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지 : 스페인 및 포르투칼

 

여행일 : ‘15. 11. 12() - 19()

여행지 : 스페인(바로셀로나, 몬세라토, 발렌시아, 그라나다, 미하스, 론다, 세비아, 톨레도, 마드리드), 포르투칼(리스본, 까보다로까, 파티마)

 

여행 둘째 날 오후 : 발렌시아(Valencia)

 

특징 : 발렌시아는 투리아(Turia)강 어귀의 지중해안에 위치한 스페인에서 세 번째로 큰 도시로서 풍부한 문화유산과 아름다운 해변을 지니고 있다. BC 138년 로마의 칼라이쿠스(Callaicus)가 제대군인들을 정착시키면서 생긴 도시로 나중에 로마의 수비대가 주둔하면서 번영했다. 413년 서고트족에 의해, 714년에는 무어족에 의해 정복당한 이곳은 1021년 무어족이 새로 수립한 발렌시아 왕국의 수도가 되었고 1238년 아라곤 왕국에 점령되었으나 발렌시아 왕국은 자체의 법과 의회를 갖추고 독자적인 행정권을 행사했다. 1479년 카스티야 왕국에 통합되어 발달했고 예술도 번창했다. 스페인 내란(1936~39) 기간에는 왕당파의 중심지였다. 발렌시아는 ‘100의 종탑도시라고 불려왔는데, 그중 고딕 양식으로 지어진 발렌시아성당의 미겔레테 탑(Torre del Micalet)과 바로크 양식의 걸작인 6각형의 산타카탈리나 탑(Torre de Santa Catalina)’이 가장 뛰어난 걸작으로 꼽힌다. 그밖에도 발렌시아대성당(Catedral de Santa María de Valencia)’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된 '라 론하(La Lonja)’는 물론이고, 시청광장이라고도 불리는 아유타미엔토광장(Plaza del Ayutamiento)’중앙시장(Central market)’ 등 볼거리가 많다.

 

 

 

발렌시아의 시내 여행은 구()시가지에서부터 시작한다. 아니 구시가지만 둘러보고 발렌시아 여행을 끝내버렸다. 그저 수박 겉핥기식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이 모든 게 패키지여행의 특징이니 말이다. 투어의 시작은 세라노 문(Torres de Serranos)에서부터 시작된다. 이 문의 안쪽이 구시가지라고 보면 될 것이다. 19세기 중엽까지만 해도 발렌시아는 성벽으로 둘러싸여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현재는 토레스 데 세라노(Torres de Serranos)’토레스 데 콰르트(Torres de Quart)’를 제외하고는 모두 철거되었다고 한다.

 

 

 

 

 

토레스 데 세라노(Torres de Serranos) 문은 발렌시아의 유명한 축제인 불의 축제때 축제의 시작을 알리는 곳이다. 거대하고 튼튼하게 만들어진 성벽의 위용은 그 당시 얼마나 강대한 도시였는지를 짐작케 한다. 특히 다리를 이용하지 않고는 성안으로 들어갈 수 없을 만큼 깊게 파인 해자(垓字)가 눈길을 끈다. 외부로부터의 침략이 끊이지 않았다는 증거가 아닐까 싶다.

 

 

 

 

 

 

 

 

성문(城門)에서 긴 대로를 따라 100m쯤 걷다가 오른편 골목으로 들어선다. 차량이 다니지 않는 보행자 전용로이다. 들머리 왼편에 ‘la casa de los dulces’라는 간판을 단 제과점이 보이니 참조한다. 스페인어를 모르기 때문에 뭔 소린지는 알 수가 없으나 ‘caramelos desde 1953’라고 적힌 것으로 보아 만만찮게 유명한 집이 분명할 게다.

 

 

 

 

 

 

 

골목으로 들어서자마자 노천카페가 길손을 맞는다. 아니 길가 있는 식당에서 놓아둔 식탁들이라고 해야 하는 게 더 옳을 것이다. 햇빛 쏘이기를 즐겨하는 유럽인들에게는 친숙한 장소일 것이고 말이다.

 

 

 

 

 

골목에는 상점들이 즐비하다. 명품에서부터 기념품까지 팔고 있는 상품의 종류도 다양하다. 하지만 시간에 쫒기는 우리에게는 눈요기할 시간조차도 주어지지 않는다. 해가 떨어진지 이미 오래이지만 아직까지 저녁식사를 못했기 때문이다. 식사는 오늘 저녁에 머물 호텔에 차려져 있다. 그리고 일정을 서두른다고 해도 10시 안에는 호텔에 도착할 수가 없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어찌 가게 안을 기웃거릴 짬이 주어질 수 있겠는가.

 

 

 

 

 

 

 

 

 

골목을 지나면 비르헨광장(Plaza de la virgen)이다. 그 역사가 로마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게 되는 이 광장은 늘 붐비는 모양이다. 저녁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제법 많은 것을 보면 말이다. 특히 서성이는 사람들이 관광객이 아닌 현지인들인 것이 그 증거이지 않나 싶다. 하긴 멋지고 고풍스런 건물들로 둘러싸인 이런 곳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은 없을 것이다. 거기다 아름다운 조각상들이 들어앉은 예쁜 분수까지 갖추고 있으니 말이다.

 

 

 

 

 

대성당 방향(왼편)에 팔각(八角)으로 지어진 특이한 건축물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처럼 생긴 이 구조물은 대성당의 일부분인 cimborrio라고 한다. 외부의 빛을 안으로 끌어들이는 역할을 하고 있다니 일종의 랜턴 타워(lantern Tower)’인 셈이다.

 

 

 

분수(噴水)의 조각상들은 발렌시아 태생의 조각가 Sivestre de edeta의 작품들이란다. 자세 좋게 누워있는 남자는 Turia강을 나타내는 넵튠(Neptune : 고대 로마 신화에 나오는 바다의 신’)이고, 그 주위의 벌거벗은 여인들은 발렌시아 주변 평야의 8개 도랑(Quart, Benagery Faitanar, Acequia de Tormos, Mislata, Mestalla, Favaro, Rascanya, Rovella)을 나타내는 것이란다. 도랑의 이름들은 아랍사람들로부터 유래된 것이라니 참조할 일이다.

 

 

 

발렌시아대성당(Catedral de Santa María de Valencia)은 광장과 맞닿아 있다. 그리고 성당의 문() 하나는 광장으로 나있다. 사도(使徒, Apostolus)들로 여겨지는 상()들이 새겨진 것으로 보아 발렌시아대성당의 북쪽 현관인 사도의 문(Puerta de los Apostoles)’일 것이다. 14~15세기 완성한 사도의 문은 고딕양식으로 지어진 것이 특징이다. 이 외에도 성당에는 두 개의 출입문이 더 있다. 남쪽 현관인 팔라우 문(Puerta del Palau)’과 정면 현관인 철의 문(Puerta de los Hierros)’이다.

 

 

 

문이 열려있지 않은 관계로 그냥 지나친다. 정면 현관인 철의 문(Puerta de los Hierros)’으로만 관광객의 입장이 허용되기 때문이다. 발렌시아대성당(Catedral de Santa María de Valencia)은 구시가지의 중심부에 위치한 주교좌 대성당(라세오)이다. 1262년 이슬람 시대의 모스크가 있던 자리에 짓기 시작한 이 성당은 450여 년이 흐른 1702년에야 완성되었다고 한다. 그런 만큼 건축에 사용된 양식이 다양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로마네스크와 바로크, 그리고 고딕 양식으로 지어진 세 개의 출입문이 유명하다.

 

 

 

 

 

성당 안으로 가는 골목에는 고풍스런 옛 건물들이 줄지어 늘어서 있다. 어떤 내력을 갖고 있는 건물들인지가 무척 궁금하다. 누군가의 안내가 꼭 필요한 시점이다. 하지만 갈 길 바쁜 가이드는 그런 내 마음을 아랑곳하지 않고 발걸음을 서두른다. 그런 그녀를 붙잡고 이것저것 물어보는 염치가 내게는 없으니 어쩌겠는가. 모르면 모르는 대로 넘어가고 보자.

 

 

 

얼마쯤 걸었을까 또 다른 문 하나가 나타난다. 아치형 모양의 생김새로 보아 남쪽 현관인 팔라우 문(Puerta del Palau)’이 아닐까 싶다. 이 문은 착공 당시 것으로 초기 고딕양식이 혼합된 로마네스크 양식이라고 한다.

 

 

 

잠시 후 성당의 정면 현관인 철의 문(Puerta de los Hierros)’에 이른다. 승천하는 성모마리아상이 화려하면서도 정교하게 새겨진 이 문은 바로크 양식으로 지어진 것이 특징이다.

 

 

 

 

 

예수님이 최후의 만찬 때 사용했다는 성배(聖杯)가 모셔져 있는 산토 칼리스 예배당(Capilla del Santo Caliz)’철의 문으로 들어서서 오른편으로 방향 틀면 만나게 된다. 짙은 갈색의 잔인 성배는 예수 그리스도의 행적을 조각한 12개의 석조물 가운데 유리로 된 보호막 안에 안치되어 있는데, 금으로 된 밭침은 후에 덧붙여진 장식이란다.

 

 

 

 

 

성당 안에서는 종교화 등 수많은 예술품들을 만날 수 있다. 그중에 고야가 그렸다는 종교화 2점이 있다고 하니 놓치지 말고 살펴볼 일이다.

 

 

 

 

 

 

 

 

 

 

가톨릭 성인(聖人)들이 남긴 유물들도 가끔 보인다. 그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유리함 속에 든 팔이다. 물론 미라(mirra) 상태이다.

 

 

 

 

 

 

 

대성당은 벽화 성당이라고 불릴 정도로, 내부에 벽화가 많다.

 

 

 

 

 

 

 

  

 

성당을 빠져나오면 잠시 후 휘황찬란한 불빛에 둘러싸인 번화가에 이른다. 발렌시아 시민들의 상업 활동 중심지 역할을 하고 있는 메르카도 구역이 아닌지 모르겠다. 그렇다면 이곳에는 두 개의 상징적 건물이 자리하고 있을 것이다. 고딕양식으로 지어진 라 론하(La Lonja)’20세기 건축미가 잘 반영된 현대적 건물인 중앙시장(Central market)’이다. 특히 라 론하(La Lonja)’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있다. 이 건물은 15세기 이슬람 왕궁 터에 실크와 상품 교역 거래소로 지어져 19세기까지 사용되었다고 한다. 무역거래를 위해 사용하던 탁자와 거대한 나선형 기둥으로 장식된 홀, 둥근 천장 등 건물 전체가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한단다. 발렌시아를 찾는 사람이라면 꼭 들러봐야 할 곳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우리에겐 그럴만한 여유가 주어지지 않는다. 앞서가는 가이드를 쫒아가려면 주마간산(走馬看山)으로 주변풍경을 눈에 담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서두르는 가이드가 얄밉지만 어쩌겠는가. 이 또한 패키지의 특성인 것을 말이다. 참고로 중앙시장은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시장 중 하나라고 한다. 현대적 감각에 역사까지 깃들어 있는 장소로 볼 수 있다. 싱싱한 채소와 과일들이 상점마다 가득하지만, 이곳은 아침시장이기 때문에 오전 730분부터 오후 2시까지만 운영된단다.

 

 

다시 광장으로 되돌아 나온다. 뒤돌아보니 방금 둘러보았던 발렌시아대성당이 보인다. 문득 그 뒤편에 보이는 성당의 종탑(鐘塔), 즉 미겔레테탑(카탈루냐어: Torre del Micalet)에 올라보지 못했음을 알아차리게 된다. 덕분에 난 그렇게나 빼어나다는 발렌시아의 야경(夜景)을 볼 수가 없었다. 시간에 쫒기는 가이드가 일부러 빼먹었는지는 몰라도 아쉽기 짝이 없는 일이다. 진한 아쉬움은 미겔레테탑에서 시선을 떼지 못하게 만들었다. 집사람의 채근이 있고나서야 겨우 발걸음을 옮길 수 있었을 정도로 말이다.

 

 

 

광장을 빠져 나오면서 발렌시아 투어는 끝을 맺는다. 이젠 저녁식사에 곁들여 시원한 맥주 한잔 들이킬 일만 남았다. 잠시 후 도착한 호텔 'Posadas De Espana Paterna'은 시설만 놓고 보면 나름대로 괜찮은 편이었다. 하지만 아침 식사는 최악 그 자체였다. 도시락 형태로 만들어졌는데 구성은 모두 인스턴트식품으로 채워져 있었다. 거기다 내용물 또한 부실하기 짝이 없었다. 먹기 힘들 정도로 딱딱한 토스트와 비스키트(biscuit) 두어 조각이 다일 정도로 양이 부실할 한데다, 과일 주스(juice) 한 팩에 과일 한 알이 전부였다. 소시지나 베이컨은 물론이고 그 흔한 달걀프라이 조차도 찾아볼 수 없었으니 두말하면 뭘 하겠는가. 호텔에서가 아니라 버스 안에서 먹었다면 차라리 시간이 촉박해서 그랬을 것이라고 위안이라고 했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