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지 : 스페인 및 포르투칼
여행일 : ‘15. 11. 12(목) - 19(목)
여행지 : 스페인(바로셀로나, 몬세라토, 발렌시아, 그라나다, 미하스, 론다, 세비아, 톨레도, 마드리드), 포르투칼(리스본, 까보다로까, 파티마)
여행 넷째 날 오후 : 스페인광장 등 세비야 시가지와 플라멩코 관람
특징 : 세비야 하면 사람들은 대부분 ‘세비야대성당’과 ‘알카사르’를 떠올린다. 하지만 세비야에는 다른 볼거리들도 상당히 많다. 그중에 하나가 스페인광장이다. 그리고 광장의 옆에 있는 스페인에서 가장 아름다운 공원 중의 하나라는 ‘마리아 루이사 공원’도 빼 놓을 수 없다. 세비야의 스페인광장은 우리나라의 광고에도 등장했을 만큼 반달 모양인 두 개의 건축물(고고학박물관과 예술 풍습박물관)이 있고 그 모양을 따라 물길을 만들어 놓은 매우 크고 아름다운 광장이다. 어느 여행가는 진정한 스페인광장은 세비야에서 만나볼 수 있다고 했을 정도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까르멘>, <세비야의 이발사> 등 오페라의 무대가 된 도시가 바로 세비야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시간을 쪼개서라도 꼭 ‘플라멩코’를 관람해보라는 얘기이다.
▼ 알카사르(Real Alcázar de Sevilla) 북쪽에 자리 잡고 있는 옛 유대인 거주 지역인 ‘산타크루스 거리(Barrio de Santa Cruz)’로 향한다. 알카사르의 옆을 지나자마자 산타크루스 거리의 들머리인 자그마한 광장이 나온다. 광장에는 작은 노천카페와 기념품가게가 있다. 스페인의 전통 세공품(細工品)을 파는 가게인데 진열된 제품들이 어느 것 하나 정교하지 않은 것이 없다. 거리를 걷다보면 이러한 광장들을 심심찮게 만나게 된다.
▼ 거리는 대부분 좁다. 하지만 둘이 나란히 서서 걸을 정도는 된다. 맞은편에서 오는 사람이라도 만날 경우에는 서둘러 앞뒤로 나뉘어야 하지만 말이다. 이런 풍경은 거리가 끝날 때까지 계속해서 이어진다.
▼ 길은 성벽을 따라 나있다. 어쩌면 알카사르의 담벼락이 아닐까 싶다. 조금 더 화려하고, 조금 더 좁으며 미로 같은 골목들을 둘러보고 싶을 때에는 왼편에 보이는 골목을 하나 골라잡으면 되지 않을까 싶다. 하여간 ‘산타크루스 거리’는 세비야에서 가장 오래된 지역 중의 하나이다. 유대인이 모여 살던 지역이라고 해서 ‘유태인의 거리’로도 불린다. 그러나 1492년 유대인들을 몰아내고 세비야의 귀족들이 이곳에 정착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 골목은 ‘마리아 루이사 공원(Parque de María Luisa)’으로 연결된다. 공원에 이르기 전 예쁘게 지어진 건물이 하나 나타난다. 로시니(Gioacchino Antonio Rossini)가 머물면서 오페라를 작곡하던 집이란다. 세비야는 로시니의 오페라 ‘세비야의 이발사’와 비제(Georges Bizet)의 오페라 ‘카르멘’, 그리고 모차르트((Wolfgang Amadeus Mozart)의 오페라 ‘돈 후안’의 무대이기도 하다. 참고로 세비야는 스페인의 극작가 티르소 데 몰리나(Tirso de Molina)가 쓴 비극 ‘세비야의 호색가(El burlador de Sevilla)의 주인공 ’돈 주안(Don Juan)‘이 살던 곳이다. 비제의 ’카르멘‘에 등장하는 바람둥이 카르멘의 고향도 이곳 세비야인 것을 보면 문제가 좀 있는 도시이지 싶다. 어쩌면 다닥다닥 붙어있는 집들이 그런 풍토를 만들었는지도 모르겠다. 창문만 열면 앞집, 옆집, 아랫집이 다 보이겠기에 하는 말이다. 하여튼 돈 후안은 민간전설에 등장하는 인물로 몰리나의 희극에서 첫 선을 보인 후, 희곡·소설·시 등에서 꾸준히 악당 주인공으로 등장했고, 모차르트의 오페라 ’돈 조반니‘를 통해서는 큰 인기를 누리기도 했다. 돈 주안은 활력, 도도한 자세, 유머 감각 등을 통해 극적 가치를 고조시킨다. 그가 지녔던 소양이 어찌 바람둥이에만 해당되겠는가. 남자들이라면 누구나 지니고 싶은 로망일 것이다.
▼ 마리아 루이사 공원(Parque María Luisa)에 이른다. 원래는 산 텔모 궁전(Palacio de San Telmo)의 정원 이었으나 소유주였던 마리아 루이사 공작부인이 1893년 세비야시에 기증하여 세비야시의 소유가 되었고, 세비야시는 1929년의 이베로 아메리칸 박람회 개최를 앞두고 공원을 재단장해 현재의 아름다운 공원으로 만들었단다. 스페인에서 가장 아름다운 공원 중 하나로 손꼽힌다. 공원에는 연못과 분수, 폭포, 유적 등이 있고 중앙에는 커다란 호수까지 있다는데 스페인광장으로 가는 길은 그중의 일부분을 지나게 된다. 그저 맛보기라고 생각하면 될 것이다.
▼ 공원 곳곳에는 다양한 종의 수목(樹木)들이 즐비하다. 그중에서도 가장 눈길을 끄는 건 어마어마하게 큰 저 나무가 아닐까 싶다. 그동안 내가 보아왔던 나무 중에서 가장 크지 않나 싶다. 참고로 세비야를 대표하는 마리아 루이사 공원은 세비야 도심의 한가운데에 위치하고 있다. 시민들로부터 가장 사랑을 받는 휴식처가 된 이유이다.
▼ 공원에는 ‘신대륙발견 기념탑’이 있다. 콜럼버스가 아메리카대륙을 발견한지 500년이 되었음을 기념하기 위해 세운 탑이란다. 콜럼버스가 타고 떠났던 ‘산타마리아호’가 탑의 허리를 지나는데, 배의 양면에는 페르난도와 이사벨 여왕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1492년 8월 3일, 핀타호, 니냐호 그리고 산타마리아호로 구성된 세 척의 탐험대는 스페인의 팔로스항을 출발했다. 계속해서 서쪽으로 나아가는 기나긴 항해를 하는 동안, 콜럼버스는 불평과 폭동 등 갖은 고초를 겪은 후에야 같은 해 10월 12일 육지에 상륙할 수 있었다. 바하마제도의 구아나하니라는 자그만 섬이었다. 콜럼버스는 구세주와 관련지어 이 섬의 이름을 ‘산 살바도르(구세주, 구원자)라 명명했다고 한다. 그는 자신이 도착한 곳을 인도라 생각하고, 카리브해의 원주민들을 ’인디오‘라 불렀다. 그 후 콜럼버스는 12년 동안 총 4차례의 탐험을 했는데 1506년 죽을 때까지 자신이 발견한 곳을 아시아의 인도라고 굳게 믿었다고 한다.
▼ 공원에서 빠져나와 도로를 건너면 에스파냐광장, 즉 스페인광장이다. 그런데 문제는 광장의 생김새이다. 광장이라면 널따란 마당이 나와야 하는데도 3층짜리 건물로 들어서고 있는 것이다. 그것도 아주 오래된 듯한 고풍스런 건물이다.
▼ 궁금증은 건물을 통과하면서 해소된다. 안으로 들면 널따란 광장이 나타나는 것이다. 에스파냐 광장은 1929년 이베르 아메리카 박람회장으로 사용되기 위해 만들어졌다. 건축가 아니발 곤살레스(Anibal Gonzalez)’의 작품이란다. 그나저나 광장을 둘러싼 건물이 너무 크고 아름다워 광장이라기보다는 차라리 궁전 같은 느낌이 든다. 1900년대에 지어졌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만큼 섬세하면서도 신비로운 느낌이다. 그래서 여행안내서에 꼭 들러봐야 할 필수코스라고 적어놓은 모양이다.
▼ 극장식 반원 형태의 건물에 둘러싸인 광장은 아줄레주 양식(이슬람의 영향을 받아 채색된 타일로 건물을 장식하는 양식)으로 지어졌는데, 각 건물을 따라 늘어선 58개의 벤치에는 스페인 각 지역의 지도가 그려져 있어 이채롭다. 또한 스페인 각지의 특성과 역사를 타일에 그려 넣었다. 일로 치면 스페인 역사책인 셈이다.
▼ 광장을 빙 둘러선 건물과 광장 사이에는 운하가 흐르고 있다. 뱃놀이까지 가능한 운하이다. 그리고 운하에는 네 개의 아치형 다리를 놓아 광장으로 나갈 수 있도록 했다.
▼ 광장을 거닐다 보면 이 넓고 큰 광장을 에두르고 있는 거대한 건물이 한눈에 들어온다. 아니 잘못 표현했다. 좌에서 우로 고개를 돌려야만 전체를 볼 수 있으니 말이다. 무엇에 쓰려고 저렇게 큰 건물을 지었을까? 1929년 ‘이베로 아메리칸 박람회(Ibero-American Exposition)’를 개최하려고 지었단다. ‘이베로 아메리칸’은 라틴아메리카의 후원을 받아 대회를 개최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 멀리 마주 보이는 탑이 정면에 운하를 거느리고 의기양양하게 자태를 뽐낸다. 양 옆에 우뚝 서있는 건물은 성당을 닮았다. 하지만 탑이란다. 그래선지 관광객의 입장을 불허하고 있었다.
▼ 광장은 한마디로 무지무지하게 넓다. 광장을 둘러싼 건물들은 하나같이 고풍스럽기 그지없다. 한마디로 잘 그린 한 폭의 그림이라 할 수 있다. 다양한 사연을 지닌 고풍의 건물들에 둘러싸인 곳, 외국에서 만나게 되는 광장의 본래 모습이 아닐까 싶다. 외국에서 광장이라 하면 단순히 사람이 모이는 곳이 아니다. 주변의 시설 및 조형물 등과 함께 어우러져 그 지역의 자긍심을 갖게 만든다. 그리하여 많은 관광객들의 발길을 매력적으로 끌어들인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어떨까? 우리나라라고 해서 광장이 없을 리 없다. 하지만 대부분 단순한 교통광장에 불과하다. 주변에는 아무 것도 없다. 이런 점을 외국에서 만나는 광장과 차이점으로 보면 된다. 짧은 역사 속에서 성장에 급급한 나머지 여유로움을 느끼지 못했던 탓일지도 모르겠다. 참고로 ‘스페인광장’이라는 이름을 가진 곳은 꽤 많다. 웬만한 도시들마다 하나씩 갖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때문에 앞이나 뒤에 도시의 이름을 붙여서 어디에 있는 스페인광장인지를 구분한다. 이곳 스페인뿐만이 아니고 유럽에서 흔하게 접할 수 있는 문화적 특징이 아닐까 싶다. 그중에서도 가장 뛰어난 곳이 바로 이곳 세비야의 스페인 광장이다. 그 다음은 세르반테스의 동상이 있는 마드리드의 스페인광장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가장 유명한 곳은 스페인보다 이탈리아 로마에 있는 스페인광장이다. 17세기에 교황청 스페인대사가 이곳에 본부를 두면서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영화 <로마의 휴일>에서 오드리 헵번이 아이스크림을 사먹던 계단으로 유명한 곳이다.
▼ ‘플라멩코 폰’이란 단어를 들어본 일이 있을 것이다. 2003년 출시되었던 핸드폰 'LG 싸이언'을 대신하는 낱말인데, 이 제품의 CF에 김태희가 플라멩코를 추는 장면이 나온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당시 그녀가 아름다운 몸매를 맘껏 흔들었던 장소가 바로 이곳 세비야의 ‘스페인광장(Plaza de Espana)’이다. 또한 스페인 광장은 '스타워즈 에피소드 2 클론의 습격'의 배경이 되기도 했다.
▼ 낮에 시내를 둘러봤다면 밤에는 플라멩코를 관람해야 할 차례이다. 투우와 플라멩코가 있는 정열의 나라가 스페인이고, 스페인 중에서도 이곳 세비야가 플라멩코의 본고장이기 때문이다. 공연을 보러가기 전 저녁식사 때 반주 삼아 와인 한잔 마셔보는 곳도 괜찮을 것 같다. 정열의 춤에 맞춰 어깨춤이라도 따라해 보려면 조금은 얼큰해야 도움이 될 것 같아서 하는 말이다.
▼ 플라멩코를 제대로 감상하고 싶다면 세비야 중심가로 가봐야 한다. 플라멩코를 공연하는 클럽을 따블라오(Tablao)라고 부르는데, 스페인어로 ‘판자를 깔다’라는 뜻이란다. 따블라오는 그 이름대로 널빤지로 만든 무대를 갖춘 극장식 레스토랑이다. 세비야 시내에는 8~9군데가 있다. 플라멩코 공연은 보통 오후 8시와 10시30분 전후로 2회 공연을 하는데 첫 회 공연은 대개 관광객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춤도 쉽고 멜로디도 귀에 쏙 들어오는 구성으로 이뤄져 있다. 세비야에서 가장 역사가 오래되고 가장 유명한 따블라오는 ‘엘 아레날’이라는데 우리는 'El pal acio andaluz'에서 관람을 했다. 자동차로 이동했기 때문에 어디에 위치하고 있는 지는 물론 모른다. 하지만 공연내용만큼은 ‘엘 아레날’에 뒤지지 않았다. 비록 현지가이드의 평이지만 말이다. 공연을 시작하기 전에 알코올(alcohol)이 약간 들어간 음료도 제공된다.
▼ 스페인 예술의 기원은 집시문화에서 비롯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집시들은 점술과 말 매매, 연금술 등에 조예가 깊고, 독특한 문화를 이루었지만 유럽 전 지역에서 그랬듯이 스페인에서도 박해받는 존재였다. 집시들은 깊은 슬픔과 고통을 담아 애절한 노래와 춤을 만들었다. 흥겨운 듯 애잔하고 때로는 박력 있으면서도 한을 담은 플라멩코는 이제 스페인을 대표하는 춤이 됐다.
▼ 세비아에서 하룻밤을 머물렀던 호텔인 ‘TRH La Motilla’
시내 중심가에서 자동차로 15분 정도의 거리에 있다. 주거지역에 자리 잡고 있는 이 호텔은 야외수영장은 물론 테니스코트와 대형 테라스까지 갖추고 있다. 현대적으로 지어진 탓인지 발코니까지 갖춘 객실은 깨끗함은 물론 무료 Wi-Fi 및 위성 TV가 제공되고 있었다. 특히 입구에 마련된 ‘비즈니스 사이트’가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내 관심은 온통 아침식사에 쏠려있다. 여기서는 과연 계란으로 만든 요리를 먹을 수 있을 지로 말이다. 그런 내 기대를 이 호텔은 저버리지 않았다. 그렇게 고대하던 스크램블은 물론이고 스페인에 도착해서 처음으로 베이컨까지 곁들일 수 있었으니 이보다 더한 호사 어디 있을까 싶다. 참고로 이 호텔 인근에는 대형 쇼핑 및 레저 센터인 도스 에르마나스 쇼핑센터(Dos Hermanas Shopping Centre)가 자리 잡고 있다. 자투리 시간을 활용한 쇼핑이 가능하다는 얘기이다.
'해외여행(유럽)'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페인·포르투갈 여행 ⑫ : 포르투갈의 ‘땅 끝 마을’, 까보 다 로카 (0) | 2016.07.20 |
---|---|
스페인·포르투갈 여행 ⑪ : 신·구가 조화로운 리스본의 벨렘탑과 제로니무스 수도원 (0) | 2016.07.13 |
스페인·포르투갈 여행 ⑨ : 콜럼버스의 관이 있는 세계 3대 성당, 세비야대성당 (0) | 2016.07.06 |
스페인·포르투갈 여행 ⑧ : 작지만 매력적인 협곡 위의 도시, 론다(누에보다리) (0) | 2016.06.29 |
스페인·포르투갈 여행 ⑦ : 산토리니를 연상시키는 스페인의 하얀 마을, 미하스 (0) | 2016.06.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