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수산(錦繡山, 1,015.8m)-망덕봉(望德峰, 926m)

 

산행일 : ‘14. 8. 9()

소재지 : 충북 제천시 수산면과 단양군 적성면의 경계

산행코스 : 상천주차장보문정사용담폭포망덕봉얼음골재금수산들뫼삼거리상천주차장(산행시간 : 4시간 20)

함께한 산악회 : 좋은 사람들

 

특징 : 금수산의 옛 이름은 백운산(白雲山)이었다. ‘하얀 구름에 둘러싸인 신비로운 산이라는 뜻이다. 그런데 어느 날부턴가 금수산(錦繡山)으로 개명(改名)을 했다. 단양군수로 내려와 있던 퇴게 이황(15011570)선생에 의해서이다. 그는 단풍이 고운 백운산에 들렀다가 그 풍경에 반해버렸단다. 그리고 그 풍경이 마치 비단에 수를 놓은 것처럼 아름답다며 산의 이름을 금수산으로 바꿔버렸다는 것이다. 믿거나 말거나이다. 그러나 단 하나 그냥 흘려버릴 수 없는 점은 산이 너무 아름답다는 것이다. 그 증거는 간단하다. 그동안 이루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은 시인묵객(詩人墨客)들이 이 산의 아름다움을 칭송해온 것이 바로 그 증거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금수산에는 계절과 상관없이 등산객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다.

  

산행들머리는 상천리주차장(수산면 상천리 722-1 : 상천길 85)

중앙고속도로 북단양 I.C에서 내려와 532번 지방도를 타고 제천방면으로 잠깐 달리다가 두 번째 만나는 삼거리에서 좌회전하여 학현소야로를 따라 청풍호(충주호)까지 들어간다. 청풍호()를 가로지르는 청풍대교(大橋)를 건너기 바로 직전에 좌회전하여 호반(湖畔)따라 달리면 얼마 지나지 않아 산행들머리인 상천리주차장에 이르게 된다.

 

 

 

주차장 앞 도로 건너편에 있는 다리(백운교)를 건너면서 산행이 시작된다. 들머리에 산행안내도와 이정표(망덕봉 2.8Km, 금수산 3.5Km)가 세워져 있으니 길을 잘못 들 염려는 없을 것이다. 들머리에는 금수산의 진행방향을 알리는 이정표 외에도 또 다른 이정표 하나가 눈길을 끈다. 제천 청풍호 자드락길의 진행방향을 알려주는 이정표이다. 청풍호반을 끼고 있는 백운동마을은 산수유로 유명한 산골마을이다. 그리고 제천 자드락길 4코스의 종점이기도 하다. 또한 백운동마을은 봄이면 오래 묵은 돌담을 배경으로 샛노란 산수유 꽃이 골골마다 노란 띠를 두르는 곳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리고 가을에는 빨간 산수유열매가 점묘화(點描畵)를 그린단다. 그 점을 인정받았는지 2012년에는 충북 최초로 슬로시티(Slowcity)로 이름을 올린바 있다.

 

 

 

백운동 마을길로 들어서면 원목(原木)으로 만들어진 이정표(전통 휴게공간/ 보문정사, 금수산, 용담폭포)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국립공원에서 보지 못했던 형식의 이정표인 것을 보니 아마 이 동네에서 세워 놓은 모양이다. 궁금증에 이끌려 방향을 틀어보니 멋진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기이하게 생긴 10여 그루의 늙은 소나무들이 마치 마을의 수호신(守護神)이라도 되는 양 마을 앞을 떡하니 지키고 있는 것이다. 그 나무 아래에는 벤치(bench) 몇 개를 갖춘 쉼터를 만들어 놓았다. 혹여 충주호에 물안개로 피는 날이면 극단의 아름다움을 빚어내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멋진 풍광이다.

 

 

 

마을 안을 통과하는 골목길은 그다지 길지 않다. 거기다 그다지 급할 것이 없는데도 발걸음은 자꾸만 빨라져간다. 대부분의 산꾼들이 갖는 고질적인 습관이다. 이곳 백운동마을은 슬로시티(Slowcity)로 등록된 곳, 슬로시키는 공해(公害) 없는 자연 속에서 전통문화와 자연을 잘 보호하면서 자유로운 옛 농경시대로 돌아가자는 국제운동(國際運動), 그런 곳에서 느림보의 삶을 추구하자는 슬로시티에서까지 습관적으로 발걸음을 재촉하는 나쁜 습관 말이다. 휴게소에서 바쁜 걸음으로 6분쯤 걸으면 펜션(pension)과 식당을 겸하고 있는 백운산장에 이르게 된다.

 

 

백운산장을 지나면 곧이어 보문정사가 나타난다. 허허벌판에 옛날 집 두어 채가 전부인 보문정사는 온통 웃자란 잡초(雜草)와 잡목(雜木)들 속에 갇혀있는 느낌이다. ‘보문정사라는 이름을 보아서는 사찰(寺刹) 같은데도 사찰 같은 느낌이 들지 않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아무래도 건물들이 절간이라기보다는 여염집에 더 가깝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시간을 내서 안으로 들어가 볼 생각까지는 들지 않아 그냥 지나쳐 버린다. 인터넷에서조차 검색이 되지 않은 시설까지 둘러볼 필요는 없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보문정사를 지나서 조금만 더 가면 길이 두 갈래로 나뉘면서 등산로는 왼편 비포장 길로 이어진다. 갈림길은 이곳뿐만이 아니다. 이곳까지 오는 동안에 두어 번의 갈림길을 만났지만 거론을 하지 않았던 이유는 갈림길마다 이정표가 세워져 있어서 길이 헷갈릴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비포장길로 접어들면 곧바로 복숭아 과수원(果樹園)이 시작되고, 과수원이 끝나는 지점에서 산길은 다시 둘(이정표 : 망덕봉 탐방로/ 금수산 탐방로)로 나뉜다. 왼쪽은 망덕봉을 지나 금수산 정상을 찍고 내려오는 길, 오른쪽은 그 반대로 돈다. 이곳에서는 왼쪽 코스를 따르는 게 보통이다. 망덕봉 구간에 워낙 큰 바위들이 많아 하산 코스로 적합하지 않기 때문이다.

 

 

 

 

 

갈림길에서 망덕봉으로 방향을 잡으면 조금 후에 목교(木橋)를 건너게 되고, 이어서 가파르고 험한 암릉구간이 나타난다. 그러나 걱정할 필요는 없다. 위험한 곳에는 어김없이 철()계단 등 안전시설을 설치해 놓았기 때문이다. 경사(傾斜)가 제법 심한 철계단을 조심스럽게 오르면 폭포전망대가 나온다. 그리고 금수산을 진동시키고 있는 용담폭포(龍潭瀑布)가 화려한 자태를 드러낸다. 허나 선녀탕(仙女湯)은 나무들에 가린 탓에 잘 보이지 않아 아쉽다. 용담폭포는 백운동(白雲洞) 골짜기를 흘러내리는 물이 만들어 낸 3단으로 된 높이 30m의 폭포이다. 물이 절벽 아래에 있는 5m 깊이의 소()에 떨어지면서 물보라를 일으키는 모습이 마치 승천(昇天)하는 용()을 연상시킨다 해서 그런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주변에 널린 바위와 노송(老松)들이 잘 어우러지며 절경을 이루고 있어 금수산의 백미(白眉)로 꼽는다. 용담폭포와 선녀탕에는 재미있는 전설이 전해온다. 옛날 중국의 주나라 왕이 세수를 하다가 대야에 비친 폭포를 보았다고 한다. 주왕은 신하들에게 동쪽으로 가서 이 폭포를 찾아오라고 명령했는데 바로 그 폭포가 용담폭포였다는 것이다. 갈림길에서 이곳 전망대까지는 13분 정도가 걸렸다.

 

 

 

 

 

계단을 오르면서 고개를 돌려보면 산행을 시작했던 백운동 마을이 한눈에 들어온다. 조금이라도 오른편으로 시선을 옮길라치면 월악산이 그 위용을 자랑하며 고개를 내민다. 그렇다. 지금 오르고 있는 금수산은 월악산 국립공원에 포함되어 있는 것이다.

 

 

폭포전망대에서 조금 위로 오르면 등산로의 좌우를 금()줄로 막아 놓은 것이 보인다. 그리고 추락주의, 미끄럼주의라고 적힌 경고판을 금줄에 매달아 놓았다. 그러나 아름다운 경관(景觀)에 취한 산객들의 눈에는 저렇게 서슬 시퍼런 경고판까지도 눈에 들어오지 않는 모양이다. 꽤나 많은 사람들이 금줄을 넘어가면서까지 카메라 앞에서 포즈를 잡느라 분주한 것을 보면 말이다. 선녀탕이 내려다보일지도 모르겠기에 나도 다가가 보려고 했지만 아무래도 순서를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질 것 같아 포기하고 산행을 계속한다. 그러나 오른편으로 트인 오솔길을 찾는 일은 멈추지 않는다. 혹시라도 선녀탕으로 내려가는 길이 보일까 해서이다. 누군가의 글에서 상탕과 중탕, 그리고 하탕으로 이루어진 선녀탕이 폭포(瀑布)의 상단(上端)에 있다고 했다. 그리고 선녀탕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려면 정규등산로에서 벗어나 약 100m의 내리막길을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와야 한다고 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선녀탕으로 내려가는 길은 눈에 띄지 않았다.

 

 

 

폭포 전망대를 지나면서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된다. 그럼 조금 전에 올라왔던 암릉은 무엇이었느냐고 묻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거기에 대한 내 답변은 그곳도 역시 제대로 된 바윗길이었다.’이다. 다만 조금 전까지는 본격적인 산행을 위한 전주곡이었을 따름인 것이다. 산길은 오르면 오를수록 급경사(急傾斜)의 바윗길이 이어진다. 그러다가 어떤 곳에서는 아예 허리를 곧추 세워버리기도 한다. 그러나 걱정할 필요까지는 없다. 오늘 우리가 걷고 있는 금수산은 국립공원(國立公園), 관리공단(管理工團)에서 위험한 등산로를 그대로 놓아 둘 리가 없는 것이다. 위험한 곳에는 어김없이 철제난간과 나무계단을 만들어 놓았다.

 

 

 

산길은 결코 심심할 틈을 내주지 않는다. 곳곳에서 울퉁불퉁한 암릉을 구경시켜주다가, 혹시 막혀버리기라도 할라치면 이번에는 길가에 기괴하게 생긴 바위들이 그 빈자리를 채워준다. 기암(奇巖)들뿐만이 아니다. 기이하게 생긴 소나무들도 곳곳에서 눈에 띈다. 그런데 기괴한 소나무들은 하나같이 그 뿌리를 바위 틈새에 내리고 있다. 척박한 곳에서 힘겹게 살아가다보니 그 고통 때문에 저리도 몸을 비틀고 있나 보다.

 

 

 

폭포전망대를 출발한지 40분쯤 되면 진짜로 허리를 곧추 세워버린 암릉구간이 나타난다. 산길은 그 경사(傾斜)를 배겨내지 못하고 긴 나무계단을 만들어 놓았다. 계단의 위로 올라서면 멋진 바위능선이 눈앞에 펼쳐진다. 올라올 때 심심찮게 나타났다 사라지던 울퉁불퉁한 근육질의 암릉이 이젠 발아래로 내려다보이는 것이다. 암릉 너머에는 내륙(內陸)의 바다인 청풍호가 월악산 주변의 멋진 바위산들과 한데 어우러지며 기막히게 아름다운 풍경을 만들어내고 있다.

 

 

 

산자락 하나가 온통 바위로 이루어져 있다. 그러나 바위들의 틈새를 비집고 들어선 소나무들로 인해 바위산이라기보다는 푸른 숲으로 둘러싸인 흙산으로 보일 정도이다. 그 푸른 소나무 숲을 뚫고 튀어나온 기묘(奇妙)한 형상의 기암(奇巖)들이 몇 개 보인다. 금수산의 명물인 족두리바위와 독수리바위다. 특히 독수리바위의 형상(形象)은 사람들을 감탄시키기에 충분할 정도로 그 기상이 늠름하다. 마치 금방이라도 청풍호로 짓쳐 내려가 물고기라도 한 마리 채 오려는 양 날개를 접은 채 호수를 응시하고 있는 형상이 또렷하게 나타나는 것이다.

 

 

 

아름다운 주변 경관에 푹 빠져 시간 가는 줄 모르다가 다시 산행을 시작하면 또 다시 거친 바윗길이 시작된다. 아까보다 한술 더 뜬다고 봐도 과언(過言)이 아닐 것이다. 이곳에도 역시 나무계단을 설치해 놓았는데, 계단도 놓지 못할 정도로 거친 구간에는 쇠파이프로 난간을 만들어 놓았다. 그리고 그 위에서 다시 한 번 족두리바위와 독수리바위가 조망(眺望)된다. 그러나 그 형상은 아까만큼은 또렷하지는 않다. 위에서 내려 보다보니 독수리나 족두리 모양이 잘 나오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청풍호와 월악산 등 주변의 풍광은 아까보다 한층 더 뛰어난 모습으로 나타난다.

 

 

 

서슬 시퍼런 바윗길 구간이 끝나면 흙길이 시작된다. 그렇다고 아예 바위구간이 통째로 없어져 버린 것은 아니다. 가끔 바윗길이 나타나기도 하지만 아까 지나왔던 바윗길에 비해 너무 왜소하기 때문에 바윗길로 보이지 않을 따름인 것이다. 산길은 두어 번의 급경사(急傾斜) 구간을 지나고 나서 안부삼거리(이정표 : 망덕봉 0.1Km/ 금수산 1.8Km/ 상천주차장 2.7Km)에 올라선다. 망덕봉 정상은 이곳에서 왼편으로 100m도 채 떨어지지 않고 있다.

 

 

 

망덕봉 정상은 널따란 분지(盆地)로 이루어져 있다. 거기다 조금 전의 안부삼거리에서 거의 평지수준으로 연결되기 때문에 산봉우리라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는다. 그저 능선 상에 밋밋하게 솟아오른 한 지점으로 보인다는 얘기이다. 거기다 잡목(雜木)에 둘러싸인 탓에 조망(眺望)까지도 일절 트이지 않는다. 산행을 시작한지 정확히 두 시간이 지났다.

 

 

 

망덕봉에서 금수산으로 가는 길은 흙길이다. 초반에 심하게 가파른 침목(枕木)계단을 내려서면 조금 후에 왼편으로 갈림길 하나가 열린다. 비록 이정표는 세워져 있지 않지만 들머리에 산악회의 시그널(signal)들이 덕지덕지 매달려 있는 것을 보면 얼음골로 내려가는 길이 아닐까 싶다.

 

 

 

첫 번째 갈림길을 지나면 산길은 잠깐 완만(緩慢)한 오름세를 보이다가 다시 아래로 제법 깊고 가파르게 떨어진다. 그리고 그 끝에서 희미하나마 좌우로 갈림길이 나타난다. 물론 이곳도 역시 이정표가 세워져 있지 않아 어디로 내려가는 길인지는 알 수가 없다.

 

 

두 번째 갈림길을 지나면 길가에 바위가 하나 나타난다. ‘새를 쏙 빼다 닮았네요.’ 흙길을 걷다가 뜬금없이 바위가 나타나는 바람에 집사람의 눈길을 끌었던 모양이다. 집사람의 말마따나 영락없는 새다. 그것도 귀엽고 앙증맞은...

 

 

능선은 또 다시 작은 오르내림을 두어 번 반복한 후에 가파른 오르막길로 변한다. 그리고 소나무 한 그루가 있는 바위지대에 올라서게 되는데, 그냥 지나치지 말고 한번쯤 올라가 볼 것을 권하고 싶다. 바위 위에서 보는 풍경이 장관이기 때문이다. 금수산 정상이 눈에 들어오면서 정상의 한 축을 구축하고 있는 바위벼랑이 멋진 모습으로 나타난다.

 

 

 

 

바위전망대에서 가파르게 내려서면 상학마을 갈림길’(이정표 : 금수산 0.3Km/ 상학마을 2.0Km/ 망덕봉 1.6Km)이 있는 살개바위고개이다. 이곳에서 왼편으로 진행하면 상학리로 내려가게 된다. 금수산 정상으로 가려면 물론 맞은편 능선에 놓인 나무계단을 따라 올라가야 한다. 계단의 끝은 전위봉, 금수산 정상은 전위봉에서 잠깐 내려섰다가 반대편 사면(斜面)에 놓인 나무계단을 다시 한 번 올라야 만날 수 있다  

 

 

 

 

정상으로 오르다보면 왼편에 바위 하나가 얼핏 보인다. 그냥 지나치지 말고 이곳도 한번쯤 올라가 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지나온 전위봉과 금수산 산자락의 바위 벼랑들이 선명하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다만 하나 아쉬운 것은 단양 방향의 산들이 벌거벗고 있다는 점이다. 시멘트 공장들이 통째로 깎아먹은 산들의 모습이 흉물스럽게 다가오는 것이다.

 

 

 

조망(眺望)을 즐기다가 다시 나무계단을 오르면 드디어 금수산 정상이다. 망덕봉에서 1시간이 조금 못 걸렸다. 금수산 정상은 망덕봉과 달리 뾰족한 바위봉우리로 이루어져 있다. 때문에 정상은 인색하다 싶을 정도로 비좁다. 어른 한두 명이 서기만 해도 더 이상의 빈틈이 나오지 않을 정도로 비좁은 것이다. 금수산을 찾는 사람들이 많은 것을 감안할 때 대단히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산을 오르는 사람들은 정상석을 배경으로 인증사진을 찍는 것이 보통인데 자칫 잘못하면 그 순서를 기다리며 서있을 공간조차 나오지 않을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국립공원관리공단에서는 정상을 이루고 있는 바위의 사면(斜面)에다 나무데크로 누대樓臺)를 만들어 놓았다. 덕분에 정상은 제법 너른 공간으로 변해있다.

 

 

 

 

비록 정상은 비좁지만 정상에 서면 더없이 너른 풍경과 마주할 수 있다. 사방으로 시야(視野)가 열리면서 중부내륙의 산군(山群)들이 널따랗게 펼쳐지는 것이다. 북쪽으로는 금수산의 지봉인 신선봉과 동산이 눈에 들어온다. 지나온 망덕봉 옆으로는 충주호(忠州湖)가 펼쳐진다. 이곳 제천지역 저 호수를 충주호라 부르지 않는다고 한다. 청풍면을 끼고 있다고 해서 청풍호라고 부른단다. 그리고 남쪽에는 월악산과 대미산 등을 지나는 백두대간이 옅은 연무(煙霧) 속에서 수묵화(水墨畵)를 그려내고 있다. 또한 동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소백산의 산봉들이 불쑥 솟아오르고 있다.

 

 

 

정상에서 상천리 방향으로 내려서면서 하산이 시작된다. 철계단을 내려서면 평평한 너럭바위들이 숲속 곳곳에 널려있다. 잠시 쉬어가거나 점심식사 자리로 안성맞춤인 곳이다. 아니나 다를까 무리를 지은 사람들이 여기저기 앉아서 쉬고 있는 것이 보인다. 하산 길은 능선의 암릉이 부담스러웠던지 오른편으로 우회(迂廻)시키며 나있다. 그러다가 다시 능선으로 올라섰다 싶더니 이내 오른편으로 방향을 틀면서 주능선을 벗어나 버린다.

 

 

하산길은 가파른 내리막길이 계속된다. 그러나 그다지 힘이 들지는 않는다. 돌과 흙이 알맞게 섞여있기 때문에 내려딛는데 별 부담이 없기 때문이다. ‘유난히도 선바위들이 많네요.’ 맞다. 집사람의 말대로 심심찮게 나타나는 거대한 바위들이 하나같이 하늘을 향해 반듯이 솟아올랐다. 정상을 출발한지 20분쯤 지나면 상학리 갈림길’(이정표 : 상천주차장 3.0Km/ 상학주차장 2.3Km/ 금수산 0.5Km)을 만나게 된다. 지도에 들뫼삼거리라고 표기되어 있는 갈림길이 아닐까 싶다. 오늘 산행은 원점회귀 산행이니 당연히 상천주차장으로 내려가면 된다.

 

 

 

상학리 갈림길을 지나면서 산길은 지루해진다. 아까는 하다못해 심심찮게 나타나는 선바위들이라도 구경하는 맛이 있었지만, 갈림길을 지나면서부터는 눈에 담을 만한 볼거리가 일절 나타나지 않는 것이다. 거기다 산길은 울창한 숲으로 둘러싸여 조망(眺望)까지도 완전하게 막혀있다. 그저 비탈진 내리막길을 묵묵히 내려갈 수밖에 없다. 이러한 산길은 20분 넘게 계속된다.

 

 

 

산행날머리는 상천리주차장(원점회귀)

지루한 산길에 욕지거리라도 나올 즈음이면 아래를 향해 길게 놓인 나무계단이 나타나고, 이어서 15분 정도를 더 걸으면 맑은 물이 흐르고 있는 계곡이 나타난다. 요 아래에 있는 용담폭포의 수원(水原)인 정낭골이다. 산길은 잠깐 동안 정낭골을 따른다. 그러다가 다시 계곡과 헤어져 산의 사면(斜面)을 옆으로 꿰며 이어지더니 잠시 후에는 산행을 시작하면서 헤어졌던 용담폭포 앞 갈림길에 내려서게 된다. 산행이 종료되는 상천리주차장은 이곳에서도 다시 15분 정도를 더 내려가야 만나게 된다. 오늘 산행은 총 5시간이 걸렸다. 그러나 간식을 먹느라 쉬었던 시간을 감안할 경우, 순수 산행시간은 4시간20분 정도가 걸린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