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자도 여행 : 추자군도 유람선 투어

 

유람선 투어는 추자항에서 시작된다. 7시면 이른 아침이건만 일행들은 모두들 싱그러운 표정들이다. 조금 후에 마주하게 될 새로운 풍경들에 대한 설렘 때문이 아닐까 싶다. ‘만일 안 보여도 타실래요?’ 집사람이 넌지시 물어온다. 만일 구명조끼가 준비되어 있지 않을 경우에도 배를 타겠느냐는 말이다. 어제 저녁 잠자리에 들기 전에 우리부부는 유람선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고, 혹시 구명조끼 하나 갖추지 않은 허름한 낚싯배가 아닐까 걱정을 했었다. 물론 목숨을 건 투어는 하지 않기로 결론을 내렸었다. 그러나 그런 우려는 할 필요조차 없었다. 실내 에어컨까지 갖춘 배는 생각보다 멋졌고, 배에 오르자마자 선장이 구명조끼를 나누어주며 착용을 권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항구를 빠져나간 배는 추자대교 아래를 지난다. 다리를 지나자마자 눈앞에 펼쳐지는 추자도는 온통 시커먼 바위절벽들이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크게 뛰어난 풍경(風景)들은 아니다 저 정도의 풍경은 남해(南海)의 어떤 섬에 가더라도 흔하게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풍경에 눈길을 빼앗길 일이 없으니 시선은 자연스레 타고 있는 유람선으로 돌아간다. 실내에어컨과 조리시설, 그리고 침실까지 갖춘 유람선은 우리가 사진에서 봐왔던 바로 그 요트(yacht)이다. 선장의 말에 의하면 가격은 6억 원, 일본에서 직접 사왔단다. 그의 말에 의하면 국내에서는 아직 이런 배를 만들어내지 못한단다. 아니 제조(製造)하는 회사들이 작은 기업들이라서 오래 버티지를 못하고 흥망성쇠(興亡盛衰)를 거듭하기 때문에 이런 고급스런 배에 대한 노하우(knowhow)가 축적(蓄積)될 여지가 없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중소기업들의 슬픈 현실을 또 다시 접하게 되는 순간이다.

 

 

배는 상추자도를 반 바퀴 돈 후에 거대한 바위절벽 아래에 이른다. 그리고 배를 멈춘다. 실컷 구경하라는 의미일 것이다. 이곳이 바로 추자도에서 가장 뛰어난 절경을 자랑하는 나바론 절벽이다. 사실 오늘 유람선을 탄 가장 큰 이유가 바로 이곳을 보기 위해서이다. 어제 올레길 트레킹때 본 절벽의 풍경이 하도 아름다워서 조금이라도 더 가깝게 보려 했던 것이다. 그러나 막상 절벽 앞에 서보니 절벽이 만들어내는 풍경은 어제만 못했다. 그저 웅장하다는 느낌만 들뿐 어제 같이 아름답다는 감흥은 일어나지 않는 것이다.

 

 

 

 

 

 

 

 

 

나바론 절벽을 벗어나면 오른편에 어제 보았던 참다랑어양식장이 나온다. 그리고 그 다음에 보이는 섬은 다무래미이다. 다무래미는 썰물 때는 도보로 건널 수 있지만 밀물 때는 상추자도와 분리되는 섬이다.

 

 

 

 

 

 

 

 

 

 

 

 

 

 

 

 

 

 

 

 

 

 

 

섬에서 제법 떨어진 곳으로 나간 배가 잠시 속도(速度)를 늦추더니 바다에다 낚싯줄을 드리우기 시작한다. 참치낚시가 시작되는 것이다. 낚시방법은 의외로 단순했다. 배에다 인조(人造)미끼를 매단 낚시를 바다에 드리운 채로 서서히 달리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과연 저걸 덜컥 무는 멍청한 참치들이 있을까? 그런 내 우려는 불행하게도 딱 들어맞고야 말았다. 10분 정도를 이리저리 움직였으나 낚시는 입질 한 번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주 소득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유람선의 선장으로부터 배에 대한 이야기와 이 지역에서 잡히는 어종(魚種), 그리고 주변 풍광에 대해서 자세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참치를 못 잡은 서운함을 뒤로 하고 나머지 무인도(無人島)들을 돌기 시작하는데 산행대장이 내게로 온다. 근처 낚싯배에서 고기를 좀 사다가 먹으면 어떻겠냐는 것이다. 유람선 선장이 직접 고깃배까지 데려다 준단다. 물론 나야 오케이다. 얼마 후에 고깃배에 이를 수 있었고, 우리는 마리당 3만원씩 9만원에 커다란 삼치를 세 마리나 살 수 있었다.

 

 

 

 

 

 

 

추자도 본섬에서 멀리 떨어지면 섬들의 풍경은 아까와는 다른 모습으로 나타난다. 그 첫 번째는 섬의 크기가 작아진다는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는 섬마다 하얀 눈꽃으로 둘러싸여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사실 눈꽃은 아니다. 유람선 선장의 말로는 소금이란다. 소금이 바위에 하얗게 말라붙어 마치 눈꽃처럼 보이는 것이란다.

 

 

 

 

 

 

투어가 끝나면 중앙식당(064-742-3735)에서 아침식사를 하게 된다. 물론 아침상에는 아까 배에서 샀던 삼치회가 올라오게 되어있다. 오늘 아침 메뉴(menu)는 굴비정식이다. 추자도 특산품은 단연 참조기다. 국내에서 나는 참조기의 30%가 추자도산()일 정도이다. 초가을부터 이듬해 봄까지 추자도는 참조기로 들썩거린단다. 그 조기로 만들어낸 음식이 바로 굴비정식인 것이다. 추자도에 들를 경우 꼭 먹어봐야하는 메뉴인데 두 가지가 합쳐질 경우 혹시라도 어떤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배가 불러서 전체적으로 음식 맛을 느끼지 못한다든지 등의 문제 말이다. 그러나 육지에서는 결코 접할 수 없는 기회를 배가 좀 부른다고 해서 놓칠 수는 없는 일이다. 삼치는 포획되자마자 죽어버릴 정도로 성질이 급하기 때문에 육지에서는 회로 먹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이는 필요 없는 고민이었다. 사람 수가 많아서인지 삼치 회는 보기보다 많지 않았고, 덕분에 국내 최대어장인 추자도 앞바다에서 잡힌 참조기로 만든 굴비백반을 원래의 맛 그대로 생생하게 맛볼 수 있었다.

 

 

 

유람선 투어(tour)를 끝내고 나서 9시가 되어서야 겨우 아침을 먹을 수가 있었다. 이곳 추자항에는 새벽에 식사를 해주는 식당이 없었기 때문이다. 아침식사가 끝나면 이제는 육지로 나갈 일만 남는다. 출항시간까지 1시간 정도의 자투리 시간이 남았으니 어제 못 둘러본 명소를 찾아보면 될 일이다. 다만 알아두어야 할 것은 하나 있다. 출항시간(11)보다 20분 먼저 여객선 대합실로 나와야 한다는 점이다. 이곳 추자항에서 육지로 나가는 배는 쾌속선인 핑크돌핀호로서 진도의 벽파진항을 거쳐 목포항까지 매일 1회 운행한다. 쾌속선이라 벽파진까지 가는데 걸리는 사간이 1시간10분 정도로 단축되는 대신, 요금은 30,650원으로 더 비싸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