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락산(道樂山, 964m)
산행일 : ‘14. 6. 6(금)
소재지 : 충북 단양군 단성면과 대강면의 경계
산행코스 : 상선암주차장→상선암→제봉(弟峰)→도락산삼거리→신선봉→도락산→도락산삼거리→채운봉→큰선바위→상선암주차장(산행시간 : 4시간10분)
함께한 산악회 : 기분좋은 산행
특징 : 온통 바위로 덮여있다는 표현이 제격인 산이다. 때문에 등산로가 기암괴석(奇巖怪石) 사이사이로 날 수밖에 없고, 그 길은 좁으면서도 가파르다. 위험한 구간이 많음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 것이다. 그러나 대신 제대로 스릴(thrill)을 맛볼 수 있으니 까짓 약간의 위험을 마다할 이유는 없다. 거기다 바위산의 특징대로 멋진 경관(景觀)과 탁 트인 조망(眺望)까지 보여주니 한마디로 뛰어난 산이라고 볼 수 있다. ‘도락산(道樂山)이라는 이름값을 톡톡히 하고 있는 산이라는 말이다.
▼ 산행들머리는 상선암주차장(단양군 단성군 가산리 882 : 선암계곡로 790)
중앙고속도로 단양 I.C에서 내려와 5번 국도를 타고 제천방면으로 달리다가 북하삼거리(단성면 북하리)에서 좌회전하여 충주호(忠州湖) 쪽으로 들어간다. 이어서 충주호를 가로지르는 우화교(橋)를 건너자마자 우화삼거리에서 좌회전하여 들어가면 얼마 지나지 않아 상선암휴게소에 이르게 된다. 휴게소 조금 위에 있는 다리를 건너면 ‘상선암주차장’이 나오는데 산행은 이곳에서 시작된다. 참고로 단양팔경(丹陽八景)의 대미 제8경인 상선암(上仙岩)은 이 다리에서 약 200m쯤 상류로 거슬러 올라가는 곳에 위치하고 있다. 상선암은 비록 크고 널찍한 바위는 없으나 작고 올망졸망한 바위들이 서로 모여 소박하고 정겨운 풍경을 만들어 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암반(巖盤)을 따라 흐르는 물줄기가 무지개다리 아래로 떨어지는 광경이 가히 한 폭의 그림을 만들어 낸다는 것이다. 상선암이라는 이름은 조선 명종 때 우암 송시열의 수제자였던 수암 권상하(遂菴 權尙夏)가 지었다고 전한다.
▼ 주차장을 빠져나와 아스팔트 포장도로를 따라 상선마을로 올라가면서 산행이 시작된다. 길 주변에 식당을 겸한 민박(民泊)집들이 여럿 보이고, 거기에다 카페까지 들어서있는 것을 보면 상선마을은 이미 한적한 산골마을이 아니었다. 어엿한 관광지(觀光地)로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올라가는 길에 주인할머니께 여쭤보니 손수 두부를 만드신단다. 솜씨도 엿볼 겸 하산 길에 들러 두부와 ‘도락산막걸리’를 주문해 보았다. 그러나 아쉽게도 맛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양념장을 묻히지 않아도 될 정도로 두부가 짠 덕분에 고소한 맛을 잃어버린 것이다. 아마 성수기(盛需期)가 아니라서 보관하기 쉽게 간을 하다 보니 너무 짜진 게 아닌가 싶다. 참고로 음식점에서는 음식을 주문할 경우 산행에서 흘린 땀을 씻을 수 있는 편의를 제공하고 있다.
▼ 산행을 시작한지 5분쯤 지나면 길이 세 갈래(이정표 : 도락산/ 도락산(상선암)/ 송림사/ 주차장)로 나뉜다. 정상으로 올라가는 길이 두 갈래로 나뉘지만 곧장 정상으로 향하지 않고 상선암(上禪庵)을 거쳐 가기로 한다. 조금 후에 두 길이 다시 만나기도 하지만, 의상(義湘)대사가 창건(創建)했다는 고찰(古刹)에 들러보기 위해서이다. 참고로 이곳에서 도락산 방향으로 약간 올라가면 다시 Y자 형의 삼거리가 나오는데, 왼쪽 방향으로 진행할 경우에는 상선암 앞에서 아까 헤어졌던 상선암 경유 길과 다시 만나게 되고, 오른편은 채운봉을 거쳐 정상으로 오르는 길이다.
▼ 삼거리에 2~3분만 걸으며 한국불교태고종(韓國佛敎太古宗)의 말사(末寺)인 상선암(上禪庵)이다. 상선암은 화엄종의 창시자인 의상(義湘)대사가 창건한 사찰로서 당시에는 선암사(仙巖寺)라 불리었다. 조선 순조(1822년)와 철종(1857년) 때에 중수(重修)를 하였으나 1910년에 대웅전이 헐리는 등 거의 폐허(廢墟)화된 것을 1956년 대웅전을 다시 세우면서 이때 이름도 상선암으로 고쳐 불렀다고 한다. 그런 탓인지 천년고찰(千年古刹)임에도 불구하고 당우(堂宇)는 보잘 것이 없다. 사찰(寺刹)의 멋을 보여주는 건물이라곤 6칸의 맞배집인 대웅전 하나뿐, 나머지 건물들은 일반 여염집의 외양(外樣)을 하고 있을 따름이다. 참고로 이곳 상선암은 숙종 때 좌의정을 지냈던 권상하(權尙夏)가 공부했던 곳으로 유명하다. 그는 이곳에서 크게 깨달음 얻어 스승인 송시열로부터 아낌을 받았다고 한다.
▼ 정상으로 올라가는 길은 여염집을 닮은 요사채(寮舍)의 옆에서 열린다. 들머리에 이정표(도락산 3.0Km/ 상선암주차장 0.3Km)가 세워져 있으니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가파른 산길이 시작부터 사람들의 기(氣)를 죽인다. 어쩌면 오늘 산행이 만만치 않을 것임을 미리 알려주고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 산자락으로 접어들어 12~3분쯤 오르면 철계단이 나타나면서 바윗길이 시작된다. 이어지는 산길은 앞을 가로막고 있는 바위들을 우회(迂廻)하거나 그러지도 못할 경우에는 아예 바위를 넘어 가면서 진행하게 된다. 바윗길이 경사(傾斜)까지 가파르다보니 안전(安全)이 염려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걱정할 필요까지는 없다. 조금만 위험하다고 생각되는 곳에는 어김없이 철제(鐵製)로 계단이나 난간을 만들어 놓았기 때문에 조금만 조심하면 별 어려움 없이 통과할 수 있기 때문이다.
▼ 바윗길에서 스릴을 즐기며 20분 정도 오르면 주능선(이정표 : 도락산 2.2Km/ 상선암 주차장 1.1Km) 위에 올라서게 된다. 능선에 올라서면 경사(傾斜)는 일단 수그러든다. 그러나 바윗길은 더욱 험해진다. 여전히 계속되는 바윗길이 그 폭(幅)이 좁은데다가 사면(斜面)이 깎아지른 절벽으로 이루어진 것이다. 험한 바윗길이 다소 겁나기도 하지만 대신 훌륭한 눈요깃감들이 이를 보상해주기 때문에 섭섭해 할 필요는 없다. 능선의 곳곳을 차지하고 있는 노송(老松)들은 물론이고, 바위의 갈라진 틈새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 가냘픈 소나무들도 등산객들의 시선을 빼앗기에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 그 소나무들은 생김새까지도 수려(秀麗)하다. 한마디로 ‘자연이 만들어낸 분재(盆栽)’이다.
▼ 제봉으로 향하는 능선은 작은 오르내림을 반복하면서 서서히 고도(高度)를 높여간다. 다행이도 능선은 바윗길만 계속되지는 않는다. 바윗길과 흙길이 번갈아가며 나타나는 것이다. 능선에 올라서서 15분 남짓 걸으면 길이 두 갈래로 나뉜다. 능선으로 곧장 올라가는 길 외에도 왼편으로 우회(迂廻)하도록 사면(斜面)길이 나 있다. 생각할 것도 없이 곧장 능선으로 치고 오른다. 이런 곳은 대부분 내가 좋아하는 바윗길이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능선 위는 멋진 바윗길이었다.
▼ 길지 않은 바윗길에 이어 너덜길 비슷한 비탈진 구간을 치고 오르면 15분 정도 후에는 이정표(도락산 1.5km/ 상선암주차장 1.8km)가 있는 전위봉이다. 혹시 이곳이 제봉이 아닐까 생각했는데 제봉의 정상은 이곳에서 100m쯤 더 가야 만날 수 있었다. 제봉 정상은 무심코 지나치기 십상이다. 제봉 정상의 바로 아래에서 길이 오른편으로 휘었기 때문이다. 나도 역시 아무 생각 없이 지나치다가 인기척이 느껴져 고개를 돌려보니 이정표(도락산 1.4km, 신선봉 1.0km/ 상선암주차장 1.8km) 앞에서 메모(memo)를 하고 있는 사람이 눈에 들어온다. 혹시나 하고 올라보니 제봉 정상이 아니겠는가. 제봉 정상은 의외로 평범한 흙봉우리이다. 이곳으로 올라올 때 지났던 능선들이 과연 바위능선이 맞는지 의구심이 들 정도로 말이다. 만일 이정표에 제봉이라고 적혀있지 않았더라면 아무도 이곳이 제봉인지 눈치 채지 못할 것이다. 산행들머리에서 제봉까지는 1시간10분이 걸렸다.
▼ 제봉에서 오른편으로 난 내리막길을 따라 도락산으로 향한다. 능선은 초반에 잠깐 흙길로 이어지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바윗길로 변한다. 그러다가 멋진 바위봉우리 위로 올라서게 된다. 어쩌면 형봉(兄峰)이 아닐까 싶다. 형봉은 아까 지나왔던 제봉과는 영 딴판이다. 정상을 차지하고 있는 거대한 바위는 그 생김새부터가 범상치 않고, 그것도 부족했던지 주변의 낙락장송(落落長松)들까지 구색을 맞추고 있다. 한 폭의 동양화를 그려내기에 조금도 부족함이 없을 정도이다.
▼ 오른편으로 고개를 돌리면 하산 길에 만나게 될 채운봉과 검봉이 보인다.
▼ 형봉에서 가파르게 내려서면 능선안부에서 삼거리를 만나게 된다. ‘도락산삼거리’인데 도락산 정상은 이곳에서 직진해야 한다. 그러나 도락산 정상을 오른 후에는 다시 이곳으로 되돌아 나와야만 한다. 산행을 시작했던 상선암주차장으로 원점회기 하려면 이곳에서 채운봉을 거쳐 상선암으로 내려가야 하기 때문이다.
▼ ‘도락산삼거리’에서 도락산 정상으로 가는 길이 오늘 산행의 하이라이트(highlight)이다. 삼거리에서 맞은편에 보이는 봉우리를 사면(斜面)길로 우회(迂廻)한 뒤, 산뜻한 나무계단을 밟고 올라서면 12분 후에는 마당바위이다.
▼ 얼마나 넓으면 마당바위라는 이름까지 얻게 되었을까? 이름 그대로 마당바위는 100명도 훨씬 넘는 인원들이 한꺼번에 둘러앉아도 될 만큼 넓었다. 신선봉이라는 다른 이름으로도 불리는 마당바위의 중간에는 직경이 1m쯤 되는 웅덩이가 하나 파여 있다. 숫처녀가 물을 퍼내면 금세 소나기가 쏟아져 다시 물을 채운다는 전설(傳說)이 담긴 바위연못이다. 우리가 올라간 때에도 연못에는 제법 많은 양의 물이 고여 있었다. 그러나 손이나 발을 담가보는 것은 금물, 오랜 가뭄 탓인지 녹조(綠潮 : water-bloom)현상을 보이고 있는 물은 탁하기까지 했기 때문이다.
▼ 마당바위는 오늘 산행에서 가장 뛰어난 조망(眺望)을 자랑한다. 왼편에 어렴풋이 보이는 것은 어쩌면 광덕암일 것이다. 광덕암은 옛 대궐터로 박혁거새가 금수산에서 태어난 후 현재의 광덕암 터에서 정사(政事)를 펼쳤다는 전설(傳說)이 전해지는 곳이다. 그리고 고개라도 들라치면 황정산과 수리봉, 문수봉, 용두산 등이 그림처럼 펼쳐진다.
▼ 마당바위에서 도락산 정상은 20분 정도의 거리이다. 이어지는 멋진 바윗길을 걷다보면 10분 후에는 내궁기갈림길(이정표 : 도락산 0.3Km/ 내궁기 1.4Km/ 도락산삼거리 0.3Km)에 이르게 되고, 곧이어 나타나는 나무다리(木橋)를 건넌 후 맞은편 산자락을 치고 오르면 도락산 정상에 올라서게 된다.
▼ 도락산 정상은 의외의 풍경(風景)을 보여준다. 내내 바윗길로만 이어지던 산길이 갑자기 흙길로 변하더니 정상 역시 흙으로 이루어진 밋밋한 봉우리로 나타난 것이다. 정상으로 올라오는 길에 만났던 울퉁불퉁한 근육질의 바윗길이 과연 사실이었을까 하는 의문이 들 정도이다. 색다른 눈요깃거리도 없음은 물론이다. 검은 오석(烏石)으로 만든 충청북도 특유의 정상표지석과 나무의자 몇 개를 제외하고는 볼품이 없다. 정상은 어수선하다는 생각까지 든다. 정상을 빙 둘러싸고 있는 각종 안내판 들이 너무 많아서 차라리 없는 것만도 못하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거기다 잡목(雜木)으로 둘러싸여 있기 때문에 조망(眺望)까지도 트이지 않는다.
▼ ‘도락산삼거리’로 되돌아 나와 이번에는 왼쪽으로 방향을 잡는다. 채운봉을 거쳐서 상선암으로 내려가는 길이다. 채운봉으로 향하면 곧 봉긋하게 솟아있는 채운봉이 앞에 나타나면서 가파른 내리막길이 시작된다. 이어서 경사(傾斜)가 가파른 오르내림이 반복되는데, 짜릿한 스릴(thrill)을 만끽할 수 있는 구간이다. 길은 칼처럼 삐죽삐죽 솟은 바위 사이를 요리조리 파고들어 만들어져 있다. 발 하나 디딜 평평한 공간이 없을 정도로 능선의 양쪽 사면(斜面)이 날카롭다. 바위에 박아 만든 쇠(鐵)난간이 없다면 도저히 걸을 수 없을 정도로 경사가 급하고 험하다. 그러나 그 난간을 잡고 오르내리는 맛은 제법 쏠쏠하다. 그 덕분에 위험하다는 생각은 아예 비집고 들어올 틈조차도 없다.
▼ 도락산은 소백산(1,440m)과 월악산(1,093m) 중간에 있는 바위산으로 산자락 일부가 월악산국립공원 안에 들어 있다. 도락산은 사방이 바위 천지이다. 시선을 드는 곳마다 온통 바위뿐이라는 얘기이다. 당연히 주위 경관이 빼어날 수밖에 없다. 하긴 나라에서 보증하는 아름다움이 아니겠는가. 이곳이 월악산국립공원(國立公園)에 포함되어있는 것을 보면 말이다. 때로는 삐죽하게 솟아오르기도 하고, 또 어떤 때는 묵직한 모습 그대로를 보여주는 바위능선은 화강암(花崗巖:granite)과 편마암(片麻岩:gneiss)으로 이루어졌다. 그 바위들이 주변의 노송(老松)들과 어우러지며 기막힌 아름다움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 짜릿한 스릴(thrill)을 즐기면서 바윗길을 오르내리다보면 7분 후에는 철다리를 만나게 되고, 다시 10분쯤 더 걸으면 채운봉에 올라서게 된다. 채운봉은 작은 공터일 뿐 별다른 특징이 없다. 물론 이곳이 채운봉이라는 아무런 표식(表式)도 눈에 띄지 않는다. 그래도 특징 하나를 꼭 들어보라면 정상에서 몇 걸음 더 진행하면 나타나는 말안장을 닮은 바위를 꼽고 싶다. 심심풀이로 말을 타듯이 바위 위에 걸터앉으면 조망(眺望)이 시원스럽다. 바위 너머에 월악산 국립공원을 형성하고 있는 산군(山群)들이 첩첩이 쌓여있다.
▼ 채운봉을 지나서도 짜릿한 바윗길은 계속된다. 채운봉에서 내려오는 길은 한마디로 간담이 서늘한 길이다. 그만큼 경사(傾斜)가 가파른 바윗길이란 얘기이다. 날머리인 상선마을의 표고(標高)는 254m이다. 그런데 도락산의 정상 높이가 964m이니 그 차(差)는 700m가 넘는다. 어지간한 1,000m급의 높은 봉우리를 오른 것과 마찬가지인 것이다. 그 표고차를 줄이면서 내려가다 보니 이렇게 날이 선 바윗길이 연속될 수밖에 없는 모양이다. 이런 곳에서는 방심은 금물(禁物), 쇠(鐵)난간을 붙잡는 손에 힘을 주어야함은 물론이고, 내려딛는 발걸음마다 주의를 게을리 해서도 안 된다. 그러나 위험한 한편으론 재미가 쏠쏠하기도 하다. 쇠(鐵)난간을 잡고 내려오면서 느끼는 스릴이 말초신경(末梢神經)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는 얘기이다. 요즘 부쩍 암릉산행에 재미를 붙이기 시작한 집사람도 흥이 난 모양이다. 지금쯤 무릎이 아프다고 징징거려야 할 시간인데도 콧노래까지 흥얼거리며 내려가고 있는 것을 보면 말이다.
▼ 채운봉에서 내려오는 바윗길, 바라보기만 해도 간담이 서늘해진다.
▼ 채운봉에서 내려섰다가 다시 가파른 오르막길을 짧게 치고 오르면 흔들바위(이정표 : 상선암주차장 2.2km/ 도락산 1.3km)이다. 채운봉에서 20분 정도의 거리이다. 로프로 만든 난간의 너머에 보이는 널찍한 바위가 흔들바위란다. 제법 크고 옆으로 퍼지기까지 한 바위지만 힘을 가하면 쉽게 흔들린다고 한다. 요즘 부쩍 장난치기 좋아하는 집사람이 난간 밖으로 넘어갈 생각을 하지 않는다. 설마 저게 흔들릴 리가 있겠냐는 생각도 있었겠지만 생김새가 별로인 것이 일부러 넘어갈 마음을 없애버린 모양이다.
▼ 흔들바위 바로 위에서 길이 두 갈래로 나뉜다. 그냥 오른쪽으로 난 사면(斜面)길을 따른다. 능선으로 난 길은 탐방로가 아니라며 길을 막아놓았기 때문이다. 능선을 따라 올라가면 만나게 되는 봉우리가 검봉일 것이다. 흔들바위에서 20분 남짓 걸으면 큰선바위이다. 사면(斜面)의 탐방로를 따라 얼마간 걸으면 검봉(?)에서 내려오는 갈림길(이정표 : 상선암주차장 2.0km/ 도락산 1.5km/ 탐방로 아님)을 만나게 되고, 이어서 산길은 가파른 내리막길로 변한다. 흙길이 가파르기까지 하다 보니 조금은 부담스러웠던가 보다. 길게 침목(枕木)계단이 놓여있는 것을 보면 말이다. 이곳뿐만이 아니다. 산길이 대부분 이렇게 가파르다보니 곳곳에 이런 침목계단과 나무계단을 만들어 놓았다. 내려가는 길에도 눈요깃거리는 끊이지 않고 나타난다. 잘생긴 노송(老松)이 길가에 나타나는가 하면 도락산의 서슬 시퍼런 암릉이 한눈에 들어오는 멋진 조망처가 심심찮게 나타나는 것이다.
▼ 가끔 오른편으로 시야(視野)가 터지는데, 아까 지나갔던 제봉의 능선을 이루고 있는 서슬 시퍼런 암릉이 눈앞에 펼쳐진다.
▼ 흔들바위를 출발해서 20분 남짓 내려오면 큰선바위(이정표 : 상선암주차장 1.5Km/ 도락산 2.0Km)에 이르게 된다. 이어서 10분 정도 더 걸으면 작은선바위(이정표 : 상선암주차장 1.0Km/ 도락산 2.5Km)이다. 30분 정도 걸리는 제법 먼 거리이지만 지루하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그만큼 눈요깃거리가 많다는 의미일 것이다. 큰선바위와 작은선바위는 길가에 뾰쪽하면서도 거대한 바위가 하나씩 놓여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왜 ‘놓여있다’라는 표현을 썼는가하면 바위를 제외하고는 주위가 온통 흙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다. 마치 어디선가 바위가 날아와 이곳에 똑 떨어진 형상이라고 생각한다면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 산행날머리는 상선암주차장(원점회귀)
작은선바위에서 6분쯤 더 내려오면 물기 하나 없는 건천(乾川)을 가로지르는 철다리(이정표 : 상선암주차장 0.7km/ 도락산 2.8km)를 만나게 되고, 이곳에서부터 산길은 갑자기 넓어진다. 그리고 저만큼 아래에 상선마을이 나타난다. 길가에 잘 지어진 전원주택들을 구경하며 널따란 임도(林道)를 10분 조금 못되게 걸어 내려오면 제봉으로 올라가는 길과 나뉘는 삼거리에 이르게 되고, 5분 후에는 아침에 산행을 시작했던 상선암주차장에 이르게 되면서 산행이 종료된다. 총 소요시간은 4시간10분이 걸렸다. 중간에 막걸리를 마시느라 잠깐 쉬었지만 10분이 채 안되니 이를 감안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 에필로그(epilogue) : 우암 송시열은 '깨달음을 얻는 데는 나름대로 길(道)이 있어야 하고, 거기에는 또한 즐거움(樂)이 뒤따라야 한다'는 뜻으로 도락산(道樂山)의 이름을 지었다고 한다. 산행 하나에도 깨달음의 길이 있단다. 그렇다면 난 그동안 어떠한 산행을 해왔을까? 아무래도 산을 오르내리기에 급급했었던 게 아닐까 싶다. 별 생각 없이 산을 대했던 것 같아 왠지 부끄러워진다. 그러나 우암이 말한 하나는 지켰던 것 같아 나도 모르게 가슴을 쓸어내린다. 바로 즐거움이다. 어느 산이건 산에 오를 때마다 즐거움을 느껴오기 때문이다. 오늘 오른 도락산도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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