새이다. 황룡의 하이라이트이니 곳곳에다 전망대를 만들어 놓았음은 물론이다. 누가 뭐래도 이곳 오채지의 특징은 환상적인 아름다움이다. 하지만 별로 달갑지 않은 특징도 있다. 바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는 인파(人波)이다. 인증사진이라도 한 장 찍으려면 한참을 기다려야 하는 것은 보통이고, 사진의 한쪽 귀퉁이에 다른 사람의 옆얼굴이 들어가는 것쯤은 감수해야만 한다. 이럴 때는 자리를 옮기면 될 일이다. 그리고 조금 한산한 전망대에서 사진을 찍으면 된다. 곳곳에 만들어진 전망대들은 어느 곳 할 것 없이 뛰어난 조망을 자랑하기 때문이다. 자신의 모습 뒤편에 오채지의 비경(祕境)을 배경화면으로 넣을 수 있음은 물론이다.



황룡을 장족어로 하면 `써얼휘`라고 한다. `오색영롱한 호수`라는 의미란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려는 듯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다양하고 오묘한 색깔의 팔색조 같은 빛의 향연이 벌어진다. 이런 경관이 특이하면서도 기이하다고 해서 현생(現生)의 신선경(神仙境)‘이라 불리기도 한다니 어느 정도인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아무튼 에메랄드빛을 기저에 깔고 있는 푸르고 투명한 연못들이 극한의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다.



오채지의 바로 아래에 위치한 황룡사(黄龙寺)에 이른다. 황룡고사((黄龙古寺)라고도 불리는데 황룡풍경구라는 이 지역의 이름을 낳게 한 절이다. 역사가 오래되었다고 해서 어떻게 생긴 부처님을 모셨나 하고 안으로 들어가 보니 예상과는 달리 도교(道敎)의 사원이다. 하지만 이곳은 400년이나 된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불교(佛敎)의 사찰이었다고 한다. 명나라 장수가 세웠는데, 이 일대가 티베트인들의 거주지였던 탓에 라마불고의 사원으로 변했다는 것이다. 당시엔 ’18나한상(羅漢像)‘을 모셨으며 전각(殿閣)도 다섯 채나 되었단다. 그러던 것이 지금은 도교사원으로 바뀌어 있는 것이다. ’문화대혁명(文化大革命)‘ 때 홍위병에 의해 불살라지고 파괴되었다는 기록을 읽었던 것 같은데, 복원(復原)되는 과정에서 도교사원으로 변했나 보다. 도교란 게 본디 중국에서 발흥하여 발전한 중국의 민족종교(民族宗敎)라고도 할 수 있으니 그랬을 수도 있겠다. 그게 아니라면 유네스코 자연유산인 황룡에서 티베트 및 라마불교의 역사를 지우려는 시도였을지도 모르겠고 말이다. 산하(山河)는 그대로이되 역사가 바뀐 현실, 어쩌면 오늘날 티베트와 티베트인들이 처한 현실이 바로 이런 게 아닐까 싶다.





황룡사에서 잠깐 내려오니 누런색의 바위지대가 널따랗게 펼쳐진다. 아니 색깔이 누런 것이 진흙일지도 모르겠다. 그 위로는 맑은 물이 졸졸 흐르고 있다. 그런데 얼핏 보기에는 흙탕물로 보인다. 아마 바닥의 색깔 때문인 모양이다. 아무튼 이 계곡을 위에서 바라볼 때는 흡사 용()처럼 보인다고 한다. 그래서 황룡이라는 이름을 얻게 되었단다.



잠시 후, 또 다른 사찰(寺刹)이 나온다. 황룡중사((黄龙中寺)일 것이다. 이 사찰 역시 명대에 창건되었다고 한다. 1980년대에 증축하였는데 설산사라는 다른 이름으로도 불린단다. 아무튼 라마불교의 사찰인 황룡중사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공양을 하려는 사람들로 붐볐다고 한다. 그런데 지금은 금()줄을 쳐놓아 사람의 출입을 막고 있다. 삼존불과 십팔나한상이 모셔졌다고 해서, 티베트인들의 전통 조각기법이라도 볼까 했는데 아쉬운 일이다. 사찰 근처에 식당을 겸한 휴게소가 위치하고 있으니 배가 출출할 경우 요기를 하고 내려가도 되겠다.




황룡중사에서 조금 더 내려가면 접선교(接仙橋)가 나온다. 이곳에서 길이 두 갈래로 나뉜다. 왼편은 급한 사람들이 주로 이용하는 단축코스이다. 주어진 시간이 부족할 경우 망설이지 말고 들어서면 된다. 하지만 모든 비경(祕境)들을 두루두루 구경하고 싶다면 오른편으로 들어서야 함은 물론이다.



선경(仙境)을 기대하며 접선교(接仙橋)를 지난다. 잠시 후 아까 황룡사 근처에서 보았던 누런 암반지대를 다시 만난다. 그 넓이는 아까보다 훨씬 더 넓어졌다. 하지만 눈에 담아둘만한 경관은 아니다. 그렇다면 접선교(接仙橋)라는 다리의 이름이 의미하는 선경(仙境)은 어디에 있단 말인가. 분명히 선경을 만난다는 뜻인데 말이다.



곧이어 멋진 연못들이 다시 한 번 관광객들의 눈을 호사시켜준다. 쟁염지(争艳池)지이다. `연못 하나하나가 아름다움을 서로 다툰다.`는 뜻을 가진 연못의 이름답게 어느 것 하나 빼어나지 않은 연못이 없다. 아무튼 해발 3500m에서 658개의 연못을 자랑하고 있는 쟁염지 역시 황룡이 자랑하는 명소 중의 하나다.



이곳도 아름답기는 매한가지이다. 오채지에 뒤지지 않는다는 얘기이다. 흡사 신이 그려놓은 그림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오묘한 빛깔을 내는 연못은 그야말로 장관이다. 만년설에 뒤덮인 주변 풍경과 어우러진 환상의 광경을 보면 가슴이 벅차오름을 느낀다.



수많은 연못들이 경쟁이라도 하듯 금황ㆍ파랑ㆍ주홍 등의 요염한 물빛을 자랑한다. 이런 아름다운 풍경은 겨울철에 극에 이르게 된다고 한다. 황금빛 석회암 연못의 비취색 물빛이 순백의 눈과 어우러져 한 폭의 산수화를 그려낸다는 것이다. 아무튼 가을 단풍에 함박눈이 내리는 황룡의 설경은 3대가 덕을 쌓아야만 볼 수 있는 하늘이 내린 선물이라고 전해진다.




수많은 연못들이 조화롭게 칸막이를 이루고 있다. 그리고 그 연못들은 다랑이 논처럼 계단식으로 층을 이루고 있다. 그런 광경이 흡사 한 마리의 노란 용()이 계곡을 타고 승천하는 모습 같다고 황룡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단다. 석회질 성분이 많은 암석이 녹아내리면서 생겨난 용의 비늘 같은 수많은 연못이 맑은 물을 머금은 채 계곡을 황금빛으로 물들인다. 물의 색깔은 보는 방향에 따라 다르다. 보는 사람의 눈에 따라서도 달리 보이고 계절별로도 변한다고 한다.



곧이어 또 다른 연못의 무리를 만난다. 이번에는 사라영채지(裟羅映彩池)‘란다. 6,840의 면적에 400여 개의 채색연못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사라(裟羅)‘는 두견화, 즉 진달래를 뜻한다. 매년 4~5월이면 앞 다투어 피는 진달래가 연못의 물은 물론 푸른 하늘과도 어울려 빛나면서 보는 사람들을 도취하게 만든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란다.



크고 작은 연못들은 어느 것 할 것 없이 맑은 물이 고여 있다. 그 물이 서로 다를 리가 없겠건만 연못들은 서로 다른 물빛을 만들어 내고 있다. 신기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아무튼 갖가지 빛깔의 연못들이 주변의 바위, 울창한 삼림 등과 함께 최상의 조화를 이루어 낸다. 흡사 동화 속의 세계에 온 듯한 환상의 불러일으킨다.



계속해서 연못들만 나오는 것은 아니다. 중간 중간에 울창한 숲길을 걷기도 한다.



조금 더 내려가니 금빛으로 빛나는 모래언덕이 나온다. ’금사포지(金沙鋪地)‘인데 만년설이 지하로 녹아들어 석회물질들을 응고시켜 형성된 금빛 찬란한 언덕이란다. 1,300m 길이에 폭이 40~122m에 이르니 자못 거대하다 할 수 있다.




금사포지 옆에는 분경지(盆景池)가 있다. 20,000의 면적에 330여 개의 채색 연못이 집단으로 모여 있다. 이곳의 연못들은 그 모양이 각기 다르고, 연못 둑의 크기와 높이는 나무의 뿌리와 지세의 변화에 따라 서로 다르단다. 각기 다른 형태의 연못들의 층층겹겹을 이루는데, 연못가 또는 물속에 있는 목(), (), (), ()들은 흡사 천연분경(天然分景)과도 같다.





금사포지와 분경지를 구경하고서 조금 더 내려오니 높이 10m 넓이 40m세신동폭포(洗身洞瀑布)가 눈앞에 펼쳐지고 있다. 이곳은 세계에서 가장 큰 석회화 함몰층이라고 한다. 아래로 떨어지는 물줄기가 부서지며 금빛이 도는 폭포다. 황룡사를 가는 참배객들이 이곳에서 몸을 씻었다하여 세신동(洗身洞)이라 불러지게 됐다고 한다. 참고로 이곳에는 높이 1m에 넓이가 1.5m인 용동(龍洞)이 있다고 한다. 선인(仙人)이 몸을 깨끗이 씻고 도()를 닦았다는 전설이 전해져 내려오는 동굴이다. 하지만 찾아볼 수는 없었다. 어쩌면 물줄기 뒤편에 숨어있지 않나 싶다  



조금 더 내려오면 연태비폭(蓮台飛瀑)이다. 울퉁불퉁하면서도 정교한 모습인 암반(巖盤) 사이로 하얗게 갈라지는 물보라가 아름다운 폭포이다. 폭포의 길이 167m, 폭은 19m이다. 상대적 낙차는 45m라고 한다. 그 아름다움에 넋을 놓고 있다가 안내판을 들여다본다. 폭포의 생김새가 흡사 용의 발을 닮았단다. 그러고 보니 용의 발을 닮은 것 같기도 하다.



부처님의 좌대 형태로 형성된 연대비폭의 위와 아래에는 아름다운 호수를 갖고 있다.



다음은 비폭유휘 폭포(飛瀑流煇 瀑布)’이다. 높이 14m에 폭은 68m이다. 흘러내리는 여러 갈래의 물줄기가 이리 저리 흩어지면서 비단을 깔아놓은 것과 흡사한 형상을 만들어 내고 있다.



황룡의 아름다움을 '사절(四絶)’로 압축하는 사람들이 있다. 만년설로 뒤덮인 설산과 그림 같은 절경이 자리 잡은 협곡, 울창한 원시림, 다양한 빛깔의 연못 등을 가리킨다. 하지만 난 폭포를 포함시켜 오절(五絶)’이라 하고 싶다. 내세울 만한 것은 두 개밖에 없지만 크고 작은 폭포들이 그들 나름대로의 아름다움을 뽐내기 때문이다.




비폭유휘를 지나면 울창한 편백나무로 둘러싸인 영빈지(迎宾池). 9,600의 면적에 구조가 정교하고 모양이 독특한 350여 개의 연못들로 이루어져 있다. 크고 작은 채색연못들이 층층으로 연결되어 있어, 졸졸 흐르는 물소리가 마치 즐거운 영빈곡과 같이 들린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란다. 사방에서 온 손님들은 반갑게 맞이한다는 것이다.



계단식 다랑이 논을 닮은 석회암의 연못이 이루어내는 기이한 광경에 넋이 나갈 정도이다. 이 모든 게 오랜 시간동안 자연이 이루어 낸 결과물이라고 하니 더 놀라울 수밖에 없다. 연못이 마치 물감을 타 놓은 듯 청명한 옥빛을 띄고 있는데, 이 물빛은 깊이와 보는 각도에 따라 다양한 색깔을 낸다고 한다.



영빈지에서 황룡의 절경은 끝났다고 보면 된다. 이후부터는 울창한 숲길을 따라 내려가게 된다. 이곳 역시 원시의 숲 그대로이다. 가끔 송라松蘿)‘라고 하는 기생식물인 소나무 겨우살이가 보이기도 한다. 넝마를 걸친 듯 여기저기 죽은 나무에 걸쳐져 있다. 고산지대와 맑고 찬 공기 등의 영향으로 독특한 식물이 자라게 된다고 한다.



조금만 더 가면 출구이다. 하지만 밖으로 나가고 싶지가 않다. 그만큼 황룡의 준 이미지가 강했다는 의미일 것이다. 아쉬운 발걸음을 자연스레 잡는 건 간이매점이다. 케이크와 도넛, 스무디(smoothie) 등을 팔고 있다. 도넛으로 요기를 하면서 오늘의 투어를 정리해 본다. 아직까지도 두근거림이 멈추어지지 않는 절경이었다. 눈 덮인 민산산맥의 봉우리들을 배경으로 한 수많은 호수와 폭포 등은 한마디로 아름다운 자연환경의 다양함 그 자체였다. 참고로 황룡에는 693개의 연못과 3,400여개의 수반, 5개의 폭포, 4개의 석회동굴, 3개의 사원이 있다고 한다. 1992년에 구채구와 함께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록되었으며 관광객들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