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방산(斗傍山, 489m)-병풍산(屛風山, 481.7m)
산행일 : ‘13. 5. 11(토)
소재지 : 전남 고흥군 동강면과 보성군 벌교읍의 경계
산행코스 : 당곡마을→용흥사→귀절암→두방산→병풍산→비조암(飛鳥岩, 458m)→첨산(尖山, 313m)→첨산산장 (산행시간 : 4시간30분)
함께한 산악회 : 월산악회
특징 : 두방산은 정상어림에 귀절암(庵)이 있었다고 해서 귀절산이라고도 불리며, 말의 명당(明堂)자리가 있다고 해서 말봉산, 그리고 임진왜란 때의 명장(名將) 송득운장군의 충절을 기리기 위해 서산이라고도 부르는 등 여러 개의 이름을 갖고 있는 산이다. 한편 두봉산은 오늘 답사(踏査)하게 되는 병풍산과 첨산, 그리고 봉두산과 더불어 동강면의 4대 명산(名山)으로 꼽힌다. 산은 흙산(肉山)의 형태를 띠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능선은 암릉으로 이루어진 게 특징이다. 덕분에 기암괴석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고, 거기에다 주변의 조망(眺望)까지 덤으로 즐기는 호사(豪奢)를 누릴 수 있다. 오늘 함께 걷게 되는 첨산은 생김새는 앞의 두 산에 비해 뒤떨어지지만 사람들에게는 더 알려진 산이다. 조정래의 대하소설 ‘태백산맥’에서 김범우의 눈을 통해 소개되었기 때문이다. 그는 첨산을 신비로운 산으로 표현하고 있다.
▼ 산행들머리는 당곡마을(동강면 대강리) 표지석
남해고속도로(영암-순천) 고흥 I.C에서 내려와 15번 국도를 타고 고흥방면으로 1.4Km쯤 들어가면 만나게 되는 매곡교차로(交叉路 : 동강면 매곡리)에서 이번에는 대강리로 넘어가는 군도(郡道)를 따라 조금만 더 들어가면 당곡마을(동강면 대강리)이 나온다. 도로변에 깔끔하게 지어진 화장실까지 갖춘 주차장이 있으니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을 것이다.
▼ 주차장 모서리에 세워진 산행안내도에 오늘 걷게 될 산행코스를 그려보고 난 후에 산행을 시작한다. 두방산으로 들어가는 길은 주차장의 길 건너편으로 나 있다. 들머리에 '두방산(용흥사) 1㎞'라고 쓰인 안내판이 세워져 있으니 참조하면 된다. 길은 자동차가 다닐 수 있도록 시멘트로 포장되어 있는데, 아마 두방산 자락에 있는 용흥사 불자(佛者)들에 대한 배려인 모양이다. 도로를 따라 걷다보면 진행방향에 뚜렷하게 보이는 산이 두방산이다. 오른쪽 저 멀리에는 오늘 맨 마지막으로 오르게 될 첨산이 이름처럼 뾰쪽하게 솟아있는 것이 보인다. 등산로입구 이정표(두방산 정상 1.85Km, 용흥사 0.75Km, 등산로 입구 0.35Km)
▼ 시멘트 도로를 따라 10분 조금 못 되게 걸으면 길 오른편에 저수지가 보이고, 둑 근처에서 길은 두 갈래(이정표 : 두방산 정상 1.5Km/ 용흥사 0.4Km)로 나뉜다. 이곳에서 왼편 산자락으로 접어들 경우 곧바로 정상으로 오르게 되지만, 등산객들의 대부분은 용흥사로 방향을 잡는다. 용흥사를 거쳐 정상으로 오르는 길이 조금 더 멀기는 하겠지만, 두방산에서 가장 큰 사찰(寺刹)을 그냥 지나치는 것 보다는 낫다는 의미일 것이다. 물론 두 길은 해조암터 아래 삼거리에서 다시 만나게 된다.
▼ 정상으로 곧장 오르는 산길을 포기하고 도로를 따라 곧장 들어가면 10분 후에는 용흥사에 이르게 된다. 용흥사는 경사(傾斜)진 산자락에 자리 잡은 아담한 절간이다. 비록 대웅전과 삼성각, 종각, 그리고 요사채가 전부이지만 시골에 소재한 절간치고는 제법 규모가 있다고 볼 수 있다. 용흥사(龍興寺)는 한국불교 태고종 소속의 사찰(寺刹)로서, 1930년경 서영민거사가 창건했다. 6.25전쟁 때 불에 타 없어지자 1953년 김상호스님이 다시 창건하여 용흥사라고 이름 붙였다. 1974년 대웅전, 1976년 종각을 중건(重建)하였으며, 1998년 승범 스님이 법당을 새로 건립하여 현재에 이르고 있다. 용흥사에는 스토리텔링에 의해 만들어진 창건설화(創建說話)가 있다. 그러나 그 설화가 이치에 맞지 않으니 그저 웃고 넘어가도 될 일인지는 모르겠다. 역사를 날조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설화의 내용은 대강 이렇다. 옛날 임진왜란 때 부상을 당한 장수(將帥)가 용흥사에서 머물렀는데 어떤 약을 써도 효과가 없었단다. 그러다가 근처에 사는 아낙이 장수를 데리고 기바위골에 들어가 정성으로 기도하니 장수의 병이 씻은 듯이 나았고, 그 장수는 다시 전쟁터에 나가 큰 공을 세웠다는 것이다. 법당 아래에 수도파이프가 보이기에 목을 축여본다. 시원하고도 맛있는 물맛을 기대한 내 바램을 비웃기라도 하는 듯이 물은 미지근하다. 생수(生水)를 기대했건만 아쉽게도 어디엔가 모아두었다가 사용하는 물인가 보다. 참고로 용흥사에서는 나로도의 우주발사기지가 보이는데, 발사대에서 쏘아 올리는 장면이 가장 잘 보이는 곳 중의 하나라고 알려져 있다.
▼ 절을 한 바퀴 둘러본 후에는 절 앞의 주차장으로 되돌아 나와야 한다. 주차장 모서리에 거대한 느티나무 한 그루가 있다. 보호수(保護樹)로 지정되었는데 수령이 3백년이나 되었단다. 오래된 느티나무는 대부분 마을이나 절간 등 사람들이 머무르던 근처에서 발견되는 것이 보통이다. 그렇다면 용흥사의 역사(歷史)도 300년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하는 것이 아닐까? 고개를 갸웃거리며 산행을 이어간다.
▼ 느티나무를 지나자마자 길은 두 갈래(이정표 : 두방산 정상 1.1Km/ 코재 1.64Km, 병풍산 1.4Km)로 나뉜다. 이곳에서는 코재로 가는 임도(林道)를 버리고 왼편 산자락으로 접어들어야 한다. 산자락으로 접어들면 산길은 점차 가팔라지다가 종내는 허리를 펼 수 없을 정도로 까지 변해버린다. 대부분의 산들은 이렇게 가파를 경우에는 이리저리 방향을 틀면서 고도(高度)를 높여가는 게 보통이다. 그러나 이 오름길은 초지일관(初志一貫)으로 곧게 올라가고 있는 것이다. 아무래도 사람들의 인내(忍耐)를 시험해 보려는 모양이다.
▼ 가파른 오르막길을 숨이 턱이 차게 20분 정도 오르면 삼거리(이정표 : 두방산 정상 0.5Km/ 용흥사 0.7Km/ 당곡저수지 0.8Km)를 만나게 된다. 아까 당곡저수지에서 헤어졌던 정상으로 곧장 가는 길과 다시 만나는 지점이다. 삼거리를 지나면 너덜지대가 나오고, 너덜지대 다음에는 시누대가 무성한 해조암터이다. 당곡마을 입구에서 해조암터까지는 45분 정도가 걸린다.
▼ 사람의 키를 훌쩍 넘기는 울창한 시누대숲을 통과하면 20m는 족히 넘을 것 같은 거대한 암벽(巖壁)이 앞을 가로막는다. 사람들이 귀절암이라고 부르는 바위절벽이다. 얼핏 처음 듣는 사람들은 귀절암이라고 하면 암자(庵子)이거니 하겠지만 사실은 커다란 바위이다. 암벽에는 동굴 세 개가 뚫려있다. 그중 두 군데는 동굴 깊숙한 곳에 물이 고여 있다. 동굴의 상단 바위틈에서 자그만 물방울들이 방울방울 떨어져 조그만 웅덩이 샘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피부병 치료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는 약수인데, 왼편의 것이 물의 양도 많을뿐더러 맛도 뛰어나다. 이곳 귀절암에는 약수(藥水)와 관련된 이야기가 전해져 내려온다. 조선 중종 24년(1529년)에 어느 도인(道人)이 두방산 상봉에 있는 귀절암의 바위동굴에서 약수를 마시다가 부처님을 만난 후에, 바위 옆에다 해조암이라는 암자(庵子)를 지었다는 것이다. 일제강점기의 말기에 불에 타 없어진 절터에는 시누대만이 울창하게 자라고 있다. 또한 도인이 마셨다는 동굴 속의 약수는 피부병치료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고 하여 심심찮게 사람들이 찾는다고 한다. 귀절암 동굴 앞에 서면 보성 앞바다인 여자만 방향으로 조망(眺望)이 거리낌 없이 시원스럽다.
▼ 귀절암에서 급경사를 10분 정도 더 올라가면 능선 위에 올라서게 되는데, 이곳이 전망대삼거리(이정표: 병풍산 1.82Km/ 전망대50m/ 용흥사 2.5Km)이다. 두방산으로 가려면 이곳에서 오른편으로 진행해야 하지만 구태여 발걸음을 서두를 필요는 없을 것이다. 이곳에서 왼편으로 50m만 더 나아가면 멋진 바위전망대(展望臺)가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툭 튀어나온 전망바위에 올라서면 오른쪽 발아래에는 동강면의 들녘이 바둑판처럼 잘 정돈되어 있고, 그 뒤에는 득량만이 펼쳐진다. 그리고 고개를 왼편으로 살짝 돌리면 여자만과 고흥반도가 한눈에 들어오는데, 그 뒤에 보이는 산들은 아마 팔영산과 운암산일 것이다. 전망대삼거리 이정표에 대해서 한마디 해야 할 것 같다. 느닷없이 병풍산이라는 지명(地名)이 튀어나온 이유를 모르겠다. 왜 두방산을 건너뛴 채로 두방산으로 갔는지도 모르겠고, 1.82Km라는 거리표기도 얼토당토않기 때문이다. 참고로 두방산에서 0.86Km 떨어진 코재에서 병풍산은 1Km이상을 더 가야만 나온다. 아무래도 두방산을 병풍산으로 잘못 표기한 것이 아닌가 싶다.
▼ 삼거리로 돌아와 이정표가 가리키고 있는 병풍산방향으로 진행하면 멋진 풍광(風光)이 끊임없이 펼쳐진다. ‘섬 산행 기분이 나네요.’ ‘아니 섬 산행보다 더 뛰어난데요.’ 같이 걷는 사람들의 말마따나 신비롭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능선은 색다른 풍경(風景)을 보여준다. 주상절리와 비슷한 기암(奇巖)들이 뾰쪽한 능선을 일렬로 장식하고 있는 광경이 마치 용(龍)의 등허리를 보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이다. 거기다가 좌우로 펼쳐지는 다도해(多島海) 풍경까지 한눈에 들어오니 그야말로 신선놀음이 따로 없다.
▼ 능선을 따라 바위봉우리를 두어 개 넘다보면 마치 좌대(座臺)처럼 생긴 널찍한 암반(巖盤) 위에 길쭉한 바위 하나가 서있는 것이 보인다. 좌대처럼 생긴 바위를 신선대(神仙臺), 그리고 그 위에 서있는 바위를 장군바위라고 부른다. 우뚝 선 모습이 장군(將軍)의 기상을 닮았다는 장군바위는 누운 여자의 속눈썹에 해당된다고 해서 눈썹바위라고도 부르기도 하고, 흔들린다고 해서 흔들바위라고도 한다. 이 장군바위에는 전해져 내려오는 이야기가 하나 있다. 옛적에 이 능선에 100개의 바위가 늘어서 있었는데, 산 뒤쪽에 사는 보성 사람들이 바위가 해를 끼친다는 이유로 99개를 쓰러트렸으나 장군바위를 쓰러트리려고 할 때 마른하늘에서 천둥번개가 쳐서 남았다는 전설(傳說)이 바로 그것이다.
▼ 장군바위를 지나 맞은편의 가파른 암릉을 치고 오르면 두방산 정상이다. 지나온 능선이 온통 바윗길인데도, 의외로 정상은 흙으로 이루어진 5평 남짓 되는 분지(盆地)이다. 봉우리를 바위들이 온통 둘러싸고 있는데도, 봉우리의 꼭짓점 부분만 흙인 것이다. 정상에는 말뚝 모양으로 생긴 정상석과 삼각점(순천 24)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 정상은 사방이 막힘없는 뛰어난 조망대(眺望臺)이다. 서쪽에는 득량만이 펼쳐지고, 고개를 북쪽 방향으로 서서히 돌리면 제암산과 일림산, 초암산 등 철쭉으로 소문난 보성의 산들, 그리고 이어서 고동산 등 호남정맥의 산군(山群)들이 늘어서 있는 것이 보인다. 물론 남쪽에는 여자만과 팔영산이 펼쳐지고 있다. 전망대삼거리에서 이곳 정상까지는 대략 600m정도 되고, 걷는데 40분 정도 소요가 된다. 당곡마을 입구를 출발한지 1시간 30분이 가까이 되었다.
▼ 정상에서 바라볼 때 동쪽 골짜기 너머로 보이는 봉우리가 병풍산이다. 그러나 능선은 북동쪽으로 흐르다가 서서히 오른편으로 방향을 틀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정상석 뒤로 내려서면서 산행을 이어간다. 내려가는 길도 바윗길이지만 생각보다는 위험하지 않다. 그래도 바윗길이니 약간의 주의는 필요할 것이다. 따라서 구태여 서두르지 말고 서서히 걸으며 주변의 조망(眺望)을 즐기면 된다. 마침 맞게 주변 조망도 뛰어나고, 능선을 만들고 있는 기암(奇巖)들도 잠깐의 눈요깃거리로는 충분하다.
▼ 잠시 바윗길을 내려가면 '통행금지'라고 쓰인 팻말이 바윗길을 떡하니 막고 있다. 위험하니 왼쪽 사면(斜面)으로 우회(迂廻)하라는 모양인데 구태여 그럴 필요는 없다. 바윗길이 그리 험하지도 않을뿐더러 길도 잘 나있기 때문이다. 거기다 좌우로 터지는 조망(眺望)이 시원스럽기 때문에 일부러라도 바윗길을 따라볼 일이다.
▼ 바윗길을 내려가다 만나는 철계단 두 개를 잇달아 내려서면 길은 갑자기 흙길로 변한다. 이어지는 완만(緩慢)한 능선을 따라 자그마한 구릉(丘陵) 몇 개를 넘으면 자그만 돌탑이 길손을 맞이하는 코재삼거리(이정표 : 비조암 1.9Km/ 용흥사 1.64Km/ 두방산 0.86Km)이다. 이곳에서 왼편에 보이는 산길은 아까 용흥사 앞 이정표에서 헤어졌던 산길이 올라오는 길이다.
▼ 다음에 가야할 목적지가 병풍산인데도 이정표에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어리둥절할 필요는 없다. 병풍산은 비조암으로 가는 길목에 있기 때문이다. 당연히 비조암을 가리키는 방향으로 진행하면 된다. 비조암 방향으로 진행하면 얼마 지나지 않아 ‘봉두산 갈림길(이정표 : 봉두산/ 병풍바위/ 두방산)’이 나온다. 봉두산은 동강면의 4대 명산(名山) 가운데 하나이다. 잠깐 다녀오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그냥 지나치고 만다. 봉두산까지의 거리가 얼마만큼 떨어졌는지 알 수가 없기 때문이다. 이곳 삼거리에서는 병풍바위를 가리키는 방향으로 진행하면 된다.
▼ ‘봉두산 갈림길’을 지나서도 산길은 완만(緩慢)한 능선을 계속해서 오르내린다. 그러다가 우뚝 솟은 산 아래에서 길이 두 갈래(병풍바위삼거리 이정표 : 비조암/ 비조암(약자)/ 두방산)로 나뉜다. 어디로 가든지 비조암으로 가는 길인데 노약자(老弱者)는 왼편 사면(斜面)길로 가라는 얘기이다. 그러나 비조암으로 곧장 가는 사면길로 진행할 경우 병풍산을 건너뛰고 곧장 비조암으로 가게 되는 낭패를 보게 된다. 오른편에 보이는 가파른 오름길로 진행해야만 병풍산 정상으로 오를 수가 있기 때문이다.
▼ 병풍바위를 향해 가파른 오름길을 10분 조금 못되게 치고 오르면 산봉우리에서 삼거리를 만나게 된다. 이 삼거리가 바로 병풍산 정상이다. 병풍산 정상에는 이정표(비조암 0.82Km/ 용흥사 1.4Km/ 두방산 1.82Km)가 정상석을 대신하고 있다. 이곳에서 오른편으로 내려가면 용흥사가 나온다. 병풍산 정상은 잡목(雜木)으로 가려져 있어 조망이 썩 좋지는 않다. 그저 비조암과 첨산, 그리고 남해가 있는 남쪽 한 방향만 트이고 있을 따름이다. 코재에서 병풍산 정상까지는 20분 정도가 걸린다.
▼ 병풍산에서 내려오는 길은 굉장히 가파르다. 그래서 노약자들은 병풍산을 우회(迂廻)해서 비조암으로 곧장 가라고 권했던 모양이다. 가파른 내리막길을 짧게 내려서면 아까 헤어졌던 우회로를 다시 만나게 된다. 산을 내려서서 비조암으로 가는 길에는 유난히도 뾰쪽하게 치솟은 첨산과 새가 나는 모습처럼 생겼다는 비조암이 나타났다 사라지다를 반복하고 있다. 거대한 바위가 마치 하늘을 날아갈 듯이 날개를 펼치며 비상(飛上)을 꿈꾸고 있다.
▼ 거대한 비조암의 바위벼랑을 왼편으로 돌아 정상으로 오르면 마치 평지(平地)에 올라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만큼 비조암의 위가 넓다는 얘기이다. 비조암 정상도 병풍산과 마찬가지로 정상석 대신에 이정표(운동마을 1.15Km/ 두방산 2.8Km)가 자리를 지키고 있다. 수백 명이 둘러 앉아 식사를 해도 충분할 정도로 넓은 비조암은 방금 지나온 병풍산이 있는 서쪽 방향만 시야(視野)를 가릴 뿐, 나머지 세 방향은 막힘이 없이 시원하게 조망(眺望)이 트인다. 주변에 흩어진 마을들과 남해바다가 한눈에 들어온다. 병풍산에서 비조암까지는 20분 정도 걸린다.
▼ 비조암에서 첨산으로 가기 위해서는 운동마을 방향으로 내려서야 한다. 운동마을을 향해 바윗길을 짧게 내려서면 길이 두 갈래(이정표 : 첨산 2.3Km/ 운동)로 나뉜다. 이곳에서 왼편으로 진행하면 고인돌공원과 운동마을로 내려가는 길이다. 비조암 바로 아래를 지나는 너덜길을 통과하면 길은 흙길로 변한다. 그리고 완만(緩慢)한 길과 경사(傾斜)가 제법 심한 길이 번갈아 이어진다. 가는 길에는 얼핏얼핏 첨산이 그 자태를 드러낸다. 예로부터 지역주민들이 신령스럽게 여기며 오르는 것을 삼간다고 하는 첨산은 다가갈수록 붓끝처럼 더욱 뾰족하고 우람하다. 비조암을 출발한지 20분이 조금 더 지나면 안부사거리(이정표 : 첨산/ 운동/ 원매곡/ 비조암)에 이른다. 만일 첨산을 오르기가 체력적으로 부담스러운 사람들은 이곳에서 운동마을이나 원매곡마을로 탈출하면 된다.
▼ 안부사거리를 지나 맞은편 능선으로 붙으면 시작부터 가파른 오르막길이 시작된다. 지금까지 산행을 이어오느라 체력(體力)이 고갈되었기 때문에, 아까 두방산에 오를 때보다 차라리 힘이 더 드는 구간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비록 썩었지만 그래도 통나무계단이 설치되어 있다는 것이다. 가파른 오르막길을 20분 정도 오르고 이어지는 완만한 바윗길을 10분 조금 못되게 오르면 드디어 첨산 정상이다.
▼ 비좁은 바위봉우리인 첨산 정상에는 정상표지석이 세워져 있다. 생김새는 병풍산의 정상석과 비슷한데 다만 크기가 조금 더 작은 정도이다. 첨산의 정상도 시야(視野)가 사방으로 뻥 뚫린다. 운동마을과 원매곡마을 등 주변 마을들은 물론, 비조암에서 병풍산을 거쳐 두방산으로 이어지는 능선이 호쾌하다. 남쪽의 바다는 더 이상 가까워질 수가 없을 정도로 코앞까지 다가와 있다.
▼ 하산은 택촌마을로 잡는다. 택촌마을은 비록 이정표(흥덕사 0.8Km/ 비조암 2.3Km)에 나와 있지는 않지만 흥덕사 방향으로 진행하면 된다. 내려가는 길은 거친 바윗길이다. 많이 위험하지는 않지만 주의가 요구되는 구간이다. 바윗길을 따라 10분이 조금 넘게 내려가면 산길이 흙길로 변하면서 경사(傾斜)도 또한 완만(緩慢)하게 변한다. 그리고 삼거리(이정표 : 택촌/ 흥덕사/ 첨산)를 만나게 된다.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흥덕사 방향은 오른편으로 휘면서 첨산의 아랫자락을 감으면서 돌고 있다. 택촌마을은 곧장 직진하면 된다.
▼ 산행날머리는 택촌마을의 첨산산장
‘흥덕사 갈림길’에서 산행이 종료되는 택촌마을의 ‘첨산산장’까지는 의외로 멀다. 갈림길에서 산 아래에 있는 농로(農路)까지의 거리는 얼마 되지 않지만, 전신주(電信柱)를 엮어 만든 다리를 건너 만나는 되는 시멘트 길을 따라 10분 남짓 걸어야만 첨산산장에 이를 수가 있기 때문이다. 15번 국도변에 위치한 첨산산장은 매점과 주점 등을 두루 갖춘 종합휴게시설이다. 비록 화장실에서이지만 간단하게나마 땀을 닦을 수가 있어 다행이다. 첨산 정상에서 첨산산장까지는 50분 남짓 걸렸다. 비조암에서 첨산산장까지는 보통 걸음보다 조금 더 천천히 걸은 탓에 시간이 조금 더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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