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바위산(740m)-신선봉(547m)
산행일 : ‘16. 5. 21(토)
소재지 : 경북 영덕군 달산면·지품면과 청송군 부동면의 경계
산행코스 : 용암사표지석→국립공원(용암사)지킴터→전망바위→망봉→틈바위→시루봉→계곡→갓바위→정상→신선봉→용전초교(산행시간 : 4시간10분)
함께한 사람들 : 청마산악회
특징 : 국립공원이라고 해서 모두가 다 같은 대접을 받고 있는 것은 아닌 모양이다. 오늘 오른 갓바위산을 보면 말이다. 갓바위산은 ‘주왕산 국립공원’에 포함되어 있다. 거기다 웬만한 산꾼들이라면 한번쯤은 답사해봤을 법한 낙동정맥까지 지나가는 산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상표지석 하나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등산로 또한 낙동정맥 구간과 용암사 방향으로만 정비가 되어 있고, 나머지 구간은 완전히 버려져 있었다. 아니 오히려 출입까지 금지시키고 있었다. 하지만 이는 문제가 있어 보인다. 출입을 제한하고 있는 이 구간이 갓바위산에서 가장 빼어난 경관을 보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국립공원에서는 ‘자연자원 보호’와 ‘등산객의 안전’을 그 이유로 들고 있었지만 이는 등산객들이 조금만 주의하면 될 일이겠기에 이해가 가지 않은 처사였다. 하여간 산은 괜찮은 편이었다. 곳곳에서 만나게 되는 거대한 바위들은 잠깐의 눈요깃거리로 충분했고, 심심찮게 나타나는 전망대 또한 다른 산들에 비해 결코 뒤떨어지지 않는 멋진 조망을 보여주고 있었다. 비록 명산의 반열에까지 올려놓을 수준은 아니었지만 한번쯤은 꼭 찾아봐야하지 않을까 싶다.
▼ 산행들머리는 용전리(영덕군 달산면 용전리)
중앙고속도로 서안동 I.C에서 내려와 34번 국도를 타고 영덕방면으로 달리다가 신양삼거리(영덕군 지품면 신양리)에서 우회전하여 69번 지방도를 따라 강구방면으로 들어온다. 곧이어 대지삼거리(영덕군 달산면 대지리)에서 오른편 914번 지방도로 옮기면 잠시 후 용전리에 이르게 된다. 오늘 산행의 들머리이다.
▼ 마을로 들어가기 직전에서 오른편 길로 들어가면서 산행이 시작된다. 머리 위로 수로(水路)가 지나가고 있고, 또한 들머리에 커다란 ‘용암사’ 표지석이 세워져 있으니 참조한다.
▼ 길가에 기괴하게 생긴 나무 한 그루가 눈에 띈다. 오래 묵어 가운데가 홈이 파여 있는데 그 안에 뭔가가 들어있는 것이다. 호기심에 다가가 보다가 큰 봉변을 당할 뻔 했다. 꿀벌들이 달려든 것이다. 아마 내가 해코지라도 하려는 줄 알았나보다. 그 안에 들었던 게 한봉(韓峰)의 벌통이었던 것이다.
▼ 15분 되었을까 진행방향에 높다란 둑이 나타난다. 용전저수지의 둑이다. 이쯤에서 짚고 넘어가야할 것이 하나 있다. 저수지 둑이 보일 즈음에서 오른편으로 비포장임도 하나가 나뉘어 나간다는 것이다. 오늘 산행이 짧다고 생각되는 사람들은 오른편으로 들어서고 볼 일이다. 돌패산(398m)이라는 쓸만한 산 하나를 더 탈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산행시간이 30분 정도 더 늘어난다.
▼ 잠시 후 저수지에 올라선다. 수위(水位)가 만수(滿水)를 이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이 지역의 가뭄이 극심했던가 보다. 바람기가 없는 탓인지 잠시 후에 오르게 될 산들이 너나 할 것 없이 모두 물속에 잠겨있다. 아름답다. 하지만 등산객들에게는 불행이라고 보는 게 옳을 것이다. 오늘 같이 무더운 날에 바람까지 없다면 산행은 훨씬 더 힘들어질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 저수지를 지나서도 임도는 계속된다. 용암사로 들어가는 진입로로 만들어 놓아선지 경사는 거의 없는 편이다. 그리고 임도의 옆은 계곡이다. ‘갓바위골’이란다. 하지만 지금은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 물기 한 점 없이 메말라 있는 것이다. 조금 전에 보았던 용전저수지의 상황과 무관하지 않은 듯 싶다.
▼ 9분 후, 공중화장실을 갖춘 작은 공터를 만난다. 용암사에서 주차장으로 활용하고 있지 않나 싶다. 아니 ‘국립공원 지킴터’가 지어져있는 것으로 보아 ‘주왕산국립공원’에서 갓바위산 등산로를 만들면서 부대시설로 조성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하여튼 이곳이 오늘 산행의 실질적인 들머리가 된다. 오른편에 보이는 오솔길로 들어선다. 정상적인 등산로가 아니어선지 국립공원에서 ‘출입금지’ 현수막을 걸어 놓았다. 자연자원 보호와 등산객의 안전을 위해서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린 이를 어기고 만다. 부산일보에서 걸었던 코스를 그대로 답사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다른 한편으론 국립공단에서 내건 출입금지의 사유 정도는 우리가 조금만 주의하면 지켜질 것으로 봤던 것도 부인할 수는 없다.
▼ 산자락으로 들어선다. 길은 의외로 또렷하다. 그만큼 이 코스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의미일 것이다. 하지만 길은 처음부터 가파르게 시작된다. 700m급의 산이라고 해서 우습게보지 말라며 겁이라도 주려는 모양이다. 하여간 고생문이 훤한 산행이 시작된다. 거기다 30도 가까이나 되는 무더위까지 겹쳐 더욱 죽을 맛이다.
▼ 나뭇가지 사이로 바위 하나가 나타난다. 산의 이름을 낳게 한 ‘갓바위’이다.
▼ 산으로 들어선지 20분 쯤 지났을까 작은 슬랩(slab)이 나타난다. 오늘 산행에서 처음으로 조망다운 조망을 보여주는 곳이다. 발아래에는 용암사가 내려다보인다. 아까 산행들머리에서 보았던 표지석에 적혀있던 절인데, 대한불교법화종(大韓佛敎法華宗)에 소속되어 있단다. 이난이라는 노(老)보살이 2002년에 절집을 지었으나 현재는 서남사(영덕읍 화개리 소재)에 속한 수도도량으로 자리 잡았다.
▼ 처음으로 조망이 터진다고 넋을 잃을 것까지야 없다. 몇 걸음만 더 올라가면 더 좋은 바위전망대가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바위에 올라서면 조금 전에 슬랩에서 보았던 용전저수지가 다시 한 번 멋지게 펼쳐진다. 그 왼편에 있는 산은 돌패산이다. 그리고 저수지의 뒤편, 그러니까 용전리 마을 뒤에 버티고 있는 산은 덕갈산과 팔각산일 것이다.
▼ 5분 후 능선에 올라선다. 왼쪽 능선을 따라 오른다. 오른편은 돌패산으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능선을 만난 산길은 한결 완만해진다. 그 사나웠던 기세를 한풀 꺾으려나보다.
▼ 다시 10분 정도를 더 걸으면 작은 봉우리 하나가 나타난다. 정상 어림이 바위로 이루어져 조망이 시원스런 곳이다. 다리미를 닮았다는 용전저수지는 물론이고 갓바위산과 덕갈산, 팔각산, 돌패산 등 주변의 산들도 한눈에 잘 들어온다. 그리고 또 하나, 이곳에서는 반대편의 산들도 눈에 들어온다. 방향으로 봐서는 포도산과 백암산이 아닐까 싶다.
▼ 5분 후 이번에는 뾰쪽하게 솟아오른 바위봉우리를 만난다. 지도에 망봉이라고 표기되어 있는 지점이다. 봉우리 위로 올라갈 수도 있지만 산길은 우회(迂廻)를 시키고 있다. 나 역시 올라가보는 것은 사양하기로 한다. 먼저 올라간 일행이 괜히 올랐다고 손사래를 치며 내려오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
▼ 시루봉으로 향한다. 잠시 아래로 내려서던 산길이 이번에는 긴 오름짓을 시작한다. 그 오름은 버겁다고 느껴질 정도로 가파르다.
▼ 7분쯤 지났을까 지도에 나와 있는 틈바위를 만난다. 사람 하나가 겨우 지나갈 수 있을 정도의 틈밖에 없다고 해서 그런 이름이 붙여진 모양이다. 바위의 틈은 생각보다 훨씬 더 좁았다. 비록 배낭을 맨 채로 이었다고는 하지만, 몸무게 73Kg인 내가 겨우겨우 빠져나왔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 잠시 후 이번에는 거대한 두 개의 바위로 이루어진 바위봉우리를 만난다. 지도에 시루봉으로 표기된 지점이다. 바위의 생김새가 시루떡을 빼다 닮았다고 해서 그런 이름이 붙여졌다고 하지만 내 눈에는 ‘글쎄올시다’이다. 아무리 훑어봐도 시루떡 모양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단은 통천문으로 들어서고 본다. 그래야 하늘, 아니 바위 위로 오를 수 있을 것 같아서이다.
▼ 통천문을 지나면 작은 바위굴이 나타난다. 무조건 바위 위로 오르고 본다. 마땅히 잡을 만한 크랙이 없으니 초보자들은 따라 해서는 아니 될 일이다.
▼ 바위 위로 오르면 멋진 조망이 펼쳐진다. 건너편 바위, 그러니까 또 다른 시루떡 너머에서 살포시 고개를 내밀고 있는 갓바위가 멋지다.
▼ 바위를 내려와 이번에는 건너편 바위를 오른다. 아래 사진에서 보듯이 경사가 제법 심한 슬랩이니 초보자들이 오를 때는 세심한 주의가 요구된다. 아니 전문가의 도움이 없다면 올라가는 걸 포기하는 게 좋겠다.
▼ 바위에 오르면 또 다시 갓바위가 나타난다. 아니 건너편 바위에서보다 훨씬 더 가까워졌다. 갓바위에 흥미가 있는 사람들이라면 여기서 실컷 감상하고 갈 일이다. 막상 갓바위 아래에서는 이렇게 멋진 형상이 나타나지 않기 때문이다.
▼ 다시 산행을 이어간다. 계속해서 오르막길이다. 8분쯤 후 가픈 숨을 고르기에 딱 좋은 쉼터가 나타난다. 노송(老松) 아래 널따란 바위가 앉기도 좋을뿐더러 조망까지도 시원스럽다. 아까 전망바위에서 바라보던 포도산 방향의 산들이 한눈에 잘 들어온다.
▼ 잠시 후 만나게 되는 봉우리는 왼편으로 우회(迂廻)한다. 그리고 그 다음 봉우리는 아예 허리 어림으로 우회를 시켜버린다. 갓바위로 가는 지름길인 모양이다.
▼ 사면(斜面)을 따라 난 길을 10분쯤 걷다보면 계곡으로 내려서게 된다. 물이 쉽게 흐르지를 못하고 멈칫거리고 있다. 가뭄이 극심하다는 증거일 것이다.
▼ 계곡을 지나면서 산길은 다시 오름짓을 시작한다. 그것도 말할 수 없을 정도로 가파르다. 아니 이보다 더 가파른 구간도 있기는 했다. 하지만 지칠 대로 지친 몸이 따라주지 않다보니 아까보다 더 가파르게 보였을 것이다. 아무튼 오늘 산행에서 가장 힘든 구간이 아닐까 싶다.
▼ 10분 후 능선에 올라서면 능선을 따라 수직으로 뻗은 기존의 등산로를 만난다. 길은 거대한 바위를 오른편에 끼고 나있다. 갓바위이다. 갓바위산은 이곳에서 오른편으로 가야한다. 하지만 갓바위의 진면모(眞面貌)를 보려면 망설이지 말고 왼편으로 가고 볼 일이다.
▼ 잠시 후 갓을 쓴 모양새를 닮았다는 갓바위(일명 관암, 冠巖)의 정면에 이른다. 그리고 오늘 산행에서 처음으로 이정표(대궐령 0.4Km, 내기사저수지 9.3Km, 대전산 11.6Km/ 갯바위골지킴터 1.6Km)를 만난다. 바위의 앞에 갓바위에 대한 설명판까지 세워 둔 것을 보니 이제야 국립공원에 들어온 느낌이다. 하여간 갓바위는 덩치 큰 바위 세 덩어리가 나란히 붙어 있는데, 맨 앞의 바위가 갓을 쓰고 있는 모양새라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란다. 이 바위에 치성을 드리면 액운을 떨치고 소원이 성취된다고 해서 예로부터 주민들이 자주 찾았다고 한다. 그게 입소문을 탔던지 요즘은 먼 외지로부터도 사람들이 찾아올 정도란다. 그만큼 영험하다는 증거일 것이다.
▼ 갓바위를 보는 것만으로 만족해서는 안 된다. 용암사(갯바위골 지킴터) 방향으로 몇 걸음만 더 걸어보라는 얘기이다. 용암사에서 올라오는 계단의 맨 위에 전망데크가 만들어져 있기 때문이다. 조금 전에 걸었던 망봉과 시루봉을 낀 능선은 물론이고, 그 뒤로도 수많은 산들이 첩첩이 쌓여있다. 저 중에는 칠보산과 백암산도 끼어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오른편에는 자그마한 마을들이며 논과 밭, 하천들이 올망졸망 놓여 있다. 날이 맑을 경우 동해의 푸른 물결까지 볼 수 있다고 한다.
▼ 아까의 삼거리로 되돌아가 이번엔 갓바위산으로 향한다. 가파른데다가 바위구간까지 나타나지만 오르는 데는 문제가 없다. 부담스러운 구간에다 나무계단을 설치해 놓았기 때문이다.
▼ 그렇게 20분이 조금 못되게 오르면 갓바위가 한눈에 들어오는 멋진 전망대를 만난다. 국립공원에서 나무계단의 끝에다 전망대를 만들어 놓은 것이다. 갓바위를 눈에 담는다. 아까 갓바위에서 보았던 풍경은 덤이다. 산행을 시작한지 2시간20분이 지났다.
▼ 다시 길을 나선다. 방향을 틀자마자 의외의 풍경과 맞닥뜨린다. 마치 융단을 깔아놓은 듯 푸른 초지가 광활하다싶을 정도로 널따랗게 펼쳐지는 것이다. 바로 여기가 낙동정맥 마루금인 대궐령(大闕嶺)이다. 대궐령은 옛날 중국의 주왕인 주도가 이곳으로 피신하여 성을 쌓은 후, 대궐(大闕)을 짓고 머물다 청송 주왕산으로 넘어갔다 하여 대궐령이라 부른다고 한다. 주왕이 전투에 패하고 이곳 주왕산에 숨어들었을 때 영덕지방 사람들과 물물교환을 하였던 곳이기도 하다. 하지만 첨부된 지도에는 731m봉으로 표기되어 있으니 참조한다. 대궐령에서 길은 두 갈래(이정표 : 왕거암 2.6Km, 내기사저수지 8.9Km, 대전사 11.2Km/ 갓바위 0.4Km, 갓바위골지킴터 2.0Km)로 나뉜다. 오른편은 낙동정맥, 이정표에는 나와 있지 않지만 왼편도 역시 낙동정맥이다.
▼ 왼편으로 향한다. 푸른 초원을 따라 난 길이다. 그리고 잠시 후 리본이 덕지덕지 붙어있는 곳에 이른다. 지도에 갓바위산(740m)으로 표기된 지점이다. 하지만 정상표지석은 보이지 않는다. 아니 이곳이 정상임을 알리는 그 어떤 표식도 찾아볼 수 없다. 이곳을 대궐령이라고 부르는 사람들도 있으니 참조한다. 그들은 대궐령을 임금이 계신 곳을 둘러서 이어진 산봉우리를 가리키는 것이라 하며 일반적인 고개의 개념이라기보다는 산줄기의 높은 곳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한다. 그렇다면 그들이 얘기하는 대궐령이란 731m봉과 740m봉을 아우르는 의미라고 봐야 할 것 같다. 널따란 산상(山上) 분지(盆地) 내에 두 봉우리가 모두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 정상에서 길은 다시 두 갈래로 나뉜다. 조금 전 대궐령에서 만났던 낙동정맥과 다시 헤어지기 때문이다. 이정표는 없지만 낙동정맥은 오른편이다. 신선봉은 물론 직진(直進)이다.
▼ 드넓은 초원지대가 끝나면 곧바로 내리막길이 시작된다. 그것도 상당히 가파른 편이다. 거기다 가끔은 바윗길도 나타난다. 하지만 위험할 정도는 아니니 걱정할 필요까지는 없다.
▼ 그렇게 13분쯤 내려오면 괴상하게 생긴 바위가 하나 나타난다. 지도에 나와 있는 ‘멧돼지바위’인 모양이다. 가만히 보니 멧돼지를 닮은 것 같기도 하다.
▼ 내리막길은 꽤 오랫동안 이어진다. 그러다가 잠깐 오름짓을 했다 싶으면 이내 신선봉에 올라서게 된다. 신선들이 앉아 놀았다는 바위봉우리이다. 갓바위산을 출발한지 35분 만이다.
▼ 신선봉 역시 정상표지석은 없다. 그 흔한 이정표도 눈에 띄지 않는다. 하지만 조망만은 일품이다. 사방으로 시야가 열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신선들이 노닐었다는 소리를 듣는 모양이다.
▼ 발아래에는 청련사가 내려다보인다. 신라 때 지어졌다는 고찰(古刹)이다. 한때는 전각이 12동이나 되는 큰 절이었다고 하나 지금은 대웅전과 나한전, 그리고 산신각과 요사채로 이루어진 조그맣고 한적한 사찰로 명맥을 이어가고 있을 따름이다.
▼ 신선봉의 바위는 오른편으로 우회(迂廻)한다. 다소 험하지만 진행이 불가능할 정도는 아니니 걱정할 필요는 없다. 잠시 후 오른편으로 길이 하나 나뉜다. 연꽃봉으로 연결되는 길이지만 무시하기로 한다. 15분 정도의 시간을 들여 다녀올만한 가치를 못 느꼈기 때문이다. 곧이어 바위무더기를 만난다. 오른편에 촛대봉이 있다고 했는데 찾을 수는 없었다.
▼ 조금 더 능선을 타다가 왼편으로 내려선다. 신선봉에서 8분 거리이다. 경사가 가파른데다가 가끔은 바윗길까지 나타나지만 위험하지는 않다. 그보다는 미끄러지는 것을 주의해야 한다. 마사토로 이루어진 바닥이 경사까지 심한 탓에 미끄럽기 짝이 없기 때문이다.
▼ 25분 후 드디어 임도가 내려서면서 지루했던 하산 길은 대충 끝이 난다. 그리고 흐드러지게 핀 망초꽃에 눈 맞추며 걷는 호사스런 산행이 이어진다. 그렇게 10분 정도를 더 걸으면 벌통들이 널려있는 곳에 이르게 되고, 이제부터 임도는 시멘트포장으로 바뀐다.
▼ 산행날머리는 폐교된 용전초등학교(달산면 용전리)
오늘은 원점회귀 산행이다. 불현듯 산행을 시작하면서 걸었던 임도가 떠오른다. 온전히 뙤약볕에 노출되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길가 나무들이 그늘막이 되어주고 있다. 비록 완전하게 막아주지는 못하지만 이 정도만으로도 고마운 일이지 싶다. 마을까지의 거리는 제법 길다. 거기다 볼거리 또한 없다. 그저 길가 바위틈마다 비집고 들어선 한봉(韓蜂)의 벌통들이나 구경하는 수밖에 없다. 참 하나 빼먹을 뻔했다. 수풀 속에 반쯤 숨어있는 산딸기를 찾아 따먹는 재미도 제법 쏠쏠하다는 것을 말이다. 그렇게 20분 정도를 걸으면 저만큼에 용전리 마을이 나타나면서 오늘 산행이 종료된다. 오늘 산행은 총 4시간 20분이 걸렸다. 간식을 먹느라 중간에 쉬었던 시간을 감안할 경우 4시간 10분이 걸린 셈이다. 참고로 용암초등학교는 지난 1994년 폐교(廢校)가 되었다고 한다. 1945년에 개교했을 정도로 오랜 역사를 자랑하던 학교였지만 요즘의 농촌현실을 비켜나가지는 못했던 모양이다. 그동안 배출된 2천700명의 졸업생들이 느껴야 했을 허탈감에 공감이 가는 건 나 또한 농촌 태생이기 때문일 것이다.
'산이야기(경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빼어난 암릉에다 조망까지 갖춘, 호국의 충혼이 어린 유학산(‘16.8.13) (0) | 2016.08.22 |
---|---|
산 자체보다 품고 있는 옥계계곡이 더 유명한 바데산(‘16.7.9) (0) | 2016.07.18 |
붙어 있지만 받고 있는 대접이 너무 다른, 형제봉-신산(‘16.5.29) (0) | 2016.06.07 |
천년고찰 고방사를 낀 한적한 산, 백마산-고당산(‘16.5.21) (0) | 2016.05.30 |
송이버섯으로 인한 불편한 산행, 황우산-미림산(‘16.4.23) (0) | 2016.05.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