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봉산(五峰山, 324m)

 

산행일 : ‘14. 3. 16()

소재지 : 전남 보성군 득량면

산행코스 : 오봉산주차장도새능조새바위칼바위청암마을 갈림길오봉산용추폭포칼바위주차장(산행시간 : 3시간10)

함께한 산악회 : 월산악회

 

특징 : 오봉산은 고작 300m 내외에 불과한 작은 봉우리들로 연결된다. 만일 이 산이 내륙(內陸)에 있었다면 숫제 야산 취급을 받았을 것이 당연하다. 그러나 막상 산에 올라보면 왜 이산이 많은 사람들로부터 각광을 받고 있는지 확실히 알게 된다. 다섯 개의 바위봉우리들은 온통 기암괴석(奇巖怪石)들로 이루어졌고, 예당간척지(干拓地) 평야와 득량만의 모습이 마치 한 폭의 수채화(水彩畵)처럼 펼쳐지는 것이다. 거기다 등산로 곳곳에서 신비로운 돌탑까지 만나게 되니, 사시사철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라 할 것이다. 한마디로 득량만() 가에 조용히 숨어 있는 보석같은 산이다.

 

 

산행들머리는 오봉산주차장(득량면 해평리 산 71-1)

순천-영암고속도로 벌교 I.C에서 내려와 2번 국도 보성방면으로 달리다가 군두사거리(득량면 송곡리)에서 좌회전 845번 지방도로 갈아타고 들어가면 득량면의 소재지인 오봉리에 이르게 된다. 이곳 오봉리의 GS칼텍스주유소 앞 삼거리에서 좌회전하여 851번 지방도로 옮겨 들어가다 잠시 후에 만나게 되는 해평교()를 건너자마자 우회전, 이어서 서부지방산림청 근처에서 이번에는 좌회전하여 기남길로 들어서면 해평저수지 아래 오봉산주차장에 이르게 된다. 오늘 산행이 시작되는 곳이다.

 

 

 

주차장에서 냇가와 평행선을 그리며 난 길(기남길)를 따라 걸어 내려가면서 산행이 시작된다. 2분쯤 걸으면 농가(農家)를 만나게 되는데, 농가 바로 직전에 오른편으로 산길이 나있다. 들머리에 이정표(칼바위 등산로)가 세워져 있으니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산길로 접어들면 가장 먼저 길손을 맞는 것은 울창하게 우거진 편백나무 숲이다. 편백나무 아래로 난 길로 들어서는데 문득 왠지 오늘은 행복한 산행이 될 것만 같다.’는 생각이 떠오르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 아마 편백나무의 영향이 아닐까 싶다. 산행을 시작하자마자 피톤치드(phytoncide)’가 넘쳐난다는 편백나무 숲을 만났으니 그런 생각이 드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 지도 모른다. 그런 내 예상은 적중했다. 아름다운 경관(景觀)이 산행 내내 계속되었으니 이 아니 행복이 아니겠는가.

 

 

편백 숲이 끝나면 대나무 숲이 나타난다. 한줄기 빛조차 허락하지 않을 듯이 울창하게 우거진 대나무 숲길은 그윽한 운치(韻致)를 자랑한다. 길을 걷다가 고개를 들어보면 또 하나의 길이 나타난다. 만일 하늘에 길이 있다면 바로 저런 길이 아닐까 싶다. 언젠가 김용해시인의 새는 자기 길을 안다라는 시()에서 보았던 새들이 하늘 높이 길을 내지 않는 것은 그 위에 별들이 가는 길이 있기 때문이다.’라는 구절의 별들이 간다는 길은 바로 저런 길을 말하는 것이 아니었을까?

 

 

대나무 숲길이 끝나면 이번에는 산죽(山竹)길이다. 산죽숲길은 대나무숲길보다 오히려 한술 더 뜬다. 마치 동굴처럼 어두침침한 숲길은 햇빛은커녕 바람 한 점 들어올 틈도 보이지 않을 정도인 것이다.

 

 

 

산죽숲이 끝나면 산길은 물기가 없는 골짜기를 따라 이어진다. 그와 함께 산길도 경사(傾斜)가 가팔라진다. 그러나 그 오르막길은 금방 끝을 맺고 산행을 시작한지 20분 후에는 주능선 안부인 도새등(이정표 : 칼바위 2.4Km, 오봉산 4.2Km/ 득량남초등학교 1.9Km/ 용추교 1.5Km)에 올라서게 된다. 능선에 올라서면 갑자기 시야(視野)가 시원스럽게 열리면서 예당간척지(干拓地)와 득량만의 모습이 마치 한 폭의 수채화(水彩畵)처럼 다가온다. 들녘이 이미 연두색으로 옷을 갈아입은 것을 보면 남도에는 이미 봄이 왔나보다. 남녘에서 불어오는 봄바람 속에 싱싱함이 가득 묻어있다. 드디어 행복한 산행이 시작되는 모양이다.

 

 

 

 

 

도새등에서는 오른편 능선을 따라 난 길로 방향을 잡는다. 도새등에서 잠깐 올라서면 특이한 모형의 돌탑들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 259봉이다. 정상에 오르면 아까 도새등에서 보았던 예당간척지와 득량만이 조금 더 넓게 드러난다. 그리고 그 뒤에는 고흥반도가 좌우로 길게 펼쳐지고 있다. 반대방향으로 고개를 돌리면 하산지점인 해평저수지, 그리고 그 오른편에 있는 작은 오봉산도 눈에 들어온다.

 

 

! 이런 곳을 모르고 있었네?’ 능선을 걷다보면 여기저기서 감탄사가 튀어나오기 시작한다. 그만큼 바위 능선이 신비스러울 정도로 빼어난 것이다. 산등성이에 솟은 암봉은 날카로운 칼날을 세워놓은 것 같고, 암벽(巖壁)은 마치 병풍(屛風)을 펼쳐놓은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게 만든다비록 작은 산이지만 심오한 자연미에 저절로 감탄사를 연발하게끔 만들어버리는 것이다.

 

 

이어지는 능선은 득량만을 왼편에 끼고 걷는 것과 같다. 왼편의 바위벼랑이 마치 성벽(城壁)처럼 날카롭게 서있어서 시야(視野)를 가릴 것이 아무것도 없는 이유이다. 능선을 걷다가 뒤를 돌아보면 위에서 적은 표현이 금방 이해가 갈 것이다. 성벽모양으로 된 절벽 위를 걸어오고 있는 사람들이 마치 성곽기행(城郭紀行)을 하고 있는 사람들을 연상시키고 있다.

 

 

 

259봉에서 조금만 더 걸으면 조새바위이다. 도새등에서 15분이 조금 못 걸리는 지점에 있는 조새바위는 선사시대(先史時代)의 시조새(Archaeopteryx)를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오봉산을 장식하고 있는 수많은 기암(奇巖)중의 하나인 이 바위는 능선에서 볼 때보다, 바위의 아래에서 바라보았을 때 그 형상이 제대로 나타난다. 참고로 시골어촌에서 굴을 까는데 사용하는 기구인 조새에서 따온 이름이라는 설도 있다. 아무튼 도새바위 아래에서 산길은 두 갈래(이정표 : 칼바위 1.9Km/ 구룡마을 1.0Km, 금능마을 1.2Km/ 월평마을 2.0Km)로 나뉜다.

 

 

 

조새바위에서 또 다시 조망(眺望)을 즐기며 걷다보면 20분 후에는 336봉에 올라서게 된다. 이곳에도 역시 돌탑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 많은 돌탑들은 과연 누가 무슨 연유로 쌓아올린 것일까? 이렇게 많은 탑들을 공들여 쌓으려면 엄청난 시간과 정성이 필요했을 것이다. 그게 과연 개인의 힘으로 가능한 일일지 의심스럽다. 그 의문은 오봉산 정상에서 만난 돌탑에서 해소되었다. 탑에 임광규(林光圭)라는 이름이 새겨져 있었는데, 아마 이 탑들을 쌓은 사람이 아닐까 싶다. 그가 오봉산의 탑들을 모두 다 쌓았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오봉산의 분위기를 더욱 독특하게 만들어 주었음은 아무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336봉에서 밧줄로 된 난간을 잡고 내려섰다가 제법 가파른 바윗길을 올라서면 337봉이다. 336봉에서 10분 정도의 거리이다. 이곳에도 어김없이 돌탑들이 나타나며 바다를 낀 암릉들과 보조를 맞추고 있다. 오봉산에서 가장 뛰어난 구간은 뭐니 뭐니 해도 도새등에서 칼바위까지 이어지는 능선일 것이다. 마치 성곽(城郭)을 걷는 기분으로 걸어야하는 이 구간은 한시도 마음을 놓을 수 없을 정도로 등골이 오싹해지는 공포감을 맛보는 구간이다. 성곽을 닮은 날카로운 암릉과 어우러지는 득량만 바다. 거기에 돌탑까지 얹혀있는 광경은 그야말로 잘 그린 한 폭의 산수화(山水畵)이다.

 

 

 

 

뒤돌아본 337, 암봉 위에 세워진 돌탑이 단애절벽(斷崖絶壁), 바다 등과 함께 어울려 한편의 동화 같은 풍경을 자아낸다.

 

 

 

337봉에서 내려선 산길은 갑자기 숲속으로 들어서버린다. 이제까지와는 사뭇 다른 풍경 속으로 빠져든 것이다. 숲길을 따라 올라선 다음 봉우리에는 이제까지와 다른 돌탑이 길손을 맞는다. 인공(人工)으로 쌓은 탑()이 아니라 자연석(自然石)이 탑의 형상을 하고 있는 것이다. 아니 자연석에 조그만 빈틈이라도 보일라치면 어김없이 돌들을 올려놓았으니 이것 역시도 인공의 돌탑이라고 보는 것이 옳을 지도 모르겠다.

 

 

 

 

산길은 다시 숲속을 들락거리다가 바위봉 앞에 이른다. 앙증맞은 철사다리를 밟고 위로 오르면 돌탑 2기가 있는 359봉이다. 337봉에서 15분 정도 걸렸다. 그러나 돌탑이 있는 지점은 정상이 아니다. 돌탑에서 왼편으로 10m쯤 더 나아가야 정상에 이를 수가 있는 것이다. 정상에 서면 오늘 산행 중 처음으로 칼바위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칼바위의 앞에 보이는 337봉도 예사롭지 않기는 마찬가지이다. 오봉산에 들어서면 어느 것 하나 예사스러운 것이 없을 정도로 빼어난 것들 천지이다. 그러나 그것들 중에서도 단연 으뜸은 칼바위이다. 매끈하면서도 힘차게 뻗어나간 바위능선의 끄트머리에 날카롭게 치솟은 바위는 강함과 부드러움의 절묘한 조화(調和)를 보여준다. 칼바위는 통일신라 때의 고승인 원효대사와 얽힌 옛이야기가 전해져 내려온다. 그가 이곳에 터를 잡고 수도에 전념했다는 것이다. 그는 잠시 후에 답사하게 될 용추폭포(瀑布)에서 몸을 씻고 칼바위에 올라 수도를 닦았다고 전해진다. ‘원효대사는 마당발이었나 보죠?’ 함께 산행을 하고 있는 일행의 말마따나 전국을 돌아다니다보면 그와 관련된 유적(遺跡)들이 사방에 널려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그의 흔적이 없는 지역이 있다면 차라리 그것이 더 이상할 정도인 것이다.

 

 

 

 

 

359봉을 내려서면 337봉 앞에서 길이 두 갈래(이정표 : 칼바위 0.1Km/ 오봉산 1.6Km/ 득량남초교 3.7Km)로 나뉜다. 두 길은 모두 337봉을 우회(迂廻)하도록 나있다. 왼편은 칼바위를 들르지 않고 곧장 오봉산으로 가는 길이니 당연히 오른편으로 내려선다. 칼바위로 내려가는 길은 너덜길, 아니 구들장길이라고 해야 맞는 표현일 것 같다. 오봉산의 바위들은 다른 산들에서 보아온 바위들과 사뭇 다르다. 널찍하고 얄팍하게 생긴 것이 흡사 구들장을 연상시키는 것이다. 하긴 오봉산의 바위는 예로부터 최고의 구들돌로 명성을 얻었었고, 때문에 일제강점기(日帝强占基)에는 여기서 캐낸 구들돌이 기차에 실려 전국으로 팔려나갔다고 한다. 쇠꼬챙이로 뜯어내고, 득량역까지 소달구지로 실어내는 과정은 비록 힘든 노동이었겠지만 주민들에게는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큰 소득원(所得源)이었을 것이다.

 

 

 

 

갈림길에서 10, 359봉에서는 20분쯤 후에 닿게 되는 칼바위는 그야말로 압도적이다. 이 칼바위 앞에서 길이 두 갈래로 나뉜다. 오른편은 칼바위주차장으로 내려가는 길이니 왼편으로 들어서야 한다. 왼편으로 방향을 잡으면 몇 발자국 걷지 않아 오른편에 바위굴이 하나 나타난다. 일단 들어서고 보니 칼바위의 상부가 올려다 보인다. 굴은 조금 더 안쪽으로 나있지만 바닥의 바위들이 얼기설기 얽혀있는 탓에 막상 들어가는 것은 부담스럽다는 생각이 든다. 혹시 이곳이 마당굴이 아닐까 싶다. 돌을 던져 넣으면 득량만 바다로 나온다는 그 바위굴 말이다. 그러나 산행 끝난 뒤에 알아본 바로는 베틀굴이었다.

 

 

첫 번째 굴을 빠져나와 조금 더 나아가면 또 다시 바위굴 하나가 나타난다. 장재굴이라는 이름을 갖고 있는 굴이다. 바위 문을 통해 안으로 들어가면 사방이 높은 바위벽으로 둘러싸인 공간(空間)이 나온다. 외부와 단절된 독방과 같은 느낌인데, 50여명이 들어서도 충분할 정도로 그 넓이가 장난이 아니다.

 

 

 

장제굴에서는 잠깐 발걸음을 멈추었다 가는 게 좋다. 칼바위의 목 부위에 새겨진 마애불상(磨崖佛像)이 보이기 때문이다. 불상은 사진으로는 비록 잘 잡히지 않지만 육안(肉眼)으로 자세히 살펴보면 제법 또렷하게 나타난다. 이 마애불은 이곳에서 수도를 했다는 원효대사가 직접 새겼다고 전해지기도 한다. 하긴 도력(道力)이 충만했던 원효대사라면 저런 절벽(絶壁)까지 올라가는 게 가능했었을 지도 모르겠다.

 

 

 

칼바위를 둘러보았으면 다시 능선으로 올라서야 한다. 오봉산으로 가는 길이 능선으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능선(이정표 : 오봉산 1.5Km/ 칼바위주차장 0.9Km/ 득량남초교 3.8Km)에 올라서면 칼바위의 전모(全貌)가 한눈에 잡힌다. 가히 칼바위전망대(展望臺)라 불릴 만 하다. 끝이 날카로운 칼의 모양으로 생겼다는 등 그 생김새를 사람들마다 각기 다르게 표현하고 있지만, 내가 보기에는 새의 머리를 닮은 것 같기도 하다. 보는 사람에 따라 각기 다른 형상으로 나타난다는 것이 바른 표현일 것이다. 참고로 30m 높이의 칼바위는 끝이 날카로운 칼 모양으로 생겼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그러나 그 모습을 자세히 보면 볼수록 더 기묘(奇妙)하다는 생각이 든다. 마치 손바닥을 위로 세우고 손가락들을 모아서 45도 각도(角度)로 굽힌 모양 같기도 하고, 선 채로 깊숙이 허리를 굽혀 인사하는 모습 같기도 하다칼바위뿐만이 아니다. 거대한 바위들이 뒤엉켜 있는 일대는 갖가지 형상의 바위들이 모여 군락(群落)을 이루고 있다. 그중에는 조선(朝鮮)을 건국(建國)한 이성계의 모습을 닮았다고 해서 태조바위라고 부르는 바위도 있다고 한다. 그러나 눈으로 확인할 수는 없었다.

 

 

 

칼바위전망대 근처에서 만난 청암마을 갈림길(이정표 : 오봉산 1.5Km/ 청암마을 1.3Km/ 득량남초교 3.9Km)에서 잠시 걸음을 멈춘다. 위험한 구간이 다 지났으니 풍류(風流)나 좀 즐겨볼까 해서다. 말이 풍류일 따름이지 별다른 것은 없다. 아이스팩(ice pack)에서 꺼낸 시원한 막걸리를 마시는 것이 전부일 따름이다. 그러나 발아래에 펼쳐지는 득량만을 바라보면서 일행들과 박주(薄酒) 한 잔 나누는 것이 바로 풍류가 아닐까 싶다. 사람이 자기 앞에서 벌어지는 일에 만족한다면 그게 바로 신선놀음일 것이기 때문이다. ‘청암 갈림길을 지나 오봉산까지의 1.5Km구간은 그저 그렇고 그런 평범한 길이 계속된다. 흙길이라서 스릴도 느낄 수가 없고, 숲속을 지나게 되므로 조망(眺望) 또한 시원스럽지가 못하다. 다만 흙길이 부드러워 걷기 좋은 점은 있다. 한동안 평범한 능선길을 따르다가 앞을 가로막는 바위를 짚고 위로 올라서면 다시 한 번 멋진 조망(眺望)이 펼쳐진다. 오른편에는 화죽천 골짜기와 해평저수지, 그리고 칼바위를 비롯한 주변의 바위봉우리들 한꺼번에 그 자태를 드러내는 것이다. 한마디로 멋진 풍광(風光)이다.

 

 

 

조망(眺望)을 즐기다가 다시 산행을 이어가면 얼마 지나지 않아 오봉산 정상에 올라서게 된다. 청암마을 갈림길에서 40분 남짓 걸렸다. 오봉산 정상에는 득량만을 배경으로 서있는 정상표지석 외에도 돌탑 2기가 더 자리를 지키고 있다. ‘왜 이곳이 오봉산 정상이 되었을까?’ 정상에 오르자마자 가장 먼저 떠오른 생각이다. 높이가 가장 높은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해서 산세(山勢)나 조망(眺望)이 다른 곳보다 뛰어나지도 못하다. 아니 다른 봉우리들에 비해 뒤떨어진다고 보아야 옳은 표현일 것이다. ‘산행시간을 늘려 잡으려는 의도가 아닐까요?’ 같이 산행을 하고 있는 일행의 말에 고개가 끄떡여 진다. 만일 이곳에 정상석이 없다면 아까 칼바위에서 하산을 할 사람들이 많았을 것으로 생각되기 때문이다. 참 오봉산 정상에 오르기 전에 놓친 것이 하나 있다. 풍혈(風穴)을 발견하지 못하고 그냥 지나쳐버린 것이다.

 

 

 

 

오봉산에서 돌탑 3~4개가 서 있는 오봉산성 갈림길(이정표 : 용추폭포 0.5Km/ 백바위 2.5Km, 내곡 5.9Km, 절터 6.3Km/ 칼바위 1.5Km)을 지나 용추폭포 쪽으로 하산을 시작하면 20분이 조금 못되어 용추폭포 2’라는 이름표를 단 이정표(주차장 1.4Km/ 용추산성 0.8Km/ 오봉산 정상 0.5Km, 칼바위 2.0Km/ 등산로 아님)가 세워진 갈림길이 나타난다. 그런데 현재의 위치가 용추폭포라는데 눈을 씻고 찾아봐도 폭포는 보이지 않는다. 여기서 용추산성방향으로 들어서면 왜 이곳의 위치를 용추폭포라고 표기했는지 금방 알아차릴 수 있다. 용추산성 방향으로 일단 들어서 10m쯤 가다가 오른편으로 보이는 작은 오솔길로 들어서면 용추폭포가 내려다보이는 작은 바위전망대에 올라서게 되기 때문이다. 전망대에 올라서면 해평저수지로 이어지는 바위 협곡(峽谷)이 눈에 들어온다. 울퉁불퉁한 근육질의 바위들로 이루어진 협곡은 또 다른 한 폭의 동양화(東洋畵)를 만들어내고 있다.

 

 

 

 

 

 

전망대에서 잠깐 더 내려가면 이번에는 용추폭포 1’이라는 이름표를 단 이정표(주차장 1.3Km/ 용추산성 0.9Km, 오봉산 0.6Km/ 용추폭포 0.04Km)가 길손을 맞는다. 이곳에서는 두말할 필요가 없이 용추폭포 쪽으로 방향을 잡아야 한다. 오봉산의 또 다른 명물인 용추폭포를 그냥 지나쳐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용추폭포는 양편과 앞이 바위벽을 이루고 있는 통속 같은 곳에 오롯이 앉아 있는 형상이다. 10m 높이의 용추폭포 아래는 소()를 이루고 있는데, 여름 장마철에는 위에서 떨어지는 물줄기와 어우러지며 장관(壯觀)을 이룬다고 한다. 하긴 갈수기(渴水期)인 지금 저 정도의 풍경을 만들어낼 정도라면 능히 그럴 만도 하겠다. 오봉산 정상에서 용추폭포까지는 20분이 걸렸다.

 

 

산행날머리는 해평저수지 위에 있는 칼바위주차장

용추폭포를 빠져나와 하산길을 이어가면 왼편으로 아까 전망대에서 보았던 협곡(峽谷)의 풍경이 다시 한 번 펼쳐진다. 그러나 아까만은 못한 것 같다. 산길을 이어가다 화죽천을 가로지르는 나무다리를 건너면 이번에는 오른편에 울창한 편백나무 숲이 펼쳐진다. ‘캠핑하기에 참 좋은 곳이네요틈만 나면 두 부부가 캠핑을 다닌다는 일행의 말마따나 계곡에는 투명할 정도로 맑은 물이 넘쳐나고, 언덕에는 피톤치드의 왕자라는 편백나무까지 가득하다. 이보다 더 좋은 캠핑장소가 어디 있겠는가. 편백나무 숲이 끝나면 저만큼 아래에 오늘 산행이 끝을 맺는 칼바위주차장(이정표 : 칼바위 0.8Km/ 용추폭포 1.4Km)이 보인다. 용추폭포에서 주차장까지는 25분이 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