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지 : 스페인 및 포르투칼
여행일 : ‘15. 11. 12(목) - 19(목)
여행지 : 스페인(바로셀로나, 몬세라토, 발렌시아, 그라나다, 미하스, 론다, 세비아, 톨레도, 마드리드), 포르투칼(리스본, 까보다로까, 파티마)
여행 넷째 날 오전 : 절벽 위의 도시, 론다(Ronda)
특징 : 오늘 아침에 들렀던 미하스와 마찬가지로 론다(Ronda) 역시 말라가 주에 있는 도시로서 말라가시 서쪽의 론다 산맥에 위치한다. 깊은 엘타호데론다 계곡이 도시가 자리 잡은 두 구릉을 가르고 있는데 계곡으로 과디아로 강의 지류인 그란데 강이 흐른다. 몇 개의 다리가 이 계곡을 가로지르고 있으며 특히 1761년에 건설한 높이 90m의 아치형 구조물이 눈길을 끈다. 이곳은 원래 고대 이베리아인이 거주했던 장소이고 로마 시대에는 아키니포로 알려졌다. 8~15세기에는 무어인들이 점령하고 있었다. 남아 있는 로마 시대 유적과 무어인 유적 가운데 로마식 극장과 전쟁 때 물 봉쇄를 막기 위해 무어인이 만든 도시에서 강에 이르는 지하 계단(1911 복원)이 있다. 무어인들이 통치해오던 것을 1485년 5월 20일에 로마 가톨릭 군주들인 페르난도와 이사벨라가 정복하여 되찾았다.
▼ 미하스에서 론다로 가는 길, 어딘지는 몰라도 산악지역을 지난다. 가이드의 말로는 지름길이라는데, 아슬아슬한 벼랑 위로 길이 나있으니 한시도 마음을 놓을 수 없다. 하지만 좋은 점도 있다. 주변 경관이 마음에 쏙 들 정도로 아름답기 때문이다. 론다로 향하는 길에 펼쳐지는 대평야와 협곡의 경관이 안달루시아 여행의 백미라고 들었는데 이곳을 말하는 게 아닌지 모르겠다.
▼ 버스는 공용버스정류장에다 관광객들을 내려놓는다. 론다 투어의 구심점인 누에보다리까지는 꽤나 먼 거리인데도 말이다. 시가지 안은 대형버스의 출입을 막아놓았는지도 모르겠다.
▼ 하지만 시내를 걷는다는 게 꼭 나쁘지만은 않다. 하얀색 건물 일색인 길거리 풍경이 잠깐의 볼거리로 충분했기 때문이다. 거기다 아담하게 지어진 성당도 눈에 띈다. 론다는 구시가지에 있는 ‘산타마리아 라 마요르 성당(lglesia de Santa Maria la Mayor)’이 유명한데, 이곳은 신시가지이다보니 성당의 역사도 그다지 오래된 것 같지는 않다. 하여튼 모든 게 새로운 풍경이다. 이런 재미가 있어서 사람들은 낯선 이국땅을 찾아 떠나는 모양이다.
▼ 길을 가다보면 낯선 풍경을 접하게 된다. 모든 건물들이 하나같이 창문의 휘장을 커튼(curtain)이 아닌 셔터(shutter)로 만들어 놓은 것이다. 이 지역만의 특징인데 여름철의 강렬한 햇볕을 차단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란다.
▼ 얼마쯤 걸었을까 잘 가꾸어진 공원이 보이는가 싶더니 이내 원형의 건축물이 하나 나타난다. 스페인에서 가장 오랜(1785년)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론다의 명물 중 하나인 투우장(플라사 데 토로스 : Plaza de Toros)이다. 투우장의 규모는 비록 작으나 이곳 론다가 스페인 투우의 본고장이며 근대 투우의 창설자인 프란시스코 로메로가 태어난 곳이기도 하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는 곳이다. 투우시즌에 간간히 투우경기가 열리는 이곳은 보통 때에는 입장료를 받고 내부 관람이 가능하다.
▼ 투우장 한쪽에는 투우의 역사와 로메로, 론다가 배출해낸 유명한 투우사들을 기념하는 박물관이 있다. 하지만 들어가 보는 것은 생략, 그보다는 누에보의 다리를 구경하는 게 더 급했던 때문이다. 대신 경기장을 주변에 세워진 동상(銅像)과 부조(浮彫)들을 둘러보는 것으로 대신한다. 생김새로 보아 론다에서 배출해낸 유명한 투우사들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 투우장 옆에는 투우와 관련된 기념품들을 파는 상점이 있다. 꼭 사지 않아도 되니 한번쯤 들어가 볼 일이다. 볼만한 것들이 제법 많이 진열되어 있기 때문이다.
▼ 투우장을 지나 절벽 쪽으로 이동하면 작은 공원과 그 끝에 테라스(terrace)처럼 생긴 전망대가 있다. 용기를 조금만 낸다면 절벽 앞으로 펼쳐진 멋진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건너편에는 까마득한 단애 위에 걸터앉은 호텔 파라도르(Parador de Ronda)가 위태롭고, 그 뒤에는 론다의 구시가지가 펼쳐진다. 보이는 건물마다 너나할 것 없이 절벽에 올라앉아 있다.
▼ 절벽 저 아래로 난 길이 보인다. tv-N의 여행프로그램 ‘꽃보다’ 시리즈의 할배들이 걸었던 길이다. 그들의 눈을 통해 올라다본 협곡을 이루는 양쪽 절벽과 ‘누에보 다리’는 장관이었다. 어떻게 해서라도 꼭 걸어보고 싶었던 코스였다. 하지만 패키지여행에서 그런 호사는 허용되지 않는다. 일정에 쫒긴 여행사가 걸어서 다녀올 만한 시간을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긴 할배들도 차량을 이용했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 테라스전망대에서 스릴을 즐겼다면 이제는 누에보다리로 이동할 차례이다. 구시가지를 방향으로 절벽을 따라 잠시 걸으면 스페인 정부에서 운영하는 호텔 론다 파라도르(Parador de Ronda)가 나타난다. 벽면에 ‘Paseo de E Hemingway'라는 글귀가 적혀있다. 소설가 헤밍웨이가 이 건물에 머물면서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를 집필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를 알리기 위한 일종의 홍보문구가 아닐까 싶다. 참고로 파라도르(Parador)는 스페인의 중세 수도원이나 옛 고성, 귀족들이 살았던 저택을 호텔로 개조해 나라에서 직접 운영하는 호텔을 말한다. 스페인에는 약 90여개의 파라도르가 있는데 기본적으로 전망이 좋은 곳에 위치해 있다. 일반 모던한 호텔에 비해서 좀 더 스페인다운 호텔에서 머물러 보고 싶다면 파라도르에서 하루정도 머물러 보는 것도 스페인 여행에 있어 좋은 추억이 될 것이다.
▼ 파라도르에서 바라본 테라스전망대, 천애(天涯)의 절벽 위도 모자라 절벽 밖으로 불쑥 튀어나가기까지 했다. 아까 차마 테라스로 나가지를 못하고 발만 동동 구르고 있던 여자들의 심정이 이해가 간다.
▼ 길은 파라도르를 지나서도 절벽의 위를 고집한다. 하지만 가장자리에 난간을 만들어 놓았으니 위험하지는 않다. 앞을 막는 것이 없으니 거칠 것 없이 시야가 열린다. 건너편 절벽 위에는 하얀색 일색인 구시가지가 펼쳐지고, 협곡을 가로지르는 누에보다리가 코앞으로 다가온다. 한마디로 잘 그린 한 폭의 풍경화가 아닐 수 없다.
▼ 누에보 다리(스페인어: Puente Nuevo)는 론다의 구시가지(La Ciudad)와 신시가지(Mercadillo)를 잇고 있는 세 개의 다리 중 가장 나중에 만들어진 다리로, 과다레빈 강을 따라 형성된 120m 높이의 협곡을 가로지르고 있다. 다리 건축은 1935년 ‘펠리페V세’에 의해 처음 제안되었으며, 8개월 만에 35m 높이의 아치형 다리로 만들어졌으나 무너지면서 50여명의 사상자를 냈다. 그로부터 몇 년 뒤인 1751년에 새로이 착공이 이루어져 1793년 다리 완공까지 42년의 기간이 소요되었다. 건축가는 José Martin de Aldehuela이였고, 책임자는 Juan Antonio Díaz Machuca였다. 그는 다리 건축 시에 필요한 거대한 돌들을 들어올리기 위해서 획기적인 기계들을 많이 고안해냈다고 한다. 다리의 높이는 98m이고 타호 협곡(El Tajo Gorge)으로부터 돌을 가져와 축조하였단다.
▼ 누에보다리를 건너기 전 왼편에 광장이 하나 보인다. 에스파냐광장이란다. 누에보다리와 파라도르 근처라서 항상 많은 사람들로 붐비는 곳이다. 중간에 동상이 하나 세워져 있지만 누구 것인지는 알 수가 없었다. 하지만 이 도시가 스페인 투우의 양대산맥 중 하나인 것을 감안하면 이 도시가 배출한 유명 투우사의 흉상이 아닐까 싶다.
▼ 마침 점심시간이다. 에스파냐광장의 맞은편 골목으로 들어선다. 이곳도 역시 식당에서 내다 놓은 테이블들이 골목을 통째로 점령하고 있다. 음식 맛은 나름대로 괜찮은 편이었다. 이 골목 어느 식당에 들어가더라도 맛에 실망하는 경우는 없을 것이라는 가이드의 설명으로 미루어보아 현지인이나 관광객들이 자주 찾는 식당가인 모양이다.
▼ 다리를 건넌다. 누에보 다리(Nuevo Puente)는 옛날 아랍인들이 살던 구(舊)시가지(라 시우다드)와 투우장이 있는 신시가지(엘 메르카디요)를 가르고 있는 150미터 깊이의 타호협곡에 걸려 있는 다리이다. 일설에 의하면 구시가지에 살던 사람들이 신시가지에 있는 투우장에 가는 것이 불편해서 놓은 다리라는데 믿거나 말거나이다. 참고로 이 다리는 건축가 알데우엘라에 얽힌 비극적인 사연도 간직하고 있다. 그가 다리를 완공시킨 뒤, 다리 측면 아치에 자신의 이름과 완공 날짜를 새기려다 협곡으로 떨어져 죽었다는 것이다.
▼ 다리를 건너다보면 협곡의 양쪽이 모두 한눈에 잘 들어온다. 어느 방향 할 것 없이 수천 길의 단애로 이루어져 있다. 그리고 그 위에는 어김없이 주택들이 올라앉아 있다. 하나같이 아슬아슬한 풍경들이다. 관광객들에게는 좋은 눈요깃거리겠지만 말이다.
▼ 천애(天涯)의 절벽이 보면 볼수록 서슬이 시퍼렇다. 그 위에는 ‘하얀 마을’이 누군가 일부러 올려놓기라도 한 것처럼 아슬아슬하게 걸터앉아 있다. ‘거대한 절벽이 등에 작은 마을을 지고 있고, 뜨거운 열기에 마을은 더 하얘진다.’는 표현이 구구절절이 가슴에 와 닿는다. 시인 릴케가 조각가 로댕에게 썼다는 편지의 한 구절 말이다.
▼ 구시가지 쪽의 벼랑 위로 난 길로 들어선다. 일단 들어서고 나면 멈추는 곳마다 뛰어난 전망대로 변한다. 이곳도 역시 가장자리를 따라 난간을 만들어 놓았으니 마음 놓고 눈앞에 펼쳐지는 풍경을 즐기기만 하면 된다.
▼ 700m가 넘는 고지대에 위치한 '절벽위 도시' 론다는 스페인에서 가장 극적인 풍경을 가진 곳 중의 하나로 손꼽힌다. 안달루시아 특유의 하얀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푸에블로 블랑코(하얀 마을)'를 이루는데 아찔한 바위산 절벽 위에 펼쳐져 있기 때문에 종종 남프랑스의 절벽도시 '에즈'와 비교되기도 한다.
▼ 저만큼 아래에 누에보를 쏙 빼다 닮은 다리 하나가 보인다. 협곡을 가로지르는 다리가 모두 세 개라고 들었는데 그중 하나인 모양이다.
▼ 누에보다리가 한눈에 잘 들어온다. 자세히 보면 다리 중앙의 아치(arch) 바로 위에 창문이 하나 나있다. 이 방은 감옥부터 바까지 다양한 용도로 사용되었다고 한다. 1936년~39년에 일어난 스페인 내전 기간 중 양 측의 감옥 및 고문 장소로도 사용되었으며, 포로 중 몇몇은 창문에서 골짜기 바닥으로 던져져 죽임을 당하기도 했다는 얘기도 전해진다. 현재 이 방은 다리의 역사와 건축에 대한 전시장으로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볼거리가 없어 관광객들이 잘 찾지 않는 편이란다.
▼ 구시가지로 들어선다. 기념품 가게들이 즐비한 거리를 따라 한참을 걷다가 발길을 돌리고 만다. 이런 거리 풍경보다는 론다의 자랑거리인 타호협곡과 누에보다리를 한 번 더 눈에 담는 것이 유익할 것 같아서이다. 하지만 구시가지에 또 다른 볼거리가 많다는 것을 알았다면 이런 어리석은 결정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 주어진 시간 때문에 비록 주마간산(走馬看山)으로 둘러볼 수밖에 없었을 테지만 말이다. 여행을 마치고 나서야 알게 되었지만 구시가지에는 론다의 또 다른 볼거리들이 모여 있었다. 현재는 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는 몬드라곤 궁전과 자연채광을 위해 천장에 별모양의 구멍이 있는 아랍식목욕탕, 그리고 시대에 따라 다양한 건축 양식이 더해진 산타 마리아 라 마요르 성당 등이다. 아쉽지만 어쩌겠는가. 이 또한 사전준비가 부족했던 내 탓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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