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단산(金丹山, 768.2m) - 덕가산(德加山, 693m)

 

산행일 : ‘14. 1. 26()

소재지 : 충북 보은군 산외면과 괴산군 청천면, 청원군 미원면의 경계

산행코스 : 싸리재주봉체메기고개신선봉금단산임도덕가산급경사능선사담교(산행시간 : 5시간)

함께한 산악회 : 기분좋은 산행

 

특징 : 금단산과 덕가산, 그리고 주봉과 신선봉은 산이 위치한 곳을 떠올릴 경우에는 바위산일 것이라고 추측하는 게 보통일 것이다. 조령산과 낙영산, 도명산, 속리산 등 근처의 산들이 하나같이 남성미(男性美)가 물씬 넘치는 근육질의 바위산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의외로 4개 산 모두 전형적인 흙산(肉山)들이다. 덕분에 금단산 정상에서의 조망(眺望)을 제외하고는 특별한 볼거리가 하나도 없다. 때문에 금단산을 제외하고는 구태여 오를 필요가 없는 산들이다. 특별히 오지(奧地)산행을 즐기는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말이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이 금단산을 제외한 다른 산들은 정상표지석이나 이정표 하나 없이 방치된 채로 버려져 있다.

 

 

산행들머리는 싸리재(보은군 산외면과 청원군 미원면의 경계인 고갯마루)

청원-상주고속도로 보은 I.C에서 내려와 19번 국도를 타고 괴산(보은) 방면으로 달리다가 봉계1교차로(交叉路 : 보은읍 학림리)에서 575번 지방도로 옮겨 산외면방향으로 들어가면 원평삼거리(산외면 탁주리)에 이르게 된다. 이곳 삼거리에서 좌회전하여 청천면 방향으로 들어가면 얼마 지나지 않아 산행 들머리인 원평교()에 이르게 된다. 원평교를 건너서 조금 더 올라가면 청원군 미원면(계원리)과 보은군 산외면(원평리)이 머리를 맞대고 있는 고갯마루에 올라서게 된다. 산행들머리인 싸리재이다.

 

 

 

산행들머리는 고갯마루에서 보은군 방향으로 50m정도 떨어진 곳에서 오른편으로 열린다. 시멘트로 포장된 임도(林道)로 들어서자마자 곧바로 산비탈을 치고 오르면서 산행이 시작되는 것이다. 산길은 시작부터 사람의 기()를 죽여 놓고 본다. 산으로 들어서자마자 가파른 오르막길이 시작되는 것이다. 쉽게 누그러지지 않던 산길이 산행을 시작한지 10분을 조금 넘기면서 갑자기 그 기세(氣勢)를 뚝 떨어뜨린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언제 그랬냐는 듯이 산길은 다시 가파름으로 되돌아가 버린다. 그렇게 능선 상에 있는 봉우리 두어 개를 넘으면서 정상을 향해 고도(高度)를 높여가는 것이다.

 

 

 

능선을 따라 걷다보면 오른편으로 시야(視野)가 열린다. 벌목(伐木)을 한 모양이다. 건너편에 보이는 또 다른 능선이 주봉의 정상을 향해 달려오고 있는 것이 보인다. 혹시 계획대로 원평교에서 산행을 시작했더라면 저 능선을 따라 올라왔을지도 모르겠다. 산행을 시작한지 40분 정도가 되면 주봉의 정상에 도착한다.

 

 

 

아무런 특징(特徵)도 보여주지 못하는 주봉의 정상에는 정상표지석 대신에 판자(板子)로 만든 정상표지판이 나무에 매달려 있다. 어제 주마산에서도 만났던 것이 인연으로 작용했던지 부쩍 친근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오지(奧地)의 산에 오를 때마다 자주 접하게 되는 대구 신암산악회의 김문암씨가 직접 판각(板刻)한 작품인 것이다. 주봉 정상에서는 머무름을 사양하고 그냥 발걸음을 옮긴다. 조망(眺望)까지도 트이지 않는 곳에서 더 이상 머물러야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주봉에서 신선봉으로 향하는 능선은 끝없는 내리막길의 연속이다. 그리고 그 내리막길은 경사(傾斜)가 가파르기까지 하다. 다음에 올라야할 신선봉(644m)이 조금 전에 올랐던 주봉(583m)보다 더 높은데도 자꾸만 고도(高度)를 떨어뜨리고 있는 능선이 밉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능선은 계속해서 가파르게 고도를 낮춘다. 다시 올라가야할 높이가 자꾸만 늘어나는 것이다. 능선을 따라 내려오다 보면 혹시 내가 이념(理念)의 현장에 들어온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능선을 기준으로 왼편 사면(斜面)은 온통 낙엽송(落葉松 : 일본이깔나무)들이 독차지하고 있고, 오른편 사면은 참나무들의 세상인 것이다.

 

 

 

 

이제나저제나 내리막길이 끝나기를 학수고대하며 30분 정도를 내려서면 드디어 능선안부를 가로지르는 임도(林道)에 내려서게 된다. 체메기고개이다. 고갯마루의 오른편 숲속에 숨어있는 작은 마을은 보은군의 대표적 오지(奧地)마을 중의 하나인 체메기 마을이다. 아까 내려오는 길에 보았던 철망(鐵網)으로 된 담장과 철망에 걸려있던 임산물 체취 금지경고(警告) 플래카드(placard)는 저 마을 사람들이 설치해 놓았던 모양이다.

 

 

 

체메기고개를 가로질러 맞은편 능선으로 올라서서 신선봉으로 향한다. 산길은 초입부터 가파르게 시작된다. 숨이 턱에 차오를 정도로 힘들게 가파른 능선을 치고 오르면 잣나무 숲이 나타난다. 길 찾기에 주의가 필요한 지점이다. 길의 흔적이 희미하기 때문에 눈어림만으로 진행방향을 잡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곳에서는 잣나무 숲속으로 들어가지 말고 왼편으로 방향을 틀어 능선을 치고 올라야 한다. 진행방향에 자작나무를 닮은 나무숲이 보이니 참조하면 된다.

 

 

 

체메기고개에서 35분 정도를 힘겹게 오르면 드디어 신선봉 정상이다. 신선봉 정상도 역시 가슴에 담아둘만한 볼거리는 제공하지는 못한다. 밋밋한 흙봉우리인데다 조망(眺望)까지도 트이지 않기 때문이다. 정상에는 아까의 주봉에서와 마찬가지로 대구의 김문암씨가 제작한 정상표지판이 매달려 있을 따름이다. 구태여 주봉과 다른 점을 찾으라고 한다면 이곳에는 신선봉길(1.47Km)을 걷을 때 소모되는 칼로리를 적어 놓은 안내판이 하나 더 세워져 있다는 것이다. 남녀별, 체중별로 구분해 놓은 안내판에 따르면 난 370KCal가 소모될 모양이다. 신선봉 정상에서 길은 세 갈래로 나뉜다. 금단산으로 가는 길이 그 하나이고, 두 번째는 주봉에서 이곳으로 왔던 길, 그리고 나머지 하나는 미원면과 청천면의 경계를 가르는 산줄기이다. 참고로 이곳 신선봉은 최치원 선생이 잠시 머물렀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신선봉에서 금단산으로 향하는 길은 급경사(急傾斜) 내리막길로 시작된다. 오늘 산행에서 경사가 가장 가파른 구간일 것이다. 때문에 오늘 산행에서 유일하게 안전로프가 매달려 있다.

 

 

 

신선봉에서 일단 고도(高度)를 낮춘 다음에는 큰 어려움 없이 산행을 즐길 수가 있다. 비록 봉우리 몇 개를 오르내리기는 하지만 경사(傾斜)가 심하지 않기 때문이다. 짧게 내려섰다 길게 오르기를 반복하면서 서서히 고도를 높여가는 것이다.

 

 

 

 

 

 

흙으로 이루어진 전형적인 육산(肉山)임에도 불구하고 능선에는 가끔 바위들이 나타나기도 한다. 절편(切片)이 진 암석(巖石)들이다.

 

 

신선봉에서 내려서서 676, 711봉 등 능선상의 봉우리 몇 개를 오르내리며 서서히 고도(高度)를 높여가다보면 50분 후에는 금단산 정상에 올라서게 된다. 능선 상에 날카롭게 솟아오른 흙봉우리인 금단산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무인산불감시탑이다. 가장 높은 곳에 감시탑이 세워져 있는 탓이다. 감시탑 옆에는 삼각점(속리26/1982재설)이 심어져 있다. 그러나 윤기가 도는 오석(烏石)의 정상표지석은 감시탑 아래에 있는 헬기장의 끄트머리에서 웅크리고 앉아있다.

 

 

 

 

 

금단산 정상에서의 조망은 한마디로 일망무제(一望無題)이다. 사방으로 시야(視野)를 가로막을 만한 장애물이 일절 없기 때문이다. 역시 산이 많은 곳답게 사방으로 수많은 산봉(山峰)들이 파노라마(panorama)를 연출하고 있다. 조봉에서 낙영산을 거쳐 가령산으로 이어지는 산줄기가 수려하고, 도명산과 군자산, 백악산 등 주위를 감싸고 있는 암봉들이 더할 나위 없이 정겹게 다가온다.

 

 

 

 

덕가산으로 가는 길은 감시탑 뒤에 있는 삼각점 근처에서 열린다. 삼각점 근처에 ‘C코스라고 적힌 이정표가 세워져 있으니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덕가산으로 방향을 잡으면 가파른 내리막길이 길손을 맞는다. 안전시설이 없는 내리막길을 10분 정도 조심스럽게 내려서면 임도사거리이다. 이곳에서 오늘 산행 중 처음으로 이정표(신월리 4.9km/ 상신리 4km/ 활목고개 2.8km)를 만나게 된다. 임도(林道)는 사거리임에도 불구하고 이정표는 세 곳의 방향만 표시하고 있다. 금단산 방향표시판은 떨어져 나간 모양이다. 그런데 막상 가려고하는 덕가산은 보이지 않고, 대신 덕가산 위치한 방향에 상신리라고 쓰인 표시판이 붙어있다. 아마 덕가산을 거쳐 상신리까지 가는 거리인 모양이다.

 

 

 

 

 

임도에서 가파른 오르막길을 20분 남짓 치고 오르면 가장 먼저 만나는 게 731봉이다. 먼 길을 걸어왔을 사람들을 배려해서인지 고맙게도 산길은 731봉의 정상을 오르지 않고 왼편 사면(斜面)으로 우회(迂廻)를 시키고 있다. 이어서 지금은 사용하고 있지 않은 듯한 헬기장을 지나면 갈림길이 나온다. 임도에서 35분 정도 되는 지점이다. 하산지점인 사담교로 가려면 이곳에서 왼편으로 진행해야 하기 때문에 덕가산을 답사한 후에는 다시 이곳으로 되돌아와야 한다.

 

 

 

 

 

갈림길에서 짧게 떨어졌다가 그다지 가파르지 않는 능선을 다시 치고 오르면 덕가산 정상이다. 덕가산 정상도 아무런 볼 것이 없다. 그저 밋밋하게 솟아오른 산등성이에 불과할 따름인 것이다. 조망(眺望)까지도 트이지 않으니 오래 머무를 필요는 없다. 아까 신선봉과 주봉에서 보았던 김문암씨가 붙여 놓은 정상표지판만 카메라에 담고 발걸음을 돌린다. 갈림길에서 정상까지 왕복하는 데는 15분 정도가 걸렸다. 참고로 덕가산은 솟굼산이라는 다른 이름도 갖고 있다.

 

 

 

 

다시 갈림길로 되돌아와 사담리 방향으로 내려선다. 처음에는 완만(緩慢)하게 이어지던 산길이 20분쯤 지난 지점에서 왼편으로 갈림길 하나를 분가시키더니 갑자기 가팔라지기 시작한다. 노송(老松)들이 군락(群落)을 이루고 있는 지역만 해도 그나마 괜찮은 편이다. 노송군락을 지나면 바윗길이 시작되는데 내려서기가 여간 사나운 게 아니기 때문이다. 경사(傾斜)가 보통이 아닌데다가 작은 절편(切片)들로 이루어진 바위 위에 두텁게 쌓인 떡갈나무 잎들로 인해 엄청나게 미끄럽기까지 한 것이다. 최소한 서너 번의 엉덩방아를 찧지 않고는 결코 내려올 수 없는 구간이다.

 

 

 

 

산행날머리는 사담교(沙潭橋 : 사담리 공림사 입구)

바윗길 비탈능선은 지루할 정도로 오랫동안 이어진다. 능선의 양 옆은 벼랑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다른 길을 찾아볼 수도 없으니 그저 묵묵히 능선을 따라 내려설 따름이다. 그러다가 신월천() 가에 내려서면서 고개를 갸웃거리게 된다. 길이 끊어져 버리는 것이 아무래도 길을 잘못 들었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아무래도 바윗길이 시작되기 전에 오른편으로 내려가는 길이 있었던 모양이다. 이는 산행이 종료되는 사담교 근처에서 확인되었다. 오른편에 덕가산으로 오르는 산길이 확실하게 나타나고 있었던 것이다. 코스를 잘못 잡은 덕분에 능선을 내려와서도 신월천을 1Km이상 거슬러 올라와야만 사담교에 이르게 된다. 덕가산 갈림길에서 사담교까지는 1시간10분 정도가 걸렸다. 산행이 종료되는 사담(沙潭)마을엔 마을 이름에 얽힌 전설(傳說) 하나가 전해져 내려온다. 사담마을의 이름에 모래 사()자와 연못 담()자가 들어가 있지만 사실 이 마을에는 모래나 연못이 없다고 한다. 이는 마을을 마주보고 있는 낙영산이, 마치 용()이 마을을 공격할 듯이 내려다보고 있는 형상이라서, 공림사 입구에 두꺼비 바위를 만들어 먹이를 마련해 주고 그래도 못 믿기어서 뱀()이 싫어하는 모래와 연못을 마을 이름에 넣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