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화도(下花島)

 

여행일 : ‘14. 11. 10()

소재지 : 전남 여수시 화정면

여행코스 : 선착장애림야생화공원큰굴삼거리막산전망대깻넘전망대큰산전망대구절초공원선착장(소요시간 : 2시간40, 5.7Km)

함께한 산악회 : 좋은사람들

 

특징 : 하화도(下花島)는 행정구역상 여수시 화정면에 소속된 부속도서(附屬島嶼)로 여수에서 약 21km 정도 떨어진 구두처럼 생긴 섬이다. 동백꽃과 섬모초, 진달래꽃이 섬 전체에 만발하다고 해서 꽃섬이란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꽃섬은 두 개로 나뉘어 있는데, 위에 위치한 섬을 상화도 그리고 아래쪽 섬을 하화도라 부른다. 여수 앞바다에 보석처럼 흩뿌려진 365개 섬 중 하나로 공룡발자국 화석이 있는 사도를 비롯해 낭도, 개도, 백야도 등 하화도를 둘러싼 섬들의 유명세 때문에 비교적 덜 알려진 작은 섬이다. 그러던 것이 201310SBS-TV '생방송 투데이'식도락-정이 피어나는 꽃섬 하화도 편에 소개되면서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 시작했고, 특히 섬 둘레를 일주하는 5.7꽃섬길이 만들어지면서 섬 트레킹을 즐기는 사람들에게 새롭게 각광을 받기 시작했다. 2008년부터 조성하기 시작한 꽃섬길은 절벽과 절벽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이어주며 하화도의 진면목을 외부에 알리는데 크게 일조를 했다.

 

찾아가는 방법

하화도로 가려면 여수여객선터미널(061-662-5454)에서 12회 운행하는 배편이나, 여수에서 30분 남짓 걸리는 거리에 위치한 백아도 선착장(061-686-6655)에서 출발하는 배편을 이용해야 한다. 우리는 백아도에서 개도~하화도~상화도~사도~낭도를 오가는 태평양해운의 대형카페리3호를 이용(1인당 6천원)했는데 하화도까지는 약 40분이 소요되었다. 이 배는 백아도에서 8, 1130, 1450, 그리고 낭도에서는 940, 1310, 1630분 각각 3회씩 운항(運航)한다.

 

 

여수에서 22번 지방도와 77번 국도를 번갈아 타고 30분 남짓 달려오면 이순신장군이 난중일기(亂中日記)에서 극찬했던 백아도(白也島)가 나온다. 섬으로 들어오는 길에 2005년 준공된 325m 길이의 백아대교(白也大橋)를 건넜음은 물론이다. 하화도로 들어가는 배가 이곳 백아항(白也港 : 여수시 화정면 백아리)에서 출발하기 때문이다. 출항까지 시간에 여유가 있어 백아등대에 잠깐 들러본다. 이순신이 감상에 젖었을 법한 산자락에 가막만()의 입구를 밝혀주는 백아등대(白也燈臺)가 홀로 서있다. 아니 등대의 뒤편에 남해지방해양경찰청의 여수연안해상교통관제센터가 있으니 홀로라는 표현은 옳지 않겠다. 백아등대에 서면 제도와 돌산도를 비롯해 크고 작은 섬들이 한눈에 들어온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은 여명(黎明)의 시간, 어둠에 덮인 사위는 아무것도 보여주지 않는다. 참고로 백아등대의 정식 명칭은 백아도항로표지관리소이다. 19281210일 최초로 점등되었으며, 19596월 유인등대로 전환되었다. 19602월 등명기를 개량하고, 197012월 음파표지 시설을 설치하였다. 198311월 높이 8.8m의 등탑으로 개량하였고, 200611월 높이 24m의 백색 원형 철근콘크리트 구조물로 등탑을 다시 개량하였는데 지리적 광달(光達)거리는 31km에 이른다.

 

 

백아항()은 화정면의 소재지(所在地)를 겸하고 있다. 섬에 있는 면소재지가 대개 그렇듯이 백아항 역시 시골마을이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제법 큰 규모이다. 당연히 식당은 물론 번듯한 카페까지 편의시설들을 두루 갖추고 있다. 그러나 주의해야할 것은 아침 식사가 안 된다는 점이다. 새벽에 내려와 8시 배를 탈 계획이라면 아침식사를 미리 준비해 와야 하는 센스(sense)가 필요하다는 의미이다. 참고로 백아항에서는 하화도 외에도 금호도로 들어가는 배편이 운행되고 있다.

 

 

 

 

8시에 백아항을 떠난 배는 중간에 개도(蓋島)에 잠깐 들렀다가 하화도로 향한다. 개도는 여수시내에서 남쪽으로 약 21.5km 떨어져 있는 섬이다. 주위에는 남쪽의 금오열도를 비롯하여 월호도·자봉도·제리도·하화도·백야도 등 크고 작은 많은 섬들이 산재해 있다. 개도라는 이름도 주위의 작은 섬들을 거느리고 있다는 뜻에서 덮을 개()를 썼다고 한다. 섬에는 봉화산(338m)과 천제봉(320m)을 비롯한 200m 내외의 산이 많이 있어 비록 뜸하기는 하지만 내륙의 산꾼들이 찾기도 한다.

 

 

개도에서 10분 남짓이면 하화도(下花島)에 이르게 된다. 하화도는 0.71의 면적에 가장 높은 지점이 118m에 불과한 자그마한 섬이다. 취락은 북서쪽 해안가의 하화마을이 유일하다. 당연히 섬 여행의 출발은 이곳에서 시작된다. ‘참으로 깔끔하고 아담하다섬에 내리면서 느낀 첫 인상이다. 그만큼 관광지로 가꾸려고 섬에 쏟아 부은 정성이 지극했다는 의미일 것이다. 바닷가의 담벼락은 몇 해 전 봉사활동을 나온 대학생들이 그렸다는 예쁜 벽화(壁畵)들로 가득 채워져 있고, 길바닥은 지난달에 다녀온 동유럽에 뒤지지 않을 정도로 예쁜 돌길로 꾸며져 있다. 영화 꽃섬에서 슬픔과 불행을 잊기 위해 하화도를 찾은 세 여자들이 걸었던 길이 바로 이 길이 아니었을까? 영화 생각을 하다 보니 내 가슴도 마치 꿈과 희망으로 차오르는 듯한 느낌이다.

 

 

 

 

아담한 마을 풍경이 정겹다. 하화도는 작은 섬이지만 보건진료소와 교회, 그리고 내연발전소까지 반듯하게 갖추고 있다. 그러니 당연히 식당이 없을 리가 만무하다. 점심 식사 걱정을 했던 시절은 이젠 옛이야기가 되어버린 지 오래인 것이다. 오래전부터 식사를 제공해오던 이장집 외에도 몇 집이 더 문을 열었기 때문이다. 이장집의 시골밥상이 싫은 사람들은 다른 집에서 싱싱한 자연산 회를 사먹을 수 있음은 물론이다. 참고로 하화도라는 섬의 이름은 임진왜란 당시 인동장씨(仁同張氏)가 난을 피하기 위하여 이곳을 지나다가 동백꽃과 섬모초꽃이 만발한 것을 보고 꽃섬이라 부른 것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그들이 이곳 하화도의 입도시조(入島始祖)가 되었음은 물론이다. 전선(戰船)을 타고 항해하던 이순신 장군이 꽃이 활짝 핀 아름다운 섬이라 해서 화도로 명명했다는 설()도 있으니 참고할 일이다.

 

 

 

 

하화마을에서 오른편 해안가로 난 길을 따라 들어가면서 투어(tour)가 시작된다. 코스는 세 갈래로 나뉘지만, 하화도 꽃섬 길의 비경인 큰굴과 막산 전망대 등 조망이 뛰어난 전망대를 서둘러 만나고 싶었기 때문이다. 가는 길에 오른쪽 건너편에 보이는 섬은 상화도(上花島), 면적이 0.76이고 가장 높은 곳이 148m이니 이곳 하화도보다 약간 크나 육안으로 확인할 수 없을 정도로 그 차이는 미미하다. 그러나 섬 중간에 상당히 많은 가옥(家屋)들이 보이는 것을 보면 이곳 하화마을보다는 훨씬 더 많은 주민들이 살고 있다는 증거일 것이다. 참고로 상화도는 300년 전 배()씨가 처음으로 들어오면서부터 사람들이 살게 되었으며, 꽃섬이라는 이름에 못지않게 봄이면 진달래꽃이 흐드러지게 피어난다고 한다. 투어를 시작하자마자 길가에 이국적(異國的)인 냄새가 물씬 풍기는 건물이 하나 나타난다. 바로 화장실인데 지난주에 다녀온 독일에서 보았던 건물들과 흡사한 외형을 갖고 있다. 화장실 하나에까지 신경을 쓴 것을 보면 이들이 이곳을 관광지로 가꾸기 위해 얼마나 많은 정성을 쏟아 부었는지 실감이 난다.

 

 

 

화장실에서 몇 걸음 더 걸으면 애림민 야생화공원이다. 공원에는 가을 들꽃들이 나름대로 무리를 이루며 피어있다. 다들 우리네 어릴 적에 흔하게 보아왔던 꽃들이다. 다도해(多島海)의 풍광을 배경으로 소박하게 핀 들꽃들이 군락을 이루고 있는 것이 참으로 자연스럽다. 여수시에서 이곳을 개발하면서 인위적(人爲的)인 아름다움을 최대한 배제하고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보존하기 위해서 공을 들인 결과란다. 그래서일까? 하화도는 나를 자연스럽게 어린 시절로 되돌려놓았고, 거꾸로 흐르는 시간에도 불구하고 나는 스스럼없이 푹 빠질 수 있었다. 공원에서 순넘밭넘 구절초공원으로 가는 길(이정표 : 큰굴 590m/ 순넘밭넘 구절초공원 350m/ 선착장 630m)이 나뉘지만 개의치 않고 큰굴방향으로 진행한다.

 

 

 

 

애림민 야생화공원을 지나면서 길은 서서히 오르막으로 변한다. 그리고 얼마 후에는 길이 두 갈래로 나뉜다. 큰굴삼거리(이정표 : 막산전망대 400m/ 순넘밭넘 구절초공원 830m/ 애림민 야생화공원 590m)이다. 이곳에서는 우선 오른편으로 진행해야 한다. 막산전망대가 있는 오른편 봉우리를 한 바퀴 돈 후에 왼편 순넘밭넘 구절초공원으로 향해야 하기 때문이다. 삼거리 근처에서 왼편 바위벼랑 사이로 바다가 열린다. 깎아지른 절벽(絶壁)과 절벽 사이로 파도가 들락거리고 절벽 아래에는 커다란 동굴이 검은 입을 벌리고 있다. 예전에 밀수꾼들이 밀수품(密輸品)을 숨겨놓았다는 큰굴은 절벽을 타고 내려갈 수도 없고 배를 타고 접근하려 해도 위험하기는 마찬가지라고 한다. 밀수품을 숨겨놓은 이유였을 것이다.

 

 

 

큰굴삼거리에서 오른편 산길을 오르면 이름표가 붙어있지 않은 전망대(展望臺)가 나온다. 전망대에 서면 맞은편 깻넘전망대 방향이 잘 조망(眺望)되고, 그 왼편으로는 상화도가 나타난다. 좌우로 바다가 넓게 펼쳐지는 것은 물론이다.

 

 

 

 

 

이름 없는 전망대에서 산꼭대기를 넘으면 하화도에서 최고의 조망(眺望)을 자랑한다는 막산전망대이다. ‘막산은 섬 끝부분에 자리한 마지막 산이라는 뜻이란다. 전망대에 서면 바로 앞 장구도와 오른편의 상화도, 그리고 그 뒤편의 사도가 한눈에 들어오는 시원한 풍경이 펼쳐진다. 어쩌면 오늘 투어에서 가장 빼어난 경관(景觀)일 것이다. 참고로 장구도는 세뿔석위, 바위손, 다정큼나무 등 군락지가 분포하고 있고, 식생(植生) 및 자연성(自然性)이 우수하여 독도 등 도서지역의 생태계보전에 관한 특별법에 의거 특정도서(特定島嶼)로 지정(145)되어 관리되고 있다. 특정도서란 사람이 거주하지 아니하거나 극히 제한된 지역에만 거주하는 섬으로서 자연생태계·지형·지질·자연환경이 우수한 섬을 환경부장관이 지정하여 고시한 도서(島嶼)이다.

 

 

 

 

 

막산을 한바퀴 돈 다음 큰골삼거리로 되돌아와 이번에는 왼편의 깻넘전망대로 향한다. 철썩거리며 드나드는 파도들로 분주한 큰골과 맞은편 막산이 바다와 어우러지는 풍경을 감상하면서 데크계단을 오르면 깻넘전망대이다. 깻넘은 깨를 심은 밭으로 가기 위해 넘어야 했던 고개라는 뜻이란다. 그러나 깻넘전망대는 전망대라는 이름표까지 붙은데 비해 조망(眺望)은 썩 뛰어나지 못하다.

 

 

 

 

 

 

 

깻넘전망대에서 또 다시 나타나는 계단을 가파르게 치고 오르면 큰산전망대이다. ‘큰산은 하화도에서 가장 높은 곳이라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란다. 당연히 시야(視野)가 뻥 뚫린다. 전망대뿐만이 아니다. 울퉁불퉁한 바닷가 벼랑 위를 아슬아슬하게 지나가는 깻넘전망대와 큰산전망대를 잇는 나무데크 길에서도 조망은 뛰어나다. 개도와 금오도, 연도가 늘어선 하화도의 동남쪽 바다가 한눈에 들어온다. 벼랑길과 전망대 등 곳곳에서 이런 짜릿한 풍광(風光)을 만날 수 있다.

 

 

 

 

 

큰산전망대에서 조금 더 걸으면 순넘밭넘 구절초공원이다. ‘순넘밭넘은 예전에 이라는 사람의 밭이 있던 고개라는 뜻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공원 언덕의 어느 곳에서도 구절초(九節草)는 찾아볼 수 없었다. 이름대로라면 지금쯤 음력 99일에 꺾는 풀이라는 구절초가 한창 꽃을 피우고 있을 텐데도 말이다. 아쉬운 마음이라도 달래주려는 듯이 조망(眺望)은 뛰어나다. 길가에 놓인 벤치(bench) 뒤로 상화도 방향의 다도해(多島海) 풍광이 아름답게 펼쳐지는 것이다. ‘순넘밭넘 구절초공원에서 길이 두 갈래(이정표 : 평바우 830m/ 애림민 야생화공원 350m/ 큰산전망대 400m)로 나뉜다. 두말 할 것도 없이 평바우 방향으로 진행하면 된다. 구태여 코스를 단축할 이유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구절초공원을 지나 조금 더 걸으면 왼편으로 하화마을이 내려보인다. 화사한 붉은 색깔의 지붕들이 이국적인 모습으로 다가온다. 마치 동유럽에 와있는 착각이 들게 할 정도이다. 그것도 붉은 색 지붕으로 유명한 크로아티아의 옛 성곽도시(城郭都市)인 두브르브니크(Dubrovnik) 말이다. 수년 전 여수시에서 보수해 준 결과란다. 참 잘한 처사가 아닐까 싶다. 기세등등한 양옥 대신에 아름다운 소형주택들이 나지막하게 어깨를 맞대고 있는 광경이 너무나 보기 좋기에 하는 말이다.

 

 

 

하화마을을 구경하면서 걷다보면 쉼터를 겸한 정자(亭子)가 나오고, 이어서 조금 후에는 삼거리를 만나게 된다. 이곳에서 왼편에 보이는 곳이 하화마을이니 행여 배의 출항시간에 쫒기는 사람들이라면 이곳에서 왼편으로 내려서면 될 일이다.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구태여 코스를 단축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완만한 구릉(丘陵)으로 이루어진 나머지 코스에서 또 다른 섬의 참모습을 구경할 수 있기 때문이다. 모든 것을 감싸 안을 것 같은 부드럽고 풍요로운 모습을 말이다.

 

 

섬 둘레를 일주하는 꽃섬길을 걷다보면 어느새 그 풍경에 매료되어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하늘과 바다와 섬의 멋스러운 조화(調和)에 자신도 모르게 시선을 빼앗기게 되는 것이다. 번거로운 일상에서 벗어나 조용하게 자연과 함께 벗을 삼고 싶을 때에 찾아볼만한 곳임에 틀림없다.

 

 

 

부드러운 흙길을 느긋하게 걷다보면 오른편에 하화도의 해안선(海岸線)이 나타난다. 바위벼랑으로 이루어진 그 모습에 이끌려 오솔길을 따라 해안가로 내려가 본다. 그러나 해안선을 만들고 있는 벼랑들은 위에서 생각했던 것 보다는 한참을 못하다. 그러나 대신 귀한 볼거리를 만났으니 이곳 또한 새옹지마(塞翁之馬)가 아닐까 싶다. 접하기가 쉽지 않다는 해국(海菊)을 바위틈 곳곳에서 만났으니 어찌 행운이라 아니할 수 있겠는가.

 

 

 

 

바닷가에서 빠져나와 다시 투어를 이어간다. 누런 소들 서너 마리가 한가롭게 풀을 뜯고 있는 구릉(丘陵)을 지나 나지막한 고개를 하나 더 넘으면 곧이어 하화마을을 다시 만나게 되면서 오늘 투어는 끝을 맺는다. 마을을 다시 만나는 지점에 국내에서 최초로 지어졌다는 태양광발전소가 있으니 눈여겨 볼만하다. 그리고 건너편에는 상화도(上花島)가 바다를 사이에 두고 다정한 연인처럼 하화도와 마주보고 있다. 두 섬, 그리고 파란 하늘과 바다가 환상적인 아름다움을 빚어낸다. 이런 풍경 때문에 내가 섬을 찾는지도 모르겠다.

 

에필로그(epilogue)

갓 낳은 아기를 화장실 변기(便器)에 버린 여자(혜나), 어린 딸에게 피아노를 사주기 위해 몸을 판 여자(옥남), 그리고 그녀들이 구한 뮤지컬(musical)배우(유진)는 삶을 비관해 눈 속에서 죽어가는 중이었다. 이렇듯 현실에서 버려진 세 여자들이 향하는 곳이 바로 꽃섬’, 슬픔과 상처를 잊게 해준다는 섬이다. 이들은 꽃섬으로 찾아가는 과정에서 죽음, 용서 등의 형태로 치유(治癒)를 받는다. 마음속의 상처는 인간이 피해갈 수 없는 운명에서 온다. 영화 꽃섬(2001년 개봉)’은 존재론적(存在論的)인 영혼의 상처가 어떻게 치유될 수 있는가 하는 문제에 관한 이야기이다. 그리고 꽃섬이라는 치유의 공간을 잘 표현했다고 해서 2002년 대한민국영화대상에서 신인감독상(송일곤)과 신인여우상(서주희)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 영화에 나오는 꽃섬, 즉 세 여자가 그들만의 파라다이스를 꿈꾸며 도착한 꽃섬이 바로 이곳 하화도이다. 그러니 구태여 발걸음을 서두를 이유가 없다. 영화가 표현하고자 했던 치유의 섬을 조금이라도 느껴보려면 주변 경관에 느긋하게 빠져보는 게 우선이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섬은 보이는 곳마다 완만했고 또한 포근했다. 송일곤 감독이 영화의 모티브(motive)를 따오기에 충분하다는 얘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