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장산(雲長山, 1,125.9m)

 

산행일 : ‘13. 11. 17()

소재지 : 전북 진안군 주천면, 정천면, 부귀면과 완주군 동상면의 경계

산행코스 : 피암목재활목재서봉(칠성대 1,122m)운장산동봉(상장봉 1,133m)앞산날배기내처사동(산행시간 : 3시간30)

함께한 산악회 : 송암산악회

 

: 운장산은 호남지방에 있는 금남정맥(錦南正脈)중 가장 높은 산이다. 산의 주릉에는 동과 서, 그리고 가운데 등 세 봉우리가 있는데, 가운데 봉우리가 운장산의 이름표를 달고 있다. 그러나 높이로만 보면 동봉(東峰)이 가장 높고, 산세(山勢)로 볼 것 같으면 서봉(西峰)이 가장 뛰어나다. 암봉으로 이루어진 서봉은 깎아지른 바위벼랑으로 이루어진 오성대를 끼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운장산의 조망은 동()과 서(西)가 확연히 구분된다. 동쪽은 덕유산 등 거대한 산군(山群)들이 하늘금을 그려내고 있는 반면에, 서쪽은 나지막한 산들이 파도처럼 일렁거린다. 참고로 운장산은 산수조화(山水調和)의 극치라 일컬어지는 명승(名勝) 운일암반일암을 품고 있다.

 

 

산행들머리는 피암목재

익산-장수고속도로 소양 I.C에서 내려와 26번 국도를 타고 진안방면으로 방향을 잡으면 잠시 후에 화심교차로(交叉路 : 소양면 화심리)가 나온다. 이곳에서 좌회전하여 55번 지방도를 따라 용담댐 방면으로 들어가면 동상저수지를 지난 도로는 구불구불 산허리를 돌고 돌아서 고갯마루에 올라서게 된다. 완주군 동상면과 진안군 주천면의 경계를 이루는 피암목재이다.

 

 

 

 

피암목재의 널따란 주차장 끄트머리에 있는 계단으로 올라서면서 산행이 시작된다. 들머리에 이정표(칠성대 2.1Km, 운장대 2.6Km)와 산행안내도가 세워져 있으니 참고하면 된다. 들머리의 오른편에는 느린마을 양조장이란 이름표를 달고 있는 건물이 보인다. 이곳 주차장이 동상휴게소이었던 시절, 사람들이 쉬어가던 휴게소 건물이었을 텐데 지금은 양조장(釀造場)으로 변한 모양이다. 산길은 초반부터 날카롭게 허리를 곧추세우면서 길손을 맞는다. 그 날카로움에 기가 죽을 법도 하지만 걱정할 필요는 없다. 10분이 못되어 능선에 올라설 수 있기 때문이다. 일단 능선에 올라서면 산길은 급한 오름이 없이 순해진다. 그렇다고 1m가 넘는 산인데 가파른 오르막이 없을 리는 없다. 다만 가끔 가파른 오르막길이 나타나지만 대부분 경사(傾斜)가 완만(緩慢)한 산길이 길게 이어진다는 얘기이다.

 

 

 

산죽(山竹 : 조릿대)이 우거진 산길을 걷다가, 바위들이 날카롭게 서있는 나지막한 바위벼랑을 치고 올라서면, 이어지는 능선은 경사(傾斜)가 누그러지면서 조망(眺望)이 터지기 시작한다. 들머리에서 20분 정도 지난 지점이다. 연석산 등 진안 일원의 산봉(山峰)들이 좌우로 솟구치고 있고, 고개를 돌려보면 진안과 금산 일원의 산군(山群)들이 잔잔한 파도처럼 일렁거리는 광경이 보인다.

 

 

 

 

피암목재에서 서봉까지의 구간은 산꾼들 사이에 정맥산행(錦南山行)의 꽃이라고 불리는 금남정맥(錦南正脈)의 일부구간을 지나게 된다. 금남정맥이 유명한 산들을 많이 지나기도 하지만 도로보다는 산줄기(능선)를 밟으면서 산행을 이어갈 수 있다고 해서이다. 그 중의 일부구간, 그러니까 피암목재에서 서봉까지의 구간이 바로 금남정맥인 것이다. 이 정맥은 서봉 정상에서 운장산 정상으로 향하지 않고 오른편으로 휘며 연석산으로 이어진다. 참고로 금남정맥은 호남금남정맥의 분기점(分岐點)인 마이산에서 시작해서 북으로 치달아 운장산 서봉, 대둔산, 천호산, 계룡산 등을 거친 후, 부소산의 조룡대에서 그 숨을 다하는 124Km의 산줄기이다.

 

 

 

몇 군데 바위지대를 통과한 산길은 잠시 내리막길을 만들다가 널찍한 안부에 이르게 된다. 피암목재에서 50분 남짓 되는 거리에 있는 이 재가 활목재이다. 활목재는 삼거리(이정표 : 칠성대 0.6Km, 운장대 1.2Km, 구봉산 9.4Km/ 독자동 1.6Km/ 동상휴게소 1.6Km)로 이곳에서 왼편으로 내려가면 독자동을 거처 내처사동이나 외처사동으로 내려가게 되는데, 내처사동에서 원점회귀 산행을 할 경우 이 코스가 자주 이용된다. 참고로 동상휴게소이란 지명(地名)은 피암목재 주차장을 일컫는다.

 

 

 

활목재를 지나면 상당히 가팔라지기 시작한다. 조리대 사이로 난 길은 가파른데다가 계단까지 무너져 있는 탓에 오르기가 쉽지 않다. 활목재에서 10분 남짓 치고 오르면 산길은 왼편(이정표 : 칠성대 0.4Km, 운장대 1.0Km, 구봉산 9.2Km/ 독자동 1.8Km, 동상휴게소 1.8Km)으로 급하게 방향을 튼다. 이곳에서 오성대로 가려면 연석산 방향인 오른편으로 진행해야 하는데 이정표에 표기가 되어 있지 않은 탓에 그냥 통과하는 우()를 범해 버렸다. 하긴 오성대를 들른다고 해서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오성대에 은거했었다는 송익필, 중상모략의 아이콘(icon)으로 알려진 그의 흔적은 차라리 안보는 것이 더 나을 수도 있을 테니까 말이다.

 

 

 

 

오성대 갈림길에서 다시 한 번 거친 오르막길을 20분 정도 치고 오르면 능선안부(이정표 : 운장대 0.6Km, 운장산휴양림 12.5Km, 구봉산 8.8Km/ 정수암 3.1Km/ 동상휴게소 2.2Km, 독자동 2.2Km, 내처사동 4.4Km)에 올라서게 된다. 이곳 사거리(비록 이정표에는 나와 있지 않지만 서봉 뒤에서 연석산(2.2Km)으로 가는 길이 연결된다.)에서 우측에 보이는 바위봉우리가 바로 서봉(1,122m)이다. 구봉 송익필이 이곳에서 매일 임금에게 문안을 올렸다고 해서 독제봉(獨帝峰)이라고도 불리는 서봉은 정상을 이룬 세 개의 봉 가운데 풍광(風光)이 가장 빼어나다. 산행을 시작한지 1시간20분이 지났다.

 

 

 

 

 

 

거대한 바위봉우리인 서봉에 올라서면, 맨 꼭대기에 세워진 정상표지석이 눈에 들어온다. 그런데 정상석에 서봉이 아니라 칠성대라고 적혀있다. 2007년에 이곳을 찾았을 때만 해도 운장산(서봉)’이라고 적혀있었는데, 최근에 봉우리 고유의 이름을 되찾아주었나 보다.

 

 

 

 

운장산(雲長山)하면 성리학자 송익필(宋翼弼)을 빼놓고는 이야기를 할 수가 없다. 송익필의 호()는 구봉인데 오성대에서 유배생활을 하면서 매일 아침 서봉에 올라 임금 계신 쪽을 향하여 문안을 드렸다고 한다. 그래서 운장산의 서봉을 독제봉(獨帝峰)이라 부르기도 한다또한 운장산이라는 이름도 그의 자()를 따서 붙였다고 한다. 참고로 이곳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천반산에는 그의 정적(政敵)이었던 정여립(鄭汝立)의 일화(逸話)와 얽힌 전설(傳說)이 전해진다. 전주출신인 정여립이 역모(逆謀)로 몰려 자살한 곳도 천반산 부근에 있는 죽도(竹島)이다. 호남인의 배척을 몰고 온 기축옥사(己丑獄事, 1589, 선조 22)와 관련된 두 인물이 지근거리에 있었단 얘기다.

 

 

 

서봉 정상에 서면 일망무제(一望無題)의 조망(眺望)이 펼쳐진다. 북에는 금남정맥의 대둔산, 그리고 동으로는 덕유산에서 지리산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白頭大幹)과 그 안쪽의 고산준령(高山峻嶺) 들이 가슴 벅차게 펼쳐진다. 물론 마이산이 두 개의 귀를 쫑긋거리며 고개를 내밀고 있는 것도 보인다. 그리고 서쪽의 올망졸망한 산군(山群)들 너머로는 호남평야까지도 조망이 되는 것이다.

 

 

 

서봉에서 운장산 정상으로 가는 길은 바윗길로 시작된다. 바윗길이 가파르면서도 긴 탓에 내려서기가 제법 까다롭지만 걱정할 필요까지는 없다. 등산객들의 안전을 위해 쇠파이프로 난간을 만들어 놓았기 때문이다. 바윗길을 조심스럽게 내려서서 안부에 이른 다음, 별 특징이 없는 상여바위를 지나면 이번에는 부드러운 흙길이 나타난다. 흙길이 끝나면 책을 쌓아 놓은 듯한 커다란 바위가 앞을 가로막는데, 이 바위를 돌아 위로 오르면 운장잔 정상이다. 서봉에서 20분이 걸렸다. 아래 사진은 서봉에서 운장대로 가는 바윗길이다. 건너편에 보이는 산봉우리가 운장산 정상이고 그 오른편에 보이는 것이 동봉이다.

 

 

운장대 가는 길에 바라본 서봉 방향 능선, 오른편에 보이는 바위가 어쩌면 상여바위일 것이다.

운장대 가는 길에 바라본 서봉

 

 

 

흙과 바위가 섞인 10평 남짓한 분지(盆地)로 이루어진 운장산 정상(1,126m)은 운장대, 혹은 동봉과 서봉의 중간에 있다고 해서 중봉이라고도 불린다. ‘이동통신 중계탑이 세워져 있는 정상에 오르면, ‘운장대라고 쓰인 정상표지석과 삼각점(진안11 2003), 그리고 이정표(상장봉 0.6Km, 내처사동 3.4Km, 구봉산 8.3Km/ 칠성대 0.6Km, 동상휴게소 2.8Km)가 눈에 들어온다. 운장대 정상에서의 조망(眺望)도 뛰어난 편이다. 지나온 서봉과 가야 할 동봉이 조망되고 남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아까 서봉에서 보았던 조망이 다시 한 번 펼쳐진다.

 

 

정상 근처에 성을 쌓았던 흔적이 보이는데, 공식적인 기록에서는 확인이 불가능 했다.

운장대를 내려서는 길도 역시 바윗길로 시작된다.

 

 

 

운장산에는 산죽(山竹 : 조릿대)이 많이 자라고 있다. 산행을 시작하면서 만나게 되는 산죽은 산행을 마칠 때까지 줄곧 등산객들과 함께 한다. 운장산의 특징으로 삼아도 좋을 만큼 산죽들이 우거져 있는 것이다.

 

 

어른의 가슴 높이까지 차오르는 산죽(山竹) 숲길을 치고 오르면 또 다시 바위구간이 나타난다. 안전로프에 의지해서 바윗길을 치고 오르면 동봉 정상이다. 운장대에서 중봉까지는 25분 정도가 걸렸다.

 

 

 

 

동봉 정상(1,133m)은 정상표지석 하나만이 외롭게 지키고 있고, 이정표(구봉산 7.7Km, 상양명주차장 10.8Km/ 운장대 0.6Km)는 정상석에서 조금 떨어진 길가에 세워져 있다. 그런데 동봉의 정상석에도 역시 동봉대신에 삼장봉이라고 적혀 있다. 동봉 정상도 암봉으로 이루어진 탓에 시야(視野)가 잘 트이기는 앞서의 두 봉우리와 매 한가지이다. 그러나 서봉을 오를 때 내리던 눈발이 다시 내리려는지 주위가 갑자기 어두워지기 시작한다. 아쉽게도 눈의 호사(豪奢)를 허락하지 않는 것이다.

 

 

 

 

동봉을 뒤로하고 하산길에 들어서면 금방 삼거리(이정표 : 내처사동 2.8Km/ 복두봉 5.0Km, 구봉산 7.6Km/ 칠성대 1.2Km, 운장대 0.7Km, 동상휴게소 3.5Km)를 만나게 된다. 이곳에서는 어느 방향을 선택해도 하산지점인 내처사동으로 갈 수가 있다. 그러나 왼편의 짧은 코스를 선택한다. 복두봉 방향의 오른편 능선을 따르다가 30분 거리에 있는 각우목재에서 내처사동으로 하산할 수도 있으나 눈이 쏟아질 것 같은 날씨에 춥기까지 하니 구태여 긴 코스를 선택할 이유가 없어서이다. 거기다 그 코스에 특별한 볼거리가 없다는 것도 하나의 이유일 것이다.

 

 

 

삼거리에서 내처사동으로 내려가는 길은 특별한 볼거리가 없는 밋밋한 산길이 이어진다. 운장산의 특징대로 짙게 우거진 참나무 숲 아래로 산길이 나있고, 길의 양편은 산죽들이 둘러싸고 있다. 때문에 딱 한번 곱게 물든 낙엽송(落葉松 : 일본이깔나무)군락을 바라보는 것 외에는 조망(眺望)은 일절 허락되지 않는다. 이어지는 산길은 순한 흙길이 대부분이다. 가끔 가파른 구간도 나오고 바위구간도 나타나지만 어김없이 계단이나, 로프 등 안전시설을 만들어 놓았으므로 별 어려움 없이 내려설 수 있다.

 

 

 

 

 

산행날머리는 내처사동 주차장

삼거리를 출발해서 1시간 남짓 내려오면 산길은 오른편으로 방향을 틀면서(이정표 : 내처사동 0.6Km/ 삼장봉 2.1Km, 구봉산 9.6Km, 동상휴게소 5.5Km) 능선을 벗어난다. 밋밋한 경사의 산길은 울창한 낙엽송 군락지를 지난 다음 골짜기로 내려선다. 골짜기(이정표 : 내처사동 0.2Km/ 삼장봉 2.5Km, 운장대 3.1Km)에서 내처사동 주차장까지는 금방이다 동봉에서 주차장까지는 1시간15분이 걸렸다.

 

 

 

 

 

 

 

주차장으로 가다보면 길가의 감나무에 붉게 물든 감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는 것이 보인다. 감은 운장산이 갖고 있는 특징(特徵) 중의 하나이다. 이곳의 감은 씨가 없고 맛이 좋은 것으로 정평이 나있다. 10년쯤 전에 진안군수님의 초청으로 이곳 운장산을 찾은 일이 있었다. 당시 군수님의 말로는 이곳의 감나무는 이 지역에 존재(存在)할 때에만 그 의의(意義)가 있다고 했다. 쉽게 말해서 이곳의 감나무를 다른 지역에 옮겨 심을 경우에는 다시 씨가 생겨버린다는 얘기이다. 당시 또 하나의 특산물(特産物)이라며 흑돼지를 통째로 잡아 대접을 해주셨는데 그 맛 또한 일품이었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려는 듯 내처사동 주차장에는 좌판(坐板)을 늘어놓고 감식초를 팔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